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가 사실상 원점에서 재논의된다.
정부가 약사들의 거센 반발을 의식, 의약계 최대 난제중 하나인 '의약품 재분류'라는 카드를 꺼내 사실상 일반약 약국 외 판매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장관 진수희)는 3일 국민의 의약품 구입 불편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6월 중순에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를 개최해 현행 의약품 분류에 대해 본격적으로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의약품 분류 체계와 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의약외품 간 재분류에 대해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그 결과에 따라 관련 고시를 개정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는 "중앙약심을 통해 재분류뿐 아니라, 약국 외 판매 의약품 도입 가능성과 필요성, 그에 따른 대상 의약품 품목, 판매장소 및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심야나 공휴일에 겪을 수 있는 국민의 의약품 구입 불편 문제를 해소할 방안을 검토해왔다.
특히 약사법 개정 없이 추진할 수 있는 특수장소 지정 확대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했으나 약사회가 수용하지 않아 이를 포기했다.
결국 선택한 카드가 의약품 재분류.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 뿐 아니라 사실상 의약품 분류체계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의약품 재분류가 의약분업 이후 10여년에 걸쳐 해결하지 못한 난제임을 감안하면 이 방안이 국민의 의약품 구입 불편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인지는 의문이다.
복지부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약사회가 평일 24시까지 운영하는 당번약국 4000여개를 활성화하는 자율방안을 발표했는데, 이 카드 역시 복지부가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를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를 위한 시민연대는 "복지부 안은 국민의 염원을 무시한채 약사회가 약사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제시한 입장만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복지부가 내놓은 의약품 재분류는 새로운 의약 갈등의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약 일반약 전환, 일반약 전문약 전환을 두고 의약은 첨예한 갈등을 벌여왔는데, 이번 논의를 통해 다시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의협 조인성 대외협력이사는 "의약품 재분류 발상 자체가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의약품 재분류는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한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와 전혀 다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문제를 다룰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오는 15일 열릴 예정이다. 중앙약심 위원은 의료계, 약계 각각 4명 공익 4명으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