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별수가제도를 시행하면서 수가를 매년 5~10% 올리는 건 불가능하다. 진료비 지불제도를 개편하면서 수가를 합리화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박인석 의료정책과장은 24일 대한투석전문의협회(이사장 이성주) 추계 심포지엄에서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 전망'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인석 과장은 "행위별수가제도는 5년 이상 이대로 가기 힘들다"고 못 박았다.
행위별수가제도는 의사의 의료행위 하나 하나에 대해 가격을 정해 보상하는 것으로, 의료총량을 통제하는 게 불가능하며, 의료비 급증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박 과장은 "행위별수가로는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면서 "저수가는 의료 제공량 증가, 의료기관 과잉이용, 의료자원 과잉투자를 유발한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박 과장은 "저수가로 인해 비급여가 급증하면서 보장성 확대가 무색하다"면서 "보장성을 강화해도 비급여가 더 빠르게 증가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행위별수가제에서 보험자는 공급량을 억제하기 위해 급여와 심사기준을 강화하게 되고, 이로 인해 의료계와 심평원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는 게 박 과장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을 지속 가능한 진료비 지불제도의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박 과장은 "총액계약제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아 정부 차원에서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대신 포괄수가제(DRG) 확대 정착을 중점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포괄수가제는 진료량, 입원일수에 관계 없이 입원건당 또는 입원일당 일정액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박인석 과장은 "포괄수가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적정한 수가를 보상해 안정적인 제도 정착을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7개 질병군(백내장, 편도, 맹장, 탈장, 항문, 자궁수술 및 제왕절개 분만)에 시행중인 포괄수가제 대상 기관을 점차 확대해 최종적으로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공단 일산병원에서 시행중인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박인석 과장은 "행위별수가에서 수가를 매년 5~10% 올리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진료비 지불제도를 개편하면서 적정한 수가 수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날 협회 김성남 총무이사는 혈액투석 수가를 합리화하고, 인공신장실이 기형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혈액투석 기계를 과잉 설치하고, 기준 미달의 인공신장실이 난립하면서 과다 경쟁, 불법행위, 적정진료 붕괴를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한신장학회가 200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혈액투석기 대비 환자수는 1980년대 4.0명에서 2008년 2.7명으로 급속히 줄어 경영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성남 총무이사는 "대부분의 선진국은 인공신장실의 인력, 설비 기준을 명문화하고 있어 우리도 질적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저평가된 의료비용을 현실화하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