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둘까, 처음부터 로비큐아 쓸까" ALK 폐암 진료실 고민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에서 3세대 약제인 한국화이자제약 '로비큐아(로라티닙)'가 전례 없는 7년 장기 데이터를 발표하며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그동안 임상 현장에서 공고한 입지를 유지해 온 알레센자(알렉티닙), 알룬브릭(브리가티닙) 등 2세대 약제들을 넘어, 이제는 처음부터 3세대 약제로 치료를 시작하는 '세대교체'의 명분을 확고히 다졌다는 평가다.국립암센터 한지연 교수는 로비큐아가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에서 표준치료(SoC)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한국화이자제약은 30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로비큐아의 글로벌 임상 3상인 'CROWN 연구'의 7년 추적 결과를 소개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위험비 0.19 지표…'3세대 1차 표준'될까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환자의 3~5%에 불과한 희귀 변이지만,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서 발병하고 진단 시점에 이미 뇌전이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초기 치료가 필수적이다.그동안 시장은 잴코리(크리조티닙)라는 1세대 약제를 거쳐, 중추신경계(CNS) 조절 능력을 개선한 2세대 약제(알레센자·알룬브릭)들이 1차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임상 현장에서는 여전히 보다 강력한 내성 극복과 장기 생존율 향상에 대한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존재했다.이번에 발표된 로비큐아의 7년 장기 추적 데이터는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3세대로 완전히 돌려세울 만한 수치를 제시했다.임상 결과에 따르면, 로비큐아 투여군의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7년이 지난 시점에도 여전히 '도달하지 않음(NR)'을 기록했다. 대조군인 잴코리군이 9.1개월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극명한 차이다. 특히 7년 시점의 무진행생존율은 로비큐아군이 55%로, 환자의 절반 이상이 재발 없이 치료를 이어가고 있었다.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대조군 대비 무려 81% 감소(위험비, HR 0.19)시켰다. 이 같은 수치는 앞서 발표됐던 5년 추적 데이터의 효과가 7년까지 꺾이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증명한다.간담회 연자로 나선 국립암센터 한지연 교수(종양내과)는 "진행성 폐암에서 HR 0.19라는 수치는 극히 보기 드문 성적"이라며 "조기 폐암 환자가 수술 후 보조요법을 받았을 때나 나올 법한 강력한 위험 감소 효과가 4기 진행성 환자에게서 7년 동안 장기 유지됐다는 점은 임상적으로 의미가 매우 크다"고 평했다.특히 이번 데이터에서 주목할 점은 치료 시작 후 초기 24개월(2년)까지 질병이 진행되지 않은 환자의 79%가 7년 시점까지도 무진행 상태를 유지했다는 사실이다. 즉, 초기 2년의 고비만 잘 넘기면 3세대 약제의 강력한 효과를 바탕으로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는 뜻이다.이 같은 장기 PFS의 비결로는 로비큐아 고유의 구조가 배경으로 꼽힌다. 뇌혈관장벽(BBB)을 높은 농도로 통과해 폐암 환자들의 가장 큰 치명타로 꼽히는 뇌전이를 원천 차단한 결과다.실제로 로비큐아군에서는 치료 시작 후 30개월이 지난 시점부터는 '새로운 두개내(intracranial) 질병 진행' 사례가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기저시점에 뇌전이가 없던 환자는 물론, 이미 뇌전이를 동반했던 환자 모두에서 장기적인 CNS 조절 효과가 견고하게 유지됐다.한지연 교수는 "로비큐아가 이토록 장기간 PFS를 유지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결국 CNS를 지속적으로 완벽하게 보호했기 때문"이라며 "뇌전이를 효과적으로 억제한 결과가 전체 장기 치료 성적으로 직결됐다"고 분석했다.장기 복용에 따른 안전성 프로필 역시 합격점을 받았다. 3·4등급 이상반응률은 77%로 높게 나타났지만, 이는 고지혈증 등 약물로 조절 가능한 지질 대사 이상이 포함된 결과다. 실제 치료 관련 이상반응으로 인해 투약을 완전히 영구 중단한 비율은 5%에 불과했으며, 치료 26개월 이후에는 새로운 영구 중단 사례조차 나오지 않았다.특히 임상 현장의 처방 패턴에 확신을 줄 수 있는 '용량 감량(Dose reduction)' 추가 분석 데이터도 함께 공개됐다. 이상반응 관리 과정에서 약물 용량을 줄이더라도 PFS와 두개내 질병 조절 효과가 저하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순차 치료, 환자 기회 박탈할 수도"다만 최종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전체생존기간(OS) 데이터는 아직 사전에 계획된 분석 시점에 도달하지 않아 추가 추적 관찰이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최종 OS 혜택이 확인될 때까지 2세대 약제를 먼저 쓰는 '순차 치료' 의견을 내놓기도 하지만, 한지연 교수는 처음부터 강력한 약제를 써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한지연 교수는 "로비큐아의 7년 PFS 커브는 기존 2세대 약제들의 OS 커브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이는 4기 진행성 폐암 환자가 재발 없이 버티는 기간이 기존 약제의 최종 생존 기간과 맞먹을 만큼 치료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이어 순차 치료의 한계와 관련해 "2세대 약제를 먼저 쓰게 되면 내성 발현 과정에서 ALK 변이와 상관없는 다른 우회 경로가 생기는데, 이 경우 나중에 로비큐아를 쓰더라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처음부터 완벽하게 치료해 7년 PFS 55%로 갈 수 있는 명확한 지표가 있는데도 약제를 아껴두는 것은 환자의 초기 생존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