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보면 용처를 공개할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회원들이 모르게 일을 하는 게 정당한 겁니까?"
지난 4월 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이슈가 됐던 협회 회계 처리의 투명성 논란이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에서도 재현됐다.
모 회원이 수익사업의 현황과 결산 금액 등의 공개를 요구하자 대개협 임원들은 협회의 일이 모두 공개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묘한 신경전을 벌인 것.
15일 대개협은 의사협회 3층에서 제26차 정기평의원회 회의를 갖고 2013년도 예산안과 결산안, 올해 추진 사업을 의결했다.
이날 회의는 김세헌 평의원이 대개협의 회계 불투명성을 지적하면서 불분명한 지출의 처리 문제로 골치를 앓은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의 복사판이 됐다.
김 평의원은 먼저 "집행부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의협의 보조금과 이월급에 대한 세입, 세출 결산자료만 달랑 한 페이지로만 보고돼 있다"면서 "매년 2차례 개최되는 학술세미나에 대한 결산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술세미나 결산자료의 미제출은 지난 수년간 반복돼 왔다"면서 "2012년 추계 학술세미나에는 사전등록비를 송급받는 통장의 명의가 대개협이 아닌 모 사설업체였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일정 규모 이상의 학술세미나를 하면 수익이 발생하고 몇 년이 쌓이면 그 액수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학술대회의 등록 회원 수와 부스 계약 총액, 모 사설업체와의 수익 배분 계약 내용 모두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회계의 투명성을 위해서는 수익사업의 현황과 수익 등을 회원들이 알 수 있게 문서화해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반면 집행부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협회 일이 모두 공개 가능한 성격의 업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일중 대개협 회장은 "지난 해 대의원총회 당시 노환규 당선자는 '앞으로 영수증 없는 돈은 안 쓰겠다'고 말했다"면서 "하지만 올해 총회 때 영수증 없는 지출도 많이 발생했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협회의 일이란 것이 반드시 영수증만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피치못할 부분도 있다"면서 "문서화해서 결산내역을 보고하겠지만 일처리의 융통성을 위해 공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김종근 명예회장 역시 회무의 전면 공개 요구는 득보다 실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젊으신 분들은 투명사회가 됐다고 하면서 투명사회에 맞게 만천하에 드러내고 회무를 하라고 따진다"면서 "하지만 융통성이 필요한 부분에 최소한의 숨통은 틔워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회원들을 위해 임원진이 복지부 공무원을 여의도공원에서 만나 자판기 커피 마시며 이야기 하면 다 되는 게 아니다"면서 "집행부에 최소한의 자유를 주지 않으면 회무의 집행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