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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혈압 관리, 건강관리의 첫걸음

[메디칼타임즈=강남을지대병원 김정환 교수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얼마나 오래 사는가 못지 않게 얼마나 건강하게 사는가가 화두인 시절이 되었다. 아무런 병 없이 오래 사는 '무병장수'가 가장 이상적인 삶이겠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각종 만성 질환은 유전적이든 환경적이든 생기지 않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그러다 보니 중년에서 장년, 장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면서 하나, 둘씩 병을 얻게 되고 병원을 찾는 횟수가 늘어나게 되고 먹어야 하는 약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럴수록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되고 병원에 의지하는 신세가 되는 것도 현실이다.치료해야 하는 병이 생기면 당연히 병원과 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적절한 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고 약물 처방도 받고 생활 습관 관리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 병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이라면 한 번의 진료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와 함께 정기적인 검사와 약물 치료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여기까지는 조금이라도 건강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 추가해야 할 것이 있다. 정기적인 검사와 관리의 역할이 병원과 의원에만 있었던 시대에서 벗어나 이제는 서서히 '자기 점검(self-monitoring)'과 '자기 관리(self-control)'이라 부르는 환자 본인에게도 그 역할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과학의 발전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과거에는 혈압이나 혈당을 측정하는 기기의 정확도를 신뢰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그래서 혈압계와 혈당계는 병원과 의원에 납품하는 기계 정도가 소위 '정도 관리'를 제대로 받아 믿을 만했고, 집에서 측정할 수 있는 '간이형' 혈압계와 혈당계는 그 정확도를 확신할 수 없어, 실제 진료에서는 일종의 참고자료로만 쓰여왔다.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발달한 과학 기술은, 이제 집에서 쓰는 작은 혈압계의 측정 오차를 눈에 띄게 감소시켰고 '가정혈압'이라 부르는 자가 측정 혈압도 고혈압 진료지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몫이 되었다.사실 어쩌다 한 번 병의원에 진료를 위해 방문해서 측정하는 혈압 보다는 일상에서 측정하는 혈압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는 많은 의료진들의 동의가 있어왔다. 심증적 동의는 있었지만 이것을 어떻게 진료 현장에서 활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견이 엇갈려왔으나 최근 얼마전부터는 국내외 모든 고혈압 진료지침에서 가정혈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많은 가정용 자동혈압계는 이미 식약처의 까다로운 검증을 통과한 제품들이다. 자동혈압계와 수은혈압계를 각각 3회, 2회 측정하여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의 평균 혈압 차이가 5mmHg 이하일 때 적합 판정을 받고 1년 마다 다시 재검사를 통해 합격 판정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정도의 기준은 임상현장에서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엄격한 기준이라 생각한다.문제는 제품의 신뢰성이 아니라 환자가 가정혈압을 잘 잴 수 있도록 교육하는 데 있다. 보통 가정혈압은 하루 2회 오전과 오후에 측정하는 것을 권한다. 오전은 기상 후 1시간 이내, 배뇨 후, 혈압약 복용 전, 아침 식사 전에 맞춰서 측정하고 오후는 주로 저녁 시간에 측정하되 취침 전 배뇨 후에 측정하는 걸 권고한다.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비슷한 환경에서 측정하고 혈압 측정 전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측정하며 음주, 흡연, 커피나 기타 카페인 섭취를 하지 않고 측정하도록 교육하는 게 필요하다. 다만 아직 충분히 정확도가 입증되지 않은 손목형 혈압계나 스마트워치 혈압계, 반지형 혈압계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은 가능하겠지만 고혈압의 진단이나 추적 관리하는 가정혈압 측정용으로는 적절하지 않으므로 권고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자가혈압 측정을 제대로 모니터링해서 의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면 24시간 활동혈압 측정에 못지 않은, 실제적이고도 중요한 혈압 진료의 바탕이 될 수 있다. 여기에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병을 관리하고 치료하겠다는 동반자적인 라포(rapport)가 필요하기도 하다. 건강 100세 시대를 이끌어가는 일차의료 의사들은 그 누구보다 이런 역할들을 잘 해왔고 앞으로도 그 역할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일차의료 현장에서 가정혈압의 활용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는가는 어쩌면 일차의료 현장에서 고혈압 진료를 하는데 있어 가장 큰 숙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숙제는, 일차의료의 모든 의료진들이 지금껏 그래왔듯이 잘 수행해 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25-11-03 05:30:00이슈칼럼

소아청소년 건강, 선언이 아닌 예산이 중요

[메디칼타임즈=경남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위원장 ]이재명 정부가 '소아청소년 비만 관리'를 국정과제로 제시했지만, 실제 실행력은 찾아볼 수 없다. 2026년 보건복지부 예산안 어디에도 관련 사업은 반영되지 않았고, 청소년 건강검진 예산조차 빠졌다. 구호는 요란했지만, 정책은 비어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소아청소년 비만은 단순한 체중 문제가 아니다. 이는 향후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출발점이며, 20~30대 젊은 연령층에서 이미 그 후폭풍이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기의 건강문제는 곧 미래 의료비 부담으로 직결된다. 지금의 무관심은 10년 후 국민건강보험 재정 파탄으로 돌아올 것이다.그럼에도 정부는 현행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현 체계는 사실상 기능하지 않는다. 청소년 건강검진은 형식적 절차로만 존재하고, 검진 이후의 관리 시스템은 부재하다. 검진을 통해 위험군이 확인되더라도 추적관리나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검진은 '결과 통보'로 끝나고, 데이터는 정책 설계에 활용되지 않는다.문제의 본질은 '데이터 부재'다. 국가 차원에서 소아청소년의 건강지표가 축적·분석되지 않으니, 정책은 감(感)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검진 체계는 단순히 항목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건강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관리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체질량지수(BMI), 혈당, 지질검사 같은 기본 지표 외에도, 식습관·운동습관·정신건강 요소를 함께 평가하는 통합형 검진 체계가 필요하다.그 다음은 관리 시스템이다. 비만이나 대사질환 위험군으로 분류된 청소년은 보건소, 학교, 1차 의료기관이 연계된 관리망 안에서 추적관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현 구조에서는 이들 기관이 따로 움직이며, 책임의 경계만 존재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예방의학이 성립할 수 없다.정책은 결국 예산이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계획을 발표해도, 예산이 없다면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소아청소년 비만 관리 예산이 빠진 것은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이나 노인 돌봄 정책은 논의되지만, 아이들의 건강 문제는 매번 뒤로 밀린다.윤석열 정부든 이재명 정부든, 아동·청소년 건강에 대한 근본적 관심은 부재하다. 정권은 바뀌어도 무관심은 그대로다. 의료 전문가 단체 또한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소아청소년 비만과 대사질환은 의료계가 나서야 할 공중보건의 핵심 과제임에도, 사회적 발언은 거의 없다. 전문가의 침묵은 결국 정책 공백을 정당화한다.소아청소년기의 건강은 미래 국가 경쟁력의 기초다. 건강한 청소년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고, 그것이 사회의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결정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며, 계획이 아니라 예산이다. 건강검진의 체계적 개편, 데이터 기반의 관리,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예산이 없다면, '비만 관리'라는 국정과제는 또 하나의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국가의 무관심은 결국 국민의 질병으로 되돌아온다. 지금의 방관은 미래의 의료위기다. 소아청소년 건강정책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국가가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 어떤 복지정책도 지속될 수 없다.
2025-10-27 05:00:00이슈칼럼

정치가 전문성을 삼키다:국정감사의 비극

[메디칼타임즈=경남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위원장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한 국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해, 국민을 위한 대의기관으로서의 국회는 그 기능을 상실하고 스스로 정치적 무덤을 팠다. 현재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민주주의적 통제나 정책 심의가 아닌, 오직 다음 선거의 유불리만을 따지는 정치 엘리트들의 권력 투쟁에 불과하다. 입법, 예산, 국정감사라는 헌법적 기능은 정적을 제거하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으며, 그 과정에서 국민의 삶은 철저히 소외된다.이러한 의회 기능의 마비를 가장 노골적으로 전시하는 장이 바로 국정감사다. 본질적으로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가장 강력한 견제 장치여야 할 국감은, 이제 정책의 실종과 막말의 향연이 펼쳐지는 '정치 쇼'가 되었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보건복지 분야의 감사는 그 퇴행이 극에 달했다.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 필수의료 붕괴,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와 같은 국가적 아젠다는 온데간데없다. 대신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거취를 문제 삼으며 정치적 공세를 퍼붓는 데 혈안이다. 이는 단순히 특정 인물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 보건의료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전문성과 중립성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행정의 정치화를 통해 국가 시스템을 사유화하려는 시도다. 이 두 기관은 고도의 전문성과 데이터 기반의 분석을 통해 수십만 의료기관과 5천만 국민의 건강보험 시스템을 관리하는 핵심 조직이다. 수장의 전문성과 정책적 연속성은 조직의 명운을 좌우한다. 이러한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처럼 취급하며 정치적 잣대로 흔드는 행위는, 결국 전체 보건의료 시스템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그 피해를 국민에게 전가하는 반사회적 행태와 다름없다.이러한 행태가 위험한 이유는 단발성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전문성을 갖춘 관료들이 정치적 희생양이 되는 선례를 남긴다. 이는 유능한 인재들이 공직을 기피하게 만들고, 관료 사회 전체를 정치권의 눈치만 보는 무기력한 집단으로 전락시킨다. 정책은 방향을 잃고 표류하며,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국가적 과제들은 해결 불가능의 영역으로 밀려난다.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라는 허울 뒤에 숨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지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은 지지 않는다. 정쟁으로 날을 새우고 민생을 파탄 내도 다음 선거에서 이기면 그만이라는 그들의 오만과 무책임이 오늘날의 국회를 만들었다. 이제는 이 무한 책임을 져야 할 주체들에게 그 대가를 요구해야 한다. 국민을 무시하고 시스템을 파괴하는 자들이 더 이상 국민의 대표 행세를 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침묵은 암묵적 동의가 될 뿐이다. 부패한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을 거두고, 주권자로서 국회에 대한 가장 엄중한 감사를 시작해야 할 때다.
2025-10-20 05:30:00이슈칼럼

전공의 복귀 잊지말아야 할 것

[메디칼타임즈=의료정책학교 장재영 교육연구처장 ]전공의 복귀 후 한 달, 우리에게 남은 의지가 있나. 자조적인 제목이기도 하다.인간 삶의 직선상에 가까이 붙어 일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보람이기도 하지만 큰 부담이기도 하다. 원칙은 건재하고 관용은 희미해져 가는 시대에, 어쩌면 전 세계적으로 전문 의료 인력이 부족(혹은 활용하지 못)한 것은 제도의 문제면서 동시에 마음의 문제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루하루가 부담이고 책임이다.일반적으로 한국에서의 수련은 하고 싶다는 마음과 의지의 문제라기 보단, 마치 중학교가 끝나면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학생들처럼 의무나 마땅한 책임에 가깝다. 우리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그 이유를 묻지 않듯, 해왔던 관성으로 전공의 과정에 들어왔던 것이다. 대단히 고된 수련과정과 부적절한 처우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 수도 있겠다.그래서 기존 수련제도에 대한 후향적인 평가는 더욱이 별 의미가 없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은 스스로의 과거를 미화하는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고 (지나고 보면 뭐든 도움이 되었다고 하지 않던가), 사회학적으로 보면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원리에 따라 결국 살아남은, 즉 그러한 수련제도에서 기막히게 적응한 일부의 이야기가 주로 들려오기 때문이다.인간의 역사 속에서 변화와 개혁의 시작은 한 쪽 극단(Extreme)에서 시작되었다. 극단의 반작용으로써 기존 헤게모니를 가운데로 끌고 오는 과정에 합리적인 제도가 태동한다. 때로는 그것이 과해져 또 다른 극단으로 가게 된다면 다시 반대 방향의 힘이 작용하였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큰 흐름 속에서 현재 수련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는 그중 아주 작은 조류라고 할 수 있겠다. 비정상의 정상화라기 보단, 어느 순간 극단에 가있던 관습과 제도를 가운데로 끌고 오는 과정에 가깝다.2015년 12월 전공의법의 제정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전공의 노조가 새로 만들어지고 전공의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도 그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다.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전공의법 시행 이후에도 전공의가 체감하는 수련환경 변화는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지켜지지 않았던 규칙, 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배열의 부재, 수평위 등 소통 구조의 문제에 대해 개인, 단위별 병원, 그리고 중앙 단체 모두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금번에도 별 성과가 없이 마무리된다면, 안타깝지만, 어쩌면 필자가 생각하는 것보단 우리의 수련제도가 그리 극단에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은 먼 길을 가야 할 테다.사실 우리에게 여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일도 의지 하나로 되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남은 의지를 쓰지 않는 것도 아까운 일이다.
2025-10-13 05:00:00이슈칼럼

백신은 과학이자 시스템이다

[메디칼타임즈=대한백신학회 마상혁 부회장 ]백신 접종은 단순한 주사 행위가 아니라, 면역학적 이해와 체계적인 관리가 결합된 복합적인 의료 행위다. 백신이 인체에 투여된 뒤 효과를 발휘하는 과정은 단순히 항체를 형성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항체뿐만 아니라 기억세포를 포함한 면역계 전반이 반응하며, 이후 병원체가 침입했을 때 빠르고 강력한 면역 방어를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백신의 작용 기전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접종을 시행하는 것은 단순한 절차상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의료 안전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의과대학에서는 백신의 원리와 기전을 교육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백신을 접종하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혼란이 발생한다. 이는 이론과 실무 간의 괴리에서 비롯된 문제로, 단순히 교육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접종 과정 전체에 대한 실질적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은 이론적으로 '면역 유도' 행위지만, 실제로는 환자의 상태 평가, 백신의 물리적 특성 관리, 이상 반응 대비 등 복합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고도의 의료 행위다.백신의 보관 관리 또한 간과할 수 없는 핵심 요소다. 대부분의 백신은 온도, 습도, 빛, 진동에 민감한 생물학적 제제이며, 일정한 온도 범위(보통 2~8℃)에서 보관되어야 한다. 단 한 번의 온도 이탈로도 백신의 효능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에, 24시간 온도 감시 체계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냉장 설비뿐 아니라 지속적인 온도 기록 장치, 경보 시스템, 전력 차단 대비 장비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의 보관은 단순한 관리 소홀을 넘어 백신 무효화로 이어질 수 있다.백신 관리에는 물리적 설비 외에도 인적 자원이 필수적이다. 백신의 입고, 보관, 폐기, 재고 관리 등 전 과정을 통제할 관리자가 있어야 하며, 각 백신의 특성에 따라 관리 기준을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 이런 관리 체계가 없는 상태에서 백신을 다루는 것은 의료행위로서의 기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다.접종 후 이상 반응에 대한 대응 체계 또한 매우 중요하다. 접종 후 나타나는 발열, 국소 통증, 알레르기 반응 등은 대부분 경미하지만,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중증 반응은 신속한 응급 처치가 요구된다. 따라서 접종이 이루어지는 공간에는 반드시 의료인이 상주해야 하며, 응급 장비와 약물이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백신 접종은 단순히 '예방 행위'가 아니라 '위험 행위'로 전락할 수 있다.최근 일부에서는 약국 내 백신 접종 허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우리나라의 의료 구조와 맞지 않는 접근이다. 외국의 경우 병원 접근성이 낮고 의료비용이 높아 약국 접종이 대안적 선택이 되었지만, 한국은 의료 접근성이 높고 예방접종 시스템이 이미 잘 구축되어 있다. 단순히 해외 사례를 근거로 동일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위험하다. 한국의 약국 환경은 백신의 보관 설비, 응급 대응 체계, 환자 문진 및 사후 관리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으며, 이런 조건에서는 안전한 접종이 불가능하다.백신 접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과 함께 전문 교육이 필수적이다. 백신의 종류별 특성, 보관 조건, 접종 기술, 이상 반응 대응 절차 등을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하며, 이는 단기 강의 수준이 아니라 실습과 모의훈련을 포함한 교육이어야 한다. 교육받은 인력만이 접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자격제도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백신 접종 공간 또한 새롭게 설계되어야 한다. 접종자는 사전 문진을 통해 접종 가능 여부를 평가받고, 접종 후 일정 시간 관찰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백신의 보관, 준비, 폐기를 위한 별도의 구역이 마련되어야 하며, 감염관리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기존 약국의 공간 구조와 인력 체계로는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백신 접종은 결코 단순한 주사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생물학적 제제의 안전성을 유지하고, 환자의 면역 반응을 예측하며, 이상 반응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종합적인 의료 행위다. 이를 단순화하거나 비용 절감의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백신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다.따라서 백신 접종 제도의 확장은 비용 효율성이나 편의성보다 의료 안전성과 전문성 확보를 우선시해야 한다. 교육, 인프라, 관리 체계가 모두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접종 확대는 결국 백신에 대한 신뢰 저하와 의료 시스템 전체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백신은 예방의학의 핵심이지만, 동시에 가장 정교한 관리가 필요한 분야다.결국, 백신 접종의 성공은 기술이나 제도 이전에 전문성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된다.
2025-10-10 09:33:30이슈칼럼

초고령사회 치매 돌봄 정책 이대로 좋은가?

[메디칼타임즈=손유범 요양보호사 ]치매는 창조주가 인간에게 준 가장 가혹한 질병으로 환자, 환자의 가족은 물론 사회에 미치는 나쁜 영향이 지대함이 분명하다.특히 2025년 9월 5일(금) 치매 예방 캠페인으로 '기억을 부탁해 두뇌 톡톡 퀴즈 쇼 세미나'를 주관한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은 물론, 강연해 주신 전문의님들께서 이구동성으로 현대의학으로서는 의료진, 환자 또는 그들 가족의 힘으로만 치료하거나 건강을 회복하기에는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질환이라고 한다.현대의학만으로는 극복이 어려운 질환은 확실하나, 해당 분야 일부 다른 전문의들께서 돌보미와의 긴밀한 협업, 요양보호사와 대상자 그리고 가족들의 협조를 통해 '치매로부터 건강 회복'이라는 성과를 이루어낸 사례를 통해 전문적인 돌봄의 중요성을 인정해 주신 전문의와 주치의 선생님들, 부모님의 증상을 실제 실감한 의사 선생님의 권고와 배려 그리고 지면을 기꺼이 허락해 준 기자분께 먼저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유럽, 서구 사회나 이웃 나라 일본에 비교하여 복지에 대해 뒤늦게 관심을 기울이게 된 우리 대한민국이지만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노인성 질환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제한받는 노인들을 위해 노인 복지의 방안으로 장기 요양 보험 제도가 시행된 지 어느새 17년이라는 많은 시간이 지났다.시행되기 전보다는 대상자들에 대해 하루에 3~4시간 정도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대상자를 돌보고 있으니 그 시간 동안에는 다소 마음의 안식을 가질 수 있는 대상자들의 가족들이 적지 않은 위안을 받아 정부 정책 중 문재인 정부 시절 대국민 여론조사에 상당히 잘한 정책으로 평가받았던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지금까지도 시행되고 있는 제도는 과연 미래 세대의 세수 부담, 나랏빚에 복지가 미치는 좋지 않은 영향, 현 정부의 실용적이고 생산적이며 국익 차원에 부합되는 미래를 지향할 노인 복지의 돌봄 정책인가? 반문해 보면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이며 노인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 지속되고 있음은 물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병세가 점점 나빠지게 하는 자동화되는 시스템'을 보면 안타까움이 그지없다.특히 우리 국민의 약 90%는 노인이 되어 걸리면 절대로 안 되는 병이 치매이고 치매로 인해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받는 현실을 우리는 치매 가족을 모시고 있었거나 현재도 모시면서 겪는 어려움을 어렴풋이나마 방송인, 연예인 등의 경험을 매스컴을 통해 간간이 접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치료 대책이 없어 진행성 질병으로 인식하여 결국에는 대부분 사랑하는 가족을 요양 시설로 보내거나 임종 시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광경을 보는 등 사실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어느새 치매 노인이 100만에 육박하는 현실에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 환자이며 80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47%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고 2024년도 치매 질환자의 관리 비용만 24.6조 원이나 투입되었으나 이를 통해 치매로부터 건강을 유지한 노인은 얼마며 건강을 회복한 노인은 얼마나 되는가 조사하면 비용 대 효과 면에서 거의 0%대에 머물지 않을까 생각하면 매몰 비용이 어마어마한 수치로 나타난다.돌봄을 하는 대부분 요양보호사는 치매 대상자에 대해 돌봄을 기피하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필자는 사회 복지사이면서 요양보호사로서 여러 좋은 제안을 받았지만 치매 질환을 앓고 있는 대상자의 건강 회복에 남다른 사명감으로 오로지 치매 질환자만 돌봄 일을 해 오면서 대상자들의 전문의들과의 유기적인 협업으로 '중등도 대상자들의 신체 건강은 물론 정신 건강, 심지어 인지 기능을 정상으로 또는 중증 환자를 경도 인지 장애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고 지금도 매진하고 있다.이를 뒷받침하는 해외 유사 사례로는 세계적 신경 전문의 미국의 데일 브래드슨 박사도 제가 대상자들에게 적용한 방법들과 유사하게 적용하여 5년 동안에 질환자 10명을 돌보아 9명을 정상적으로 인지 기능을 회복하여 가정으로 또는 직장으로 돌려보내는 쾌거를 이루었다고 그의 저서에 기술하고 있다.위의 회복 사례를 토대로 정부가 앞장서고 지자체가 힘을 보태어 일부분의 제도를 보완하며 의료진의 적극적이고 긴밀한 협업과 요양보호사를 보는 국민의 눈높이가 달라지고 지지하며 협조해 준다면 불치병, 난치병이라고 하는 치매 질환자의 건강 회복도 지금보다는 좀 더 쉽게 이루어지고 치매 가족들의 육체적, 경제적, 정신적 고통도 완화되어 갈 것으로 확신한다.치매 대상자를 돌보아 신체 및 정신 건강, 뇌 건강을 회복한다는 거는 일반적으로 치매 질환보다는 덜한 생활 습관성 질병이나 성인병으로 고생하는 노인분들의 건강 회복의 도움은 더욱 쉬이 이룰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이러한 것은 체험적 돌봄을 통해 얻은 결론이다.따라서 이제는 돌봄도 일반적인 돌봄, 기능적인 돌봄, 치매 대상자에게 도움을 주는 통합 돌봄으로 큰 틀에서 구분해야 하고 이를 통해 대상자에게 맞는 맞춤형 돌봄으로 발전해야 하며 이에 관련해서 제도적 보완과 필요하면 개선도 해야 할 것이다.노인 건강을 위한 복지의 큰 틀에서 가장 최우선으로 시급히 추진되어야 할 제도 보완은 요양보호사의 등급화로 '일반 요양보호사 → 전문 요양보호사 → 인지 중재(치매 전문) 요양보호사'로 여기에는 많은 의미를 갖는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오늘날 요양보호사의 수준이 나아졌다고 하나, 위 제도적 보완과 관련하여 코로나 전염이 심각했던 2022년 1월 전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이신 박건우 이사장께서 치매 질환자에 대한 돌봄에 있어 요양보호사의 자질 향상을 위해 교육 수준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진심 어린 고언이 있었음에도 그간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거나 간과하여 현 시점에서의 노인 건강의 삶의 질 향상에 있어 아쉬움이 크고 자성과 동시에 발전의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느낀다.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 아직도 늦지 않았다 정부가 우선하여 진솔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보다 심층 깊게 대상자들을 보살펴온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고 적용하면 서구 유럽, 일본과 비교하여 뒤늦게 복지에 관심을 가졌지만, 복지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으며 반드시 실용적이고 생산적인 노인 복지, 국익 증대를 위한 복지를 실현할 수 있으며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K-노인 복지, K-돌봄을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것이다.많은 치매 질환자들의 건강 회복을 위해 갈 길이 멀지만, 관계관들은 물론 단체, 전문가 간의 유기적이고 긴밀한 협의를 통해 체계화하고 구체화하여 계획하고 수립하여 시행할 사항들을 차근차근 이행해 간다면 타 분야의 복지에도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국익 중심의 복지 선진국의 꿈'을 이루는 데 거대한 초석을 놓게 될 것이다.
2025-10-07 09:09:43이슈칼럼

선을 넘어서

[메디칼타임즈=가정의학과의사회 문정해 이사 ]저는 성선설(性線說)을 믿습니다. 이중나선형 구조의 DNA를 가진 인간은 본성에 따라 선(line)을 긋고 때로 그 선을 넘어섭니다. 선율을 즐기듯 선 위에서 묘한 긴장관계를 즐기기도 하고, 과감히 선을 지워 보는 일탈을 시도하였다가 대내외적인 압력에 직면하여 결국 지웠던 그 선 자국 그대로 복원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영유아 시기에는 부모나 보호자가 그어 놓은 선을 이리저리 넘나들며 짜릿함을 만끽하기도 합니다. 어린이집에서 집과는 다른 선의 범위와 의미에 다소 놀라다가, 이번엔 친구들이 저마다 긋는 선의 다양성과 가변성에 더욱 놀라지만 곧 놀라운 창의성으로 융화를 배웁니다. 이러한 능력을 전문 용어로는 '눈치'라 합니다.인생의 축소판인 스포츠에서도 선(line)은 중요합니다.축구에서 수비 라인을 올리면 실점할 위험은 높아지지만, 그제야 비로소 좁은 공간에서 상대와 경합하며 오프사이드 없이 라인을 기가 막히게 타고 넘는 창의력이 발휘됩니다.농구에서 스몰-라인업을 들고 나오는 팀은, 강력한 센터를 둔 팀에 고전할 수는 있어도, 빨라진 공격의 속도와 현란한 패스워크가 경기에 색다른 묘미를 제공해 줍니다.야구, 배구, 테니스, 양궁 등 눈에 보이는 선이 존재하는 스포츠에서는 물론이고, 골프처럼 눈에 보이는 선이 없는 경기에서도, 적정한 선을 지키는 것은 거의 예술의 경지로 요청됩니다.부정적인 선(line) 또한 존재합니다. 우리 한국인은 분단된 조국의 휴전선 하나로도 가슴 아픈데, 각종 미묘한 선(line)이 지역과 계층을 나누고 이제는 소위 '인싸'(insider)와 '아싸'(outsider)를 구분하여 인간소외를 조장하기도 합니다.의학에서도 부정적인 선(line)이 난무합니다. 과학이 '비과학적'인 종교의 자리를 완전히 대체하였다고 섣불리 단정 짓는 것은, 종교를 맹신한 나머지 과학을 '형이하학'이라 평가절하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어떤 돌봄이나 치료는 환자의 장기 생존율(Survival Rate) 향상에 미치는 영향이 구체적으로 계량화되지 못하여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QOL)에 유익이 있다면 그 의미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료인은 눈에 보이지 않아 계량화될 수 없는 것들에 오히려 더 주목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만일 모두가 빠르고 강력한 치료만을 원하게 되면, 환자에 대한 돌봄이나 배려가 없는 채로, 항생제 및 스테로이드 남용이나 과잉 진료 등의 오프사이드만 반복될지도 모릅니다. 예수회 사제로 평생을 발달 장애우와 함께하며 섬긴 헨리 나우웬도 '돌봄의 영성'이라는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돌봄이 없고 치료만 있으면 신속한 변화에 집착하게 되고 그러면 조급해져 서로의 짐을 나눌 수 없으며, 그럴 마음도 없어집니다"코로나 시대에도 대형병원 집중 현상은 여전하다고 합니다. 동네 병원 입장에서는 감소하는 환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무리해서 빠른 치료에만 집중하게 될 유인이 있습니다. 수익이 나지 않는 통합적인 전인 치료와 돌봄은 사라지고, 단기 치료에만 급급하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의료 영역에서의 선이 잘 조정되기를 기대합니다.현명하신 환자들이 빠른 치료 결과보다 진정한 돌봄이 있는 병원을 긴 호흡으로 선택하고 계신 현상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이제 각 지역의 주치의들이 비록 스몰 라인업일지라도, 라인을 올리고, 오프사이드 없이, 삶과 죽음의 묘한 긴장관계 속에서 환자와 가족의 존엄성과 삶의 질을 지키는 데 소명의식을 가지고 더욱 최선을 다하여 섬길 때, 모두가 함께 비로소 선(線)을 넘어서 선(善)을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 선(線)은 태생적으로 점과 점을 이어주는 데서 시작하여, 면과 입체를 넘어, 새로운 차원을 경험하게 하여 주는 데 그 존재의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2025-09-29 05:00:00이슈칼럼

주치의제, 해법인가 붕괴 촉매제인가

[메디칼타임즈=이비인후과의사회 김준희 부회장 ]정부는 대통령 공약과 국회 논의를 바탕으로 '전 국민 주치의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일단 제주도를 시작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내년에는 30개 의료기관을 선정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표면적으로는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의료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을 고려할 때 주치의제는 의료체계 회복의 해법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붕괴를 촉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우리나라의 1차 의료는 서구의 일반의(GP) 제도와 달리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국민들이 전문의 진료를 선호해온 문화적 요인과, 저수가 구조 속에서 개원의들이 생존을 위해 전문 진료를 유지해온 구조적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2025년 2분기 기준 1차 의료를 담당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5만 6236명이며, 그중 전문의가 4만 8293명으로 전문의 비율은 86%에 달하고 있다. 이 중에서 주치의제도 도입 시 일차적으로 주치의를 담당하게 될 가정의학과(5111명)와 내과(8727명) 전문의 수는 1만 3838명으로 전체 의원급 전문의 수에 29%에 불과하다.실제로는 해당 전문과 진료 대신 피부 미용이나 성형 등 비급여 의료에 종사하는 전문의가 상당수 있어, 실질적으로 주치의를 담당할 수 있는 의사 수는 더욱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전체 3만 6685개의 의원급 의료기관 중 가정의학과 의원 868개소, 내과 의원 5636개소로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 중 가정의학과 및 내과 의원은 18%에 불과하다.이런 상황에서 주치의제를 도입한다면 주치의를 담당하게 될 의원에서는 과도한 업무량으로 1차 의료는 더욱 혼란해질 것이 예상되며, 기존 1차 의료를 담당하던 나머지 70% 전문과 의원의 역할 혼선이 초래될 것이고 1차 의료기관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공공의료 인프라의 부족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 비율은 약 5.2%에 불과하고, 공공병상 비율도 9.5%에 머물러 있다. OECD 주요국의 공공병상 비율이 대체로 60~80%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극히 낮은 수준이다.이런 상태에서 내과·가정의학과 의원에게 주치의 역할을 기대한다면, 이들에게 추가적인 관리·행정 업무, 예방 관리, 만성질환 추적 등의 업무가 요구되나, 현재의 진료 수가와 인력, 진료 환경으로는 매우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결국 주치의제라는 새로운 제도는 공공부문이 아닌 민간 개원의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필수 의료 공백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과 충돌한다.의사 수급과 진료 구조 역시 심각한 불균형을 보인다.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2023년 기준 약 2.6명으로 OECD 평균(3.7명)에 미치지 못하며, 서울은 인구 1000명당 4.7명인 반면 일부 농어촌 지역은 2명 남짓에 불과하다.내과 전문의 수만 비교해봐도 인구 10만 명당 평균 13.28명 수준이지만, 서울은 약 26명, 반면 경북·충남·충북·세종 등의 지역은 7~10명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격차 속에서 주치의제를 시행하면 지역 간 의료 접근성 차이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또한 외래 방문 횟수 및 환자 부담도 고려되어야 한다. 한국인의 연간 외래 의사 방문 횟수는 OECD 평균(약 6~7회)을 두 배 이상 상회하는 15~18회 수준이라는 보고가 있으며, 의료비 중 환자 직접 부담 비중은 약 29%로 OECD 평균의 약 18%보다 높다. 만성질환 관리, 예방 의료, 건강 검진, 추적 관리 등 주치의제의 핵심 과제가 많아지면 이러한 외래 진료량과 환자 부담 구조가 주체들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주치의제가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된 사례들은 공공의료의 강한 토대, 정부의 재정 지원, 1차 의료 수가의 충분한 보장 등이 전제였다. 영국 NHS나 독일의 사례처럼 정부가 환자당 관리료(capitation)를 지급하고, 의료 전달체계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반면 우리는 민간 중심 의료체계에 공공 투자가 미비하고, 환자 직접 부담 비율이 높은 상태에서 제도만 도입하려 한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가 명확하다 할 것이다.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주치의제가 의료 전달체계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의료 전달체계가 무너진 이유는 주치의가 없어서가 아니라, 저 수가로 인한 왜곡된 진료 구조, 공공의료 인프라의 부족, 필수 의료 기피와 인력 불균형, 수도권 집중과 지역 의료 공백 때문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주치의제라는 제도적 틀만 도입한다면, 지금 간신히 유지되는 의료시스템은 더 빠르게 붕괴할 수 있다.주치의제가 국민을 위한 제도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속도전이 아니라 현실적 준비와 사회적 합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특히 충분한 재정 지원, 공공의료 확충, 합리적 수가 조정, 의료진과의 신뢰 회복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주치의제는 의료 개혁이 아니라 의료 붕괴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25-09-22 05:00:00이슈칼럼

전공의 노조, '노동'만으로 해석 안 되는 현실

[메디칼타임즈=경남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위원장 ]대한전공의노동조합의 출범이 언론과 시민사회로부터 ‘노동권 보장’이라는 프레임으로 환영받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반가움 속에는 놓치고 있는 맹점이 하나 있다. 전공의는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전공의는 환자를 진료하고 병원에서 일하지만, 동시에 의사로 성장하는 피교육생이다. 이중적 지위를 전제하지 않은 채 그들을 '노동자'라는 단일한 신분으로 규정짓는 것은 현실의 본질을 외면하는 일이다.의학 수련 과정은 단순히 병원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도전문의와의 관계 안에서 임상적 기술을 체화하고 의사로서의 판단력을 길러나가는 시간이다. 이 사제 관계는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이다. 물론 과거 전공의를 단순 심부름꾼처럼 취급하던 불합리한 수련 환경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조차 '노동 조건 개선'이라는 일차원적 슬로건에 매몰되어선 안 된다. 수련 과정은 노동이기도 하지만 교육이다. 그 경계가 모호한 현실에서, 이를 명확히 나누지 않고 진행되는 교섭과 파업 논의는 본질을 흐릴 위험이 크다.대표적인 예로 전공의의 환자 진료 행위가 있다. 진료는 노동인가, 교육인가. 감기 환자에게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처방하거나, 수술실에 수십 번 들어갔음에도 기본적인 술기가 부족한 전공의가 배출되는 현실을 봤을 때, 지금의 수련 시스템은 단순히 '노동 착취'라는 말로 설명될 수 없다. 교육의 내용과 질, 지도전문의의 책임, 병원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구조적 성찰 없이 노동시간만을 줄인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질 리 없다.더 근본적인 문제는 해법을 제시하는 주체가 누구냐는 데 있다. 의료 수련은 고도로 전문화된 영역이다. 수련 과정의 설계, 평가, 개선 모두가 의료 내부의 전문성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기사에서는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강조하며 이를 마치 만능의 해결책인 양 제시한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수련 교육의 구조와 내용, 환자 안전의 기준, 의료 기술 습득 과정에 대해 구체적인 전문성을 갖고 있는가. 연대는 선언이 아니다. 명확한 이해와 실천 가능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전공의노조가 의료계를 뒤흔들 집단행동의 시작점이 될지, 혹은 지속가능한 수련환경 개선의 동력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지금처럼 이들의 특수성과 복합성을 배제한 채 단순한 노동문제처럼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노동권 보장의 명분 아래 교육-노동의 경계 문제, 수련의 질적 재설계, 지도전문의의 역할 강화 등 훨씬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논의가 필요하다.노조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전공의노조가 단순한 쟁의 단체로 머물지 않기 위해선, 스스로도 전공의라는 존재가 지닌 복합성과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 노동의 언어만으로는 수련의 현실을 말할 수 없다. 이중적 지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가능한 개혁을 설계할 때 비로소 이들의 목소리가 공허한 외침이 아닌, 실질적 대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2025-09-18 16:54:06이슈칼럼

검찰청 폐지 이후, 의료소송 폭풍 몰려온다

[메디칼타임즈=손문호 원장 ]검찰청 폐지 논의가 현실화되면서, 약 2000명에 이르는 검사 중 최소 1500명 이상이 변호사 개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공무원연금 수령 요건(20년)을 채운 다수의 수사관들도 변호사 사무소로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이들이 기존의 형사사건뿐 아니라 민사사건, 특히 의료소송과 실손보험 소송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된다면 의료현장은 새로운 법적 파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이미 의료소송은 소가(訴價)가 해마다 상승하는 추세다. 대형 사건은 수십억 원대에 이르며, 실손보험 관련 분쟁 역시 환자·보험사·의료기관 간의 갈등이 첨예하다. 여기에 검사·수사관 출신 법조인들이 수사 경험과 문서 분석 능력을 무기로 대거 진입한다면 의료계는 더욱 불리한 환경에 놓일 수 있다.특히 우려되는 지점은 필수의료 분야다. 산과, 소아청소년과, 외상, 응급의학 등은 이미 소송 위험 때문에 전공의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 만약 법률 리스크가 더욱 커진다면 젊은 의사들의 발길은 더욱 줄어들고, 결국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이제 의료계는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첫째, 의료분쟁 전문 변호사 그룹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해 의료인의 방어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둘째, 보험사와의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 합리적 심사·보상 체계를 확립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소송이 의료현장을 잠식하게 된다.셋째, '국가 책임의 의료사고 보상제도(No-fault compensation system)'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는 개인 의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사회적 안전망 안에서 의료사고를 처리하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검찰 개혁이 법조계의 새로운 판을 짜는 동시에, 의료현장의 분쟁 구조를 송두리째 바꾸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의료계는 더 이상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필수의료를 지키고, 의료인의 권익을 보호하며, 국민의 건강권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2025-09-15 05:00:00이슈칼럼

전공의 노조, 권리 주장 그 너머의 품격

[메디칼타임즈=경남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위원장 ]의사도 노동자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이 명제를 꺼내면 여전히 찬반이 극명히 갈린다. 전공의들이 노조를 결성했다는 소식에도 비슷한 반응이 따라붙는다. "의사가 무슨 노조냐"는 반문이 그 대표적이다. 어쩌면 '노조'라는 단어에 얹힌 고정관념이 작동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가 극단적 구호를 외치는 이미지 말이다. 하지만 이례적이라 여겨질 뿐, 전공의 노조는 제도적으로도 정당하고 현실적으로도 필요하다. 다만 그 형식과 태도는 의사라는 전문직의 무게만큼 숙고되어야 한다.전공의의 노동 환경은 오랜 시간 구조적 한계에 놓여 있었다. 열악한 수련 환경과 잦은 야간 당직, 수직적인 의사결정 구조, 피드백조차 불투명한 평가 방식. 여기에 각 과별 편차는 극심하다.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병원에 있으나 정작 본인의 목소리는 바깥에 닿지 못하는 처지다. 목소리를 조직화하고 교섭력을 갖추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환자의 생명과 연결된 고도의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자기 권리에조차 침묵해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비정상이다.그러나 전공의는 의료인이자 동시에 피교육자라는 이중적 신분에 놓여 있다. 단지 '고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만이 아니라, 전문성을 계승하는 교육대상이라는 정체성도 함께 지닌다. 이 교육을 책임지는 이들은 바로 '지도전문의'다.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하며 병원의 책임을 지는 일만으로도 벅찬 이들이, 추가로 교육의 책임까지 지고 있다. 환자 치료와 수련 교육을 동시에 감당하면서도, 이들의 노동은 종종 제도적 인정조차 받지 못한다. 병원의 인력 부족이 구조화되면서 많은 지도전문의들은 사실상 '교육노동'을 자비로, 혹은 사명감으로 감내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권리 주장이 타당하다면, 지도전문의들의 책임과 노고에 대해서도 정당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지도전문의는 단순한 관리자나 고용주가 아니다. 그들 역시 긴 시간 수련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선 이들이다. 그 역시 수련체계의 산물이며, 의료 생태계를 유지하는 마지막 고리이기도 하다. 전공의는 당연히 부당한 현실에 맞서야 하지만, 그 목소리 안에는 적어도 이해의 시선과 존중의 태도가 담겨야 한다. 지난 의정 갈등에서 터져 나온 '스승은 중간착취자'라는 표현은 분명 과했고, '스승이라는 자'라는 말은 불필요한 반목을 키웠다. 그렇다고 그 말들이 공허한 외침은 아니었다. 그 뒤에는 오래도록 방치된 거리감과 단절의 실체가 있었기 때문이다.지금 의료계에 필요한 건, 다시 손을 내미는 일이다. 스승과 선배들이 먼저 제자들의 언어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그들이 왜 그렇게까지 말할 수밖에 없었는 지를 고민해야 한다. 동시에 전공의들 또한 지도전문의들의 무게와 입장을 다시 성찰할 필요가 있다. 전공의 수련제도는 누군가의 헌신을 전제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전공의만큼이나, 지도전문의 역시 제 역할에 걸맞은 대우와 권한, 보호가 필요하다.노조는 권리를 위한 장치일 뿐만 아니라, 조직의 품격을 드러내는 수단이기도 하다. 전공의 노조는 단지 전공의만을 위한 기구가 아니라 앞으로 의료계가 어떤 태도로 사회와 마주할지를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권리 주장이 곧 사회적 메시지가 되는 자리에서 '어떻게 말할 것인가'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 못지않게 중요하다.의사는 직능인이자 전문가다. 전문가에게는 전문성만큼의 책임이 요구된다.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건 바로 그 책임의 자세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헌신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자기 권리를 말하는 자리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이것이야말로 전문가 집단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유지하는 방식이다.
2025-09-12 14:03:13이슈칼럼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메디칼타임즈=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 ]전공의들이 수련 현장으로 복귀하고 있다. 지난 의정 갈등은 승자 없이 끝났다. 의료계 전체가 깊은 상처를 입었고, 국민의 신뢰는 추락했다. 특히 본과 4학년과 24학번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자였다. 교수, 개원의, 전공의, 의대생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세대별·직역별 갈등이 심화했고, 그 결과 ‘존경받는 의사’의 이미지는 무너지고 '이익만 좇는 집단'이라는 오해가 남았다. 우리는 이 쓰라린 교훈 앞에서 다시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자문해야 한다.가장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정책의 방향이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등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간에 필수 의료 공백을 해결할 수 없는 방안이다. 지금 준비를 시작해도 공공의사가 배출되기까지 최소 15년이 걸리고, 그 시점에는 오히려 의사 과잉이 예상된다. 문제의 본질은 의사 수가 아니라 배치다. 수련 정원, 보상, 정주 여건이 함께 설계되지 않으면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저수가 구조가 근본적 원인이다. 불합리한 수가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어떤 제도도 성공할 수 없다. 정부가 수십 년간 이행하지 않은 건강보험법상 국고지원 의무만 충실히 지켜도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 문제 해결에 큰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강화와 같은 법적 안전망 구축도 절실하다. 의사가 환자를 위해 최선의 진료를 다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의료계 내부의 분열이다. 과거 스승과 제자, 선후배로 이어지던 끈끈한 연대가 이번 사태로 크게 흔들렸다. 정부의 압박이 강해질수록 의료계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 교수, 개원의, 전공의, 의대생 모두가 ‘동료’라는 정체성을 되찾아야 한다. 젊은 의사들과의 온라인 타운홀 미팅, 정책 결정 구조에서의 청년 쿼터 확대 등 세대 간 소통의 다리를 다시 세워야 한다.정부와 의료계의 신뢰 회복은 무엇보다 소통에 달려 있다. 일방적 추진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대화 구조가 필요하다. 보건복지부뿐 아니라 교육부, 기재부, 국방부가 함께하는 거버넌스를 마련하고, 데이터 기반 인력 추계와 교육·수련 복원, 필수 의료 보상, 법적 안전망을 결합한 ‘패키지 접근’이 요구된다.이번 사태는 단순한 집단 행동이 아니라 왜곡된 정책과 '의사 악마화'에 맞선 정당한 저항이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과거의 갈등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수련 정상화, 필수 의료 회복, 국민 신뢰 회복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다. 환자 곁에서 땀 흘리는 의사들의 목소리가 존중될 때 비로소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과 함께하는 의료, 존경받는 의사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서울시의사회는 이를 위해 앞장설 것이다.
2025-09-08 05:00:00이슈칼럼

초고령사회 의료의 역할은 무엇인가?

[메디칼타임즈=가정의학과의사회 한민규 이사 ]2025년 현재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에 육박하며,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많은 가정에서 이미 체감하는 현실이다.필자의 부모님도 연로하시다 보니 예기치 못하게 혹은 예정된 일정으로 병원을 방문하셔야 하는 경우가 잦고, 이제는 홀로 병원을 찾으시는 것이 불가능하다. 가족이나 요양보호사가 반드시 동행해야 하고, 병원까지 모시고 가는 일, 진료실에서 어려운 의학 정보를 이해하고 기록하는 일, 검사실과 약국을 오가는 복잡한 동선을 함께하는 일, 모든 것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의료진의 중요한 설명이 누락되거나, 다음 번 동행자가 달라질 경우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기는 위험도 크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기는 비효율과 기회비용은 차치하더라도, 결국 환자의 치료 결과나 안전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다.이런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긴다. 현재와 같은 의료기관 중심의 외래·입원 구조가 과연 고령 환자에게 적절한가? 노쇠가 진행된 환자들이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한 구조가 아닌가? 고령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환자의 저하된 기능에 맞추어 의료가 집으로, 생활공간으로 찾아가는 변화일 것이다.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맞이한 일본과 대만은 어떤 해법을 모색했을까? 일본은 2013년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구축하여 재택의료를 제도화했고, 2025년 현재 1차 목표를 마무리하며 2040년 계획을 수립 중이다. 재택 진료 이용자 중 95%가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로, 의료와 돌봄의 통합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대만은 1995년부터 재택의료 계획을 추진했고, 2016년 이를 공식화했다. 환자 집을 중심으로 왕진과 간호, 24시간 전화 상담, 호스피스 돌봄까지 통합 제공하는 체계를 갖췄다. 특히 여러 직군으로 조합된 팀이 환자의 10km 생활권 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해 병원 중심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다.물론 두 나라 모두 인력 부족과 재정 압박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우리보다 한발 앞서 구체적 제도를 마련해 실행하고 있다는 점, 해결책으로 내놓은 정책 방향이 유사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우리나라는 방문 진료와 왕진 제도를 시범사업으로 운영 중이지만, 여전히 제도적 미비와 낮은 수가, 환자와 의료기관 간 연결 고리 부족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돌봄통합지원법'이 지역사회 돌봄의 제도적 기반이 될 전망이지만, 재정과 인프라 부족이라는 구조적 난관은 여전하다.여기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웨어러블,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 연속 혈당 측정기(CGM) 등의 바이오센서를 활용하면, 의사·간호사·가족이 동일한 데이터를 공유하며 환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는 돌봄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 또한 최근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반의 어시스턴트 기능을 활용하면 인력 부족 문제를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다.재택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 확산을 위해 다음의 세 가지 과제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1. 현실적 수가 체계 마련 –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통합 관리에 대하여 충분히 보상하는 구조.2. 지역 기반 디지털 인프라 강화 – 의사회와 지자체 주도의 환자-의료기관 연계 지역 디지털 플랫폼 구축.3. 디지털 헬스케어 통합 – 경쟁력 있는 공공/민간 솔루션을 보험제도 안에 편입하고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 표준화.초고령사회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다. 의료기관 중심 구조로는 고령 환자의 특수한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 필자가 직접 겪는 부모님 돌봄의 사례처럼, 많은 가정이 이미 같은 어려움을 감당하고 있다. 일본과 대만의 경험이 보여주듯, 재택의료와 방문 진료, 그리고 디지털 헬스케어의 접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불가피한 국가적 과제이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의료계, 지역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 대안을 실행해야 할 때이다.
2025-09-01 05:00:00이슈칼럼

의사가 본 '문신사법' 무엇이 문제인가

[메디칼타임즈=서울시의사회 이재만 정책이사 ]지난 8월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가 비의료인의 문신 및 반영구화장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을 졸속 처리한 데 대해 의료전문가로서 깊은 우려를 표하며, 해당 법안의 즉각적인 철회하길 바란다. 문신사법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은 그 자체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국민보건과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뜻하지 않은 파장을 가지고 올 것이 명약관화 하다.단순한 '직업 인정이나 고용 창출'의 문제가 아니며, 국민 여러분의 건강과 안전이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다. 법적으로도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로 '의료인이 아닌 사람'도 문신 시술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하자는 법안은 어불성설에 지나지 않는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역시 문신 시술이 '보건위생상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명백한 의료행위'임을 여러 차례 판시하였으며, 그 위험성만으로도 비의료인의 시술을 금지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더불어, 문신 시술, 단순한 예술이 아니다. 문신과 반영구화장은 피부를 뚫고 진피층에 염료를 주입하는‘침습적 의료행위로, 문신행위는 사람의 피부를 침습하여 체내에 영구적인 색소를 주입하는 본질적으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침습적 시술은 단순한 미용 차원을 넘어 감염, 알레르기, 육아종, 흉터, 쇼크, 염증, 중금속 축적 등 심각한 부작용을 수반한다. 그럼에도 응급 상황에 대한 전문 의료 대응이 불가능한 비의료인에게 이를 허용하는 것은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하는 무책임한 입법이다. 문신은 시술 후 쉽게 제거되지 않고, 제거를 위해서는 긴 치료 기간, 상당한 통증, 고액의 비용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문신의 대중화는 호기심이나 유행에 따라 미성년자들의 충동적 시술을 부추겨 교육 및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더구나 문신사에 대한 면허체계, 교육 기준, 감염 예방 체계는 물론 문신사 인원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제도를 성급하게 허용한다면, 의료법뿐만 아니라 약사법, 의료기사법 등 보건의료 전반의 법체계와 충돌함과 동시에 의료전문성에 기반한 현행 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문신사법은 매우 설익은 법안으로 ▲'문신 행위'의 정의 및 범위 명확화 ▲사용 염료의 안전성 확보 전문의약품에 대한 엄격한 관리 안전관리 기준 설정 및 지속적인 안전관리방안 마련 ▲의사의 의료행위가 오히려 불법이 되는 역설 문제 해결 ▲문신 남용 억제방안 마련 한의사 등 문신행위 규제 등의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이 법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의료행위의 정의와 범위가 사실상 훼손되어 향후 다른 침습적이고 위험성 있는 시술들에 대해서도 유사 입법이 잇따를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의료체계의 붕괴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2025-08-25 05:00:00이슈칼럼

의대생·전공의 복귀, 무엇을 할 것인가

[메디칼타임즈=길병원 엄중식 교수(감염내과) ]복귀한 의학과 3학년을 대상으로 임상실습 오리엔테이션이 열렸고 감염내과 임상 실습에 대한 소개를 하였다. 학생의 맑은 눈길을 마주하니 마음이 설레고 반가웠다. 그러나 40% 가까운 학생이 입대와 다른 이유로 복귀를 못해 비어 있는 자리만큼 허전하였고 미안하였다.의대 학생과 전공의의 복귀를 누군가는 특권이라 하고 누군가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은 구치소에서 버티는 전임 대통령이 결정하고 영혼 없는 공권력이 폭압적으로 시행한 정책에 저항한 젊은이들의 복귀를 특혜를 받는 것이고 그들로 인해 피해를 본 환자가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학생과 전공의를 가르쳐야 하는 이들까지 사과를 요구하니 세상에 이런 몽니가 없다. 말리는 사람 없이 두들겨 맞은 자에게 너의 품행에 문제가 있어서 맞을 만 했다라고 책임을 떠넘긴다. 부끄럽지 않은가...어렵게 의대 학생이 복귀를 하였고 전공의 복귀도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있었던 내부 갈등이 쉽게 정리되지 않을 것이고 수업 일정이나 수련 과정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도 어려운 일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무도한 의대정원 증원정책으로 파괴된 교육수련환경은 반영구적인 손상을 입어 장기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나간 시간에 대한 갈등과 논쟁은 가급적 빨리 마무리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에 집중해야 한다.복귀하는 의대 학생과 전공의의 심리적인 위축과 고민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학교와 수련기관에 마련되어야 한다. 현장에서 버티고 있는 지도 교수들의 헌신이 이제 더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후학을 위해 아낌없이 남은 힘을 써야 할 때가 되었다. 더 이상 중간 착취자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는 없다. 지금 복귀한 학생과 전공의가 우리의 미래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될 것 같다. 다만, 어렵게 복귀한 학생과 전공의에 대하여 교육 수련 과정이 양적으로 줄어들고 질적으로 약화되는 타협은 경계하고 거부해야 할 것이다. 학생과 전공의도 복귀 후 심신의 편리를 우선하지 말고 각자의 역량을 쌓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단체는 다시 학생과 전공의가 작금의 상황에 놓이지 않게 반성하고 각성해야 한다.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의 활동에 주시하면서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되도록 정치 사회적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전방위적인 활동을 통하여 다시 비현실적이며 근거 없는 정책이 결정되어 시행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한다.1년 6개월이 넘도록 의료계가 받은 피해를 어떻게 복구할 수 있을지 감도 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손 놓고 기다리면 다른 누가 해결해 줄 수도 없는 일이기에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보자 그리고 지치지 말고 노력해 보자는 말을 건네어 본다.
2025-08-18 05:00:00이슈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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