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제약업체에서 쌍벌제법 이후 막혀버린 마케팅 영업의 활로를 찾기 위해 내년 연봉에 영업활동비를 넣어주는 방안을 확정하거나 고려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현상은 영업 활동을 하다 리베이트 행위가 적발됐을 때, 그 책임을 회사가 아닌 해당 직원에게 전가해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국적 모 제약사 관계자는 23일 "쌍벌제 이후 그간 해왔던 영업 관행들이 대부분 막혀 버렸다"며 "회사측도 그간 해왔던 마케팅이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 때문에 통제하는 사례가 늘었다. 강연료, 자문료, 식사접대 등이 대표적"이라고 현 상황을 전했다.
이어 "의료인과 식사를 할 경우 1회 10만원 이하로 돈을 쓰고, 영수증만 청구하면 결제가 났는데, 이제는 그것도 쉽지 않다"며 "회사가 불필요한 증거물은 남기기 싫어한다. 이 때문에 내년도 연봉에 식사접대비 등 영업활동비를 반영해 인상을 약속했다"고 귀띔했다.
한마디로 개인 연봉을 올려주는 대신 영업 활동 자금은 스스로 알아서 쓰라는 소리다.
국내 모 제약사도 같은 방법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도 연봉은 마케팅 활동비를 포함, 크게 인상될 것이 유력해 보인다"며 "이럴 경우 리베이트에 걸려도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간 돈이기 때문에 회사측은 큰 피해를 입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법원이 내린 리베이트 과징금 산정 방식도 이런 전략에 큰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그는 "최근 리베이트 과징금 산정 방식에 본사 개입 여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본사 지시가 확인될 경우 그 품목에 대한 리베이트 행위가 전국에 거쳐 이뤄진 것으로 보고 이에 비례해 과징금이 산정됐다. 회사도 이 부분을 크게 신경쓰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 대법원은 최근 동아제약, 한미약품 등의 리베이트 행위가 본사 지시에 의한 것으로 보고, 적발 품목이 전국에서 발생시킨 매출액에 비례해 과징금을 책정하는 것이 옳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 다른 국내 제약사 임원도 "쌍벌제 이후 시범케이스는 되지 말아야 한다는 일말의 불안감에 고전적인 수법이 등장하고 있다"며 "많은 기업들이 이같은 방법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