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학회들이 앞다퉈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새어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장기적으로 국제화 흐름을 따라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전공의, 개원의 교육과 학술 토의가 부실해 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거센 국제화 바람…상당수 국제학회 전환
14일 학계에 따르면 2012년 추계학술대회를 국제학회로 전환하는 의학회가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최근 비뇨기과학회가 아시아-태평양 소아 비뇨기과학술대회를 열었고 국제 요실금학회도 개최됐다.
또한 산부인과학회도 서울 인터내셔널 심포지엄이라는 명칭 아래 국제화를 시도했고 면역학회, 소아외과학회도 국제학회를 표방해 행사를 치렀다.
이밖에도 신경정신의학회도 환태평양신경정신의학회를 마쳤으며 응급의학회도 올해 최초로 환태평양응급의학회를 개최했다.
이렇듯 각 학회들이 국제화를 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한국 의학 수준을 대내외에 알리려는 목적이 있다.
환태평양응급의학회가 대표적인 경우. 미국 응급의학회가 먼저 대한응급의학회에 공동 학술대회 개최를 제안해 오면서 아시아 최초로 국제행사가 마련됐다.
국제학회 전환 찬반논쟁 심화 "무늬만 국제학회"
또 다른 요인으로는 공정경쟁규약을 들 수 있다. 국내학회는 공정경쟁규약으로 인해 후원에 엄격한 통제를 받지만 국제학회는 다소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이다.
A학회 이사장은 "솔직히 국제학회로 전환한 학회 중 대다수가 공정경쟁규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국제학회 전환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성급한 국제화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선 국제화에 매몰되면 학회 본연의 목적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B학회 이사는 "학회에 국제화 붐이 일고 있지만 국제학회 전환은 치밀한 준비가 필요한 사업"이라며 "무조건 영문 학술지를 발간하고 영어 강의를 한다고 해결되는 부분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전공의와 개원의들에 대한 교육도 학술대회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실제로 많은 회원들이 영어 강의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일부 학회는 이러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국제화 사업을 잠정 보류하기도 했다.
신경과학회 김승민 이사장(연세의대)은 "영어 강의를 하는 것이 어려운 부분은 아니지만 그렇게 된다면 논문을 낼 수 있는 회원도, 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는 회원도 제한된다"며 "한해동안 이뤄진 학술적 성과를 나누는 자리가 이렇게 이분화되서 되겠느냐"고 전했다.
또한 사실상 무늬만 국제학회로 전환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일 뿐이라는 비판도 많다.
후원을 늘리기 위해 억지로 국제학회 최소 가이드라인을 맞추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성형외과학회 고경석 이사장(울산의대)은 "성형외과학회도 잠시 경제적인 이유로 국제학회 전환을 검토했지만 억지로 규정에 끼워맞춘 학회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 많았다"며 "성급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내실을 다지며 제대로된 국제학회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