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들이 의료폐기물 자체 멸균분쇄시설 설치를 허용하자는 학교보건법 개정 공청회는 유난히 소란스러웠다. 의료폐기물 업계 관계자들이 공청회장에 몰려와, 기습시위와 함께 격렬히 항의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발제자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발표할때면 야유와 고함을 치기도 해 공청회의 진행 자체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들의 이런 태도야 비난받을만 하지만, 공청회 주최측이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주최측은 공청회를 추진하면서 업계의 의견을 반영할 토론자 한명 조차 섭외하지 않았던 것이다.
자체 멸균분쇄시설 허용이 아무리 논리적이나 과학적으로 옳다고 치더라도, 이 문제가 업계의 생존권 문제와 연결되는 만큼 이들의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줬어야 했다.
그렇다고 반발을 안했을런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빌미를 잡힐 명분을 만들지 않았어야 했다.
학교보건법 개정은 벌써 여러차례 시도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지난해 법안이 제출됐지만 아직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았다. 이날 공청회가 그 논의의 시작점인 것이다.
그 시작을 위한 첫 단추가 주최측의 미숙한 준비와 업계의 반발로 잘못 채워져, 성과는 없이 논란과 상처만 남기지 않을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