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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을까(1편)

의료정책학교 장재영 교육연구처장
발행날짜: 2025-04-28 05:00:00 업데이트: 2025-04-28 11:01:39

대한의료정책학교 장재영 교육연구처장

며칠 전,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님과 커피를 마시며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본격 대선 정국이 되면 후보들의 열 손가락 안에 '의료문제 해결'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아니 설마요. 국민들의 생명이 걸린 문제인데요.
그러자 최소 '의료계가 바라는 그림으로의' 해결은 열 손가락 안에 못 들지 않겠냐 물어온다.

'Attention is a scarce resource' 우리 사회에는 수천, 수만 가지의 주목 받을 만한, 혹은 주목 받아야 할 현상들이 존재한다. 어떤 주제가 우선시되어 다루어져야 하는지 자체가 경쟁적이며, 일반 대중의 관심은 무한하지 않기에, 이해 관계자들은 각 개인의 머릿속 헤드라인에 본인들의 주제를 어떻게든 집어넣으려 한다.

안철수 대선 예비후보는 출마 선언 후 전공의, 의대생을 만났고, 홍준표 예비후보도 얼마 전 의협을 방문했지만, 그 무엇보다 의사 개개인, 의료계 커뮤니티를 흔든 건 이재명 후보의 페이스북 포스팅이었다. 그 내용이 옳냐 그르냐는 차치하고, 이젠 페이스북 글 하나 정도로 이 모든 것이 정리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문득 스쳤다.

'탄핵소추안 통과되었으니, 전열을 정비하면서 긴 호흡으로 가자' 긴 호흡으로 지켜봤다.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소추안이 통과된 12월부터 2월이 사태 해결을 위한 기회라고 이야기했다. 달라진 건 없었다.

'탄핵이 인용되었으니 대선 전까지 신중해야 한다', 대화를 제안하고 궐기대회를 했다. 하지만 그간의 메시지를 고수했던 탓인지, 사회적 반향은 작았다.

이제는 곳곳에서 '대선 이후에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라고 한다. 기시감이 든다.

의료계는 공익과 '의료계의 사익'이 공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것에 실패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상황에서, 구성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다소 자기파괴적인 방법을 채택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의 관심 환기는 사회적 우선순위에서의 후퇴(Deprioritization)를 견인한다는 점이다. 밖으로부터의 지지에서 얻는 관심이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희생 (외부에선 희생이라 생각지 않겠지만) 으로 유지되는 관심이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에게 사태 1.5년은 기정사실이 되었고, 학생들의 유급이 목전에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정말 앞으로 계속 이 정도의 협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있는가. 우리의 시간이 곧 올 것이라는 의료계의 시계를 차고,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회의 시계를 바라보았을 때 그 모순을 우리는 과연 인정할 수 있을까.

전공의 이야기를 담아달라는 부탁에도, 근본적인 사고의 모순을 지적한 것은 다름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바깥으로 밀려나고, 우선순위 경쟁에서도 뒤처지기 때문이다.
대화나 협상을 하는 건, 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만드는 과정이다.

영화 <남한산성>에서 이병헌(최명길 역)은 청나라에 보내는 자신의 서신을 ‘글이 아니라 길’이라고 표현한다. 당연히 당시 조선-청나라와의 관계와 현재 의료계-정부와의 관계는 판이하고, 어느 한 쪽이 명백한 우위에 있지도 않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의료계와 정부 모두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며, 환자 앞에서 누가 먼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전공의 수련 시간 단축, 진료지원인력의 업무범위 논의 등 개별 사안들에도 당장 맞닥뜨려야 할 모순점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개별 사안에 대한 토론 이전에, 왜 그것이 지금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것이 해결되어야 비로소 그다음 발자국을 내디딜 수 있기 때문이다.

14개월이 지난 지금, 극도의 피로감에도, 모두가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고민하여, 새로이 나아가야 할 길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 관심의 유한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우리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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