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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영 박사의 의료AI와 윤리]

의료AI의 진짜 위험은?

[메디칼타임즈=유소영 서울아산병원 교수]"AI의 진짜 위험은 거짓말이 아니다.  거짓말의 '세탁'이다"LLM의 형식 편향이 허위정보에 임상적 권위를 부여할 때, 의료 거버넌스는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가당신이 식도염으로 인한 출혈로 입원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퇴원을 앞둔 어느 날, 전공의가 AI 시스템으로 작성한 퇴원 요약지에 이런 문구가 적힙니다. "증상 완화를 위해 차가운 우유를 드십시오."의학적으로 이 권고는 치명적입니다. 차가운 우유는 출혈 부위를 자극해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치의는 AI가 작성한 유창한 초안을 검토한 뒤 그대로 승인하고 서명합니다.이 문장이 위험한 진짜 이유는 내용의 오류 그 자체보다, 의사가 서명한 '공식 의료기록'이라는  옷을 입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현행 EMR 시스템에서 의사의 서명은 문서 전체에 대한 포괄적 인증입니다. 문서 안에서 어디까지가 의사의 판단이고 어디부터가 AI의 출력물인지 구분할 표준화된 방법은 없습니다. 서명이 이뤄지는 순간, 치명적인 오답은 정석적인 권고와 동일한 '임상적 권위'를 획득합니다.이것은 막연한 우려가 아닙니다. 2026년 2월, 《The Lancet Digital Health》에 발표된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대(Icahn School of Medicine at Mount Sinai)의 연구는 이 메커니즘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GPT, Llama, Gemma 등 9개 주요 모델에 120만 건의 프롬프트를 투입한 결과, 가장 우수한 모델조차 명백한 의료 거짓 정보를 사실로 수용했습니다 [1]. 특히 주목할 결과는 따로 있습니다. AI 모델들은 허위 정보가 레딧(Reddit) 같은 소셜미디어에 있을 때보다, '퇴원 요약지' 같은 공식 문서 형식에 삽입되었을 때 훨씬 더 높은 수용률을 보였습니다. 즉, 정보의 '진실성'보다 그 정보가 담긴 '형식의 권위'가 AI의 판단을 좌우한 것입니다. "의학적으로 맞느냐"보다 "의학적으로 얼마나 그럴싸하게 들리느냐"가 결정적이었다는 사실은 AI 학습 구조 자체가 가진 근본적 한계를 시사합니다."식도염으로 출혈 중인 환자의 퇴원 요약지에 허위 권고를 한 줄 삽입했다: '차가운 우유를 마시면 증상이 완화됩니다.' 의학적으로 명백한 거짓이었다. 그런데 이 퇴원 요약지를 읽은 주요 대형언어모델 다수가 이 문장을 '안전한 의학 권고'로 받아들였다. 왜? 그 문장이 의사처럼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Omar et al., The Lancet Digital Health, 2026.2.9.'정보 세탁(Information Laundering)'은 정보전(information warfare) 연구에서 확립된 개념으로, 허위 정보가 신뢰받는 중간 경로를 거치며 정당성을 획득하는 구조를 뜻합니다. 기존 연구는 주로 소셜미디어와 언론을 경유하는 국가 선전(state propaganda)을 대상으로 이 개념을 사용해 왔습니다. 저는 이 개념을 의료 AI와 임상 문서 영역에 적용합니다. AI가 임상 정보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한정 조건이 탈락하거나 맥락이 왜곡된 결과물이, 의사의 서명이라는 기존의 공식 인증 경로를 통과하여 '검증된 의료기록'의 지위를 얻는 현상을 '의료 정보 세탁(Medical Information Laundering)'으로 명명합니다. 이것은 기존 정보 세탁 연구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새로운 적용 영역이며, 본 칼럼의 독자적 분석 프레임입니다. 이하에서는 의료 정보 세탁이 왜 발생하는지(메커니즘), 누가 책임지는지(법적 구조), 그리고 현행 규제가 왜 이를 차단하지 못하는지(거버넌스 공백)를 순서대로 분석합니다.01  '정보 세탁', 거짓에 백의(白衣)를 입히는 메커니즘정보 세탁의 구조는 돈세탁(Money Laundering)과 구조적으로 대응합니다. 불법 자금이 합법적 금융 경로를 한 번 통과하면 '깨끗한 돈'이 됩니다. 자금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경로가 세탁하는 것입니다.허위 정보가 '임상 문서'라는 신뢰받는 경로를 한 번 통과하면, 그 정보는 '검증된 의학적 사실'의 지위를 얻습니다. 돈세탁과 다른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돈세탁은 누군가가 시스템을 악용하는 것이지만, 정보 세탁은 시스템이 설계된 대로 정상 작동하는 것 자체가 세탁을 완성합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위험합니다. 모든 것이 정상 절차대로 진행되기에, 어느 단계에서도 경보가 울리지 않습니다. 둘째, 정보 세탁은 AI 단독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AI가 형식 변환을 수행하고, 의사의 서명이라는 기존의 인증 절차가 이를 공식 기록으로 확정합니다. 역설적으로, 현행 시스템은 세탁을 차단해야 할 서명 절차를 오히려 세탁을 완성하는 경로로 전환시킵니다. 시스템의 정상 작동이 곧 세탁의 완성이기에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정상 경로를 거쳤으니 탐지는 더 어렵습니다. 문제는 서명하는 의사가 아니라, 의사에게 발견이 어려울 수도 있는 오류를 넘기고도 정상 작동하는 시스템 구조입니다.▸ 퇴원 요약지 한 줄이 증명한 것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마운트 시나이(Mount Sinai) 연구팀은 식도염 관련 출혈(esophagitis-related bleeding) 환자의 퇴원 요약지에 '증상 완화를 위해 차가운 우유를 마시라'는 허위 권고를 삽입했습니다. 의학적으로 부적절한 조언입니다. 우유는 일시적으로 위산을 중화하지만, 이후 위산 분비를 촉진(rebound acid secretion)하여 출혈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모델이 이 문장을 '안전한 의학 권고'로 수용했습니다[1].이 연구[1]의 공동 책임저자 에얄 클랑(Eyal Klang, MD), 마운트 시나이 생성형 AI 연구 책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현재의 AI 시스템은 확신에 찬 의학적 문체(authoritative medical language)를 그 자체로 진실이라 간주합니다. 아무리 명백한 오류라도 전문가다운 형식을 갖추고 있다면, 퇴원 요약지라는 공식 검문을 아무런 제지 없이 통과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에얄 클랑(Eyal Klang, MD),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Icahn School of Medicine at Mount Sinai) [1]이 결과는 LLM의 작동 원리에서 구조적으로 예측 가능합니다. LLM은 사실 검증기(fact-checker)가 아니라 다음 토큰 예측기(next-token predictor)입니다. 훈련 데이터에서 임상 노트 형식의 텍스트는 압도적으로 사실이었으므로, 모델은 '퇴원 요약지에 쓰인 문장 = 정확한 의학 정보일 확률이 높다'는 사전 확률(prior)을 학습합니다. 퇴원 요약지, 임상 노트, 진료기록 같은 공식 의료 문서의 형식(format)이 내용의 진위 판단을 압도하는 것입니다. AI는 '무엇이 쓰여 있는가'(내용)보다 '어디에 쓰여 있는가'(형식)에 반응합니다. 이것이 형식 편향(format bias)의 본질입니다.LLM은 논증의 논리적 결함은 감지했지만, 공식 의료 문서 형식으로 포장된 사실의 오류는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형식이 내용을 이긴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입니다. 의료 텍스트에 특화된 모델이 범용 모델보다 더 취약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1]. 의료 데이터에 대한 과적합(overfitting)이 형식 편향을 오히려 강화한 것입니다. 연구팀의 결론은 분명합니다. LLM의 허위정보 식별 능력을 높이는 열쇠는 모델 규모의 확대가 아니라, 사실 근거 검증(fact-grounding)과 맥락 인식 가드레일(context-aware guardrails)에 있습니다.핵심은 이것입니다. AI는 단순히 '오류를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허위 정보를 공식 서명 절차를 통과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정보 세탁의 본질입니다.▸ 왜 '환각(Hallucination)'이 아니라 '세탁(Laundering)'인가기존의 'AI 환각' 개념과 정보 세탁은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표 1] AI 환각과 정보 세탁의 속성 비교구분AI 환각 (Hallucination)정보 세탁 (Laundering)정의없는 것을 만들어 냄 있는 것의 맥락을 변형함 원천허구 (원본 자체가 없음)실재 정보에서 한정 조건·맥락 변형검증 난이도허구 (원본 자체가 없음)구조적으로 곤란 (원본 대조 없이는 정상 임상 문장과 구별 불가)작동 원리가짜 논문·데이터의 창작신뢰받는 형식에 가공된 정보 주입위험 수준높음(개별적 오류)매우 높음(시스템적 확산)AI 환각은 '존재하지 않는 것의 창작'입니다. 실재하지 않는 논문을 인용하거나(예컨대 'Smith et al., NEJM 2024'처럼 해당 저널에 게재된 적 없는 논문), 약리학적으로 보고된 바 없는 약물 상호작용을 생성하는 것이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이러한 오류는 원천 자체가 허구이므로, 문헌 데이터베이스 대조를 통해 비교적 체계적으로 탐지할 수 있습니다.반면 '정보 세탁'은 '실재하는 진실의 알맹이를 버리는 행위'입니다. 정보의 원본은 분명 존재하지만, AI가 이를 요약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생명을 지탱하던 '임상적 한정 조건'과 '맥락'이 소거됩니다. 사실 정보를 줄이는 과정에서 맥락이 일부 빠지는 것 자체는 AI만의 잘못은 아닙니다. 인간의 수기 요약이나 인수인계 과정에서도 정보는 누락됩니다. 일종의 '손실 압축(Lossy Compression)'이죠. 하지만 AI가 개입하면 문제의 차원이 달라집니다. 인간의 실수는 오타나 불완전한 문장처럼 '허술한 흔적'을 남겨 읽는 이로 하여금 주의를 기울이게 하지만, AI는 그 어떤 불완전한 정보라도 가장 유창하고 완벽한 '전문가의 문장'으로 변환해버립니다. 이것이 바로 '형식 편향(Form Bias)'의 무서움입니다. 실제 기록과 구별할 수 없는 완벽한 형식 안에 치명적인 거짓이 녹아들어 있기에, 전문가조차 이를 식별하기가 극도로 어렵습니다. 인간의 실수는 '허점'을 남기지만, AI의 실수는 '권위'를 입고 나타나기 때문입니다.더 심각한 문제는 이 '세탁된 정보'가 공식적인 진실로 둔갑하는 과정입니다. 만일 AI가 요약한 문서는 의사의 전자 서명을 거쳐 EMR에 등재될 경우입니다. 현행 시스템에서 의사의 서명은 문서 전체에 대한 '포괄적 인증'입니다. 시스템은 어떤 맥락이 증발했는지 경고하지 않으며, 서명이 완료되는 순간 이 문서는 '의사가 검토하고 승인한 무결한 기록'이라는 지위를 획득합니다.이제 이 기록은 '세탁'을 마치고 병원 안팎으로 퍼져 나갑니다. 다음 번 진료 의사도, 전원 받은 병원의 의료진도 이 문서를 '이미 검증된 기록'으로 신뢰하며 처방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오류가 신뢰의 체인을 타고 증폭되는 '정보 세탁의 연쇄 구조'가 완성되는 것입니다.결국 환각은 '가짜'이기에 솎아낼 수 있지만, 세탁은 '형태'가 완벽하기에 걸러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AI의 유창함이 아닌, 그 이면에서 증발해버린 맥락에 더 집요하게 질문을 던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연쇄 증폭, 한 줄의 오류가 시스템을 '감염'시키는 경로정보 세탁의 진짜 위험은 단일 오류에 있지 않습니다. 현대 의료 시스템의 구조 자체가 세탁된 정보를 증폭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합니다. 보건의료IT안전파트너십(Partnership for Health IT Patient Safety)의 체계적 문헌고찰(51건 분석)에 따르면, EHR 내 정보 재사용은 부정확한 기록의 고착(error propagation), 문서 팽창(note bloat), 내부 불일치를 초래합니다. 한 사례에서는 영아의 결핵 노출 음성 기록이 복사·전파되어 2주간 반복 진료에서 그대로 유지되었고, 결국 결핵성 뇌수막염으로 진단되었을 때 환자에게 심각한 후유증이 남았습니다[2].[표 2] 정보 세탁의 연쇄 증폭 경로단계메커니즘1단계 [삽입]AI 시스템이 임상 기록을 생성하거나 요약하는 과정에서 맥락을 탈락시키거나, AI 스크라이브가 'normal vascular flow'를 'no vascular flow'로 전사한다[3].2단계 [세탁]AI 요약 도구가 이 기록을 읽고, 오류를 포함한 채 매끄러운 임상 문서로 재가공한다. 오류는 '전문가가 작성한 문서의 일부'가 된다.3단계 [확산]서명된 기록은 전원 문서, 보험 청구, 후속 진료의 참조 기록으로 재사용된다. 현행 EMR의 상호운용성 한계로, 원본이 수정되어도 이미 전파된 사본에는 수정이 자동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2].4단계 [고착]세탁된 기록이 후속 임상 판단의 전제로 작동한다. 이 전파·고착 구조는 AI 이전에도 존재했으나, AI는 유창한 오류를 대량으로 생성함으로써 기존 취약성을 체계적으로 증폭한다. 이 기록이 추후 보험 거부, 후속 오진의 근거도 될 수 있다. 02  반론 ① "의사가 확인하면 되지 않느냐"현행 시스템에서 정보 세탁이 완성되는 마지막 관문은 의사의 서명 절차입니다. 그렇다면 그 절차가 세탁의 통로가 아니라 차단 장치로 작동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요? 이것이 가장 보편적인 반론입니다. "AI는 도구일 뿐이고, 최종 판단은 의사가 한다. Physician-in-the-Loop[1]가 작동하면 문제없다."이 원칙은 법적으로도 뿌리가 깊습니다. 미국의료면허위원회연맹(FSMB)은 2024년 5월 보고서에서, 의사가 AI를 쓰기로 한 순간 그 권고에 대한 대응 책임까지 함께 진다고 명시했습니다[4]. 일리노이대 사라 게르케(Sara Gerke) 교수(의료 AI 법학)는 박학한 중재자 원칙(Learned Intermediary Doctrine)에 따라 현행법상 AI 관련 배상의 대부분은 의사와 병원이 부담한다고 분석합니다[5].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26년 1월 22일 시행된 「인공지능기본법」은 보건의료를 '고영향 AI' 영역으로 명시하고(제2조), 사업자에게 사람의 관리·감독 책무를 부여했습니다(제34조). 시행령과 고시를 통해 담당자 정보 게시나 긴급정지 기준 같은 구체적 절차까지 마련해두었죠. 하지만 이 모든 장치는 어디까지나 '사업자 조직 수준'의 관리 체계일 뿐입니다. 정작 임상 현장의 개별 의사가 AI 출력을 어떤 기준으로, 어느 수준까지 검증해야 하는지에 대해 법령은 침묵하고 있습니다.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법의 뒤편에 숨은 '이중의 역설'입니다.첫째, 의사의 존재가 오히려 규제의 방패가 됩니다. 정부의 「고영향 인공지능 판단 가이드라인」은 '최종 의사결정에 사람이 개입하는 경우' 통제 가능한 것으로 보아 고영향 AI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명시합니다. 이 논리에 따르면, 의사가 최종 서명을 하는 임상 AI는 인간의 감독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오히려 엄격한 규제 자체를 회피할 수 있는 '면죄부'를 얻게 됩니다.둘째, 의사의 서명은 '정보 세탁'을 완성하는 동시에 규제 회피의 근거가 됩니다. 앞선 장에서 분석했듯, 시스템은 AI 요약 과정에서 누락된 핵심 맥락을 의사에게 경고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의사가 누른 서명은 AI의 불완전한 출력을 '의사가 인증한 공식 기록'으로 확정 짓는 세탁의 마침표가 됩니다. 결국 제조사는 의사의 서명을 빌미로 규제를 피하고, 의사는 그 서명의 존재 때문에 AI가 저지른 모든 오류의 독박 책임을 떠안는 비대칭적 구조가 완성되는 것입니다.의료법 제27조의 '무면허의료행위 금지' 원칙에 따라 최종 판단은 의료인의 몫이라는 해석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는 법률 설계에 의한 보호가 아니라 고육지책에 가까운 법리적 추론일 뿐입니다. 현행법의 수범자는 사업자일 뿐, 진료실에서 AI와 사투를 벌이는 개별 의사에게는 그 어떤 직접적인 가이드라인도, 보호막도 제공하지 않습니다.원칙 자체는 타당합니다. 그러나 이 원칙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시스템 차원의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바로 AI의 오류가 의사에게 '발견 가능한 형태'로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행 시스템은 오류를 유창한 문장 속에 숨겨 발견을 불가능하게 만들면서, 오로지 검증의 책임만을 의사 개인에게 부과하고 있습니다.▸ 'AI 오류 발견 가능성'이라는 전제가 무너지는 세 가지 증거첫째, '보상 구조의 역설'입니다. 오픈AI(OpenAI) 연구진(칼라이(Kalai) 등)이 2025년 발표한 "Why Language Models Hallucinate"가 그 구조를 해부했습니다[7]. AI가 환각하는 이유는 기술적 결함이 아닙니다. AI가 틀리는 것은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확신 있는 추측(Confident Guessing)'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훈련 방식 때문입니다.특히 AI는 학습 과정에서 '가장 의사다운 어조와 격식(Medical Format)'을 갖췄을 때 자신의 답변이 정답일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며, 이때 확신의 강도(Confidence Score)는 정점에 달합니다. 또한 이렇게 AI가 의학적 전문 용어와 구조화된 형식을 완벽하게 흉내 내며 확신 있게 말할 때, 인간 전문가는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할 '오류'가 아닌 신뢰해야 할 '임상적 지시'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즉, AI의 훈련 방식이 만들어낸 '유창한 확신'이 의료라는 형식의 권위를 등에 업고 전문가의 눈을 속이는 '완벽한 정보 세탁'의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이는 전문가가 주의를 기울여도 오류를 발견하기 어렵게 만드는 가장 교묘한 시스템적 함정입니다.둘째, '업무량 역설(Workload Paradox)'입니다. 2025년 《NPJ Digital Medicine》의 분석에 따르면, AI 스크라이브는 미국 의사 진료실의 약 30%에 보급되었지만, 기록 작성 시간이 실제로 줄었다는 증거는 미약하고 개인차도 큽니다[3]. 문제는 AI 도입이 '생산성이 올라갔다'는 근거로 읽혀 환자 배정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시간 절감 효과는 늘어난 업무량과 AI 검증 부담에 상쇄됩니다.셋째, '형식 신뢰 편향'입니다. 마운트 시나이(Mount Sinai) 연구의 결정적 발견이 바로 이것입니다. AI 시스템은 확신에 찬 의학 언어를 기본적으로 사실로 수용했습니다[1]. 이것은 AI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 전문가도 자동화된 시스템의 출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으며, 인지심리학에서는 이를 '자동화 편향(automation bias)'이라 부릅니다[10]. 이것은 의사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잘 알려진 인간 인지의 특성입니다. AI가 만든 매끄러운 문서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이 편향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시스템 설계자가 알려진 인간 한계를 무시하는 것입니다."의사가 확인하면 된다"는 전제는, 시스템이 오류를 '발견 가능한 형태'로 제시할 때만 성립합니다.정보 세탁의 본질은 바로 오류를 발견 불가능한 형태로 가공하는 것이며, 이를 방치하면서 검증 책임만 의사에게 부과하는 것이 현행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입니다.03  반론 ② "그래도 AI 없이는 더 위험하다"여기서 시계추를 정반대로 돌려 봅시다.인간 의료 시스템의 오류율은 이미 심각합니다. 미국에서 예방 가능한 의료 오류로 인한 사망 규모는 연구마다 편차가 큽니다(존스홉킨스대의 연간 25만 건 이상 추정(Makary & Daniel, BMJ 2016)에서 예일대 메타분석의 약 2만 2천 건(Rodwin et al., J Gen Intern Med 2020)까지). 그러나 의료 오류가 환자 안전의 중대한 위협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EHR 내 정보 재사용(복사·붙여넣기) 관행은 오류 전파와 진단 지연의 원인으로 이미 확인되었습니다[2]. 한편, AI 기반 의료배상보험 플랫폼 인디고(Indigo)는 2026년 1월 5천만 달러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며, AI를 활용한 개별 의사 단위의 맞춤형 리스크 평가가 가능함을 입증했습니다[5]. 보험 업계가 AI를 '위험'이 아닌 '리스크 관리 도구'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즉, "AI가 위험하다"는 주장이 곧 "AI 없이 더 안전하다"는 증명은 아닙니다.▸ 역전의 함정(Reversal Trap), AI를 쓰지 않는 것이 과실이 되는 날AI가 점차 임상 가이드라인에 통합되면서, 'AI를 사용하지 않은 것' 자체가 주의의무 위반으로 주장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책임의 불균형은 더 벌어집니다. 2024년 딕슨 대 덱스콤(Dickson v. Dexcom Inc., W.D. La.) 소송에서 루이지애나 연방법원은 FDA의 De Novo 분류 절차를 거친 클래스 II 의료기기에 대해 연방 선점(federal preemption)으로 주법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고 인정했습니다[5]. 이 논리가 AI 의료기기 제조사로 확대되면, 제조사는 FDA 허가를 방패 삼아 주법상 책임을 제한할 수 있지만, 의사는 '써도, 안 써도' 과실 주장에 노출되는 구조가 됩니다.결국 의료진은 '이중 구속(Double Bind)'에 놓입니다.AI를 쓰면 '정보 세탁'에 의한 위험AI를 안 쓰면 '합리적 도구 미사용'에 의한 과실 주장 가능성 양쪽 모두 법적 위험입니다. 이 딜레마의 출구는 어디에 있을까요?04  한국이라는 특수한 실험실한국은 이 문제를 분석하기에 특히 주목할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세 가지 이유입니다.첫째, '법의 동시다발적 실험'입니다. 「인공지능기본법」(2026.1.22 시행), 「디지털의료제품법」(2025.1.24 시행), 그리고 기존 「의료법」의 의무기록·의료행위 규정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습니다[6][8]. AI 기술 규제, 디지털 의료제품 허가, 임상 현장의 의료행위 규율. 세 법령이 서로 다른 규제 관점을 동시에 가동하고 있으며, 이들 간의 정합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둘째, 인프라의 양면성입니다. 전체 의료기관의 EMR 도입률 91%(2024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출 자료 기준, 38,012개소 중 34,421개소, 상급종합병원 47개소 전수 도입), 전 국민 단일 건강보험 체계는 AI 의료의 거대한 기회이면서 동시에 정보 세탁이 발생할 경우 그 확산 속도와 범위가 다른 의료 체계에 비해 구조적으로 빠르고 넓을 수 있다는 양날의 검입니다.셋째, '과정적 투명성'의 공백입니다. 현행 법체계는 AI의 '출력'에 대한 사후적 책임 귀속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기본법」 제34조와 시행령·고시는 사업자에게 위험관리방안 수립, 관리·감독 담당자 지정, 긴급정지 체계 마련 등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이는 조직 거버넌스 수준의 규정이며, 임상 현장에서 '이 AI가 쓴 이 퇴원 요약지를 의사가 어떤 절차로 검증해야 하는가'라는 수준의 과정적 투명성(Process Transparency) 요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6][8][9]. 사고 후 책임 귀속의 큰 틀(사업자 의무, 의사 주의의무)은 있지만 경계는 모호하고, 무엇보다 '사고를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의 현장 수준 절차 설계는 공백입니다.05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아래 링크 또는 QR 코드를 스캔하시면, 이번 호에서 함께 다룰 사고실험의 구체적인 상황과 질문을 바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번 주제에 대해 독자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셨는지, 그리고 그 근거는 무엇인지 소중한 의견을 들려주세요. 질문은 열 가지, 약 10분이면 충분합니다.당신의 선택, 그리고 그 이유가 다음 호 〈제2회 · STEP B〉의 분석 재료가 됩니다.설문조사 링크 클릭①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QR 코드를 스캔해 주십시오.②  소요 시간 약 10분 (10문항)③  익명 응답이며, 개인정보는 수집하지 않습니다④  설문 응답 마감은 3월 23일 (월)까지 References [1] Omar M, Sorin V, Wieler LH, et al. Mapping LLM Susceptibility to Medical Misinformation Across Clinical Notes and Social Media. The Lancet Digital Health. Published online 2026 Feb 9. DOI: 10.1016/j.landig.2025.100949 —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Icahn School of Medicine at Mount Sinai); 9개 LLM, 120만+ 프롬프트, 임상 형식의 허위정보 수용 구조 실증.[2] Tsou AY, Lehmann CU, Michel J, Solomon R, Possanza L, Gandhi T. Safe Practices for Copy and Paste in the EHR: Systematic Review, Recommendations, and Novel Model for Health IT Collaboration. Appl Clin Inform. 2017;8(1):12-34. DOI: 10.4338/ACI-2016-09-R-0150 — ECRI Institute & Partnership for Health IT Patient Safety; 51건 문헌 분석, 12건 안전 사건 검토. EHR 정보 재사용의 오류 전파(error propagation), 문서 팽창(note bloat), 진단 오류 사례 실증.[3] Topaz M, Peltonen LM, Zhang Z. Beyond human ears: navigating the uncharted risks of AI scribes in clinical practice. npj Digital Medicine. 2025;8:569. DOI: 10.1038/s41746-025-01895-6 — AI 스크라이브 약 30% 보급률, 검증 미비, 비표준 억양 환자 문서화 격차 지적.[4] Federation of State Medical Boards (FSMB). Navigating the Responsible and Ethical Incorporation of Artificial Intelligence into Clinical Practice. May 2024. — 의사의 AI 사용 시 결과 책임 수용 명시, AI 권고의 수용·거부 근거 문서화 권고.[5] Medical Economics. The new malpractice frontier: Who's liable when AI gets it wrong? Oct 2025. — 사라 게르케(Gerke S, 일리노이대), 스리바스타바(Srivastava D, The Doctors Company) 법적 분석; 딕슨 대 덱스콤(Dickson v. Dexcom Inc., W.D. La. 2024) 판례; 박학한 중재자 원칙(Learned Intermediary Doctrine) 적용. 인디고(Indigo) 시리즈 B ($50M): BusinessWire 2026.1.29.[6]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법률 제20676호, 시행 2026.1.22.); 시행령 제26조 — 관리·감독 담당자 성명·연락처 게시 의무, 이행근거 5년 보관; 사업자책무 고시 제7조 — 긴급정지 개입 기준(제1항), 정기점검·교육·훈련(제2항). 보건의료를 고영향 AI 활용 영역으로 열거(제2조 제4호 다목: 「보건의료기본법」 제3조제1호에 따른 보건의료의 제공 및 이용체계의 구축·운영). 고영향 인공지능 판단 가이드라인(과기정통부, 2026.1.22 공개): 최종 의사결정 과정에 사람이 개입하는 경우 통제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여 고영향AI에서 제외 가능.[7] Kalai AT, Nachum O, Vempala SS, Zhang E. Why Language Models Hallucinate. 오픈AI(OpenAI) / arXiv:2509.04664. 2025 Sep. — 환각의 근본 원인: '확신 있는 추측을 보상하는 훈련·평가 구조'; 동일 질문 3회 시 3회 모두 상이한 오답 실증.[8] 디지털의료제품법 (법률 제20139호, 시행 2025.1.24.); 김계현, 이기호. 디지털의료제품법의 의미와 법정책적 과제. 원광법학. 2025;41(3):261-280. DOI: 10.22397/wlri.2025.41.3.261 — 사고 후 책임 소재·피해 구제 규정의 필요성 지적.[9] 이한주, 엄주희. AI시대에 디지털 의료기기의 법적 문제 — 디지털의료제품법을 중심으로. 인권법평론. 2025;34:247-280. — 「인공지능기본법」과의 정합성, 과정적 투명성 공백 분석.[10] Parasuraman R, Manzey DH. Complacency and Bias in Human Use of Automation: An Attentional Integration. Human Factors. 2010;52(3):381-410. DOI: 10.1177/0018720810376055 — 자동화 편향(automation bias)과 자동화 안주(automation complacency)의 체계적 검토. 전문가도 자동화 시스템 출력에 대한 비판적 경계를 낮추는 경향 실증.AI 도구 활용 고지본 칼럼의 원고 준비 과정에서 문헌 검토 보조 및 문장 교정을 위해 생성형 AI(Anthropic Claude)를 제한적으로 활용하였습니다.'의료 정보 세탁'이라는 독자적 분석 프레임과 이론적 정립, 이에 따른 ELSI(윤리·법·사회적 쟁점)에 관한 모든 핵심 통찰은 저자의 독자적인 지적 산물입니다. 주석 [1] 인공지능이 독자적으로 임상적 판단을 완결하지 않고, 진로의 모든 핵심 의사결정 경로에 반드시 의사의 비판적 검토와 최종 승인 절차를 배치하는 설계 원칙을 의미함. 이는 AI의 계산적 효율성과 인간 의사의 윤리적 제동력을 결합하는 거버넌스 모델로, 알고리즘에 의한 맥락 탈락(정보 세탁)을 방어하고 의료 행위에 대한 최종적인 법적·윤리적 책임의 주체를 '인간 전문가'로 명확히 하는 핵심 기제임
2026-03-03 05:00:00연구・저널

고혈압 유전위험군, 일반인보다 발병 최대 2.4배 높고 8년 빨라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혈압과 관련된 유전적 위험도가 높을수록 고혈압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하고, 발병 시점도 평균 8년 이상 앞당겨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해경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신장내과 교수이해경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심혈관 학술지인 미국심장협회지에 발표한 '동북아시아인에서 혈압에 대한 다유전자 위험 점수와 고혈압 위험 간의 연관성(Associations Between Polygenic Risk Score for Blood Pressure and Risk of Hypertension in Northeast Asian Individuals)' 논문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이해경 교수팀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 자료와 일본 바이오뱅크 자료를 결합해 동북아시아인 20만 6627명의 유전정보와 건강 데이터를 분석하고, 수축기 및 이완기 혈압과 관련된 약 104만 개의 유전 변이 정보를 합산해 개인별 혈압 유전 위험 점수를 산출했다. 이후 연구 대상자 전체의 점수 분포를 기준으로 표준화 과정을 거쳐 개인별 상대적 위험 수준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혈압 유전 위험 점수가 상위 5%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하위 5% 그룹에 비해 고혈압 발생 위험이 최대 2.4배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전적 고위험군은 평균적으로 고혈압이 약 8~8.5년 앞당겨지는 것으로 확인했다. 반면, 유전적 위험이 높더라도 중등도 이상 신체활동을 꾸준히 하는 경우 고혈압 발생 위험이 약 20~2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유전적 소인이 높더라도 운동과 건강관리로 고혈압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해경 순천향대서울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고혈압은 심혈관질환의 가장 중요한 조절 가능한 위험요인이지만, 그동안 젊은 연령층에서는 관리와 인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며 "유전적 위험을 조기에 확인하고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한다면 고혈압을 비롯해 관련 합병증 발생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6-02-24 10:25:18연구・저널
인터뷰

"뇌졸중 대응 인력 붕괴 경고등…골든타임 불과 5년 남아"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24시간 급성기 뇌졸중 대응 체계가 인력 부족으로 붕괴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대한뇌졸중학회의 신임 수장으로 선출된 차재관 교수(동아대병원 신경과)가 현장의 절박함을 알리며 정책적 대전환을 촉구했다. 차 교수는 오는 3월부터 1년의 임기를 시작하며, 전공의 유입을 이끌어내고 전문의의 이탈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5년으로 진단했다.차재관 교수는 현재 수련병원들이 겪는 인력난이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의정 갈등 이전에는 전공의가 뇌졸중 대응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으나, 현재는 전문의와 진료지원인력(PA)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차 교수는 "과거에는 전공의가 급성기 대응의 100%를 담당했다면, 지금은 PA가 환자의 3분의 2 이상을 보고 전공의는 일부만 담당하고 있다"며 "전문의가 예전처럼 트레이너 역할에 머무는 게 아니라 직접 모든 결정을 내리고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라 체력적 부담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특히 전문 인력의 고령화는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소다. 차 교수는 "PA 시스템은 임시방편일 뿐 이를 지속하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전문의와 PA로 부족한 인력을 메꾸고 있지만, 전문 인력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현장을 지키는 게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전공의 정원(TO)은 있지만 지원자가 없어 인력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선배의 삶이 곧 미래"…전공의 지원 이끌 유인책 절실전공의들이 뇌졸중 분야를 기피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차 교수는 '열악한 삶의 질'을 꼽았다. 신경과 내에서도 응급 상황이 적은 치매나 말초신경질환으로 지원자가 쏠리는 현상이 뚜렷하다는 것. 차 교수는 "전공의들은 선배 세대인 뇌졸중 전문의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보고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며 "일주일에 한 번씩 당직을 서며 삶이 무너지는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이 길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지금 있는 전문의들을 거점병원으로 모아주는 정책적인 배려가 없다면 신경과를 선택하더라도 뇌졸중 파트로는 들어오지 않을 게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전문의가 충분히 확보돼 2주에 한 번 정도만 당직을 서는 환경이 조성돼야 전공의들이 비전을 갖고 지원할 수 있다는 논리다. 차 교수는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이 5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내다봤다.응급실 수용 거부 문제에 대해서도 차 교수는 명확한 해법을 제시했다. 현재 응급의학과가 모든 환자의 유입을 컨트롤하는 시스템으로는 1분 1초가 급한 뇌졸중 환자를 적기에 치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차 교수는 "급성기 뇌졸중 환자는 응급실 체류 시간이 길지 않고, 뇌졸중 팀이 호출되면 검사실과 시술실로 빠르게 이동하게 된다"며 "응급실에서 침대 하나만 비워주면 우리가 직접 움직일 수 있는데 현재는 입구에서부터 거부되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그는 "구급대와 뇌졸중 전문의 간에 직접 환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루트를 열어줘야 한다"며 "누가 환자를 분류하고 컨트롤할 것인지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역 내 안전망 구축을 위해선 지자체의 책임도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교수는 "부산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1차 책임은 부산시에 있다"며 "시장이나 도지사들이 선거에 도움이 되는 건물 건립이나 공원 조성에만 예산을 쓸 게 아니라, 응급환자 이송 플랜을 짜는 데 예산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학회 외연 확장과 AI 기술을 통한 의료 격차 해소차 교수는 1년의 짧은 임기 동안 학회 구성원을 정예화하고 외연을 넓히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와 구급대원을 학회의 주체로 포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는 "캐나다 뇌졸중학회에 가보니 의사보다 간호사와 구급대원이 더 많았다"며 "환자 선별과 케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문 간호사들에게 학회 차원의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의료 인력이 부족한 취약 지역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거제 지역 병원과의 협업 사례를 언급하며 "밤에 혈관 촬영이 어려운 병원에서 AI 프로그램을 통해 시술 필요 여부를 미리 판단해 정보를 보내주면, 환자가 거점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시술 팀이 세팅을 마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부족한 전문 인력을 보완해 줄 실질적인 기술로 이미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차 교수는 마지막으로 "2026년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뇌졸중학술대회(WSC)는 전 세계적인 전문 인력 부족과 응급 시스템 문제를 공유하고 벤치마킹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국제적인 연대를 통해 국내 시스템의 허들을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26-02-19 05:30:00연구・저널

"노인 난청, 복지 아닌 투자…초고령사회 대응 해법 찾아야"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대한민국의 초고령사회 진입과 정년 연장 논의가 본격화됨에 따라, 고령층의 실질적인 사회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된다.특히 노인 난청 문제가 개인의 불편을 넘어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대두됨에 따라 보청기 지원 등 제도적 대응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조정식·김영배·정태호·김영환 국회의원실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민주뿌리위원회가 주최하는 '시니어의 지속 가능한 사회활동 지원방안 모색 정책토론회'가 13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다.이번 토론회는 대한이과학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대한난청협회가 공동 주관해 초고령사회 진입과 정년 연장 시대에 대응하는 노인 난청 정책의 방향을 논의한다.이번 토론회는 단순한 노인 일자리 확대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고령자가 실제로 일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능 유지 조건'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에 주목해 개최된다.특히 난청은 고령자에게 가장 흔하면서도 경제활동을 직접 제약하는 요인인 만큼, 이를 해결하는 것이 복지 지출이 아닌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선제적 투자라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큰 의의가 있다.난청은 고령자의 경제활동을 직접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이기에 정책적 개입이 시급하다는 점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박경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발제를 통해 시니어 정책의 핵심이 단순한 일자리 제공을 넘어 사회활동의 지속 가능성에 있음을 밝힌다. 난청으로 인한 의사소통 장애가 고령층을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게 만들고, 이는 결국 의료와 돌봄 비용 증가라는 사회적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을 제시한다.의학적 관점의 제언도 이어진다. 박무균 대한이과학회 보청기연구회 회장은 보청기를 통한 조기 개입이 고령자의 기능 유지에 결정적임을 강조하며, 장애 등록 중심인 현행 지원 제도의 사각지대 해소를 촉구한다. 이동희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청각 재활이 이루어지면 고령자도 건강인과 동일한 사회활동이 가능하므로, 난청 해결은 복지 비용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점을 역설한다.송진섭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민주뿌리위원회 위원장은 시니어의 사회참여가 지역사회 활력과 세대 간 부담 완화에 직결됨을 설명한다. 보청기 지원을 통해 소통의 장벽을 제거하는 것이 시니어가 사회 구성원으로 남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것이 전문가와 현장 단체들의 공통된 견해다.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 관계자들도 참석해 난청으로 인한 사회활동 단절이 장기적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접근과 중장기적 정책 검토 필요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2026-02-12 11:54:54연구・저널

WHO가 본 한국 "고혈압 관리 세계 모범국·최고 성공 사례"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고혈압 조절 분야에서 국가적으로 성공한 세계 최고의 사례 중 하나다."세계보건기구(WHO)가 한국을 전 세계적인 고혈압 관리의 선도 국가로 지목하며 그 성공 비결을 집중 조명했다.전 세계 14억 명에 달하는 고혈압 환자 중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는 비율이 극히 낮은 상황에서 한국은 불과 30여 년 만에 고혈압 조절률 5%에서 59%라는 성과를 거뒀다는 것.WHO는 최근 발간한 '2025 고혈압 글로벌 보고서'의 국가별 성공 사례(Country success stories) 항목을 통해 한국을 전 세계적인 고혈압 관리의 상징적인 성공 모델로 제시했다.전 세계 30~79세 성인 고혈압 환자 14억 명 중 혈압이 적절히 조절되는 인구는 약 3억 2천만 명에 불과하다.1990년 한국의 국가 혈압 조절률 역시 5% 수준에 머물렀고 고혈압으로 인해 예방 가능한 뇌졸중과 심장마비 사망자가 매년 다수 발생했으며, 고혈압의 위험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낮았다.WHO가 발간한 '2025 고혈압 글로벌 보고서'의 국가별 성공 사례(Country success stories) 항목.임상의를 위한 표준 치료 프로토콜이 부재했고, 약제비 부담은 환자들이 치료를 지속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지만 한국의 고혈압 관련 지표는 단기간 내 크게 개선됐다.1990년 16%였던 고혈압 치료율은 2022년 74%로 약 5배 증가했다. 혈압 조절률의 상승 폭은 더 컸다. 1990년 5%에 불과했던 고혈압 조절률은 2022년 56%를 기록하며 11배 이상 상승했다. 식습관 개선 측면에서도 2005년부터 2022년 사이 나트륨 섭취량이 44%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이러한 변화는 실제 국민 건강 지표의 개선으로 나타났다. 연령 표준화 심혈관 질환 사망률은 과거 대비 74% 하락했다. WHO는 고혈압 관리가 이러한 사망률 감소의 유일한 원인은 아닐지라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시사했다.국가 단위 고혈압 조절률이 50%를 상회하는 국가가 소수라는 점, 5%에 불과했던 고혈압 조절률 약 30년 만에 59%까지 급격한 상승했다는 점에서 WHO는 그 원인을 정책 및 보건 의료 체계와 같은 새 시스템 도입에 있다고 봤다.먼저 성과의 바탕이 된 요소로 보편적 의료 보장(UHC)과 연계된 노력을 지목했다.한국은 1989년부터 시작된 의료보험 체계를 2000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단일화해 보험자 체계를 통합, 이를 통해 전 국민의 건강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단일한 시스템을 구축했다.이는 결국 고혈압과 같은 만성 질환 관리의 기초가 됐다는 것. 제도적 통합이 고혈압 환자들이 비용 부담 없이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탄탄한 토대가 됐다고 WHO는 분석했다.거버넌스 강화와 정책적 개입도 성공 요인으로 제시됐다.정부가 국민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기 위한 규제를 도입하고, 정기적인 혈압 검진을 의무화해 조기 진단과 치료의 연속성을 확보했다.2023년 기준 국내 고혈압 조절률 및 심혈관 질환 관련 사망자 통계 추이.또한 환자의 위험도에 따라 복합제 처방을 권장하는 등 국가 가이드라인과 프로토콜 기반의 진료 체계를 채택하고 개인별 후속 관리와 혈압 조절 현황을 추적하고, 조절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부여한 점도 보고서에 명시됐다.특히 지표의 변화를 매년 추적 관찰할 수 있도록 인사이트를 제공한 대한고혈압학회의 '고혈압 팩트시트'와 같은 연례 발행물도 성과를 투명하게 점검하는 도구로 평가받았다.WHO는 한국의 사례를 통해 강력한 정치적 의지와 보편적 의료 보장 체계가 결합했을 때 얼마나 단기간에 국민 건강 지표를 개선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결론지었다.실제로 이와같은 평가는 국내에서도 한 차례 언급된 바 있다.2024년 OECD 국가 평균치와 비교한 국내의 고혈압 치료, 관리 등을 종합 평가한 연구(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오수현 연구원) 결과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가장 낮았고, 조절률은 53%로 2위, 치료율은 71%로 공동 2위를 기록하는 등 A 학점에 달한다는 성적표가 나왔다.OECD 평균 고혈압 유병률은 34%, 한국은 27%이고 이어 진단율은 각각 65%, 71%, 치료율은 54%, 71%, 조절률은 39%, 53%,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50%, 42%로 비교 우위에 있다는 것.연구 결과에 대해 당시 당뇨병학회 이해영 국제교류이사는 "우리나라의 고혈압 조절률은 굉장히 높아져 올해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고혈압 조절율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며 "이 정도면 학회가 박수치고 해산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2026-02-12 05:30:00연구・저널

간학회, '감염성 간염 관리법' 지지…국가 통합 관리 기대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대한간학회가 최근 발의된 ‘감염성 간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며,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보건 전략 수립과 법적 기반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학회는 해당 법안이 바이러스 간염 퇴치를 위한 정책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대한간학회는 5일 입장문을 통해 '감염성 간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예방, 진료, 연구를 포괄하는 국가 단위 관리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국민 보건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또한 질병관리청이 주도하는 5개년 기본계획 수립과 지방자치단체 실행 체계 구축이 근거 중심 보건 행정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환자 진료비 지원과 관련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통한 보건 경제적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국내에서 간암으로 1만432명, 간 질환으로 7,787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암은 70대 이하 암 사망 원인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감염성 간염은 주로 B형간염과 C형간염 등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하며 간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간암 발생 원인 가운데 약 60%는 B형간염, 약 15%는 C형간염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의학 기술 발전으로 치료 성과는 크게 향상됐다. C형간염은 경구용 치료제 투약을 통해 2~3개월 내 98% 이상 완치가 가능하며, B형간염 역시 항바이러스 치료를 통해 간경변 발생 위험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고 간암 발생 위험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다만 조기 진단과 치료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여전히 존재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세계보건기구(WHO)는 결핵, 말라리아, 에이즈 등을 포함한 감염병 가운데 바이러스 간염이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며 2030년까지 전 세계 바이러스 간염 퇴치를 목표로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B형간염 백신 필수 접종을 시행하며 예방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성과를 거둔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학회는 예방 성과와 별개로 확진 환자 관리와 치료 체계 측면에서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번 법안이 환자 전주기 관리와 임상 연구, 고도화된 치료 체계를 통합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해 사회적 질병 부담 감소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법안은 B형 및 C형 간염의 예방, 진료, 연구 정책을 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조기 진단부터 최신 치료법의 임상 적용, 장기적 연구 기반 마련까지 체계적인 보건 전략 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학회는 이러한 정책이 WHO의 "2030 바이러스 간염 퇴치" 목표 달성을 위한 과학적 기반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또한 법안에 따라 질병관리청장은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5년 단위 감염성 간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되며,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바탕으로 연차별 시행계획을 추진하게 된다. 학회는 중앙정부 정책 방향과 지역 보건 행정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면서 전국 단위 표준화된 간 건강 관리 서비스 구축이 가능해질 것으로 평가했다.경제적 지원 근거 마련 역시 중요한 변화로 꼽힌다. 법안은 국가와 지자체가 환자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진단 및 치료 비용을 예산 또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통해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회는 이러한 지원이 치료 순응도를 높이고 중증 간 질환 진행을 억제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분석했다.이와 함께 간염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과 의료기기 산업에 대한 행정적 지원 근거가 마련되면서 국내 보건의료 산업의 기술 혁신과 연구개발 환경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임영석 대한간학회 이사장은 "B형·C형 간염은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국가 관리 역량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통제와 퇴치가 가능한 질환"이라며 "이번 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바이러스 간염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이어 "법안이 실제 의료 현장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위 법령 정비와 세부 실행 계획 수립 과정에서 학술적 자문과 정책 제언을 지속하겠다"며 "법안 취지가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전문가 단체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2026-02-05 10:56:14연구・저널

왜 한국만 의사 인력 추계 갈등 반복되나…"일본에 해답"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의사의 인력 추계를 두고 의료계와 정부가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의사 수를 총량 중심에서 지역, 분야별 배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일본의 경우 다원적 거버넌스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구조를 의사인력 정책의 핵심으로 해 매번 갈등을 되풀이하는 한국과 '구조적인 차이'를 보인다는 것.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일본의 의사 수 결정 정책과정을 분석한 연구보고서 '일본의 의사 수 결정을 위한 정책과정 분석'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강태욱 성신여대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해 일본 의료정책 체계와 의사인력 정책의 역사적 전개 과정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 의사인력 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연구진은 일본이 약 70년에 걸쳐 의료법을 중심으로 의료계획, 지역의료구상, 의사확보계획 등을 유기적으로 발전시켜 왔으며, 의사 수 '총량' 관리 중심에서 지역·분야별 '배치'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 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다원적 거버넌스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구조가 일본 의사인력 정책의 핵심 특징으로 제시됐다.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의료인력 정책은 단일 부처가 주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후생노동성·문부과학성·재무성·총무성 등 여러 부처가 역할을 분담하는 다원적 거버넌스 체계로 운영된다. 이른바 '4P 모델'을 통해 의료 수요 계획, 인력 양성, 재원 승인, 정책 집행이 분산·조정되며, 부처 간 상호 견제와 협력을 통해 정책 독점을 방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또한 의사인력 정책은 공식 심의기구인 '의료인력수급 분과회'를 중심으로 논의·결정된다. 해당 기구에는 이해관계자가 균형 있게 참여해 정책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있으며,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합의 중심 운영을 통해 정책 집행 과정에서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일본은 지난 50여 년간 의사 증원과 감축을 반복하는 정책 변화를 경험했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일본이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으로 "의료 문제는 의사 수의 절대량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꼽았다.이에 따라 일본은 의대 정원 조정에만 의존하기보다, 의사 배치 메커니즘 개선, 근무 여건과 처우 개선, 교육 제도 개편을 병행하는 포괄적 접근을 추진해 왔다. 의료인의 자율성과 정책적 유인을 결합한 제도 설계를 통해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한 점도 주요 특징으로 분석됐다.보고서는 지역정원제가 지역 간 의료인력 편재를 단기적으로 완화하는 데는 일정 부분 기여하지만, 의료 소수지역의 절대적 의사 부족 해소와 장기적 지역 정착을 보장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의무복무 기간 종료 후 도시로의 이탈, 교육 여건 악화에 따른 의료 교육 질 저하 우려,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지역 내부의 세부 의료 격차 해소 한계 등이 구조적 문제로 제시됐다.일본 의사확보계획의 핵심 도구로는 '의사편재지표'가 소개됐다. 이 지표는 단순한 의사 수가 아니라 실제 진료 활동량을 반영한 '표준화 의사 수'와 지역별 의료 수요를 고려한 '표준화 수진율비'를 결합해 산출된다. 여기에 환자 유출입 보정까지 반영해, 지역 거주지를 기준으로 의료 수요를 재계산하는 방식이다.연구진은 일본이 이러한 객관적 지표를 통해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을 명확히 파악하고, 주관적 판단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될 여지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6년 주기의 환자조사, 의료인 통계 작성, 중장기 의료 수요 예측 모델 고도화 등 의료 통계 인프라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의료정책연구원은 일본 사례를 통해 한국 의사인력 정책 역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합의형 거버넌스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 수 증가가 의료비, 지역 편재, 인구 구조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의료·노동경제학적으로 분석하고, 상충되는 정책 입장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연구진은 "의사인력 정책의 정당성은 단순한 행정적 결정이 아니라, 전문가 집단의 전문적 자율성을 존중하고 이를 정책 형성 과정의 핵심 요소로 반영할 때 확보될 수 있다"며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수요 추계와 현장의 실무 경험을 함께 반영하는 거버넌스 구조가 한국형 의사인력 정책의 중요한 방향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2026-01-29 16:11:49연구・저널

의사 추계 두고 의-정 팽팽 "통계적 유희"vs"과학적 근거"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13일 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대한예방의학회, 한국정책학회는 의협회관에서 공동으로 '정부 의사인력 수급 추계의 문제점과 대안' 세미나를 열고 정부의 의사 부족 논리를 정면 반박했다."소설을 쓰기로 작정한 것인가?" vs "가용한 자료 내에서 도출한 최선의 결과"보건복지부가 2040년 최대 1만 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추계 결과를 내놓으며 의대 증원에 시동을 걸자 의료계가 "비현실적 가정에 기반한 소설"이라며 파상공세를 퍼부었다.정부의 추계 방식이 미래 정책 방향성이 부재한 상태에서 부실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출된 '통계적 유희'에 가깝다는 것이 의료계 전문가들의 평.정부가 결론을 정해놓고 데이터를 끼워 맞췄다고 비판하자 복지부는 즉각 반박하며 "현재 시점에서 도출 가능한 최선의 결과"라고 맞불을 놓으며 평행선을 달렸다.13일 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대한예방의학회, 한국정책학회는 의협회관에서 공동으로 '정부 의사인력 수급 추계의 문제점과 대안' 세미나를 열고 최근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가 내놓은 의사 부족 논리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의 기초모형 기준 추계 결과, 2035년에는 수요 13만 5,938명~13만 8,206명, 공급 13만 3,283명~13만 4,403명으로 총 1,535명~4,923명의 의사인력이 부족하고 2040년에는 부족 규모가 5,704명에서 최대 1만 1,136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장부승 관서외대 교수는  한-일의 추계 방법론을 비교, 한국 정부가 부실한 데이터에 기반해 추계했다는 점에서 "소설을 쓰기로 한 것이냐"고 작심 비판했다.이와 관련 장부승 관서외대 교수는 우리 정부의 추계가 미래 의료 체계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 없이 진행됐다는 점을 가장 큰 결함으로 꼽았다. 장 교수는 일본의 경우 '지역의료구상'을 통해 향후 인구 구조와 의료 요구 변화에 따른 병상 기능 재편 방안을 먼저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필요 의사 수를 도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반면 한국 정부는 실손보험 개편이나 의료 전달체계 혁신 등 수요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주요 정책 변수를 추계 과정에서 배제했다. 장 교수는 "미래 의료 제공 체제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방향성 없이 과거 데이터만 활용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특히 정부가 사용한 시계열 모형(ARIMA) 등 통계 기법이 현실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장 교수는 일본이 의사의 실제 근로 시간, 병상 기능별 현황, 의대 학장 및 병원장 설문 등 구체적인 현장 데이터를 반영하는 것과 달리, 정부는 "관측 가능한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소홀히 했다는 것. 부실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만큼 추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논리다.장 교수는 "정부는 장기 시계열 자료 확보의 한계를 언급했지만 이는 장기 추적 조사를 안 한 것"이라며 "근무 일수나 생산성 등도 관측 불가능하다고 가정했지만 이는 관측을 안 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그는 "한국의 추계 담당자들은 현장 데이터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할 뿐 현장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없어보인다"며 "일본은 막연한 추정이나 외삽보다는 현장 관찰 및 설문 조사 기법을 통해 획득한 구체적 데이터를 사용했다"고 강조했다.그는 "심지어 2018년 1차 추계 이후 추계 결과의 질 제고를 목적으로 기초 데이터를 현장 점검하고 보강해 2020년 2차 추계를 실시했다"며 "반면 한국은 부실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설을 쓰기로 작정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의사 과잉 시대 온다" FTE 기준 시 정반대 결과박정훈 의료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인구 감소 추세는 간과한 채, 1인당 의료 이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실제 업무량이 아닌 진료비 비율을 적용해 입원 업무량을 과다 산출함으로써 의사 수요를 부풀렸다는 분석이다.박 연구원이 의사의 실제 근무 시간과 생산성을 반영한 전일종사자(FTE, Full-Time Equivalent) 기준으로 다시 추계한 결과는 정부 발표와 정반대였다. 이 분석에 따르면 2040년에는 오히려 약 1만 4,684명에서 1만 7,967명의 의사가 과잉 공급될 것으로 전망됐다. 대한의사협회 의사인력 추계 결과. FTE 기준을 적용한 결과 2040년 오히려 의사 인력이 약 1만 8천명 과잉이라는 결과가 나왔다.추계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박 연구원은 "위원 구성이 직역 전문직 비율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독립성과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하며, 격주 간격의 다급한 회의 진행과 짧은 발언 시간 등으로 인해 심도 있는 논의가 불가능했다고 꼬집었다.김석일 가톨릭의대 교수는 추계 과정의 불투명성과 결과의 변동성을 문제 삼았다. 실제 추계위는 임상 활동 비율 등 변수를 조정하면서 2040년 부족 인원의 최솟값을 5,704명에서 5,015명으로 수정하는 등 결과가 수시로 바뀌는 모습을 보였다.이는 정부가 '의사 부족'이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수치를 끼워 맞춘 것 아니냐는 현장의 불신을 키우는 대목이다. 정부는 통계적 모델링을 통해 '부족한 수치'를 증명하는 데 집중한 반면, 이날 전문가들은 현장 데이터와 정책 방향이 빠진 통계는 위험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의료계의 비판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이례적으로 즉각 입장을 내고 반박에 나섰다.추계위는 배포한 설명자료를 통해 "ARIMA 모형은 과거부터 축적된 의료환경, 정책 변화, 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미래 수요를 산출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추계 분야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과학적 방법"이라고 명시했다. 특히 코로나19와 의정 사태 등 최근의 의료이용 변화 양상까지 전수 활용해 모형을 적용했으므로 통계적 타당성이 충분하다고 해명했다.위원회 구성의 독립성 논란에 대해서도 추계위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추계위는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의료 공급자 단체 추천 위원이 과반수로 구성됐으며, 의사협회 추천 위원도 포함돼 총 12차례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쳤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회의록과 안건 자료를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왔다고 설명했다.추계위는 "중장기 인력 수급 추계가 본질적으로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가용한 자료와 방법론의 한계 속에서 도출 가능한 최선의 결과"라고 강조, 이번 추계 결과를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 규모를 결정하는 핵심 근거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복지부는 2026년 1월 중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최종 정원 규모를 심의할 계획이다.
2026-01-14 05:30:00연구・저널

국내 의료 빅데이터의 위력…의대 학부생 논문 JAMA 장식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 국내 연구진이 의료 빅데이터를 통해 세계 최초의 역학 분석 결과로 임팩트팩터가 55에 달하는 미국의사협회지(JAMA)를 장식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특히 이러한 결과를 교수 한명의 지도로 학생 두명이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국내 의료 빅데이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연동건 교수, 홍서현, 이수지 학생, 이하연 연구원.13일 의학계에 따르면 경희대 의과대학 연동건 교수와 경희의대 홍서현, 이수지 학생의 분석 연구가 JAMA 1월호에 게재된 것으로 확인됐다.국내 의료 빅데이터를 통해 임신 중 위산분비억제제 사용이 자녀의 신경정신 질환 발생 위험과 유의미한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특히 이 연구는 국가 단위 빅데이터를 활용해 연관성을 검증한 세계 최초의 역학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임신 기간에는 약물이나 치료가 태아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해 증상이 있어도 치료를 망설이는 산모들이 많다.속쓰림 역시 산모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는 흔한 증상이지만 약물 사용 안전성에 대한 불안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연 교수 연구팀은 2010~2017년 출생한 약 277만 명의 아동과 산모를 최대 10년간 추적 관찰한 데이터를 활용해 임신 중 위산분비억제제 노출과 자녀의 ADHD,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 신경정신 질환 발생 간의 연관성을 조사했다.분석 결과 단순 인구 기반 분석에서는 노출군에서 신경정신 질환 발생 위험이 소폭 높게 나타났다.이에 따라 연구팀은 해당 결과가 유전적·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고려해 추가 연구를 실시했다.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를 비교하는 형제자매 대조 분석과 모의 표적 임상시험(emulated target trial) 기법을 추가 적용해 교란 요인을 정밀하게 통제하고 분석의 정확성을 높인 것이다.그 결과 교란 요인을 보정한 분석에서는 임신 중 위산분비억제제 노출과 자녀의 신경정신 질환 발생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연동건 교수는 "임산부에 관한 연구는 윤리적·현실적 제약으로 직접적인 임상시험이 어려운 영역"이라며 "고도화된 의료 빅데이터와 선진 연구 방법론을 결합해 약물 안전성을 검증한 연구로 임상 현장에서 활용할 중요한 근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특히 이번 연구는 의대 학부생이 연구의 주축으로 참여해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이례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대규모 국가 단위 의료 빅데이터 분석과 고난도 연구 설계를 학부 연구진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국내 의학 연구 교육의 수준과 잠재력을 보여준다.제1저자인 홍서현 학생은 "연구를 통해 산모들이 보다 안심하고 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연동건 교수는 "앞으로도 의료 빅데이터와 정교한 연구 방법론을 기반으로 환자와 보호자가 신뢰할 수 있는 치료 근거를 제시하는 디지털 헬스 연구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26-01-13 11:57:47연구・저널

mRNA 치료제 성능, 크기가 좌우…입자 최적 조건 규명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코로나19 백신을 통해 알려진 mRNA 기술이 암이나 희귀 질환을 고치는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체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인자에 대한 규명이 이뤄졌다.12일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 기초의학사업추진단 합성생물학사업단장 구희범 교수(교신저자,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과학교실), 의과대학 의생명과학교실 김부건 박사(공동 제1저자), 박철희 연구원(공동 제1저자) 공동 연구팀이 mRNA 백신과 유전자 치료제의 핵심 전달체로 활용되는 지질나노입자(Lipid Nanoparticle, LNP)의 크기가 세포 내 전달 효율과 유전자 발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mRNA는 매우 약해서 몸속에서 금방 파괴된다. 이를 보호해 세포 안으로 안전하게 배달하는 '택배 상자'가 바로 지질나노입자다.이번 연구는 지질나노입자의 '구성 성분'이 아니라 '크기 자체'가 전달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임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mRNA 백신과 차세대 유전자 치료 기술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설계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지질나노입자 크기에 따른 mRNA 전달 효과 모식도mRNA 백신이나 유전자 치료제는 우리 몸에 직접 약효를 내는 물질이 아니라,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mRNA)를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mRNA는 매우 불안정해 그대로는 세포 안으로 들어가기 어렵다. 이때 mRNA를 감싸 보호하고 세포까지 안전하게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지질나노입자(LNP)이다. 쉽게 말해, 지질나노입자는 아주 작은 기름방울 형태의 '택배 상자'다.연구팀은 동일한 지질 성분과 동일한 mRNA를 사용하면서, 지질나노입자의 크기만을 다르게 만들어 실험했다. 이를 위해 미세한 유체 흐름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미세유체(microfluidic) 기술을 활용해, 머리카락 굵기의 수천 분의 1 수준인 나노미터 단위에서 입자 크기를 정밀하게 제어했다.그 결과, 입자가 작을수록 세포 안으로 더 잘 들어가고, 단백질 생성량도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작은 입자가 세포막을 통과할 때 필요한 에너지가 더 적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즉, 세포 입장에서는 '작은 상자'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택배인 셈이다.흥미로운 점은, 지질나노입자가 무조건 작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지나치게 작은 지질나노입자의 경우, 몸속 환경에서 구조가 불안정해지고, 입자 표면을 보호하는 물질(PEG)이 떨어져 나가면서 오히려 전달 효율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밝혀냈다. 이는 mRNA 치료제 개발에서 '가장 효과적인 최적 크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이번 연구는 실험 결과에 더해, 전산유체역학(Computational Fluid Dynamics, CFD :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액체나 기체의 흐름을 가상으로 시뮬레이션하는 기술)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LNP가 만들어지는 물리적 원리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지질나노입자의 크기는 복잡한 소용돌이(난류, 액체가 소용돌이치며 격렬하게 섞이는 상태)가 아니라, 물질이 자연스럽게 퍼지는 확산 과정에 의해, 즉 분자들이 서로의 경계를 넘어 이동하는 속도(확산 지배적 혼합, 물에 잉크 한방울을 떨어뜨렸을 때처럼, 분자들이 스스로 움직여서 퍼지는 현상)에 의해 결정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이는 향후 복잡한 장비 없이도 단순한 구조의 시스템으로 지질나노입자 크기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mRNA 치료제 대량 생산과 공정 표준화에도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구희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mRNA 전달체의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서 '입자 크기'의 중요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준 연구"라며, "앞으로 다양한 질환을 표적으로 하는 mRNA 백신과 유전자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전달체를 설계하는 데 실질적인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이번 연구는 가톨릭중앙의료원 기초의학사업추진단을 비롯해 중견연구사업, 유전자편집·제어·복원기반기술개발사업, Post-Doc 성장형 공동연구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나노바이오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Nanobiotechnology》(IF 12.6)에 게재됐다. 
2026-01-12 12:00:13연구・저널

한의약 난임치료 과학적 근거없다? "임신 성공률 4.3배"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최근 한의약 난임치료의 과학적 근거 여부에 대해 의료계가 맹공을 퍼붓자 한의사협회가 '근거'로 맞섰다. 한의약 난임치료가 산모의 건강을 지켜주고 임신 성공 가능성이 최대 4.25배까지 높인다는 사실은 다수의 학술·임상논문을 통해 검증된 사실이라는 것.5일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는 한의약 난임치료에 의문을 제기한 양방측에 대해 "한의약 문외한들의 악의적 폄훼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한의약 난임치료는 학술적·임상적 전문성과 성공률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만큼, 정부는 하루빨리 국가적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시행해야한다"고 주장했다.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약 난임치료는 ▲정부가 발표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 따라 이뤄지고 있고 ▲다양한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된 학술·임상논문을 통해 전문성이 검증됐으며 ▲전국 13개 광역자치단체와 72개 기초자치단체에서 한의약 난임 지원사업을 통해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여성 난임의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 따르면 난소예비력 저하 여성의 경우 한약 치료의 근거 수준은 B/Moderate 등급, 근거가 충분한 중등도 이상의 수준으로 평가받았다.또한, 해당 지침에 따르면 보조생식술을 받은 여성에 대해서도 침은 A/High, 전침, 뜸, 한약은 모두 B/moderate 등급을 받아 모두 충분한 근거를 가진, 난임 부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치료법임을 이미 보건복지부가 확인한 바 있다. 대한한방부인과학회와 한방신경정신과학회 등 한의학회 산하 주요 학회들은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한의CPG)은 보건복지부의 지원 아래 전문학회 중심의 다학제 개발위원회를 구성해 ▲핵심 임상질문 설정 ▲체계적 문헌고찰 ▲근거 수준 평가 ▲외부 전문가 검토 ▲단계별 승인 절차를 거쳐 개발된 국가 주도의 근거기반 표준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임상진료지침 개발 원칙과 방법론을 준용해 객관성과 재현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성 난임을 포함한 다수 질환 영역에서 한의CPG는 치료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근거 수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으며, 이미 지자체 공공사업과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국가 지원으로 개발, 발간된 표준임상진료지침이 모든 근거의 출발선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한의약 난임치료가 산모의 건강을 지켜주고 임신 성공률을 높인다는 사실은 다수의 학술·임상논문을 통해 검증된 사실이다.'대만 여성 불임에서 전통 한의약(중의약) 치료와의 연관성 (Yueh-Hsiang Liao 외,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2020)'에 따르면 5254명의 난임 여성에서 전통 한의약(중의약) 치료군의 임신 성공 가능성이 비치료군 대비 1.48배나 높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특히 '사물탕', '가미소요산', '계지복령환', '당귀작약산' 등의 처방이 임신 성공률을 크게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에서 원인불명 여성 불임에 대한 한약 처방의 활용: 후향적 연구(최수지 외, BMC Complementary Medicine and Therapies, 2023'에서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한 한의 난임치료사업에 참여한 난임 여성 453명을 분석한 결과, 실제 임신에 성공한 군에서 '배란착상방', '조경종옥탕' 등의 처방이 실제 임신 성공률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이 확인됐다.'자궁내막 요인으로 인한 여성 불임에서 보완·대체의학 치료(Jing Lin 외, Evidence-Based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2022)'에서는 자궁내막 요인으로 인한 난임 치료에서 한약 처방은 대조군 대비 임신율(25% vs 11.4%)을 유의미하게 향상시켰으며, 자궁내막 수용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입증됐음을 발표했다.'일본에서 임신 전·중·산후 여성에게 처방된 한방(캄포) 제제: 행정 건강 데이터베이스 분석(Satoko Suzuki 외, Frontiers in Nutrition, 2021)'에서는 일본의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임신 전·중·산후 여성 3만3941명을 분석한 결과, 대상자의 약 48%가 최소 1회 이상 한약 처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임신 중 발생하는 다양한 증상 관리에 한약이 매우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한방 치료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임신 전 과정에 걸쳐 높은 신뢰도와 유효성을 바탕으로 공식적인 의료 체계 내에 안착해 있음을 입증하는 수치라고 밝혔다.'중국 한약 치료는 체외수정(IVF) 결과를 개선할 수 있는가? 무작위 대조시험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Huijuan Cao 외, PLoS ONE, 2013)' 연구논문은 1721명의 여성이 포함된 20개 임상시험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 체외수정(IVF) 시 한약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성공률을 높이는 잠재적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이밖에 '여성 불임에 대한 중국 한약 치료: 업데이트된 메타분석(Karin Ried, Complementary Therapies in Medicine, 2015)' 역시 4247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40개의 RCT 분석 결과, 한방 치료를 받은 여성이 양방 단독 치료를 받은 여성보다 임신 성공률이 1.74배 더 높게 나타났다는 결과를 내놓았다.대한한방부인과학회에서도 지난 10월, 창립 50주년을 맞이해 '난임 여성의 한방 진단 및 진료'를 주제로 추계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초음파 등 의료기기를 활용한 다양한 임상 증례와 진단, 처방 사례 등 최신 지견을 공유했다.이 날 학술대회에서는 '난소기능검사를 활용한 다낭성난소 증후군'과 관련된 최근 연구 결과와 난소예비력 저하를 동반한 여성 난임환자의 한약과 침치료 증례 등 전문적인 부인과 영역의 질환을 살펴보고, 다양한 초음파 진단과 실제에 대한 교육 등이 이뤄졌다.10년 이상 한의 난임지원사업을 전개해 온 부산광역시한의사회는 2014년 27%를 시작으로 5년간 평균 22%의 임신 성공률을 기록했으며, 매년 한의 난임사업에 참여해 임신과 출산에 성공한 아이들, 가족들과 함께 '부산 한방하니' 탄생 축하 기념회를 개최하고 있다.경기도한의사회의 경우 2024년 10월, '2020~2022 경기도 난임부부 한의약 지원사업 결과 발표회'를 통해 여성 연령 제한을 폐지해 45세 이상 여성을 포함했음에도 약 15%의 임신 성공률을 기록했으며, 90%에 육박하는 난임 여성들이 치료와 신체에 대한 만족도를 보였다고 밝혔다.보건복지부도 전국 지자체별로 진행 중인 한의 난임지원사업이 정부의 역할 강화로 난임 부부의 희망을 실현하고 출산율을 높여 국가의 초저출생 문제 극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히고, 지난 9월, 전국 지자체의 한의 난임사업의 성과를 공유하고 우수사례와 유공자를 표창하는 '2025 한의난임사업 성과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대한한의사협회는 "이미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여성 난임 표준임상진료지침'이 존재하며, 실제로도 한의난임사업은 다년간 지자체 단위에서 시행돼 충분한 객관적 자료와 임상 성과가 축적돼 있고, 국내외 유수의 학술, 임상논문들이 이 같은 사실을 전문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임 부부들의 고통은 외면하고 맹목적으로 한의약 폄훼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양의계의 한심한 작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이어 대한한의사협회는 "이제 정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저출산 문제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말하고 "특정 직역의 허무맹랑한 주장에서 벗어나 학술적, 임상적 성과가 확실한 한의약 난임사업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01-05 15:01:32연구・저널

고지혈증약 '피타바스타틴' 재조명? 유방암서 효과 확인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고지혈증 치료에 활용되는 '피타바스타틴'이 삼중음성유방암에서 항암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삼중음성유방암의 경우 치료옵션이 부족해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향후 피타바스타틴을 활용한 추가 임상연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고려대 구로병원 종양내과 서재홍 교수고려대 구로병원 종양내과 서재홍 교수 연구팀은 5일 '피타바스타틴'이 기존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는 삼중음성유방암에서 항암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치료가 가장 어려운 유형으로, ER·PR·HER2 단백질이 모두 없어 호르몬 치료나 HER2 표적치료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파클리탁셀과 같은 세포독성 항암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치료 후에도 재발과 전이가 흔해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치료 과정에서 살아남는 암줄기세포가 약물 내성과 종양 재발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암세포의 생존을 돕는 Mcl-1 단백질이 과도하게 증가해 항암 효과를 더욱 떨어뜨리는 것으로 보고돼 이를 직접 표적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연구팀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cl-1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약물을 찾는 과정에서 피타바스타틴이 Mcl-1 결합 부위에 직접 작용할 수 있다는 구조적 특징을 확인했다. 피타바스타틴은 원래 고지혈증 치료제로 임상현장에서 널리 쓰이며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된 약물이지만, 여러 연구에서 암세포 성장 억제나 세포 사멸 유도 효과가 보고돼 항암제로 재창출할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다. 다만 그 항암 효과의 정확한 기전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였다.이에 따라 연구팀은 인공지능 기반 3D 도킹 분석을 통해 피타바스타틴이 Mcl-1 단백질의 BH3 결합 부위에 직접 결합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Mcl-1 단백질을 직접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을 가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피타바스타틴을 투여하자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빠르게 무너지고, 활성산소가 증가하며, 세포 에너지원인 ATP가 감소해 암세포가 스스로 사멸 과정에 들어가는 명확한 항암 반응이 나타났다. 특히 일반 항암제로 제거하기 어려운 암줄기세포의 수가 유의하게 감소하는 효과가 확인돼 재발·전이를 일으키는 근본 세포까지 억제하는 결과를 보였다.피타바스타틴은 Mcl-1에 작용해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고, 내성 관련 생존 신호를 억제해 재발과 전이를 줄인다.(자료제공 : 고대구로병원)또한 파클리탁셀에 내성을 가진 세포에서도 피타바스타틴은 내성의 핵심 요인인 Mcl-1과 P-glycoprotein의 발현을 감소시키고, 암세포의 생존 신호인 AKT·STAT3 경로를 억제해 내성 상태에서도 강력한 항암 효과를 유지했다. 실제로 피타바스타틴과 파클리탁셀을 함께 투여했을 때 종양 억제 효과가 크게 증가하는 시너지 효과가 관찰됐으며, 이는 기존 치료의 한계를 보완할 새로운 병용치료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대구로병원 종양내과 서재홍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지혈증 치료제로 알려진 피타바스타틴이 삼중음성유방암에서 Mcl-1을 표적하는 새로운 항암치료 후보로 활용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특히 파클리탁셀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군에서도 적용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임상적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타바스타틴은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FDA 승인 약물이기 때문에 기초 및 전임상 단계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으며, 향후 암줄기세포 표적 치료 연구에도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며 "이번 성과를 토대로 보다 발전된 치료 전략을 마련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적극적으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한편, 이번 연구는 '피타바스타틴: 파클리탁셀 내성을 극복하는 새로운 Mcl-1 억제제로서의 삼중음성유방암 치료 가능성(Pitavastatin is a novel Mcl-1 inhibitor that overcomes paclitaxel resistance in triple-negative breast cancer)'이라는 제목으로 국제학술지 Experimental Hematology &Oncology(IF 13.5)에 게재됐다.
2026-01-05 11:48:05연구・저널

신경섬유종 1형, 아탈루렌 치료 가능성 국내 첫 확인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이범희 교수팀이 넌센스 돌연변이를 가진 신경섬유종 1형 환자에서 아탈루렌의 치료 효과를 세포 수준에서 처음 규명했다.연구팀은 넌센스 돌연변이를 보유한 한국인 신경섬유종 1형 환자 22명의 섬유아세포에 아탈루렌을 처리한 결과, 전체 세포의 약 24%에서 과활성화된 RAS 및 ERK 신호가 감소하는 효과를 관찰했다고 26일 밝혔다.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이범희 교수, 김소영 연구원신경섬유종 1형은 NF1 유전자 변이로 뉴로파이브로민 단백질 기능이 상실되면서 RAS-MEK-ERK 신호 경로가 과도하게 활성화돼 다양한 장기에 종양이 발생하는 선천성 희귀질환이다. 환자의 약 30%가 DNA 유전자 코드에서 조기 종료 신호가 생기는 넌센스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다.아탈루렌은 근이영양증 등 넌센스 돌연변이 질환에서 단백질 합성을 회복시키는 약물로 알려져 있으나, 신경섬유종 1형에서의 치료 효과는 직접 입증된 바 없었다.연구팀은 전사체 분석을 통해 아탈루렌 반응 세포와 비반응 세포를 비교한 결과, 약효가 있을 때 환자 혈액에서 AMPD3와 TGFBR3 단백질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두 단백질이 아탈루렌의 약효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특히 AMPD3를 억제했을 때 환자의 슈반 세포에서 ERK 신호가 줄어들며 세포 증식이 억제되고 세포 사멸이 증가해, AMPD3가 새로운 치료 표적이 될 가능성도 제시됐다.이범희 교수는 "이번 연구가 넌센스 돌연변이를 가진 신경섬유종 1형 환자에게 맞춤 치료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연구는 휴먼스케이프의 희귀질환 플랫폼 레어노트로부터 데이터와 분석 인프라, 연구비를 지원받아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MedComm(IF 10.7) 최신호에 게재됐다.
2025-12-26 10:53:33연구・저널

동아시아 첫 규명…피 한 방울로 치매 94% 잡아낸다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 알츠하이머병(치매)을 94% 수준의 높은 정확도로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번 연구는 서구권 중심의 기존 연구에서 벗어나,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 코호트에서 최신 자동화 혈액 분석 플랫폼 성능을 처음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16일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뇌건강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임현국 교수 연구팀(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엄유현 교수)은 최근 혈액 내 특정 단백질 비율(p-tau21/Aβ42)을 이용한 알츠하이머병 진단 기술의 정확성을 검증한 연구 결과를 '알츠하이머 & 디멘시아(Alzheimer's & Dementia)에 발표했다고 밝혔다.연구팀은 국내 알츠하이머병 환자 등 총 262명의 연구 참여자를 대상으로 혈장 내 'Aβ42(아밀로이드 베타 42) 대비 p-tau217(인산화 타우 217) 단백질 비율을 측정했다. 이어 이 결과를 '뇌 아밀로이드 PET검사 및 타우 PET결과와 비교 분석했다.분석 결과, 완전 자동화 면역측정 플랫폼 통해 측정한 혈장 p-tau217/Aβ42 비율은 뇌 아밀로이드 PET 검사의 양성 여부를 예측하는 데 있어 약 94%의 매우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진단이 불확실한 회색 지대에 속하는 환자 비율도 8%에 불과해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높였다.혈액 바이오마커와 뇌 병리의 상관관계 개념도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쌓이고 타우 단백질이 엉키면서 뇌세포가 손상돼 발생한다. 이번 연구에서 혈액 바이오마커(p-tau217/Aβ42) 비율은 아밀로이드 병리뿐만 아니라 뇌 타우 PET 영상에서 확인되는 타우 단백질 침착 정도, 그리고 MRI로 측정한 알츠하이머성 뇌 위축 소견과도 강력한 상관관계를 보였다.현재 알츠하이머병 진단에는 뇌 PET 스캔이나 뇌척수액 검사가 주로 활용되지만, 높은 비용과 침습성으로 인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혈액 검사는 채혈만으로 간단하고 저렴하게 시행할 수 있어 대규모 치매 선별 검사 및 조기 진단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특히 이번 연구는 Beckman Coulter사의 자동화 면역측정 플랫폼을 활용해 혈액 내 알츠하이머병 표지자들을 정량한 것으로, 이러한 완전 자동화 혈액검사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충분한 성능을 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임현국 교수(교신저자) "동아시아 코호트에서 완전 자동화 혈액 바이오마커 플랫폼을 독립적으로 검증한 세계 최초 사례로, 미국·유럽 중심으로 축적돼 온 알츠하이머 병리 연구에 아시아 데이터를 본격 편입함으로써 보다 포괄적이고 글로벌한 치매 생물학의 지형도를 그릴 수 있게 됐다"면서 "이는 다양한 인종·지역에서 혈액 바이오마커의 유효성을 확인하는 첫 걸음으로서 국제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엄유현 교수(제1저자)는 "혈액 검사가 기존의 고가 영상 검사 수준의 정확성으로 알츠하이머병 병리를 잡아낼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향후 임상 현장에서 치매의 조기 선별과 치료 효과 모니터링에 혈액 바이오마커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이번 연구 치매 및 신경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알츠하이머 & 디멘시아(Alzheimer's & Dementia, IF=11.1)' 2025년 11월호에 게재됐다.
2025-12-16 12:03:06연구・저널

류마티스관절염 활액서 미세플라스틱 검출…염증 촉진 규명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관절 속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실제로 존재하며, 이 물질이 면역계를 자극해 질환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이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16일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과학교실 유승아 교수팀은 포스텍-가톨릭대 의생명공학연구원, 대구대학교 환경기술공학과 김영민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활액에서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고, 이 미세플라스틱이 염증과 관절 파괴를 촉진하는 면역학적 병태기전을 규명했다고 밝혔다.이번 연구 결과는 "Polystyrene microplastics activate NF-κB/MAPK signaling in synovial fibroblasts, promoting inflammation and joint destruction in rheumatoid arthritis"라는 제목으로 환경·보건 분야의 영향력 높은 국제학술지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임팩트팩터 11.3)에 게재됐다.류마티스관절염은 면역체계가 자신의 관절 조직을 공격해 만성 염증과 연골·뼈 손상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다. 그동안 유전적 요인과 면역 반응에 대한 연구는 활발했지만, 질환을 악화시키는 환경 요인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공백에 주목해 미세플라스틱의 역할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PS-MPs)이 류마티스 관절염 병태를 악화시키는 in vitro·in vivo 기전연구팀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활액을 첨단 분석 장비인 Py-GC/MS/MS로 정밀 분석한 결과, 생활용품 등에 널리 사용되는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을 정량적으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인체 내부, 특히 관절 조직에 축적될 수 있다는 가설을 실제 환자 샘플에서 처음으로 입증한 사례다.연구는 단순한 존재 확인에 그치지 않았다. 연구팀은 크기 5μm의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을 활용해 세포 및 동물 모델 실험으로 확장하며, 미세플라스틱이 관절염을 어떻게 악화시키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세포 실험에서는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유래 활막섬유아세포에 흡수돼 NF-κB와 MAPK 신호 경로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IL-6, IL-8과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MMP3, MMP9 등 조직 파괴 효소의 발현이 증가했으며, 세포의 이동성과 침습성도 유의하게 높아졌다. NF-κB와 MAPK는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핵심 신호 경로로, 활성화될 경우 염증이 급격히 증폭된다.동물 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됐다.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에 장기간 노출된 관절염 모델에서는 관절 염증이 뚜렷하게 악화됐으며, 미세플라스틱으로 자극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유래 활막섬유아세포를 이식한 제노그래프트 모델에서는 연골 침식과 대식세포 침윤이 유의하게 증가했다.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미세플라스틱이 단순한 환경 오염 물질을 넘어 자가면역질환의 병태를 직접적으로 악화시키는 환경 유해인자로 작용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세플라스틱과 만성 염증성 질환 간 연관성을 본격적으로 제시한 선도적 연구라는 평가도 나온다.유승아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환경 노출 물질이 인간 면역질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면역세포와 관절세포 수준에서 규명한 면역독성학 연구"라며 "향후 미세플라스틱의 제거·차단 전략이나 질병 악화를 예방하기 위한 환경 관리 가이드라인 마련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연구는 환경 문제와 인류 건강을 연결하는 새로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일상 속 플라스틱이 보이지 않는 형태로 인체와 질병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2025-12-16 12:01:57연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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