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약 원내조제, 법적 빈칸부터 채워야
[메디칼타임즈=김민건 기자] 정부가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 시점을 2027년 1분기로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대약품이 허가 신청한 미프지미소정을 심사 중이다. 도입 초기 2년 동안은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는 방침이 정해졌다.이번 결정은 2019년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7년 넘게 정식 도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약을 언제 들여오느냐도 중요하지만 먼저 채워야 할 빈칸이 있다.문제의 출발점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한 형법 제269조 제1항과 함께 제270조 제1항 가운데 '의사'에 관한 부분만 헌법불합치로 판단했다.당시 청구인은 업무상승낙낙태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였고, 헌재의 심판대상 역시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으로 한정됐다.형법 조문에는 지금도 의사와 함께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등이 적혀 있다. 이에 정부는 약사가 임신중지약을 조제할 경우 현행 형법상 처벌 가능성이 있다는 법무부 유권해석을 원내조제 방침의 근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정부가 초기 2년간 약국이 아닌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조제하도록 한 배경에 안전성 관리와 함께 이 같은 법적 논란이 깔려 있는 셈이다.그렇다면 의사가 외래 환자에게 임신중지약을 직접 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약사법상 근거는 무엇인가. 현행 의약분업 체계에서 의사의 직접 조제는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만큼 어떤 법적 근거와 절차를 적용할 것인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정부가 약사 조제를 제한하는 근거로 제시한 법무부 유권해석도 보다 분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형법 제270조 제1항의 법적 불확실성이 문제라면 해당 조항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 법 개정에 앞서 2년간 원내조제를 먼저 시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한다.안전관리 문제도 있다. 정부는 제약사가 제출하는 위해성관리계획을 토대로 의료계와 사용 지침을 만들고, 심평원의 의약품 유통보고를 통해 모니터링하겠다고 했다.하지만 한 의료기관에서 처방과 조제가 동시에 이뤄질 경우 환자 단위의 반복·중복 처방은 어떤 방식으로 걸러낼 것인지, 투약 이력과 이상반응을 실제 진료현장에서 어떤 체계로 관리할지 보다 구체적인 설계가 필요하다.정부는 원내조제 기간인 2년 동안 안전성을 살피고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 여부를 지켜본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거나 안전성 우려가 확인되면 원내조제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무엇을 기준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갈지, 연장 여부는 누가 어떤 절차로 판단할지 명확히 정해둘 필요가 있다. 임신중지약을 둘러싼 논쟁은 오랫동안 찬성과 반대에 머물렀다. 이제는 조금 다른 질문을 해야 한다.약을 들여올 것인가를 넘어 형법과 모자보건법 정비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들어오는 약을 누가, 어떤 근거로 조제하고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할 것인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