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혈압 관리, 건강관리의 첫걸음
[메디칼타임즈=강남을지대병원 김정환 교수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얼마나 오래 사는가 못지 않게 얼마나 건강하게 사는가가 화두인 시절이 되었다. 아무런 병 없이 오래 사는 '무병장수'가 가장 이상적인 삶이겠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각종 만성 질환은 유전적이든 환경적이든 생기지 않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그러다 보니 중년에서 장년, 장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면서 하나, 둘씩 병을 얻게 되고 병원을 찾는 횟수가 늘어나게 되고 먹어야 하는 약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럴수록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되고 병원에 의지하는 신세가 되는 것도 현실이다.치료해야 하는 병이 생기면 당연히 병원과 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적절한 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고 약물 처방도 받고 생활 습관 관리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 병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이라면 한 번의 진료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와 함께 정기적인 검사와 약물 치료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여기까지는 조금이라도 건강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 추가해야 할 것이 있다. 정기적인 검사와 관리의 역할이 병원과 의원에만 있었던 시대에서 벗어나 이제는 서서히 '자기 점검(self-monitoring)'과 '자기 관리(self-control)'이라 부르는 환자 본인에게도 그 역할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과학의 발전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과거에는 혈압이나 혈당을 측정하는 기기의 정확도를 신뢰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그래서 혈압계와 혈당계는 병원과 의원에 납품하는 기계 정도가 소위 '정도 관리'를 제대로 받아 믿을 만했고, 집에서 측정할 수 있는 '간이형' 혈압계와 혈당계는 그 정확도를 확신할 수 없어, 실제 진료에서는 일종의 참고자료로만 쓰여왔다.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발달한 과학 기술은, 이제 집에서 쓰는 작은 혈압계의 측정 오차를 눈에 띄게 감소시켰고 '가정혈압'이라 부르는 자가 측정 혈압도 고혈압 진료지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몫이 되었다.사실 어쩌다 한 번 병의원에 진료를 위해 방문해서 측정하는 혈압 보다는 일상에서 측정하는 혈압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는 많은 의료진들의 동의가 있어왔다. 심증적 동의는 있었지만 이것을 어떻게 진료 현장에서 활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견이 엇갈려왔으나 최근 얼마전부터는 국내외 모든 고혈압 진료지침에서 가정혈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많은 가정용 자동혈압계는 이미 식약처의 까다로운 검증을 통과한 제품들이다. 자동혈압계와 수은혈압계를 각각 3회, 2회 측정하여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의 평균 혈압 차이가 5mmHg 이하일 때 적합 판정을 받고 1년 마다 다시 재검사를 통해 합격 판정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정도의 기준은 임상현장에서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엄격한 기준이라 생각한다.문제는 제품의 신뢰성이 아니라 환자가 가정혈압을 잘 잴 수 있도록 교육하는 데 있다. 보통 가정혈압은 하루 2회 오전과 오후에 측정하는 것을 권한다. 오전은 기상 후 1시간 이내, 배뇨 후, 혈압약 복용 전, 아침 식사 전에 맞춰서 측정하고 오후는 주로 저녁 시간에 측정하되 취침 전 배뇨 후에 측정하는 걸 권고한다.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비슷한 환경에서 측정하고 혈압 측정 전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측정하며 음주, 흡연, 커피나 기타 카페인 섭취를 하지 않고 측정하도록 교육하는 게 필요하다. 다만 아직 충분히 정확도가 입증되지 않은 손목형 혈압계나 스마트워치 혈압계, 반지형 혈압계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은 가능하겠지만 고혈압의 진단이나 추적 관리하는 가정혈압 측정용으로는 적절하지 않으므로 권고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자가혈압 측정을 제대로 모니터링해서 의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면 24시간 활동혈압 측정에 못지 않은, 실제적이고도 중요한 혈압 진료의 바탕이 될 수 있다. 여기에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병을 관리하고 치료하겠다는 동반자적인 라포(rapport)가 필요하기도 하다. 건강 100세 시대를 이끌어가는 일차의료 의사들은 그 누구보다 이런 역할들을 잘 해왔고 앞으로도 그 역할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일차의료 현장에서 가정혈압의 활용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는가는 어쩌면 일차의료 현장에서 고혈압 진료를 하는데 있어 가장 큰 숙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숙제는, 일차의료의 모든 의료진들이 지금껏 그래왔듯이 잘 수행해 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