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고르던 ctDNA, 치료 시점·강도 결정까지 넓힌다
[메디칼타임즈=이한수 기자] 암환자에게 맞는 항암제를 찾는 데 활용되던 순환종양DNA(ctDNA) 검사가 치료 중 반응과 수술 후 재발위험을 평가하는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일부 암종에서는 검사 결과로 치료 대상을 선별해 생존 개선까지 확인했지만, 항암치료를 줄이거나 변경하는 근거는 암종과 병기에 따라 엇갈리는 모습이다.ctDNA 검사가 항암제 선택에서 치료반응과 재발위험 평가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27일 유럽종양학회(ESMO)와 국제학술지 네이처 등에 따르면, 올해 ESMO에서는 폐암·유방암의 초기 ctDNA 변화부터 대장암의 보조항암치료 결정과 표적치료 재투여까지 다양한 연구가 공개됐다. 혈액에서 암의 유전적 특징을 확인하던 검사가 환자의 치료 과정 전반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ctDNA는 암세포에서 유래해 혈액에 존재하는 DNA 조각이다. 이를 분석하면 치료 표적이 되는 유전자 변이를 찾거나 치료에 따른 종양 신호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수술 이후에는 영상검사로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잔존질환(MRD)을 탐지하는 수단으로 연구되고 있다.초기 임상 활용의 중심은 표적항암제 선택이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16년 승인한 혈액 기반 '코바스 EGFR 변이 검사 v2'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특정 EGFR 변이를 확인해 에를로티닙 치료 대상을 선별하는 데 사용됐다. 조직 확보가 어려운 환자에게 혈액검사가 치료제 선택을 보완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이후 연구의 관심은 수술 후 항암치료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영역으로 옮겨갔다. 병기와 병리학적 위험인자에 더해 혈액에 남아 있는 암의 흔적을 확인하면, 추가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더 정밀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접근이다.대표적인 사례가 2기 결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DYNAMIC 연구다. 2022년 발표된 결과에서 ctDNA 기반으로 치료를 결정한 군의 보조항암치료 시행률은 15%로, 기존 기준에 따른 치료군의 28%보다 낮았다. 지난해 공개된 장기 추적에서도 5년 무재발생존율은 각각 88%와 87%로 유사했다.다만 이 결과를 다른 병기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3기 결장암을 대상으로 한 DYNAMIC-III 연구에서는 ctDNA 음성 환자의 치료 강도를 낮추는 전략이 표준치료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같은 결장암이라도 병기와 치료전략에 따라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최근에는 수술 전 치료 단계에서 ctDNA가 얼마나 빨리 사라지는지도 주요 평가 지표로 떠올랐다. 수술 후 병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치료반응을 가늠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다.지난 25일 네이처에 발표된 NeoCOAST-2 분석은 절제 가능한 2A~3B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수술 전 치료를 두 차례 받은 뒤 세 번째 주기 첫날 측정한 ctDNA 소실 여부와 이후 치료성과의 연관성을 살폈다.전체 치료군을 통합한 분석에서 ctDNA가 소실된 환자는 소실되지 않은 환자보다 무사건생존(EFS) 결과가 좋았으며, 위험비는 0.22였다. ctDNA 소실과 병리학적 완전관해가 함께 확인된 환자는 두 특성이 모두 없었던 환자와 비교해 EFS 위험비가 0.10으로 나타났다. 연구에는 김동완 서울대병원 교수와 심병용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교수 등 국내 연구진도 참여했다.삼중음성유방암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MD앤더슨 암센터가 공개한 B-STRONGER-I 초기 결과에 따르면, 치료 전 환자의 96%에서 ctDNA가 검출됐고 수술 전 치료를 2~3주기 진행한 뒤 소실률은 약 82%였다.연구에 포함된 1기 환자는 모두 조기에 ctDNA가 소실된 반면, 3기 환자는 약 절반에서 여전히 검출됐다. 조기 ctDNA 소실은 수술 당시 종양 반응과도 연관됐다.다만 이들 분석은 ctDNA 변화가 치료반응과 예후를 예측할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다. ctDNA가 남아 있다는 이유로 수술 일정을 바꾸거나 항암제를 변경했을 때 환자의 결과가 개선되는지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검사 결과가 의료진의 판단에 미치는 영향도 연구되고 있다. 나테라가 공개한 SAGITTARIUS 분석에서는 MRD 결과 확인 이후 환자 3명 중 1명꼴로 의료진이 사전에 세운 치료계획을 변경했다. 계획이 변경된 사례 중 87%는 MRD 음성을 근거로 치료 강도를 낮추는 방향이었다.그러나 치료계획이 달라졌다는 사실만으로 항암치료 축소나 생략의 안전성이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치료 이후 재발과 생존 결과까지 살펴야 임상적 의미를 판단할 수 있다.ctDNA로 환자를 선별해도 기대한 치료반응이 나오지 않은 사례도 있다.올해 ESMO에서 공개된 BRICKET 연구는 엔코라페닙·세툭시맙 치료 이후 진행한 BRAF V600E 변이 전이성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혈액에서 특정 내성 관련 변이가 검출되지 않는 환자를 선별해 같은 치료를 다시 투여하는 전략을 평가했다.하지만 재투여한 16명에서 객관적 종양 반응은 확인되지 않았다.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2.9개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9.1개월이었다. 소규모 단일군 연구라는 한계가 있지만, 검사에서 특정 내성 변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기존 약제에 대한 감수성이 회복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줬다.ctDNA의 다음 과제는 검사 결과와 효과적인 치료전략을 연결하는 것이다. 일부 암종에서는 이미 이 연결이 허가로 이어졌다.FDA는 지난 5월 15일 방광절제술 이후 ctDNA 기반 MRD가 확인된 성인 근침윤성 방광암 환자의 보조치료로 아테졸리주맙을 승인했다. 치료 대상 선별을 위한 동반진단검사 '시그나테라 CDx'도 함께 허가했다.근거가 된 IMvigor011 연구에서는 MRD 양성 환자 250명이 아테졸리주맙 또는 위약군에 무작위 배정됐다. 무질병생존기간 중앙값은 각각 9.9개월과 4.8개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32.8개월과 21.1개월이었다. ctDNA로 위험군을 선별한 뒤 치료를 제공해 생존 개선을 확인한 사례다.반대로 ctDNA 음성이 암세포가 전혀 남아 있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혈액 속 종양 DNA 양이 적으면 검출에 한계가 있을 수 있어 채혈 시점과 반복 검사, 다른 임상정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FDA의 시그나테라 CDx 평가자료 역시 음성 결과만으로 미세잔존질환을 배제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국내에서도 수술 후 MRD를 추적하는 검사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아이엠비디엑스의 '캔서디텍트'는 환자의 암 조직에서 확인한 유전자 변이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패널을 제작한 뒤, 수술 후 혈액에서 해당 변이를 추적하는 방식이다.지난해에는 '대장암의 미세잔존암 확인을 위한 개인 맞춤형 유전자 패널 기반 액체생검 검사'가 혁신의료기술로 포함됐다. 근치적 절제술을 받은 2~3기 대장암 환자에서 수술 후 미세잔존암 양성 여부를 확인하는 보조적 용도다.고시는 검사 결과를 다른 검사와 임상정보 등을 종합해 해석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 검사 활용의 길이 열렸다는 것과 음성 결과만으로 보조항암치료를 생략할 수 있다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다만 ctDNA 검사가 국내 임상현장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검사 결과를 실제 치료 결정으로 연결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복 검사에 따른 비용 부담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국내 의료계 한 전문가는 "MRD 검사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검사가 아니라 지속 추적이 중요하다"며 "한 차례의 양성·음성 판정보다 ctDNA 농도 변화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수술 후 재발위험 평가와 치료전략 수립에 중요하다"고 말했다.이어 "반복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적인 문제가 중요하다"며 "치료 과정에서 여러 차례 검사가 필요한 만큼 검사 주기와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이 전문가는 ctDNA 검사를 통해 재발 고위험 환자를 선별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검사 결과에 따른 치료 조정이 실제 재발 감소와 예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효과적인 후속 치료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