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은경 카드와 의대생 복귀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갈등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거리로 나선 전공의들은 여전히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정부는 이들의 빈자리를 다른 인력으로 대체하는 데 익숙해졌다.장기화된 의정갈등에 환자들 또한 '파업'에 무감각해졌고, 의료 현장의 피로는 점점 깊어지고 있다.하지만 최근 의료계 주변에서 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차기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유력하다고 점쳐지면서, 올해 하반기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 시나리오가 정부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복지부 장관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 속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공의, 의대생과 회동을 갖고 복귀 방안을 논의했다. '처분 유예', '유급 구제', '선 복귀-후 협의' 같은 표현들이 물밑에서 오가는 모양새다.정부로서는 실리가 중요하다. 공공의료를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 입장에서는 의대생과 전공의가 복귀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특히, 의료계가 정상화된다면 윤석열 정부의 정책 실패를 이재명 대통령이 바로잡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 또한 작지 않다.복귀를 위한 신호탄은 정은경 후보자가 될 수 있다. 의사 출신 방역 전문가이자, 현장과 정책을 두루 경험한 정 후보자를 장관 후보로 내세웠다는 것은 정부가 의료계에 ‘강대강’이 아닌 대화의 채널을 열 의지가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실제 의료계 내부에서도 '정은경이라면 대화는 해볼 만하다'는 기류가 일부 감지된다.하지만 이 흐름을 바라보는 환자단체와 시민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또 특혜냐'는 비판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과거에도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마다 유화적 조치가 반복됐지만, 책임지는 이는 없었고, 결국 환자들만 불편을 떠안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정은경 카드와 복귀 시나리오. 정부가 꺼내든 두 가지 수는 타협의 시작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복귀를 유도하는 순간 조율이란 이름 아래 누군가에게 면죄부가 주어졌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공공의료 복원'을 내세운 이재명 정부에겐 지금이 전환점이다. 전임 정부가 남긴 깊은 균열을 봉합하고, 의료계를 다시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는 데 성공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정치적 의미는 작지 않다. 하지만 그 과정이 불투명하거나 일방적일 경우, 정부의 명분은 오히려 더 흔들릴 수 있다.정부의 새로운 시도가 타협의 장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특혜 논란 속에서 의료계는 다시 거리로 나서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은경 체제의 복지부는 지금 그 출발선 위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