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 급여가 낳은 '치료 성공의 역설'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이달부터 성인 중증 원형탈모증 치료제 '올루미언트(바리시티닙, 릴리)'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그동안 고가의 약제비 전액을 비급여로 부담해 온 환자들에게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정부는 급여 전환 이전부터 비급여로 약제를 복용 중이던 기존 환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경과규정'도 함께 마련했다. 최초 투여 시작 시점에 현행 급여 기준(기존 치료 실패 이력 및 SALT 50점 이상 등)을 충족했음을 과거 약제 투여 기록이나 환부 사진 등 객관적 자료로 입증하면 최대 2년간 급여를 인정하겠다는 취지다.그러나 임상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제도의 취지와 달리 실질적인 급여 장벽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가장 큰 걸림돌은 '최초 투여 시점'의 증빙 자료 확보다. 비급여 진료 당시에는 향후 급여 전환을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에, 임상 현장에서 심평원 가이드라인에 정확히 부합하는 수준의 환부 사진이나 구체적인 평가지표 기록을 체계적으로 보존해 둔 경우는 드물다. 결국 증빙 서류의 미비나 미흡으로 인해 급여 승인에서 탈락하는 환자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이러한 현상은 올루미언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서 중증 아토피 치료제 '듀피젠트(두필루맙, 사노피)'를 비롯해 건선 치료제 등 고가의 자가면역질환 생물학적 제제들이 급여권에 진입하거나 대상 범위를 확대할 때마다 반복됐던 패턴이다.이들 약제는 급여 적용 시 EASI(아토피), SALT(원형탈모) 등 수치화된 평가지표와 환부 사진을 필수 조건으로 요구한다. 보건당국 입장에서는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속에서 중증 환자를 선별하고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한 합리적 통제 장치일 수 있다.하지만 이 엄격한 '객관적 기준'은 역설적으로 이미 치료 효과를 보고 있는 환자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비급여로 약제를 꾸준히 복용해 증상이 크게 호전된 환자들은 최초 시점의 완벽한 서류 기록이 없으면, 현재 상태가 양호하다는 이유로 급여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는 모순이 발생한다.결과적으로 환자가 급여 혜택을 받기 위해 일정 기간 치료를 중단하고, 증상이 다시 악화돼 기준 점수를 충족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비합리적인 상황이 유도된다. 실제로 자가면역질환 위주 임상 현장에서는 이러한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보고돼 왔다.정부가 설정한 기준이 통제 편의성에 치우치면서, 성실하게 치료에 임해 건강을 회복 중인 환자가 오히려 행정적 불이익을 받는 모순적인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신약의 급여 적용은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급여 설계 단계에서 임상 현장의 실질적인 진료 환경과 기존 치료 환자들의 현실을 보다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