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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 붕괴의 서막

[메디칼타임즈=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2024년 7월 15일은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현장 복귀냐 사직이냐 결정하라는 최종시한으로 정한 날이었다. 모두가 전공의들의 반응에 촉각을 세우던 그때 정작 응급의학과의 내부 커뮤니티들은 그 일이 아닌 다른 문제로 시끄러웠다.이는 의사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한 지방의 모 대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응급의학과 스텝들이 병원 경영진과의 갈등으로 단체로 사직하였으며, 이에 동조하는 계열 다른 병원의 스텝들도 사직서를 제출한다는 소식이었다.돌이켜 생각해보면 특정 병원에서 경영진들과 소속과의 갈등으로 전문의들이 일시에 사퇴하는 일종의 '폭파'를 경험한 병원들은 간혹 있었다. 원인은 다양했고, 그 봉합의 과정도 매번 달랐지만, 이번 상황처럼 응급실이 그것도 권역응급의료센터가 문을 닫게 되는 초유의 사태는 최소한 이전까지는 한 번도 없었다.외부로 드러난 원인은 경영진과의 갈등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지난 5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버텨오던 응급실들이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이는 비단 그 병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이미 한계를 넘어선 수많은 병원의 '대량폭파'가 눈앞에 다가와 있다. 군의관을 투입해도 소용없고, 비상대책을 들이밀어도 소용없는 이른바 응급의료 붕괴의 서막이다.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응급환자의 최종치료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지역의 최종병원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래서 지역의 가장 상급의료기관 또는 수련병원이 맡아서 운영해 왔고, 타 병원에서 치료가 어려운 중증환자들과 지역에서 발생한 어려운 환자들도 수용해 왔다.그 많은 일들을 충분한 전문의 충원으로 감당했던 것이 아니라 값싼 전공의들을 내세워 때워왔던 것이다.그래서 전공의들이 떠나간 후 별도의 충원 없이 남아있는 전문의만으로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해 왔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거기에다가 최종치료능력의 저하로 업무 자체는 더욱 힘들어지고, 병원의 수익성 악화로 신규채용 또한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의 고리로 접어들고 있다.막상 구하려고 해도 구할 사람이 없다. 최소 1~2년, 최대 10년간 신규 유입되는 응급의학 전문의가 없다고 가정하면 지금 나와 있는 다른 병원 전문의들을 돌려쓸 수밖에 없는데, 누군가를 데려오면 그 병원이 비어버리게 된다.지역의 의료는 더욱 황폐해져 가고 있고, 법적 위험성이 증가하며 더 많은 전문의가 응급의료현장을 포기하고 떠나가고 있다.내부적으로는 많은 응급실이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조만간 수많은 지역의 거점병원들이 응급실의 운영을 포기하는 더 큰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른바 응급의료의 붕괴이며, 어제의 일은 그 일을 알리는 서막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이미 몇 개의 병원들은 응급의학 전문의 부재를 다른 과 전문의, 심지어 병원장까지도 응급실 전담의사로 배치시키는 등의 일종의 '응틀막'을 시도하고 있으며, 그나마 이렇게 틀어막는 병원은 그래도 응급실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번 사태처럼 다른 과 스텝들도 응급실 근무를 거부한다면 앞으로 문을 닫는 응급센터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올바른 의료개혁과 응급의료체계 개선은 이미 우리가 먼저 주장했던 것들이다. 이러다가 다 망할 거라고 지난 세월 수없이 많이 주장했고 요구했던 지원과 개선책들은 하나도 제대로 수행한 것이 없으면서, 응급의료의 위기를 본인들 입으로 말하는 것은 참으로 뻔뻔하고 무책임한 책임 방기인 것이다.뚜벅뚜벅 걸어가는 길이 잘못된 방향이라면 지금이라도 멈춰서는 것이 피해를 그나마 최소화하는 길이다. 국민만 바라보겠다면 지금이라도 응급의료를 붕괴시키는 잘못된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볼 것이 아니라 의료의 전문가인 우리 의사들도 함께 바라보고 귀를 열어야 할 것이다.이번 사태를 통해서 우리는 정부와 복지부의 장기계획의 부재, 위기관리 능력의 부재와 권력자의 한마디에 좌지우지하는 비합리적인 운영방식을 지속적으로 목도하였고, 안타깝지만 이 일을 해결할 능력 자체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게 되었다.젊은 의사들은 지난 2020년과 이번 사태를 통하여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정치적인 학습과 각성을 이뤘으며, 이제는 앞으로 절대 정부의 사탕발림 거짓말에 더 이상 속아주지 않을 것이다.의료체계를 앞으로 조금이나마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이 소모될 것이며 그렇다고 해도 이전만큼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응급의료의 붕괴 조짐은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작되었고, 수차례 경고했지만 무시되어 왔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응급의료는 이미 한계상황에 봉착해 있고, 이번 일이 붕괴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분명한 것은 단지 그 병원의 특수한 상황이라고 무시하고 현재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응급의료체계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대가는 더욱 가혹할 것이고 안타깝게도 응급의료의 붕괴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24-07-18 11:01:39이슈칼럼

다큐멘터리로 본 장기공여자와 그들의 이야기

[메디칼타임즈=정현식 은평성모병원 교수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1회] 생명을 나누는 숭고한 선택: 장기공여자와 그들의 이야기정현식 교수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마취통증의학과)장기이식이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라면, 그 출발점에는 항상 장기공여자가 있습니다. 장기공여자는 자신의 일부를 타인에게 나누어 줌으로써 새로운 생명을 선물하는 사람들입니다.오늘은 장기공여자들의 숭고한 선택과 그 중요성,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독자들께 소개하고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우리나라의 장기공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생체 장기공여와 뇌사 후 장기공여입니다. 생체 장기공여는 건강한 사람이 자신의 일부 장기를 기증하는 것으로, 주로 신장이나 간을 기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체 장기공여는 주로 가족이나 친지 사이에서 이루어지지만, 때로는 전혀 모르는 타인에게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생체 공여자들은 자신의 장기의 일부를 떼어 내었지만 그것으로 다른 사람의 고귀하고도 고귀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한편, 뇌사 후 장기공여는 뇌사 상태에 빠진 환자가 자신의 장기를 장기이식이 필요한 다수의 타인에게 기증하는 것입니다. 이는 사후에도 자신의 몸을 통해 다수의 다른 사람들에게 생명을 선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뇌사 후 장기기증은 한 사람의 기증으로도 다수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그 자체로도 큰 의미를 지니지만, 장기기증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의 결단과 용기도 필요하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합니다.생면부지인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장기를 기증하는 것은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며, 따라서 큰 존경과 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렇듯 장기 공여자와 그 가족들의 숭고한 결단은 장기이식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에게 삶에 대한 희망과 새로운 생명을 주는 그 값을 따질 수 없는 것입니다.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도 뇌사 기증자를 추모하는 ‘기억의 벽’을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안에 설치하여 기증자와 그 가족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병원을 오가는 모든 이들이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장기공여자들과 가족들의 숭고한 선택과 희생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다양한 다큐멘터리들이 제작되고 있습니다.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많은 용기가 필요한 장기공여 결정 과정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는 보는 이에게 깊은 감동과 영감을 주며,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실제 장기공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들에게도 장기 공여자의 숭고한 뜻이 전달되기를 바랍니다.첫 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최고의 선물, 생명의 나눔”입니다. 이 작품은 다양한 장기 공여자와 수혜자의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수혜자들의 감사와 기쁨을 집중 조명하며, 기증자들의 숭고한 선택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두 번째로 소개할 다큐멘터리는 “마지막 인사”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이 작품은 장기기증을 통해 생명을 나눈 사람들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한 작품으로, 기증자와 그 가족들이 나누는 마지막 대화를 담고 있습니다. 기증자 가족들이 기증 후에도 그들의 결정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기증을 통해 얻은 위로와 평화를 이야기하는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이렇듯, 장기기증은 새로운 생명을 나누는 숭고한 선택입니다. 기증자와 그 가족들의 희생과 사랑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 생명을 주고, 이러한 생명 나눔의 사랑은 우리 사회를 더욱 따뜻하고 희망찬 곳으로 이끌게 될 것입니다.이 글을 통하여 우리는 장기공여자들과 그 가족들의 결단을 존중하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널리 알림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장기기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동참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또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독자들과 장기기증의 숭고한 가치를 공유하여,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열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24-07-15 05:00:00이슈칼럼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특단의 조치 내려야

[메디칼타임즈=경남의사회 마상혁 위원장 ]2024년 2월 발표된 비만학회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19.3%였다. 남아의 비만율은 2012년 10.4%에서 2021년 25.9%로 약 2.5배 증가했으며, 여아는 같은 기간 8.8%에서 12.3%로 약 1.4배 증가했다.2021년 기준 10~12세 소아의 비만율은 21.4%, 16~18세 청소년의 비만율은 21.7%였다. 최근 10년간 모든 연령층에서 비만율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2021년 기준 사회경제적 비용은 약 1조 3,600억 원으로 추정되며, 이 비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할 것이다.2020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30대 당뇨병 환자는 12만 1,568명으로 4년 전보다 25.5%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대의 당뇨병 유병률은 약 47% 증가해 심각한 상황이다.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고지혈증 환자는 2017년 약 188만 명에서 2021년 약 259만 명으로 38% 증가했다. 특히, 야식을 즐기는 10~20대 젊은층의 증가율은 남성 92.9%, 여성 105.7%로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2024년 5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의 16.1%가 정신장애를 경험하고 있으며, 7.1%는 전문가의 도움이 시급한 상태였다. 이러한 소아청소년의 건강 문제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 어른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아청소년학회는 오랜 기간 보건복지부에 학교보건법 개정, 소아청소년 검진의 국가검진 전환, 보건복지부 이관을 건의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이는 단순히 무시당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권이나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2019년 5월 범부처 대책안에서는 소아청소년 검진을 국가검진에 포함시킨다고 발표했다.  2019년 10월 2일 국회에서 열린 '학생 건강검사 제도의 현황과 문제점’ 정책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체계적인 건강검진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생애주기별 검진에 포함되지 않으며 관리 주체가 교육부로 되어 있어 종합적인 관리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서울대 문진수 교수는 '생애주기별 건강검진 체계에서 학교 건강검진만 교육부 관리로 남아 있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참석하였던 보건복지부 공무원은 예산, 인력 등의 이유를 이야기하면서 개정이 불가능하다고 발언을 하였다.2020년 6월, 김예지 의원이 학생건강검진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상임위 예산 소위에 참가한 보건복지부 공무원은 예산 확보 문제로 반대하였고 결국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해 폐기되었다. 2024년 1월 보건복지부는 '학생건강검진 제도개선 시범사업'을 발표했지만, 이는 너무 늦은 조치였다. 이 정도면 공무원들의 국민기만, 직뮤유기라고 생각한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이다.현재 대한민국은 저출산, 고령화, 지방붕괴, 빈부격차 증가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국가의 존폐를 고민할 정도로 심각하며, 지난 18년간 사용된 예산은 380조 원에 달한다.학교 검진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은 연간 약 500억 원이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검진은 매년 이루어지지만, 자료는 축적되지 않아 해마다 약 500억 원의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다.어린 청소년들이 비만 등의 만성병에 시달리며, 이는 대사증후군 질환으로 이어져 젊은 시절부터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겪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국가 생산성 감소, 의료비용 증가, 가임기 여성 감소 등으로 이어져 국가의 존립을 위협할 것이다.따라서 치료 중심의 보건의료 전략에서 예방 정책 중심으로 전환이 필요하며, 공공의료 정책에 소아청소년 보건 문제에 대한 예산 배정이 의무적으로 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소아청소년의 건강을 위협하는 비만 문제에 대해 의료보험을 적용해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이와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의 책임 의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들은 국민의 건강과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으며, 소아청소년의 건강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그들의 책임 방기라 할 수 있다. 또한, 학부모들의 관심과 참여 역시 중요하다.학부모들은 자녀들의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필요 시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어야 정책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대한민국의 어른들은 아이들의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 소아청소년의 건강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방치하는 것이며,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행동해야 할 때이다.
2024-07-08 05:30:00이슈칼럼

장기기증자, 그 익명의 헌신을 생각하며

[메디칼타임즈=박정현 은평성모병원 교수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0회] 장기기증자, 그 익명의 헌신을 생각하며박정현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교수(간담췌외과) 여느 때처럼 앰뷸런스를 타고 장기를 구득하러 갑니다. KONOS(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리스트에 올라온 바로는, 00세 남자가 뇌사 판정을 받았으며 본인의 간을 기증했으니, 간 공여를 기다리고 있는 응급환자가 있는 병원의 의사는 하던 일을 미루거나 제치고 장기구득을 하러 오라고 합니다. 삐뽀삐뽀 귀를 따갑게 자극하는 앰뷸런스 싸이렌 소리에 몸을 싣고 근무지인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뇌사자 발생 병원으로 달려가는 동안, 손에 든 뇌사 장기 기증자의 의료 데이터 정보를 보다가 언뜻 상념에 잠깁니다. 기증을 한다는 것. 사전적으로는 거저 주다 혹은 대가 없이 내놓는다는 뜻입니다. 쉽지 않은 행위입니다.유사 이래로 남을 위해 무언가를 내어주는 행위에는 찬사가 따라붙는 것이 당연할지 몰라도, 자신의 신체 일부를 내준다는 말은 실현의 경험이 없이 그 기저에 흐르는 숭고한 뜻만 있을 뿐! 의학이 발달하기 전 인간사에, 거저 주는 일은 사람의 몸에는 해당되지 않던 일임에는 틀림이 없었을 것입니다. 주어서 도움이 되지 않았을 테지요. 근대 의학이 눈부시게 발달하면서도 실제 장기를 이식해 잠시라도 기능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건 20세기 초중반이 되어서였습니다. 기술적인 문제, 면역반응, 합병증 등을 논하기에는 지면은 짧습니다.요새는 간, 신장, 췌장, 심장, 폐 등 여러 장기를 기증자에게서 받아서 필요로 하는 수혜자에게 제공합니다. 기증자에게서 받는 장기는 장기별로 소위 골든타임 내에 이식을 해야 제대로 된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고가 되어 있고, 그를 위해 의료진은 최선을 다합니다. 그 긴박한 와중에 수술을 진행하고 기증자 가족을 다독이고 사연을 들어가며 일을 진행시키는 것은 사실 일개 직장인의 업무입니다. 물론 그 직장인이 늘상 겪는 일이라기에는 들어 알게 되는 사연들이 너무나도 다양하고 절절합니다. 뇌사의 원인도 가족관계도 단편적으로 알게 된 뇌사 이전 공여자의 삶도… 혼자 외롭게 일상을 보내다 우연히 이웃에 의해 의식불명인 채로 발견된 경우, 힘든 하루를 보내고 귀가하다 발생한 교통사고, 집에서 자다가 갑자기 발생한 뇌출혈,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한 모진 선택, 가족과 일상을 보내다가 눈앞에서 의식을 잃거나, 회사에서 일하다가 생긴 급작스런 발병 등등 어느 하나도 쉽게 견디지 못할 불운을 겪은 분들이며, 그럼에도 자신의 신체를 기증하여 모르는 이에게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이러한 기증을 하는 기증자의 몸에 손을 대고 수술을 집도하고 장기를 구득하는 나는 그냥 ‘직장인’이어도 되는 것인가. 전공의 때부터 훈련되어온 환자를 치료하는 수술이 아닌, 환자를 결과적으로 심장사에 이르게 하는 수술을 하는 행위를 나는 진실로 성스러운 마음으로 대해본 적이 있던가. 상념은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결국에는 내가 아닌 기증자의 마음에 다가섭니다.내 것을 정해진 누구에게 주는 것이 아닌, 내 것을 ‘어느’ 누구에게 주겠다는 마음을 가졌던 환자 혹은 그런 결정을 하는 가족의 마음은 어떨지. 대가 없이 남에게 준다는 윤리의 극한에서 실현되는 장기기증은 의학의 힘을 입어 궤도에 올라서고 다시 윤리로 향합니다. 오늘 이 수술은, 안타깝지만 다음이 없게 된 사람의 뜻을 이어받아, 다음이 있을 사람을 위해, 오늘을 사는 사람이 하는 거룩한 행위인 것이 아닌가. 마른 침을 한번 크게 삼킵니다. 그러한 마음에 보답하는 길은 내가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어야겠구나.생각의 나래는 되돌아와 귀에는 아까 듣던 삐뽀삐뽀 앰뷸런스 소리가 여전합니다. 한낱 직장인일 뿐인 장기이식 전문의의 마음속에는 장기이식 수술이 단순한 수술이 아니라 기증자의 바람과 윤리를 실현하는 행위라는 자부심이 스며듭니다. 뇌사기증자를 대하며 경건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오늘의 수술은 좀 더 경건한 마음으로 집도하게 될 것임에 분명해집니다.  *한국에서 가장 최근 통계정보인 2022년 한 해 뇌사 기증자는 총 405명이었고 장기를 수혜 받은 환자는 1641명이었습니다. 뇌사 기증자 1인당 평균 4인의 환자에게 새생명을 선물하고 사망하신 것으로-보건복지부 KONOS 2022통계연보-, 뇌사 기증자의 명복을 빕니다.
2024-07-01 07:43:26이슈칼럼

의정사태, 내과학회 당면 과제

[메디칼타임즈=대한내과학회 박중원 이사장 ]잘못된 의료 현장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윤석렬 정부는 2025년 의대정원을 대폭 확대하였으며, 이로 인해서 의료계의 파행이 지속됨에 따라 환자들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반 국민들이 받고 있는 의료 서비스는 OECD 국가내에서도 탑티어(top tier)에 속한다. 미국에서는 사보험 건강보험과 의료비가 너무 비싸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시민들이 많이 있어서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사회보장제도가 잘되어 있다는 영국과 캐나다는 의사에 대한 대우가 낮아 자국에서 졸업한 의대생들이 미국으로 유출되고 그 공백을 외국 의과대학 출신들을 수입해 메꾸고 있다. 또 이들 국가에서는 적시에 수술 받기 힘들어서 의료 수준이 양호한 동유럽국가로 날아가 수술을 받고 오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미국, 캐나다로 이민간 우리 교포들도 나이가 들면 비용-효과 측면에서 매우 우수한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에 접근하기 위해서 다시 귀국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요즘 세계화가 됨에 따라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해외에 나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분들의 가장 큰 애로 사항 중의 하나가 현지에서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움을 들고 있다.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정치인의 잘못된 현실인식에 의해서 오히려 망가지고, 암울한 디스토피아가 그려지는 현실에 당혹감을 금할 수 없다. 의정사태가 발생한지 5개월째에 들어감에 따라 전공의가 진료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던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의정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우리 의료계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 글에서는 예상되는 의료계의 변화가 내과의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먼저 우리나라 의료계의 아픈 손가락인 지역의료가 악화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내과학회에서 가장 큰 관심은 얼마나 많은 전공의가 복귀할 지이며, 아마도 연차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1년차 전공의 상당수는 새로운 진로를 모색할 개연성이 있으며, 수도권병원이 비수도권 병원에 비해 수련환경과 지원자의 선호도도 높은 현실에서 이러한 현상은 비수도권 병원의 경우에 좀 더 뚜렷할 것 같다. 올해 내과전공의 모집인원을 비수도권 중심으로 50개를 늘렸고, 다행이 비수도권 병원에서도 모두 내과전공의를 모집할 수 있어서 지역별 차이가 좁아질 것으로 기대하였는데, 현 의정사태로 물거품이 되었다.  또한 발끝에 떨어진 당면한 과제는 2025년도 전문의 배출 건이다. 현상태가 지속되면 예년에 비해 10% 미만의 전문의가 배출될 것으로 여겨 지며, 이로 인해 필수 의료에 대한 접근에 더 많은 어려움이 초래 될 것이고, 이는 비수도권 주민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에서는 필수의료에 낮은 수가를 배정하여 많은 의사들이 비급여진료로 치중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건강보험 수가 체계를 필수 의료 중심으로 개편하여 해결할 수 있는 것이지 의대 정원 확대로 해결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의료비는 GDP의 9.7%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OECD 평균인 9.2%와 비교할 때 적지 않다. 건강보험료 인상과 더불어 건강보험 급여체계를 필수 의료 중심으로 보완함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를 촉구한다. 다행이 복지부도 필수 의료 살리기 대책을 발표한 바 있으며, 정교하고 신속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추진해 주시기를 요청한다. 부차적이지만 용어 사용의 문제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현재 '필수의료'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모호하고, 일부 전문학회에 차별적인 의미를 나타낼 수 있어서 의료계의 화합을 다지는데 적절하지 않다. 좀더 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하였으면 하는 바램이다.내과학회는 2018년부터 내과전공의 프로그램이 3년으로 줄었고, 이와 겹쳐 전공의 주당 수련시간이 80시간으로 낮춰졌다.  이에 내과학회에서는 이미 전문의 중심병원으로의 전환을 촉구한 바 있으며, 그 일환으로 입원전담의 제도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의 중심병원으로의 변화에 적응이 늦어진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교수들의 진료 업무량이 늘어났고, 수년 전부터 교수직에 대한 만족도도 현저하게 낮아진 실정이다. 특히 의정사태가 지속됨에 따라서 모든 병원의 바이탈을 다루는 내과 분과의 젊은 교수들의 번아웃(burn-out)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도 교수들의 어려움을 이해하시고 많은 격려를 부탁드리며, 전공의도 교수들의 어려움에 대해서 공감해주시리라 믿는다. 전공의가 입원환자 진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던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전공의 사직으로 환자진료에 커다란 차질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의정사태를 겪으면서 전적으로 전공의에 의존하여 병원을 운영하는 것의 불합리성에 대해서도 많은 성찰이 있었으며, 이를 시정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 개원한 종합병원은 이미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운영하고 있었는데, 현 시점에서는 큰 힘이 되고 있다. 내과학회는 5-6년전부터 입원전담의제도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2022년부터는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내과학회내에 입원전담연구회를 출범한 바 있다.  입원전담의도 병원의 시스템내에서 운영되어야 하며, 각 부서와 유기적이면서 상호 협력적인 관계가 구축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시스템 구축에는 상당한 경험이 필요하고, 미미한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다.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는 주당 근무시간, 36시간 연속근무시간의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과 더불어 전문간호사 운영에 대해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며, 실제로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전문간호사 임용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 개선이 영속성을 가지려면 건강보험에서 입원전담의 운영 수가, 입원 수가의 증액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학생교육에 대해서도 언급하고자 한다. 현재의 규정으로는 의대 학생들의 휴학을 피할 수가 없다. 그러면 내년도 1학년 의대생이 현행 3000명에서 7500명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으며, 이들 세대는 의대 교육 및 수련과정, 그리고 이후의 의료계 현장에 진입할 때에 커다란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의대 정원 확대가 수련병원의 규모가 작은 비수도권 의과대학에 집중되어 있어서, 이들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기 어려움이 뻔히 예상됨에도 늘어난 의대정원을 그대로 신청한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과 교육부의 무책임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으며, 책임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결론적으로 현의정사태로 인해서 정부와 의료계의 신뢰관계가 무너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의료시스템의 붕괴될 위험에 처해있다. 정부와 의료계 간에 소통과 협의를 통해서 빨리 해소되기를 기원하면 이 글을 마친다. 
2024-07-01 05:00:00이슈칼럼

대한의사협회 집행부 2개월을 돌아보며

[메디칼타임즈=대한의사협회 조병욱 대의원 ]5월 1일 임현택 회장의 임기가 시작되었다.회원들의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대한 염원을 담아 당선된 임현택 회장의 임기 시작은 비대위 체제에서 집행부 체제로 변환되는 전환점이었다.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된 만큼 전에 볼 수 없었던 회무를 보여주겠다고 한 것에 회원들은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지난 2개월간 집행부의 투쟁을 이끄는 리더쉽은 이런 기대를 져버렸다.5월 30일 2025년 의과대학 정원이 확정발표 되기 전까지, 대한의사협회는 전공의와 학생, 그리고 교수들이 제기한 소송에 탄원서라는 피동적인 역할을 했을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그마저도 항고심에 들어가면서 재판부가 보건복지부에 증원 관련 증거를 제출하라는 명령을 하여, 어떤 기대감이 생기면서 시행한 것이었다.쉽게 말에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들었을 뿐, 직접 차린 것은 없었다는 것이다.5월 30일 증원이 확정되어 발표된 이후 여론이 좋지 않자 갑작스런 지역별 촛불집회를 열고 집단 휴진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집행부 임원인 부회장은 감옥은 자신이 가겠다며, 회원들의 적극적 동참을 독려하였고 곧이어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개최하여 전 회원 투표를 진행하였다.투표 결과를 토대로 6월 18일 집단 휴진과 평일 오후 집회를 하였다. 감옥에 먼저가겠다는 회장과 부회장의 발언과는 무색하게 회원들의 참여 독려는 '자율적'이라는 수사로 그 수위가 조절되었고 그 결과 휴진 참여율은 14.9%로 나타났다.6월 18일 집회의 종료 폐회사에서 임현택 회장은 또 6월 27일 무기한 휴진이라는 발표를 했다.시도의사회장단을 비롯한 산하단체, 그리고 대의원들까지 아무도 모르는 발표였고, 심지어 집행부 내 임원들도 처음 듣는 발표였다.당연히 회원들의 동요가 시작되었고, 급히 다음날 연석회의를 개최하였다.연석회의에서는 올특위를 발족시키기로 하고, 임현택 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워딩으로 회원들을 다독거렸다.그러나 올특위 발족 관련 브리핑 당일 대전협과 의대협, 즉 전공의와 학생들에게 통보하는 등, 투쟁을 가장 전면에서 이끌고 가고 있는 그들과는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결국 교수, 시도의사회, 집행부만이 참여한 특위를 구성하였고, 만장일치제라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할 기구를 만든 것이다.지난 2월과 3월 회장선거 후보시절 미생모를 통해 발표한 공약들과 투쟁성, 그리고 당선자 신분으로 활동하며 비대위와의 마찰 등을 고려할 때 5월 1일 집행부의 출범은 전공의와 학생 중심의 투쟁이 전체 회원으로 확상되며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다.전체 회원의 규합과 투쟁의 열기를 높이기 위해서 2025년도 의과대학 정원이 확정되기 전에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는 무언가를 했어야 했다.회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집행부 출범과 함께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임현택 회장이 그동안 제시해왔던 숨겨놓은 복안들을 로드맵으로 발표했어야 했다.당선 직후 투쟁방향을 묻는 기자들에게 준비된 복안이 있다며 그간의 투쟁과 다른 새롭고 효과적인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답변했던 방안들은 보이지 않았다.전공의들과 학생들이 바라는 대한의사협회는 '어른'이다.2025년 의과대학 정원은 발표되었고, 의료개혁특위는 가동되어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이 하나하나 결정되며 진행되고 있다.사직 전공의들과 학생들의 투쟁은 지속되고 있고, 그들은 단일대오를 유지한 채 장기전으로 가는 듯 하다.임현택 회장은 2월부터 전공의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발언을 지속해 왔다.그러나 지난 2개월간 취임 이후 보여준 행보는 그들을 보호하거나 전체 회원들을 단일대오로 뭉치게 하기보다는 따로 가는 모양새를 보였다.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과의 불협화음은 그렇다 하더라도, SNS에서 공개된 그의 발언들은 2020년 당시의 문제점을 그대로 다시 상기하게 만들었다.2020년 당시의 아픔은 현재의 전공의들에게는 큰 상처였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난 2월 사직서를 내고, 휴학계를 내면서 제시했던 그 요구안들은 지난 3개월간 단 한 번도 변경된 적이 없다.대한의사협회는 그들의 요구안을 그대로 승계하면서 더 큰 테두리로 묶어 정부에 대한민국 의료를 위한 제안을 해야 한다.그리고 그 제안들에 대한 세부적인 방안과 그 근거를 대한의사협회라는 의사들의 대표 단체에 걸맞게 만들어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공의와 학생들이 대한의사협회를 신뢰하고 함께 발맞추어 투쟁에 임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대전협은 산하단체라는 기조로 전공의를 대하고, 올특위 발족 브리핑 4분 전에 학생들에게 참여 공문을 발송하는 행태로는 신뢰를 할 수가 없다.그들이 돌아올 수 있는 길…대한의사협회는 그 길을 닦아주어야 한다.앞서 얘기한 것처럼 이 투쟁은 장기전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전공의들과 학생들은 '변화'가 가시적으로 그리고 확정적으로 보이지 않으면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돌아오라고 하는 것은 그들의 현재에 대한 '학대'이며, 미래에 대한 '죄악'이다.그들은 시간을 희생하였다. 전문의 취득을 위한 수련에 걸리는 시간과 의사면허 취득을 위한 학업에 정진해야 할 시간을 내어놓았다. 그들보다 먼저 의업에 뛰어든 선배 의사들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잘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그들의 방향성이, 그들의 목소리가, 그들의 요구가 잘못되었는가? 그렇지 않다. 투쟁에 나선 전공의와 학생들을 끌고 돌아가게 만드는 역할을 할 필요도, 그리고 그래서도 안된다.그들은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쳐 나왔다. 그렇다면 스스로 해결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그것이 '어른'인 대한의사협회가 할 일이다. 중2병 걸린 아이처럼 경거망동과 나르시즘은 이제 그만 두자.그들이 우리가 될 수 있는 그런 결심과 행동이 필요하다. 우리는 손을 뗄 자격이 없다.※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4-06-25 05:30:00이슈칼럼

외국 의사를 통해 비춰본 한국의료 현실

[메디칼타임즈=거점 뇌전증병원협의체 홍승봉 위원장 ]지난 6월 21-22일에 열린 대한뇌전증학회 국제학술대회에는 미국 하바드의대 교수 등 7명과 일본 Tohoku의대 교수 등 7명이 초청 연자로 참석했다. 모두 한국의 의정 갈등에 대하여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장기간 전공의 공백을 크게 걱정하면서 미국과 일본의 의료 환경에 대하여는 조금씩 말문을 열었다. 한국에서 마취 인력 부족으로 수술장이 60%밖에 열리지 않아서 암, 뇌전증 등 중증 환자들의 수술이 취소 또는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미국 의대 A교수는 뇌전증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은 돌연사율 30배, 신체 손상율 50-100배로 언제 다치거나 사망할지 모르기 때문에 응급 수술에 준하여 우선적으로 수술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B교수는 미국에는 간호사 마취사(nurse anesthetist, CRNA)로 마취 의사 부족을 해결하고 있는데 현재 CRNA 4만679명이 1년에 5천만건의 마취를 하고 있다고 말했고, C교수는 미국에서 1년에 약 3만명의 의대생이 졸업하지만 그래도 의사가 부족하여서 매년 약 1만명의 외국 의사를 도입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필요하면 외국 의사를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D교수는 그럼에도 미국에는 의사 부족과 높은 의료비를 해결하기 위하여 별도의 교육과 수련을 받은 임상간호사(nurse practitioner; NP, clinical nurse specialist: CNS)가 저렴한 의료비로 흔한 질병의 진단, 검사 및 전문약 처방, 의료상담 등을 하고 있으며, 의사 교수가 갑자기 휴진하거나 바쁠 때에는 임상간호사가 이전에 처방된 약을 재처방한다고 말했다. 미국에는 38만5000명의 NP가 있고, 매년 2만명씩 늘어나며, 8만9122명의 CNS가 있다. 미국 임상간호사(APRN)의 종류는 4가지가 있는데 NP, CNS, 출산 임상간호사(14.000), 간호사 마취사이다. CNP(certified nurse practitioner)는 가정의학과 또는 소아과 전문 교육과 수련을 추가로 받는 임상간호사이다. 일본의 E교수는 일본 전공의 월급은 약 200만~400만원으로 병원 마다 차이가 크다면서 국립병원, 대학병원일수록 월급이 낮지만 더 다양한 환자를 볼 수 있고,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쓸 수 있어서 많이 지원하고 있으며 전공의에게 1주일에 하루는 외부 병의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이런 외국의 의료 환경을 참고해야 한다. 전공의 사직이 길어지면서 병원에서 환자를 지키는 교수들은 한계점에 부딪혔고, 수술을 받지 못하는 중증 환자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정부에 외국 의사면허 소지자의 국내 의료 현장 투입을 논의하는 공청회를 개최하자고 요청했는데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만약 현 비상사태가 지속된다면 중증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외국 의사 고용을 포함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가장 급한 것은 수술장이 빨리 100% 열려서 중증 환자들의 수술 건수를 최대한 회복해야 한다. 특히 중증 환자 수술이 많은 5대 병원 마취과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하다. 정부는 너무 낮은 진찰료를 올리고, 필수의료패키지의 개선 및 필수 의료의 법적 보호 등으로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는 퇴로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선배 의사들은 인턴 때는 한 달에 한번, 전공의 때에는 1-2주일에 한번 집에 가는 혹독한 수련 환경에서도 오늘날의 발전된 한국 의료를 이뤘다. 인턴은 하루에 2-3시간씩 자면서 매일 수술 참여, 회진준비, 약처방, 30여명 환자들의 혈액 채취와 링겔 주사를 놓았다. 새벽 3시에 링겔 주사를 10번 찌르다 실패한 동료인턴이 깨웠다. 41년전 KBS 9시 뉴스 앵커는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이 젊은 인턴 의사의 반짝이는 눈동자에서 생명의 존엄성과 희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의대생, 인턴, 전공의들이 속히 복귀하여 위기의 한국 의료를 구해주길 간곡하게 바란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4-06-24 05:00:00이슈칼럼

장기기증과 이식의 정신심리학적 관점들

[메디칼타임즈=박민현 은평성모병원 교수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9회] 장기기증과 이식의 정신심리학적 관점들 박민현 교수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정신건강의학과) 장기이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존 기증자와 이식 수혜자는 모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간단한 진료 및 평가를 거치게 됩니다. 장기이식과 정신건강의학과는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기증과 이식을 시행하기 전에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대상자들을 만나봐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첫째는 대상자의 정신건강상태가 기증과 이식에 적합할지 평가하는 것이고, 둘째는 생존 기증자의 기증 의사가 자발적인 것인지 평가하는 것입니다.먼저, 우리나라의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언급된 정신건강의학적 측면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법률의 제3장 11조는 ‘장기등의 적출・이식의 금지 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이중에서도 특히 생존 기증자의 정신건강상태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장기적출을 해서는 안 된다는 금기사항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정신질환자・지적(知的)장애인. 다만,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본인 동의 능력을 갖춘 것으로 인정하는 사람은 그러하지 아니한다.*마약ㆍ대마 또는 향정신성 의약품에 중독된 사람법률이 이런 금기사항을 두는 이유는 정신질환자나 지적장애인의 경우 의사결정 능력, 현재 증상의 안정성, 예후와 관련된 위험성 등이 장기기증과 이식의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신질환자나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별표1의 제6호에 따른 지적장애인인 경우에는 기증의사를 밝힌 본인이 동의 능력을 갖추었다는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의 소견서를 지참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법률에 언급된 것처럼 마약・대마 또는 향정신성 의약품에 중독된 사람의 장기 적출도 금기사항입니다. 음주의 경우 국가별로 다른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데, 생존 기증자의 음주에 대해 미국에서는 이를 금기사항으로 보지 않지만, 유럽에서는 음주의 정도에 따라 금기사항이 될 수 있고, 캐나다에서는 절대적 금기로 되어 있는 등 국가에 따른 차이가 있습니다.  생존 기증자의 자발적 의사에 대해서는, 법률에 정해진 바는 아니지만, 여러 문헌들에서 생존 기증자가 장기기증에 대해 양가감정을 가질 때는 금기사항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즉, 기증자가 장기기증에 대해 엄청난 공포와 두려움을 가지고 있음에도 주변의 강요나 애원 등에 의해 마지못해 기증하기로 결심하였다면, 그러한 결심이 완전히 자발적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장기이식 전후로 생존 기증자는 물론 수혜자도 우울, 불안 등을 경험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경우 언제든지 정신건강의학과에 도움을 요청 할 수 있으며, 또한 생존 기증자의 경우 자발적 의지로 언제든지 기증 의사를 철회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장기이식 절차에 수반되는 정신심리학적 평가체계를 정립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고, 사전사후 기증자 평가 및 스트레스 관리도 강화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역시 장기기증과 이식의 과정에 정신건강의학과가 함께 참여해 정신심리학적 시각에서 대상자들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안전한 이식 환경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는 중입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정신심리학적 평가에 대한 자료를 모니터링하거나 공식적으로 통계화 하고 있지는 않으며, 통일된 지침 등도 부재하여 장기이식을 시행하는 기관별로 상이하게 정신건강의학적 평가 및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어 국내에서도 점차 장기이식 절차에 수반된 정신심리학적 문제에 관심이 증대되고 체계적인 추적관찰이 이루어지기를 고대해 봅니다. 
2024-06-17 05:00:00이슈칼럼

"국산 의료기기, 우리가 잘 쓰고 잘 알려야 큰다"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우리나라는 ICT 강국이자 제조 강국이다. 반도체, 자동차, 모바일, 디스플레이 등의 분야에서는 세계 최상위권의 기술력을 자랑할 뿐 아니라 거대언어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사실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두 분야 모두 강국은 손으로 꼽을 정도로 그리 많지 않다. 종합기술 산업으로 볼 수 있는 의료기기산업 강국에 필요한 기술적인 인프라를 완비한 몇 안 되는 국가이다. 게다가 의료서비스의 수준 또한 세계 최상위급 아닌가.기존 주력산업과의 차이점으로는 소량다품종 산업이라는 점과 시작이 늦은 후발주자라는 점, 그리고 내수시장이 크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때문에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어도 해외시장 수출 루트가 확보되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 모든 산업 분야가 마찬가지이지만 후발주자인 경우 나름의 강점이 뚜렷하지 않은 한 세계 시장 진출이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의료기기는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규제 분야이며 각국에서는 나름의 규제 체계를 갖추고 그 수위가 강화되는 형세이기 때문에 후발주자인 우리로서는 그 진입장벽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존의 우리나라 주력 산업은 모두 시작 당시에는 후발주자로 뛰어든 분야들이다. 의료기기 분야라고 우리가 세계 선도국가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중국 상해 CMEF 참관기최근 6개월간 의료기기 분야 주요 3대 국제 전시회를 모두 다녀왔다.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MEDICA, UAE 두바이에서 열린 Arab Health,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CMEF 춘계전시회(China International Medical Equipment Fair) 등이다. 지난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KIMES까지 참가했는데 아직은 구성요소나 규모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워 보인다. 각 전시회는 주 목표 시장이 조금씩 다르지만, 기존의 의료기기산업이 얼마나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는지 확인할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크게 놀란 전시회는 중국의 CMEF였다.중국의 의료기기 업체들은 원래 국제 전시회에 대규모로 참여해 왔던 큰 손이었지만 최근 국제 정세 때문인지 해외 전시회에서의 존재감은 전에 없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중국 내부에서 그 현장을 체험할 필요가 있겠다는 판단하에 급하게 참여하게 됐다. CMEF에 전시된 품목의 종류는 빠진 부분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했고 MRI, CT, PET-CT, PET-MR, SPECT-CT, Cyberknife, 소화기내시경, 심지어 풀버전 수술로봇 제작업체가 각각 십여 개에 이른다. 국내에는 분야별로 한 두 개의 업체가 제작하고 있거나 아예 생산기반이 없는 분야들이다. 물론 일부 분야에서는 섬세함이나 정밀함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고 재활 관련 기기들은 마감에서 다소의 차이가 눈에 띄었다. 그럼에도 968 슬라이스 CT, 7T 전신 MRI 등 우리로서는 '그림의 떡' 같이 여겨지는 제품들도 전시돼 있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주력 품목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초음파 진단기기의 경우 대형장비들 옆에 조그맣게 전시된 경우가 많았다. 물론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에 비해 특허 관련 개념이 약하고, 시장경쟁력 측면에서 확인이 필요해 보이는 제품들도 꽤 많았다.한 가지 특이한 점은 국제 전시회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자세한 영문 설명이 드물었다. 심지어 영어 소통도 어려웠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자국 시장만으로도 충분히 비즈니스가 된다는 점이다. 의료기기 굴기(崛起)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만큼 중국에서는 자국 의료기기산업을 적극 지원해 왔으며 중국 내 병원에서 일정 수준 활용해야 한다는 내부적인 지침이 있다. 불과 십 년 전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배경에는 중국 병원에서의 활용이 큰 몫을 했다. 가격경쟁력을 무기 삼았던 과거에 비해 기술력도 이미 상당 수준에 올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였다. 결과적으로, 사용돼야 발전한다는 선순환 공식을 충실히 따라가고 있는 현장을 목격한 셈이다.병원과의 파트너십 구축이 필수적의료기기는 대부분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쓰일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수만 종의 의료기기가 현장에서 사용되는 만큼 틈새시장을 타겟으로 삼는 의료기기도 얼마든지 개발될 수 있으나 대부분은 기존의 시장에 기술, 가격, 편의성 측면에서의 우위를 제시하며 진출해야 하는 품목들이다. 국산 의료기기가 글로벌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시작점은 국내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이 개발돼도 국내에서 활용 사례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해외시장에서 인정되기 어렵다. 물론 해외에서 우선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고 국내에 역진출하는 의료기기들도 있지만 그 수가 많지 않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에서 활용되지 않는다면 보수적인 의료체제에 편입되기 어렵다.국산 의료기기 제품은 연구자 기술 중심으로 개발돼 실제 의료 현장에서 요구되는 수요와 부합하지 않아 활용되지 않는 예가 많으며, 우수한 국산 의료기기를 개발했더라도 인지도와 사용경험 부족으로 경쟁력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R&D 단계에서부터 임상의 사용목적을 명확히 하고 차별성과 기술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병원의 참여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명제는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병원과의 접점 강화를 위한 범부처의료기기개발사업단의 프로그램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이하 사업단)에서는 병원 및 임상의가 사용자가 아닌 의료기기 개발 기획자로서 의료기기 개발 기획 단계부터 사업화까지 함께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사업 초기부터, 임상 의사들이 사업단을 통해 개발 중인 의료기기에 관심을 두고 임상현장의 식견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도록 대한의학회와 협력해 임상학회 자문 플랫폼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임상학회 자문 플랫폼은 △각 임상학회 내 의사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자문유닛을 구성하는 임상학회 자문 △의사를 포함해 의료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임상전문가와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인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이 1개의 과제에 집중해 다각도로 의견을 전달하는 건강가치탐색포럼 △의료기기 사용자인 임상 전문가에게 국산 의료기기 회사를 홍보하고 신규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 R&D의 진행 경과를 노출시켜 의료계 인식 제고를 유도하는 임상학회 학술교류행사 등 3개의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임상학회 자문의 범위는 미충족의료수요(clinical unmet needs)를 수집해 개발 방향을 설정하는 자문을 포함해 시작품 및 시제품이 의료현장에 특화된 성능 및 구성요소를 갖추고 있는지 피드백 받는 자문, 사용적합성평가 실시 전 계획을 검토받는 조언, 임상시험계획 수립을 위한 적응증 및 사용목적을 설정하는 자문 등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특히 올해부터는 대한의학회와 공동으로 개발한 미충족 의료수요 기반 의료제품 설계서 양식을 활용해 의료기기의 적응증과 사용목적이 명확히 정의된 임상적 관점의 의료기기가 설계될 수 있도록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자문을 통해 실효성이 입증된 의료기기가 개발되고, 궁극적으로는 의료현장 진입 성공률이 높아지길 기대하고 있다.마치며병원과 의료기기 산업계 간 접점이 많아져야 한다. 임상의가 모여 있는 병원은 의료기기산업의 최종 수요처이다. 그리고 미충족 의료수요가 발생하는 주요한 R&D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연구중심병원이 활성화되고 의료기기 또는 의공학 연구에 관심 갖는 의사과학자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의료기기산업의 성장은 필수적이다. 최근 임상의가 직접 의료기기 창업을 하는 사례와 기존 의료기기가 임상의와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그 완성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많은 예가 생겨나고 있다.제품의 품질이 글로벌 수준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우리 병원에서 쓰여야 글로벌시장 진출 및 선도가 가능해진다. 어떤 국산 의료기기 품목들이 제조되고 있는지 잘 몰라서, 또는 막연히 신뢰가 가지 않아서 사용을 꺼린다는 일부 임상의의 설문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좋은 의료기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 못지않게 품질 좋은 국산 의료기기를 알리고 잘 사용되도록 독려하기 위한 정책적인 전략 및 배려가 필요하다.
2024-06-10 05:00:00이슈칼럼

사직 전공의와 휴학 의대생이 돌아오는 길

[메디칼타임즈=미래의료포럼 상임위원 조병욱 ]보건복지부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의대정원 증원은 과거 일이라면서 이제 지난 일이니 지금부터 논의를 다시 시작하자고 제의했다. 그렇다면, 지난 100일간 전공의 공백으로 인해 정부가 투입한 1조 원은 전공의에게 지원되어야 했을 금액이니 전공의 급여부터 조정하고 시작해 보자.100일간 1조 원은 한 달에 약 3333억 원으로 1만 명의 전공의 공백이 있었으므로 대략 전공의 1인당 월 3000만 원 정도 급여 인상을 한 후 논의를 시작해 보는 것이 좋겠다. 이게 웬 억지 주장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으면서 사직의 진의가 없다고 근로를 강요하는 것보다는 타당하다.대전협 비대위 박단 위원장이 최근 SNS를 통해 밝힌 것처럼 전공의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지불되지 않아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에도 그래왔고, 최근까지도 지속되어 왔지만, 그들이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현장을 떠난 것은 아닐 것이다.전문의가 된 선배들은 견뎌왔는데 그들은 MZ세대라서 그렇지 않은 것인가? 아니다. 오히려 더 분별력 있고 현명하게 판단하는 그들이다. 2020년 그 아픔을 겪고서도 돌아와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수하고 있어 왔던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뎌왔던 희망의 끈이 사라졌기 때문이다.지난 2월 기습적으로 발표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포함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발표는 전공의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지켜오던 그것을 짓밟아 버렸다.갈 곳을 잃은 전공의들의 미래의사 인력 공급을 늘리는 이유는 필수의료 패키지를 보면 알 수 있는데, 그 목적은 지불제도 개편을 위한 의료 체계의 변화를 위한 것이다.필자의 과거 글(지불제도 개편이 미래의료에 끼치는 영향)에서 설명하였듯, 정부의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의 지불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1차 의료의 진료 수준을 일반의 수준으로 한정하고 그 수준의 보상을 한다.개원 시장에서 전문의 자격이 가지는 상대적 비교 우위를 사라지게 하는 것으로 전문의들이 개원이 아닌 2차 의료기관 즉,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봉직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필수의료 의료인력을 공급하고 더 나아가 지역의료의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이 과정에서 보상의 적정성이 보장이 된다면 선순환이 되겠지만, 지금까지의 의료정책이 그래왔듯 당연히 그럴리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미 시행 중인 입원전담의제도나 소아응급의료센터 촉탁의 지원사업 등에 책정된 인건비나 지원금을 보면 과연 이 분야에 종사를 하라는 것인지 하지 말라는 것인지 그 진의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대한민국에서 다른 국가와 달리 유독 전문의 취득 비율이 높은 이유는 바로 무너져 버린 의료전달체계와 건강보험으로 인한 손쉬운 의료접근성 때문이다. 의료소비자가 낮은 본인부담금으로 의료이용률이 높고, 높은 이용 횟수에 따른 선택에 대한 차별성을 두기 위해 공급자는 전문의 자격이라는 차이를 가지려고 한다.그리고 최근 20여 년 사이에는 분과 전문의라는 세부 분과까지 더해져 그 차별성을 더해가고 있다.이러한 분과전문의 와 같은 차별화 전략은 1차 의료기관과 같은 의원급에서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상급종합병원과 같은 3차 의료기관에서는 한정적 업무 범위로 인해 상대적 의료인력 부족이라는 폐해를 가져온 것이다. 그래서 지난 아산병원 뇌출혈 간호사 케이스가 발생한 것이다.전공의들이 전문의를 취득하려는 희망의 끈은 개원이든, 취업이든 어느 한쪽에라도 전문의로서 차별성을 가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필수의료 패키지는 전문의로서 개원은 아무런 의미가 없도록 만들어 버렸고, 그렇다고 취업을 하더라도 적정한 보상을 받을 수도 없는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수련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겠다고 하며 교수들에 대한 충분한 예우, 그리고 전문의 고용을 지원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정작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운 현재 정부가 보여준 정책은 사직서 수리금지, 진료유지명령, 간호법 제정, 간호사 PA 투입, 매월 수백억 적자에 대한 몇 십억 지원 및 건보 청구액 선지급이다.이제는 교수들이 바뀌어야 한다.지난 100일 동안 전공의들은 그들의 스승인 교수님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병원을 뛰쳐나와 정부를 압박을 하는 것도 방법일 수도 있고, 아니면 병원 경영진을 상대로 교수들의 대우를 높여 달라고 전문의들을 고용해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박단 위원장이 언급했던 '두 개의 축'처럼, 분명히 경영진의 병원장 또한 그 어느 전공의, 그리고 어떤 전문의의 스승인 교수님이었을 것이다.하지만 전공의의 빈 자리에 '의사'대신 'PA'를, 인력 대신 초과근무 당직을 요구하고, 심지어 경제적 형편이 너무 어려워 수련을 포기하고 당장 다른 병원에서 일을 하겠다는 제자의 눈물 어린 읍소까지 외면하고 사직 처리를 해주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입원 전담의가, 응급실 촉탁의가 전임 교수보다, 병원장보다 급여가 높을 수는 없다고 공개 석상에서 발언할 것이 아니라 교수들의 급여를 정당한 보상 수준으로 올려주고, 연구와 교육 또한 철저히 보장해달라고 요구를 해야 할 것이 아닌가.도제 제도로 운영되는 수련 체제에서 전공의들이 바라는 스승의 모습은 환자들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직장에서의 대우 또한 배우고 따라가는 것이다.시대가 바뀌었다. 과거에는 학업 도중 군대를 가거나 휴학을 하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지금은 군의관 보다는 공중보건의를 택하기 위해 의사면허 취득 후 군대를 가거나, 아예 의과대학 재학 중 병사로 군입대를 하는 경우도 있다.수련 도중 육아 휴직을 하거나 출산 휴가라는 것도 최근 들어 가능해진 것이다. 반드시 전문의 취득을 해야만 한다는 인식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기존의 해오던 타성대로 가만히 있으면 전공의가 들어오지 않는다. 전문의로서 미래가 없는데 굳이 수련받는 피교육자 신분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전공의를 할 이유는 없다. 전공의와 학생들에게 미래를 보여주어야 한다.의대 정원 증원도 확정되어 모집공고가 되어버렸고, 필수의료 패키지 또한 의료개혁특위가 운영되며 진행되고 있다. 전공의들과 학생들을 무엇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할 것인가? 수련을 받아야 하는 이유와 의학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결자해지. 수련과 교육을 담당하는 의사는 바로 교수다. 이제까지는 의정 갈등에 있어서 최후방에서 끝까지 남아 환자를 지켜오던 교수들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때가 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미 대한민국 의료의 사망을 선고했다. 죽어버린 대한민국 의료는 의학 교육과 수련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들이 나서야만 살릴 수 있다.교수님들 그동안 환자들 보살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대한민국 의료를 살려주세요. 그래야 우리의 후배 전공의와 학생들이 수련을 다시 시작하고, 의학을 다시 배울 수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2024-06-03 05:30:00이슈칼럼

"100세 시대 의료기기 산업 다학제 연구가 핵심"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윤승규 원장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인간은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인류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려준 3대 발명품으로 비누, 칫솔 그리고 페니실린을 꼽고 있는데, 이중 칫솔도 엄밀한 의미로 의료기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근대에 들어서 의료기술의 획기적 발전은 수십 년만에 인간의 수명을 월등하게 연장시켰다. 우리나라의 경우 70년대 이전의 평균수명은 약 62세, 80년대는 약 66세, 90년대는 약 72세, 2000년대는 76세, 2010년대는 약 80세, 2020년대는 약 83세로 연장됐다. 이것은 의학의 발전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성장해 온 의료기기 산업의 고도화 덕택에 얻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과거 사망률이 가장 높았던 심장 및 뇌혈관질환에 대한 다양한 의료기기의 발전은 급성기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켜 생명연장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의료기기의 발전은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가진 장치들을 포함하며, 이들은 질병의 진단, 치료, 그리고 건강 관리에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증가로 인해, 향후 의료기기의 필요성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우리는 지난 4년간 COVID-10의 팬데믹을 겪으면서 신속한 진단키트의 개발부터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 그리고 비대면 의료서비스까지의 시행과정이 단시간 내에 진행된 것을 경험했다. 이처럼 의료기기나 신약 개발에 대한 민간 및 정부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움직임이 많은 생명을 구하는 것을 확인하면서, 많은 연구자와 의료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최근 글로벌 시장의 약 70% 이상이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인 것으로 보고되고, 의료기기산업의 발전은 각 국가의 중요한 산업으로 그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23년 글로벌 시장에서 의료기기산업의 규모는 약 5974억 달러, 2032년에는 1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의료기기 시장은 지난 10여년 동안 초고속 성장해 2022년 의료기기 생산액은 15조 7374억원으로 역대 최고성장률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2022년부터 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산업 육성 전략을 통해 IT와 의료 융합형 개발지원으로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창출하고 있다.현재 우리는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5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는 8가지의 핵심기술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 중 빅데이터, 인공지능(AI), 3D 프린팅, 로보틱스 및 가상현실(VR) 등은의료기기 산업의 혁신과 발전에 필요한 핵심기술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매년 미국에서 개최되는 국제전자제품 박람회(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CES)에는 세계 각국에서 많은 전자제품들을 출시하는데 최근 가장 각광받는 제품들은 단연 헬스케어와 연관된 첨단 의료기기분야이다. 향후 헬스케어 체계에 AI를 이용한 의료기기들은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과 의료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할 것임을 예견하고 있어, 이에 대한 IT업계 회사들과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병원과의 융합연구가 매우 활성화돼 괄목할만한 연구성과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최근 서울성모병원에서는 인공지능을 적용해 진료공간에서 이뤄지는 여러 의료행위들을 모바일로 음성기록하면 실시간으로 자동기록이 되는 Voice EMR (Electronic Medical Record)과 Vobile(Voice+Mobile) ENR(Electronic Nursing Record)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의료행위를 손으로 기록하는 대신 음성인식을 통해 의무기록을 자동화함으로써 의료진들의 시간과 체력소모를 줄여 매우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시스템으로 인정받고 있다.또한 로봇을 이용한 수술 시스템은 정밀도를 높이고, 수술 중 사람이 실수할 수 있는 요인을 최소화해 안전성과 정확도 확보를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현재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원격 로봇수술은 향후 보다 정밀한 방법으로 원격으로 다른 나라 환자의 수술도 가능한 시대가 오리라 예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초고령화 시대로 전환되면서 향후 점차 증가될 노년기 만성질환은 의료기기산업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당뇨병과 심장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무선기술이 적용된 웨어러블(wearable) 기기들은 노령의 환자가 안전하도록 맞춤형 건강관리를 할 수 있고, 위급한 상황을 미리 감지해 즉시 치료할 수 있기에 이들의 생명을 연장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또한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은 단순 병리소견에 의한 진단을 넘어 유전자 분석으로 빅데이터 분석에 근거해 맞춤형 정밀치료를 할 수 있어 치료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해 인간의 질병을 극복하고 생명을 연장시키는데 획기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는 바이오 인공장기의 개발은 오래 살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향후 우리가 맞이할 100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각자 자신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나 관리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의료기기의 발달이 필수적이라 생각된다. 의료기기의 발전은 질병의 조기 발견과 치료, 안전하고 정밀한 수술과 치료,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 건강한 삶의 질 향상, 그리고 의료 서비스의 혁신을 가능케 하므로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을 통해 의료기기의 발전을 이어나가며, 우리의 건강과 복지를 더욱 향상시키는 데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이처럼 의료기기산업의 발전은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미래 국가 경제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체-학교-연구소-병원을 잇는 다학제적 융합연구의 활성화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하고, 새로 개발된 의료기기의 임상연구에 대한 정부의 법적 규제나 제약도 합리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정책을 펴야 향후 우리나라의 의료기기산업에 더 많은 발전을 가져오리라 생각된다.
2024-05-28 05:30:00이슈칼럼

미래 의료 핵심 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고대 이집트인들도 치료나 재활을 위해 도구를 사용했다. 중세 시대에도 수술 도구들이 사용되기는 했지만, 의료기기의 역사로 기록될 만한 개발들은 대개 18세기부터 이뤄졌다. 청진기, 혈압계, X선 촬영기계, 심전도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필자는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던 2000년도에 미국 연수중이었다. 당시 관례적으로 '19'를 제외하고 뒤의 두 자리로 연도를 표기해 온 전산 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심각한 주장이 제기됐다. 이른바 'Y2K'로 표현되는 새로운 세기의 시작에 대한 기대와 우려다. 내 이름의 영문 이니셜 때문에 병원 동료 사이에 별명이 Y2K가 되기도 했다. 마침내 2000년이 되고 1월에 미국의 최고 의학잡지인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의 편집자들이 지난 1000년 간 의료의 발전을 이끈 핵심적인 학문과 기술 11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이중 인체의 해부생리학적 이해, 세포의 발견 등 의학의 근간을 이루는 학문과 나란히 '의료영상기기의 개발'이 선정됐다. 이는 의료기기의 중요성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의료에 있어 영상기기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질병의 발병 기전과 병태생리를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크게 이바지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도 의료기기는 질병을 이해하고 새로운 진단 및 치료법을 개발하는 현대 의학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의료기기는 4차산업혁명의 획기적인 기술 발전에 힘입어 하루가 다르게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의료기기는 비침습적 기술, 웨어러블, 임플란트 기술의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은 대규모 의료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질병 예측과 진단, 약물 개발, 임상시험 효율화 등 다양한 기술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이런 기술의 상호작용은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 개발로 이어져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자동진단, 개인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인공지능과 의료기기의 융합은 영상 진단과 로봇수술 분야에서 눈에 띄는 시너지를 발휘하며, 의료 데이터 관리 자동화로 업무의 효율성과 진단의 정확성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의료진의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수술 분야에서는 증강현실/가상현실(AR/VR) 기술을 활용해 수술 중 환자의 의료 영상, 생체 정보, 유사 사례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원격으로 다른 전문가와 협업해 복잡한 수술 과정을 실시간으로 녹화 및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로봇수술 기술은 하나의 의료기기 수준을 넘어 각종 기술을 탑재한 플랫폼으로 발전해 의료진의 의료행위를 전반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의료용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디지털 치료제, 전자약 등 새로운 개념의 의료기기도 등장하고 있으며, 환자 개개인의 유전체 분석 등 빅데이터를 이용한 정밀의료의 발전으로 앞으로 희귀 난치성 질환뿐만 아니라 환자 맞춤형 질환 진료에 점차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발전들은 궁극적으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의 의료로 발전하는 방향성과 궤를 같이하며 이런 추세를 가속화해 의료의 개념을 바꾸게 될 것이다.의료기기산업은 우리 국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중요할 뿐 아니라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한 미래 먹거리 창출에도 중요하다.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은 2023년에 700조 원을 넘었으며, 2032년에는 12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많은 성장을 이뤘으며 2022년 국내 의료기기 생산 규모는 15조 7374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2% 성장하고, 최근 5년간 연평균 24.7% 성장했다.지금까지 글로벌 의료기기산업은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혁신적인 의료기기 개발을 위해 탄력적인 규제 체계 확립과 산업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8년 의료기기 규제 혁신 및 산업 육성, 2019년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 2020년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 및 체외진단의료기기법이 시행됐다. 2021년에는 첨단 의료기기 신속 허가제를 강화해 시장 접근성을 높였다.2022년에는 의료기기 연구개발 및 상용화 지원을 확대하고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 제도를 시행했다. 특히 2023년에는 제1차 의료기기산업 육성 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의료기기산업의 글로벌화와 수출 5위 국가 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그러나 의료기기산업의 발전은 연구개발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연구개발 이후에도 인증 및 임상을 거쳐 제품개발에 이르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 특히 의료기기 규제는 산업의 혁신을 촉진하는 동시에 환자의 안전을 우선시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기에 규제당국은 원칙을 지키면서도 빠른 기술진보에 대응하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최근 디지털의료제품법의 제정과 같은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의료기기의 규제 개선이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국산 의료기기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통합심사‧평가 제도가 도입됐다. 그럼에도 의료 현장의 활용을 높이기 위한 개선책이 필요하다. 2007년부터 도입된 신의료기술평가제도가 의료기기 허가에 대한 이중 규제라는 비판이 있다. 혁신의료기기 및 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선진입-후평가 제도를 도입했으나 병원이나 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강화하지 않으면 4년 뒤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혁신의료기기 및 기술의 근거를 창출하기 위한 병원 내 임상시험이 활성화되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병원의 국산 의료기기 구매를 높일 수 있는 제도적 개선도 필요한다. 이런 개선 조치는 의료현장의 의료진에게 여러 가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서울대병원은 의료기기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적극 투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의료기기 사용적합성 인프라 구축사업을 계기로 2015년 서울대병원에 국내 최초로 사용적합성 평가실을 설립한 이후 의료기기 허가에 필수적인 사용적합성 평가를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2020년에는 혁신의료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첨단 의료기술과 데이터 과학의 융합을 통해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있다. 의료기기 개발, 인공지능 연구, 의료 메타버스, 의료로봇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의료기기의 전주기적 지원을 통해 의료현장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2024년에는 대한민국 국가전략기술 특화연구소로 지정돼 첨단 바이오 분야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 융합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글로벌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가중앙병원으로서 공공성과 수월성을 바탕으로 필수의료 강화와 국가발전을 위한 의료기기산업의 발전에 최선을 다해 기여할 것이다. 의료기기산업은 고령화와 건강 수명 연장 추세 속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으며, 개인 맞춤형 서비스 수요의 증가와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 등 산적한 의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기대된다. 그렇기 때문에 급격하게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의료기기산업의 발전이 국가경제 발전은 물론이고 지속가능한 의료체계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의료기기 연구개발과 규제 혁신에 정부와 기업 그리고 의료계가 더욱 협력하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 5위의 의료기기 강국으로 성장하고, 특히 우리 국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한 미래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4-05-24 05:30:00이슈칼럼

영화 딥임팩트의 교훈

[메디칼타임즈=가톨릭의대 김성근 외과 교수 ]Deep Impact라는 헐리우드 영화가 있다. 지구로 날아오는 소행성을 막기 위해 인류는 많은 노력을 하지만 결국 일부가 지구와 충돌하게 된다. 대재앙 앞에서 많은 인류는 죽게 되고 벌어지고 남은 인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 Unstoppable이라는 영화도 생각난다. 독성 화학물질이 잔뜩 실린 열차가 직원의 실수로 기관사 없이 발차하게 되고 통제 불능의 39량 열차는 폭주하면서 대도시로 향하고 있다. 이 기차를 뒤에서 연결하여 멈추는 과정에서 신참과 고참의 갈등이 있지만 결국은 지혜를 모으고 경험과 실행력을 결합시켜 결국 열차를 멈추게 된다. 지금의 정부의 의료관련 정책 진행을 보면 마치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소행성이나 위험물질을 잔뜩 싣고 달리는 폭주기관차를 연상하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온 소식인 것도 그렇고 커다란 위험이 예상되는 것도 그렇다. 이러한 위험을 감지하고 멈추기 위해 나선 의사들의 목소리는 과연 어떤 결과를 내게 될 것인가. 지난 주 많은 의사들은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도 정의의 편이라 여기고 있는 법원에서 많은 고통이 수반될 정부의 과격한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어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아는 바와 같이 공공복리를 운운하며 그대로 가도록 길을 열어 주었다. 멈출 수 있을 때, 회피할 수 있을 때 그렇지 못하게 되면 결국 피해는 발생하게 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재판부에서 필수의료, 지역의료 관련 정책의 정당성 판단과 그 필수조건이라는 의대정원 2천명 증원의 절차적 정당성과 교육여건을 판단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저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판단만 했어도 이와 같은 판결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아쉬울 뿐이다. 이제 올해 1만 8천명의 의대생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1만 2천명의 전공의들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2025년도 전공의들은 얼마나 될 것인가? 지금의 상황에서는 미래의 우리 의료가 상상이 되지 않지만 아마도 과거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중증질환, 중환을 지켜야 할 분야에서 일할 전공의들은 앞으로 그 수가 아마도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다. 내년 졸업생이 없고 올해 인턴 합격자들이 재지원을 안한다면 그 이후의 전공의들은 그리고 전문의 배출은 요원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지역의료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던 공중보건의는 이제 씨가 마를 것이다. 대학병원에서 자리를 지키던 많은 인력들은 교수, 직원 모두 자의반 타의반 병원을 떠나게 될 것이다. 대학병원 일부는 구조조정 후 일반종합병원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2025학년도부터 입학정원이 늘어난 학교에서 교육받는 학생들은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 질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이들을 의사로 선발할 것인가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 어쨌든 우리 국민들은 과거와 같은 수준의 진료를 빠르게 받기는 불가능한 나라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많은 인류가 희생된 Deep Impact의 결말보다는 결국은 열차를 세운 Unstoppable의 결말이 기대된다. 
2024-05-20 08:41:24이슈칼럼

긍정적인 기증문화 확산을 위한 의료진의 작은 약속

[메디칼타임즈=반태현 교수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7회] 긍정적인 기증문화 확산을 위한 의료진의 작은 약속반태현 가톨릭대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교수(신장내과) 어느 가족의 자녀, 어머니, 아버지, 누군가의 친구, 직장동료로서 관심과 사랑을 주고받던 사람을 갑자기 보내야 하는 그런 아픔 속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의료진이 있습니다.이들에게 장기기증을 위한 언급을 하기도 어렵고, 가족 사이에 함께 충분한 논의를 하고 결정을 하기에도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어려운 결정을 내리면, 의료진은 그 뜻이 헛되지 않도록 장기기증을 위하여 거쳐야 하는 모든 단계와 순간마다 신속하고 오차 없이 절차를 진행하고자 노력을 기울입니다.이 과정에서 가장 가슴 아픈 시간은 가족들이 이별을 받아들이고 말이나 글로 보내는 편지입니다. 연세가 많은 기증자의 부모님부터 막 글을 쓰기 시작한 어린아이의 글에 이르기까지, 마주하는 순간마다 먹먹해짐을 느낍니다.서울성모병원 근무를 거쳐 2019년부터 새롭게 진료를 시작한 은평성모병원에 합류하면서 서울과 경기 서북 지역에 장기이식을 알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습니다. 신생병원이자 이른바 Big5 병원이 아니라는 점은 개원 초기 은평성모병원이 헤쳐 나가야 하는 일종의 장애물이었으며, 어떻게 해야 장기이식과 기증에 대한 숭고한 의미를 지역에 긍정적으로 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새롭게 시작하는 병원에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며 장기이식과 관련된 공간을 꾸며보고 싶었습니다.먼저, 생체 신장이식 분야에서, 이식 환자를 만나는 과정은 주로 신장을 기증받아야 하는 수혜자가 이식을 준비하고, 이식 후에 신장의 기능을 지키기 위해 정기적으로 치료하는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생체 이식의 과정은 다소 수혜자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기증자가 느낄 수 있는 소외감과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덜고자 하는 고민은 언제나 의료진에게 숙제처럼 남습니다.뇌사 기증자들과 마찬가지로 생체 기증자들 역시 가족이나 지인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 자신의 몸과 삶의 일부를 기증했다는 점은 같습니다. 생명나눔이라는 숭고한 뜻을 실천한 살아 있는 기증자들인 셈입니다. 하지만 생체 기증자들이 어느 순간부터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생체 기증자들의 숭고한 뜻에 보답하기 위해 의료진이 할 수 있는 것은 남은 콩팥을 지키며 평생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실 수 있도록 관리해 드리는 일입니다. 이 같은 배경에서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은 ‘신장이식 공여자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기증자께 오랫동안 건강을 지켜드리기 위하여 비뇨의학과와 함께 연 1-2회 정기적으로 안부를 나누면서 신장 기능의 추이를 확인하는 검사와 함께 기초적인 혈압, 혈당, 고지혈증 등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콩팥을 주고받으며 서로 깊은 유대감과 사랑 역시 나누었지만, 기증자와 수혜자 모두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여전히 사회에서는 뇌사 기증자와 유가족에 대한 위로와 감사함을 표하는 많은 움직임이 있습니다. 뇌사 기증자들의 남은 가족들은 모임을 활성화해 서로 위로를 주고받으며 고인의 뜻을 기리고 새로운 삶의 동력을 찾아가고 있습니다.그러나 이러한 자리에 의료진이 함께 하기에는 다소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대신에 많은 가톨릭 의료기관들은 매년 11월 위령성월에 장기기증자를 기리는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 행사는 1991년부터 ‘장기기증자 봉헌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1년에 한 번 오는 이 시간은 멀리 떠난 그리운 가족을 만나기 위하여 그들을 보낸 공간으로 오는 시간입니다.은평성모병원 장기이식병원은 이 시간을 조금 더 확대하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추모공간도 만들었습니다. 뇌사 기증자를 추모하고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한 ‘기억의 벽’(Wall of Remembrance)입니다. 장기기증자의 남은 가족들이 이 공간을 찾아오는 날은 가족들에게 언제나 ‘오늘’입니다. 기억의 벽은 가족들에게는 그리운 이름을 기릴 수 있는 공간이며, 고귀한 뜻을 의료진과 내원객이 함께 나누는 공간이기도 합니다.생명을 나누어주신 분들과 그 생명으로 힘차게 살아가는 분들을 보며 우리 모두는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장기기증과 이식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장기기증을 몸소 실천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늘’, 모든 기증자들을 위해 마음속 ‘기억의 벽’을 세워 봅니다.
2024-05-20 05:00:00이슈칼럼

우울과 상실의 의료현장

[메디칼타임즈=분당차병원 소아응급센터 박수현 교수 ]팀의 부재 : 혼자 밤을 샌다고 혼자 수술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응급수술이 필요하다고 소견서를 받아온 아이가 있었다. 당직 교수님은 한숨을 쉬며 수술을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문제라고 했다. 전공의만 열명 이상 있다고 해서 수술이 가능한 것도 아니며 교수만 있다고 하여 수술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병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을 해내며 유기적으로 돌아간다. 결국에 이러한 상황까지 온 것은 '팀'이 깨졌기 때문이다.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하고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능숙하게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팀이 중요하다. 오랜 노하우로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팀이 사라졌고, 언제 다시 이러한 팀을 결성하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 진정한 비극이다.하루살이 생활가끔 인계하면서 '오늘도 면허걸고 일했습니다.' 라는 말을 한다. 경련하는 아이, 산소가 필요한 심한 천식 아이, 탈수가 심해 신부전이 진행되고 있는 아이, 패혈증과 같은 중증의 아이들을 보면서 계속되는 경증 환자들을 동시에 진료한다. 중증환자에 대한 부담도 큰데 사회적 신뢰가 깨져 치료에 대한 순응도도 낮고, 불안으로 인해 평소보다 설명 시간도 길게 요한다. 원거리에서 오는 환자들도 늘었다. 응급실에서는 '응급'한 환자들을 처치한다. '응급'해질 수도 있는 환자까지 모두 장시간 지켜볼 수는 없다. 악화될 수 있는 증상을 설명하고 퇴원시키는데, 원거리면 악화 시 재내원도 어렵다. 배후 진료가 원활하지 않으면 입원이나 수술이 어려운데 전원은 더 어렵다. 그 위험성과 부담을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이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해서 이 사태에 대한 불안과 분노는 모두 의료현장에 쏟아진다. 진료 보는 이들의 피로감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소송을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는 남아 버텼던 이들을 떠나게 한다. 주변의 사직소식이 들려오고 축소운영 하는 병원이 늘어난다. 병이 진행하고 악화되면 그 모든 원인을 무조건 의료진의 책임으로 돌려버리는 시선속에서 남은 이들은 언제든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기저에 깔고 오늘도 하루살이처럼 폭탄 돌리기를 한다. 우울과 상실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짙은 회의감이 느껴진다. 의과대학 교수들은 요즘 말하는 'N잡러'와 비슷하다. 진료는 기본 당직, 대학 강의, 실습 지도, 연구와 논문까지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업무를 수행한다. 다중 역할을 요구하는 자리지만, 진료만 담당하는 진료교수(촉탁의)에 비하면 월급은 적고, 일하는 시간은 길다.그럼에도 그 일 들에는 이유가 있다. 아니 이유가 있었다. 의료는 단순히 지식 전달 외에도 도제식 수업처럼 의료를 ‘전수’하는 시간이 있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시험을 봤어도 그것을 실제 사람의 몸에 적용하고 치료를 하는 것은 다르다. 사람들 마다 같은 치료에 결과 반응이 다르고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난다. 책에 나온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러가지 상황들을 접하고 대처하는 방법까지 우리는 임상과정에서 배우고 전수하면서 소위 말하는 '전문가'를 양성해간다.'대'가 끊긴 기피과      기피과들의 숙제는 바로 '대'를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가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해 그 과들에서는 많은 대책을 고민하고 제안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그러한 고민이 무색해졌다. 이번 의료대란을 겪으며 우리가 지금껏 겪은 절망은 빙산의 일각이었음을 느낀다. 더 크고 어두운 끝이 아무런 대비없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많은 기피과들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절망적인 것은 이러한 기피과가 많은 수의 환자들의 응급과 중증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의 큰 뼈대이며 중추가 완전히 흔들리고 있다.필자가 몸을 담고 있는 소아 응급만 해도 그렇다. 이곳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소아 응급실 과정을 포함하여 수련과정을 마친 소아과나, 응급의학과 중에서도 소아진료의 경험을 쌓은 전문의가 나와줘야 한다. 물론 그 사람들 중 극히 일부만이 소아응급을 선택하게 된다. 지금의 현실은 소아과 전공의는 그 씨가 말랐고 응급의학과정에 소아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곳도 많다. 수련과정을 개선하고 소아 진료를 확장하기도 전, 기본 인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강제 명령과 같은 당황스러운 상황들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더 이상 전수받을 이들이 없어졌다. 결국 환자의 생명과 가까운 과들은 대가 끊길 지경이 되었다. 기피과들은 명맥을 유지하기 위하여 수련 때 배움의 기회를 늘려주고 과가 선택 받기 위해서 전공의 지원금 및 여러가지 제도적 개선을 제안한다. 아무리 출산율이 줄어도 아이들이 적어져도 소아관련 수가가 낮아도 꼭 존재해야만 한다. 기피과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그 중요도가 높고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간절히 지원을 요청하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던 정부는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의료 정책을 고집하면서 수천억을 투입하였다. 이는 소아응급을 비롯한 많은 기피과들을 여러차례 소생시킬 수 있는 중요한 돈이었다. 번아웃, 무기력이 문제교육해야 하는데, 피교육자들이 없다. 진료해야 하는데 팀은 이미 깨졌다. 연구해야 하지만 인력도 시간도 없다. 사회적 존중도 신뢰관계도 없다. 결국 현장에서는 소송의 위험성을 가득 안고 모든 불안과 불신과 욕을 받아내며 최소한의 진료를 유지한다. 수련을 받으라고 설득하기엔 본인조차 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든다. 체력적 번아웃을 떠나 지독하게 무기력하다. 
2024-05-13 05:00:00이슈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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