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위제약사인 한미약품과 종근당의 작년 실적이 극명히 엇갈렸다.
한미는 창립 37년만에 첫 적자라는 아픔을, 종근당은 매출 첫 4000억원을 돌파라는 기쁨을 맛봤다.
한미의 작년 실적은 그야말로 '악몽' 그 자체였다.
전년도에 비해 매출액은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모두 창립 후 최초의 일이다.
실제 이 회사의 작년 영업손실(분할 전후 실적 합산)은 130억원으로 전년(484억원) 대비 적자전환됐다. 매출액 역시 5946억원으로 전년(6161억원)과 견줘 3.5% 줄었다.
지주전환된 하반기 실적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 심각했다.
매출액은 2943억원(상반기 3218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180억원, 127억원에 달했다. 상반기는 각각 45억원과 76억원이었다.
한미의 이같은 부진은 쌍벌제 여파로 인한 의원급 시장 위축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개원의들은 한미를 쌍벌제 도입의 주적으로 꼽고 약 처방을 줄였는데, 이는 고스란히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유명 의사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누가 전월에 비해 한미약을 많이 줄였냐를 놓고 경쟁이 붙을 정도였다.
실적이 나쁘니 그에 수반된 악재도 상당했다. 수장은 교체됐고, 다국적사로부터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에 판권회수를 당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미는 의원급 영업시장에서 휩쓸고 가면 남는 게 없다며 한때 '메뚜기떼'로 비유될 정도로 영업력이 엄청났다"며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상황이 이렇게 급변하니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표현했다.
물론 실적 부진의 원인에는 과거의 영업 관행을 버린 한미의 선택도 일부분 작용했다는 평가도 있다.
리베이트성 판촉활동 보다는 정도영업을 내세우고, 의사출신 임원 고용 등 신약 개발을 위한 R&D 투자에 열을 올리면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이 언제부터 성과를 거둘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많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한미는 지난해 4분기 외형 축소와 일회성 비용 등으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며 "비용 통제는 어느 정도 가능하나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반해 종근당은 제약업종에 불어닥친 한파를 비웃기라도 하듯 고성장을 이뤄냈다.
작년 매출액(4196억원)은 전년(3545억원) 대비 18.4% 증가하며 사상 첫 4000억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588억원)과 순이익(442억원) 역시 직전사업연도와 비교해 각각 54.7%, 75.5% 급증했다.
이같은 실적의 바탕에는 기존 제품과 신제품의 조화가 원동력이 됐다.
특히 복제약 3인방 코자 제네릭 '살로탄'(303억원), 리피토 제네릭 '리피로우'(227억원), 가나톤 제네릭 '이토벨'(89억원) 등은 작년 620억원 가량을 합작할 정도로 큰 활약을 했다.
회사측은 ▲시장지배력 강화로 기존제품 고성장세 유지 ▲환율 안정화에 따른 매출원가율 축소 ▲효율적인 비용 관리를 통해 영업이익 확대 등을 성장의 원인으로 꼽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종근당이 어떤 방식으로 영업하는지는 베일에 쌓여져 있지만, 전체적으로 불황인 시기에 놀라운 성적을 거둔 것 만은 확실하다"며 "어쨌거나 대단한 영업력"이라며 혀를 내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