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태 이뮨온시아 대표
종양학 석학에서 바이오벤처 대표로…신약 개발 의사 역할 자처
"정년 앞두고 우연한 기회로 지원…면역항암제 후보물질 찾겠다"
종양학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히던 김흥태 국립암센터 교수에게서 최근 뜻밖에 소식이 전해졌다.
환자를 돌보는 임상 의사로서의 삶을 이만 접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임상의사로서 그간 보여준 활동이 워낙 많았기에 해당 사실만으로도 의료계 내에서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덩달아 제약‧바이오 업계도 술렁였다. 33년 종양내과 전문의로서 쌓아온 많은 임상‧연구 경력을 기반으로 의료계를 떠나 바이오벤처 대표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교수라고 적힌 익숙한 명함 대신 그가 내민 새 직함은 '이뮨온시아' 대표이사. 회사에 출근한 지 한 달도 안 된 새내기 대표지만 노트에 계획을 하나씩 적어가며 국내 최초 면역항암제 개발이라는 꿈을 조금씩 키워나가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김흥태 이뮨온시아 신임 대표이사(사진‧65)를 만나 바이오벤처로 이직하게 된 과정과 배경, 향후 면역항암제를 포함한 신약개발 계획을 들어봤다.
"우연히 찾아온 바이오벤처 대표 지원"
김흥태 대표가 자리한 이뮨온시아는 유한양행과 소렌토 테라퓨틱스가 합작해 2016년 설립한 바이오벤처로, 면역항암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어찌 보면 유한양행의 자회사 격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김흥태 대표가 이뮤온시아로 부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글로벌 제약업계 중심으로는 설왕설래도 오고 갔던 것이 사실이다.
허가 반년 만에 최근 급여권에 진입한 유한양행의 국산 폐암신약인 렉라자(레이저티닙)의 임상 과정에서 김흥태 대표가 국립암센터 교수 시절 큰 힘을 실어준 것이 인연이 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이 같은 제약업계의 일부 반응을 모를 리 없는 김흥태 대표이지만, 사실이 아니기에 크게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
김 대표는 "지난 4월 이뮨온시아 대표가 공석이었던 상황에서 우연한 기회에 이를 알게 됐다. 병원에서 진료만 하다가 마무리하기에는 아쉬웠던 상황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여기고 직접 지원했다"며 "이직을 하는 과정을 두고서 연관성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연한 기회로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과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활약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2005년 효과 논란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취소와 허가철회 홍역을 겪었던 폐암 치료제 이레사(게피티닙)와 둘러싼 인연이다.
김 대표는 "2005년 암질심 1기 때부터 6년 동안 위원 활동을 했다. 당시 문제가 됐던 약물이 이레사"라며 "미국과 유럽에서 효과 논란이 있어 국내에서도 급여 삭제 의견이 존재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선암, 여성, 비흡연자에는 분명한 효과를 보였기에 조건에 붙여 급여를 유지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어 김 대표는 "결국 추후에 이레사가 재판매됐는데 국내에서는 충분한 근거가 없었지만 임상적 유용성을 바탕으로 급여를 지속해줬던 히스토리도 있다"며 "특정 제약사가 관여될 수 있는 약물이지만 과거부터 현재도 환자 입장에서 모든 걸 결정해왔다"고 강조했다.
"임상 중요한 신약개발, 의사 역할 커졌다"
그렇다면 김 대표가 3~4년은 보장됐던 임상현장에서의 의사 생활을 그만두고 바이오벤처로 옮기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비록 김 대표가 정년을 앞두고 있었지만 인근 대학병원에서의 이직 제의도 적지 않았다.
국가 암정복추진기획단장 4년 등 다년간의 항암 신약 임상시험 경험을 토대로 봤을 때 신약 개발 초기 단계부터 임상 전문가의 의견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대표도 항암 신약 임상시험 초기 디자인 실패로 인한 개발의 어려움을 여러 차례 경험해왔다고.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나라의 8번째 신약이자 항암제로서는 3번째 신약인 종근당의 캄토벨(벨로테칸)이다. 김 대표는 교수 시절 캄토벨 임상시험의 총괄책임자(PI, Principal Investigator)를 맡아 2010년 2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약 8년에 걸쳐 캄토벨과 토포테칸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 평가 하는 후기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한 바 있다.
김 대표는 "PI를 맡아 임상을 진행하고 데이터 정리, 발표하는데 10년이 걸렸다"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용법‧용량 등 임상시험 디자인에 큰 아쉬움이 남는 약물이었다. 좋은 약물이었지만 임상시험 설계의 문제로 경쟁 약물에 비해 환자 등재가 어려웠고 결국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토포테칸과 캄토벨의 용법‧용량을 1주일에 5번 투여로 설정했지만 이는 임상현장과 괴리가 존재했다. 암 환자들이 매일 병원을 방문해 항암제를 투여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3년으로 계획했던 임상기간이 7년 넘게 소요됐다.
따라서 신약개발 단계서부터 임상 현장의 유용성을 제대로 파악한 뒤 임상시험을 설계해야 하는데 과거 의사들이 해당 업무에 관여하는 비율이 극히 낮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만큼 제약‧바이오 업계에 진출한 의사들의 수도 적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는 "좋은 약이면서도 진료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약을 개발해야 한다"며 "초기 임상디자인 설계에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의사가 제약사에 존재하거나 임상시험 계획서 제출 과정에서 이를 의사들이 직접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대표는 "앞서 캄토벨의 사례에도 처음부터 임상 의사가 직접 초기 임상 디자인을 맡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며 "현재도 임상 디자인을 처음 잘못 설계해 시장에 진입 못하는 약물들이 존재하는데, 직접 바이오벤처에 뛰어들어 이를 개선하고 싶었다"고 이직 배경을 설명했다.
"임상 미충족 분야 임상연구 집중할 것"
김 대표는 이뮨온시아 출근 후 아직까지는 업무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그러면서도 기존 바이오벤처들이 해왔던 전략을 활용하면서도 임상 전문가답게 의료 현장에서 필요성이 높은 후보 물질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국내 바이오벤처는 후보물질의 전 임상 단계에서 기술수출을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며 "이후 임상과정에서 소요되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이 같은 전략을 따라야 한다. 앞으로 3~5년 동안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선도 물질을 발굴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임상적으로 필요성이 큰 분야야 한다는 점"이라며 "치료방법이 없다거나 부작용이 심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선도물질을 찾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앞으로 더 많은 임상전문가가 제약‧바이오 업계는 물론이거니와 산업계 다양한 방면에 진출할 것을 조언했다. 임상현장에서 경험을 녹여낼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기회는 사전에 약속하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임상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녹여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때 잡아야 한다. 이는 종양내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진료과목에서 활동하는 의사들 모두에게 해당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자를 돌보는 임상 의사로서의 삶을 이만 접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임상의사로서 그간 보여준 활동이 워낙 많았기에 해당 사실만으로도 의료계 내에서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덩달아 제약‧바이오 업계도 술렁였다. 33년 종양내과 전문의로서 쌓아온 많은 임상‧연구 경력을 기반으로 의료계를 떠나 바이오벤처 대표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교수라고 적힌 익숙한 명함 대신 그가 내민 새 직함은 '이뮨온시아' 대표이사. 회사에 출근한 지 한 달도 안 된 새내기 대표지만 노트에 계획을 하나씩 적어가며 국내 최초 면역항암제 개발이라는 꿈을 조금씩 키워나가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김흥태 이뮨온시아 신임 대표이사(사진‧65)를 만나 바이오벤처로 이직하게 된 과정과 배경, 향후 면역항암제를 포함한 신약개발 계획을 들어봤다.
"우연히 찾아온 바이오벤처 대표 지원"
김흥태 대표가 자리한 이뮨온시아는 유한양행과 소렌토 테라퓨틱스가 합작해 2016년 설립한 바이오벤처로, 면역항암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어찌 보면 유한양행의 자회사 격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김흥태 대표가 이뮤온시아로 부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글로벌 제약업계 중심으로는 설왕설래도 오고 갔던 것이 사실이다.
허가 반년 만에 최근 급여권에 진입한 유한양행의 국산 폐암신약인 렉라자(레이저티닙)의 임상 과정에서 김흥태 대표가 국립암센터 교수 시절 큰 힘을 실어준 것이 인연이 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이 같은 제약업계의 일부 반응을 모를 리 없는 김흥태 대표이지만, 사실이 아니기에 크게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
김 대표는 "지난 4월 이뮨온시아 대표가 공석이었던 상황에서 우연한 기회에 이를 알게 됐다. 병원에서 진료만 하다가 마무리하기에는 아쉬웠던 상황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여기고 직접 지원했다"며 "이직을 하는 과정을 두고서 연관성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연한 기회로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과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활약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2005년 효과 논란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취소와 허가철회 홍역을 겪었던 폐암 치료제 이레사(게피티닙)와 둘러싼 인연이다.
김 대표는 "2005년 암질심 1기 때부터 6년 동안 위원 활동을 했다. 당시 문제가 됐던 약물이 이레사"라며 "미국과 유럽에서 효과 논란이 있어 국내에서도 급여 삭제 의견이 존재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선암, 여성, 비흡연자에는 분명한 효과를 보였기에 조건에 붙여 급여를 유지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어 김 대표는 "결국 추후에 이레사가 재판매됐는데 국내에서는 충분한 근거가 없었지만 임상적 유용성을 바탕으로 급여를 지속해줬던 히스토리도 있다"며 "특정 제약사가 관여될 수 있는 약물이지만 과거부터 현재도 환자 입장에서 모든 걸 결정해왔다"고 강조했다.
"임상 중요한 신약개발, 의사 역할 커졌다"
그렇다면 김 대표가 3~4년은 보장됐던 임상현장에서의 의사 생활을 그만두고 바이오벤처로 옮기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비록 김 대표가 정년을 앞두고 있었지만 인근 대학병원에서의 이직 제의도 적지 않았다.
국가 암정복추진기획단장 4년 등 다년간의 항암 신약 임상시험 경험을 토대로 봤을 때 신약 개발 초기 단계부터 임상 전문가의 의견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대표도 항암 신약 임상시험 초기 디자인 실패로 인한 개발의 어려움을 여러 차례 경험해왔다고.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나라의 8번째 신약이자 항암제로서는 3번째 신약인 종근당의 캄토벨(벨로테칸)이다. 김 대표는 교수 시절 캄토벨 임상시험의 총괄책임자(PI, Principal Investigator)를 맡아 2010년 2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약 8년에 걸쳐 캄토벨과 토포테칸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 평가 하는 후기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한 바 있다.
김 대표는 "PI를 맡아 임상을 진행하고 데이터 정리, 발표하는데 10년이 걸렸다"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용법‧용량 등 임상시험 디자인에 큰 아쉬움이 남는 약물이었다. 좋은 약물이었지만 임상시험 설계의 문제로 경쟁 약물에 비해 환자 등재가 어려웠고 결국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토포테칸과 캄토벨의 용법‧용량을 1주일에 5번 투여로 설정했지만 이는 임상현장과 괴리가 존재했다. 암 환자들이 매일 병원을 방문해 항암제를 투여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3년으로 계획했던 임상기간이 7년 넘게 소요됐다.
따라서 신약개발 단계서부터 임상 현장의 유용성을 제대로 파악한 뒤 임상시험을 설계해야 하는데 과거 의사들이 해당 업무에 관여하는 비율이 극히 낮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만큼 제약‧바이오 업계에 진출한 의사들의 수도 적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는 "좋은 약이면서도 진료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약을 개발해야 한다"며 "초기 임상디자인 설계에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의사가 제약사에 존재하거나 임상시험 계획서 제출 과정에서 이를 의사들이 직접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대표는 "앞서 캄토벨의 사례에도 처음부터 임상 의사가 직접 초기 임상 디자인을 맡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며 "현재도 임상 디자인을 처음 잘못 설계해 시장에 진입 못하는 약물들이 존재하는데, 직접 바이오벤처에 뛰어들어 이를 개선하고 싶었다"고 이직 배경을 설명했다.
"임상 미충족 분야 임상연구 집중할 것"
김 대표는 이뮨온시아 출근 후 아직까지는 업무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그러면서도 기존 바이오벤처들이 해왔던 전략을 활용하면서도 임상 전문가답게 의료 현장에서 필요성이 높은 후보 물질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국내 바이오벤처는 후보물질의 전 임상 단계에서 기술수출을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며 "이후 임상과정에서 소요되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이 같은 전략을 따라야 한다. 앞으로 3~5년 동안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선도 물질을 발굴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임상적으로 필요성이 큰 분야야 한다는 점"이라며 "치료방법이 없다거나 부작용이 심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선도물질을 찾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앞으로 더 많은 임상전문가가 제약‧바이오 업계는 물론이거니와 산업계 다양한 방면에 진출할 것을 조언했다. 임상현장에서 경험을 녹여낼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기회는 사전에 약속하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임상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녹여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때 잡아야 한다. 이는 종양내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진료과목에서 활동하는 의사들 모두에게 해당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