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근 교수 자신이 카바수술(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술)에 사용되는 링을 개발하고, 이것을 만드는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링을 이용한 수술의 안전성과 유효성 연구를 한다면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에 해당하는가?
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의 카바수술 안전성, 유효성 논란이 연구윤리 측면에서도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의료윤리학회(회장 고윤석)는 17일 <신의료기술 개발의 의료윤리 쟁점>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경희대 의전원 박재현 교수는 송 교수가 2000년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사이언스시티를 설립하고, 현재 이 회사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회사에서 만든 링을 사용해 카바수술을 하고 있다는 동아일보의 2009년 2월 기사를 환기시켰다.
박 교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연구에서 연구 대상 예정자에게 연구의 목적, 방법, 연구자금의 재원, 가능한 이해관계의 상충 등에 대해 충분히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 교수는 "송 교수는 자신이 보유한 사이언시티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한 마당에 무슨 욕심이 있겠느냐고 발언한 바 있지만 어느 누구도 이해상충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대한심장학회도 송명근 교수의 카바수술이 연구윤리상 이해상충에 해당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심장학회는 <건국대 송명근 교수 CARVAR 수술 관련 논문 및 수술에 대한 1차 조사결과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이해상충 문제를 제기했다.
카바수술은 사이언시티에서 제조한 수술재료인 성형용구(윤상성형용링, 일명 SC Ring)를 환자의 몸 안에 넣는 수술이며, 사이언시티는 송 교수가 설립한 기업이어서 본인의 회사 제품을 사용하는데 따른 이해상충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심장학회는 "이는 이 제품을 이용한 논문에 명확히 기술해야 하지만 이를 어긴 것은 출판 윤리에 어긋난다"고 못 박았다.
특히 심장학회는 "건국대병원 심장내과 유규형 교수 등이 식약청에 보고한 카바수술 부작용 사례 20명 중에는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환자에게 수술을 시행한 예가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본인이 설립한 회사 제품을 이용해 수술의 적응증이 되지 않는 경미한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수술을 했는지에 대한 윤리적 차원의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카바수술이 조건부 비급여 고시된 후 임상연구를 총괄한 보건의료연구원의 배종면(제주의대 교수) 실장도 이해상충에 대해 언급했다.
배종면 실장은 "카바수술 대상자 선정기준이 애매모호하고, 심지어 심장내과에서 수술하면 안된다고 판단한 환자까지 수술한 것은 이해상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카바수술에 대한 임상연구를 시행하려면 연구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송 교수가)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면서 "이 역시 이해상충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허대석(서울의대) 원장은 직접적으로 송명근 교수를 거론하진 않았지만 신의료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할 때 의료윤리적 측면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분명히 했다.
허 원장은 "최근 신의료기술의 쟁점은 기술적 문제보다 윤리적 문제가 대부분"이라면서 "관련 회사 주식 보유자가 연구자가 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또 허 원장은 "프랑스에서는 유사한 신의료기술에 대해 공개적으로 3상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데 왜 그 나라에서는 되고, 우리나라에서는 안되느냐”면서 “이런 논의에 있어 윤리적 관점이 들어가야 할 시점”이라고 촉구했다.
반면 송 교수는 지난 4월 "사이언시티는 본인이 설립한 회사가 아니며, 유럽흉부외과학회지 등에 발표한 논문에 사용된 재료는 모두 환자에게 무료로 공급한 것"이라면서 "뿐만 아니라 국내외에 발표시 이해상충의 문제를 반드시 언급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