동국대의료원에서 벌어지는 전공의·의대생의 진료·수업 거부사태는 병원산업과 무관한 '재단 이사회'에 의해 병원의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는 폐해를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재단 이사회의 경우 대부분 의료와 병원산업과는 무관한 이들로 구성돼 있어 이들은 병원 운영 원리나 개별 구성원의 정서와는 무관하게 경영악화에 따른 해결책 찾기에만 급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재단의 몰이해에 따른 의사결정이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은 극한 반발을 불러와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원인이 된 것이다.
한편으론 재단 이사회의 의사결정구조와 적극적인 대응이 없기 때문에 사태가 장기화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의대생·전공의들과 재단은 대화통로마저 없는 상황이다.
비상대책위 정찬경 대외홍보국장은 "우리가 싸우는 대상은 병원이 아닌 재단"이라며 "우리는 재단이 병원을 운영함에 따라 경영 악화되고 질적 수준이 저하를 낳았다고 보고 병원경영독립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국대병원측은 당초 이사회와의 논의에서 합병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측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병원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다"며 "실질적 결정권자인 재단측과 학생들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의대생들은 재단측의 일방적인 의사결정폐해를 막고 능동적으로 의료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의무부총장 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동국의료원의 체제는 매우 복잡해 급박하게 변화하는 의료시장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전문적인 소양을 갖춘 의무부총장을 두어 병원경영의 효율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재단측은 병원 합병 결정에 있어 양한방간에 미묘한 거부감과 운영의 차이를 고려치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의대생들은 "양·한방에 관한 인식과 태도가 개선 없이 의료 일원화는 이루어 지기 어렵다"며 "이러한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무리하게 진행되는 양방병원과 한방병원의 합병은 오히려 적자폭을 확대시킬 우려마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