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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의정 갈등에 제약업계도 여파…휴진 등 의료 공백에 기업들 '울상'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허성규 기자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산업에는 의사들의 진료와 함께 수술, 처방 등이 동반된다. 그런만큼 의료계에서 발생하는 이슈는 의약품, 의료기기 등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결국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의 여파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이에 따른 상급종합병원 등의 진료 공백은 결국 산업계에도 타격으로 돌아왔다.특히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료계가 휴진까지 결정하는 등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수술, 입원, 처방 등이 줄어들면서 이와 연결돼 있던 제약사, 의료기기업체의 매출 역시 줄어들게 된 것.여기에 제약사 리베이트 조사 및 관련 임상에도 영향을 미치며 제약업계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이에 관련 현 시점에서 의약품, 의료기기와 관련한 산업계의 상황과 이에 대한 우려 등을 들어 봤다.종병 대상 의약품·의료기기 타격 불가피…2분기 실적 우려 커의정갈등으로 촉발된 전공의 사직 직후부터 국내 제약·의료기기 업체는 불안한 시선으로 이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는 의료계에 진료 및 수술의 공백이 생기면 이와 연결된 품목들의 매출에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일단 1분기 실적에서도 일정부분 영향이 미쳤으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2분기 실적부터는 더욱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실제로 이미 지난 1분기 제약업계의 매출이 감소한 상태에서 관련 사태 해결 시점까지의 영향을 추정한 결과 역시 이와 유사하다.당시 5월말 사태가 종료된다고 해도 제약업계의 성장률에 영향이 미칠 것으로 분석한 상태. 즉 현 시점까지도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그 여파는 더욱 클 전망이다.국내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일단 현 시점에서는 실적이 정확히 나오지 않아 매출 감소가 얼마나 됐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면서도 "다만 체감상 매출 하락은 확실하고, 이런 부분이 2분기부터는 더 명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또다른 제약사 관계자 역시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관련 매출 하락이나 영업상의 어려움은 다들 느끼고 있다"면서도 "의약품부터 의료기기까지 여러 사업을 하는 경우 이런 부분에서 체감이 더욱 크다"고 전했다.이 관계자는 "의약품의 경우 로컬 등의 영향도 있어 일정부분 감당이 되지만 수술 등에 필요한 의료기기 분야의 경우 매출 하락이 확실시 된 상황"이라며 "2분기 실적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매출에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고 언했다.이는 수술 등이 축소되고 이와 관련한 입원 환자도 축소되면서 이와 관련한 의약품 및 의료기기 등의 영향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이미 증권가 등에서는 수액제 등을 생산하는 업체의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는 것도 이와 같은 흐름이다.중견 제약사 관계자는 "로컬 중심의 제약사의 경우 영향이 없지만 종병급에 들어가는 의약품을 주력으로 한 회사들은 영향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항암제 등 관련한 품목을 주력하는 기업들이 더욱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여기에 일부 의료기기 업체의 경우 이미 구조조정을 포함한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태 장기화에 따른 기업들의 영향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영업사원 출입금지…리베이트 조사까지 업계 살얼음판이같은 매출 감소 뿐만 아니라 신약 등을 위한 임상 등, 매출 외적인 부분에서도 영향도 점차 커지고 있다.대표적인 사례로는 여기에 리베이트 사건 등까지 번지면서 실제 영업사원의 출입을 제한하는 사례까지 나오면서 제약업계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이는 앞서 의과대학 정원 증원으로 인한 의료계·정부 갈등이 촉발되면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3~5월 '의약품·의료기기 불법 리베이트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한 이후부터 본격화 됐다.경찰은 고려제약 불법 리베이트 사건 관련 의사 100여 명을 입건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고 있으며, 최근에는 리베이트 혐의로 실제 의사가 구속되는 첫 사례까지 나왔다.결국 병원 등에서는 애초에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출입을 금지하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이는 불법 리베이트 등에 대한 우려를 덜기 위한 방안이지만 실제 업계에서 느끼는 것은 친분을 쌓는 과정도 불가능해 진 것이처럼 영업을 진행하기는 점차 어려워진데다, 리베이트 등 조사의 여파가 제약사까지 미치면서 업계는 더욱 긴장하고 있다.한 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영업사원의 병원 출입을 금지하는 경우도 나오면서 초창기보다 영업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매출 감소에 더해 활동 자체가 제한되면서 여러모로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한 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의 경우 자주 발생하는 건이긴 하지만, 최근 정부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업계 자체의 긴장감이 좀 높아졌다"며 "리베이트 등에 대한 수사가 더욱 확대되면 이에 영향을 받는 기업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지난해까지 진행된 국내 임상시험 현황(자료 KoNECT)"신약 늘어나지만…" 후순위로 밀린 임상현장그렇다면 글로벌 제약사의 상황은 어떨까.일단 장기화되고 있는 의료대란 속에서 국내 제약 및 도매, 의료기기 업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은 받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대학병원 중심 처방시장 상황은 좋지 않지만, 올해 상반기 신규 등재되거나 급여 사용범위가 확대된 약제들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오리지널 치료제 위주인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신약의 급여 등재가 중점 사안으로 여겨진 데에 따른 것이다.실제로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건강보험 약제목록에 신규 등재되거나 급여 사용범위가 확대된 성분 약제는 총 21개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주요 신약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치료제를 급여로 적용‧확대하는 데에만 연간 소요재정만 4790억원이 소요될 정도다.약제별로는 '엔허투(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 한국다이이찌산쿄, 아스트라제네카)'에 1347억원이, 타그리소(오시머티닙, 아스트라제네카)와 렉라자(레이저티닙, 유한양행)가 각각 920억원과 881억원, 코셀루고(셀루메티닙, 아스트라제네카) 376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평가됐다.이 밖에 케렌디아(피네레논, 바이엘)가 약 100억원의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신약의 경우 이전보다 더 큰 폭의 급여 적용이 이뤄졌다고 봐도 무방하다.정작 문제는 임상시험이다. 글로벌 제약업계 및 임상현장 모두 의료대란으로 인해 신약 임상시험에서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익명을 요구한 글로벌 빅파마 한국지사 임원은 "헤드쿼터에서도 국내 임상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기간 진료 차질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화상 회의 시마다 이 사안이 주요 논제"라며 "신약을 도입하거나 급여 적용이 걸려 있는 상황인 점도 있지만 한국이 아시아 내 주요 임상시험 메카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영향을 사전에 파악해서 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의대 증원 여파로 국내 대학병원에서 교수들의 로딩이 급격하게 늘어나자 글로벌 임상시험에서 국내 대학병원과 교수를 제외하는 후폭풍이 일어나고 있다. 한 때는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신약 임상시험 메카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한 A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에서 한국의 상황을 계속 체크하고 있다"면서 "임상시험을 계속 연기하고 있다. 2~3개 제약사로부터 이번 사태가 해결 난 뒤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허탈해 했다.그는 "제약사에 국내 의료현장의 상황과 무관하게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소용없었다"며 "임상연구는 전공의 사직과는 무관하다. 교수와 임상 간호사들이 진행하는 것이라 무관하다고 설명해도 연기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임상현장의 더 큰 우려는 글로벌 임상시험에서 후순위로 밀리면서 장기적으로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 허가도 다른 국가와 비교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점이다.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민창기 교수는 "혈액암 뿐만 아니라 여러 임상시험 분야 마다 연기되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이런 일이 있으면 회복되는 시간은 두 배가 걸린다는 점"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임상현장의 상황을 다 들여다 보고 있다.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2024-07-05 05:30:00국내사
특집

전공의 공백 연쇄반응…발목 잡힌 학회·학술활동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병원은 유기적인 구조로 맞물려 돌아간다. 그 구조에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라는 공백이 생겼다. 당초 당직 등 전공의들의 업무 공백에서 들리기 시작한 파열음은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그리고 그 영향권 아래 학회와 학술대회도 놓여있다.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사라진지 4개월째. 의-정 갈등의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점차 파열음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학회 내부로부터 나온다. 학술대회 현장에서 전공의가 자취를 감춘 것은 물론 당직 빈도가 늘어나며 교수들의 임상 연구 및 논문 투고 등의 학술 활동도 위축되고 있기 때문.학술단체를 이끌고 있는 주요 임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전공의 공백 사태의 여파가 피부에 와 닿을 정도의 파급력을 미치고 있을까. 사태 장기화에 따라 플랜B를 고민하고 있는 학회들의 현주소를 짚었다.■의-정 갈등 불똥 맞았다…학회장에서 자취 감춘 전공의들올해 2월 20일 시작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1만 3천여명의 집단 사직과 의대생 동맹 휴학은 눈으로 확인 가능한 변화로 이어졌다. 당장 3월부터 의학계의 춘계학술대회 시즌이 도래했기 때문.매년 인파로 북적이던 주요 학술대회장마저 한산함이 체감될 정도로 현장을 찾는 전공의들의 발길이 뜸해진 것. 등록자 수에서도 실질적인 감소가 나타났다.집단 사직 사태 직후 열린 대한종양외과학회 국제학술대회 SISSO 2024는 직격탄을 맞았다.연 평균 종양외과학회의 사전 등록 인원은 500명 안팎이었지만 이번 등록자는 400명 선에 그쳤고 전공의, 의대생의 현장 방문이 없자 의대생 교육 세션이 취소되는 사태도 발생했다.대한내과학회가 전공의 연수강좌를 온라인으로 방식으로 개최하는 등 다양한 학회들이 전공의 관련 강좌·세션을 축소, 취소하거나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했다.학회 관계자는 "전공의 사직 문제로 전공의들은 물론 의대생들까지 학술대회장을 거의 찾지 않아 매년 시행되던 의대생 교육 세션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며 "연쇄적으로 전공의의 빈 자리를 교수들과 간호사들이 채우면서 이들의 현장 참석률도 덩달아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비슷한 시기 대한뇌졸중학회도 참여자 저조를 우려, 뇌졸중에 관심이 있는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전임의 캠프' 행사를 취소한 바 있다.대한가정의학회는 학술대회장에서의 전공의 공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전공의에 대한 전면 무료 개방 정책을 펼쳐 예년 수준인 400명에 가까운 전공의 등록을 이끌어냈지만 재정적인 면에서는 타격을 입었다.가정의학회의 평균 등록인원은 1000명 안팎으로 이 중 전공의의 비중은 약 40%에 달한다. 학회는 전면 무료 개방을 선언하면서 식사비, 책자 제공, 기념품, 운영비, 각종 부대 비용에서 수천만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한병덕 홍보이사(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는 "전면 무료 등록을 결정하고 프로그램 및 관련 세션을 그대로 유지했다"며 "전공의들은 학회의 미래 주역이기 때문에 강재헌 이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고통을 분담하자고 결정했다"고 밝혔다.그는 "수 천만원에 달하는 재정 적자가 발생해도 이같은 현상이 일회성이라면 감내할 수 있다"며 "다만 현 사태가 장기화가 된다면 온라인 강좌 등의 다른 대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실제로 대한내과학회는 내과전공의 핵심역량 연수강좌를 온라인으로 방식으로 개최하는 등 다양한 학회들이 전공의 연수강좌를 축소, 취소하거나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했다.■당직 서는 교수들 "연구 활동 위축 불가피"학술대회 시즌의 참석자 수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이었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의 질적, 양적 하락 우려가 제기된다.전공의들은 수련자이면서 동시에 당직부터 응급 환자 초동 대처, 수술 보조, 환자 모니터링, 심전도 검사, 드레싱, 위관 삽관, 혈액 배양 검사, 생검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전공의 1만 3천여명이 집단 사직하면서 그들이 담당하던 업무가 타 의료진의 몫으로 남겨질 수밖에 없는 것. 업무는 의대 교수들에게 당직 일 수 증가와 같은 변화로 이어졌다.전공의 집단 사직 및 의대생 동맹 휴학 직후 개최된 학술대회장 모습. 참석자가 줄면서 한산한 풍경이 연출된 것은 물론 의대생을 위한 교육 세션마저 취소됐다.문제는 교수들이 학술단체의 임원진을 겸직하고 있고, 이들을 중심으로 투고 논문에 대한 심사, 대국민 캠페인 기획, 진료 지침 제정·개정, 주요 질환의 현황을 파악하는 팩트시트 작업, 국가 단위 코호트 사업 등이 진행된다는 점.특히 교수들이 연구를 기획·진행하고 논문을 투고하는 임상 연구자 역할도 병행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업무 가중은 다양한 학술적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는 어떨까.뇌졸중학회 관계자는 "당직뿐 아니라 주말에도 진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다 보니 학회 참석이나 해외 학회 참석에는 당연히 제한이 생긴다"며 "당직을 많이 서게 되면 논문 작성에 대한 시간 할애가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그는 "특히 각 대학병원들은 교수들의 승진 심사와 재계약을 위해 필요한 논문 적정량을 부여한다"며 "재임용을 앞둔 교수들에게 이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실제로 일부 대학병원 연구부원장은 총장과의 면담을 통해 연구 활동이 위축 및 논문 편수의 감소와 같은 정량적인 지표들의 하락의 불가피성을 들어 교수들의 승진, 승급 평가기준의 한시적 조정을 요구한 바 있다.A 대학병원 관계자는 "연간 다섯 편의 논문을 써야 승진했던 사람이 올해는 두 편밖에 못 썼다고 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병원 측에서도 문제를 인식하고 올해는 한시적이고 잠정적으로 기준 완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연구를 위해서는 환자 진료를 통한 데이터 산출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병원의 축소 진료로 환자가 감소한 만큼 물리적인 여건상 정상적인 연구 실적 도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전공의 사직 연쇄반응…학회 활동에 '발목'Pubmed에 등록된 JKMS 게재 논문 수. 최근 3년간 실적에 비춰보면 올해는 저조한 논문 투고 및 게재율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대한두통학회도 올해 초로 예고했던 군발 두통 진료 가이드라인 공개를 하반기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두통학회 관계자는 "학회에서 지침 마련 작업을 작년부터 진행, 기존 근거에 대한 평가 및 권고 수준에 대한 평가를 마치고 원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며 "다만 최근 전공의 사직 등 의료계 현안으로 워낙 실무위원들이 바빠져 작업이 늦어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그는 "상반기 중에는 탈고를 마쳐, 하반기 추계 학술대회에서 발표한다는 걸 목표로 잡고 있다"며 "원래 두통학회는 전문의를 위주로 했기 때문에 전공의로 인한 참석자 저하와 타격은 적지만 일선 교수들의 당직 증가는 지침 마련 정체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대한간학회 저널 CMH는 해외 연구자들의 비중이 높은 덕택에 영향을 비켜갈 수 있었다.김원 CMH 편집장은 "의-정 갈등 사태로 당직을 서는 날이 많아지고 환자 진료에 채이면서 연구도 못하고 논문도 쓰기 어려워졌다"며 "국내 연구자들의 임상 연구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은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그는 "과거엔 CMH에 게재된 국내외 연구자 비중에서 국내 논문이 압도적이었지만 이제는 1/4~1/5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만일 CMH 저널이 이같이 국제 저널로 홀로서기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투고 수 부족에 시달렸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실제 수치상 확인 가능한 논문 수의 변화도 관찰되고 있다. 저널의 게재 논문 수의 변화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어 단편적으로 분석하긴 어렵지만 수년간의 경향 및 작년 동기 대비 발행 건수와의 비교 방식으로 접근했다.대한내과학회 저널 KJM의 연구 논문 검색 및 다운로드 수. 올해 상반기 합산 수치는 전년 동기 대비 18.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의학 논문 검색 DB 사이트인 Pubmed에 등록된 대한의학회 저널 JKMS의 2024년도 상반기까지 총 게재 논문 수는 178편.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올해 356편의 논문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JKMS의 게재 논문은 2021년 344편, 2022년 352편, 2023년은 407편으로 점진적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올해 356편 전망치는 다소 저조한 실적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대한내과학회 저널 KJM의 연구 논문 검색 및 다운로드 수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2023년 1~6월 상반기 총 논문 검색 및 다운로드 합산 수치는 155만 3342건이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 합산 수치는 127만 410건으로 18.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대한내분비학회 관계자는 "학회 활동에 소위 MZ세대라고 하는 젊은 의사들의 참여가 줄며 임원진의 고령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젊은 의사들로 구성된 미래위원회를 꾸린 것도 이에 대한 타개책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했다.그는 "힘들고 돈 안되는 과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기피 현상 및 학술활동에 대한 참여 저조 현상이 강화되고 있어 특정 과나 학회는 후배 세대 부족으로 인한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 수도 있다"며 "정상적인 학술활동을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속한 해결책을 찾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2024-07-04 05:30:00학술대회
특집

악마화된 젊은 의사들…그들이 바라보는 현 사태는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정부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으로 우리나라 의료체계 격변 외에도 의사 인력들의 대대적인 인식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이번 사태로 의사와 국민 간 신뢰가 어느 때보다 악화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젊은 의사들의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메디칼타임즈는 21주년 창간을 기념해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전공의·의대생 3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복수 응답)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젊은 의사들은 의대 증원 사태로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매우 악화했다고 인식하고 있었으며, 정책 실패가 증명되기 전까진 이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젊은 의사들 느끼는 여론…대다수가 "부정적"실제 의대 증원 사태를 바라보는 의사에 대한 국민 인식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전공의 44.4%가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43.7%로 근소 차로 뒤따랐다.90%에 가까운 응답자가 의사에 대한 국민 인식이 부정적이라고 답한 것. 보통이라는 응답은 7.9%였으며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4%에 불과했다. 매우 긍정적을 선택한 응답자는 없었다.의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질문엔 31.8%의 응답자가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위한 정부의 여론전'을 꼽았다. 정부가 전공의 사직을 환자를 버린 것처럼 호도하고, 강압적 행정명령으로 이들을 범죄자 취급했다는 의료계 지적과 일맥상통하는 모습이다.그 다음으론 '오랜 시간 쌓아온 의사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19.2%, '전문가의 의견을 배제한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 추진' 14.6%로 뒤를 이었다. '국민과의 소통 부족을 지속해온 의료계'가 원인이라는 답변은 4%였다. 또 이 모든 것들이 원인이 돼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답변이 30.5%에 달했다.이 같은 의사와 국민 간 불신을 해결할 대책은 마땅치 않다. 이는 전공의 생각도 마찬가지인데 관련 대책에 대한 질문에 49%의 응답자가 '의료붕괴에 의한 불합리한 의료 현실 직면'이라고 답했다.국민이 다시금 의사를 믿게 하려면 의대 증원으로 인한 의료 붕괴를 직면하고, 이들의 말이 사실이었음을 깨닫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그다음으론 '올바른 의료정책 수립'이 25.8%의 응답률로 뒤따랐으며 '의료계의 대국민 홍보'가 9.9%, '의료계의 자정'이 7.9%로 뒤를 이었다. '정부 차원의 대국민 홍보'는 7.3%였다.의대생들의 우려는 더욱 컸다. 의대 증원 사태를 거치며 의사를 바라보는 국민 인식이 어떻게 변화했느냐는 질문에 46.5%가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부정적이라는 답변도 45.3%에 달했다. 반면 보통이라는 답변은 6.9%,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1.3%에 불과했다. 매우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역시 없었다.의사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변한 원인에 대해서도 전공의들과 큰 차이는 없었다. 이 같은 여론은 단순히 한 정부의 작품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온 결과물이라는 판단이다.실제 의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원인을 묻자 '오랜 시간 쌓아온 의사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38.8%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의사 의견을 배제한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 추진', '국민과 소통의 부재 지속해온 의료계'가 각각 10.6%, 10%로 뒤를 이었다.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은 9.4%였으며 이 모든 것들이 문제라는 응답은 32.7%에 달했다.■신뢰 회복 가능할까 "국민이 직접 느껴야"의사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것은 의대생들도 마찬가지였다. 관련 질문에서 응답자의 34.6%가 의료 붕괴를 통한 현실 직면이 그 방법이라고 답했다.다만 의사들이 상호 동반자적 관계 개선 이미지를 형성하면 된다는 희망적인 답변도 32.1%로 높았다. 의료계 자정 작용(16.4%), 의사단체 대국민 홍보 강화(11.9%) 등 의료계 내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답변도 비교적 많았다. 정부 차원의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는 답변은 5%에 불과했다.이와 관련 한 전공의는 "본인도 그렇고 주변 얘기도 그렇고 사태가 어떻게 해결되던 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다고 생각한다. 의대 증원의 끝을 보는 것 외에 의사들의 말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또 있는지 의문"이라며 "과연 의료계가 홍보를 안 해서 상황이 여기까지 왔겠나 싶다. 정부가 의사들을 위해 홍보에 나서 줄 리도 없다"고 말했다.이어 "청문회까지 열렸지만, 정부 태도는 변함이 없고 큰 기대도 없다. 이제 사직서가 수리될 것 같은데 그럼 기존 사직서는 어떻게 되는지, 행정명령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우려만 나온다"며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과 꼭 그래야 하나, 하는 마음이 공존하고 있다. 다만 확실한 건 우리는 정부 때문에 돌아갈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런 상황은 젊은 의사들의 회의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를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82.1%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49.6%가 그 원인으로 한국 의료제도에 대한 회의감을 꼽았다. 필수의료 분야에서의 무분별한 소송도 33.3%로 뒤를 이었다.반면 기존에 전공의들의 가장 큰 불만이었던 높은 업무 강도(7.3%), 저임금(4.1%), 전공의 수련 관련 정책 미비(2.4%) 등은 이젠 큰 문제도 아니라는 반응이다. 이 같은 부당한 대우를 참을 수 있었던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 덕분이었지만, 의대 증원이 이를 포기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그럼에도 이들 다수가 아예 임상을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 향후 전공의로 복귀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63.6%가 '복귀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복귀 시점은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에 변화가 있을 때다. 과반수인 52.7%가 이때 복귀를 고려하겠다고 답했고. 19.6%는 이때 복귀라겠다고 확답했다. 다만 '변화가 있어도 복귀하지 않겠다'는 답변도 16.4%로 낮지는 않았다.■전공의·의대생 복귀 시점은 "정부 정책변화"의대생들의 반발은 더욱 컸다. 의대 복귀 의사에 대한 질문에 74.2%가 '없다'고 답했다. 다만 과반수인 53.2%의 응답자가 정책변화 및 학우들 분위기 봐서 복귀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답하는 등 길은 열어뒀다.복귀는 하겠지만, 시점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과 끝까지 복귀할 생각이 없다는 답변은 20.9%로 비등했다.다만 아직까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있는 의대생들이 더 많았다. 실제 의대 졸업 후 전공의 수련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4.4%가 '있다'고 답했다.이와 관련 한 의대생은 "앞으로 1~2년은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주변에서도 이런 말을 많이 한다. 매몰되기 전에 아예 다른 길로 가거나 해외로 나갈 생각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며 "그래도 임상에 있고 싶어 의대에 진학했고 전공의 수련을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더 많기는 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필수의료를 전공하는 부담이 더 커졌다"고 우려했다.한편, 이들은 의대 증원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부·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전공의 86.7%, 의대생 85.6%)이라고 지적했다.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의대 등 실무 교육기관 및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등 의사단체와 소통하는 것(전공의 91.4%, 의대생 89.4%)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공의 응답자의 74.2%가 정부는 의협·의학회와 소통해야 한다고 답했다.
2024-07-02 05:30:00개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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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한국·탈임상'…의대증원에 비전 상실한 젊은의사들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젊은 의사들이 진로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의대증원 사태를 겪고 젊은 의사들은 국내 의료에 비전을 잃고 탈한국 및 탈임상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메디칼타임즈는 21주년 창간을 맞아 전공의·의대생 3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복수 응답)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온라인 구글폼으로 진행했으며, 투비닥터와 의대생 TV 등의 의대생과 전공의가 모여있는 단톡방의 플랫폼을 활용해 진행했다. 응답은 의대생과 전공의 각각 150명이 답했다.■ 전공의는 82% "선택 후회한다"…의대생도 31% "전공의 수련 안 해"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과정에 있는 '전공의'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인식은 점차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련과정을 밟고 있는 전공의들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으며, 전공의를 선택하지 않겠다는 의대생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설문조사에 참여한 전공의 82.1%는 전공의 선택을 후회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그 이유로는 '한국 의료제도에 대한 회의'가 49.6%로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필수의료과에서의 무분별한 소송( 33.3%)', '높은 업무 강도(7.3%)', '저임금(4.1%)', '도제식 교육에 따른 부당한 대우(2.4%)', '전공의 수련 관련 정책의 미비(2.4%)', 'AI 등장 등 불확실한 미래(0.8%)' 등의 답변이 있었다.이번 의대증원 사태로 사직한 전공의는 "고된 근로환경에도 묵묵히 참으며 견뎠지만 이번 의대증원 사태로 모멸감을 견디지 못하고 사직했다"며 "현 정권이 국내 의료시스템에 지워지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고 평가했다.의대생 역시 전공의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것은 매한가지였다.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과정에 있는 '전공의'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인식은 점차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전공의 수련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68.8%가 '있다'고 응답했다. '없다'는 답변은 31% 수준이었다. 의과대학 졸업 후 전공의 수련을 시작하는게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지던 분위기가 변화한 것.수도권 의과대학 재학생 A씨는 "전공의 수련을 하지 않고 졸업 후 피부과나 정형외과 등에서 봉직의로 근무하면서 경험을 쌓은 뒤 개원하려는 추세는 이전부터 있었다"며 "4년 동안 열악한 근무 환경을 견디며 전문의 자격을 얻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전공의 수련을 하게 될 경우 고려 중인 전문과목으로는 흔히 인기과로 알려진 과목들이 많았다.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듯 전공의 수련을 하게 될 경우 고려 중인 전문과목으로는 흔히 인기과로 알려진 과목들이 많았다.정신건강의학과와 안과, 내과가 각각 12%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모두 개원이 용이한 진료과목들이다. 이외에도 정형외과 11%, 이비인후과와 재활의학과 6%, 영상의학과 5% 등이 인기를 보였다.특히, 내과는 대표적인 필수의료과목으로 분류되지만, 예비전공의들의 상당한 선택을 받으며 의외의 결과를 보였다. 수련기간이 3년으로 다른 진료과목 대비 짧으며 다양한 세부전공으로 여러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다만 설문조사에 참여한 의대생 한 명은 "내과를 선택했지만 한국에서 수련받을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이외의 필수의료 과목은 소아청소년과 4%, 외과 4%, 응급의학과 1%, 산부인과 1% 등으로 나타났다.의과대학 재학생 A씨는 "열악한 상황 속 필수의료 전공을 고민하던 의대생 상당수가 이번 의료개혁 정책으로 생각을 바꿨다"며 "국가가 나서 의사 의사를 악마화하는 상황에서 누가 사명감을 갖고 필수의료를 전공하려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탈임상·탈한국' 꿈꾼다…'바이오 스타트업' 관심 급증전공의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며 임상이 아닌 다른 길을 고려하는 젊은의사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임상 외 길을 고려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공의 과반수에 달하는 47%는 '있다'고 답했다. 과거 90% 이상이 병의원에 진출하며 임상만을 고집하던 분위기와 사뭇 다른 결과다.보건의료분야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분야로는 전공의 56.7%가 '바이오, 플랫폼 등 스타트업'이라고 응답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보험과 제약 또한 각각 18.3%, 14.4%의 응답을 기록하며 산업 분야가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의사과학자는 8.7%, 정부기관 1.9%에 그쳤다.  보건의료분야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분야로는 전공의 56.7%가 '바이오, 플랫폼 등 스타트업'이라고 응답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의대생 역시 일찍부터 임상 외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의대증원 사태 이후 임상 이외 다른 분야 진출을 고려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과반수를 넘는 56.4%는 '그렇다'고 답했다.의대생 또한 가장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보건의료분야로는 '바이오, 플랫폼 등 스타트업'이 57.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뒤이어 산업분야인 제약이 15.7%를 차지했으며, 의사과학자는 14.6%가 유명하다고 답했다.삼성서울병원장 역임 후 바이오 헬스케어 스타트업 시장에 뛰어든 송재훈 대표는 "우리나라 의사들은 임상에 매몰돼 산업계 유입이 거의 없는 편이었지만 최근 바이오산업이 주목받으면서 2030 젊은 의사들이 다양한 진로로 눈을 넓히고 있다"며 "각종 학회 등에서도 산업계 등 여러 진로를 다룬 강연에 대한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많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탈임상'을 넘어 '탈한국'을 꿈꾸고 있었다.향후 전공의 수련 의향이 없는 의대생들은 '해외 진출'을 가장 많이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45.3%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장래를 모색한다고 답했으며, '봉직 후 개원' 22.7%, '봉직' 13.3%가 뒤이었다. 곧바로 개원이나 기타 사업을 준비하겠다고 답한 의대생은 각각 9.3%였다.해외의사를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74.5%가 '그렇다'고 답했다.그 이유로는 '국내 의료환경에 더 이상 비전을 찾지 못해서'가 53%로 1위를 기록했다. '의사로서 존중받는 환경에서 근무하고 싶어서'라는 답변도 35.9%에 달해 국내 의료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해외 의료환경을 경험하고 싶어서' 3.4%, '임상 이외 다른 분야로 진출하고 싶어서' 3.4%, '더 높은 급여를 받고 싶어서' 3.4%, '기타' 0.9% 등의 답변도 있었다.전공의 또한 수련 이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19.9%가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이와 관련해 한 전공의는 "해외에서 의사 생활을 한다는 것에 대해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다"며 "하지만 의정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어쩔 수 없는 차선책으로 생각하고 있다. 의정 사태 후 처음으로 외국 의사 자격시험 등에 대해 알아봤다"고 말했다.■ "대학병원 싫어"…전공의 '봉직의' 근무 선호임상에 뜻이 있는 전공의들은 수련 이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 '봉직의 근무'를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으로 집계됐다.'1, 2차 의료기관 봉직의 근무'가 32.5%로 가장 많았으며, '1, 2차 의료기관 봉직의 근무 후 개원'하겠다는 이들은 19.2%였다. 결국 수련 후 봉직의로 근무하겠다는 답변은 51.7%로 과반수를 넘었다.팰로우(전임의)로 근무하며 추가 수련을 받겠다는 응답은 26.5%였다.임상에 뜻이 있는 전공의들은 수련 이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 '봉직의 근무'를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으로 집계됐다.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개원에 대한 의사들의 관심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도 개원 전 경력을 쌓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한국의학교육평가원 안덕선 원장 또한 "대학병원 교수는 명예 하나만으로 이 길을 택한 사람들"이라며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 누가 명예를 지킬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개원의나 봉직의로 간다면 '전공과목을 살린 전문과를 개원하겠다'는 답이 40.4%로 가장 많았다. 반면, 피부미용 등 비급여 분야에서 일반의 진료를 하겠다는 전공의 역시 39%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그 외에는 '감기 등 일차의료(15.6%)', '요양병원(2.8%)', '보건소 등 국가 의료기관(2.1%)' 등이었다.이들의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봉직의 월급 수준을 묻는 말에는 '1500만~2000만원'이라는 답이 42.4%로 1위를 차지했다.그 다음으로는 ▲2000만~2500만원(20.5%) ▲1000만~1500만원(17.2%) ▲3000만원 이상(13.2%) ▲2500만~3000만원(5.3%) ▲500~1000만원(1.3%) 순이었다.만약 다시 전문과목을 선택한다면 바꿀 의향이 있는지 묻는 말에는 과반수인 56.3%가 '바꾸겠다'고 답했다.그 이유로는 의료소송 가능성이 낮은 과라는 답변이 79.1%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개원 및 봉직시 고수입이 가능한 과(9.9%)', '개인적 호기심, 적성에 맞는 과(7.7%)', '환자 생명 직결된 의사 소명의식 높여주는 과(3.3%)' 등의 답변이 뒤이었다.메디칼타임즈는 21주년 창간을 기념해 전공의·의대생 3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복수 응답)를 진행했다.
2024-07-01 05:30:00개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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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달체계 개편 없는 의사 수 증가는 의료비만 폭증"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의과대학 정원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의료계에서 이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종별·개원가 내부 경쟁이 심화하면서 의료비가 폭증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종별 환자 수와 입(내)원일수가 상승세여서 의대 증원은 필요하다는 시각도 공존했다.그렇다면 의료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의대 증원의 후 미래는 어떤 상황일까? 메디칼타임즈는 의대 정원이 증가했을 때의 여파를 주제로 대학병원·급여권·비급여권·개원컨설팅 전문가들의 예측을 모아봤다.■늘어나는 진료인원·내원일수 "의사 수요 늘어"의료계가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의료비 폭증이다. 이미 저출산·고령화로 의료비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의사를 더 늘리는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라는 지적이다.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달 발간한 '2022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가 45조764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6% 늘었다. 이는 2018년과 비교하면 1.4배 증가한 숫자다.65세 이상 노인은 우리나라 인구의 17%를 차지하는 데 반해 전체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2%에 달하는 것. 반면 우리나라 출산율은 0.8명에 불과해 이 같은 문제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2018~2022년 노인(65세 이상) 진료비 현황. 출처: 건강보험통계연보하지만 종별 진료인원 및 내원일수는 증가세여서 늘어나는 의사 수요를 감당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의사 공급 없이 의료 수요만 증가하는 것이 오히려 의료비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의사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임금이 올라가고, 이렇게 올라간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과잉진료가 이뤄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와 관련 엘리오앤컴퍼니 성만석 대표는 "우리나라 인구가 줄고 있어 걱정하는 병원이 많지만 내원일수는 계속 늘고 있다"며 "저출산으로 인구가 준다고 해도 2040년이 되면 인구 1인당 내원일수는 60~70%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여기에 전공의특별법 등으로 의사 1인당 진료 시간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의사 수가 늘어나는 게 병원 경영 환경에 치명적인 요인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요 관점에서만 보면 국민이 더 많은 의사를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일선 현장에선 이를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종별 내원일수는 코로나19 당시인 2020~2021년 1억1856만~1억1904만 일을 기록하다 지난해 1억2237만 일로 2~3%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억2289만 일에 비해선 소폭 감소한 숫자라는 것.이와 관련 보아스이비인후과 네트워크 오재국 대표원장은 "코로나19 합병증도 있고 팬데믹으로 건강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가 올라가 생기는 현상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는 경증과 중증에 대한 구분이 없고 이전보다 병원을 더 자주 가는 환자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이어 "다만 이를 장기적으로 봤을 땐 결국 환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 의대를 증원하면 결과적으로 경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병원은 늘어나고 인구는 줄어드는데 환자를 어떻게 늘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2018~2022년 종별 진료인원 및 입(내)원 일수■종별 구분 없는 의사 증원이 경쟁 부추겨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는 상황에서 의대 증원이 추진되는 것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진료 범위가 구분되지 않으면서 종별 간에도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국민건강보험 운영 합리화 및 병상 수 축소 등으로 과잉 공급된 의료영역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이와 관련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박종훈 교수는 "의사가 늘어나면 필수적으로 의료비가 증가하는 건 사실이다. 의대 정원이 얼마나 늘어날지 모르지만, 1000명이 늘어났을 때 지금과 똑같은 의료비를 나눠 가지진 않을 것"이라며 분명히 비급여 시장이 확충될 것이고 급여 시장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이어 "더욱이 지금은 의료전달체계가 모두 무너져 종별 간 구분이 없다. 개원가에서 받아야 할 진료를 상급종합병원에서 받고 있고 상종에서 하는 치료를 개원가에서도 하는 등 무질서하다"며 "지금도 의료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상황에서 이 같은 부분을 개혁하지 않는다면 의대 증원 시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365mc 네트웍스 김남철 대표이사 역시 "당장 의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장기적으로 경쟁이 심화하는 부분은 반드시 생길 것이라고 본다"며 "우리나라는 아직까진 의료전달체계가 확고하게 수립돼 있지 않고 중복되는 면이 많아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이런 영역의 문제도 더 심화될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이어 "앞으로 또 의료 수요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인구 구조의 변화나 의료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상황이 달리질 수도 있다고 본다"며 "다만 종별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꼭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경쟁 방식 달라지는 의료계 "부익부 빈익빈"일선 개원가는 향후 의료계 경쟁 상황이 빈익빈 부익부로 흘러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환자 유인행위가 금지돼 급여권은 내원한 환자에게 집중하면서 검사량이 늘어나고, 비급여권은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방식으로 경쟁하게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어느 쪽이든 경영이 어려워진다면 과잉진료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다. 또 급여권은 비교적 경영난에 대응하기 어려워, 혼자서 병·의원을 운영하기보단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것이 유리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이와 관련 보아스이비인후과 네트워크 오재국 대표원장은 "비급여권은 광고를 통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급여권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결국 내원한 환자를 오래 보고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갈 것 같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소위 명의에서 더 많은 환자가 몰리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이어 "이렇게 되면 혼자 병·의원을 운영하는 것보단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보바스 네트워크의 경우는 경영보단 학술이 핵심인데 상황이 어려워지면 네트워크 차원에서 자체 실력을 키우려고 노력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결국 경영이 어려워지면 어떤 형태로든 부적절한 진료가 생길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전했다.전체 의사 수가 늘어나면서 네트워크 자체의 외형 성장은 이뤄질 수 있지만, 파이가 줄어들면서 실질적인 수익이 뒤따르진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이에 대한 전망을 묻는 질문에 365mc 네트웍스 김남철 대표이사는 "네트워크 역시 의료계가 받는 영향을 동일하게 받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영역은 이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의대 증원과 함께 여러 요소가 다변하고 복합적으로 작용해 그 여파를 예측하긴 어렵다"고 말했다.이어 "반면 단순 증원만, 가지고 필수·지역의료 유입이 생길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그보단 의료사고 등 여러 부분에 과도하게 책임이 부여된 부분을 해소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01-02 05:30:00개원가
특집

의대증원 10년 후 개원시장 미래, 전문가 4인에게 물었다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정부·정치권 드라이브로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늘린 의사 수가 필수·지역의료로 유입되면서 생길 변화를 기대하는 반면, 병·의원 간 경쟁 심화로 이어져 의료비가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그렇다면 의료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의대 증원, 10년 후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메디칼타임즈는 의대 정원이 증가했을 때의 여파를 주제로 대학병원·급여권·비급여권·개원컨설팅 전문가들의 예측을 모아봤다.■인식 변한 젊은 의사들…필수·지역의료 유입 미미의대 증원의 정책 목적이 필수·지역의료로의 의사 인력 유입인 만큼, 실현 가능성에 각계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는 정원이 정해져 있는 전문의제도 특성상 인기과에 가지 못하는 의사들이 필수의료로 몰리는 소위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다.하지만 이에 대한 의사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무엇보다 시대가 변하면서 젊은 의사들의 인식이 변화했는데, 이들은 높은 수입보단 삶과 일의 균형을 지향하고 대도시 근무를 선호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시간이 흐를수록 이 같은 기조가 더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의료분쟁 등 리스크가 높은 필수의료나 근무환경이 열악한 지역의료로 유입되는 의사들은 적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유입은 있겠지만, 의대 증원으로 인한 부작용을 고려하면 배보다 배꼽이 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이와 관련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박종훈 교수는 "그 비율을 정확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더 많은 의사가 비급여로 유입될 것은 확실하다. 필수·지역의료로의 쏠림은 굉장히 미미할 것"이라며 "지금도 전국 전공의 정원과 지원자 수가 거의 비슷하다. 이론적으로 보면 필수의료 분야에 지원자가 적은 것은 의사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이어 "결국 전공의들이 선택을 안 한다는 것이 문제인데 의사가 모자란 것이 필수·지역의료 문제의 원인이라는 전제는 잘못됐다. 의사 수가 늘어난다고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라며 "물론 전체 의사가 늘어나면은 지원자가 몇 명 정도는 늘어날 수 있지만 고작 이 정도 수를 얻기 위해 감수해야 할 부작용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메디칼타임즈는 의대 정원이 증가했을 때의 여파를 주제로 대학병원·급여권·비급여권·개원컨설팅 전문가들의 예측을 모아봤다.■산업에서도 의사 수요 증가…정부 패키지 정책 중요다만 의대 증원이 제대로 된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과 함께 추진된다면 어느 정도의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현재 정부는 재정 순증을 통한 보상체계 구축 및 의료전달체계 재정립,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만약 이를 통해 필수·지역의료에 종사하며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늘어난다면 의사들이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또 임상의사 외에도 ▲제약사 ▲의공학 계열 ▲의료 전문 변호사 ▲의료 전문 기자 ▲의료·보건직 공무원 ▲기초 연구 등 여러 방면에서 의사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관련 논의에서 모든 의대생이 임상의가 될 것이라는 전제에서 다소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관점이다.이와 관련 경영 컨설턴트사인 엘리오앤컴퍼니 성만석 대표는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이 유효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필수의료에 대한 메리트를 강화하는 것도 동시에 추진돼야 할 것"이라며 "다만 그동안 우리나라가 너무 전통적인 방식으로만 의사를 육성하고 이들의 진로를 제한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이어 "이제 의료와 산업이 접목되는 영역이 많아지면서 산업적인 영역에서도 의사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장기적으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좀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전했다.■진짜 문제는 인건비…조만간 개원가 위기 시작진짜 위기를 인건비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최근 몇 년간 병·의원 수가 인상률이 1~2%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최저임금은 최근 10년간 5~10%대 인상률을 유지했으며 2018년엔 16.4%로 큰 폭으로 올랐다.수익이 인건비 상승을 따라잡을 수 없는 구조인 데다가, 대부분 의료기관이 경력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인상되는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어 경영난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현직 의사들은 의사 수 확대 이전에 필수지역의료 제도 보완을 주장한 반면 성만석 대표는 의사 인건비가 위기라고 짚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의료계에 대한 대대적인 정부 지원이 이뤄지면서 아직까진 개원가 경영난이 부각되진 않았지만, 향후 2~3년 안에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다. 이를 막기 위해선 대대적인 수가 인상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요원하다는 것.엘리오앤컴퍼니 성만석 대표는 "당장 내년이 걱정이다. 코로나19 지원금을 걷어내고 보면 대학병원조차 상황이 어려워졌고 개원가는 말할 것도 없다. 잘되던 병원들도 어려워진 상황인데 수익이 인건비 격차가 점점 크게 벌어지고 있다"며 "최근엔 의사 임금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데 이제 병원 경영이 이를 받쳐줄 수 있을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이어 "연공서열적 구조로 보상하는 호봉제도 문제다 연배가 올라가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생산성은 떨어지는데 보상은 오히려 올라가는 역구조"라며 "호봉제 급여 체계를 유지하거나 호봉제의 성격이 강한 급여 제도를 가진 병원일수록 인건비 상승이 수익을 역전해 잠식하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의대 증원 시 의사 임금 낮아지나 "20~30% 감소"의대 증원이 의사 임금을 낮추기 위한 방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의사들이 대학병원에서 이탈하는 이유로 높은 개원의 수입이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만약 비급여 영역이나 개원의가 늘어나 수익성이 떨어진다면, 상대적으로 수입 하락이 적은 필수의료·대학병원으로 다시 의사들이 몰릴 것이라는 시각이다.더욱이 인구 고령화로 의료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의대 증원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의사 임금을 낮추기 위한 속내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의대 증원이 추진되면서 정부 주도로 우리나라 의사 임금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는 식의 자료가 쏟아지는 것 역시 그 반증이라는 시각도 있다.박종훈 교수는 의대 증원시 의사 수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 반면 오재국 원장은 일정부분 감소할 것이라고 봤다.의대 증원으로 인한 의사 임금 하락과 관련해선 의료계 내부에서도 입장이 갈리는 상황이다. 비급여는 자체적으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이어서 실질적인 수입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와 관련 고려대학교 박종훈 교수는 "정부가 의사의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의대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만약 그런 속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기대만큼 낮아지진 않을 것"이라며 "의료에도 자유시장 경제가 적용되고 있고 얼마든지 수요 창출이 가능해 의도적으로 임금을 하락 시킬 수는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반면 저출산으로 우리나라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의사가 늘어난다면 필연적으로 수입이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료계 내부 경쟁이 심화하고, 전체적인 의료의 외형 성장이 동반되면서 의료비 상승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다.이와 관련 보아스이비인후과 네트워크 오재국 대표원장은 "비급여 영역은 20~30% 정도 수입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환자가 줄어들고 진료 시간이 늘어나면서 급여권에서도 전에 없던 진료 형태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중 하나가 검사라고 본다"고 말했다.이어 "환자가 많다면 꼭 필요한 검사만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환자가 적어 진료 시간이 늘어나면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려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한 검사와 더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방법이 사용되기 마련이다. 이런 경향이 최선의 치료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과잉진료로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2024-01-01 13:26:01개원가
특집 신년기획

디테일 부족한 필수의료 인력정책…"현장과 동떨어져"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의료계에서 필수의료 인력 확충, 수도권·지방 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필수의료 지원책을 내놨지만 인력 관련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메디칼타임즈가 개최한 '필수의료와 건강보험 건전화 대책 긴급 진단'을 주제로 마련한 2023년도 특집 좌담회에 참석한 의사들은 ▲수련교육 질 담보를 통한 전공의 정원 조정 ▲확실한 보상과 유인책 ▲학회를 통한 권역별 전문의 관리·배치 등 방안을 제시했다.메디칼타임즈 신년 특집 좌담회 패널들 모습. 왼쪽부터 김문철 병원장, 강민구 회장. 민호균 보험이사, 김지홍 이사장.신년 좌담회에는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와 대한외과의사회 민호균 보험이사. 에스포항병원 김문철 병원장,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전공의 재분배는 안일한 대책…소청과엔 '무용지물'이들은 필수의료과 전공의 정원을 지역에 따라 재분배하는 대책과 관련해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우려했다.대전협 강민구 회장은 수련의 질 보장과 이를 위한 교수진 고용안정성 확보를 강조했다. 또 권역별 전공의 TO를 통폐합해 한 병원에 모으는 방안을 제안했다. 중앙 역할을 하는 수련병원이 전공의를 관리하면서 다른 수련병원과 연계해 교육을 진행하는 방식이다.강 회장은 "공공임상교수제는 고용안정성 문제로 유인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담의가 있어야 교육 받을 때 도움이 된다"며 "수련 교육의 질만 생각하면 권역별로 전공의 TO를 통폐합해 큰 병원에 보내고 다른 병원과 연계하는 식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은 전공의 재분배에 앞서 수련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전공의 정원 재분배는 수련의 질이 보장된 상태에서 조정해야 한다. 전공의 입장에선 오히려 수련병원이 너무 많다는 인상을 받는다"며 "기본적으로 규모가 있어야 수련이 가능한 만큼, 정원 재분배와 수련병원 통폐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대한외과의사회 민호균 보험이사는 전공의 정원 재분배가 오히려 필수의료 문제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빅5병원 정도만 겨우 필수의료과 정원을 채우는 실정인데, 이마저도 강제로 재분배하면 그나마 버티는 곳도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다.민 보험이사는 "전공의 재분배가 누구를 위한 조치인지 의문이다. 결국 인력이 없어 전공의를 노동력으로 쓰겠다는 뜻인데 전공의가 가겠느냐"며 "인기과는 지역과 상관없이 정원이 찬다. 이런 방식은 그나마 버티는 빅5병원으로 버티는 필수의료 전공의들을 포기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어 "일례로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소아청소과 전공의 10명이 합심해서 지원했다"며 "이는 전공의 10명은 있어야 당직이나 업무가 수월해지기 때문인데 이들을 강제로 찢어 각지로 보내면 버티기 어렵다"고 우려했다.대한외과의사회 민호균 보험이사는 진료과가 아닌 질환별 필수의료 대책을 촉구했다.에스포항병원 김문철 병원장 역시 전공의 정원 재분배가 현장 상황과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비판했다.김 병원장은 "현장 몰라도 너무 모른다. 이런 발상 자체가 안일하다고 본다"며 "같은 전공이어도 상급종합병원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게 맞는 의사가 있고 일차의료를 담당해야 하는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이어 "같은 수련병원이라도 종별에 따라 배우는 내용이 달라야 한다고 본다. 수련 자체가 달라져야 하는데 이런 역할을 자율적으로 가져가도록 유인해야 한다"며 "또 지역에 따라 인력을 구하는데 필요한 비용에 차이가 있어 대학병원 분원도 지역별 차등수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 이 같은 논의는 소아청소년과와 하등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소청과는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지원율이 16.6%에 그쳐 이미 붕괴상태라는 이유에서다.김 이사장은 "인력 재분배는 유입이 있는 상황에서나 유의미한 논의다. 이미 수련병원들은 소청과 전공의 지원을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라며 "의료인력을 분배하려면 적어도 지원자가 정원을 넘어서야 한다. 경쟁률이 높은 진료과는 지방으로 보낼 수 있겠지만 그 지역에 남아있을지는 미지수여서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꼬집었다.이어 "지방이라고 무조건 수련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며 어떻게 수련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인위적으로 할당해 되는 문제가 아니고 지방이 먼저 전공의 불러 모으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메리트가 없는 상황에서 억지로 재분배해봐야 아무 의미 없다. 차라리 일본처럼 수도권과 지방 수련병원이 전공의를 교환해가며 수련시키는 방식이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메디칼타임즈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년 특집 좌담회 패널 토의 모습.■기피과 문제 해법은…"필수질환별 유인책 마련해야"기피과 전공의 미달 사태를 개선하기 위한 제언도 있었다. 고된 수련과정을 버텨야 할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김 이사장은 "힘들어도 목표와 전망이 있으면 버틸 수 있다. 적어도 평균을 유지하면서 정년까지 버틸 수 있어야 하는데 소청과는 전망이 없으니 무너진 것"이라며 "지금처럼 시장논리로 인건비를 지불해선 안 된다. 특히 소청과는 수가 너무 낮은데 이 때문에 지방에서 노력해도 더더욱 열악해진다"고 설명했다.이어 "수련의 질 개선은 지방과 병원이 노력해야 할 문제지만 이런 노력을 위해선 지원이 있어야 한다. 병원에서 소청과가 천덕꾸러기가 아니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일례로 신생아과 수가가 100% 오른 뒤 병원이 수익이 되니 병상을 늘리고 교수를 뽑았다. 적어도 업계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일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은 인위적인 정원 할당 대신 자구책 마련을 위한 지원을 촉구했다.민 보험이사는 정원이 채워져도 세부전공에서 수익을 따라가 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필수의료를 진료과가 아닌 질환별로 보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그는 "그동안의 유인책으로 흉부외과 지원율 자체는 늘었다. 하지만 개심술 등 심장·폐를 수술할 의사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외과 지원율도 60~70%가 채워졌는데 전공의들이 필수의료가 아니라 돈 되는 쪽으로 빠져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이어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모든 의료 수요를 감당한다는 것은 허구다. 하지만 정부는 보장성을 강화한다면서 비급여는 규제하고 있는데 이는 이뤄질 수 없는 목표"라며 "이를 인정하고 필수의료에 대한 의지가 있는 의사부터 지원해야 하며 관련 구분이 진료과가 아닌 질환별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입원전담전문의 미비점은…"재정 재분배 말고 지원하라"입원전담전문의 제도와 관련해 패널들은 그 방향성엔 동의하면서도, 효과를 보기 위해선 관련 비용을 정부가 직접 지원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현재 입원전담전문의는 고용이 불안정해 지원율이 저조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이들을 무턱대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이후 업무 변동 시 병원에 잉여인력이 발생할 수 있어 세부적인 조율이 필요하다고 봤다.질환별 전문의의 병원 간 순환교대 당직체계와 관련해선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학회 차원에서 전문의 인력을 관리해 권역별로 배치하는 방안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에스포항병원 김문철 병원장은 필수의료 대책을 각 진료과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와 관련 김 병원장은 "신경외과·뇌혈관 등 두 개의 분과 학회에서 TFT 팀을 만들어 중증응급뇌혈관질환 치료 조직화를 구상하고 있다"며 "개별 치료가 아닌 전국적인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이어 "전국을 20개 권역으로 나눠 각 지역의 병원을 두 학회가 인증해주는 식인데, 인증병원은 소속 전문의에 대한 평가를 진행해 보고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권역별로 어느 병원이 어떤 수술·시술 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실효성이 있는 것은 이 같은 방안으로 각 진료과 자율에 맡겨야 제대로 된 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마지막으로 정부에 바라는 대책과 관련해 강 회장은 국민건강보험 수익구조 개편과 조세기반 보조금을 촉구했다. 또 상급종합병원 필수의료과 전문의 채용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민 보험이사는 수가를 기존 파이에서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관련 논의에서 현장 목소리를 경청해 달라고 촉구했다.김 이사장은 의료구조는 불평등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며 사활을 걸고 소청과가 붕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전했다.김 병원장은 지금 상황을 '사시관종'이란 사자성어에 빗대며 중증응급필수의료 논의를 시작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했다. 또 이를 위해 재분배가 아닌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01-04 05:30:00개원가
특집

의료계와 접점 찾는 메타버스...의료산업도 잰걸음

[메디칼타임즈=의약학술팀]|메디칼타임즈=의약학술팀| 3D 비전, 가상현실(VR), AR(증강현실),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블록체인, 5G, NFT 그리고 메타버스까지.이번엔 다를까? 확장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Metaverse)를 바라보는 시각은 양극단을 달린다. IT 기업은 물론 현대자동차, 나이키, 구찌와 같은 제조업, 패션업체 역시 메타버스에 뛰어들면서 메타버스는 더 이상 취사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닌, 시대의 흐름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SNS의 대장격인 페이스북마저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꾸는 모험을 감행한 것도 곁으로 다가온 메타버스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제약을 포함한 산업계는 물론 의학계도 메타버스와의 접점을 찾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마당에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긍정론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무엇보다 시간, 공간이라는 제약을 뛰어넘어 현실 이상으로 경험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은 메타버스만의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매번 등장한 신기술들이 "이번엔 다르다"는 구호를 내걸었다는 점에서 이번 역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회의론도 나온다. 메타버스라는 개념 자체가 추상적인 구호에 그칠 뿐더러 생산자 위주의 수요 창출 노력이 실제 소비자의 필요 수요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라는 것이다.과연 어떤 전망이 더 설득력이 있을까. 메타버스 상용화를 시도하고 있는 제약업계/의료기기 업계, 학술단체 사례를 통해 활용성과 한계에 대해 점검했다.▲메타버스와의 접점 찾기, 제약업계 선두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 세계 모든 산업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보수적인 국내 보건‧의료 및 제약업계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다른 산업계와 마찬가지로 제약업계에도 메타버스 도입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코로나 대유행 장기화에 따른 여파로 과거 오프라인을 통해 진행했던 활동들을 메타버스를 활용,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대표적인 사례를 꼽자면 제약사의 주 공략 대상인 의사를 상대로 메타버스를 도입한 비대면 영업‧마케팅 모델이다.코로나 대유행 장기화 상황에서 온라인을 통한 영업·마케팅 외에는 대안이 없어지자 최근 들어 제약사들은 비대면 영업‧마케팅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한편, 그 방법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보령제약은 온라인 플랫폼인 브릿지에 다양한 콘텐츠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된 3D 가상공간 '비알 타운'을 만들고 메타버스로 다양한 가상 체험할 수 있도록 구현하겠다는 방침이다.보령제약 관계자는 "의사 대상 온라인 플랫폼 브릿지 내 가상공간 비알타운에서 '건물이나 지나다니는 차를 클릭'하는 방식으로 제품 정보를 볼 수 있고, 웨비나 및 웹심포지움 참석을 신청할 수 있는 등 게임적인 재미도 추가했다"며 "향후 다양한 가상체험이 가능한 메타버스 방식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또한 오프라인 형태 학술대회가 한계에 봉착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학술대회 개최가 대세가 되는 상황에서도 메타버스를 접목한 모델이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디지털을 활용한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제약사 '부스'와 '세미나' 형태가 최근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업체들도 때 아닌 호황을 기대하고 있다.관련 시스템을 선보인 아이큐비아 측은 "최근 제약사들은 효과적으로 의사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을 탐색하고 있다"며 "메타버스의 경우 작은 미팅에서부터 학술대회 등 대규모 행사까지 손쉽게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이 밖에 GC녹십자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직원 대상 비대면 사내 교육을 진행하는 한편, 동아쏘시오홀딩스의 경우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메타버스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디지털을 활용한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제약사 '부스'와 '세미나' 형태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은 MMK 커뮤니케이션스가 운영하는 '버츄얼 부스' 모습이다.지난해 서울대병원 원내 스타트업 1호로 알려진 메디컬아이피에 60억원의 지분을 투자했는데, 해당 기업은 디지털치료제를 포함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메타버스 등 인공지능 플랫폼 등을 개발하고 있다.다만, 제약업계에서의 메타버스 활용은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로 이를 도입해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를 내리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제약사 임원은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 을 의료지식과 접목해 약물치료가 쉽지 않은 우울증, 파킨슨 등의 중추신경계질환의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쓰이는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진 개발단계로 상용화가 이뤄질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이어 "결국 코로나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모델의 하나로 메타버스가 주목받는 것"이라며 "감염병의 긴 터널을 지나 대면일상을 회복할 때에도 이 같은 활용이 유효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의료기기 업체들의 '핫 키워드' 등극의료산업 분야에서도 메타버스는 핫 키워드 중의 하나다. 의료계와 의학계가 메타버스와의 접목에 나서면서 산업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기 때문이다.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기업은 역시 메디컬아이피다. 메디컬아이피는 의료 인공지능(AI) 기업으로 CT와 MRI 등 의료 영상 데이터에서 해부학 구조물을 분할(Segmentation)하는 원천 기술을 통해 실제 환자의 의료 영상 데이터에 담긴 인체 정보를 가상, 증강 현실로 보여주는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특히 이러한 기술을 통해 환자의 장기를 메타버스 상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상황. 인체의 모든 장기가 3차원 가상 세계로 구현되는 이유다.실제로 이를 통해 메디컬아이피는 이미 서울대 의과대학 커리큘럼에 메타버스를 구현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해당 강의는 선택 교과로 해부 신체 구조의 3D영상 소프트웨어·3D프린팅 기술 활용 연구 및 실습으로 구성되며 총 4주차 과정에 메타버스를 통해 진행된다.이를 통해 의대생들은 수술이 필요하거나 재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실제 데이터를 토대로 해부학 구조물을 직접 분할 및 추출하고 이를 가공해 웹 환경에 직접 업로드하는 과정을 진행한다.이후 업로드 데이터를 토대로 VR, AR, 3D프린팅 콘텐츠를 제작 및 체험하고 토론함으로써 환자의 3차원 콘텐츠가 메타버스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활용될 수 있는지 습득하게 된다.메디컬아이피 박상준 대표는 "현재 카데바(기증 시신)를 활용한 해부학 실습 교육은 경제적인 부분은 물론 윤리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며 "메디컬아이피의 메타버스 시스템을 활용한다면 진단과 모의 수술 경험을 3차원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대 교육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러한 실적을 기반으로 메디컬아이피는 세계 최대 영상의학회인 북미영상의학회(RSNA 2021)에서 글로벌 시장에 최초의 의료 메타버스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또한 이번 학회에서 메디컬아이피는 AI 영상 분할에 기반한 메타버스, 3D프린팅으로 실현하는 환자중심 영상의학으로의 발전(AI Image Segmentation-driven AI Innovations, the High-throughput Metaverse, and 3D Printing : Working toward the Goal of Patient-centered Radiology)에 대한 주제 발표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박상준 대표는 "메디컬아이피의 3D 모델링은 물론 가상 현실과 연계한 디지털 트윈 기술, 메타버스는 이미 의대생의 교육은 물론 의료진의 모의 수술과 수술 계획에 활용되고 있다"며 "모든 환자의 의료 데이터를 메타버스에서 구현해 개인 맞춤형 수술과 치료에 앞장설 것"이라고 전했다.이외에도 의료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메타버스를 표방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바야흐로 의료산업에서도 메타버스 열풍이 불고 있는 셈이다.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하는 의료 시뮬레이션 개발 기업 뉴베이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뉴베이스가 개발한 뷰라보는 응급 처치 훈련부터 개인보호구 착탈의, 신경계 사정, 재난 중증도분류, 투약 시뮬레이션 등 의료 현장에 필수적인 실습 훈련을 메타버스 안에서 체험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이다.가상 공간에서 직접 디지털 환자를 치료하면서 계속해서 반복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로 주목받고 있는 기술.뷰라보는 실제로 이미 전국 의료기관, 소방서, 대학교, 보건소 등에서 5000명 이상의 의료진 시뮬레이션 교육에 활용되고 있는 상태다.뉴베이스 박선영 대표는 "뷰라보를 활용한다면 실습 중 감염이나 의료 사고 등의 위험없이 충분한 반복 학습을 통해 중증 환자 처치에 대한 실습을 진행할 수 있다"며 "또한 일체의 의료 소모품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경제적인 부분에도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메디컬아이피와 서울대 의과대학은 의대 커리큘럼에 AI 의료영상 3차원 분석 기술과 해부학 VR·AR 기술을 접목해 메타버스를 구현, 이를 의대 수업에 활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룩시드랩스는 메타버스 내에서 인지 기능 개선 훈련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대학병원 등과 헙업하며 고도화를 진행중에 있다.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뇌파와 심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인지 능력에 대한 시험이 가능하며 여기서 위험군으로 판정될 경우 지역내 의료기관 등과 자동으로 연계돼 위험을 방지한다.이미 룩시드랩스는 부산대병원과 함께 부산시내 치매안심센터에서 노령 인구 100명을 대상으로 실증 작업을 끝낸 상태. 이를 기반으로 상용화 기반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이외에 서지컬마인드도 메타버스에 주력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서지컬마인드는 가상 현실을 통해 각종 수술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기기를 고도화하고 있는 상황.서지칼마인드 김일 대표는 "전통적인 술기 교육보다 시뮬레이터에 기반한 교육이 2.7배 이상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있을 만큼 집중력 향상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이어 그는 "메타버스와 같이 많은 인원이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기 위한 핵심 기술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기술들은 현재 교육 등에 활용되고 있지만 이제는 환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밝혔다.▲당뇨병학회 첫 이정표…메타버스 학술 강연 시대올까?산업계와 달리 아직 의학계에서의 메타버스 접목 시도는 그리 활발한 편은 아니지만 첫 접점은 대한당뇨병학회가 마련했다. 10월 온라인 방식으로 개최된 당뇨병학회 연례 국제학술대회(ICDM 2021)에서 메타버스 전시장을 개설한 것.메타버스 전시장은 온라인 방식 학술대회의 단점으로 꼽힌 제약사 전시장의 일방향적인 정보 전달 체계를 개선, 가상 캐릭터를 통해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각 부스 담당자와 실시간 대화 및 채팅이 가능하도록 꾸며 참여 및 호응을 유도했다.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학술대회 개최가 어려워지자 대다수 학회는 온라인 학술대회 개최로 활로를 개척했다. 문제는 온라인 방식이 실제 오프라인과 같은 효용을 제공하지는 못했다는 점.문준성 당뇨병학회 학술위원회 간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많은 학회들이 온라인 방식 학술대회를 처음 경험했다"며 "온라인 방식 학회도 제약사 부스를 만들어 제공했지만 각 업체 배너만 달아 텍스트 설명문을 제공하는 게 전부여서 당장 본인 조차 흥미를 가지고 살피게 되진 않았다"고 말했다.그는 "온라인 학술대회가 장기화되면서 후원 제약사와 참석 회원들 모두 쌍방향 소통에 대한 욕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에 서로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구조로 메타버스 전시장을 기획하게 됐다"고 덧붙였다.학회가 마련한 메타버스 전시장에는 대웅제약, 동아ST, 유한, LG화학, JW중외제약 등 국내 제약사뿐 아니라 MSD, 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국적제약사가 총 15개의 부스를 꾸렸다.전시장에 접속하면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가상의 캐릭터를 이동시켜 각 제약사 부스를 방문할 수 있고 업체 소속 캐릭터(직원)들과 음성 및 문자로 대화가 가능하게 꾸몄다. 캐릭터를 통해 맵을 탐색하는 RPG 게임을 연상하면 쉽다.문 간사는 "메타버스의 장점은 접속한 모든 캐릭터를 자신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게 해 일체감을 갖게 한다는 점"이라며 "이는 텍스트 위주의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아니기 때문에 참여자의 몰입감과 호응을 이끌어내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학회 임원들이 모여 메타버스 공간에서 회의도 하고 각 임원 캐릭터들이 나서 회원들 안내도 했다"며 "특히 30~40대의 조교수, 전임의, 전공의들에서 호응이 좋았는데 메타버스 접속 인증샷 이벤트에서도 주로 젊은층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밝혔다.당장은 메타버스 공간의 구현 및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이벤트에 그쳤지만 기술이 축적되면 학술대회 현장을 메타버스로 구현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온라인 학회의 단점으로 꼽히는 양방향 소통과 친목의 요소가 메타버스에선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문 간사는 "첫 접목 시도이기 때문에 가장 단순한 형태로 메타버스를 구현했지만 특별한 기술적 문제를 발견하진 못해 자신감을 얻었다"며 "향후 기술이 고도화되고 참여자들의 수요가 증가하면 학술대회 강연을 메타버스로 구현하는 일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그는 "다만 컨텐츠에 알맞는 메타버스 환경의 구현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사이월드의 단순화된 미니미같은 캐릭터는 메타버스 전시장에는 어울리지만 강연 공간에서는 산만해 보일 수 있어 최적의 접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제시했다.▲왜 메타버스인가? "존재 당위성 증명해야"장미빛 미래를 언급하는 것과 달리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과거 실생활을 바꿀 신기술로 꼽히던 주자들이 존재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거나 아직도 연구 단계에 머무는 등 실제적인 수요 및 효용 증명에는 실패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 당장 가상화폐 중심의 블록체인만 해도 결제 시스템을 대체할 파급력을 선보이지 못한 채 수 년째 잠재력만 확인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 당뇨병학회가 마련한 메타버스 전시장 모습. 가상 캐릭터를 통해 원하는 부스로 이동 및 소통을 할 수 있다.축적되는 디지털 치료제 및 원격의료의 효용성 관련 연구와 달리 학술적인 영역에서 메타버스의 활용성을 고찰한 연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의학계 논문 검색 사이트 펍메드(Pubmed)에 등록된 메타버스 관련 연구는 지난달 13일 등록된 '메타버스의 교육적 응용, 가능성과 한계' 한편에 그치고 있다.연구진은 4가지 메타버스 유형의 특징, 교육적 응용 가능성, 유형에 따른 복합적 특성, 교육적 적용을 위한 잠재력과 한계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앞서 메타버스를 경험한 다양한 의료진들이 언급하듯 창작과 공유를 위한 높은 자유도, 몰입감 있는 경험 부분에선 높은 점수를 줬지만, 대면 진료 대 비대면 진료와 같이 과연 메타버스를 활용했을 때의 더 나은 효용 측면에서의 비교 탐색은 부족한 실정이다.실제로 3D 글래스를 활용한 영화 아바타의 전세계적인 흥행 이후 3D 비전이나 VR 시스템이 곧 임상 교육 현장을 바꿀 것으로 예견됐지만 여전히 수련 시스템은 수술방 참관과 같은 현실 기반 시스템으로 운용되고 있다.내분비학회 A 교수는 "늘 신기술은 '이번엔 다르다', '현실을 바꿀 기술'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타나지만 실제 생활을 바꿀 정도의 파급력은 없었다"며 "과거에도 VR을 통한 수술방 체험과 같은 1회성 이벤트는 계속 있어 왔다"고 말했다.그는 "따라서 메타버스가 인터넷 포털처럼 플랫폼이 되기 위해선 임상 실습이나 교육 현장에서 왜, 어떻게 메타버스가 더 효용이 있는지 증명해야 한다"며 "메타버스가 의료계에 뿌리를 내리려면 메타버스가 아니면 안 된다는 그런 수요가 의료진, 의대생, 교수들로부터 나와야 하는데 아직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개념도 정립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인간의 손으로는 하기 힘든 미세 술기에 대한 수요가 로봇수술이라는 기술로 발현된 것처럼 메타버스가 아니면 안 되는 그런 수요가 있어야만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 이런 기반이 없이는 그간 소리없이 사라진 다양한 신기술처럼 메타버스도 1회성 이벤트로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그는 "각 상급종합병원에서 메타버스 병원을 구축하고는 있지만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단순한 홍보 용도로 시도해보는 것으로 보인다"며 "메타버스가 임상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다고는 하지만 수술방에서 직접 체험하는 참관 대비 메타버스가 더 나은 가치와 효용이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규제과학의 측면에서도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의료진-환자와의 소통 측면이 원격의료의 한 방안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이는 의료계의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손여원 FDC규제과학회 회장은 "산업계에서 메타버스 접목 시도를 하고 있지만 성공적인 상용 사례들이 더 축적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기반 위에서 의료계나 의학계에서 어디까지 메타버스를 활용할 수 있고 법적 테두리는 어디까지 설정해야 하는지와 같은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사실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것이 메타버스라고 설명할 정도로 개념이 정립된 것도 아니"라며 "지금은 메타버스가 태동하는 단계로 벌써부터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을 위한 규제적 측면에서의 지원을 논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디지털 치료제를 위한 규제 방안을 최근 학술대회 주제로 올려 논의한 바 있다"며 "디지털 치료제는 이미 임상단계 및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실체이지만 메타버스는 개념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학회에서 중심 주제로 논의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2022-01-05 05:45:59국내사
특집

현실구현된 의료 메타버스...과연 어디까지왔나

[메디칼타임즈=황병우 기자]과거에 많은 신기술이 그랬듯 '메타버스(metaverse)'의 활용에 대한 의료계의 시각도 다양하다.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더는 도입을 늦춰선 안 되는 새로운 흐름으로 바라보는 한편, 의료라는 특성이 가진 보수적 접근과 정책 및 제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한계점을 들며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종합병원부터 개원가까지 메타버스 방식을 조금씩 활용해보며 실제 적용 가능한 영역을 가늠해보고 있는 상황.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가상종합병원까진 아니더라도 블루오션으로 불리는 메타버스 영역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 닥터 얼라이언스'(이하 MDA)라는 단체가 의대교육은 물론 환자상담까지 메타버스를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는 모습. 메디칼타임즈는 행사에 직접 참여해 의료분야에 메타버스 기술활용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 간접적으로 체험해봤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메타버스 구현 기술 중 하나인 홀로렌즈를 체험하는 모습.메타버스 진료 간접체험 환자편의는↑…의료진 편의는 물음표이날 열린 MDA 행사는 의대 CPX 교육에 대한 소개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강연 그리고 여러 진료과목의 전문의들과 상담이 가능한 공간을 메타버스 플랫폼중 하나인 게더타운에 구현시켜 진행시켰다. 메타버스의 활용한 미래진료의 체험이 목적인만큼 상담이 가능한 공간을 우선적으로 방문해 직접 체험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해당 공간을 게더타운 내 개인 아바타를 통해 방문해보니 가정의학과,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등 개원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전문과목부터 응급의학과, 소화기내과, 신장내과 등 종합병원에서 방문하는 빈도가 높은 전문과목까지 다양한 상담이 가능했다. MDA가 '행사에서의 상담은 진료가 아니다'고 명시하긴 했지만 진료과목만 봤을 땐 작은 가상공간 안에서 종합병원이 펼쳐진 셈이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고대구로병원 신장내과 고강지 교수가 상담을 실시하고 있는 공간. 과 특성상 일반적인 상담이 많지 않다보니 기자가 방문하기 전까지 1명의 환자가 거쳐 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MDA 행사내 전문과목 별로 상담이 가능한 공간이 마련됐다.고 교수의 경우 환자의 접근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의료진의 효율측면에서는 대면진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언급했다. 고 교수는 "원격진료 부분이 해결된다는 전제하에 환자의 약제조절 등 편리한 부분이 있겠지만 꼭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는 애매한 부분도 있다"며 "메타버스가 좋은 개념이지만 의료진 입장에서는 환자가 올 때까지 대면 진료하듯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의료진에게 메리트가 있는 플랫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첫 시도인 만큼 아쉬운 부분이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궁극적으로 메타버스가 의료에 접목되려면 쌍방향에서 편의가 제공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이와 함께 여전히 큰 화두 중 하나인 원격진료 등 법과 제도적인 해결이 동반돼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시각을 전하기도 했다. 이런 관점에서 메타버스의 의료분야 접목은 진료가 아닌 환자가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날 상담에 참여한 신경과 A전문의는 "1차 의료에서 진행되는 통상적인 질환의 경우 문진 후 일반적인 처방은 가능하겠지만 가상문진만으로 결론을 내긴 쉽진 않다"며 "검사들이 필요한 경우는 난관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실제 기자 역시 크게 아픈 곳은 없었지만 평소 불편감을 느꼈던 목에 대한 통증을 상담 받았지만 X-ray 검사 등 의료진이 판단할 수 있는 기반이 전제되지 않다보니 현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조언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행사에서 상담을 진행하면서 느낀 단기적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할 가능성은 가장 높은 전문과목은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통칭하는 미용성형가 될 것으로 보였다. 이미 피부과나 성형외과의 경우 의료진의 진료를 받기 전 상담이라는 시스템이 자리 잡았고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에 선제적인 적용도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기자가 직접 상담을 진행한 모습. 이날 의료진은 플랫폼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대면진료 대체는 어렵다고 밝혔다.상담을 진행한 렛츠성형외과 최동헌 원장은 "기존의 화상회의 플랫폼과 같이 딱딱한 회의가 아니라 재밌는 요소가 있어 재밌는 경험을 했다"며 "영상이기 때문에 얼굴을 만지지 못하는 등의 진료의 한계는 존재하지만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는 영역도 존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미용성형가를 출입하면서 영상통화 방식은 물론 대면까지 여러 차례의 성형상담을 받아본 기자 입장에서도 메타버스가 기존의 상담영역을 대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어보였다. 앞서 언급한 환자와 의료기관의 가교역할을 수행하는데 최적화 됐다는 의미. 현재도 선 상담 후 진료가 이어지는 패턴인 상황에서 오히려 의료진과 먼저 상담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환자에게는 큰 이점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였다. 마취통증학과 B원장은 "메타버스에서는 공간적인 거리가 훨씬 가까워지기 때문에 닥터쇼핑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환자는 단기간에 많은 데이터를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1차 의료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새로운 시장으로 작동하고 적응하는 경우 환자 백그라운드를 확보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의 큰 장점은 언제 어디서든 접속해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가천대 길병원 이언 교수의 참여 모습)의료진 지적 메타버스 플랫폼 한계…혼합현실 개념 실마리 될까? 행사에서 상담을 진행하면서 여러 의료진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부분은 결국 영상이라는 3차원이지만 사실상 2차원적인 공간이 주는 물리적인 한계.향후 환자의 몸을 3D로 직접 본다면 몰입감이나 진료 측면에서 활용가치가 올라갈 수 있지만 현 단계에서는 결국 환자가 의료기관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이 때문에 가상공간과 현실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마이크로소프트가 강조하는 것은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MR)의 중간점을 지칭하는 혼합현실이라는 용어.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것처럼 특정 기기를 쓰면 내가 일상생활에서 보는 장면위에 가상의 데이터나 자료를 띄우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를 의료에 적용하면 한 환자의 장기나 뼈 그리고 영상자료 등을 수술방에서 띄운 채 여러 의료진이 동시에 논의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혼합현실은 현실세계 속에서 가상콘텐츠인지 진짜로 있는 콘텐츠와 구분이 어려워지는 개념이다"며 "앞으로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진짜 시작점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를 착용해 확인 할 수 있었던 콘텐츠는 사람의 뼈와 핏줄 등을 구현한 자료. 이를 확대하고 줄이는 것은 물론 위치를 옮기는 것 까지 가능해 활용가치는 높아보였다.  한 의료진이 마이크로소프트 홀로그램을 경험하고있다.다만, 현실적으로 접목하기에는 아직까지 대중적인 상용화나 비용적인 문제도 남아있는 게 현실. 이날 착용했던 홀로렌즈의 가격은 몇 백만 원대로 의료기관에서 도입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이렇다보니 홀로렌즈의 기술은 완성됐지만 이를 채우기 위한 의료영역의 소프트웨어 분야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의 설명이다.그는 "현재 단계에서도 차트나 영상정보 등 의료부분에서 홀로렌즈로 웬만한 것들은 다 가능하다고 실제 관련 기술 런칭도 앞두고 있다"며 "비용적인 문제와 함께 의료분야에서 얼마나 수요가 있을지가 도입의 속도를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결국 메타버스는 하나의 플랫폼을 넘어 AI, NFT, 5G, AR, VR 기술 등의 융복합 발전이 더해진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Metaverse Transformation)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 보수적인 의료분야이지만 다른 분야가 발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현재 자리에서 안주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MDA 행사를 총괄한 델토이드 김요섭 대표는 "아직까지는 통합적인 메타버스를 구현하기는 어렵지만 가상현실을 구현할 개별적인 기술은 상당 수준 진행이 된 상태"라며 "이번 행사도 아직 의사들이 미래 기술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다보니 체험하고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는 측면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경험이 누적돼 메타버스의 한계점과 실제 활용 단계에서 여러 상상력을 더해 줄 수 있는 만큼 여러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2022-01-05 05:30:00대학병원
특집

의대 교육까지 파고든 메타버스...현실로 구현될까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Metaverse)가 의료계에서도 단연 화두다. '의료'에 접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 분야에서도 메타버스 활용 계획이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이미 의대 교육이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는 터라 메타버스 활용도는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는 것. 다만 아직까지는 메타버스를 교육에 활용하는 의대가 단 한 곳도 없는 상황.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델토이드는 최근 연세의대에 메타버스를 활용한 실습교육 방안을 제안했다. 화상회의 플랫폼 게더타운(gather town) 안에서 실습과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게더타운은 메타버스 화상회의라고 볼 수 있다. 단순 '비대면'에서 나아가 강의실, 실습 공간을 온라인에서 가상으로 구현하고 자신의 아바타로 가상 공간을 종횡무진하며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 델토이드 김요섭 대표는 "연세의대의 경우 개원가 실습교육으로 한 곳의 기관을 한학기 내내 가야 한다"라며 "실습 기관 자체를 의대생들이 원하는 곳으로 모두 갈 수 없기 때문에 교육 효과와 만족도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메타버스 공간에 만들어진 의료기관을 다니면서 의료기관의 환경을 영상으로 시청하거나 개원의와 직접 대화를 나누는 등의 활동으로 경험을 다양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타버스와 의료의 접목을 고민하는 조직인 '메타버스 닥터 얼라이언스'도 최근 만들어졌다. 메타버스 기술 활용을 도모하는 단체인 '메타버스 닥터 얼라이언스(이하 MDA)'는 의사국시 실기시험인 임상수행능력평가(CPX) 연습을 메타버스 공간에서 체험해 보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의대생들은 CPX 준비를 위해 환자 역할을 하는 배우를 섭외해 연습한다. 환자 역할의 배우에게 문진을 통해 질환을 감별하고 신체진찰, 술기 등을 연습한다.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문진을 통한 질환 감별을 주로 할 수 있다. 메타버스에서 CPX를 체험해본 고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진화 교수는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일상화됐지만 다소 일방적인 면이 있었다. 메타버스는 확실히 상호작용(interactive)이 원활하다는 느낌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온라인이지만 보다 인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라며 "신체진찰은 할 수 없지만 문진을 통해서 확실한 답을 얻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교육이 가능하고 의대생 교육뿐만 아니라 병원 내에서 이뤄지는 각종 교육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김요섭 대표는 메타버스 안에서 기술 발전 가능성에 무한 신뢰를 보이고 있었다. 그는 "기술이 빠르게 진보하고 있다"라며 "사명까지 바꾼 페이스북은 3D로 사람을 볼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고 360도 카메라를 통해 홀로그램으로 이미지를 구현하는 기술도 이미 나와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촉감 실현 기술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라며 "특수 장갑을 끼고 화면에서 눈 덩어리를 만지면 차가움을 느낄 수 있고, 불에 가까이 가면 뜨거움을 느낄 수 있다. 무게도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메타버스 닥터 얼라이언스는 최근 CPX를 가상 공간에서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 기술이 진화하면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도 단순 대화뿐만 아니라 의료의 다양한 영역에서도 활용이 가능해지게 된다는 것. 이미 미국 일부 의대에서는 의학과 공학을 접목한 '피지션 엔지니어(physician engineer)'라는 과정을 운영하며 관련 분야 발전에 앞서가고 있다. 김 대표는 "메타버스가 현실에 있는 것을 디지털화 시키는 작업이라면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뿐만 아닌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것까지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이라고 이름을 붙였다"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중환자실 등 보호자 출입이 제한되는 공간에 360도 카메라를 설치하고 홀로렌즈를 임대해 설치하면 의사뿐만 아니라 보호자까지 환자 옆에 24시간 존재할 수 있게 된다"라며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 개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 "VRAR에서 진일보한 기술 구현 필요" 걸림돌은 아직까지 메타버스 공간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현재 수준에서는 코로나19로 의대 수업 자체가 이미 비대면으로 전환됐기 때문에 강의를 메타버스에서 하면 오히려 더 효율적이라는 부분에서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경기도 한 의대 예과생은 "의대 교육에서 실습을 제외하고 이론 수업만 놓고 보면 굳이 대면수업이 필요하지 않다"라며 "코로나로 비대면 수업이 활성화됐으니 메타버스 안에서 보다 효율적인 학습이 가능할 것 같다"라고 긍정 평가했다. 그는 "사실 줌 같은 비대면 대화 플랫폼은 일방적인 소통이다. 접속만 하고 교수님 강의만 들을 수 끝나면 학생들도 함께 그 방에서 나가버린다"라며 "메타버스에서 수업이 이뤄진다면 일방적 강의를 듣는 것에서 나아가 소통이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밝혔다. 의사국시 실기시험을 메타버스에서 연습할 수 있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 국시원 유튜브 캡쳐) 서울의 한 의대 본과생도 "현재 게더타운, 제페토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은 줌(zoom)의 상위호환버전 수준이다. 다수가 모여서 회의를 할 때는 충분히 활용도가 높을 것 같다"라면서도 "CPX에서 신체진찰은 채점에서 중요한 부분인데 현재 메타버스에는 체험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가상 세계에서 '오감'을 만족시킬 수 없다면 제대로 된 메타버스가 아니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대한의료정보학회 한 임원은 "현재 의대 교육에서 AR과 VR 기능을 활용해 해부학 실습도 할 수 있다"라며 "메타버스라고 하면 AR와 VR 기능에다 디지털 트윈(현실세계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한 것)에 대한 개념까지 들어가야 하는데 기술의 진보가 아직 무르익지 못했다"라고 진단했다. 또 "메타버스에서 구현할 수 있는 교육으로 CPX가 그나마 현실적인데 가상 공간 안에서 가상 환자를 만나 진찰을 하려면 오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청각과 시각만 모사가 가능하다"라며 "메타버스와 VR, AR 기술에 차이가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각과 청각 기술에서 더 나아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른 주요 감각도 메타버스 안에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이 임원은 "진단에서 후각 정보가 영향을 많이 미친다"라며 "봉와직염, 욕창, 두경부암 등은 냄새만 맡아도 알 수 있다. CPX에 이런 촉각과 후각을 모사할 수 있다면 의대생 교육에도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2-01-04 05:45:59대학병원
특집

허물어진 물리적 장벽...메타버스 병원 시대 열리나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 전문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현실 병원 설립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웹상에서 아바타를 이용해 사회, 경제, 문화적 활동을 하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인터넷 플랫폼 강자인 구글과 페이스 북(메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외 기업들이 메타버스 구현을 차세대 사업으로 설정하고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 핵심인 의료기관에서 메타버스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추진 중인 메타버스 글로벌 병원 모습. 하지만 일부 대학병원은 메타버스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며 현실화 작업을 위한 질주를 시작했다. 선두 주자인 분당서울대병원은 메타버스 글로벌 종합병원 설립을 목표로 가상현실 항해에 나섰다. ■분당서울대·세브란스, 메타버스 병원 구현 실행방안 ‘착수’ 병원장을 역임한 흉부외과 전상훈 교수를 중심으로 한국을 비롯한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유수 병원들과 '글로벌 헬스케어 메타버스 컨퍼런스'를 발족해 가상현실 병원 설립에 성큼 다가섰다. 이들은 국경을 허문 의료진 교육과 진료, 수술 등을 메타버스 글로벌 병원 구현에 공감대를 이루고 세부 실행방안을 논의 중이다. 메타버스 가상현실 병원 어떤 모습일까. 분당서울대병원은 가상현실 구현을 위한 특수 수술실을 구축한 상태이다. 전상훈 교수는 "메타버스 글로벌 병원은 기존 인터넷 플랫폼을 이용한 서비스와 다른 개념"이라면서 "누구의 소유가 아닌 전세계 환자들이 가상현실 병원에서 진료와 수술을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이미 가상현실에 대비한 특수 수술실을 구축하고 검증을 마친 상태이다. 지난해 7월 온라인으로 열린 아시아심장혈관 흉부외과학회에서 분당서울대병원 수술 현장을 전 세계 흉부외과 의료진들이 메타버스를 통해 아바타로 참석해 실시간 관찰하고 질의응답 하는 자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분당서울대 특수 수술실 구축 ”아바타 수술 관찰·술기 교육 가능“ 가상현실에 입장한 의료인들이 집도의와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전공의, 간호사 등 의료진 수술 과정을 아바타를 통해 지근거리에서 원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교육받을 수 있다. 전상훈 교수가 지난해 7월 메타버스를 활용해 아시아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아바타 참여 모습. 국경을 초월한 메타버스 병원이 국가와 지역의 의료 격차 해소의 해법으로 부각되는 이유이다. 전상훈 교수는 "인터넷망 속도가 심장 박동 수 만큼 빨라진다면 한국에서 아프리카 환자를 메타버스 병원을 통해 실시간 로봇수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5년 내 메타버스를 통한 의료혁신이 현실화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은 현실을 감안한 메타버스 병원에 착수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용인세브란스병원과 송도세브란스병원(2026년 개원 예정) 환자를 통합해 진료할 수 있는 '세브란스 메타버스 병원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세브란스, 메타버스 병원 상반기 검증 "공간 초월 원격협진 구현" 법과 제도를 감안해 세브란스 교수가 아바타로 가상현실 병원에 입장해 송도세브란스 교수와 환자를 함께 진료하는 원격협진을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세브란스병원은 공대 교수들과 메타버스 병원 추진에 착수했다. 3D 구현을 위한 멀티카메라 모습. 세부적으로 소화기 분야 내과와 외과 젊은 교수들과 연세대 공대 교수들 등 15명으로 구성된 메타버스 팀을 구성해 시진과 문진 그리고 촉진 가능한 보조로봇 개발을 진행 중이다. 세브란스병원 고홍 기획관리실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세브란스병원 전문과별 최고의 전문의들이 공간을 뛰어넘어 용인과 송도 세브란스병원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는 메타버스 병원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기술 개발을 거쳐 올해 상반기 실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병원이 메타버스 병원에 주력하는 이유는 동일하다. 의료 분야의 부가가치 창출이다. 메타버스 병원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존재한다. 몇 해 전 인공지능(AI) 의료 활용을 놓고 진료과별 의사들이 느낀 불안감과 결이 다르다. 전상훈 교수는 "메타버스 병원은 지구가 아닌 새로운 행성을 창조하는 것"이라면서 "현실 세계의 법과 수가 등을 따지고 들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세계적 흐름을 읽고 의료계가 주도하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병원 우려 공존…현실과 괴리감·국가별 정책 극복 과제 메타버스 병원이 활성화될 경우, 환자들이 느끼는 가상 현실과 실제 현실의 괴리감 그리고 가상 병원 진료와 수술의 신뢰성 및 국가별 법과 제도 등을 극복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메타버스 병원의 부가가치 창출 기대감과 함께 우려도 존재하고 있다. 카카오 헬스케어 황희 CIC 대표(전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메타버스를 놓고 의료 전문가별 바라보는 시각과 개념이 다르다"고 전하고 "가상현실 아바타와 현실 세계 자아 사이에서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가상현실과 증감현실, 원격진료 등을 메타버스로 포장해도 무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메타버스 병원이 국가별 경계를 허물고 소유가 없다 하더라고 결국 이용자를 위한 플랫폼 마련과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자국인 보호가 우선인 국가별 보건정책에서 메타버스 병원이 어떻게 규정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분명한 사실은 메타버스를 활용한 의료가 새로운 먹거리라는 점이다. VR 분야 전문가인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차승현 교수는 "의료분야에 메타버스의 활용성 및 발전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면서 "아바타와 의료현장 시뮬레이션 등을 활용한 다양한 의료인 교육이 가장 먼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버스 병원 내 환자와 의료인 사이의 효율적인 의사 소통을 지원하는 공간디자인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희 CIC 대표는 "메타버스 병원이 미래 의료분야 먹거리이자 새로운 모델임은 분명하다. 기술융합 차원에서 의료계가 차별성을 갖고 어떻게 선도할지 고민해야 할 분야"라고 강조했다.
2022-01-03 05:45:59대학병원
특집

관건은 문케어 미래..."'사람 중심' 재설계 불가피"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 |메디칼타임즈=공동취재팀|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내걸고 추진된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시행 5년 차를 맞았다. '문재인 케어'라고 명명될 정도로 관심을 받고 '보편적 복지'에 중점을 두고 진행돼 왔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향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설정해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정권 말기, 여당과 의료계가 그리고 있는 미래는 어떨까. 메디칼타임즈는 창간 18주년을 맞아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보건의료수석전문위원(오른쪽),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와 특별 대담을 진행했다. 메디칼타임즈는 창간 18주년을 맞아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보건의료수석전문위원,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와 특별 대담을 진행했다. 조 위원과 서 이사 모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앞으로도 계속 가야 할 길이라는 데 공감하며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꽃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문케어 이후 발생한 부작용, 해결하고 가야 시작은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이로 인해 파생된 문제로 꼽히는 실손보험 반사이익, 의료전달체계 붕괴 등의 해결은 필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서인석 보험이사 문재인 케어에 따른 실손보험 반사이익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실손보험에서 본인부담금을 보장해 주니 선별급여의 순기능이 없어졌다. 법정본인부담금을 보장하는 실손보험은 없애야 한다. 보험사들은 손해율이 높다고 하지만 수익구조를 동시에 공개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조원준 수석위원 실손보험 문제는 사실 민간보험사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장기적으로 손해율을 폭증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놨다. 가입자 폭증 시기를 지나서 지출 시기가 온 것이다. 서인석 보험이사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지속적으로 유지해야하는 정책인만큼 의료전달체계가 함께 가야한다. 건강보험 정책 안에서는 중요한 문제다. 보장성 강화를 잠깐 중단하더라도 전달체계 정립 문제는 바로잡고 가야 한다. 조원준 수석위원은 코로나19 이후 보건의료 프레임은 바뀌었다고 이야기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바뀐 프레임, 의료체계 복원책 고민 이번 정부는 정권 초반 '비급여의 급여화'를 보건의료 주요 화두로 꺼냈지만 지난해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프레임 자체가 바뀌었다. 정권 말기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대책들이 쏟아져 나와야 하는 상황인 것. 조원준 수석위원 (현재)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는 이슈는 코로나19다. 건강보험 보장성과 무관하게 코로나19 그 자체 때문에 대형병원과 의원급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 의원급은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곳에 타격이 커졌다. 다음 정권이 어디가 됐든 주요 과제의 포커스가 바뀔 것이다. 정상적인 의료체계를 어떻게 만들고, 복원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서인석 보험이사 이번 정부에서 보장성 강화는 '급여화 정책'만 있었다. 동등하게 더 중요한 부분도 있는데 나머지 정책은 가지 않았다는 느낌이 있다. 급여화 정책 이외에도 구조적으로 따라오는 게 많으니 여기에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조원준 수석위원 감염병 사태 이후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프레임이 생겼다. 그동안 긴급사용 승인 등 의약품에 대한 접근을 보수적으로 했는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위기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목도했다. 공중보건 위기 대응과 관련해 규제와 부조화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할 문제다. 서인석 보험이사는 지금이 보건소의 기능 재정립을 논의할 적기라고 봤다. 서인석 보험이사 보건소는 의료기관의 관리 감독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 보건소의 기능 재편을 코로나 이후 정책 어젠다로 삼아야 한다. 보건소를 질병관리청 산하로 놓고 공공의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인데 지금 코로나를 겪었기 때문에 (법을) 바꿀 수 있는 동력이 생겼다. 조원준 수석위원 보건소 기능으로 치료 보다 예방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것인데 사회적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 충분히 동의한다. 서인석 보험이사 적정수가 얘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급여 진료를 열심히 해도 의료기관을 충분히 안정되게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방향성은? '사람' 중심 결국에는 '사람' 중심의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는 방향성도 나왔다. 서인석 보험이사 기본진료를 이야기했을 때 CT, MRI 등 검사를 한 번 더 하는 게 가치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의원, 중소병원, 상급종병에서 각각의 역할을 했을 때 충분히 가산하는 방식으로 가면 과잉진료도 없을 것이다. 의사의 고유한 판단이 중요한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서인석 이사와 조원준 수석위원은 제도 추진 과정에서 소통을 강조했다. 조원준 수석위원 행위별수가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역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치 지향적이기도 하고, 재정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여기서 말하는 행위는 의료인의 진료행위라기보다는 의료인이 기계를 조작해서 얻는 행위다. 의료인의 진료행위 그 자체에 비중과 가치를 부여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람에 가치를 둬야 인력 문제가 해소되고 불필요한 진단 검사도 줄어들 것이다. 서인석 보험이사 복지국가로 태어난 이래 보장성 강화를 계속 가야 하는 길이다. 의사들도 '급여화'를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다 급여화를 하면서 비용이 저수가화 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조원준 전문위원 보장성 강화 정책을 도그마틱(독단적)하게 해석하거나 정치적으로 치환시켜서 과도하게 활용하는 것은 정부와 의료계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제도의 변화를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은 조정과 합의를 통해서 하는 것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면 꽃길을 만들어서 가야 할 것이다.
2021-07-02 05:45:59제도・법률
특집 문케어

'정치적 선동' vs '과도한 포장'...여당·의료계 시각차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 |메디칼타임즈=공동취재팀| 문케어로 명명된 현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시행 초부터 현재까지 의료계 곳곳에서 파열음이 속출했다.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내걸고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보장률을 높이겠다는 문케어 정책을 여당과 의료계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메디칼타임즈는 창간 18주년을 맞아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 조원준 수석전문위원과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가 참여하는 특별 대담을 진행했다. 조원준 수석전문위원은 여당의 보건의료 정책 핵심 브레인으로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문케어를 설계한 3인 중 한명이다. 서인석 보험이사는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를 거쳐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를 맡아 문케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의료계 보험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메디칼타임즈는 국회에서 창간 18주년 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좌)와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수석위원(우)의 특별대담을 진행했다. 여당과 의료계 대표 선수답게 대담 시작부터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문케어 급발진 논란, 여당 "착시 현상"-의료계 "과도한 보편적 복지" *서인석 보험이사:현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은 의료접근성을 높이고, 본인부담을 줄이는 급여화 사업으로 속도를 낸 것은 사실이다. 문케어 초기 의학적 비급여의 모든 의료행위를 급여화한다고 했을 때 의료계가 과민하게 반응한 이유이다. *조원준 수석위원:속도 논란은 착시 현상이 많다. 거칠고 급진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의료계 반발했다고 하지만 시행 5년 우려했거나 지적했던 만큼 위험하고 급진전이었냐고 물으면 동의하기 쉽지 않다. *서인석 보험이사:보장성 강화 취지에는 동의한다. 건강보험 재정이 한정적이라는 점에서 보편적 복지에 동의하기 어렵다. 재난적 의료비를 명분으로 모든 질환에 대해 급여화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조원준 수석위원은 문케어 급발진 주장을 착시현상이라로 일축했다. *조원준 수석위원:질환 중심으로 보장성을 확대해 왔는데 성과도 보였지만 한계도 있었다. 국민들의 체감도는 낮았다. 질환 중심 접근법을 탈피해 비용 다발생 영역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서인석 보험이사:아쉬운 부분이 그것이다. 진료비가 많이 발생하는 질환 중심으로 너무 크게 가면서 의사협회 있었을 때 화가 났다. 이들은 의료전달체계 부재 속에 강행된 문케어 부작용인 대형병원 쏠림 원인은 다르게 진단했다. ■의료전달체계 부재, 여당 "공동 책임"-의료계 "의협 상황 이해해야" *조원준 수석위원:대형병원 쏠림은 충분히 예견했다. 문케어 전제조건이 의료전달체계 개편이었고, 시행 초기 개편안 기본 골격이 나왔다. 의료계 내부 이견으로 정리하지 못했다. 사회적 합의를 빨리 이끌어내지 못했고, 쏠림 현상을 줄일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정부와 의료계 모두 받아야 한다. 서인석 보험이사는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를 과대 포장하고 홍보하면서 의료계 갈등을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서인석 보험이사:당시 의사협회 집행부가 바뀌는 시점이었다. 의료전달체계 작은 방법론까지 정치적 이슈가 됐다. 회장 불신임 임총까지 열렸다. *조원준 수석위원:의료전달체계 개편은 정부가 재정을 운영하고 각각의 의료영역에 질서를 바뀌고 게임을 룰을 정하는 것이다. 개별 행위자들이 합의하지 않은 상황을 정부가 밀어붙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서인석 보험이사:게이트 키퍼가 없는 상황에서 의료기관이 의료비를 통제할 수 없는 구조이다. 보장성 강화 정책이 앞으로 가야할 방향이라면 시행을 중단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의료전달체계를 먼저 정립하는 게 맞다. ■건강보험 재정, 의료계 "과감한 투자 필요"-여당 "국고 확대 의지 보였다" 문케어 시행 이후 건강보험 재정 부족 논란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들 역시 재정 문제에 격론을 이어갔다. *조원준 수석위원:문케어 시행 후 2019년 1조 2000억원 가장 많은 국고 지원을 했다. 작년도 6000억원 이상 증액했다. 법정 기준을 못 지켰지만 정부가 책임져야 할 재정 부담을 조 단위로 늘렸다는 것은 정부와 여당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서인석 보험이사:건강보험 재정은 수가 정상화와 직결된다. 상급종합병원과 의원급이 경쟁하는 체계는 이상하지 않나. 중증질환인 암 치료는 전 세계 1~2위를 다투는데 만성질환은 관리가 안 되고 있다. 의료인이 적정한 의료행위를 했을 때 적당한 대가를 받는 게 적정수가다. 의원과 중소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종별 진료를 잘했을 때 수가를 충분히 올려야 한다. 소아외과와 소아마취, 소아재활 등은 200~300% 과감히 수가를 인상해야 한다. 서인석 보험이사와 조원준 수석위원은 문케어 시행 5년 평가 관련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조원준 수석위원:문케어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 추진된 제도이다. 정부는 재정을 책임지고, 의료계는 비급여 손실분을 감내하되 급여 수가를 보장받는 선순환 하는 구조이다. 정부는 법정 국고지원금 다 맞추지 못했고, 가입자는 3.2% 이상 건강보험료 인상률 유지를 못 지켰다. 의사협회는 적정수가 논의 테이블에 앉지 않았다. 각각 기여도 했지만 부족한 부분도 동시에 있었다. *서인석 보험이사:현 수가체계는 박리다매로 고수익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이다. 적정수가는 모든 의료행위의 상대가치점수를 동일하게 올려주는 것이 아니다. 종별, 의료행위별 구분해야 하는데 보건복지부가 설득할 수 있는 여력도 정치력도 부족하다. ■급여화 원칙 논란, 한방 첩약·고가신약 급여화 시각차 '뚜렷' 급여화 원칙 논란이 제기된 첩약과 고가 신약 문제에 날선 설전을 지속했다. *조원준 수석위원:급여화 방향은 필수의료와 중증질환, 인력 중심이다. 한방도 국민이 받는 의료영역 중 하나다. 의료계는 첩약 급여화를 반대했지만 한방 진료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 안에서 급여화는 어차피 추진해야 한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재정계획을 세웠고, 심의해 결정한 것이다. *서인석 보험이사:첩약 급여화에 760억원이 들어간다.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 안착은 보장률이 적어도 80% 달성하기 전까지 우선순위를 중증질환과 필수의료로 가야 한다. 똑같은 영역이라는 이유로 (첩약을)급여화해서는 안 된다. 조원준 수석위원은 의료영역인 한방 첩약 급여화의 정당성을 고수했다. *조원준 수석위원:고가 신약 급여화는 국민 정서가 개입된 문제이다. 아무리 적은 수의 환자지만 포기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받게 된다. 고가 항암제가 많이 나오는데 개인 환자에게는 굉장히 중요하지만 재정의 효율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환자군이 적다면 희귀질환 재정영역을 분리해서 접근해야 할 사항이다. 다수의 가입자를 위한 의료접근성을 기본 방향으로 두되 희귀난치성 고가 신약은 재정을 달리해서 논의할 트랙으로 분리해야 한다. *서인석 보험이사:첩약 급여화와 고가 신약 급여화의 우선순위로 봤을 때 후자가 더 높다. 고가신약을 위해 특별기금 형식도 결국 건강보험 체계이다. 재정을 나누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중소병원 해법 제각각, 여당 “의료인력 확충”-의료계 “수가인상 시급” 의료정책 중 약한 연결고리인 중소병원 육성 정책 필요성은 여당과 의료계 모두 공감했다. *조원준 수석위원:중소병원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의료인력 문제로 판단된다. 의료인력 확충은 다음 정권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중소병원 육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쪽으로 가길 바란다. 서인석 보험이사는 급여화 원칙을 무너뜨린 첩약 급여화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서인석 보험이사:코로나19 사태는 안가더라도 참을 수 있는 질환들을 보는 진료과와 병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진료 량으로 대형병원보다 중소병원이나 의원 증가폭이 둔화됐다. 중소병원은 의료생태계에서 허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수가를 개선해야 한다. *조원준 수석위원:수가는 기능과 역할에 부합되면 인센티브, 거기에 반하면 패널티 형태로 가야 한다. 경증질환으로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면 본인부담을 높이거나 실손보험 적용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문케어 평가, 여당 “갈등 과열됐다”-의료계 “과도한 포장과 홍보 때문” 문케어 시행 5년에 대한 종합평가 역시 여당과 의료계 입장이 갈렸다. *조원준 수석위원:문케어 시행초기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과열된 부분이 있다. 과정과 결과물을 보면 그럴 만 했었나하는 반문이 생긴다. 그렇게까지 부딪쳤어야 하는 문제인가 그때도 지금도 회의적이다. *서인석 보험이사:초기 문케어로 명명된 보장성 강화 정책을 국민들에게 전달할 때 기존과 많이 다른 것처럼 과도한 포장과 홍보를 했다. 이 부분이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을 유발시켰다.
2021-07-01 05:45:59대학병원
특집

문케어發 대립에 제약·기기업계는 새우등 터진격

[메디칼타임즈=이인복·최선 기자] |메디칼타임즈=공동취재팀| "결국 우려했던 일들이 줄줄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앞에서 보자면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 같지만 결국 새우등이 터지고 있는 곳은 산업계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내세웠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취임과 동시에 시작되며 5년째를 맞고 있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라고 불리는 강도 높은 보장성 강화 정책이다. 논의 단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논란을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면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속앓이를 하고 있는 곳들이 있다. 바로 제약과 의료기기 등 산업계다. 보장성 강화 자체가 비급여 항목 즉 행위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전장은 역시 정부와 의료계가 부딪히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산업계는 이 둘의 싸움에 계속해서 새우 등이 터져나간다고 아우성을 친다. 과연 그 가려진 부분에서는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약가 정책 우려 5년간 현실로…제약업계 의심 눈초리 가장 대표적으로 새우 등이 터져나간 곳은 바로 제약업계다. 문 케어가 말 그대로 비급여의 급여화가 핵심인 만큼 의료계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다 건강보험 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그 파장을 피할 수는 없었다. 제약사와 의료기기 기업들이 보장성 강화의 유탄을 맞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제약업계는 문재인 케어가 시작된 직후부터 이른바 약가 정책에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며 대응을 준비해왔다. 수조원대 건보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인 만큼 결국 재정 분담 차원에서 약가를 건드리지 않겠냐는 우려가 컸던 이유다. 문 케어가 시작된지 5년 제약업계는 슬픈 예감이 현실이 됐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복제의약품 비중이 큰 국내 제약사들은 유탄이 아니라 집중 포화를 맞았다는 입장이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여전히 수많은 갈등을 빚고 있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논란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사실상 치매약으로 분류되며 4000억원대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다처방 품목 중 하나다. 국내에서 이를 생산하는 기업만 80여개에 달할 정도다. 제약업계가 콜린알포세레이트 논란을 문재인 케어와 연관 짓는 것은 공교롭게도 이같은 논란이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논란이 일어난 뒤 시작됐다는 점이다. 결국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건강보험이라는 곳간이 비어버리자 정부가 약가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라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논란을 원천차단하고 있다. 오히려 적응증 삭제에 이어 공단과 심평원을 통해 급여 적정성에 이어 아예 임상 재평가를 진행하며 사실상 약의 퇴출까지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올해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 2021 시행 계획을 내놓고 제2, 제3의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를 밝혀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약효가 불확실한 것으로 예상되는 약물에 대해 일제히 급여 재평가를 진행해 마찬가지로 적응증 축소 및 퇴출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가 약가를 향한 칼날의 시작이라고 지적한다. 제약업계의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이미 인허가가 완료되고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은 약물들을 다시 꺼내 파헤치는 것 자체가 결국 돈 문제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상위 제약사 임원은 "정부는 아니라고 계속 선을 긋고 있지만 이미 인허가를 끝내고 게다가 공단, 심평원을 거쳐 급여가 인정됐으며 의사들의 판단으로 처방이 지속되고 있는 약물들을 줄줄히 단두대에 올리는 것은 의도가 뻔히 보이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미 재평가 대상에 올라갔다는 것 자체가 최악은 퇴출, 최선도 급여 축소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결국 약값을 깎겠다는 의미"라며 "복제의약품(제네릭)을 중심으로 보장성 강화라는 명목 아래 결국 가장 손대기 쉬운 약값에 손을 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논란을 제약사들의 근거없는 비방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약물 재평가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으며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인한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의약품 재평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위한 재원을 위해 진행된다는 제약업계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이미 사전에 수립된 종합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며 비단 의약품 외에도 행위와 치료재료 등 모든 항목에 대해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보장성 강화 정책 이후 항암제와 중증질환 치료제 등에 대해서는 건보 재정을 오히려 대규모로 투입해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며 "이같은 보장성 강화가 지속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정책이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기 기업들도 직격탄…초음파·MRI 시장 축소 불가피 이는 비단 제약업계만의 고민은 아니다. 보장성 강화 정책이 계속해서 이어지면서 의료기기 기업들도 긴장 상태를 유지하며 이에 대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초음파 등 급여화가 속도를 내면서 의료기기 기업들의 고민들도 깊어지고 있다. 대형 의료기기 분야에서 호실적을 보이던 초음파와 MRI 등이 잇따라 급여화가 진행되면서 직격탄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이같은 파장은 이미 초음파 분야에서 한 차례 거세게 일어난 바 있다. 실제로 현재 초음파 분야는 상복부와 하복부, 비뇨기 분야가 급여권으로 들어왔으며 올해 흉부와 심장, 유방 분야가 추가된다. 이로 인해 초음파를 수입, 제조하는 기업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 이미 상복부와 하복부 초음파 급여화시 한 차례 타격을 입었다는 점에서 추가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초음파 급여화로 오히려 행위가 크게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면 오히려 의료기기 기업들 입장에서는 기회가 되는 것이 아닐까. 이에 대해 기업들은 불가능한 인과관계라고 선을 긋는다. 대형 의료기기 중심의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A사 임원은 "이미 상복부와 하복부 초음파가 급여권에 들어서면서 중국산 저가형 기기들과 중고 기기들의 포션(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행위가 늘어나니 오히려 초음파 기기의 수요가 늘지 않겠냐는 얘기를 하지만 철저하게 이들 제품에만 해당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어차피 해상도가 좋으나 나쁘나 검사만 하면 같은 비용을 받는데 굳이 몇 천만원을 더 써가며 좋은 기기를 도입할 의료기관들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막말로 같은 택시비 받기를 미쉐린 타이어를 끼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상복부와 하복부를 넘어 유방과 심장 초음파는 첨단 기능들이 포함된 고가의 프리미엄 라인들이 많다는 점에서 이들 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커져가는 분위기다. 의료기기 기업들은 급여화가 진행되는 만큼 다운그레이드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말 그대로 다운그레이드가 한참인 상황에 그나마 수요가 있던 프리미엄 라인까지 타격을 받을 경우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다. A사 임원은 "심장과 유방 초음파 기기는 각 기업에서 일종의 플래그쉽(기함)으로 프리미엄 라인들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며 "아마도 급여화가 되는 즉시 이들 제품에 대한 수요는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이미 초음파 기기들의 다운그레이드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된 상황"이라며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도 현재 상황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올해 혹은 내년 초 시행이 가시화되고 있는 척추 MRI 급여화도 의료기기 기업들의 고민을 가중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다. 국내에서 대학병원과 함께 MRI의 최대 수요처가 척추병원이라는 점에서 초음파와 마찬가지로 다운그레이드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특히 우리나라가 척추 분야에서 상당한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다 수요가 많아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인 B사 임원은 "본사 차원에서도 한국 법인의 매출과 판매처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한국 시장이 주는 의미가 크다"며 "제품 출시 전에 한국 의사들에게 먼저 선보일 정도로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만약 척추 MRI가 급여권에 들어설 경우 사실상 이같은 상황은 많은 부분 변화할 듯 하다"며 "판매 전략 자체를 새롭게 세워야 할 정도로 판을 뒤짚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1-06-30 05:45:59제도・법률
특집

보장성강화 속 적정수가·재정부담은 여전히 잡음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본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메디칼타임즈=공동취재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전부터 강조했던 '병원비 걱정없는 든든한 나라'는 얼마나 진행됐을까.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소위 문재인 케어는 정부의 계획대로 착착 진행 중이다. 이와 동시에 제도시행 초기부터 현재까지 의료계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이는 문케어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평가가 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팩트체크1. 적정수가 약속 지켜졌나=먼저 문 대통령이 문케어 선언과 함께 강조했던 적정수가 현실화는 얼마나 지켜졌을까. 단적인 예로 고위험분만·소아수술 등 고난이도 수술에 대한 수가는 대폭 인상했다. 고위험 분만 과정에서 30시간을 초과하는 유도분만의 경우에는 별도 수가를 산정했으며 체중 1500g미만의 소아환자 수술도 300%가산했다. 대표적인 고난도, 중증수술에 대해 수가를 인상하면서 산과분야 초음파 급여화에 대한 수가를 보상한 셈이다. 메디칼타임즈가 창간18주년을 맞아 실시한 의사대상 설문조사 결과 중 일부. 복부 초음파 또한 마찬가지. 초음파 급여화로 인해 의료기관의 손실을 시술 및 수술에서 수가보상을 진행했다. 여기까지는 정부가 약속한 적정수가 현실화가 지켜진 듯 하다. 하지만 의료계 입장에선 정부의 수가 보상규모다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비급여의 급여화의 전제조건으로 거듭 요구했던 진찰료 수가개선은 문 케어 도입 당시부터 현재까지 추진 계획조차 세우고 있지 않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최근 메디칼타임즈가 실시한 '문케어 5년차 평가' 설문조사에서 의사 응답자의 적정수가 보상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는 83%에 달했다. 그중 '전혀 이뤄진 것이 없다'는 응답자는 56.2%로 절반을 넘겼으며 '미약한 보상이 이뤄졌다'는 답변이 27.2%를 차지했다. 이처럼 적정수가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간극은 좁히기 쉽지 않아 보인다. ■팩트체크2. 건강보험 재정 고갈 사실인가 =문 대통령이 파격적인 보장성강화 정책을 발표함과 동시에 문제제기 됐던 건강보험 재정 고갈은 현실화됐을까. 사실을 확인하기 이전에 지난 2017년 문 대통령이 문 케어 발표 당시 발표한 계획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정부는 2023년까지 건보재정 누적 적립금을 10조원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흑자로 쌓인 건보재정을 보장성강화에 쏟아붓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그 결과 2017년말 기준 건보 누적흑자 20조7700억원에서 2018년 20조6000억원이었던 건보재정은 문케어 추진에 따라 2020년말 약17조4000억원까지 감소했다. 숫자만 놓고보면 과거 20조원에 달했던 건보재정이 10조원대로 뚝 떨어지면서 건보재정 빨간불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정부 측은 계획한 10조원대를 유지하면서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건보료 인상도 당초 정부의 계획대로 추진 중이다. 2016년, 2017년 당시 0%대에 머물렀던 건보료 인상률을 2018년 2.04%로 인상하더니 2019년 3.49%, 2020년 3.2%, 2021년 2.89%로 인상했다. 문케어 시행 지난 4년간의 평균 건보료 인상률은 2.9%로 당초 계획보다는 저조하지만 기존 대비 파격적인 인상률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의료계의 우려는 있다. 의료계 한 인사는 "정부는 건보재정 10조원대는 계산된 적자라는 입장이지만 불안해보이는게 사실"이라면서 "첩약·한방급여화 등 예상치못한 부분에서 건보재정이 줄줄 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팩트체크3. 보장성강화 MRI·초음파 수요 늘렸나=일단 뇌·뇌혈관 MRI검사는 당초 건보재정 추계보다 130% 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단순 두통 및 어지럼증'에 MRI 검사를 실시하는 경우에는 본인부담금 80%를 적용키로 했다. 정부가 예측한 수요를 뛰어넘자 즉각 제동을 건 셈이다. 메디칼타임즈가 창간18주년을 맞아 실시한 의사대상 설문조사 결과 중 일부. 그 이외 2,3인실 급여화도 정부의 추계보다 106%를 기록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복부초음파는 당초 예상한 예산 추계보다 70%에 머물렀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서 문케어 이후 24시간 검사건수를 급증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최근 보건산업진흥원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보장성강화 정책으로 매년 진단 및 검사에 지급되는 요양급여비는 꾸준히 늘고있다. 2015년 8조원 규모에서 2016년 10조, 2017년 11조, 2018년 13조, 2019년 14조원으로 늘었다. 또한 메디칼타임즈가 창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문케어가 의료기관 수입에 가장 영향을 미친 요소로 'MRI 초음파 급여화'(42.2%)를 꼽았다. 추나요법 및 첩약급여화가 25.6%, 선택진료비 폐지가 16.3%, 2~3인실 급여화 9.3%로 뒤를 이었다. ■팩트체크4. 문케어발 상종쏠림 가속화, 이대로 괜찮나=문케어 이후 큰 변화 중 하나가 상급종합병원 그중에서도 빅5병원 쏠림이다. 의료계는 물론 정부도 인정하는 부분. 정부는 의료전달체계 개편 즉, 빅5병원에 경증환자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기대이상의 변화를 이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케어 시행 당시인 지난 2017년부터 2018년, 2019년 3년간 빅5병원의 외래수익은 각각 22억원, 24억원, 27억원으로 3년간 20%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매년 증가 중이다. 정부도 경증환자 의뢰회송 정책 등을 펴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다. 의료계 내부에선 코로나19 이후에도 상급종합병원 그종에서도 빅5병원으로의 쏠림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의료계 한 인사는 "문케어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보장성강화 정책에 신경을 많이 썼지만 의료전달체계, 건강보험재정의 효율적 활용, 중소병원 살리기 등 정책에는 적극적이지 않았다"면서 "문케어를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그에 대한 정책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2021-06-29 05:45:59제도・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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