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법 두고 안일한 의료계에 일침 날린 의대교수

발행날짜: 2018-05-29 11:18:13
  • 염호기 교수 "눈부신 의학발전 이면, 환자안전 체계는 허약" 지적

"핵폭탄을 만들지만 폭탄 투척 후 문제는 고려하지 않은 것과 같다."

염호기 교수
인제의대 염호기 교수(내과학·대한의학회 정책이사)는 대한의학회가 최근 발간한 e-newsletter 5월호에서 '사과법 제정을 촉구하며'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환자안전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의학은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의료오류를 다루는 체계는 발전하지 않았다"라면서 "의료오류에 대한 비용도 계산하지 않아 이에 대한 대비는 수익성 악화를 초래해 준비를 할 수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기형적으로 발달한 신의료기술을 쫓아가느라 안전과 오류에 대한 체계가 부족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염 교수는 의사를 두가지 부류로 구분했다. 소송당한 경험이 있는 의사과 그렇지 않은 의사. 그만큼 의사로서 소소한 의료분쟁과 소송을 당하지 않은 의사는 드물다는 얘기다.

문제는 의료가 '갑'이었던 시대에 살았던 선배들의 무심한 경험과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적당히 얼버무리거나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의료행위가 늘어날수록 분쟁과 소송이 늘어날 수 밖에 없음에도 의료계는 여전히 애써 외면하고 쉬쉬하며 대충 해결한다는 게 그의 지적. 또 젊은 의사들에게도 어떤 교육도 준비도 없이 악습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씁쓸함을 전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에피소드를 제시하며 환자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염 교수는 "아버지를 잃고 소송을 준비하다가 보낸 용서의 편지는 지금도 가슴에 품고 산다"면서 "그가 소송을 하지 못한 것은 내가 그들에게 보여준 진정성 때문일 것"이라고 봤다.

그는 당시 의료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아버지를 잃은 보호자와 함께 슬픔을 나눴다고 전했다. 보호자는 의사가 보여준 진정성 때문에 소송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환자안전 사건에 대한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법적,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사과문화를 만드려고 한다"며 다행스러움을 전하면서도 "소통을 강제하기 위해 법률적인 조치를 하기 이전에 교육과 문화를 바꾸기 위해 의과대학과 학회, 의협은 무엇을 했느냐"고 뼈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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