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부, 국감이 드러낸 '정책과 현장의 거리'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올해 복지부 국정감사는 '정책과 현장의 거리'를 보여준 자리였다.정부가 지난해부터 수조원의 예산을 쏟아 부으며 필수의료 강화를 추진했지만, 정작 국감 현장에서는 이러한 대책들이 의료현장 구석구석까지 닿고 있지 않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올해 국정감사에서 가장 자주 들려온 목소리는 "지역 의료는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는 절규였다.지역·필수·공공의료 현장은 코로나19 위기에도 버텨왔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의정 갈등이 격화된 이후 그 균열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경북대병원장 양동헌 교수는 "지역은 수련환경이나 정주 여건이 열악해 졸업 후 전공의 모집률이 수도권보다 10~20% 낮고, 소아·산부인과 등은 30~40% 격차까지 벌어진다"고 증언했다.이날 참고인으로 참석한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 정경원 센터장 역시 "코로나19와 의정갈등을 겪으면서 힘들게 버텨왔는데 최근 외상센터 의료진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가 현장의 어려움을 귀담아 듣고 신속하게 대응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전공의 처우와 수련환경 개선 문제 역시 또다시 부상했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발표하며 전공의 처우개선을 함께 약속했지만, 여전히 과도한 근무시간과 불안정한 신분, 낮은 보상 등 구조적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전국전공의노동조합 유청준 위원장은 "전공의 근무시간 72시간 시범사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무책임을 지적했다.보건복지부는 "강화하겠다", "확대하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지만, 세부 설계와 재원 조달 방식, 인센티브 구조 등 현실적 대안 제시는 부족했다. 정책의 구체성이 결여되면 아무리 이상적으로 보이더라도 결국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의대증원 정책을 통해 의료계의 문제는 숫자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방증됐다.의사들이 일할 수 있는 구조, 지역 병원이 지속 가능한 생태계, 공공의료가 재정적으로 버틸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면 어떤 정책도 '지속 가능한 의료'로 이어지기 어렵다.지역 의료 인프라 유지 방안, 인력 배치 기준, 재정 인센티브 구조, 병원 운영비 보조 체계, 네트워크 의료 시행 방식 등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만 정책이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다.결국 올해 국정감사는 의료정책이 여전히 현장의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의정갈등이 일단락된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표면적인 대책을 넘어 실질적 복원에 나서야 할 시기다.정책을 더 내놓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이제는 의료가 지속될 수 있는 구조를 세우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