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계열 전공의 기피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대다수 병원들이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해 수련기능이 마비되는 상황에 놓였으며 일부 병원은 필수과목 레지던트가 없어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이에 따라 현재 병원들이 처한 상황을 면밀히 짚어보고 전공의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수련제도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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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무너진 외과계…전공의 없는 병원 속출
<중> 수가인상 무용론…기피 원인 따로 있다 <하> 칼잡이를 향한 꿈…그들이 부르는 희망가
"물론 외롭고 힘들죠. 하지만 수술실에 있을 때 그 어느때보다 행복하니 그걸로 된 것 아닌가요?"
계명대 동산병원 흉부외과 2년차 채민철 전공의의 말이다. 채 전공의는 1년차에 이미 의국의 주인이 됐다. 현재 홀로 수련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흉부외과는 매력적인 과목 "후회한 적 없다"
"인턴 수련중에 흉부외과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어요. 그 재미에 빠져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지원했죠. 단 한번도 그 선택을 후회해 본적은 없어요"
하지만 홀로 수련을 받는 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을 터. 특히나 수련이 힘들기로 소문난 흉부외과에서 혼자 버틴다는 것이 만만치 않아보여 조심스럽게 하소연을 유도했다.
그러나 채 전공의의 대답은 단호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힘들어 하는 사람을 봤냐는 대답이 돌아온 것이다.
그렇다면 흉부외과 전공의로서 더욱이 홀로 수련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고민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다른 것보다 어느 순간마다 외로울 때가 있어요"
다른 과목 전공의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럽다는 것이다.
채 전공의는 "다른 과목 전공의들은 같이 어울리며 화목하게 지내더라"며 "형제 많은 집을 보는 것 같아 부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혼자 있으니 그만큼 교수들이 더욱 세심하게 챙겨준다"며 "장단점이 있는 것 아니겠냐"고 우스갯소리를 전했다.
흉부외과 수가인상 "피부에 와닿는 것 없더라"
전공의 기피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가 흉부외과 수가를 100% 인상한지 1여년이 지난 만큼 흉부외과 전공의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그는 이 질문에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크게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 월급이 오른 것 외에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겠다는 답변이다.
그렇다면 일선 전공의로서 그가 생각하는 기피과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그는 결국 일자리의 문제라고 운을 띄웠다.
채 전공의는 "다른 병원의 흉부외과 전공의들을 만나도 가장 큰 고민은 수련을 마친 후의 진로"라며 "흉부외과의 매력에 빠져 전공과목을 선택한 만큼 가능한 오랫동안 칼잡이로 살고 싶은 것이 모두의 바람"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금의 이 상황은 돈을 많이 받고 적게 받고의 문제도, 명예의 문제도 아닌 것 같다"며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정부만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행복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
그렇다면 그가 느끼는 흉부외과 의사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환자가 가장 힘들때 옆에 있어 줄 수 있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다.
채 전공의는 "컴퓨터 앞에서 차트를 보며 오더를 내리는 과목이 확실히 몸은 편하지 않겠냐"며 "하지만 늘 환자와 함께 하며 그들이 가장 힘들때 옆에 있을 수 있는 것은 흉부외과 의사만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비록 교수님들처럼 환자의 생명을 살리지는 못하지만 수술이 끝난 환자들이 고마워 하는 것만 봐도 보람이 느껴진다"며 "그래서 자주 환자를 들여다보게 되고 그러한 모습에 환자들도 더 고마워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후배 의사들이 이유를 불문하고 소신껏 자신이 하고 싶은 전공과목을 선택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야 행복하고 재밌게 살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비록 상대적으로 몸이 힘들고 지칠 수도 있겠지만 그 이유로 자신이 원하는 길을 포기한다면 그만큼 마음이 힘들어 진다고 봐요. 돈도 좋고 삶의 질도 좋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행복한 삶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