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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정 회장님께 드리는 편지

메디게이트뉴스
발행날짜: 2004-04-29 11:05:16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 신세계클리닉 원장)

<고정칼럼 집필자 소개>
인터넷에서 필명'시골의사'로 통하는 박경철 외과전문의는 국내 최고의 사이버애널리스트로 MBN 주식토크쇼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식시장에 대한 남다른 철학과 날카로운 분석력을 인정받고 있다.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재정 회장님께............

몇분의 의견처럼 대선배이신 회장님께. 의협공식 게시판이 아닌 이런 곳에서 편지를 드리는 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의협의 수장으로서 대단히 상세하게 잘 알고 계시겠지만...지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직능단체 분과에서 보건복지분과의 구성은 약 50명 이었습니다.

그중 그일을 프로모션하고 위원을 선정하신분이 건치출신의 치과의사 선생님인데, 하여간 총선 약 이주전에 각 보건의료 분야의 분과위원들이 위촉 선정되면서 이분야 비례대표문제까지 급박하게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분과위원으로 선임된 분들도 그분들이 각자 어떤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정말 열우당답게 그조직의 대표성과는 전혀없는 분들을 모아다 놓았는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잘 아시겠지만 현재 여당당선권에 약사 두분은 있어도 의사출신 비례대표는 없다는 사실은 향후 우리의 입지와 관련해서 상징성이 아주 큰..대단히 심각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

혹시 자충수라는 말의 뜻을 아시는지요?

어쨌거나 제가 알기로는 이중에는 의사들도 당연히 몇 분 포함되어 있었는데 , 선정과정에서 아주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고 합니다. 즉 분과위원 선정에는 열린우리당 입당원서와 (그 정당의 직능단체 분과위원이라면 그정당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그분들의 신분 역시 당연히 당원 신분이어야 할 것입니다), 형식적인 이력서를 제출하게 되어있는데. 그기에 참여하신 몇 분의 의사들 전원이 입당원서 제출에 난색을 표시 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도 아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반문하고 싶습니다. 과연 여당의 의료정책 강령을 정하는 위원회에 몇명의 의사가 몰래 들킬새라 참여했다면, 그들은 충신입니까? 역적입니까?(회원 각자의 생각이야 각각 다 다르시겠지만, 저는 일단 회장님 생각을 알고 싶습니다.)

아울러 저는 모든 분들이 전부 이분들을 역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설령 회원 전부가 이분들에게 역적이라고 돌을 던져도, 조직의 수장으로서 조직을 경영해야하는 막중한 위치에 계시는 회장님은 다를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현실은 그랬습니다 (다들 역적이 될까봐 걱정이 크셨던 모양입니다). 어쨌거나 그런 환경에서나마 기가 차고 억장이 무너지는 몇가지 강경한 정책들이 공약으로 채택되지 않고 ( 이번에는 각당이 예전과 달리 내세운 공약은 반드시 실천한다고 합니다) 폐기된 것은, 그나마 그분들의 노력이 일정부분은 작용한 결과가 아닌가 감히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왜 전략적으로 사고하지 못합니까?

트로이의 목마처럼 상대의 영역에 들어가서, 내부에서 안면을 트고,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고는 그래도 막가지는 못하는 법입니다), 천천히 자분자분 설득하면서 관철 해 낼 수 있는 부분들이, 굳이 병원문들 닫아걸고, 한강 둔치에모여 대여투쟁을 벌여서 얻어내는 것보다 소득이 적을 거라고 믿으십니까?

아니면 정말 우리가 죽기로 투쟁하면 선택분업이 쟁취되고 의약분업이 되물려질 거라고 믿으십니까?

오늘도 선택분업 쟁취 서명운동을 하겠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만, 사실 회장님께서 의료인이 아닌 시민이라면 보건의료노조가 벌이는 공공의료 확대에 서명하시겠습니까? 선택분업 쟁취에 서명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좀더 직설적으로 물으면 우리가 진료실에서 의사일인당 백개씩 서명을 받아내는데 성공해서 천만명의 서명을 완료했다고 가정한다면, 그 서명지를 청와대에 택배로 보내실 요량입니까?

아니면 보건복지위원회에 송달을 하시겠습니까? 정말 그 서명작업을 단 한사람이라도 "아이쿠 큰일났다, 이렇게 많은 국민이 선택분업을 반대하는구나" 라고 민의로 봐 줄 것이라고 믿으시기 때문에 그리하시는 것 입니까?

입장이 난감하면 차라리 그냥 계시는것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뭐라도 해야 입지가 강화 된다고 생각하시고 아무거나 하면 그것이 오히려 화가 됩니다. 이글의 시작부에 옮겨둔 일정표대로, 비록 회원들의 회비가 물새듯이 빠져나가더라도 그럴듯한 행사들과 폼나는 의전이 매일매일 기다리지 않습니까?

정 지루하시면 . 약간 자존심 상하시더라도 김용익 교수와 통음하면서 "이제 됐다 아이가" 하고 설득이라도 해 보실 요량은 없으십니까? 사람은 옆에서 죽어라 욕만하면 이미 버린 몸이라고,,, 뭐라하면 할수록 하던 **을 더 악착같이하는 법입니다. (그런데는 호텔이 아니라 매일 룸싸롱을 전세내도 아무도 뭐라고 안합니다)

아니면 김홍신의원 같은 사람들을 붙들고 (그나마 복지부장관 되기전에) 의대강의실, 실습실, 도서관, 의국을, 혹은 피고름묻은 수술실 탈의실에 곤해 쓰러져있는 젊은 의사들을 소개하고, 오픈하트. 휘플,토탈 힙을 하는 수술장에서 이수술이 정말 룸싸롱 양주값도 안되는 돈으로 받을 수있는 수술인지를 보여줄 용의는 없습니까?

(응하지 않을거라구요? 아닙니다, 이런 제안에 거부의사를 밝히는 분은 한 분도 없었습니다..우리는 솔직히 그동안 배가 좀 덜 고파서 우리를 알리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었고, 그래서 그런 노력을 하지 않은 값을 지금 치르고 있는 것 입니다)

저는 외람되지만 지금 우리에게 남겨진 수단은 이제 한가지 뿐 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오년 십년이 걸리더라도, 대중에게 인정받는 것 입니다, 쉽지 않겠지만 그래야 합니다 (때문에 지난번 조류독감에 시도의사회에서 삼계탕을 먹은것들은 아주 사소하지만, 대단히 잘한 일입니다. 솔직히 지난 여의도 집회에 들어갔던 어마어마한 경비를 그런데 쓰지말고, 북한어린이 예방백신 보내기 운동이라도 벌였더라면 더 좋았겠지요.혹은 위에 예정된 행사들을 의협회실이나 동아홀에서 진행하시고 그돈으로 결식아동 돕기를 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주식투자하다가 보면 주식투자로 망한사람들은 꼭 주식투자로 대박을 내려고 합니다, 소위 본전심리를 버리지 못하는 셈입니다, 우리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각자가 자기자리에서 쉽고 작은 초보적인 것부터 시작하고 (각자 시간내서 왜 싱가폴 총리가 야밤에 자기 마누라 살리려고 영국에서 대서양을 넘었는지 설명하면 됩니다), 혹시 여력이 있거나 그쪽에 연고가 있으신 분들은 적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 들어가서 그들의 내부에서 설득하고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최소한 지금처럼 천지가 뒤집히는 질풍노도의 시대에 (지금 세상이 뒤집히고 있는것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야 말로 큰일입니다) 과거의 관행으로, 아직도 "의권 쟁취" 라는 판에박은 구호가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살아남지 못합니다.

적이 우리를 적으로 인정해주면 정말 투쟁을 하던 싸움을 하던 ,죽기살기로 뭘 어떻게 해보지만, 이젠 적이 우리를 무시하고, 아예 적으로 상대해주지도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가 있습니까?. 이제 정말 바뀌지 않으면 큰일 납니다. ( 잘 아시잖습니까? ) 정말 90년대 학번들을 쳐다보면 두렵고 불쌍합니다.

지금 이시점에서 회장님께서 존경받는 선택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후배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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