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쌍벌제하에서 불법 여부를 꼼꼼히 따지는 의사들로 인해 마케팅 수립에 애를 먹고 있다.
쌍벌제 이후 강의·자문료 등 일부 조항에 대한 리베이트 기준이 예전과 달리 모호해지면서, 정상적인 마케팅 요청에도 색안경을 끼고 쳐다보는 의사들이 많아져 골치가 아프다는 것.
19일 업계에 따르면, 쌍벌제 이후 제약사 마케팅 요청을 대하는 의사들의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
그동안은 제약사 요청을 별 의심없이 받아들였다면, 지금은 조금이라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 불법이 아니라는 객관적인 자료 첨부를 요청하고, 심지어는 보건복지부에 불법 여부를 확인했다는 증빙 서류를 가져와야 한다.
다국적 모 제약사 마케팅 임원은 17일 "쌍벌제 전에는 관련 교수에게 소규모 학술세미나에 강의자나 청중으로 요청하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며 제약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세세한 규정을 거론하며 불법 여부를 따지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때로는 제약사측에서 이것은 불법이 아니라고 설명을 해도 (합법이라는) 객관적인 자료나 타 제약사의 사례를 들라고 주문한다. 또 복지부 확인을 받았냐고 묻는다"며 "쌍벌제와 공정규약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요청을 해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현재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자사제품 디테일을 위한 식사자리도 마찬가지.
그는 "한 번은 모 교수에게 점심 식사를 요청하자 이번달은 3번 식사를 했다며 다음달로 미루자고했다"며 "한 달에 10만원 이하의 식사가 4번까지는 괜찮다고 했지만, 논란이 될 수도 있다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제약사 지원으로 참석하는 학회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국내 모 제약사 관계자는 "지방 학회에 교수를 초빙하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고 회상한 뒤 "KTX는 일반석으로, 숙박비는 하루당 20만원을 넘지 않았다는 영수증을 첨부하라고 요구하는 등 쌍벌제 이후 의사들의 요구가 여간 까다로워진 것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쌍벌제 이후 불법 경계선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의사가 많아졌다"며 "예전에는 일일이 설명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했지만, 이제는 자신들도 처벌받기 때문인지 주의를 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