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앞둔 DOAC 오리지널 시대, 항혈전제 시장 재편 '가속'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국내 직접작용 경구용 항응고제(DOAC, Direct Oral Anti-Coagulant)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다이이찌산쿄의 '릭시아나(에독사반)'의 물질특허 만료가 다가오면서, 국내 항혈전제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이미 특허가 만료된 자렐토와 엘리퀴스에 이어 연 매출 1200억 원 규모의 대형 품목까지 제네릭 경쟁 체제에 돌입하게 됨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의 시장 진입 전략과 글로벌 제약사들의 차세대 신약 개발 동향에 임상 현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오리지널 선행 품목들, 특허 만료 후 '하락세'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UBIST)의 최근 분기별 원외처방액 추이를 분석해보면, 오리지널 자산들의 특허 만료에 따른 매출 조정 현상이 수치로 증명된다.가장 먼저 물질특허가 만료됐던 바이엘의 '자렐토(리바록사반)'는 제네릭 유입에 따른 전형적인 '특허 절벽(Patent Cliff)'의 경로를 밟았다. 특허 만료 전인 2022년 2분기 148억원에 달했던 분기 처방액은 제네릭이 본격 유입된 2023년 1분기 79억원으로 내려앉으며 100억원 선이 무너졌고, 현재까지도 유사한 분기 처방액을 기록 중이다.연 매출 700억원대 규모였던 BMS·화이자의 '엘리퀴스(아픽사반)' 역시 2024년 9월 특허 만료를 기점으로 하락 변곡점을 맞이했다. 특허 만료가 맞물린 2024년 3분기 205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분기 처방액은 약가 인하와 18개사 제네릭 진입이 맞물린 2024년 4분기 150억원으로 급감했으며, 2026년 1분기 현재는 98억원 안팎에서 하향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확인됐다.이제 시장의 시선이 올해 11월 물질특허 만료를 앞둔 '릭시아나'로 쏠리는 이유는 바로 이 처방 규모에 있다. 릭시아나는 현재 국내 DOAC 전체 시장 매출의 약 58%를 점유하고 있는 원외처방 1위 품목이다. 2024년 1분기와 2분기 280억원 선이던 처방액은 오리지널 선호세 유입에 힘입어 2025년 4분기 310억원으로 늘었고, 2026년 1분기 현재 약 318억원의 분기 매출을 기록하며 만료 전 최종 고점을 경신 중이다. 주요 오리지널 DOAC 치료제들이 차례대로 특허만료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 규모가 앞선 두 품목을 크게 상회하는 만큼, 이번 특허 해제는 국내 항혈전제 시장 내에서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처방 재편을 유발할 것으로 분석된다.국내사 제네릭 진입 예고…약가제도 개편이 변수릭시아나 제네릭 시장의 핵심 변수 중 하나는 '우선판매품목허가권(우판권)'의 부재다. 특정 제약사가 독점적 선점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종근당, 한미약품, HK이노엔, 대웅제약 등 국내 주요 상위 제약사를 포함한 최소 30여 개 업체가 동시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진입 장벽이 낮아진 만큼 초기 임상 현장의 처방권 진입을 위한 영업·마케팅력 경쟁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 제약업계 약가 담당 관계자는 "차별화된 독점권이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결국 종합병원 및 로컬 의원의 랜딩 속도와 기존 만성질환 라인업과의 시너지 여부가 초기 점유율을 결정할 것"이라고 진단했다.정부의 약가제도 개편 역시 국내사들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복지부가 오는 8월 시행을 예고한 새 약가제도 개정안(다품목 등재관리 방안)이다. 오는 11월 물질특허 만료 직후 출시를 대기 중인 릭시아나 제네릭 품목들이 이 제도의 첫 번째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정부의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제네릭 기본 산정률은 기존 오리지널 대비 53.55%에서 45%로 하향 조정된다. 여기에 더해 동일 성분 제네릭이 난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존 20번째 품목부터 적용됐던 계단식 약가 인하는 13번째 품목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아울러 동일 성분 제제 13개 초과를 유발한 제네릭에 대해 사후 관리를 진행하는 '다품목 등재 관리' 조항이 발동되면, 해당 제네릭 품목들은 보험급여 등재 1년 뒤부터 최저가의 85%로 약가가 다시 조정된다. 결과적으로 복합적인 계단식 인하 하에서 후발 진입 제약사의 약가는 오리지널 대비 최대 24%대 수준까지 추락하는 구조다.현재 릭시아나 제네릭 허가를 신청했거나 준비 중인 제약사가 최소 30여 개 이상으로 확인되는 가운데 다수 품목이 일제히 진입하기 때문에, 후발 진입 제약사의 경우 출시 후 단기간 내에 약가가 급락하는 채산성 악화 리스크를 고스란히 안게 된다. 이에 따라 오리지널을 보유한 한국다이이찌산쿄는 물론, 제네릭 출시의 '막차 약가' 타이밍을 잡으려는 국내 제약사 간의 전략적 눈치싸움도 극에 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글로벌 빅파마, 3세대 FXIa 억제제로 이동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 유입을 통해 2세대 DOAC 시장의 단가 인하와 점유율 분할을 시도하는 사이, 글로벌 제약기업들은 기존 치료제의 태생적 한계인 '출혈 위험'을 제어하기 위한 3세대 신약 개발로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기존의 자렐토, 엘리퀴스, 릭시아나 등은 혈액 응고 최종 단계의 인자(Factor Xa)를 직접 억제하는 기전으로, 항혈전 효과는 우수하나 상처 시 지혈 기능까지 일부 저해해 위장관 출혈이나 뇌출혈 등의 부작용 우려가 상존해 왔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오리지널 특허만료 이후 3세대 항응고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반면 개발 중인 3세대 치료제는 응고 연쇄 반응의 상위 단계인 'FXIa(제11혈액응고인자)'를 선택적으로 차단한다. 혈전 형성은 예방하되 병리적 지혈 메커니즘은 보존하여 출혈 위험성을 위약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내과적 접근이다.현재 임상 단계가 가장 앞선 후보물질은 바이엘의 '아순덱시안(Asundexian)'이다. 바이엘은 최근 글로벌 임상 3상(OCEANIC-STROKE) 데이터 발표를 통해, 기존 표준 항혈소판 요법에 아순덱시안을 병용 투여했을 때 허혈성 뇌졸중 재발 위험을 대조군 대비 26% 감소시켰음을 보고했다. 특히 임상 현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주요 출혈(Major Bleeding) 발생률에서 위약군과 통계적 유의차가 없음을 입증해 안전성 지표를 강화했다. 경쟁 물질인 BMS와 존슨앤드존슨(J&J)의 '밀벡시안(Milvexian)' 또한 임상 2상에서 증상성 허혈성 뇌졸중 상대 위험을 약 30% 절감한 성적을 바탕으로 대규모 글로벌 3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심장내과 교수는 "릭시아나의 특허 만료는 단기적으로 환자들에게 경제적인 제네릭 선택지를 제공하고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완화하는 순기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출혈 안전성을 대폭 개선한 3세대 FXIa 억제제들의 최종 임상 데이터가 축적되고 상용화될 경우, 국내 항혈전제 시장은 저가 제네릭 중심의 고령층 기초 처방 시장과 고안전성 신약 중심의 고위험군 시장으로 이원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