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이 환자정보를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민원으로 시작된 경찰 조사가 사실상 유야무야되면서 해당 병원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확실하게 수사를 종결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병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상황을 예의주시 하는 모습이다.
29일 경찰과 병원계에 따르면 서울 방배경찰서 사이버수사지능팀은 최근 서울 지역 10개 대학병원의 환자정보 보호실태에 대한 내사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내사가 끝난 후에도 아직 정식적인 수사절차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번 조사는 실태를 파악하는 선에서 머무를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개인정보보호법 시행과 관련해 대학병원들이 환자정보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 외 사항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정식으로 수사에 들어가게 되면 관련 자료를 압수하고 관계자들을 소환하게 된다"며 "아직까지 소환대상은 없다"고 확인시켜 줬다. 정식 수사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해당 병원들은 다소 안심하는 모습이다. 사실상 정식 수사가 들어간다면 이에 대응할 방법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경찰이 지난 9월 이들 병원을 대상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 대한 실태조사에 들어갔을 때도 병원계는 한바탕 난리를 치뤘다.
당시 조사항목에 포함됐던 내용들이 병원들이 관행적으로 진행하던 업무들 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주민등록번호 대체 여부다. 현재 정통망법에는 홈페이지 가입시 주민등록번호가 아닌 다른 식별번호로도 가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병원들은 주민등록번호를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또한 입원비를 중간정산 할때도 무조건 환자의 동의서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대부분 보호자나 가족들이 원할 경우 이들에게 계산서를 지급해 주는 경우가 많다.
결국 대다수 병원들이 법의 잣대를 갖다 댈 경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이로 인해 당시 병원협회와 해당 병원들은 긴급히 비공개 회의를 가지고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처분만 기다리고 있었다.
S병원 관계자는 "우선 이번 사태가 이렇게 정리되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사실 걸면 걸리는 상황이라 불안한 마음"이라며 "하지만 그나마 앞서 간다고 하는 우리 병원이 이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법의 잣대가 너무 높은 것도 사실이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이번 조사는 사실상 찻잔속 태풍으로 끝났지만 대부분 병원들이 정통망법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 법안이 병원계의 족쇄가 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