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이 암묵적 관행으로 이어져 오던 의사 국가시험 족보에 대해 칼을 뽑아들면서 의대생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혹여 내년 국시 준비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이들은 게시판 등 커뮤니티를 통해 긴밀하게 정보를 주고 받으며 사태를 예의주시 하고 있다.
국내 의대생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 커뮤니티. 이 사이트에는 경찰 수사 소식이 전해진 뒤 하루에도 십여개씩 게시물이 오르며 성토가 한창이다.
K의대 학생은 30일 "수십년동안 가만히 있다가 왜 갑자기 족보를 문제삼고 나서는지 모르겠다"며 "솔직히 의사 국시만 족보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의대생도 "이러다 족보가 없어지면 우리는 어쩌란 말이냐"며 "다들 족보로 공부하고서는 왜 우리만 교과서보고 공부하라는 거냐"고 성토했다.
특히 이들은 국시원이 문제를 유출한 의대생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하자 이에 대한 원망을 쏟아내고 있다. 어떻게 후배를 범죄자로 만드냐는 것이다.
S의대 4학년생은 "잘못하면 나도 잡혀갈지 모르겠다"며 "이번 소청과 전문의 문제도 그렇지만 족보로 공부한 선배들이 자신들이 만든 길을 쫓는 후배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족보 중심의 시험 준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의대 학생은 "이렇게 우리가 족보에 연연하니 외부에서는 마치 족보가 쪽집게 과외나 되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솔직히 족보를 보고 낭패를 본 일도 많지 않느냐"고 전했다.
그는 이어 "족보로 시작하건 족보로 끝을 맺건 결국 교과서를 한바퀴 도는 것은 마찬가지 아니냐"며 "지나보니 족보는 마음의 안식을 위한 부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더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국시원 김건상 원장은 "우리나라 최고의 두뇌로 불리는 의대생들이 잘못된 관행을 이어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굳이 족보에 의지하지 않아도 열심히 공부하면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는 문화를 만들어 주는 것이 국시원의 역할"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