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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폐지 이후, 의료소송 폭풍 몰려온다

[메디칼타임즈=손문호 원장 ]검찰청 폐지 논의가 현실화되면서, 약 2000명에 이르는 검사 중 최소 1500명 이상이 변호사 개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공무원연금 수령 요건(20년)을 채운 다수의 수사관들도 변호사 사무소로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이들이 기존의 형사사건뿐 아니라 민사사건, 특히 의료소송과 실손보험 소송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된다면 의료현장은 새로운 법적 파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이미 의료소송은 소가(訴價)가 해마다 상승하는 추세다. 대형 사건은 수십억 원대에 이르며, 실손보험 관련 분쟁 역시 환자·보험사·의료기관 간의 갈등이 첨예하다. 여기에 검사·수사관 출신 법조인들이 수사 경험과 문서 분석 능력을 무기로 대거 진입한다면 의료계는 더욱 불리한 환경에 놓일 수 있다.특히 우려되는 지점은 필수의료 분야다. 산과, 소아청소년과, 외상, 응급의학 등은 이미 소송 위험 때문에 전공의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 만약 법률 리스크가 더욱 커진다면 젊은 의사들의 발길은 더욱 줄어들고, 결국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이제 의료계는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첫째, 의료분쟁 전문 변호사 그룹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해 의료인의 방어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둘째, 보험사와의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 합리적 심사·보상 체계를 확립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소송이 의료현장을 잠식하게 된다.셋째, '국가 책임의 의료사고 보상제도(No-fault compensation system)'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는 개인 의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사회적 안전망 안에서 의료사고를 처리하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검찰 개혁이 법조계의 새로운 판을 짜는 동시에, 의료현장의 분쟁 구조를 송두리째 바꾸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의료계는 더 이상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필수의료를 지키고, 의료인의 권익을 보호하며, 국민의 건강권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2025-09-15 05:00:00이슈칼럼

전공의 노조, 권리 주장 그 너머의 품격

[메디칼타임즈=경남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위원장 ]의사도 노동자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이 명제를 꺼내면 여전히 찬반이 극명히 갈린다. 전공의들이 노조를 결성했다는 소식에도 비슷한 반응이 따라붙는다. "의사가 무슨 노조냐"는 반문이 그 대표적이다. 어쩌면 '노조'라는 단어에 얹힌 고정관념이 작동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가 극단적 구호를 외치는 이미지 말이다. 하지만 이례적이라 여겨질 뿐, 전공의 노조는 제도적으로도 정당하고 현실적으로도 필요하다. 다만 그 형식과 태도는 의사라는 전문직의 무게만큼 숙고되어야 한다.전공의의 노동 환경은 오랜 시간 구조적 한계에 놓여 있었다. 열악한 수련 환경과 잦은 야간 당직, 수직적인 의사결정 구조, 피드백조차 불투명한 평가 방식. 여기에 각 과별 편차는 극심하다.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병원에 있으나 정작 본인의 목소리는 바깥에 닿지 못하는 처지다. 목소리를 조직화하고 교섭력을 갖추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환자의 생명과 연결된 고도의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자기 권리에조차 침묵해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비정상이다.그러나 전공의는 의료인이자 동시에 피교육자라는 이중적 신분에 놓여 있다. 단지 '고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만이 아니라, 전문성을 계승하는 교육대상이라는 정체성도 함께 지닌다. 이 교육을 책임지는 이들은 바로 '지도전문의'다.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하며 병원의 책임을 지는 일만으로도 벅찬 이들이, 추가로 교육의 책임까지 지고 있다. 환자 치료와 수련 교육을 동시에 감당하면서도, 이들의 노동은 종종 제도적 인정조차 받지 못한다. 병원의 인력 부족이 구조화되면서 많은 지도전문의들은 사실상 '교육노동'을 자비로, 혹은 사명감으로 감내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권리 주장이 타당하다면, 지도전문의들의 책임과 노고에 대해서도 정당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지도전문의는 단순한 관리자나 고용주가 아니다. 그들 역시 긴 시간 수련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선 이들이다. 그 역시 수련체계의 산물이며, 의료 생태계를 유지하는 마지막 고리이기도 하다. 전공의는 당연히 부당한 현실에 맞서야 하지만, 그 목소리 안에는 적어도 이해의 시선과 존중의 태도가 담겨야 한다. 지난 의정 갈등에서 터져 나온 '스승은 중간착취자'라는 표현은 분명 과했고, '스승이라는 자'라는 말은 불필요한 반목을 키웠다. 그렇다고 그 말들이 공허한 외침은 아니었다. 그 뒤에는 오래도록 방치된 거리감과 단절의 실체가 있었기 때문이다.지금 의료계에 필요한 건, 다시 손을 내미는 일이다. 스승과 선배들이 먼저 제자들의 언어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그들이 왜 그렇게까지 말할 수밖에 없었는 지를 고민해야 한다. 동시에 전공의들 또한 지도전문의들의 무게와 입장을 다시 성찰할 필요가 있다. 전공의 수련제도는 누군가의 헌신을 전제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전공의만큼이나, 지도전문의 역시 제 역할에 걸맞은 대우와 권한, 보호가 필요하다.노조는 권리를 위한 장치일 뿐만 아니라, 조직의 품격을 드러내는 수단이기도 하다. 전공의 노조는 단지 전공의만을 위한 기구가 아니라 앞으로 의료계가 어떤 태도로 사회와 마주할지를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권리 주장이 곧 사회적 메시지가 되는 자리에서 '어떻게 말할 것인가'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 못지않게 중요하다.의사는 직능인이자 전문가다. 전문가에게는 전문성만큼의 책임이 요구된다.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건 바로 그 책임의 자세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헌신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자기 권리를 말하는 자리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이것이야말로 전문가 집단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유지하는 방식이다.
2025-09-12 14:03:13이슈칼럼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메디칼타임즈=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 ]전공의들이 수련 현장으로 복귀하고 있다. 지난 의정 갈등은 승자 없이 끝났다. 의료계 전체가 깊은 상처를 입었고, 국민의 신뢰는 추락했다. 특히 본과 4학년과 24학번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자였다. 교수, 개원의, 전공의, 의대생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세대별·직역별 갈등이 심화했고, 그 결과 ‘존경받는 의사’의 이미지는 무너지고 '이익만 좇는 집단'이라는 오해가 남았다. 우리는 이 쓰라린 교훈 앞에서 다시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자문해야 한다.가장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정책의 방향이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등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간에 필수 의료 공백을 해결할 수 없는 방안이다. 지금 준비를 시작해도 공공의사가 배출되기까지 최소 15년이 걸리고, 그 시점에는 오히려 의사 과잉이 예상된다. 문제의 본질은 의사 수가 아니라 배치다. 수련 정원, 보상, 정주 여건이 함께 설계되지 않으면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저수가 구조가 근본적 원인이다. 불합리한 수가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어떤 제도도 성공할 수 없다. 정부가 수십 년간 이행하지 않은 건강보험법상 국고지원 의무만 충실히 지켜도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 문제 해결에 큰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강화와 같은 법적 안전망 구축도 절실하다. 의사가 환자를 위해 최선의 진료를 다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의료계 내부의 분열이다. 과거 스승과 제자, 선후배로 이어지던 끈끈한 연대가 이번 사태로 크게 흔들렸다. 정부의 압박이 강해질수록 의료계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 교수, 개원의, 전공의, 의대생 모두가 ‘동료’라는 정체성을 되찾아야 한다. 젊은 의사들과의 온라인 타운홀 미팅, 정책 결정 구조에서의 청년 쿼터 확대 등 세대 간 소통의 다리를 다시 세워야 한다.정부와 의료계의 신뢰 회복은 무엇보다 소통에 달려 있다. 일방적 추진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대화 구조가 필요하다. 보건복지부뿐 아니라 교육부, 기재부, 국방부가 함께하는 거버넌스를 마련하고, 데이터 기반 인력 추계와 교육·수련 복원, 필수 의료 보상, 법적 안전망을 결합한 ‘패키지 접근’이 요구된다.이번 사태는 단순한 집단 행동이 아니라 왜곡된 정책과 '의사 악마화'에 맞선 정당한 저항이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과거의 갈등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수련 정상화, 필수 의료 회복, 국민 신뢰 회복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다. 환자 곁에서 땀 흘리는 의사들의 목소리가 존중될 때 비로소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과 함께하는 의료, 존경받는 의사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서울시의사회는 이를 위해 앞장설 것이다.
2025-09-08 05:00:00이슈칼럼

초고령사회 의료의 역할은 무엇인가?

[메디칼타임즈=가정의학과의사회 한민규 이사 ]2025년 현재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에 육박하며,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많은 가정에서 이미 체감하는 현실이다.필자의 부모님도 연로하시다 보니 예기치 못하게 혹은 예정된 일정으로 병원을 방문하셔야 하는 경우가 잦고, 이제는 홀로 병원을 찾으시는 것이 불가능하다. 가족이나 요양보호사가 반드시 동행해야 하고, 병원까지 모시고 가는 일, 진료실에서 어려운 의학 정보를 이해하고 기록하는 일, 검사실과 약국을 오가는 복잡한 동선을 함께하는 일, 모든 것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의료진의 중요한 설명이 누락되거나, 다음 번 동행자가 달라질 경우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기는 위험도 크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기는 비효율과 기회비용은 차치하더라도, 결국 환자의 치료 결과나 안전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다.이런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긴다. 현재와 같은 의료기관 중심의 외래·입원 구조가 과연 고령 환자에게 적절한가? 노쇠가 진행된 환자들이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한 구조가 아닌가? 고령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환자의 저하된 기능에 맞추어 의료가 집으로, 생활공간으로 찾아가는 변화일 것이다.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맞이한 일본과 대만은 어떤 해법을 모색했을까? 일본은 2013년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구축하여 재택의료를 제도화했고, 2025년 현재 1차 목표를 마무리하며 2040년 계획을 수립 중이다. 재택 진료 이용자 중 95%가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로, 의료와 돌봄의 통합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대만은 1995년부터 재택의료 계획을 추진했고, 2016년 이를 공식화했다. 환자 집을 중심으로 왕진과 간호, 24시간 전화 상담, 호스피스 돌봄까지 통합 제공하는 체계를 갖췄다. 특히 여러 직군으로 조합된 팀이 환자의 10km 생활권 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해 병원 중심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다.물론 두 나라 모두 인력 부족과 재정 압박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우리보다 한발 앞서 구체적 제도를 마련해 실행하고 있다는 점, 해결책으로 내놓은 정책 방향이 유사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우리나라는 방문 진료와 왕진 제도를 시범사업으로 운영 중이지만, 여전히 제도적 미비와 낮은 수가, 환자와 의료기관 간 연결 고리 부족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돌봄통합지원법'이 지역사회 돌봄의 제도적 기반이 될 전망이지만, 재정과 인프라 부족이라는 구조적 난관은 여전하다.여기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웨어러블,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 연속 혈당 측정기(CGM) 등의 바이오센서를 활용하면, 의사·간호사·가족이 동일한 데이터를 공유하며 환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는 돌봄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 또한 최근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반의 어시스턴트 기능을 활용하면 인력 부족 문제를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다.재택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 확산을 위해 다음의 세 가지 과제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1. 현실적 수가 체계 마련 –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통합 관리에 대하여 충분히 보상하는 구조.2. 지역 기반 디지털 인프라 강화 – 의사회와 지자체 주도의 환자-의료기관 연계 지역 디지털 플랫폼 구축.3. 디지털 헬스케어 통합 – 경쟁력 있는 공공/민간 솔루션을 보험제도 안에 편입하고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 표준화.초고령사회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다. 의료기관 중심 구조로는 고령 환자의 특수한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 필자가 직접 겪는 부모님 돌봄의 사례처럼, 많은 가정이 이미 같은 어려움을 감당하고 있다. 일본과 대만의 경험이 보여주듯, 재택의료와 방문 진료, 그리고 디지털 헬스케어의 접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불가피한 국가적 과제이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의료계, 지역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 대안을 실행해야 할 때이다.
2025-09-01 05:00:00이슈칼럼

의사가 본 '문신사법' 무엇이 문제인가

[메디칼타임즈=서울시의사회 이재만 정책이사 ]지난 8월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가 비의료인의 문신 및 반영구화장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을 졸속 처리한 데 대해 의료전문가로서 깊은 우려를 표하며, 해당 법안의 즉각적인 철회하길 바란다. 문신사법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은 그 자체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국민보건과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뜻하지 않은 파장을 가지고 올 것이 명약관화 하다.단순한 '직업 인정이나 고용 창출'의 문제가 아니며, 국민 여러분의 건강과 안전이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다. 법적으로도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로 '의료인이 아닌 사람'도 문신 시술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하자는 법안은 어불성설에 지나지 않는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역시 문신 시술이 '보건위생상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명백한 의료행위'임을 여러 차례 판시하였으며, 그 위험성만으로도 비의료인의 시술을 금지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더불어, 문신 시술, 단순한 예술이 아니다. 문신과 반영구화장은 피부를 뚫고 진피층에 염료를 주입하는‘침습적 의료행위로, 문신행위는 사람의 피부를 침습하여 체내에 영구적인 색소를 주입하는 본질적으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침습적 시술은 단순한 미용 차원을 넘어 감염, 알레르기, 육아종, 흉터, 쇼크, 염증, 중금속 축적 등 심각한 부작용을 수반한다. 그럼에도 응급 상황에 대한 전문 의료 대응이 불가능한 비의료인에게 이를 허용하는 것은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하는 무책임한 입법이다. 문신은 시술 후 쉽게 제거되지 않고, 제거를 위해서는 긴 치료 기간, 상당한 통증, 고액의 비용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문신의 대중화는 호기심이나 유행에 따라 미성년자들의 충동적 시술을 부추겨 교육 및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더구나 문신사에 대한 면허체계, 교육 기준, 감염 예방 체계는 물론 문신사 인원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제도를 성급하게 허용한다면, 의료법뿐만 아니라 약사법, 의료기사법 등 보건의료 전반의 법체계와 충돌함과 동시에 의료전문성에 기반한 현행 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문신사법은 매우 설익은 법안으로 ▲'문신 행위'의 정의 및 범위 명확화 ▲사용 염료의 안전성 확보 전문의약품에 대한 엄격한 관리 안전관리 기준 설정 및 지속적인 안전관리방안 마련 ▲의사의 의료행위가 오히려 불법이 되는 역설 문제 해결 ▲문신 남용 억제방안 마련 한의사 등 문신행위 규제 등의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이 법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의료행위의 정의와 범위가 사실상 훼손되어 향후 다른 침습적이고 위험성 있는 시술들에 대해서도 유사 입법이 잇따를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의료체계의 붕괴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2025-08-25 05:00:00이슈칼럼

의대생·전공의 복귀, 무엇을 할 것인가

[메디칼타임즈=길병원 엄중식 교수(감염내과) ]복귀한 의학과 3학년을 대상으로 임상실습 오리엔테이션이 열렸고 감염내과 임상 실습에 대한 소개를 하였다. 학생의 맑은 눈길을 마주하니 마음이 설레고 반가웠다. 그러나 40% 가까운 학생이 입대와 다른 이유로 복귀를 못해 비어 있는 자리만큼 허전하였고 미안하였다.의대 학생과 전공의의 복귀를 누군가는 특권이라 하고 누군가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은 구치소에서 버티는 전임 대통령이 결정하고 영혼 없는 공권력이 폭압적으로 시행한 정책에 저항한 젊은이들의 복귀를 특혜를 받는 것이고 그들로 인해 피해를 본 환자가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학생과 전공의를 가르쳐야 하는 이들까지 사과를 요구하니 세상에 이런 몽니가 없다. 말리는 사람 없이 두들겨 맞은 자에게 너의 품행에 문제가 있어서 맞을 만 했다라고 책임을 떠넘긴다. 부끄럽지 않은가...어렵게 의대 학생이 복귀를 하였고 전공의 복귀도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있었던 내부 갈등이 쉽게 정리되지 않을 것이고 수업 일정이나 수련 과정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도 어려운 일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무도한 의대정원 증원정책으로 파괴된 교육수련환경은 반영구적인 손상을 입어 장기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나간 시간에 대한 갈등과 논쟁은 가급적 빨리 마무리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에 집중해야 한다.복귀하는 의대 학생과 전공의의 심리적인 위축과 고민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학교와 수련기관에 마련되어야 한다. 현장에서 버티고 있는 지도 교수들의 헌신이 이제 더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후학을 위해 아낌없이 남은 힘을 써야 할 때가 되었다. 더 이상 중간 착취자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는 없다. 지금 복귀한 학생과 전공의가 우리의 미래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될 것 같다. 다만, 어렵게 복귀한 학생과 전공의에 대하여 교육 수련 과정이 양적으로 줄어들고 질적으로 약화되는 타협은 경계하고 거부해야 할 것이다. 학생과 전공의도 복귀 후 심신의 편리를 우선하지 말고 각자의 역량을 쌓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단체는 다시 학생과 전공의가 작금의 상황에 놓이지 않게 반성하고 각성해야 한다.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의 활동에 주시하면서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되도록 정치 사회적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전방위적인 활동을 통하여 다시 비현실적이며 근거 없는 정책이 결정되어 시행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한다.1년 6개월이 넘도록 의료계가 받은 피해를 어떻게 복구할 수 있을지 감도 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손 놓고 기다리면 다른 누가 해결해 줄 수도 없는 일이기에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보자 그리고 지치지 말고 노력해 보자는 말을 건네어 본다.
2025-08-18 05:00:00이슈칼럼

위기의 요양병원 어디로 가야하나

[메디칼타임즈=대한요양병원협회 안병태 부회장 ]온나라가 통합돌봄지원법 즉 재택돌봄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부산하다. 특히 직접 시행의 당사자인 각 지자체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든 방향이 다 수립되지도 않은 채 정신없이 준비하고 있다.도대체 통합돌봄지원법의 핵심인 재택돌봄이 뭐길래 이렇게 떠들썩할까?통합돌봄지원법은 살던 곳에서 살다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불편함 없이 지원해주자는 정책이다. 세계적인 추세라고 한다. 슬로건은 얼마나 아름답고 고상한 것인가.OECD국가에서 요양병원제도가 있는 나라는 드물다. 가장 앞서가는 나라가 일본과 한국정도다. 그런 제도가 없는 나라에서는 사람의 죽음을 급성기병원 아니면 집에서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는 노인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의료분야에 요양병원이 있고 복지분야에 요양원이 있어서 생애말기 임종의 상당 부분을 감당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통합돌봄지원법이 시행되면 요양병원은 어디로 갈 것 인가의 문제가 큰 숙제라고 보여진다. 모순이 있지만 이미 법은 제정되었고 내년 3월이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전국적으로 시행할 것이다.이 가운데에 요양병원은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 이제는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경증환자를 회복시켜 지역사회로 돌려보내고 그 환자들을 관리해왔던 의료정보 및 노하우로 재택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과 케어를 하면서 노화나 갑작스러운 신체변화 등으로 인한 급성기적인 질병으로 문제가 생기면 다시 요양병원으로 재입원을 통한 연속적인 환자 치료를 전문적으로 잘할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이렇게 되면 집에서 지내던 환자들이 응급상황에 119를 거쳐 급하게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으로 이송되어 필수의료를 방해하고 고비용으로 의보재정의 낭비를 초래하며 다시 요양병원으로 전원하게 되는 불필요한 일이 없게 될 것이다.이를 위해 재택돌봄사업에 제외되어 있는 요양병원의 참여를 즉각 해결해야 하며 이렇게 되면 통합돌봄의 시작과 중심은 요양병원이 될 것이고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또한 고독사 없는 복지국가 실현에 요양병원의 역할 재고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1인가구의 증가, 가족해체, 경제적 빈곤, 만성질환, 고령화 등의 복합요인으로 인해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생애말기 고립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전국 1년 사망자수는 23년 기준으로 35만명 정도 되고 이중에서 의료기관 사망자가 75%정도이며 요양병원에서 사망하는 비율도 6만7천명 정도로서 21.2% 정도가 된다. 그리고 집에서 돌아가시는 분 중에서 고독사의 비율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이웃 일본도 통합돌봄제도를 먼저 시행했지만 고독사의 숫자가 1년에 7만명 정도로 점점 증가 추세이고 우리나라도 23년 기준 5천명을 넘어서고 있다.막연히 미래의 죽음을 생각할 때는 자택임종을 누구나 원하지만 정작 죽음이 임박한 나이가 될수록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여 병원 임종을 원한다.좋은 죽음은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마지막을 누가, 어떻게 함께 하느냐의 문제다.  요양병원은 그 역할을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그런데 재택돌봄은 돌봄사각 시간의 문제가 간과되고 있다. 방문요양, 방문진료 방문간호가 이루어지는 낮시간 이외에 혼자 거주하는 야간시간에 나타나는 문제에 대해서 어떤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이 문제의 해결점이 요양병원에서의 꾸준한 관심과 관리가 아닌가 생각된다.이를 위해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수차례 정부당국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건의하였다. - 노인들도 정상적인 의료혜택을 받을수 있도록 요양병원 수가를 정상화 하라.- 요양병원의 생애말기 임종기병동(호스피스병동)을 인정하고 신설하라.- 재택돌봄에 가장 적합한 의료체계인 요양병원의 재택돌봄 진입을 인정하라.- 통합돌봄지원법에서 우려되는 환자의 입원제한등을 거두고 환자의 병원 선택권을 보장하라.- 노인의료체계의 의료정보 분절을 막을 요양병원의 병동제와 의료복합체 정책을 시행하라.- 매년 100개 이상의 병원들이 폐업하며 더 이상 버틸수 없는 요양병원의 퇴로를 지원하라.이러한 주장을 정부가 수용하여 우리나라 노인의료의 중심 요양병원을 육성하여 병원 입원 생활과 퇴원 후 집에서의 재택돌봄 사업에 요양병원이 큰 역할을 하는 길이야말로 요양병원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2025-08-11 05:00:00이슈칼럼

오감 만족을 위한 마스터키, 이비인후과

[메디칼타임즈=이비인후과의사회 안영진 부회장 ]-청각·후각·미각 그리고 삶의 질을 책임지는 진료과의 역할-이비인후과는 귀, 코, 목을 진료하는 과입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감기, 중이염, 알레르기성 비염처럼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이비인후과를 찾습니다. 실제로 상기도 감염은 이비인후과 외래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증상이기도 하며, 의료진 입장에서도 중요한 진료 영역입니다.하지만 이비인후과는 단지 '감기 진료를 잘 보는 과'로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이비인후과는 우리 삶을 이루는 핵심 감각들, 그리고 기본적인 생리 기능에 깊이 관여합니다.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른바 '오감(五感)' 중 청각, 후각, 미각은 모두 이비인후과가 다루는 핵심 분야입니다. 여기에 더해, 말하고 노래하는 음성, 먹고 마시는 연하 기능, 숨쉬고 자는 동안의 수면 건강까지—이비인후과는 인간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기능들을 광범위하게 책임지는 진료과입니다.1. 청각 – 고령화 시대, 조용한 고통의 시작청력은 나이가 들수록 점차 저하되며, 고령 인구의 절반 이상이 어느 정도의 난청을 경험하게 됩니다. 특히 노인성 난청은 단순히 '소리가 작게 들리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고립, 우울증, 인지 기능 저하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다수의 연구에서는 청력 저하가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이는 가장 큰 독립적인 요인으로 밝혀졌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각 문제는 흔히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간주되어 방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비인후과는 정밀한 청각평가를 통해 조기 진단과 청각 재활(보청기, 인공와우 등)을 시행할 수 있는 유일한 전문 진료과입니다.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지금, 이비인후과의 청각 관리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2. 후각과 미각 – 팬데믹이 드러낸 감각의 소중함코로나19는 후각과 미각을 앗아간 병이었습니다. 냄새를 맡지 못하고,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없다는 증상은 일시적인 불편을 넘어서 환자의 삶의 의욕과 활력을 무너뜨리는 중대한 문제였습니다. 일부 환자는 감염 수개월 후에도 후각이나 미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거나, '고무 타는 냄새', '금속 맛' 등 기형 감각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이러한 후각·미각 이상은 단순히 감각 기관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비강 내 병변, 후각 신경의 손상, 상부 소화기관의 기능 저하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는 이비인후과에서만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코가 막히면 냄새도 안 나는 거지' 정도로 치부되던 후각 문제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새롭게 조명되었고, 이를 계기로 이비인후과의 진단 및 치료 능력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3. 음성 – 소통의 기능, 발성의 과학목소리는 감각은 아니지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특히 교사, 강사, 상담가, 콜센터 종사자, 성악가 등의 전문 음성 사용 직군에게 음성 건강은 생존의 문제입니다.이비인후과는 후두내시경, 스트로보스코피 등을 통해 성대 상태를 정밀하게 평가하고, 성대결절·폴립·성대마비 등 다양한 음성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유일한 진료과입니다. 음성의학은 이비인후과 내에서도 점차 발전하고 있는 전문 분야이며, 성대 주사술, 미세수술, 음성치료까지 환자의 직업적, 사회적 기능 회복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4. 수면과 숨 –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삶의 질을 무너뜨리는 조용한 질병단순한 코골이로 시작된 문제가 수면무호흡증으로 이어지면,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 가족에게도 상당한 고통을 줍니다. 무엇보다 수면무호흡증은 고혈압, 부정맥, 심혈관 질환,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의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수면 중 질식 위험도 높아지는 심각한 질환입니다.이비인후과는 수면다원검사를 포함한 정확한 진단부터, 비강·구개·설기저부의 해부학적 구조를 고려한 맞춤형 수술, 그리고 양압기 치료에 이르기까지 수면무호흡증의 모든 진단 및 치료 과정을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진료과입니다.'귀·코·목' 그 이상을 치료하는 진료과이비인후과라는 이름은 귀, 코, 목이라는 기관명을 따왔지만, 실제로는 인간이 외부와 연결되고 삶을 느끼는 거의 모든 통로를 진료하는 과입니다. 오감 중 세 가지를 책임지고 있으며, 음성과 연하 기능, 수면까지 아우르는 범위는 단일 진료과로서는 매우 광범위합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대중의 인식은 여전히 '감기나 보는 과'에 머물러 있는 현실은 안타깝습니다. 사실상 이비인후과는 현대인의 삶의 질, 기능 유지, 노화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진료과 중 하나입니다.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고, 맛을 느끼고, 말하고, 숨 쉬고, 음식을 삼킵니다.그 모든 감각과 기능이 원활할 때 우리는 '건강하다'고 느끼며, 그것이 곧 삶의 질입니다.이비인후과는 단순한 병의 치료를 넘어, 감각의 회복, 기능의 유지, 삶의 만족도 향상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진료과입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를 보면 2025년 1분기 기준 전체 3만6986개의 1차 의료기관(의원) 중에서 이비인후과 의원은 2757개로 내과(5603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습니다. 전국의 이비인후과에서 어려운 의료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국민 건강을 위해서 불철주야 진료에 매진하시는 동료 이비인후과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최고의 접근성을 자랑하는 이비인후과 진료를 통해 전 국민의 삶의 질이 풍요로워지기를 바랍니다.
2025-08-04 05:00:00이슈칼럼

피교육자가 룰(Rule)을 만들어야 하는가

[메디칼타임즈=의료정책학교 장재영 교육연구처장 ]고등학교 시절 '주입식 교육'은 학생 사회에서 늘 논쟁거리였다. 교육 관련 서적을 찾아 읽다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학자가 있었다. 미국의 존 듀이, 현대 교육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는 교수자와 학습자 간의 소통을 강조한 인물이었다. 전공의 수련 환경을 둘러싼 여러 단체와 주변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이 인물이 떠올랐다. 우리의 수련(교육) 환경은 작게는 해당 병원의 해당 과 차원에서, 크게는 전공의특별법 제10조에 따라 설치된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결정된다. 평가위원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전공의들은 "이미 정해져 있는 내용에 무언가를 추가할 수도, 뺄 수도, 수정할 수도 없었다"며 실질적 의사 결정권이 없었다고 말한다. 한편, 교수자 단체에서는 개별 사안에 대한 전공의 의견이 명료히 전달되지 않았을뿐더러, 다수결로 의결하는 구조가 아니기에 전공의들이 충분히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구조는 열려있으나, 실질적 작동은 안 되는 셈이다.어느 한쪽이 전적으로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그동안 교수자들은 해당 길을 걸어온 선배로서 어떠한 방향의 교육이 최선인지에 대한 지식에 확신이 있고, 피교육자는 팔로워로서 그것을 따라와야 한다는 오랜 사고의 전통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피교육자들은 명시된 수련 기간을 버텨낸다는 마음으로 '전문의가 되는 과정'이 아닌 '전문의가 되는 결과'에만 집중하면서, 보드를 편하게 딸 수 있는 편의성과 전문의 전단계로서의 전문성 사이에서 방향을 못 정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 (전문의 취득의 편의성을 담보하면서, 실용성/전문성을 고루 갖춘 교육 체계의 양립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이상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교수자는 '우리가 정한 길로 따라와라'는 관성을, 전공의는 '보드만 따면 끝이다'는 수동성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존 듀이는 학습자가 수동적으로 지시를 따르는 존재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교육에 참여하는 경험 자체가 단순한 교육 효과를 넘어서 민주적인 집단과 사회를 형성하기 위한 훈련이라고 보았다. 교수자들도 현시대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전향적으로, 그리고 민주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전공의 내부에서도 안에서의 모순을 직시하고 방향성을 설정하는 주체적 작업에 나서야 한다. 획기적인 수련 시간 단축을 앞둔 상황에서, 총 수련 기간은 어떻게 되어야하는가. 술기 위주의 교육이 '전문의가 되기 위한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가. 근로자로서의 성격이 옅어지는 상황에서 병원이 전공의 임금을 줄이고 하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행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전공의들은 정부에 어떤 지원을 요구해야 하는가. 사태의 끝에서 전공의들에게 돌아온 공은 그 무게가 너무도 무겁다. 지난 의정갈등 동안 붉어졌던 많은 수련 상의 문제와 전담간호사의 등장 등 악재와 호재가 혼재되어 있는 상태에서 교수자와 피교육자 간의 소통이 더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이다.듀이와 이 시대 전공의들의 공통점은 '경험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다 의미 있는 것이 아니고, 모든 것은 경험이 가진 질에 달려 있다'라고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은 다수의 관심과 참여에 대한 열정 없이는 무의미하다. 교수자는 피교육자가 이러한 요구에 대해 능동적 참여자로서 역할 하는 것을 반겨주고, 피교육자들은 그러한 참여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실천해야 한다.그리고 바로 그것이 하나의 끝과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하는 의료계의 자세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25-07-31 10:37:16이슈칼럼

비만치료, 일차의료에서 맡아야 한다.

[메디칼타임즈=을지의대 김정환 교수 ]2000년 무렵부터 형성된 국내 비만치료 시장은 약 25년의 시간 동안 날로 성장해왔다. 2000년에 제니칼이라는 지방흡수억제제가 처음 국내에 출시되고, 이제는 퇴출된 리덕틸이라는 비만약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비만을 병원에서 치료한다는 인식이 생기게 되었고, 의료계와 함께 제약업계에서도 비만치료 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질 정도로 언제나 뜨거운 이슈였다. 30년 정도의 짧은 비만치료의 역사 동안 이미 많은 제약회사는 비만치료약물의 성공과 실패를 거듭해 왔고, 아직도 지속적인 비만치료약물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효과가 좋은 약제들의 계속된 성공적 출시는 비만치료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지만, 실제 비만치료의 영역은 매우 좁은 게 사실이다. 비만 시장이 발전하자 ‘비만클리닉’이라 불리는 비만 전문 의원이나 병원이 생기게 되었고, 환자들은 비만치료를 위해 전문화된 클리닉을 찾는 게 보편화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비만클리닉의 환자들이 모두 비만 환자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이는 비만을 미용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에 그 이유가 있지 않았나 싶다. 비만을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보고 그 질병을 갖고 있는 환자를 치료한다는 개념보다는 단지 살을 빼고 싶거나 몸을 예쁘게 가꾸고 싶은 이들의 욕망을 채워주는 개념이 더 우선시되고 있는 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비만클리닉 현실이기도 하다.몇 년간 비만학계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비만의 진단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유럽비만학회에서는 비만의 진단 기준을 단순한 체질량지수에만 두지 말고, 비만과 관련된 질병의 유무와 그 위험도를 가지고 진단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러한 비만 진단 기준의 변화는 비만을 ‘임상적 비만(Clinical obesity)’이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이거나 '비만병(Obesity disease)'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나라에서 비만 진단과 관련된 이슈는 체질량지수 기준으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권고되는 25 이상으로 하느냐, 서구를 쫓아서 30으로 올리느냐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 비만 관련 대표적인 학술단체인 대한비만학회에서도 비만을 질병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비만병'이라는 이름을 쓰자고 제안한 바 있고, 비만 진단과 관련된 기준에 있어서도 유럽이나 서구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임상적 비만'의 내용을 추가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비만을 질병과 연계하여 진단하는 것은 비만에 대한 관점의 변화에 있어 큰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이처럼 비만의 진단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는 이제 비만을 치료하는 시각의 변화로도 이어져야 한다. 위고비를 비롯한 많은 비만치료약물을 '비만병'이나 '임상적 비만'을 치료하는 약물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누가 ‘비만병’을 치료해야 하고 누가 비만치료약제를 써야 하는지도 자명해진다. 비만치료를 미용의 관점이 아닌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의 치료라는 개념으로 바라보고, 또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을 갖고 있는 환자의 더 나은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 기존의 만성질환 치료 환자에서 비만을 함께 치료한다고 생각한다면 비만치료의 주체는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일부 ‘비만클리닉’이 아닌 만성질환 치료의 핵심 기관인 일차의료기관이 되어야 함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물론 비만치료는 단순히 주사를 맞고 약을 먹는 것만으로 되지는 않는다. 올바른 영양평가와 식사 상담, 운동 상담, 행동치료 등 다양한 방향에서의 치료적 접근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비만과 관련된 많은 지식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일차의료기관들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대한 상담과 교육에 대한 경험이 대학병원 못지않게 많고 그 노하우도 축적되어 있다. 일차의료기관의 의료진들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비만치료에 대한 관심을 갖고 비만에 대한 공부를 해야만 한다. 비만 치료의 주체가 일차의료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위고비 이전에 나온 다양한 비만치료약물도 사용해야 하고, 위고비도 적절히 사용해야 하며, 위고비 이후에 나올 다양하고 강력한 효과의 약물들도 사용해야 한다.강력한 효과를 가진 새로운 비만치료제들의 등장이 더 이상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일부 클리닉의 상술에 사용되어서는 안 되고, 만성질환을 치료하고 관리하는 일차의료기관의 강력한 치료 도구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비만치료의 주된 주체가 '비만클리닉'이라 불리는 특정 의료기관이 아닌, 환자들이 가장 편하고도 흔히 만날 수 있는 일차의료기관이 되어야 하고, 일차의료기관은 이미 고혈압, 당뇨병 치료의 전문가가 되었듯이 비만치료에서도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이런 변화야말로 학계에서 말하는 '비만은 질병이다'라는 선언적 문구가 실제 임상 진료 현장에서 구현되는 가장 중요한 현실적 과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25-07-28 05:00:00이슈칼럼

생애말기돌봄,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메디칼타임즈=중앙보훈병원 이청우 교수 ]중앙보훈병원 이청우 교수초고령사회를 맞이하며 생애 말기 돌봄의 중요성은 점점 더 부각되고 있다. 만성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병원에서 임종을 맞는 것이 아닌, 자신이 익숙한 지역사회와 집에서 가족과 함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역사회 통합 돌봄과 가정의학과 의사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가정의학과 의사는 개인의 생애 전 주기를 아우르며, 평소의 건강관리부터 생애 말기 돌봄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진료 관계를 유지한다. 이를 통해 환자에 대한 돌봄이 단절되지 않고, 각자의 가치와 삶의 질을 고려한 연속적인 접근이 가능해진다.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 돌봄 체계 안에서 가정의학과 의사는 말기 환자의 통증 조절, 증상 완화, 가족 교육 및 상담, 불필요한 병원 이송 방지 등 다면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2024년 제정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은 이러한 흐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해당 법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내 통합적 서비스 제공 체계를 구축하고, 필요도 조사와 개인별 지원 계획 수립, 사례 관리까지 수행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특히 예방적 건강관리에서부터 생애 말기까지 아우르는 연속적 돌봄을 강조하고 있으며, 가정의학과 의사는 의료·요양·복지의 다학제 연계를 실현하는 핵심 연결점이 될 수 있다.그러나 아직까지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구조는 충분치 않다. 현재 가정형 호스피스는 호스피스 전문 기관을 통해 암 등 일부 질환에 한정해 제공되고 있으며, 지역사회에서 생애 말기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재택 의료 체계 또한 미흡한 상황이다. 특히, 퇴원 후 지역사회 복귀가 필요하거나, 요양병원 이용 경계선상에 있는 말기 환자 등에게 필요한 재택 의료와 돌봄이 적절히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이러한 현실에서 일차 의료 현장에서 가정의학과 의사가 중심이 되어 생애 말기 돌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책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진료 수가의 현실화, 인력 지원, 지속 가능한 교육 체계 구축이 병행되어야 하며, 지역 통합지원센터, 통합지원회의, 민관 협의체 등과의 연계 속에서 가정의학과 의사의 전문성과 역할이 명확히 인정받아야 한다.지역사회에서의 생애 말기 돌봄은 단지 의료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돌봄이 단절되지 않도록 의료와 복지, 주거, 요양, 가족 돌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가정의학과 의사는 이러한 연결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요 직역 중 하나이며, 돌봄의 연속성과 환자 중심성을 담보하는 핵심 주체이다.이제는 생애 말기 돌봄을 병원 중심에서 벗어나, 환자의 일상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재구성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제도적 토대를 실효성 있게 마련해야 하며, 가정의학과 의사들은 지역사회에서 환자 곁을 지키는 역할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생애 말기 돌봄의 미래는, 지역사회와 가정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2025-07-14 05:00:00이슈칼럼

보건노조 외침을 바라보는 의사의 눈

[메디칼타임즈=경남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위원장 ]2025년 6월 30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토론회 ‘보건의료 위기와 갈등의 시대!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 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거창한 이름의 자리에선, 오히려 현실을 왜곡하는 발언이 거침없이 쏟아졌다.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이주호 선임연구위원은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었지만 의료현장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남아 있던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힘"이라고 말했다.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이 발언은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의 현실을 정면으로 외면하는 것이다.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 이후에도 병원이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남은 노동자들 때문이 아니다. 법정 근로시간의 보호 속에서 교대 근무하는 노동자들과 달리, 의사들은 무제한 노동에 시달리며 환자를 살려냈다. 밤을 꼬박 새우고 수술대에 올라가며, '나 하나 빠지면 누군가 죽는다'는 절박함으로 버틴 이들이 있다. 이들은 일터가 아니라 전장이었다. 정시 출퇴근의 '헌신'과는 차원이 다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공로를 앞세워 의료 현장의 지속을 설명하는 건, 고통의 구조를 정반대로 설명하는 궤변이다. 전공의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누가 메웠는가. 남은 의사들이 스스로의 삶을 갈아넣으며, 윤리와 책임만으로 버텼던 것이다. 이 시스템은 기능한 것이 아니라, 붕괴 직전이었다.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없었으면 병원이 멈췄다는 식의 자화자찬은, 전시 중 병참 병력이 전장을 지켰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진실이다.무엇보다 이 회의 자체가 일방적이었다. 다양한 현실과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된 채, 한 쪽의 주장만 반복됐다. 반대편에 앉은 이 없이, '의사 없는 의료 토론'이 진행된 셈이다. 이런 자리는 해법을 만들지 못한다. 갈등을 풀겠다는 이름으로 갈등을 덧칠하고, 공감 없이 자신들만의 진실을 강요하는 구조는 또 다른 위기를 예고할 뿐이다.의료는 생명이다. 생명 앞에선 말보다 먼저, 침묵하고 책임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구의 공이 크냐는 논쟁이 아니다. 무너지는 곳을 지탱한 이들의 희생을 정직하게 기록하고, 그것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만드는 일이다. 그 일을 외면하고, 마이크를 쥔 쪽만 진실인 양 말하는 이들이 의료 위기의 본질이다. 다음 위기는 더 깊을 것이다. 진짜 희생은 늘 가장 조용한 자리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2025-07-07 05:00:00이슈칼럼

오로지 환자만을 위한 정책을 바란다

[메디칼타임즈=이비인후과의사회 오재국 부회장 ]헌법은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의료에 대한 섬세하고 합리적인 접근이 필수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의 의료정책은 이성보다 감정에 기댄 채 추진되어 왔고, 이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초고령 사회에 대비하고, 지방 의료를 활성화하며,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방향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새 정부는 우선적으로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과 같은 현실적인 의료 위기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근거 없는 의대 증원 정책은 철회하고,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이비인후과 개원의로서 새 정부에 다음과 같은 점들을 당부하고자 한다.첫째, 코로나19 시기 동안 감염 예방의 첨병 역할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축적한 이비인후과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호흡기 감염병 대응에 있어 중요한 파트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언제 다시 유행할지 모르는 호흡기 감염병 관리에 대한 대책을 미리 철저히 세워 망양보뢰(亡羊補牢)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둘째, 이비인후과는 기도(Airway)와 호흡기의 수술을 담당하는 필수의료 분야이며, 특히 두경부암 수술을 담당하는 영역은 중증의료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들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야 의료진도 안심하고 진료에 임할 수 있으며, 환자 또한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셋째, 비급여 진료에 대한 정책은 보다 정교하고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정부는 의학적 필수성이 낮거나 명확하지 않은 경우 혼합진료 금지, 병행진료 관리 급여를 신설하려는 제도를 계획 중이다. 하지만 급여 진료만 할 경우 환자들은 획일화되고 낮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밖에 없는 역효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또한 비급여 진료는 저평가된 수가 구조 속에서도 의료기관이 유지될 수 있게 하는 마지막 버팀목이기도 하다. 이를 무리하게 제한하면 재투자가 어려워지고, 장기적으로 의료 수준 저하와 환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넷째, 실손 보험 제도의 개선도 반드시 환자를 위한 개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현재 추진 중인 5세대 실손 보험은 빈번한 비중증, 비급여 치료에 대해 실손 보험의 본인 부담률을 20%에서 90% 이상으로 대폭 인상하고, 비중증 치료에 대한 실손 보험 보장 한도를 현행 5,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축소하면서 일일 20만 원까지만 보장하게 하고, 실손 보험 청구가 많은 상위 10대 비중증, 비급여 항목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려 한다. 이는 민간 보험사와 보험 소비자 개인이 맺은 사적 계약에 국가가 근거 없는 개입을 해서 민간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리스트를 실손 보험 가입자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환자들은 금전적 부담을 떠안게 되고, 민간 보험사의 수익만 늘어나는 비상식적인 구조가 될 것이다.새 정부는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들의 당연한 권리를 빼앗지 말고, 환자만을 위한 정책, 국민의 건강을 진심으로 우선시하는 정책을 세우는 상식적인 세상을 만들길 기대해본다.
2025-06-30 05:00:00이슈칼럼

의료난제, 새정부에 바라는 현실적 대안은

[메디칼타임즈=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명예회장 ]이재명 후보가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보름 남짓 지났다. 갖은 고난을 이겨내고 당선된 것을 축하드린다.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의료정책이 수십 년간 왜곡되어 있어 하나의 방법으로 한가지씩 해결하려는 방식으로는 문제의 해결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런 방식으로는 논란의 여지도 많고, 의사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타협하기도 매우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얽혀 있는 문제들을 '일부는 득을 보고 일부는 손실을 입는 방식'으로라도 균형을 맞추려는 협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의료 문제의 출발은 의료보험제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남북대립 속 정치적인 목적으로 박정희 정권에서 1977년 시작한 의료보험이 갈등과 왜곡의 근본적인 문제다. 건강보험으로 의료비가 저렴해진 것이 의료수요를 급증하게 만든 원인이다.저렴한 진료비로 의료수요자체가 증가한 것은 물론이고 세월이 지나면서 노령 인구의 지속적 증가, 국민 소득 증대, 건강증진에 대한 욕구의 증가와 함께 미용과 성형에 대한 수요 폭증도 의사를 인기 직종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혜성 정책의 하나로 건강보험이 이용되는 과정에서 왜곡은 도를 넘었다.그 과정에서 지역민들이 의료서비스를 받으러 중앙으로 집중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교통의 발달과 의료전달체계의 마비가 빅5로 향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동한 것이다. 수십년 동안 기피과에 대한 문제 해결이나 기초의학, 의대 교육과 전공의 문제 해결 등은 등한시됐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에서 강행한 의대 정원 폭증과 이로 인해 발생한 파행적인 의료 교육과 의정 갈등 상황은 우리 의료의 문제점과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의대 정원 증원과 공공 의대 문제의 해법기피과로 개원한 의사로서, 의대 정원 증원에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일부 의사들의 주장에 필자는 공감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의대 정원을 2000명이나 증원하려던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는 더욱 동의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공공의료 비율이 10%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간 우리는 민간의료기관을 공공의료기관처럼 강제 지정한 상태로 국가 의료서비스에 이용해 왔다.따라서 공공의료기관이 더 늘어나는 것에 대해 반대한들 실익은 없다고 본다. 따라서 공공의료기관 운영을 효율적으로 할 것을 전제로 한다면, 필자는 증설에 반대하지도 않는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탓이다. 다만, 이를 위해 민간의료기관이든 공공의료기관이든 의료전달체계가 더 확실하게 국민에게 강제돼야 한다고 본다.현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공공 의대 신설은 2020년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했다가 의사들과 갈등을 빚으며 중단됐다. 코로나 19가 창궐하면서 의료계의 협조가 필요했던 정부가 추진을 중단하고 차후 의료계와 논의없이 공공의대 신설을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약속했었다. 따라서 이제라도 정부는 공공 의대 설립에 대해 의료계와 긴밀히 논의해야 한다.공공의료기관 설립과 공공 의대 설립을 추진하는 이들은 수도권에만 집중된 의료서비스의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함이라고 이유를 댄다. 의료서비스가 잘 제공되지 않는 지역에 미용성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런 정책을 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생명과 관련된 기피과 의료서비스를 더 적극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기피과 의사들에 대한 적절한 대우가 필요하다. 의사들이 의료 낙후 지역에서 일하더라도, 수도권의 미용 성형 담당 의사들과 경제적 불평등에 시달리지 말아야 한다. 사법 리스크 역시 완화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공공 의대를 졸업한 '공공의료기관 기피과 의사들'이 국민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안심하고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기피과 문제의 해결 방법으로 의사에게 의료사고 책임보험을 강제화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오히려 국민에게 건강보험이용 시 의료사고 보험에 대비한 또 다른 보험을 강제화하는 것을 더욱 고려해야 한다. 그런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면 건강보험 상대가치에 반영되어 있는 위험도를 상향시키거나 위험도를 진료나 수술을 한 의사에게 주지 말고 국가에서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의대 정원이나 공공 의대 설립과 함께 묶어 해결해야 할 것은 의료일원화다. 쉽게 말하면 의사와 한의사를 '의사로 통합'하자는 것이다.한방은 전통의료이다. 그러나 그 전통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의료서비스인지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21세기에도 국민에게 제공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로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이 한방 과학화이다. 이는 현대 의학의 검증 없이는 요원한 일이다. 이를 위해, 의과대학 증원이나 증설 없이 한의사에게 일정 기간 교육 이수와 시험을 통과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의사에게 의사 자격증을 주어 의사로 통합'하자는 것이다. 전제 조건은 한의사에 대한 의사 관련 교육 시행과 시험 통과 그리고 한의대의 폐지일 것이다.일부 의사들은 의료일원화에 극렬히 반대한다. 그러나 의료일원화를 통해 국민 건강을 높일 수 있다면, 이를 피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정부뿐 아니라, 국민과 의사들도 합리적 적극적 전향적 생각을 가져야 한다.의약분업 재평가를 하지 않은 채 25년이 흘렀다. 그 사이, 노인 인구가 급증했다. 특히 요양시설에 있는 노인들, 의료 낙후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문 진료와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를 위해서는 약물의 배송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약사들의 반대에 막혀 있다. 물론 일부 내과계 의사들도 비대면 진료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필자는 방문 진료와 비대면 진료를 위한 선택 분업의 제한적 실시를 통해 방문 진료 시의 약물 제공 제한과 비대면 진료 시의 약물 배송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 볼 것을 제안한다. 필요하다면 대면 진료 시에는 성분명 처방을 하여 약사단체의 반발을 완화하는 것도 협상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일반적인 진료에는 현재와 유사하게 처방전을 발급하되 성분명 처방을 하고, 비대면 진료나 방문 진료 시에만 의사가 약물을 직접 배송하고 환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하면 반발과 갈등을 완화하고 국민에게 합리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여기에 비대면 진료나 방문 진료 시 의사 1인당 1일 진료와 처방 횟수를 제한한다면 과다이용으로 인한 문제와 갈등을 많이 완화할 수도 있다.그 외에도 대학병원 의사나 임상 교수의 진료 양 줄이기, 기초의학 교수에 대한 처우 개선. 전공의의 시간 외 초과 근무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전공의 수련 관련 법을 개선하고, 사제간의 신뢰회복도 필요한 상황이다.국민주권 정부가 사회 통합을 위해 해야 할 일은 현행처럼 사회주의적 성격의 건강보험체계를 고수하든, 자유와 경쟁을 주요소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으로 운영하든, 어찌 됐든 국가 의료 시스템을 일관성 있게 통일하는 것이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현재의 의료제도에서 기피과에 숨통을 열어주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지금 대학병원에는 의대생과 전공의를 두고 있지 않은 교수가 허다하다. 의사 대신 PA가 메스를 잡는 수술실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 중심가 병-의원에는 환자는 없고 고객만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수술을 할 수 있는 기피과 전문의 과정을 마친 의사는 넘치는데, 수술하는 병원은 줄어들고 있고 지역에는 환자도 의사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은 무엇인가 많이 잘못되어 있음을 의미한다.2년 가까이 학교에 가지 않는 의대생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의대생들은 교수에게 의학을 배워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책임 있는 발언이나 해결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 의료계 대표들도 문제다. 2000년 의약분업으로 의정갈등이 최고조에 달하자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의협 회장을 만나 문제해결의 물꼬를 텄던 일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께서도 의사단체 대표들을 만나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시기 바란다. 의정 간 쌓인 갈등을 해소하고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해 이재명 대통령의 지도력과 결단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5-06-25 05:30:00이슈칼럼

간호법, 편리함보다 '전문성'이 필요하다

[메디칼타임즈=의료정책학교 장재영 교육연구처장 ]21일, 간호법이 시행됐다.그 핵심은 그간 'PA(Physician Assistant, 진료지원인력)'로 불리며 제도 밖에서 활동해 온 간호 인력들을 '전담간호사'로 양성화하는 데 있다. 의사와 간호사 사이 어딘가에서, 보호받지 못한 채 위험한 업무를 하던 인력들이다.이들에 대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 법이 갑작스레 통과된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무리한 의대증원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 즉 전공의 인력 공백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이용되면서 입법 전에는 무(無)거버넌스에 대한 비판, 입법 후에는 여러 직역단체의 갈등을 양산했다. 하지만 간호법이 시행된 지금, 간호법이 옳다/그르다의 2지 선다로 접근하는 것은 생산적 논의를 막을 뿐이다. 우리 의료계는 이러한 인력의 배치와 교육, 더 나아가 충분한 숙의를 통해 정책이 생산되는 거버넌스 구축 등 복잡한 서술형 문제를 풀어내기도 바쁘다.전담간호사의 도입은 한국 의료 인력 체계의 방향성을 바꾸는 패러다임 변화로 해석하는 것이 마땅하다. 업무 범위뿐만 아니라, 자격 면허 체계 (책임의 위임), 교육 및 평가, 나아가 보건 재정 설계 (전담간호사 및 전문간호사가 제공한 서비스의 비용) 까지, 넓은 범위에서 상당한 정책적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오랫동안 상존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 (2023-2027) 에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PA 간호사 개선 방안 마련' 정도의 내용만 기술되어 있으며, 법률로써 의무적으로 수립해야 하는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2020-2024)' 에서조차 '전문간호사-임상전담간호사 등 고급간호인력 역할 확대 필요' 정도의 일반론 정도만 언급하고 있다. 물론 당시에는 법적 근거 없이 재정사업으로 편성할 수 없는 현실이 있음을 감안해야 할 것이나, 이를 단순한 실수로 보긴 어렵다. 의료자원의 배분, 의료전달체계 등 보건의료 정책 전반의 방향을 담은 최상위 법정 계획인 '보건의료발전계획' 조차 25년간 미뤄 온 그간의 행태를 보면, 정부는 구조적 무계획 상태였음을 알 수 있다. 간호법도 이와 비슷했다. 의대증원에 맞춰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간호계 내에서조차 '진료지원업무 체계 구축 논의가 전문간호사 제도와 연계되지 않은 채 밀실 협의로 진행된 점은 심각한 문제'라며 지적한 바 있다. 청년 세대로서 현 의료사태와 간호법 시행을 마주하며 갖는 문제의식은 보건의료(인력) 정책에 관한 사회적 숙의 과정의 실종과 거버넌스의 빈약함이다.한편, PA라 불리던 기존의 인력들을 일정 교육을 통해 전담간호사로 편입하는 방안은 그럴듯해 보인다. 당장 의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는 '편리성'이 있겠으나 그것이 의료 환경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합리성 있는 정책인지는 고민을 해보아야 할 문제다.현재 전담간호사의 7개 전담 분야 중 호흡기, 혈관, 창상, 전문, 근골격, 여성건강, 비뇨기, 심혈관, 체외순환 분야의 경우는 상당수가 기존 전문간호사의 육성 분야와 직간접적으로 중첩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전문간호사는 석사 학위와 300시간 이상 실습을 이수한 후 전문적인 간호 영역을 갖는 자격을 갖춘 인력으로, 해외와 비슷한 기준을 요한다. 현재 보건복지부 안에 따르면, 3년 이상의 임상 경력과 200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으면 간호인력이 의사의 업무를 위임받아 수행하게 된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이는 타 국가와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의사의 업무가 위임되어야 한다면 어떤 직군에 위임되는 것이 옳은가. 그 주체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인력이 되어야 함은 명확하다. 일각에서는 전문간호사 제도는 의료 현장과 맞지 않고, 전담간호사를 별도로 규정해 제도를 유연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업무의 유연화와 제도적 편리성을 위해서는, 허들이 높은 전문간호사 제도를 이용하는 것보다, 전담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새롭게 규정하여 전문간호사와 분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침습적 행위를 한다는 것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임을 주지해야 한다. '편리성'에 기대어 쉬운 길을 가는 것보다, 조금 시간이 걸리고 돌아가더라도 '전문성'이 확보되는 방향으로 제도를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제도 도입 초기에는 기존 인력을 일정 교육을 통해 편입시키는 방안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으로 진료지원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그게 환자에게도, 의료진에게도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길이다.진료지원인력 제도의 도입은 이미 현실이 되었으며, 이를 어떤 방식으로 제도화하고, 앞으로의 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축할 지가 남은 숙제이다. 진료지원인력 제도는 '전담'의 이름으로 전문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에 기반한 책임 위임을 가능케 하는 제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25-06-23 05:00:00이슈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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