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Times
  • 병·의원
  • 대학병원

구심점 잃은 간호계…간호인력 개편 사분오열

발행날짜: 2013-06-12 06:25:34

협회-건수간 정면 충돌하며 내홍 심화…학생들까지 논란 가세

|초점=흔들리는 간호계 어디로 가나|

간호인력 개편안을 두고 간호계의 내홍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의견 차이로 인한 갈등이 점점 심화되면서 사분오열의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간호협회와 국민건강권 수호를 위한 전국 간호사 모임(건수간)의 대립에 각 유관단체들은 물론, 간호대 학생들까지 가세하면서 구심점을 잃고 흔들리는 모습이다.

간호인력 개편안 발표…간호계 극한 반발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현재 간호사, 간호조무사로 이원화된 간호체계를 간호사, 1~2급 간호실무사 등 3단계로 개편하는 간호인력 개편안을 발표했다.

보건의료직능발전위원회 회의에서 간호인력 개편안을 논의하는 복지부와 병협, 간호조무사협회, 간호협회 관계자(오른쪽부터).
이같은 개편안을 통해 현재 간호조무사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중소병원의 간호인력난을 일부 해소하겠다는 것이 복지부의 복안이다.

그러자 간호사들은 간협을 주축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며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2년제 간호실무사 양성은 시대를 역행하는 정책이며 일정 요건을 갖추면 간호실무사를 간호사로 승급시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이로 인해 발표 초기에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극한 갈등을 빚었다. 승급 제도를 용인할 수 없는 간호사와 이를 찬성하는 간호조무사간의 이해관계가 대립했기 때문이다.

건수간의 탄생…간호계 내홍의 서막

문제는 이러한 간호인력 개편안에 대한 대응법을 두고 일선 간호사들의 의견이 갈리면서 시작됐다.

이를 전면 폐지하기 위해 강력한 투쟁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간협 집행부를 믿고 대응법을 논의하자는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갈려진 의견은 결국 간협 집행부에 대한 신뢰 문제로 비화됐다.

개편안 폐지를 주장하는 간호사들은 간협이 결국 개편안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비판은 간협이 승급제도에 대해서는 전면 반대 입장을 내면서도 간호실무사 도입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내면서 불이 붙었다.

결국 간협에 대한 일부 간호사들의 불신은 서울대, 연세대 간호대를 주축으로 한 건수간을 탄생시켰고 이들은 간협을 견제하며 별도로 비대위를 만들어 개편안 폐지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간호계에 두개의 비대위가 구성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간협 vs 건수간 갈등 심화…감정싸움으로 비화

하지만 이같은 비판에 대해 간협은 강경하게 대응했다. 건수간이 허위 사실로 간호계의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며 이를 실체없는 모임이라고 간주하고 맞서 대응한 것이다.

이로 인해 간협과 건수간은 평행선을 걷기 시작했다.

별도로 간호인력 개편안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고 개편안에 대한 서명도 별도로 추진했다.

또한 서로의 주장을 계속해서 반박하며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합리적인 대안 마련이 아닌 폭로전 양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본질이 아닌 감정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실은 최근 일어난 개편안 합의 논쟁에서도 엿볼 수 있다.

건수간 박현애 대표(서울간호대 학장)가 간호협회 집행부가 개편안에 합의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자 간협은 즉각 입장 발표를 통해 허위사실 유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박 대표는 간담회 등의 녹취록에서 성명숙 간협회장이 이같은 발언을 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고, 간협은 모든 간담회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재반박했다.

간호인력 개편안의 문제점과 대안을 논의하기 보다는 책임 공방에 초점이 맞춰진 모습이다.

유관단체, 학생까지 의견 표출…사분오열로 찢어진 간호계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점차 번져나가며 간호계 전체가 찢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간호인력 개편안 대응 방법을 두고 시작된 간협과 건수간의 갈등에 간호정우회, 전국 간호학원협회, 간협 산하 각 간호사회 등이 각자의 의견을 내며 사분오열의 상황에 놓였다.

특히 여기에 간호대 학생들까지 개편안에 대한 별도의 의견을 표출하면서 간호계는 구심점을 잃어가고 있다.

서울대 간호대 학생회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간호대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학생회는 "간호실무사 양성을 위해 2년제 교육 트랙을 만드는 것은 세계적인 간호인력 표준화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며 "간호조무사의 제도권 편입을 위해 간호인력안을 개편하려 한다면 간호조무사의 자격 및 교육 제도 체계화를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건수간의 의견에 공감하고 이에 지지를 표한다"며 "간협은 건수간을 정체불명의 임원진 철회 비대위라고 표현하고 있으나 간협 홈페이지에도 간호사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간호사와 간호대생들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생들이 나서 건수간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하고 간협의 행보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처럼 간호계가 뿔뿔히 흩어져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이합집산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부는 올해 안에 간호인력 개편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강행한다는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개편안이 어떠한 모습으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