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늘리려면 제도 연동돼야"…주요국 수급 결정 분석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의사 수 추계의 적정성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객관적인 이정표가 될만한 해외 선진국들의 사례 분석 결과가 나왔다.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의사 인력 거버넌스 모델을 체계적으로 비교한 결과, 의사 인력 정책의 핵심은 단순한 숫자 예측이 아닌 합리적인 합의 절차와 거버넌스 구축으로 귀결됐다.19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미국, 일본, 영국, 네덜란드 등 주요국의 의사 인력 거버넌스 모델을 체계적으로 비교한 보고서를 발간, 합리적인 합의 절차와 거버넌스 구축 기반의 인력 결정 구조를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의사 수 산출 시 전문가 주도의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재정 연계를 필수 요소로 삼고 있다.국가별로 살펴보면 네덜란드는 의사 인력 수급 추계와 결정 권한을 독립 전문가 자문기구인 의료인력수급계획위원회에 위임하고 있다. 의료계와 교육계, 보험자 등이 동수로 참여해 정치적 개입을 배제하며 정부는 위원회의 권고안을 대부분 수용해 정책을 승인한다.일본은 후생노동성 산하 의사수급분과회가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데 위원 22명 중 17명이 의사로 구성돼 전문가 합의를 최우선으로 한다.미국은 개별 대학이 정원을 자율적으로 정하되 전공의 수련에 대한 재정 지원 상한선을 통해 간접적으로 총량을 조절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영국은 정부가 인력 계획을 주도하면서도 전문가 자문기구와 협의를 거치며 재무부 승인을 통해 예산과 정원을 직접 연계한다.특히 네덜란드와 미국, 일본, 영국, 호주 등은 의대 정원과 교육 예산, 수련 비용이 서로 긴밀하게 연동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단순히 의사 수 증가만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재정적 뒷받침과 교육의 질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이들 국가는 의사 수급을 논의할 때 단순한 인원수인 헤드카운트가 아니라 실제 근무 시간을 반영한 전일제 환산 근무시간인 FTE를 기준으로 삼아 추계의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의료정책연구원은 "주요 선진국은 기술 혁신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나 근무 시간의 변화 등을 반영하기 위해 고도화된 시뮬레이션 모델을 활용한다"며 "네덜란드의 경우 인구 변화와 질병 부담, 의료 수요 등 50여 개 변수를 활용해 다양한 정책 시나리오를 도출한다"고 밝혔다.이어 "수급 추계 기구는 정부기관이나 민간기구가 독립적으로 수행해 경쟁적으로 발표하기도 하며 네덜란드처럼 독립 공익재단이 보고서를 내기도 한다"며 "네덜란드, 미국, 일본, 호주 등은 추계에 사용된 모든 데이터와 모형, 회의록을 투명하게 공개해 정책의 신뢰도를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한국의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가 실무적인 효용을 얻기 위해서는 단순 자문 기구를 넘어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구조가 확립돼야 한다는 것이 연구원의 판단.연구원은 "결국 의사 인력 정책은 몇 명을 늘리느냐는 숫자보다 어떤 근거와 절차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것인가라는 거버넌스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증원 결정시 이에 수반되는 교육 예산, 수련 비용 지원, 필수의료 수가 가산 등이 자동으로 연동되는 제도적 매커니즘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