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기까지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 일각에선 영업사원의 방문이 결정적일 것이라는 추측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객관적인 임상데이터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해 메디칼타임즈는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를 통해 실제로 의사가 처방의약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봤다. 심층인터뷰는 인터뷰 대상자의 요청으로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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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진료에서 경험한 효능이 선택의 기준
<2> 약 처방, 영업사원 방문에 영향 받는다 <3>이유 있는 오리지널 의약품 처방
"밀가루 약을 쓸 수 없지 않나."
"값이 싸다고 제네릭 의약품을 쓸 수 없다. 환자는 일단 병을 잘 고치는 의사를 찾아온다."
이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선택하는 이유에 대한 개원의들의 답변이다. 상당수 개원의는 처방의약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근 메디칼타임즈가 '약 처방 의약품을 결정하는 데 있어 오리지널 의약품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7%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중 '매우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도 15%에 달했다.
특히 설문에 응한 개원의 중 49%가 공통적으로 생동성 결과 보다는 자신의 임상경험에 의존해 약을 선택한다고 했다. 즉, 약효 동등성 입증 없이 생동성 자료만으로는 의사들의 약 처방을 바꿀 수 없다는 얘기다.
"밀가루 약 믿을 수 없어…오리지널 약 선택"
의사가 오리지널 의약품을 선호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약효에 대한 신뢰도. 여기에는 국내에서 실시하는 생동성 시험에 대한 낮은 신뢰도 또한 한몫 했다.
환자가 다시 찾는 병원이 되려면 일단 병을 잘 낫게 해야 하는데 이런 이유로 의사들은 약효가 입증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선호한다고 했다.
개원의들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로 국내에서 실시하는 생동성 시험에 대한 낮은 신뢰도를 꼽았다.
서울 최내과의원 최철명 원장은 "일단 환자가 잘 나아야 하기 때문에 약효가 입증된 의약품을 선택하게 된다"면서 "개인적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이나 퍼스트 제네릭 의약품을 주로 처방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자들은 잘 낫지 않는다 싶으면 바로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의사 입장에선 환자의 증세가 좋아지는 게 중요하다"면서 "섣불리 입증되지 않은 의약품을 쓸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들은 성분명 처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동일한 성분이지만 제약사에 따라 환자가 느끼는 약효가 다른데 성분명 처방으로 전환하면 결국 최대 피해자는 환자라는 게 개원의들의 지적이다.
김이비인후과의원 김수범 원장은 "의사는 환자를 빨리 잘 낫게 하는 게 최우선 이지만 약사는 이와 다르다"면서 "이와 같은 이유로 성분명 처방은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간혹 환자들이 왜 약이 바뀌었느냐며 처방 받은 약을 가져오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인근 약국에서 대체조제 한 경우였다"면서 "의사보다 환자들이 약에 대해 더 민감하다"고 전했다.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에 따른 반감 작용했다"
한편, 오리지널 의약품을 선택한 이유로 최근 리베이트 쌍벌제법 시행 등 정부 정책 변화에영향을 받는 개원의도 일부 있었다.
동작구 김내과의원 김소현 원장은 "쌍벌제법 시행 이후 더욱 오리지널 의약품 처방이 늘었다"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괜히 제네릭 의약품을 처방했다가 리베이트와 결부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처방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