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복지부가 보험약가 일괄 인하 정책을 발표하자 의학회의 고민이 가중되고 있다.
공정경쟁규약과 리베이트 쌍벌제 등의 여파로 살림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 제약사 후원이 더 줄어들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
A학회 이사장은 14일 "사실 예년과 비교해 예산을 크게 줄여놓은 상태지만 이마저도 위태위태하다"며 "매일 같이 총무이사와 통화를 하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있겠냐"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벌써부터 제약사들이 이렇게 발을 빼기 시작하는데 내년에 어떻게 될지는 상상도 하기 싫다"며 "학회 임원들끼리 만나면 처음부터 끝까지 이 얘기 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다수 학회들은 혹여 제약사들의 후원이 급격히 줄어들까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학술상이나 연구비 지원이 중단되는 것. 이같은 고정 후원금이 줄거나 없어질 경우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는 것이다.
B학회 총무이사는 "전시 부스 비용이야 줄어든 대로 운영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학술상이나 연구비는 학회의 권위와 역사"라며 "십수년째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나름의 전통인데 하루 아침에 없어진다면 무슨 망신이냐"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고 학자들의 모임인 학회가 무작정 제약사 편을 들고 정부를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이래 저래 답답한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학회들은 각자 생존법을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우선 제약사 외의 다른 후원업체를 찾는데 집중하는 학회가 많다.
C학회 이사장은 "올해 피부과학회를 보니 제약사보다 화장품 업체의 후원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며 "이러한 모델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좀 더 시각을 넓혀 찾아보면 제약사 외에도 학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이 많다"며 "사실 이러한 업체들은 공정경쟁규약 등과도 무관하니 일석이조"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