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네트워크 병원이 좋은 곳일까?
[메디칼타임즈=오승준 BHSN 대표 변호사 ]네트워크에 가입하려는 의사가 고려해야 할 사항들어떤 네트워크 MSO가 좋은 회사일까?의사들에게 있어 개원은 혼자서는 풀기 어려운 숙제와 같다. 입지선정부터 임대차계약, 인테리어, 장비 계약, 개설 자금 조달까지 고민할 것이 참 많다. 비급여 진료비의 책정, 간호사나 직원 등 인력 구성, 그리고 마케팅과 홍보 전략 수립도 모두 대표원장의 몫이다. 그래서 검증된 시스템과 지원을 약속하는 네트워크 병원을 단독 개원의 대안으로 고민하게 된다.실제로 네트워크에 가입한 동료 의사들이 월 수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소식도 종종 들려온다. 그 정도의 매출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다면, 본부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10% 내외라고 해도 충분히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피부과, 치과, 한방 등에서 이러한 브랜드 네트워크의 영향을 많이 찾아볼 수 있고, 최근에는 정형외과, 내과, 안과, 기능의학, 검진 등의 분야에서도 네트워크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잘못된 네트워크 가입의 위험성과 사례네트워크 병원을 통한 개원이 항상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준비 없이 덜컥 가입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문제는 네트워크 본부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성공한 개원의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쉽게 2호점, 3호점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네트워크 본부로서 타인의 병원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흔히 “우리 병원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면 된다”고 간단히 여기지만, 실제로는 원장의 직접 관여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복수 병원을 동일한 수준으로 지원하기 어렵다. 본부가 제대로 된 시스템이나 전담 인력 없이 무리하게 지점을 늘릴 경우, 지점 원장은 계약상 마땅한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높은 수수료만 부담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더욱이 이런 네트워크 본부는 계약서에 지나치게 긴 의무 계약기간을 설정하거나, 중도 해지 시 과도한 위약금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본부의 역량 부족과 과도한 계약 조건 때문에 네트워크는 2~3개의 지점 이상으로 확장하지 못하고 정체되기 쉽다.실제로 우리 법무법인에는 항상 네트워크 탈퇴를 원하는 의사들의 상담이 이어지지만, 이미 계약서에 명시된 높은 위약금 때문에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법적 분쟁으로 이어져도 전망이 밝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네트워크 가입 전 신중한 계약서 검토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더욱 심각한 문제는 네트워크 지점들이 실상 사무장병원과 다를 바 없이 운영되는 경우다. 겉으로는 의료 네트워크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투자자가 병원의 주요 의사결정을 장악하고 수익 극대화만을 노린다(특히 비의료인이 병원을 주도할 때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런 네트워크에서는 의료의 본질보다는 이윤 창출이 우선시되어 의사의 양심과 명예까지 위협받는다. 보험사기나 무면허 의료행위 등 범죄적 행위가 이뤄지기도 하는데, 실제로 우리 법무법인의 의뢰인인 A 원장 역시 과거 가입했던 네트워크 본부의 부적절한 지시를 따르다가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 신분이 되어 고초를 겪었다.또한 일부 네트워크 본부는 계약 종료 후 일정 기간 주변 지역에서 동일한 진료과목으로의 개원이나 취업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수천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독소조항을 계약서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조항은 법적 효력이 의심스럽지만, 현실적으로는 많은 지점 원장들에게 큰 압박과 위협이 되고 있다. 계약 체결 전 반드시 주의해야 할 이유다.좋은 네트워크의 조건과 선택 기준그렇다면 어떤 네트워크를 선택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을까? 정답은 단순하다. 결국 의사 개인이 원하는 방향성과 일치하는 네트워크가 가장 좋은 네트워크다. 먼저, 의료서비스의 질이나 운영 노하우보다는 마케팅과 신환 유치가 중요하다면, 광고와 브랜딩 능력이 뛰어난 네트워크를 선택해야 한다. 해당 네트워크가 지역 키워드 마케팅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블로그, 유튜브, SNS 등 다양한 플랫폼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실제 그 효과가 얼마나 검증되었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또한 외국인 환자 유치 전략이나 프로모션 이벤트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과 실적을 살펴본 뒤, 지불하는 수수료 대비 얻을 수 있는 혜택의 크기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반대로, 단순히 광고를 통한 신환 유치보다는 특정한 진료 기술의 습득, 전문 의료진의 협력 시스템 구축, 지점 원장 간 정보 교류, 공동구매와 같은 운영 노하우 공유에 더 관심이 있는 경우라면, 네트워크 본부의 실질적인 노하우 전수 과정과 그 질을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대부분의 의사들이 가입 후 1~2년이면 노하우 습득은 대체로 마무리된다는 것이다. 이후 남은 기간 동안 별다른 부가가치 없이 로열티만 지불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장기간의 계약 관계를 감수할 만큼 충분한 ‘DNA’를 얻을 수 있는 네트워크인지가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지면상의 제한으로 모든 유형의 네트워크를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최근 의료계에는 다양한 형태의 네트워크들이 등장하고 있다. 브랜드명 공유 없이 경영 노하우만 전수하는 네트워크, 낮은 수수료로 브랜드만 공유하는 네트워크, 특정 전문 진료 센터의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는 네트워크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일치하는 네트워크를 찾는 것이 가중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어야 한다.가입 결정 전에 반드시 점검할 것들네트워크 병원 가입을 최종 결정하기 전에, 아래 핵심 요소들을 체크해보자. 현실적인 유혹에 마음이 급해지더라도, 한 템포 쉬면서 법적 위험 요소를 짚어보는 것이 안전하다.본부의 자본/경영 개입 정도: 개원 자금 투자나 운영 지원 명목으로 본사가 경영권을 과도하게 요구하지는 않는가? 의사가 주체적으로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구조인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비정상적으로 많은 개원자금을 투여(대여) 해준다고 하거나, 이들이 주요 의사결정을 좌우한다면 의료법 위반(사무장병원) 소지가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불법적인 운영 행태에 대한 점검: 매출의 증대, 그리고 이를 통한 본부 수수료의 증대를 추구하다 보면 무면허의료행위를 비롯한 부도덕한 운영을 당연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컨설팅이 반복되다 보면, 지점 원장 본인도 도덕적 기준이 모호해지며 결국은 상습 범죄자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계약 기간 및 종료 조항: 계약의 의무 기간이 지나치게 길지는 않은가? 탈퇴나 계약 종료 후에도 과도한 제약(경업금지)을 두고 있지는 살펴여 한다. 위약금/위약벌 조항도 합리적인 수준인지 따져봐야 한다.금전적 조건의 적정성: 가입비와 로열티 비율이 적정한지 검토한다. 요즘은 대부분의 네트워크가 10% 이하의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 본사가 매출의 너무 큰 비율을 가져간다면, 그 대가로 받는 혜택이 그것을 상쇄할 만큼 큰지 신중히 계산해야 한다. 설비 투자비 등을 본사가 지원해주는 경우라면, 그 대신 요구되는 조건(지분 참여, 경영 간섭 등)이 있는지도 꼭 확인해야 한다.지원 내용과 의료 철학의 부합: 홍보, 경영지원, 직원 교육, 시스템 구축 등 본사가 제공하는 지원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한다. 아울러 네트워크의 진료 철학(값싼 대량진료 지향 등)이 내 지향점과 어긋나지 않는지도 점검해야 한다.맺음말우리 법무법인에는 항상 네트워크 본사와 지점 원장들이 드나들며 본인들의 고충을 토로하는데, 많은 상담을 하다 보면 결국 어떤 네트워크가 좋은 네트워크인지 결국 정답은 본인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느낀다. 예를 들어, 최근에 상담한 B원장은, 자신이 소속된 네트워크가 원장들 간의 정기적 임상 세미나를 열거나, 협진 시스템을 구축하여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하루 예약 환자 수를 제한해 의사가 환자 한 명당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도록 유도하는데 그게 진료 간섭으로 느껴져서 싫다고 했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상적인 조건이 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결국 “좋은 네트워크”란 절대적인 기준이 있기보다, 나의 진료 원칙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네트워크가 가장 이상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개인적인 생각으로, 좋은 네트워크는 궁극적으로 의사 개인의 역량과 가치를 증폭시켜주는 곳이어야 한다. 개원의가 브랜드의 부속품이 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 시너지를 내며 함께 성장하는 관계가 이상적일 것이다. 네트워크 병원 가입 여부는 개원의 자신의 삶과 진료 방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다. 주변의 유혹이나 막연한 불안감에 휩쓸리기보다, 충분한 정보 수집과 신중한 판단을 통해 스스로의 최선의 답을 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