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명도 찾아오지 않았는데 굳이 모집이 끝나봐야 결과를 알겠습니까."
수도권 대학병원 흉부외과 과장의 말이다. 2011년도 전공의 모집이 26일 시작되지만 인턴들이 지원을 기피하는 비인기과목 교수들은 벌써부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특히 지난해 수가가 인상되며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졌던 흉부외과, 외과 교수들은 더욱 큰 상실감을 느끼며 답답한 마음을 표출하고 있다.
A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수가인상이 발표된 직후에도 한명도 못받았는데 올해라고 뭐가 달라지겠냐"며 "아직까지 상담을 하러온 인턴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더욱이 일각에서 전공의 월급을 올려준 것을 두고 '교수 전공의'라며 비꼬는 것이 더 가슴 아프다"며 "특히 이번에도 미달이 되면 수가인상에 대한 비판이 쏟아질테니 그것이 더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한숨은 비단 일부 병원에서만 새어나오는 것이 아니다. 특히 이들은 영상의학과 등 일부 과목에 인턴들이 몰려 선별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며 더욱 큰 상실감을 호소하고 있다.
B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우리 병원 인턴들도 영상의학과와 성형외과 등 인기 과목에 들어가려 줄줄이 줄을 서 있더라"며 "우리 과가 이 정도니 흉부외과나 산부인과는 얼마나 허탈하겠냐"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하루 빨리 이러한 수급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심각한 균열이 일고 있어 자칫 국내 의료환경이 붕괴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는 경고다.
B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단순히 일부 수가를 인상한다고 이미 꼬일대로 꼬여버린 전공의 수급난이 해결될 수 있다는 사고는 일차원적인 것"이라며 "물론 수가인상도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인 것은 분명하지만 왜곡된 의료환경을 바로잡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똑같은 파이를 두고 조각 나누기만 반복하다보니 일부 과목은 흥하고 일부 과목은 망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라며 "눈앞에 던져진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또 다른 불균형을 만드는 정책을 반복한다면 나중에는 풀 엄두조차 못내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