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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우려…"형사특례 구조, 현실과 괴리"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의료사고 심의제도 도입과 책임보험 의무화 등을 포함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대한마취통증의학회가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개정안은 필수의료 현장의 형사 부담을 완화하고 환자 보호 강화를 골자로 하지만 학회는 "임상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의료인에게 과도한 요건을 부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9일 마취통증의학회는 성명서를 내고 개정안 통과 관련 형사특례 구조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개정안은 임의적 형 감면과 기소제한 특례를 도입하면서 중대한 과실이 없고, 책임보험 가입과 사고 후 설명의무 이행 등을 충족할 경우 형사 책임을 완화하도록 설계됐다.문제는 기소제한 특례에는 손해배상금 전액 지급이라는 추가 요건까지 포함돼, 형사책임 판단이 행위 당시의 과실 여부뿐 아니라 사후적 조건 충족 여부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라는 점.이에 학회는 "형사법의 기본 원리인 책임주의와 충돌할 수 있다"며 "중대한 과실 판단 기준 역시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입장이다.학회는 "개정안이 약물 투여 전 필수적인 과민반응 검사 미실시를 중대한 과실로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 임상에서는 모든 마취 약물에 대한 사전 검사가 권고되지 않는다"며 "일부 약물은 예측 자체가 제한적"이라고 반박했다.특히 응급 상황에서는 이러한 검사를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뿐더러 소아 및 산모 마취, 중증·응급 환자 마취 등 고위험 영역이 오히려 제도적 보호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학회는 "필수의료 정의가 긴급성 중심으로 협소하게 해석될 경우 선택적 소아 수술이나 일부 산과 마취가 특례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며 "위험도가 높은 영역일수록 법적 보호가 약해지는 역설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책임보험과 손해배상 요건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학회는 "손해배상 전액 지급을 기소제한의 조건으로 설정한 것은 민사 책임이 확정되기 이전에 배상을 유도하는 효과를 낳는다"며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의 판단 구조가 뒤섞이면서 법적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아울러 피해자의 처벌 의사에 따라 형사절차가 좌우되는 구조는 의료분쟁에서 형사 고소가 협상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사고 후 7일 이내 설명의무 규정도 도마에 올랐다. 마취 사고의 경우 원인 규명에 수 주에서 수 개월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아, 충분한 분석 없이 이뤄진 설명이 오히려 향후 수사나 분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학회는 "수사 지원이라는 목적과 중립적 감정 기능 사이의 균형이 불명확한 데다, 의료 전문 인력이 25%에 불과한 구조는 전문성과 중립성을 모두 담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위원회 판단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수사와 기소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해외 사례와의 비교도 제시됐다. 학회에 따르면 뉴질랜드, 스웨덴, 핀란드 등은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해 공적 보험 또는 사회적 보상 체계를 통해 환자를 보호하면서 의료인의 법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이번 개정안은 조건부 형사특례와 개인 책임 중심 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학회는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공적 보상체계 마련 ▲기소제한 특례 요건 재검토 ▲중대한 과실 판단 기준 구체화 ▲사고 후 설명의무의 합리적 조정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전문성 강화 및 절차적 권리 보장 등을 요구했다.이어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는 환자가 가장 취약한 순간, 수술실에서 생명을 직접적으로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이러한 의료행위가 법적 불확실성과 공포 속에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료인이 형사적 위험에 대한 과도한 우려 없이 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진료 환경과 명확한 법적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6-04-10 11:53:21연구・저널

"30년 전 기준으로 뇌졸중 치료…중증도 분류 체계 바꿔야"

8일 대한뇌졸중학회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급성 뇌졸중 치료환경 혁신 및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급성 뇌졸중 치료환경 개선과 응급신경의료체계 강화를 위한 정책 방안을 논의했다.[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1998년도 기준으로 뇌졸중 환자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창피한 현실입니다."뇌졸중 환자 중증도 분류 체계(KTAS)가 약 30년 전 기준을 그대로 준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뇌졸중 치료는 대표적인 골든타임 질환으로, 일정 시간 내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후 어떤 치료를 하더라도 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현재 응급실 중증도 분류 체계는 이러한 시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현재 119 구급대는 개정된 기준을 반영한 pre-KTAS를 적용해 24시간 이내 뇌졸중 환자를 긴급 환자로 분류하고 있지만, 응급실에서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기존 KTAS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8일 대한뇌졸중학회는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초고령화 사회에서 급성 뇌졸중 치료환경 혁신 및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급성 뇌졸중 치료환경 개선과 응급신경의료체계 강화를 위한 정책 방안을 논의했다.뇌졸중은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환자의 생존과 장애 여부를 결정하는 대표골든타임 내 치료 여부가 예후를 좌우한다. 특히 뇌경색의 경우 뇌혈관이 막힌 이후 1분마다 약 200만 개의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병원 전 단계부터 응급실, 치료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신속한 대응이 필수적이다.고상배 교수먼저 대한뇌졸중학회 정책이사 고상배 교수는 국내에서 사용 중인 KTAS(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의 근간이 1990년대 후반 캐나다 기준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과거에는 뇌졸중 치료가 주로 발병 후 3시간 이내 시행되는 정맥 혈전용해술에 국한됐지만, 현재는 기계적 혈전제거술 등 치료법 발전으로 최대 24시간까지 치료 가능성이 열려 있다.이에 따라 최신 KTAS 개정안에서는 '발병 24시간 이내 뇌졸중'을 긴급 단계(KTAS 2)로 분류하도록 개선됐지만, 정작 응급실에서는 여전히 과거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고상배 교수는 "국내 병원 조사에서 전체 뇌졸중 환자의 약 65%가 KTAS 3단계(응급)로 분류되고, 초급성 환자 일부만이 KTAS 2단계(긴급)로 인정된다"며 "뇌졸중의 임상적 긴급성과 행정적 분류 사이에 큰 괴리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그는 "이 때문에 실제 임상에서는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뇌졸중 환자 상당수가 응급실 도착 이후 상대적으로 낮은 중증도로 분류돼 치료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현상이 반복된다"며 "개선된 pre-KTAS와 응급실 KTAS, 그리고 의료진의 평가 사이의 기준을 일치시키기 위한 기준 정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현재 119 구급대는 개정된 기준을 반영한 pre-KTAS를 적용해 24시간 이내 뇌졸중 환자를 긴급 환자로 분류하고 있지만, 응급실에서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기존 KTAS 기준을 유지하는 등 문제의 핵심은 제도 간 '불일치 조정'에 모아진다.고 교수는 "구급대는 긴급 환자로 판단해 신속히 이송하지만, 응급실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중증도로 분류돼 대기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결국 환자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그는 해결 방안으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을 제시했다. "이미 pre-KTAS와 최신 KTAS 개정안은 방향성이 마련돼 있다"며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법·제도 정비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한편 응급실 미수용을 일컫는 응급실 뺑뺑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 모색도 이뤄졌다. 응급실 뺑뺑이의 주요 원인으로는 ▲응급의학과와 배후 전문진료과 간 소통 부족 ▲뇌졸중 등 필수중증응급질환을 담당할 전문의의 응급실 부재 ▲배후진료과 인력 배치가 의무가 아닌 현행 제도의 한계 등이 꼽힌다.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119 단계에서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이송이 지연되는 경우 ▲병원 내 배후진료과는 치료가 가능함에도 응급실 수용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응급실에서 뇌졸중으로 조기에 인지되지 못하거나 전문의 부재로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 등 다양한 경로로 골든타임이 소실되고 있다.송영진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이에 대해 대한뇌졸중학회 이경복 부이사장은 응급실 내 신경계 전문의를 포함한 배후진료과 전문의 상주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그는 "응급실 단계에서부터 전문적인 판단이 동시에 이뤄져야 환자 분류, 병원 선정, 치료 결정이 지연 없이 진행될 수 있다"며 "배후진료과 전문의가 응급실에서 119와 실시간으로 연계되고, 병원 간 협력이 이루어지는 구조를 갖춘다면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또한 이러한 체계는 단순한 인력 보강을 넘어, 중증응급환자의 감별진단, 신속한 치료 결정, 병원 간 전원 조율 등 응급의료 전 과정의 효율성을 높여 골든타임 확보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이와 관련 송영진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뇌졸중학회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응급의료체계 전반의 어려움을 정부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현장 의견을 반영한 제도 개선 의지를 밝혔다.특히 KTAS 중증도 분류 기준과 관련해서는 "현행 체계가 임상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연구용역을 통해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아울러 응급의료기관 평가와 보상체계 역시 중증환자 치료 역량을 중심으로 개편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026-04-08 18:41:59연구・저널

수혈 거부 산모, 환자혈액관리(PBM)로 안전하게 출산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연구진(오정원·윤석윤·최규연·권성순)이 종교적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 산모에서도, 체계적인 환자혈액관리(Patient Blood Management, PBM)를 적용하면 일반 산모와 유사한 수준의 안전한 출산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8일 발표했다.왼쪽부터 오정원 서울대 보건대학원 예방의학교실, 윤석윤 순천향대서울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 최규연 순천향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권성순 순천향대서울병원 심장내과 교수.환자혈액관리(PBM)는 환자의 혈액을 보존하고 수혈 관련 위험을 줄이며, 불필요한 수혈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제적 의료 전략이다. 수술 및 중환자 진료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최근에는 고령 임신 증가와 혈액 수급 불안정 등의 변화로, 산과 영역에서도 PBM 적용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이번 연구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순천향대서울병원에서 분만한 여호와의 증인 산모 205명과 일반 산모 601명을 대상으로, 성향점수매칭(Propensity Score Matching) 기법을 통해 임상적 특성을 보정한 후 출산 결과를 비교 분석한 단일기관 코호트 연구다. 연구 결과, 수혈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 산모에게 환자혈액관리(PBM) 프로토콜을 적용한 경우, 일반 산모와 비교해 산후출혈 및 중증 빈혈 등 주요 산과적 합병증에서 유의한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연구팀은 "우리나라의 산과 진료 환경에서 PBM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며 "수혈이 불가능하거나 수혈 가능성이 높은 임산부일수록 높은 수준의 의료 개입이 필요하지만, 분만 인프라의 약화와 법적 부담은 오히려 이들의 의료 접근성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또한 "PBM은 단순히 수혈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략이 아니라, 대량 출혈 상황에서의 적절한 수혈과 안정적인 혈액 공급을 포함하는 통합적 관리 전략"이라며 "아직 국내에서는 충분히 정착되지 않았지만, 임신 중 빈혈 교정과 출혈 최소화, 철분 보충 등을 체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특정 환자군을 넘어 향후 혈액 수급 불안정에 대응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안전한 산과 의료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순천향대서울병원 연구팀(오정원 서울대 보건대학원 예방의학교실, 윤석윤 순천향대서울병원 종양혈액내과, 최규연 순천향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권성순 순천향대서울병원 심장내과)의 논문 '환자혈액관리(PBM)하에서 여호와의 증인 여성의 산과적 결과 : 한국 단일기관 성향점수 매칭 코호트연구(Obstetric Outcomes of Jehovah's Witness Women Under Patient Blood Management: A Single-center, Propensity Score–Matched Cohort Study in Korea)'은 대한예방의학회 공식 학술지인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 & Public Health에 올해 초 게재했다.
2026-04-08 11:41:29연구・저널

"난청은 노화 아닌 질환"…이과학회, 보청기 안내서 제작

4일 대한이과학회는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제72차 학술대회를 열고 난청 인식 개선 및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를 위한 보청기 사용 관련 안내서 제작을 공개했다.[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대한이과학회 보청기연구회가 난청 인식 개선과 올바른 보청기 사용을 위한 대중 안내서 출간을 앞두고 있다.4일 대한이과학회는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제72차 학술대회를 열고 난청 인식 개선 및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를 위한 보청기 사용 관련 안내서 제작을 공개했다.보청기연구회 박무균 회장(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은 난청이 단순한 청력 저하를 넘어 삶의 질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건강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인식 부족과 보청기에 대한 편견으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그는 "난청은 의사소통의 제한, 사회적 고립, 우울감,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이라며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치부하기보다 적극적인 진단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보청기연구회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난청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제고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보청기 사용 가이드 제공을 핵심 과제로 삼고 연구와 교육 활동을 지속해왔다.이비인후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한 학술 연구뿐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교육 자료 제작과 홍보 활동도 병행하며, 난청이 치료와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라는 점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연구회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보청기 안내서 '이비인후과 의사가 속 시원히 알려주는 보청기 사용 설명서'를 집필 중. 원고는 마무리 단계로 조만간 출간될 예정이다.보청기연구회 박무균 회장(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박 회장은 "이번 안내서는 난청을 단순한 '귀의 문제'가 아닌 삶의 질과 뇌 건강, 정신 건강과 직결된 문제로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기획됐다"며 "보청기를 마지막 수단이 아닌 적극적인 치료이자 청각 재활의 시작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이어 "이 책은 보청기를 권유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난청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개인에게 맞는 청각 재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라며 "진료실에서 환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과 오해를 바탕으로 의학적 근거를 담되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보청기연구회는 이번 안내서를 통해 난청의 조기 진단과 적절한 보청기 착용이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다 널리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한편 대한이과학회는 영유아 및 학령기 아동의 난청은 조기 진단 여부에 따라 평생의 언어 능력이 좌우될 수 있다며 보호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공보위원인 장영수 위원은 "난청은 유소아기에서 가장 흔한 감각기 손상으로, 선천성 또는 영유아기 난청은 1,000명 중 1~3명에서 발생한다"며 "학령기 이후에는 경도 이상의 난청 비율이 약 3.1%까지 보고될 정도로 결코 드문 질환이 아니다"고 설명했다.특히 영유아기와 학령기 초기에는 청각 신경 발달과 언어 습득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로, 이 시기에 청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경우 언어 발달 지연뿐 아니라 인지 기능 저하, 정서적 유대 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장 위원은 "이 시기는 흔히 '언어 발달의 골든 타임'으로 불린다"며 "적절한 시기에 난청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재활이 늦어질 경우 이후 치료를 하더라도 언어 능력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시행 중인 '영유아 보청기 지원 사업'은 2026년부터 지원 연령을 기존 만 6세 미만에서 만 12세 미만으로 확대됐다. 초등학교 전 연령을 포함하도록 제도가 개편되면서, 조기 발견 이후 학령기까지 연속적인 청각 재활이 가능해진 것이 핵심이다.지원 대상은 양측성 난청(좋은 귀 평균 청력역치 40~59dB) 또는 일측성 난청 기준을 충족하는 장애 미등록 아동이며, 보청기 구입 시 개당 최대 135만 원까지 지원된다. 신청은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단서와 청력검사 결과를 갖춰 거주지 관할 보건소에서 가능하다.장 위원은 "영유아 및 학령기 아동의 난청은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청각 재활을 시행할 경우 정상적인 언어 발달을 기대할 수 있다"며 "아이의 청력이나 언어 발달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느껴진다면 지체하지 말고 전문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6-04-06 11:25:26연구・저널

"근거 없는 이명 치료 난립 심각"…지침 제정 나선 이과학회

4일 대한이과학회는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제72차 학술대회를 열고 내달 국내판 이명 치료 가이드라인의 공개를 예고했다.[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이명 치료가 과학적 근거보다 상업적 홍보에 좌우되는 가운데 대한이과학회가 최초의 공식 이명 진료·치료 가이드라인을 마련, 다음 달 공개한다.그간 병원별 치료 방식이 제각각이었고,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과 제품이 난립하면서 환자 피해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국내에는 '표준화된 진료지침'이 마련되는 것.4일 대한이과학회는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제72차 학술대회를 열고 국내판 이명 치료 가이드라인의 공개를 예고했다.이명은 외부 자극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귀나 머릿속에서 소리가 들리는 증상을 의미한다. 단순한 불편감을 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대한이과학회 이명연구회 문인석 회장대한이과학회 이명연구회 문인석 회장(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은 "이명은 실제로 밖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도 머릿속이나 귓속에서 소리가 들려 굉장히 괴로운 질환"이라며 "전 인구의 1% 이상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문제는 이 같은 질환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명확한 진단·치료 기준이 없어 의료 현장의 대응이 일관되지 못했다는 점이다.문 회장은 "효과도 없는 약들이 굉장히 효과 있는 것처럼 광고돼 무분별하게 판매되는 사례가 있다"며 "정말 제대로 된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현재 국내 이명 치료는 병원마다 접근법이 상이한 '각자도생' 구조에 가깝다. 일부는 약물 치료에 집중하는 반면, 일부는 보조요법이나 비의료적 치료까지 혼재돼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 선택 기준이 모호한 상황이다. 이 같은 혼란은 불필요한 검사와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반면 해외 주요국은 이미 이명 치료에 대한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은 국가 또는 권역 단위로 진단 기준과 치료 전략을 정립해 임상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는 표준화 작업이 지연되면서 글로벌 흐름과 일정 부분 괴리가 있었다는 평가다.이 같은 상황에서 대한이과학회는 국내 실정에 맞는 이명 진료지침 필요성을 인식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학회 산하 이명연구회는 2024년 델파이 기법을 활용해 이명의 정의와 분류, 평가 체계, 치료 효과 판정 기준, 치료 전략 등에 대한 전문가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SCI급 학술지에 발표했다. 이어 2025년에는 이를 기반으로 실제 임상에 적용 가능한 진료지침 개발을 이어왔다.대한이과학회 이호윤 교육이사문 회장은 "각 병원마다 다르게 치료하고 있는 부분을 다기관 연구를 통해 근거 있는 결과로 정리하려고 한다"며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줄이고 보다 효율적인 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국제학회에서도 우리 치료 방식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번 가이드라인은 근거 기반 치료 확립과 함께 환자 부담 완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줄이고 표준화된 치료 경로를 제시함으로써 사회적·경제적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또한 학회는 이명 치료의 한 축으로 인지행동치료 도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대한이과학회 이호윤 교육이사(이대목동병원 이비인후과)는 "이명 가이드라인은 이번이 국내 최초로, 해외에서는 이미 미국·영국·독일·일본 등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며 "그간 국내는 글로벌 트렌드와 다소 떨어져 있는 측면이 있었다"고 진단했다.이어 "국민들에게 정말 효과가 있고 반드시 필요한 치료를 중심으로 과학적 근거를 반영해 지침을 만들었다"며 "국내 최초로 마련되는 이번 이명 진료지침은 혼란스러웠던 치료 환경을 정비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26-04-06 05:20:00연구・저널

MRI로 폐암 생존 예측…'측두근 두께 기울기' 미국 특허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국내 연구진이 뇌전이를 동반한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생존을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MRI 기반 지표를 개발, 미국 특허 등록 결정을 받았다. 연구팀은 측두근 두께의 시간에 따른 감소 속도를 정량화한 '측두근 두께 변화 기울기(TMTrg)'를 통해 환자의 생존 기간과 유의한 상관관계를 확인했으며, 비침습적 방식으로 치료 전략 수립과 예후 판단에 활용 가능한 독립적 임상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17일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은 신경외과 김영일 교수와 종양내과 김현호 교수,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양승호 교수가 공동 개발한 폐암 환자 생존 예측 기술이 미국 특허 등록 결정을 받았다고 밝혔다.(왼쪽부터)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신경외과 김영일 교수, 종양내과 김현호 교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양승호 교수이번 특허는 '뇌전이가 있는 비소세포성 폐암 환자의 측두근 두께 변화 기울기 측정을 통한 생존 예측 방법(A Method for Predicting Survival Rate through Measurement of Temporal Muscle Thickness Reduction Gradient in Non-Small Cell Lung Cancer Patients with Brain Metastasis)'으로, 2024년 3월 미국에 출원돼 2026년 1월 등록 결정됐으며, 특허 출원인은 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단이다.폐암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암 중 하나로, 특히 비소세포성 폐암(NSCLC)은 전체 폐암의 약 85~90%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일부 환자에서는 암세포가 뇌로 전이되며, 이러한 뇌전이는 환자의 예후를 크게 악화시키는 주요 임상적 문제로 알려져 있다.연구팀은 뇌 MRI 영상에서 측두근 두께(Temporal Muscle Thickness)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분석해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 새로운 지표를 개발했다.특히, 처음 뇌전이가 진단된 시점과 이후 예후 평가 시점 사이의 측두근 두께 변화량을 시간으로 나눈 값을 '측두근 두께 변화 기울기(TMTrg, Temporal Muscle Thickness reduction gradient)'로 정의해 근감소 진행 속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고자 했다.연구 결과, 측두근 두께 변화 기울기(TMTrg)는 환자의 생존 기간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의료진은 환자의 전신 상태와 근감소 진행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치료 전략 수립과 예후 판단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특히 이번 기술은 MRI 영상 기반 분석을 활용한 비침습적 예후 평가 방법으로, 기존 유전자 분석이나 인공지능 기반 영상 분석과 별개로 활용할 수 있는 독립적인 임상 지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김영일 교수는 "뇌전이가 동반된 비소세포성 폐암 환자는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예후 예측이 매우 중요하지만 객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표는 아직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이번 기술이 임상 현장에서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고 예후를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6-03-17 12:07:02연구・저널

"초기 임상서도 통해"…유전자 맞춤 표적치료, 폐암 예후↑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유전자 변이에 기반한 맞춤형 표적치료를 초기 임상 단계부터 적용할 경우, 치료 반응률과 무진행 생존기간을 유의하게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대규모 임상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정밀의료 전략이 환자 예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임이 확인되면서,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도 유전자 기반 치료 접근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17일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임정욱 교수는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 연수 중 현지 연구팀과 공동으로 대규모 임상 데이터를 분석, 정밀 의료가 환자의 예후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유전자 변이에 기반한 맞춤형 표적치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비소세포폐암은 EGFR, ALK, KRAS 등 특정 유전자 변이에 따라 종양의 성장 기전이 달라지는 이질적 질환으로, 변이에 맞는 치료를 적용할 경우 암세포의 핵심 신호 경로를 직접 차단할 수 있다.(왼쪽부터) 여의도성모병원임정욱 교수, 김태정 교수이에 따라 치료 반응률과 종양 축소 속도가 높아지고, 무진행 생존기간(PFS)도 유의하게 연장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변이를 고려하지 않은 치료는 효과가 제한적인 데다 불필요한 독성을 초래할 수 있어, 치료 전 정밀한 유전자 검사를 통한 환자 맞춤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평가다.임 교수는 MD 앤더슨 암센터 임상시험연구팀과 함께 2016년부터 2024년까지 해당 센터의 초기 임상시험에 등록된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546명의 임상 데이터를 후향적으로 분석했다.연구팀은 환자들을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를 통해 확인된 표적 변이에 맞춰 치료를 받은 군과 그렇지 않은 비표적 치료군으로 분류했다. 이후 두 환자군 간의 객관적 반응률(ORR: Objective Response Rate) 과 무진행 생존기간(PFS: Progression-Free Survival) 등을 비교 평가했다.분석 결과, 유전자 표적 변이에 맞춘 치료를 받은 군 중 표적치료 병용군에서 전체 객관적 반응률(ORR)이 최대 30.8%에 달해, 비표적 치료군에 비해 높은 치료 반응을 나타냈다.또한 유전자 변이에 매칭된 치료를 받았는지 여부가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늘리는 데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인자임을 확인했다. 이는 신약 개발의 초기 임상 단계에서부터 환자의 유전자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치료를 적용하는 것이 예후를 개선하는 핵심 전략임을 시사한다.임 교수(제1저자)는 "세계적 암 치료 기관인 MD 앤더슨 암센터와의 공동연구로 대규모 데이터를 직접 분석하며 유전자 변이 기반 정밀 치료의 임상적 가치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향후 국내 임상 현장에서도 더욱 적극적인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치료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현재 여의도성모병원은 병리과 김태정 교수와의 협력을 통해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 맞춤형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 역량을 강화하며 정밀 분자 진단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이번 연구는 정밀종양학 분야 국제 학술지 엔피제이 정밀종양학(npj Precision Oncology, IF 8.0, 2024)에 2026년 1월 온라인에 게재됐다.
2026-03-17 12:06:31연구・저널

딥노이드, 뇌 연령 추정 AI 연구 주목…신경퇴행성 질환 조기 예측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국내 1세대 의료 AI 전문기업 딥노이드(대표 최우식)가 뇌 연령 추정의 정확도를 높여 신경퇴행성 뇌질환의 조기 예측과 선제적 대응을 위한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17일 딥노이드는 자사 연구팀이 참여한 '성별 인식 적대적 변분 오토인코더(SA-AVAE)' 관련 연구 논문이 국제 학술지 'Internet of Things'에 게재됐다고 밝혔다.딥노이드 연구팀이 참여한 '성별 인식 적대적 변분 오토인코더(SA-AVAE)' 관련 연구 논문이 국제 학술지 'Internet of Things'에 게재됐다.'Internet of Things'는 엘스비어(Elsevier)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로 IF(Impact Factor) 지수 7.6에 해당한다. 이번 논문 게재는 'SA-AVAE' 프레임워크가 학술적 우수성과 기술적 혁신성을 갖춘 연구로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이번 성과는 생물학적 뇌 연령(Biological Brain Age)과 실제 나이(Chronological Age)의 차이를 추정하고, 신경퇴행성 뇌질환을 조기 예측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 의미 있다.이번 연구의 혁신은 분석의 어려움으로 기존 연구에서 잘 활용되지 않았던 기능적 MRI(fMRI)를 구조적 MRI(sMRI)와 함께 융합한 데 있다.'SA-AVAE' 프레임워크는 두 영상 모달리티에 담긴 정보를 정밀하게 분리·통합함으로써 뇌 연령 추정의 정확도를 높였다. 이와 함께 대규모 OpenBHB 데이터셋을 활용한 검증에서 기존 연구 대비 최첨단(SOTA) 수준의 성능을 달성했다.해당 프레임워크가 임상 현장에 적용될 경우, 신경퇴행성 뇌질환을 보다 이른 시점에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뇌 연령을 기반으로 신경퇴행성 뇌질환의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음에 따라, 의료 AI 시장의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딥노이드 최우식 대표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치매·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뇌질환의 조기 발견과 예방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자사가 보유한 뇌 영상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뇌 연령 추정 등 사회적 수요가 많은 연구를 이어가며 의료 AI 시장에서 기술적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한편, 딥노이드는 뇌동맥류 영상 판독·진단 보조 AI 솔루션 '딥뉴로(DEEP:NEURO)' 개발사다. '딥뉴로'는 2023년 혁신의료기술로 선정된 데 이어 이듬해 건강보험 비급여 코드를 획득했다. 현재 국내 다수의 의료기관에 설치돼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2026-03-17 12:04:57연구・저널

근골격계 질환도 '지역 격차'…농민 80% 고통 호소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농민 10명 중 8명이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으며 특히 고령 여성 농민의 통증이 위험 수위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특히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 서울의 건강생활 실천율이 52.4%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에 비해, 농촌 지역이 많은 강원(27.2%)은 절반 수준으로 최하위인 것으로 조사되면서 근골격계 질환의 지역 격차 해소 방안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17일 연세대학교 스포츠재활연구소(소장 이세용)가 농림축산식품부·농협중앙회와 함께 '2025년 농촌 왕진버스' 사업을 통해 전국 20~90대 이상 농민 1만 656명을 조사한 결과, 79.6%가 하나 이상의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었다. 특히 여성의 유병률은 83.1%로 남성(72.8%)보다 높았으며, 여성 농민의 통증 역시 0~10점 척도 중 4.8로 남성의 4.0보다 크게 높았다.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농민의 연령별 남녀 통증 척도(VAS) 비교통증 척도(VAS, Visual Analog Scale) 4이상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통증으로 진통제 복용을 고려해야 하는 '중등도 이상'을 의미한다.조사결과 근골격계 질환으로 4이상의 중등도 통증을 겪고 있는 여성 농민의 비율은 69%였으며, 남성은 55.8%였다. 특히 여성은 이른 나이인 50대부터 4.17의 중등도 이상 통증이 시작됐으며, 60대(4.30), 70대(4.85), 80대(5.29), 90대 이상(5.49)으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통증의 평균 강도도 증가했다. 이는 남성이 50대(3.41), 60대(3.66)를 지나, 70대가 돼서야 4.05를 기록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전체 농민의 근골격계 질환 유병률에 대한 조사도 진행됐다. 조사결과 농민들의 79.6%가 하나 이상의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었다. 여성(83.1%)이 남성(72.8%)보다 유병률이 높았으며, 가장 많은 질환은 남(42.3%), 여(42.6%) 모두 허리 질환이었다. 하지만 여성은 무릎 질환(34.3%)이 남성(28.1%)보다 높은 특징을 보인데 비해, 남성은 어깨(16.8%)와 목 질환(6.6%)이 여성(어깨: 13.9%, 목: 5.4%)보다 높았다. 특히 50대 중년층에서는 남녀 모두 '어깨'와 '목' 질환이, 60대 이상 고령층에서는 '허리'와 '무릎' 질환의 유병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성별에 따른 세부 질환 분포에서도 여성의 취약성은 더욱 두드러졌다. 70대 여성의 절반 이상(50.6%)이 허리 통증을 앓고 있어, 같은 연령대 남성(41.0%)보다 유병률이 높았다. 무릎 질환에 있어서도 성별 격차가 가장 큰 부위로, 80대 여성의 무릎 질환 비율은 44.4%에 달해 남성의 27.0%보다 약 1.6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지역별 건강생활 실천율연세대학교 스포츠재활연구소 이세용 소장은 "농사뿐 아니라 가사 노동까지 전담해야 하는 고령 여성 농업인이 처한 '이중 노동' 구조와 함께, 접근 가능한 전문적인 운동 프로그램이나 의료 서비스가 열악한 농촌의 현실 역시 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실제로 질병관리청에서 시행한 지역사회건강조사(2024)에 따르면 서울의 건강생활 실천율이 52.4%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에 비해, 농촌 지역이 많은 강원(27.2%)은 절반 수준으로 최하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연구에서 연령이 높아질수록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이 하락해 60대는 22.1%, 70대 이상에서는 13.8%까지 급락해 고령자가 많은 농촌 지역의 취약성을 보여줬다.연세대학교 스포츠재활연구소 이세용 소장은 "농민들은 장기간 반복 노동과 충분한 휴식 부족으로 근육과 신경에 피로가 누적된 상태"라며 "농촌에서도 접근 가능한 전문적인 운동 프로그램 제공과 농촌 왕진버스와 같은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의 대폭적인 확대 등 농촌 어르신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전방위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한편, 연세대학교 스포츠재활연구소(소장 이세용)와 피지오액트(CEO 김소정)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농촌 왕진 버스 사업에 참여해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소속 건강관리사들이 ▲근골격계 통증 및 기능 문진 ▲균형 검사 ▲스트레칭 ▲근력 운동 ▲운동 방식 교육 등의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2026-03-17 11:12:01연구・저널

1000여명 분석해보니…무증상 결핵 환자 30% 달해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18개 대학병원이 참가한 대규모 코호트 분석 결과 무증상 결핵 환자가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어 무증상 결핵 환자가 유증상 환자보다 유의미하게 우수한 치료 예후를 보인다는 사실도 확인된 만큼 '조용한 전파자' 역할을 막기 위한 치료 전략 변화 필요성도 대두될 전망이다.12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호흡기내과 민진수 교수(교신저자)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형우 교수(공동저자)를 중심으로 하는 다기관 연구팀이 최근 국내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공개했다고 밝혔다.이번 연구는 건강검진에서 조기 발견된 '무증상 결핵' 환자가 유증상 환자보다 유의미하게 우수한 치료 예후를 보인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증상 중심의 현행 WHO 결핵 선별검사 권고 기준을 재고해야 한다는 강력한 근거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민진수 교수세계보건기구(WHO)는 이제까지 결핵 선별의 핵심 도구로 기침·발열·야간 발한·체중감소 등 4가지 증상 유무를 확인하는 'W4SS(WHO four-symptom screen)'를 권고해왔지만 무증상 결핵이 전 세계 결핵 전파의 약 68%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증상 기반 선별만으로는 다수의 무증상 결핵 환자를 놓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WHO는 2025년 2월 '무증상 결핵 대응 협의회(WHO consultation on addressing asymptomatic TB)'를 별도로 개최하며 관련 정책 전환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이번 연구는 바로 그 정책 전환에 대한 근거를 실증 데이터로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WHO의 '세계 결핵 보고서 2024' 발표에 따르면, 결핵은 여전히 심각한 감염병 부담을 유발하고 있으며 2023년 기준 약 1080만 명에 달하는 환자가 있다. 또한 지역사회 기반 유병률 조사에서는 결핵 환자의 약 절반가량이 기침·발열·야간 발한·체중감소 등 전형적인 증상 없이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국내에서는 질병관리청 통계자료에 의하면 2024년 기준 결핵 환자는 17944명으로 13년 연속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결핵 발생률 2위로 여전히 중등도 부담 국가로 분류된다.그동안 일반적으로 결핵은 심한 기침과 객담(가래), 발열, 그리고 급격한 체중감소 등 명확한 임상 증상을 동반하는 호흡기 감염 질환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의료 현장에서는 뚜렷한 자각 증상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장인 정기 건강검진이나 국가건강검진의 흉부 X선 촬영을 통해 우연히 결핵을 진단받고 내원하는 이른바 '무증상 결핵(Asymptomatic tuberculosis)' 환자의 사례가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그동안 학계에서는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결핵균을 퍼뜨리는 조용한 전파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으나, 정작 이 무증상 환자들을 일찍 찾아내어 치료했을 때 환자 본인의 건강 회복에 얼마나 큰 이점이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밝힌 연구는 부족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민진수 교수팀은 국내 18개 대학병원이 참여한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 등록된 성인 폐결핵 환자 1071명의 데이터를 심층 분석했다. 연구진은 진단받기 전 4주 동안 기침, 객담, 객혈, 호흡곤란, 흉통, 발열, 전신 쇠약감, 체중 감소, 야간 발한, 식욕 부진 등 10가지 결핵 관련 증상이 단 하나도 없는 환자를 '무증상 결핵'으로 엄격하게 분류했다. 분석 결과, 전체 환자의 32.7%(350명)가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한 무증상 결핵 환자였다. 이들은 기침이나 열이 나서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 비해 체내 염증 수치(C-반응성 단백질 등)가 현저히 낮았고, 엑스레이상 폐에 구멍이 뚫리는 공동(Cavitation) 병변이나 객담 검사에서 결핵균이 검출되는 비율도 훨씬 적었다. 즉, 질병이 심각해지기 전인 초기 단계에서 진단된 것이다.아울러 이는 뚜렷한 치료 성과로 이어졌다. 약을 먹고 재발 없이 완치된 비율이 증상 결핵 환자는 76.4%에 그친 반면, 무증상 결핵 환자의 치료 성공율은 86.3%에 달했다. 특히 증상이 나타난 후 병원을 방문한 환자에 비해,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무증상 결핵을 발견한 환자군은 성공적으로 완치될 확률이 약 2.4배 높았다. 또한 1년 이내에 치료를 완료하지 못할 위험도 유의미하게 낮아져, 훨씬 안정적으로 결핵을 극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번 연구는 일반 대중에게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중요한 객관적 근거가 된다. 기침이나 미열 같은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병원에 가면 이미 폐 손상이 진행돼 치료가 길어지고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하지만 평소 아픈 곳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건강검진이나 취업 전 신체검사 등을 통해 흉부 X선 검사를 챙기면, 폐가 망가지기 전에 결핵을 찾아내어 보다 안정적으로 완치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향후 무증상 결핵 관리 전략 및 조기 발견 정책을 검토하는 데 중요한 과학적 근거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연구를 주도한 민진수 교수는 많은 분들이 "'아프지도 않은데 굳이 독한 결핵약을 먹어야 하느냐'고 묻지만, 이번 연구는 증상이 없을 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환자 본인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상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정기적인 검진으로 숨은 환자를 찾아내는 선별검사가 개인의 완치는 물론 국가적인 결핵 퇴치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한편,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지원과제인 '결핵 코호트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Marc Lipman(마크 립먼), Molebogeng X Rangaka(몰레보겡 엑스 랑가카) 교수가 국제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유럽호흡기학회 공식 학술지인 ERJ 오픈 리서치(ERJ Open Research)에 게재됐다. 
2026-03-12 12:04:32연구・저널

수면 뇌파에 사망 위험 단서…뇌 건강 점수 낮으면 사망↑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수면 중 측정한 뇌파(EEG)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분석해 인지 기능과 질병 상태, 사망 위험까지 동시에 예측할 수 있는 '뇌 건강 점수(brain health score)'를 도출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규모 수면다원검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점수는 기존 인구학적 정보 기반 모델이나 전통적인 EEG 지표보다 일관되게 높은 예측력을 보였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미국 베스 이스라엘 디코네스 메디컬센터(BIDMC) 신경학과 울프강 갠지스버그 등 연구진이 진행한 수면 뇌파를 통한 뇌 건강 멀티 코호트 딥러닝 바이오마커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NEJM AI에 26일 게재됐다(DOI: 10.1056/AIoa2500487).수면 중 측정한 뇌파(EEG)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분석한 결과 인지 기능과 질병 상태, 사망 위험까지 동시에 예측할 수 있다는 단서가 포착됐다.수면은 기억 형성과 신경 회복, 대사 조절 등 뇌 기능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생리 과정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수면 중 나타나는 뇌파 패턴은 신경퇴행성 질환이나 인지 저하 등 다양한 뇌 건강 상태와 연관된다는 연구가 축적돼 왔다. 그간 연구는 렘수면 비율, 수면 스핀들 밀도 등 특정 EEG 특징을 개별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이 대부분으로 이런 접근은 뇌 건강이 다양한 생리 신호의 상호작용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전문가가 정의한 제한된 특징에 의존하기 때문에 EEG 데이터에 숨어 있는 새로운 패턴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는 점에 착안, 연구진은 전문가가 사전에 정의한 특징 없이 EEG 데이터를 그대로 학습하는 엔드투엔드 딥러닝 모델을 구축했다. 분석에는 6개 코호트에서 수집된 총 2만7000명의 수면다원검사 기록 3만6000건이 사용됐다. EEG 데이터는 1차원 시계열 또는 시간–주파수 스펙트로그램 형태로 변환돼 모델에 입력됐다.모델은 멀티태스크 딥 뉴럴 네트워크 구조로 설계돼 인지 기능 지표와 질병 상태, 수면 생리 지표 등을 동시에 예측하도록 학습됐다. 이 과정에서 모델은 EEG 데이터로부터 1024차원의 '뇌 건강 잠재 공간'을 학습했고, 연구진은 이를 다시 압축해 하나의 뇌 건강 점수로 정리했다. 이후 이 점수의 성능을 인구학적 정보 기반 모델, 기존 EEG 생리 지표 모델, 전통적인 머신러닝 모델과 비교 분석했다.분석 결과 딥러닝 기반 뇌 건강 점수는 1표준편차 증가할 때 사망 위험이 약 31~3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 기능 예측에서는 단순 인구학적 모델 대비 상관계수가 최대 0.40 수준까지 높아졌으며, 질병 상태 분류에서도 기존 기준선인 AUC 0.50~0.55에서 0.65~0.75 수준으로 성능이 향상돼 무작위 수준에 가까웠던 기존 모델보다 정확도가 높아졌다. 특히 연령을 보정한 Cox 비례위험 분석에서는 뇌 건강 점수가 높을수록 사망 위험이 크게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점수가 1표준편차 증가할 때 사망 위험은 약 31~35% 낮아졌으며, 위험비는 0.65~0.69 수준으로 나타났다.연구진은 딥러닝 모델이 기존 수면 생리 지표뿐 아니라 기존에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던 새로운 EEG 패턴까지 함께 활용했기 때문에 이러한 성능 향상이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잠재 공간 분석 결과 모델은 전통적으로 알려진 수면 생리 신호와 함께 추가적인 EEG 특징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수면 EEG 데이터를 활용해 뇌 건강을 통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디지털 바이오마커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수면다원검사는 이미 임상에서 널리 활용되는 검사라는 점에서 향후 뇌 건강 상태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거나 장기 건강 위험을 예측하는 지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향후 EEG뿐 아니라 심박, 호흡 등 다양한 생체 신호를 결합한 멀티모달 분석으로 확장할 경우 뇌 건강 평가 정확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026-03-11 12:05:20연구・저널

"항암제가 잠자던 B형간염 깨워"…재활성화 40% 육박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다발성골수종 치료에 쓰이는 항암제 'anti-CD38 항체'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잠복해 있던 B형간염 바이러스(HBV)를 깨워 급성 간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특히 특정 조건을 갖춘 고위험군의 경우 바이러스 재활성화율이 40%에 육박해, 선별적인 예방 치료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10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팀(제1저자 탁권용 임상강사)은 anti-CD38 항체 치료를 받은 다발성골수종 혈액암 환자에서의 HBV 재활성화 발생률과 위험도 층화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좌측부터)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 탁권용 임상강사 B형간염은 전 세계적으로 약 2억 5700만 명의 만성 감염자가 존재하는 주요 감염병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연간 약 110만 명이 B형간염 관련 합병증으로 사망한다.현재 B형간염이 없지만 과거 감염 이력이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면역억제 치료 환경에서 잠복 상태의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될 수 있으며, 급성 간염·간부전·사망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기존 연구에 따르면 바이러스 재활성화로 중증 간염이 발생한 환자의 약 20~30%에서 간 관련 사망이 보고된다.현재 다발성골수종 치료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anti-CD38 항체는 1차 치료부터 재발/불응 단계를 아우르는 핵심 약제로 자리잡고 있다. 해당 치료제는 강력한 면역조절 효과를 통해 치료 성과를 높여, 환자들의 예후 개선과 생존률 제고에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문제는 CD38은 골수종 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형질세포와 면역조절세포에도 광범위하게 발현돼 있는 만큼, anti-CD38 치료는 항종양 효과와 동시에 B형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면역 체계를 교란할 수도 있다는 점.연구진은 학계에서 anti-CD38 치료 관련 바이러스 재활성화 사례가 보고돼 온 바 있다는 점에 착안, 2015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anti-CD38 치료를 받은 다발성골수종 환자 709명 중에서 과거 B형간염에 노출된 환자(anti-HBc 양성, HBsAg 음성) 180명을 대상으로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수행했다.중앙 추적 관찰 기간은 14.5개월로, 이 중 14명(7.8%)은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행한 환자였으며 166명(92.2%)은 예방 치료 없이 1-3개월 간격으로 바이러스 지표 및 간기능 검사를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예방 치료 미시행군 166명 중 B형간염 재활성화가 확인된 경우는 13명(7.8%)이었다. 이 수치는 유럽간학회(EASL) 임상 가이드라인이 정의하는 중등도 위험군(1~10%) 범주에 해당하며, 현행 지침에서는 이 범주의 환자에게 예방적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일괄 권고하지는 않는다.연구팀은 동일한 치료를 받는 환자들 사이에서도 재활성화 위험도가 균일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설 아래, 예방 미투여군 내 독립적 위험인자를 다변량 분석으로 도출했다.분석 결과, 기저 anti-HBs(B형간염 표면항원에 대한 방어 항체) 수치 100 IU/L 미만과 재발·불응 단계에서의 치료 시작, 두 가지가 재활성화를 예측하는 핵심 인자로 확인됐다.이 두 인자를 조합해 환자를 4개 하위군으로 층화, 분석한 결과에서는 저위험군(anti-HBs ≥100 IU/L + 1차 치료)은 전체 추적 기간 동안 재활성화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반면, 고위험군(anti-HBs <100 IU/L + 재발/불응 치료)은 중앙 추적기간 10.6개월 동안 약 19.6%에서 해당 사건이 발생해 24개월 누적 발생률은 무려 약 40%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특히 이 고위험군이 기존 EASL 분류 기준으로는 여전히 '중등도 위험(<10%)'으로 분류돼 예방적 항바이러스 투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이다.전체 발생률만 놓고 보면 중등도 위험처럼 보이지만, 환자 특성을 세분화하면 그 안에 실질적인 고위험에 해당하는 하위군이 존재하는 만큼, 기존의 일률적인 위험 분류 체계만으로는 식별하지 못하는 예방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의 효과도 명확하게 입증됐다. 예방 치료를 시행한 14명에서는 재활성화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중증 간염과 간 관련 사망 역시 예방 미시행군에서만 발생했다. 중증 간염은 고위험군에 집중됐고, 간 관련 사망자는 모두 고위험군에서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위험군 선별과 예방 치료가 치명적 결과를 막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제1저자인 탁권용 임상강사는 "anti-CD38 치료는 혈액암 치료에서 점점 더 앞선 단계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간염 재활성화 위험 평가 역시 정밀해져야 한다"며 "anti-HBs 수치와 치료 이력을 반영한 위험도 분류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이번 연구를 주도한 성필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anti-CD38 치료가 '중등도 위험'으로 단순 분류되던 기존 인식을 넘어, 명확한 고위험군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선별적 예방 항바이러스 치료 전략을 통해 간부전과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임상적 근거를 제시했다"고 강조했다.한편 연구팀은 향후 다기관 연구를 통해 anti-CD38 치료 환자에서의 표준화된 예방 전략 수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산발적 재활성화가 확인된 중등위험군에 대해서는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와 강화 모니터링 중 어느 전략이 더 효과적인지 규명하는 것이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최근 개정된 '유럽 간질환 관리 가이드라인' 중 'B형간염 재활성화' 부분의 임상적 의견을 추가로 제출한 이번 연구는 세계 간질환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Journal of Hepatology (IF 33.0)에 게재됐다.
2026-03-10 12:04:18연구・저널
[유소영 박사의 의료AI와 윤리]

의료AI의 진짜 위험은?

[메디칼타임즈=유소영 서울아산병원 교수]"AI의 진짜 위험은 거짓말이 아니다.  거짓말의 '세탁'이다"LLM의 형식 편향이 허위정보에 임상적 권위를 부여할 때, 의료 거버넌스는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가당신이 식도염으로 인한 출혈로 입원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퇴원을 앞둔 어느 날, 전공의가 AI 시스템으로 작성한 퇴원 요약지에 이런 문구가 적힙니다. "증상 완화를 위해 차가운 우유를 드십시오."의학적으로 이 권고는 치명적입니다. 차가운 우유는 출혈 부위를 자극해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치의는 AI가 작성한 유창한 초안을 검토한 뒤 그대로 승인하고 서명합니다.이 문장이 위험한 진짜 이유는 내용의 오류 그 자체보다, 의사가 서명한 '공식 의료기록'이라는  옷을 입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현행 EMR 시스템에서 의사의 서명은 문서 전체에 대한 포괄적 인증입니다. 문서 안에서 어디까지가 의사의 판단이고 어디부터가 AI의 출력물인지 구분할 표준화된 방법은 없습니다. 서명이 이뤄지는 순간, 치명적인 오답은 정석적인 권고와 동일한 '임상적 권위'를 획득합니다.이것은 막연한 우려가 아닙니다. 2026년 2월, 《The Lancet Digital Health》에 발표된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대(Icahn School of Medicine at Mount Sinai)의 연구는 이 메커니즘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GPT, Llama, Gemma 등 9개 주요 모델에 120만 건의 프롬프트를 투입한 결과, 가장 우수한 모델조차 명백한 의료 거짓 정보를 사실로 수용했습니다 [1]. 특히 주목할 결과는 따로 있습니다. AI 모델들은 허위 정보가 레딧(Reddit) 같은 소셜미디어에 있을 때보다, '퇴원 요약지' 같은 공식 문서 형식에 삽입되었을 때 훨씬 더 높은 수용률을 보였습니다. 즉, 정보의 '진실성'보다 그 정보가 담긴 '형식의 권위'가 AI의 판단을 좌우한 것입니다. "의학적으로 맞느냐"보다 "의학적으로 얼마나 그럴싸하게 들리느냐"가 결정적이었다는 사실은 AI 학습 구조 자체가 가진 근본적 한계를 시사합니다."식도염으로 출혈 중인 환자의 퇴원 요약지에 허위 권고를 한 줄 삽입했다: '차가운 우유를 마시면 증상이 완화됩니다.' 의학적으로 명백한 거짓이었다. 그런데 이 퇴원 요약지를 읽은 주요 대형언어모델 다수가 이 문장을 '안전한 의학 권고'로 받아들였다. 왜? 그 문장이 의사처럼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Omar et al., The Lancet Digital Health, 2026.2.9.'정보 세탁(Information Laundering)'은 정보전(information warfare) 연구에서 확립된 개념으로, 허위 정보가 신뢰받는 중간 경로를 거치며 정당성을 획득하는 구조를 뜻합니다. 기존 연구는 주로 소셜미디어와 언론을 경유하는 국가 선전(state propaganda)을 대상으로 이 개념을 사용해 왔습니다. 저는 이 개념을 의료 AI와 임상 문서 영역에 적용합니다. AI가 임상 정보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한정 조건이 탈락하거나 맥락이 왜곡된 결과물이, 의사의 서명이라는 기존의 공식 인증 경로를 통과하여 '검증된 의료기록'의 지위를 얻는 현상을 '의료 정보 세탁(Medical Information Laundering)'으로 명명합니다. 이것은 기존 정보 세탁 연구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새로운 적용 영역이며, 본 칼럼의 독자적 분석 프레임입니다. 이하에서는 의료 정보 세탁이 왜 발생하는지(메커니즘), 누가 책임지는지(법적 구조), 그리고 현행 규제가 왜 이를 차단하지 못하는지(거버넌스 공백)를 순서대로 분석합니다.01  '정보 세탁', 거짓에 백의(白衣)를 입히는 메커니즘정보 세탁의 구조는 돈세탁(Money Laundering)과 구조적으로 대응합니다. 불법 자금이 합법적 금융 경로를 한 번 통과하면 '깨끗한 돈'이 됩니다. 자금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경로가 세탁하는 것입니다.허위 정보가 '임상 문서'라는 신뢰받는 경로를 한 번 통과하면, 그 정보는 '검증된 의학적 사실'의 지위를 얻습니다. 돈세탁과 다른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돈세탁은 누군가가 시스템을 악용하는 것이지만, 정보 세탁은 시스템이 설계된 대로 정상 작동하는 것 자체가 세탁을 완성합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위험합니다. 모든 것이 정상 절차대로 진행되기에, 어느 단계에서도 경보가 울리지 않습니다. 둘째, 정보 세탁은 AI 단독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AI가 형식 변환을 수행하고, 의사의 서명이라는 기존의 인증 절차가 이를 공식 기록으로 확정합니다. 역설적으로, 현행 시스템은 세탁을 차단해야 할 서명 절차를 오히려 세탁을 완성하는 경로로 전환시킵니다. 시스템의 정상 작동이 곧 세탁의 완성이기에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정상 경로를 거쳤으니 탐지는 더 어렵습니다. 문제는 서명하는 의사가 아니라, 의사에게 발견이 어려울 수도 있는 오류를 넘기고도 정상 작동하는 시스템 구조입니다.▸ 퇴원 요약지 한 줄이 증명한 것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마운트 시나이(Mount Sinai) 연구팀은 식도염 관련 출혈(esophagitis-related bleeding) 환자의 퇴원 요약지에 '증상 완화를 위해 차가운 우유를 마시라'는 허위 권고를 삽입했습니다. 의학적으로 부적절한 조언입니다. 우유는 일시적으로 위산을 중화하지만, 이후 위산 분비를 촉진(rebound acid secretion)하여 출혈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모델이 이 문장을 '안전한 의학 권고'로 수용했습니다[1].이 연구[1]의 공동 책임저자 에얄 클랑(Eyal Klang, MD), 마운트 시나이 생성형 AI 연구 책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현재의 AI 시스템은 확신에 찬 의학적 문체(authoritative medical language)를 그 자체로 진실이라 간주합니다. 아무리 명백한 오류라도 전문가다운 형식을 갖추고 있다면, 퇴원 요약지라는 공식 검문을 아무런 제지 없이 통과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에얄 클랑(Eyal Klang, MD),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Icahn School of Medicine at Mount Sinai) [1]이 결과는 LLM의 작동 원리에서 구조적으로 예측 가능합니다. LLM은 사실 검증기(fact-checker)가 아니라 다음 토큰 예측기(next-token predictor)입니다. 훈련 데이터에서 임상 노트 형식의 텍스트는 압도적으로 사실이었으므로, 모델은 '퇴원 요약지에 쓰인 문장 = 정확한 의학 정보일 확률이 높다'는 사전 확률(prior)을 학습합니다. 퇴원 요약지, 임상 노트, 진료기록 같은 공식 의료 문서의 형식(format)이 내용의 진위 판단을 압도하는 것입니다. AI는 '무엇이 쓰여 있는가'(내용)보다 '어디에 쓰여 있는가'(형식)에 반응합니다. 이것이 형식 편향(format bias)의 본질입니다.LLM은 논증의 논리적 결함은 감지했지만, 공식 의료 문서 형식으로 포장된 사실의 오류는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형식이 내용을 이긴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입니다. 의료 텍스트에 특화된 모델이 범용 모델보다 더 취약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1]. 의료 데이터에 대한 과적합(overfitting)이 형식 편향을 오히려 강화한 것입니다. 연구팀의 결론은 분명합니다. LLM의 허위정보 식별 능력을 높이는 열쇠는 모델 규모의 확대가 아니라, 사실 근거 검증(fact-grounding)과 맥락 인식 가드레일(context-aware guardrails)에 있습니다.핵심은 이것입니다. AI는 단순히 '오류를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허위 정보를 공식 서명 절차를 통과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정보 세탁의 본질입니다.▸ 왜 '환각(Hallucination)'이 아니라 '세탁(Laundering)'인가기존의 'AI 환각' 개념과 정보 세탁은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표 1] AI 환각과 정보 세탁의 속성 비교구분AI 환각 (Hallucination)정보 세탁 (Laundering)정의없는 것을 만들어 냄 있는 것의 맥락을 변형함 원천허구 (원본 자체가 없음)실재 정보에서 한정 조건·맥락 변형검증 난이도허구 (원본 자체가 없음)구조적으로 곤란 (원본 대조 없이는 정상 임상 문장과 구별 불가)작동 원리가짜 논문·데이터의 창작신뢰받는 형식에 가공된 정보 주입위험 수준높음(개별적 오류)매우 높음(시스템적 확산)AI 환각은 '존재하지 않는 것의 창작'입니다. 실재하지 않는 논문을 인용하거나(예컨대 'Smith et al., NEJM 2024'처럼 해당 저널에 게재된 적 없는 논문), 약리학적으로 보고된 바 없는 약물 상호작용을 생성하는 것이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이러한 오류는 원천 자체가 허구이므로, 문헌 데이터베이스 대조를 통해 비교적 체계적으로 탐지할 수 있습니다.반면 '정보 세탁'은 '실재하는 진실의 알맹이를 버리는 행위'입니다. 정보의 원본은 분명 존재하지만, AI가 이를 요약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생명을 지탱하던 '임상적 한정 조건'과 '맥락'이 소거됩니다. 사실 정보를 줄이는 과정에서 맥락이 일부 빠지는 것 자체는 AI만의 잘못은 아닙니다. 인간의 수기 요약이나 인수인계 과정에서도 정보는 누락됩니다. 일종의 '손실 압축(Lossy Compression)'이죠. 하지만 AI가 개입하면 문제의 차원이 달라집니다. 인간의 실수는 오타나 불완전한 문장처럼 '허술한 흔적'을 남겨 읽는 이로 하여금 주의를 기울이게 하지만, AI는 그 어떤 불완전한 정보라도 가장 유창하고 완벽한 '전문가의 문장'으로 변환해버립니다. 이것이 바로 '형식 편향(Form Bias)'의 무서움입니다. 실제 기록과 구별할 수 없는 완벽한 형식 안에 치명적인 거짓이 녹아들어 있기에, 전문가조차 이를 식별하기가 극도로 어렵습니다. 인간의 실수는 '허점'을 남기지만, AI의 실수는 '권위'를 입고 나타나기 때문입니다.더 심각한 문제는 이 '세탁된 정보'가 공식적인 진실로 둔갑하는 과정입니다. 만일 AI가 요약한 문서는 의사의 전자 서명을 거쳐 EMR에 등재될 경우입니다. 현행 시스템에서 의사의 서명은 문서 전체에 대한 '포괄적 인증'입니다. 시스템은 어떤 맥락이 증발했는지 경고하지 않으며, 서명이 완료되는 순간 이 문서는 '의사가 검토하고 승인한 무결한 기록'이라는 지위를 획득합니다.이제 이 기록은 '세탁'을 마치고 병원 안팎으로 퍼져 나갑니다. 다음 번 진료 의사도, 전원 받은 병원의 의료진도 이 문서를 '이미 검증된 기록'으로 신뢰하며 처방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오류가 신뢰의 체인을 타고 증폭되는 '정보 세탁의 연쇄 구조'가 완성되는 것입니다.결국 환각은 '가짜'이기에 솎아낼 수 있지만, 세탁은 '형태'가 완벽하기에 걸러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AI의 유창함이 아닌, 그 이면에서 증발해버린 맥락에 더 집요하게 질문을 던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연쇄 증폭, 한 줄의 오류가 시스템을 '감염'시키는 경로정보 세탁의 진짜 위험은 단일 오류에 있지 않습니다. 현대 의료 시스템의 구조 자체가 세탁된 정보를 증폭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합니다. 보건의료IT안전파트너십(Partnership for Health IT Patient Safety)의 체계적 문헌고찰(51건 분석)에 따르면, EHR 내 정보 재사용은 부정확한 기록의 고착(error propagation), 문서 팽창(note bloat), 내부 불일치를 초래합니다. 한 사례에서는 영아의 결핵 노출 음성 기록이 복사·전파되어 2주간 반복 진료에서 그대로 유지되었고, 결국 결핵성 뇌수막염으로 진단되었을 때 환자에게 심각한 후유증이 남았습니다[2].[표 2] 정보 세탁의 연쇄 증폭 경로단계메커니즘1단계 [삽입]AI 시스템이 임상 기록을 생성하거나 요약하는 과정에서 맥락을 탈락시키거나, AI 스크라이브가 'normal vascular flow'를 'no vascular flow'로 전사한다[3].2단계 [세탁]AI 요약 도구가 이 기록을 읽고, 오류를 포함한 채 매끄러운 임상 문서로 재가공한다. 오류는 '전문가가 작성한 문서의 일부'가 된다.3단계 [확산]서명된 기록은 전원 문서, 보험 청구, 후속 진료의 참조 기록으로 재사용된다. 현행 EMR의 상호운용성 한계로, 원본이 수정되어도 이미 전파된 사본에는 수정이 자동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2].4단계 [고착]세탁된 기록이 후속 임상 판단의 전제로 작동한다. 이 전파·고착 구조는 AI 이전에도 존재했으나, AI는 유창한 오류를 대량으로 생성함으로써 기존 취약성을 체계적으로 증폭한다. 이 기록이 추후 보험 거부, 후속 오진의 근거도 될 수 있다. 02  반론 ① "의사가 확인하면 되지 않느냐"현행 시스템에서 정보 세탁이 완성되는 마지막 관문은 의사의 서명 절차입니다. 그렇다면 그 절차가 세탁의 통로가 아니라 차단 장치로 작동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요? 이것이 가장 보편적인 반론입니다. "AI는 도구일 뿐이고, 최종 판단은 의사가 한다. Physician-in-the-Loop[1]가 작동하면 문제없다."이 원칙은 법적으로도 뿌리가 깊습니다. 미국의료면허위원회연맹(FSMB)은 2024년 5월 보고서에서, 의사가 AI를 쓰기로 한 순간 그 권고에 대한 대응 책임까지 함께 진다고 명시했습니다[4]. 일리노이대 사라 게르케(Sara Gerke) 교수(의료 AI 법학)는 박학한 중재자 원칙(Learned Intermediary Doctrine)에 따라 현행법상 AI 관련 배상의 대부분은 의사와 병원이 부담한다고 분석합니다[5].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26년 1월 22일 시행된 「인공지능기본법」은 보건의료를 '고영향 AI' 영역으로 명시하고(제2조), 사업자에게 사람의 관리·감독 책무를 부여했습니다(제34조). 시행령과 고시를 통해 담당자 정보 게시나 긴급정지 기준 같은 구체적 절차까지 마련해두었죠. 하지만 이 모든 장치는 어디까지나 '사업자 조직 수준'의 관리 체계일 뿐입니다. 정작 임상 현장의 개별 의사가 AI 출력을 어떤 기준으로, 어느 수준까지 검증해야 하는지에 대해 법령은 침묵하고 있습니다.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법의 뒤편에 숨은 '이중의 역설'입니다.첫째, 의사의 존재가 오히려 규제의 방패가 됩니다. 정부의 「고영향 인공지능 판단 가이드라인」은 '최종 의사결정에 사람이 개입하는 경우' 통제 가능한 것으로 보아 고영향 AI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명시합니다. 이 논리에 따르면, 의사가 최종 서명을 하는 임상 AI는 인간의 감독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오히려 엄격한 규제 자체를 회피할 수 있는 '면죄부'를 얻게 됩니다.둘째, 의사의 서명은 '정보 세탁'을 완성하는 동시에 규제 회피의 근거가 됩니다. 앞선 장에서 분석했듯, 시스템은 AI 요약 과정에서 누락된 핵심 맥락을 의사에게 경고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의사가 누른 서명은 AI의 불완전한 출력을 '의사가 인증한 공식 기록'으로 확정 짓는 세탁의 마침표가 됩니다. 결국 제조사는 의사의 서명을 빌미로 규제를 피하고, 의사는 그 서명의 존재 때문에 AI가 저지른 모든 오류의 독박 책임을 떠안는 비대칭적 구조가 완성되는 것입니다.의료법 제27조의 '무면허의료행위 금지' 원칙에 따라 최종 판단은 의료인의 몫이라는 해석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는 법률 설계에 의한 보호가 아니라 고육지책에 가까운 법리적 추론일 뿐입니다. 현행법의 수범자는 사업자일 뿐, 진료실에서 AI와 사투를 벌이는 개별 의사에게는 그 어떤 직접적인 가이드라인도, 보호막도 제공하지 않습니다.원칙 자체는 타당합니다. 그러나 이 원칙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시스템 차원의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바로 AI의 오류가 의사에게 '발견 가능한 형태'로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행 시스템은 오류를 유창한 문장 속에 숨겨 발견을 불가능하게 만들면서, 오로지 검증의 책임만을 의사 개인에게 부과하고 있습니다.▸ 'AI 오류 발견 가능성'이라는 전제가 무너지는 세 가지 증거첫째, '보상 구조의 역설'입니다. 오픈AI(OpenAI) 연구진(칼라이(Kalai) 등)이 2025년 발표한 "Why Language Models Hallucinate"가 그 구조를 해부했습니다[7]. AI가 환각하는 이유는 기술적 결함이 아닙니다. AI가 틀리는 것은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확신 있는 추측(Confident Guessing)'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훈련 방식 때문입니다.특히 AI는 학습 과정에서 '가장 의사다운 어조와 격식(Medical Format)'을 갖췄을 때 자신의 답변이 정답일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며, 이때 확신의 강도(Confidence Score)는 정점에 달합니다. 또한 이렇게 AI가 의학적 전문 용어와 구조화된 형식을 완벽하게 흉내 내며 확신 있게 말할 때, 인간 전문가는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할 '오류'가 아닌 신뢰해야 할 '임상적 지시'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즉, AI의 훈련 방식이 만들어낸 '유창한 확신'이 의료라는 형식의 권위를 등에 업고 전문가의 눈을 속이는 '완벽한 정보 세탁'의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이는 전문가가 주의를 기울여도 오류를 발견하기 어렵게 만드는 가장 교묘한 시스템적 함정입니다.둘째, '업무량 역설(Workload Paradox)'입니다. 2025년 《NPJ Digital Medicine》의 분석에 따르면, AI 스크라이브는 미국 의사 진료실의 약 30%에 보급되었지만, 기록 작성 시간이 실제로 줄었다는 증거는 미약하고 개인차도 큽니다[3]. 문제는 AI 도입이 '생산성이 올라갔다'는 근거로 읽혀 환자 배정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시간 절감 효과는 늘어난 업무량과 AI 검증 부담에 상쇄됩니다.셋째, '형식 신뢰 편향'입니다. 마운트 시나이(Mount Sinai) 연구의 결정적 발견이 바로 이것입니다. AI 시스템은 확신에 찬 의학 언어를 기본적으로 사실로 수용했습니다[1]. 이것은 AI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 전문가도 자동화된 시스템의 출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으며, 인지심리학에서는 이를 '자동화 편향(automation bias)'이라 부릅니다[10]. 이것은 의사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잘 알려진 인간 인지의 특성입니다. AI가 만든 매끄러운 문서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이 편향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시스템 설계자가 알려진 인간 한계를 무시하는 것입니다."의사가 확인하면 된다"는 전제는, 시스템이 오류를 '발견 가능한 형태'로 제시할 때만 성립합니다.정보 세탁의 본질은 바로 오류를 발견 불가능한 형태로 가공하는 것이며, 이를 방치하면서 검증 책임만 의사에게 부과하는 것이 현행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입니다.03  반론 ② "그래도 AI 없이는 더 위험하다"여기서 시계추를 정반대로 돌려 봅시다.인간 의료 시스템의 오류율은 이미 심각합니다. 미국에서 예방 가능한 의료 오류로 인한 사망 규모는 연구마다 편차가 큽니다(존스홉킨스대의 연간 25만 건 이상 추정(Makary & Daniel, BMJ 2016)에서 예일대 메타분석의 약 2만 2천 건(Rodwin et al., J Gen Intern Med 2020)까지). 그러나 의료 오류가 환자 안전의 중대한 위협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EHR 내 정보 재사용(복사·붙여넣기) 관행은 오류 전파와 진단 지연의 원인으로 이미 확인되었습니다[2]. 한편, AI 기반 의료배상보험 플랫폼 인디고(Indigo)는 2026년 1월 5천만 달러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며, AI를 활용한 개별 의사 단위의 맞춤형 리스크 평가가 가능함을 입증했습니다[5]. 보험 업계가 AI를 '위험'이 아닌 '리스크 관리 도구'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즉, "AI가 위험하다"는 주장이 곧 "AI 없이 더 안전하다"는 증명은 아닙니다.▸ 역전의 함정(Reversal Trap), AI를 쓰지 않는 것이 과실이 되는 날AI가 점차 임상 가이드라인에 통합되면서, 'AI를 사용하지 않은 것' 자체가 주의의무 위반으로 주장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책임의 불균형은 더 벌어집니다. 2024년 딕슨 대 덱스콤(Dickson v. Dexcom Inc., W.D. La.) 소송에서 루이지애나 연방법원은 FDA의 De Novo 분류 절차를 거친 클래스 II 의료기기에 대해 연방 선점(federal preemption)으로 주법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고 인정했습니다[5]. 이 논리가 AI 의료기기 제조사로 확대되면, 제조사는 FDA 허가를 방패 삼아 주법상 책임을 제한할 수 있지만, 의사는 '써도, 안 써도' 과실 주장에 노출되는 구조가 됩니다.결국 의료진은 '이중 구속(Double Bind)'에 놓입니다.AI를 쓰면 '정보 세탁'에 의한 위험AI를 안 쓰면 '합리적 도구 미사용'에 의한 과실 주장 가능성 양쪽 모두 법적 위험입니다. 이 딜레마의 출구는 어디에 있을까요?04  한국이라는 특수한 실험실한국은 이 문제를 분석하기에 특히 주목할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세 가지 이유입니다.첫째, '법의 동시다발적 실험'입니다. 「인공지능기본법」(2026.1.22 시행), 「디지털의료제품법」(2025.1.24 시행), 그리고 기존 「의료법」의 의무기록·의료행위 규정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습니다[6][8]. AI 기술 규제, 디지털 의료제품 허가, 임상 현장의 의료행위 규율. 세 법령이 서로 다른 규제 관점을 동시에 가동하고 있으며, 이들 간의 정합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둘째, 인프라의 양면성입니다. 전체 의료기관의 EMR 도입률 91%(2024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출 자료 기준, 38,012개소 중 34,421개소, 상급종합병원 47개소 전수 도입), 전 국민 단일 건강보험 체계는 AI 의료의 거대한 기회이면서 동시에 정보 세탁이 발생할 경우 그 확산 속도와 범위가 다른 의료 체계에 비해 구조적으로 빠르고 넓을 수 있다는 양날의 검입니다.셋째, '과정적 투명성'의 공백입니다. 현행 법체계는 AI의 '출력'에 대한 사후적 책임 귀속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기본법」 제34조와 시행령·고시는 사업자에게 위험관리방안 수립, 관리·감독 담당자 지정, 긴급정지 체계 마련 등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이는 조직 거버넌스 수준의 규정이며, 임상 현장에서 '이 AI가 쓴 이 퇴원 요약지를 의사가 어떤 절차로 검증해야 하는가'라는 수준의 과정적 투명성(Process Transparency) 요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6][8][9]. 사고 후 책임 귀속의 큰 틀(사업자 의무, 의사 주의의무)은 있지만 경계는 모호하고, 무엇보다 '사고를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의 현장 수준 절차 설계는 공백입니다.05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아래 링크 또는 QR 코드를 스캔하시면, 이번 호에서 함께 다룰 사고실험의 구체적인 상황과 질문을 바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번 주제에 대해 독자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셨는지, 그리고 그 근거는 무엇인지 소중한 의견을 들려주세요. 질문은 열 가지, 약 10분이면 충분합니다.당신의 선택, 그리고 그 이유가 다음 호 〈제2회 · STEP B〉의 분석 재료가 됩니다.설문조사 링크 클릭①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QR 코드를 스캔해 주십시오.②  소요 시간 약 10분 (10문항)③  익명 응답이며, 개인정보는 수집하지 않습니다④  설문 응답 마감은 3월 23일 (월)까지 References [1] Omar M, Sorin V, Wieler LH, et al. Mapping LLM Susceptibility to Medical Misinformation Across Clinical Notes and Social Media. The Lancet Digital Health. Published online 2026 Feb 9. DOI: 10.1016/j.landig.2025.100949 —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Icahn School of Medicine at Mount Sinai); 9개 LLM, 120만+ 프롬프트, 임상 형식의 허위정보 수용 구조 실증.[2] Tsou AY, Lehmann CU, Michel J, Solomon R, Possanza L, Gandhi T. Safe Practices for Copy and Paste in the EHR: Systematic Review, Recommendations, and Novel Model for Health IT Collaboration. Appl Clin Inform. 2017;8(1):12-34. DOI: 10.4338/ACI-2016-09-R-0150 — ECRI Institute & Partnership for Health IT Patient Safety; 51건 문헌 분석, 12건 안전 사건 검토. EHR 정보 재사용의 오류 전파(error propagation), 문서 팽창(note bloat), 진단 오류 사례 실증.[3] Topaz M, Peltonen LM, Zhang Z. Beyond human ears: navigating the uncharted risks of AI scribes in clinical practice. npj Digital Medicine. 2025;8:569. DOI: 10.1038/s41746-025-01895-6 — AI 스크라이브 약 30% 보급률, 검증 미비, 비표준 억양 환자 문서화 격차 지적.[4] Federation of State Medical Boards (FSMB). Navigating the Responsible and Ethical Incorporation of Artificial Intelligence into Clinical Practice. May 2024. — 의사의 AI 사용 시 결과 책임 수용 명시, AI 권고의 수용·거부 근거 문서화 권고.[5] Medical Economics. The new malpractice frontier: Who's liable when AI gets it wrong? Oct 2025. — 사라 게르케(Gerke S, 일리노이대), 스리바스타바(Srivastava D, The Doctors Company) 법적 분석; 딕슨 대 덱스콤(Dickson v. Dexcom Inc., W.D. La. 2024) 판례; 박학한 중재자 원칙(Learned Intermediary Doctrine) 적용. 인디고(Indigo) 시리즈 B ($50M): BusinessWire 2026.1.29.[6]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법률 제20676호, 시행 2026.1.22.); 시행령 제26조 — 관리·감독 담당자 성명·연락처 게시 의무, 이행근거 5년 보관; 사업자책무 고시 제7조 — 긴급정지 개입 기준(제1항), 정기점검·교육·훈련(제2항). 보건의료를 고영향 AI 활용 영역으로 열거(제2조 제4호 다목: 「보건의료기본법」 제3조제1호에 따른 보건의료의 제공 및 이용체계의 구축·운영). 고영향 인공지능 판단 가이드라인(과기정통부, 2026.1.22 공개): 최종 의사결정 과정에 사람이 개입하는 경우 통제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여 고영향AI에서 제외 가능.[7] Kalai AT, Nachum O, Vempala SS, Zhang E. Why Language Models Hallucinate. 오픈AI(OpenAI) / arXiv:2509.04664. 2025 Sep. — 환각의 근본 원인: '확신 있는 추측을 보상하는 훈련·평가 구조'; 동일 질문 3회 시 3회 모두 상이한 오답 실증.[8] 디지털의료제품법 (법률 제20139호, 시행 2025.1.24.); 김계현, 이기호. 디지털의료제품법의 의미와 법정책적 과제. 원광법학. 2025;41(3):261-280. DOI: 10.22397/wlri.2025.41.3.261 — 사고 후 책임 소재·피해 구제 규정의 필요성 지적.[9] 이한주, 엄주희. AI시대에 디지털 의료기기의 법적 문제 — 디지털의료제품법을 중심으로. 인권법평론. 2025;34:247-280. — 「인공지능기본법」과의 정합성, 과정적 투명성 공백 분석.[10] Parasuraman R, Manzey DH. Complacency and Bias in Human Use of Automation: An Attentional Integration. Human Factors. 2010;52(3):381-410. DOI: 10.1177/0018720810376055 — 자동화 편향(automation bias)과 자동화 안주(automation complacency)의 체계적 검토. 전문가도 자동화 시스템 출력에 대한 비판적 경계를 낮추는 경향 실증.AI 도구 활용 고지본 칼럼의 원고 준비 과정에서 문헌 검토 보조 및 문장 교정을 위해 생성형 AI(Anthropic Claude)를 제한적으로 활용하였습니다.'의료 정보 세탁'이라는 독자적 분석 프레임과 이론적 정립, 이에 따른 ELSI(윤리·법·사회적 쟁점)에 관한 모든 핵심 통찰은 저자의 독자적인 지적 산물입니다. 주석 [1] 인공지능이 독자적으로 임상적 판단을 완결하지 않고, 진로의 모든 핵심 의사결정 경로에 반드시 의사의 비판적 검토와 최종 승인 절차를 배치하는 설계 원칙을 의미함. 이는 AI의 계산적 효율성과 인간 의사의 윤리적 제동력을 결합하는 거버넌스 모델로, 알고리즘에 의한 맥락 탈락(정보 세탁)을 방어하고 의료 행위에 대한 최종적인 법적·윤리적 책임의 주체를 '인간 전문가'로 명확히 하는 핵심 기제임
2026-03-03 05:00:00연구・저널

고혈압 유전위험군, 일반인보다 발병 최대 2.4배 높고 8년 빨라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혈압과 관련된 유전적 위험도가 높을수록 고혈압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하고, 발병 시점도 평균 8년 이상 앞당겨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해경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신장내과 교수이해경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심혈관 학술지인 미국심장협회지에 발표한 '동북아시아인에서 혈압에 대한 다유전자 위험 점수와 고혈압 위험 간의 연관성(Associations Between Polygenic Risk Score for Blood Pressure and Risk of Hypertension in Northeast Asian Individuals)' 논문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이해경 교수팀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 자료와 일본 바이오뱅크 자료를 결합해 동북아시아인 20만 6627명의 유전정보와 건강 데이터를 분석하고, 수축기 및 이완기 혈압과 관련된 약 104만 개의 유전 변이 정보를 합산해 개인별 혈압 유전 위험 점수를 산출했다. 이후 연구 대상자 전체의 점수 분포를 기준으로 표준화 과정을 거쳐 개인별 상대적 위험 수준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혈압 유전 위험 점수가 상위 5%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하위 5% 그룹에 비해 고혈압 발생 위험이 최대 2.4배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전적 고위험군은 평균적으로 고혈압이 약 8~8.5년 앞당겨지는 것으로 확인했다. 반면, 유전적 위험이 높더라도 중등도 이상 신체활동을 꾸준히 하는 경우 고혈압 발생 위험이 약 20~2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유전적 소인이 높더라도 운동과 건강관리로 고혈압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해경 순천향대서울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고혈압은 심혈관질환의 가장 중요한 조절 가능한 위험요인이지만, 그동안 젊은 연령층에서는 관리와 인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며 "유전적 위험을 조기에 확인하고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한다면 고혈압을 비롯해 관련 합병증 발생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6-02-24 10:25:18연구・저널
인터뷰

"뇌졸중 대응 인력 붕괴 경고등…골든타임 불과 5년 남아"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24시간 급성기 뇌졸중 대응 체계가 인력 부족으로 붕괴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대한뇌졸중학회의 신임 수장으로 선출된 차재관 교수(동아대병원 신경과)가 현장의 절박함을 알리며 정책적 대전환을 촉구했다. 차 교수는 오는 3월부터 1년의 임기를 시작하며, 전공의 유입을 이끌어내고 전문의의 이탈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5년으로 진단했다.차재관 교수는 현재 수련병원들이 겪는 인력난이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의정 갈등 이전에는 전공의가 뇌졸중 대응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으나, 현재는 전문의와 진료지원인력(PA)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차 교수는 "과거에는 전공의가 급성기 대응의 100%를 담당했다면, 지금은 PA가 환자의 3분의 2 이상을 보고 전공의는 일부만 담당하고 있다"며 "전문의가 예전처럼 트레이너 역할에 머무는 게 아니라 직접 모든 결정을 내리고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라 체력적 부담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특히 전문 인력의 고령화는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소다. 차 교수는 "PA 시스템은 임시방편일 뿐 이를 지속하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전문의와 PA로 부족한 인력을 메꾸고 있지만, 전문 인력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현장을 지키는 게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전공의 정원(TO)은 있지만 지원자가 없어 인력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선배의 삶이 곧 미래"…전공의 지원 이끌 유인책 절실전공의들이 뇌졸중 분야를 기피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차 교수는 '열악한 삶의 질'을 꼽았다. 신경과 내에서도 응급 상황이 적은 치매나 말초신경질환으로 지원자가 쏠리는 현상이 뚜렷하다는 것. 차 교수는 "전공의들은 선배 세대인 뇌졸중 전문의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보고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며 "일주일에 한 번씩 당직을 서며 삶이 무너지는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이 길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지금 있는 전문의들을 거점병원으로 모아주는 정책적인 배려가 없다면 신경과를 선택하더라도 뇌졸중 파트로는 들어오지 않을 게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전문의가 충분히 확보돼 2주에 한 번 정도만 당직을 서는 환경이 조성돼야 전공의들이 비전을 갖고 지원할 수 있다는 논리다. 차 교수는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이 5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내다봤다.응급실 수용 거부 문제에 대해서도 차 교수는 명확한 해법을 제시했다. 현재 응급의학과가 모든 환자의 유입을 컨트롤하는 시스템으로는 1분 1초가 급한 뇌졸중 환자를 적기에 치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차 교수는 "급성기 뇌졸중 환자는 응급실 체류 시간이 길지 않고, 뇌졸중 팀이 호출되면 검사실과 시술실로 빠르게 이동하게 된다"며 "응급실에서 침대 하나만 비워주면 우리가 직접 움직일 수 있는데 현재는 입구에서부터 거부되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그는 "구급대와 뇌졸중 전문의 간에 직접 환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루트를 열어줘야 한다"며 "누가 환자를 분류하고 컨트롤할 것인지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역 내 안전망 구축을 위해선 지자체의 책임도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교수는 "부산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1차 책임은 부산시에 있다"며 "시장이나 도지사들이 선거에 도움이 되는 건물 건립이나 공원 조성에만 예산을 쓸 게 아니라, 응급환자 이송 플랜을 짜는 데 예산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학회 외연 확장과 AI 기술을 통한 의료 격차 해소차 교수는 1년의 짧은 임기 동안 학회 구성원을 정예화하고 외연을 넓히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와 구급대원을 학회의 주체로 포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는 "캐나다 뇌졸중학회에 가보니 의사보다 간호사와 구급대원이 더 많았다"며 "환자 선별과 케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문 간호사들에게 학회 차원의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의료 인력이 부족한 취약 지역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거제 지역 병원과의 협업 사례를 언급하며 "밤에 혈관 촬영이 어려운 병원에서 AI 프로그램을 통해 시술 필요 여부를 미리 판단해 정보를 보내주면, 환자가 거점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시술 팀이 세팅을 마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부족한 전문 인력을 보완해 줄 실질적인 기술로 이미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차 교수는 마지막으로 "2026년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뇌졸중학술대회(WSC)는 전 세계적인 전문 인력 부족과 응급 시스템 문제를 공유하고 벤치마킹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국제적인 연대를 통해 국내 시스템의 허들을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26-02-19 05:30:00연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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