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심평원이 의료급여 정신과에 대한 적정성평가를 처음으로 실시하고 평가결과를 공개하자 평가지표가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A정신병원 관계자는 14일 “완주에 있는 마음사랑병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칭찬할 정도로 가장 모범적인 병원으로 꼽히는데 심평원 적정성평가에서 5등급 중 4등급을 받았다”면서 “이것만 보더라도 평가지표가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라디오 연설에서 고마운 일터로 마음사랑병원을 소개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마음사랑병원은 직원들을 위해 훌륭한 휴양, 복지시설은 물론이고 평생학습과 해외연수, 동호회 활동을 통해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 대통령은 “이 곳의 인사말이 ‘사랑합니다’인 것처럼 의사와, 간호사, 환자들이 모두 가족처럼 웃고 지내고 있어 다소 어려운 일도 신이 나고 치료도 훨씬 잘 이뤄질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마음사랑병원은 적정성평가에서 4등급을 받아 의료의 질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한정신병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마음사랑병원 이병관 이사장은 "심평원이 처음으로 정신병원에 대한 적정성평가를 하다 보니 다소 미흡한 게 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마음사랑병원 뿐만 아니라 서울시립용인병원, 용인정신병원 등 국내에서 알아주는 정신병원 상당수가 4등급 내지 5등급을 받았다.
그러자 대한정신병원협의회는 최근 회의를 열어 적정성평가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신병원협의회 관계자는 "평가지표 중 병상당 입원실 바닥면적이나 1실당 10병상 이내의 병실 비율 등은 법적으로 정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지표를 적정성평가에 활용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입원일수 중앙값을 평가지표로 하고 있는데, 이렇게 하면 입원환자보다 외래환자가 많을수록 등급이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면서 “만성환자와 급성기환자를 구분하지 않아 병상수가 많고 5년 이상 개원한 병원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신병원계가 정신과 적정성평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 것은 의료의 질이 제대로 평가지표에 반영되지 않은 점이다.
정신병원협의회 또다른 관계자는 “어느 병원이나 입원실 면적을 확보하고 있지만 의료의 질 향상 차원에서 보면 프로그램실 면적, 휴식 및 운동공간 등이 더 중요한데 이런 게 지표에서 빠져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선택하는데 혼란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질타했다.
실제 환자단체들은 최근 심평원이 마련한 적정성평가 설명회에서 일부 1등급을 받은 정신병원의 형편없는 시설과 진료환경을 지적하며 심평원의 부적정한 평가를 비난한 바 있다.
그는 “이렇게 적정성평가를 하면 입원환자가 적을수록, 의료의 질이 떨어진 병원일수록 재입원하지 않기 때문에 유리한 평가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심평원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잘못된 평가지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신병원협의회는 의료기관 종별, 운영주체 등에 관계 없이 단일한 평가지표를 적용한 것에 대해서도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심평원은 “정신의료기관의 입원환자들은 장기 입원하기 때문에 충분한 공간과 의료인 정원 확보 등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일부 미흡한 지표는 향후 보완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