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폐지는 단순히 수련제도 개편이 아니다. 의학 교육부터 전문의 제도, 병원 경영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어느 하나라도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대재앙이 될 수 있다."
인턴제도 폐지에 따른 교육과정 개편 방안을 토의하기 위해 모여든 전국 의대 학장들은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데 의견을 모으는데 집중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그 위험성에 대해 우려했다.
의사 양성 과정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변화인 만큼 의료계와 의학계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큰 그림이 나와주지 않으면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경고다.
A의대 학장은 "인턴제 폐지는 단순히 의대에서 대응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스케일이 아니다"면서 "복지부와 대한의학회, 대한병원협회, 의대-의전원장 협의회를 비롯해 각 학회와 수련병원, 전공의, 의대생들까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그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과연 이러한 그림이 가능한지, 또한 이들 모두를 묶을 수 있는 TF가 가능한지에 대한 것"이라며 "모두가 대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각자의 영역에 국한돼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다수 학장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인턴 제도의 개편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이에 수반되는 제도 변화가 따라올 수 있냐는 의구심이다.
B의대 학장은 "인턴제가 폐지되면 의대 실습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라며 "하지만 과연 어떻게 실습교육을 강화하는가에 대해서는 풀어야할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워크숍을 통해 의대-의전원장 협의회는 학생 실습 강화를 위해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주관하는 진료자격증을 주고, 별도의 보험을 만들어 이에 대한 리스크를 보완한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또한 지속적으로 협의회를 통해 의대별 준비상황과 의견을 교환하고 대안을 다듬어 가기로 했다.
하지만 의대, 의전원 차원에서의 이같은 대안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학장들의 의견이다.
C의대 학장은 "실습교육 내실화를 위해서는 결국 평가방법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지금의 평가시스템으로는 내실화를 꾀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임상실습을 시키다 보면 대다수 의대생들이 의사 국가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인턴 폐지시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의사 국가고시부터 전공의 선발 방식, 전문의 시험까지 이어지는 전문의 양성 과정에 대한 전체적인 개편 없이는 인턴 폐지의 문제점이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D의대 학장은 "의대 교육과정에서 실습이 강화되면 결국 기초의학이 축소될 수 있다"면서 "또한 실기시험 만으로 인턴 과정에 준하는 실습을 받았는지 평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서브인턴과 PA 양성 등 대안으로 제시된 많은 제도도 양면성이 있어 논란이 많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고득영 의료자원과장도 "인턴 제도 개편을 위해서는 수많은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면서 "단순한 찬성, 지지를 넘어 최종 목표를 위한 적극적인 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