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당시 결핵은 인구 10만명당 250명 즉, 연간 5만명을 사망으로 몰고가는 무서운 질병이었다.
요양소와 구호병원을 급히 설립해 결핵환자를 수용했지만 병실이 턱없이 부족해서 학교건물을 응급병실로 사용할 정도였다.
1952년 이후 전국적으로 BCG접종을 실시하고 의료진들이 선진국에서 결핵학을 공부하고 돌아오면서 결핵 치료 수준이 크게 향상되기 시작했다.
화학요법과 폐절제수술 등 다양한 치료법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공포의 대상이었던 결핵이 어느새 대수롭지 않은 질병으로 바뀌었다.
국립의료원, 한양대학병원, 국립마산병원에서 결핵전문의 교육을 실시하는 등 결핵치료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이쯤이다.
결핵협회가 발간한 결핵사에 따르면 1985년도 10만 6299명에 달했던 결핵환자가 1995년 5만 2175명으로 줄었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신규 결핵환자는 3만여명 안팎에 머물고 있으며 2011년도 신규환자는 3만 9557명에 그치고 있다.
결핵환자의 감소로 국립공주결핵병원은 지난 1998년, 정신병원으로 기능을 전환하는 등 의료기관 및 인력의 변화도 가져오고 있다.
"결핵과 필요있나? 호흡기내과로 흡수"
가장 큰 변화는 병원에서 결핵과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많지는 않았지만 결핵과를 별도로 뒀지만 극히 일부 병원을 제외하고는 호흡기내과로 바뀌었다.
조만간 결핵과가 호흡기내과로 흡수될 것이라는 설이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의료진들은 어떤 심정일까.
국립중앙의료원 유남수 과장(흉부내과)은 "시대가 변하고 의료환경이 바뀌면서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과거 1950~1960년대 결핵환자가 워낙 많았을 때는 결핵과가 필요했지만 환자 수가 감소하고 이미 호흡기내과에서 결핵과의 역할을 상당부분 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과장은 가장 큰 변화는 결핵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라고 했다. 과거 70년대는 '치료하기 힘든 질병'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요즘에는 '아직도 결핵환자가 있어?'라는 반응을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과거에도 결핵과가 인기가 높았던 진료과는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1972년부터 결핵과에서 진료했는데 결핵환자가 이미 감소세로 접어들던 때라 주목을 받던 진료과는 아니었다"면서 "환자들도 결핵과가 따로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레지던트 지원율 0% 행진 중인 결핵과
2012년에 이어 2013년도 역시 결핵과 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서 지원율 0%를 기록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결핵과는 자연스럽게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결핵전문의제도를 도입한 것은 지난 1967년. 첫해 74명의 결핵과 전문의가 배출된 이후 1968년 15명으로 감소했고 이어 1970년 6명, 1971년 5명, 1972년 8명으로 매년 줄었다.
특히 1976년 1명으로 크게 감소하면서 80년대까지도 결핵과 전문의 지원은 매년 1~3명에 그쳤다.
그래서일까. 결핵과를 지켜온 의료진들은 의외로 최근 레지던트 지원율 0%에 대해 크게 놀라지 않았다.
국립마산병원 황수희 과장(흉부내과)은 "사실 결핵과 전문의가 있는 국가가 한국밖에 없다. 과거 전쟁 후 결핵환자가 워낙 많다보니 결핵과를 만든 것"이라면서 "결핵과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호흡기내과에서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어 크게 우려하진 않는다"고 했다.
"결핵환자, 줄었지만 더 소외당하고 있다"
이처럼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결핵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여전히 결핵병원은 절실하다.
오히려 환자가 많을 땐 부각되지 않았던 것이 환자 수가 감소하면서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서울시 서북병원 서혜숙 과장(흉부내과)에 따르면 결핵은 전염성이 높은 질병인 만큼 격리병동 등 주의가 요구되고 치료기간이 길기 때문에 장기입원 환자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병원에선 결핵환자를 꺼리고, 환자들은 진료를 받으면서 병원 눈치를 봐야하는 일이 생긴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그는 "대학병원에서 결핵 치료를 받던 환자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고 결핵전문병원으로 옮겨가는 사례가 꽤 있다"고 귀띔했다.
황 과장 또한 "결핵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의료기관이 아니라면 감염 우려 등으로 기피할 수 있다"고 전했으며 유남수 과장은 "그렇기 때문에 결핵환자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