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벤시오 유지요법 급여...요로상피암 장기 생존 기회 열려"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전체 방광암의 약 90%를 차지하는 요로상피세포암(이하 요로상피암)은 주로 60~80대 노년층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고령화 심화에 따라 치료 수요 또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의 5년 생존율은 10% 미만으로 예후가 불량하며, 재발률이 최대 70%에 달해 질병의 조기 억제와 연속성을 고려한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그동안 마땅한 치료전략이 부재,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젬시타빈, 시스플라틴, 카보플라틴)이 1차 치료로 활용돼 왔다는 점이다. 더구나 과거에는 1차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에 반응이 있는 환자라고 하더라도 전신 상태가 안정된 이후에는 마땅한 후속 치료 옵션이 없어, 재발 위험을 감수하며 관찰에 의존하는 전략이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미충족 수요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벤시오(아벨루맙)를 활용한 '유지요법'으로, 2023년 8월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계기로 임상현장에서의 치료전략 전면에 자리했다. 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주한 교수가 바벤시오 1차 유지요법을 중심으로 한 요로상피암 치료전략을 설명하고 있다.4일 인하대병원 임주한 교수(혈액종양내과)를 만나 바벤시오 1차 유지요법을 중심으로 한 전이성 요로상피암 주요 치료전략과 이에 따른 임상적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유지요법 등장, 장기치료 기회 제공요로상피암은 신약 도입으로 1차 표준 치료에 변화가 빠른 폐암, 유방암 등 다른 암종과 달리, 수십 년간 항암 신약의 불모지로 불리며 1차 치료 옵션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컸던 영역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임상연구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치료제가 국내 임상현장에도 도입되며 요로상피암 치료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임주한 교수는 "유지요법이 도입되기 전에는 항암제를 언제까지 투여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 실제 현장에서는 치료가 과도하게 연장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 5~6년 사이 방광암 치료 환경은 크게 변화했다. 환자의 상태, 약물 사용 순서, 이상반응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치료 전략이 가능해졌고, 새로운 치료 옵션의 등장으로 실제 환자 경험도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실제로 바벤시오의 등장 이후 요로상피암 1차 치료 이후의 공백을 채움으로써, 질병 진행을 억제하고 치료 옵션 선택의 기회를 넓혀 장기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JAVELIN Bladder 100 임상에서 바벤시오 1차 유지요법은 mOS 29.7개월로 기존 요법 대비 생존 이점을 명확히 입증했다. 최근 리얼월드 데이터에서 바벤시오 유지요법 이후 ADC 계열의 2차 치료와 연계할 경우 전체 생존기간이 최대 40.8개월까지 연장되었고, ADC 계열의 약물 중에서도 엔포투맙베도틴으로 2차 치료를 받은 환자에서는 41.5개월로 생존기간이 더 연장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바벤시오는 이러한 임상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3년 8월부터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의 1차 유지요법 옵션으로 유일하게 급여 적용을 받고 있다.이를 두고 임주한 교수는 고령 환자 위주인 요로상피암의 특성 상 바벤시오 유지요법의 등장 이후 치료 중에도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이자 혜택이라고 강조했다. 임주한 교수는 "세포독성 항암제를 3~4개월간 사용한 후 유지요법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는 환자에게 치료 선택 폭을 넓혀주고, 불필요한 독성을 줄이면서 장기 생존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이라고 평가했다.그는 "바벤시오는 2주 간격으로 주사 투여해 70~80대 고령 환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2년까지 유지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 치료 중에도 일상생활을 거의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환자에게 큰 장점"이라며 "또 다른 특징은 면역 관련 이상반응이 비교적 적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면역항암제는 호르몬 불균형이나 피부 이상반응이 흔하지만, 바벤시오는 이러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초기 세포독성 항암제를 견디기 어려운 고령 환자에게도 장기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임주한 교수는 바벤시오 1차 유지요법이 건강보험 급여에 적용되면서 환자들이 치료 중에도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요로상피암 치료 기준점 제시이 가운데 바벤시오 유지요법의 국내 임상현장 활용은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급여 적용된 지 2년이 지난 현재, 꾸준히 유지치료를 이어가는 환자들을 목격하며 바벤시오의 효과와 안정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 임주한 교수의 진단이다.임주한 교수는 "급여 적용 덕분에 상당수 환자가 바벤시오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실제로 2년 가까이 꾸준히 유지 치료를 이어가는 환자들도 있으며, 이를 통해 바벤시오의 치료 효과와 안정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상반응이 비교적 적어 치료 과정의 부담이 크지 않고, 의료 공백이 생기더라도 환자들이 안정적으로 치료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그는 "방광암에서는 바벤시오를 통해 처음으로 성공적인 유지요법 전략이 확립됐다. 이는 방광암 치료에서 유지요법을 실현시킨 역사적 성과이자, 앞으로도 랜드마크로 남을 치료 전략"이라며 "나아가 유지요법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약물 투여만을 뜻하지 않는다. 이상반응 관리, 환자의 가치관, 삶의 질까지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단어 자체가 의학적 고민과 환자의 삶, 그리고 치료 목표를 함께 담아내는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다만, 바벤시오 유지요법이 임상현장 전면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요로상피암 치료 패러다임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ADC와 면역항암제가 짝을 이룬 병용요법이 긍정적인 임상적 혜택 제공을 입증해냈기 때문이다. 임주한 교수는 "치료 선택은 의사의 판단, 환자의 상태, 그리고 이상반응 관리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표적치료제나 ADC 계열은 아직 장기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며 "실제 임상에서는 약물 사용이 어렵거나 치료 중도 탈락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로 인해 표준 용량보다 줄여 언더도즈(under-dose) 형태로 투여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특히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리얼월드 데이터는 아직 부족하다"고 평가했다.이에 따라 임주한 교수는 국내 환자 대상 장기 데이터와 환자 비용 부담 측면에서 여전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바벤시오 유지요법이 중요한 치료옵션으로 자리할 것으로 전망했다.임주한 교수는 "치료 전략을 결정할 때는 의사의 치료 목표뿐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과 가치관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며 "1차 치료 이후 안정적으로 유지가 잘 된다면 환자를 자주 만나지 않아도 되지만, 치료 시작 단계에서는 의사, 환자, 보호자 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생존 연장, 삶의 질, 비용 등 다양한 요소가 함께 고려된다"고 설명했다.그는 "바벤시오는 기존 치료와 비교했을 때 생존 연장 효과, 삶의 질 유지, 비용 부담 완화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다"며 "향후 장기 추적 데이터와 국내 환자 대상 적정 데이터가 축적된다면, 바벤시오는 여전히 중요한 치료 옵션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