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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직원의 위장조사, 법원의 결론은?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최근 서울행정법원은 보험회사 직원의 위장 방문으로 촉발된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인 의사 A의 청구를 기각했다(서울행정법원 2025구합55292 판결). 보험사 직원이 일반 환자로 가장해 병원을 방문한 뒤 "수액을 10회 맞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며 허위 진료기록 작성을 유도했고, 의사는 실제 진료가 이루어지지 않은 날짜에도 진료한 것처럼 기록을 작성했다. 그 결과 의사는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사면허 자격정지 1개월 처분까지 받게 되었다.의사 A는 소송에서 보험사 직원의 조사행위가 사실상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므로, 이를 기초로 한 행정처분 역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자격정지 1개월의 처분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취지의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도 함께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함정수사에 관한 항변과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이 판결이 알려진 이후 실무에서는 다소 우려스러운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일부 보험사 SIU(Special Investigation Unit)에서는 "법원이 보험사의 위장조사를 적법하다고 인정했다"는 취지로 이 판결을 해석하면서, 유사한 방식의 조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그러나 판결문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법원이 이 사건에서 위장조사 전반에 광범위한 정당성을 부여하며 "보험사 직원이 환자로 가장해 의료인의 위법행위를 유도해도 된다"는 일반적인 허용 기준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법원이 부정한 것은 '함정수사' 적용 가능성이다함정수사에 관한 대법원의 기본 입장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본래 범의를 가진 사람에게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정도의 수사방법은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지만,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않은 사람에게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을 사용하여 범의를 유발한 뒤 범죄인을 검거하는 이른바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는 위법하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위법한 함정수사에 기초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 자체가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1247 판결).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형사소송법상 함정수사 법리는 기본적으로 '수사기관의 수사행위'를 통제하기 위한 법리라는 점이다. 그래서 대법원은 함정수사의 위법성을 판단할 때 범행을 유인한 사람이 수사기관과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수사기관과 무관한 사인이 자신의 독자적인 동기에서 범행을 부탁했고, 그 부탁 때문에 상대방에게 비로소 범의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곧바로 형사소송법상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확립된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6도2339 판결).서울행정법원이 이 사건에서 확인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보험회사나 그 직원에게 체포·압수·수색·신문과 같은 국가의 수사권을 부여하지는 않고 있으며, 이 사건 보험사 직원이 의사를 찾아가기 전에 경찰이나 검찰과 직접 연결되어 범행 유도를 지시받았다고 볼 만한 근거도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이 사건 위장방문을 국가의 수사행위로 귀속시킬 만한 사정이 없었고, 따라서 형사소송법상 함정수사 법리가 적용될 전제 자체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즉, 법원이 확인한 것은 "이 사건 위장방문은 국가에 귀속되는 함정수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훨씬 좁은 범위의 판단이다. 따라서 보험사 직원과 같은 사인의 조사행위가 그 자체로 적법한지, 또는 다른 법률상 한계를 넘었는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한다.함정수사가 아니라고 사적 조사까지 적법한 것은 아니다한편, 보험사 직원의 행위가 형사소송법상 '함정수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과정에서 수집된 자료가 언제나 적법한 증거가 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아닌 사인이 수집한 증거라 하더라도, 그 수집 과정에서 개인의 사생활이나 인격적 이익을 침해한 정도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넘어선 경우에는 형사절차에서의 진실발견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증거의 사용을 쉽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도3990 판결 등 다수). 나아가 사인이 자료를 취득하거나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과정 자체가 개인정보 보호법 등 다른 법률을 위반하였다면, 그 자료를 수사기관에 임의로 제출했다는 이유만으로 증거능력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의사 A에 대한 이번 판결 역시 그 의미를 지나치게 확대해서는 곤란하다. 적어도 이 판결이 보험사 직원의 접근 방법, 녹음 여부, 개인정보의 취득 경위 등 사적 조사행위 전반의 적법성을 일반적으로 확인한 것은 아니다. 법원이 판단한 핵심은 보험사 직원의 위장방문을 국가의 수사행위로 귀속시킬 수 없어 형사소송법상 함정수사 법리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데 있었다. 이를 두고 "보험사 직원은 어떤 방식으로든 환자로 가장하여 위법행위를 유도해도 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판결의 의미를 지나치게 확장하는 것이다.오히려 사인이 단순히 기존의 위법행위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본래 이루어지지 않았을 허위 진료기록의 작성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범행을 구체적으로 유발하였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대법원도 사인의 함정교사가 피유인자의 형사책임을 면제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함정교사를 한 사인 자신의 위법성이나 형사책임은 별개의 문제라고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관여 방식과 고의의 정도에 따라서는 보험사 직원에게도 의료법 위반의 교사범 등 별도의 형사책임이 문제될 여지가 있다.2024년 보험사기방지법 개정 이후에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이 사건 위장방문의 시점이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2024년 2월 13일 개정되면서 제5조의2를 신설하여, 누구든지 보험사기행위를 알선·유인·권유 또는 광고하는 행위를 금지했고, 이 조항은 2024년 8월 14일부터 시행되었다. 그런데 이 사건 보험사 직원의 위장방문은 2024년 7월 23일, 법 시행을 불과 3주가량 앞둔 시점에 이루어졌다. 따라서 현행법 아래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보험사 직원이 환자로 가장하여 보험사기행위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면, 형사소송법상 함정수사 여부와는 별개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5조의2 위반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등장할 수 있다.보험업계 관계자의 강제수사 참여는 대법원이 제한했다또 하나 함께 살펴볼 판례가 있다. 대법원은 2024년 12월 16일, 보험업계 관계자의 강제수사 참여를 정면으로 제한하는 결정을 내렸다. 경찰이 치과병원을 압수수색하면서 생명보험협회 소속 치과위생사를 약 3시간 동안 현장에 참여시켜 서류 열람, 문서 분류, 진료기록 확인 등에 관여하게 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형사소송법상 참여권자 등에 해당하지 않는 제3자를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임의로 참여시킨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해당 압수수색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4. 12. 16.자 2020모3326 결정). 특히 대법원은 해당 관계자가 개별 보험회사들과 이해관계를 같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오히려 보험사의 독자적인 사적 조사와 국가의 강제수사에 대한 관여는 전혀 다른 법적 영역이고, 각각 다른 기준으로 적법성을 심사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위장조사의 허용 범위는 여전히 법적 공백으로 남아 있다문제는 결국 "기존의 보험사기 의심사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와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범행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조사" 사이에 아직 뚜렷한 법적 경계가 없다는 점이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보험사기행위의 알선·유인·권유를 금지하고 있지만, 위장환자를 투입하여 기존 혐의를 확인하는 행위가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느 지점부터 새로운 범죄를 만들어내는 행위로 평가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은 법령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이번 서울행정법원 판결은 보험사에 위장조사의 면죄부를 준 판결이 아니다. 법원이 판단한 것은 보험사 직원의 행위를 국가의 수사행위로 귀속시킬 수 없어 형사소송법상 함정수사 법리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제한된 쟁점일 뿐이다. 그 바깥에는 여전히 개인정보 보호법의 문제, 사인이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 문제, 그리고 대법원 2020모3326 결정이 확인한 보험업계 관계자의 강제수사 참여 한계가 남아 있다.따라서 이 판결을 근거로 보험사가 위장조사의 범위와 방식을 확대하려 한다면, 의료기관으로서는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짚어야 한다. 법원이 판단하지 않은 나머지 영역까지 적법성이 확인된 것처럼 확대해석해서는 곤란하다.
2026-08-18 05:00:00의료판례칼럼

사회복지재단 의료바우처의 위험성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최근 몇 년 사이 사회복지재단, 비영리법인, 협동조합 등의 의료바우처 사업이 반복적으로 문제되고 있다. 취약계층의 의료접근성을 높인다는 명분 아래 "비영리재단" 의 이름으로 상품권, 바우처 등을 발행하고, 환자가 협약 의료기관에서 이를 사용하면 본인부담금이 감면되는 구조다. 이러한 사업들은 대체로 스스로를 '복지사업'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의료기관과 사업자(재단) 사이에 은밀하게 대가가 오가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재단이 외형상 본인부담금을 대신 지급하더라도, 그 재원이 사실상 의료기관에서 다시 흘러나온다면 이를 단순한 공익사업으로 보기는 어렵다.더욱이 이러한 의료바우처 구조를 의료법상 환자 유인행위로 판단한 판례와 관련 보건복지부 유권해석까지 등장하면서 현장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상품권이나 바우처를 이용한 진료비 지원이 모두 위법한 것은 아니지만, '복지'라는 명칭만으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 형사판결과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을 토대로, 사회복지재단형 의료바우처 사업이 의료법상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으며 어느 지점부터 금지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사회복지재단 의료바우처 사건과 대법원의 유죄 판단문제가 된 사건에서, 모 한의원은 특정 사회복지재단이 발행한 의료바우처카드 소지자의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았다. 다만, 수사를 해보니 뒷거래가 드러났는데, 재단이 본인부담금 상당액을 한의원 측에 지급하면, 병원은 그 금액의 103~104%를 다시 후원금 명목으로 재단에 지급하는 구조였다(의정부지방법원 2016. 8. 23. 선고 2016노1568 판결, 대법원 2016. 12. 1. 선고 2016도14457 판결).형식상 재단이 본인부담금을 대납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의료기관이 그에 상당하는 금액을 재단에 돌려준 이상 실질적으로는 의료기관이 본인부담금을 면제한 것과 다름없는 구조였던 것이다.이 사건에서 법원은 본인부담금 면제가 환자 유인의 수단이 되고, 의료이용 증가를 통해 의료기관의 수익으로 이어지며, 후원금에 대한 세제상 이익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영리목적을 인정하였다. 특히 해당 카드는 모든 의료기관이 아니라 재단과 협약한 의료기관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특정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유도하는 구조로 평가되었다.사업 규모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해당 한의원에서는 11개월 동안 본인부담금 면제 건수가 2만 5,000건을 넘었고, 법원은 이를 의료질서상 폐해가 심각하게 나타난 경우로 보았다.피고인은 영리목적이 없었고 법률의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록 벌금형의 선고유예가 내려졌지만, 재단을 매개로 한 본인부담금 면제 구조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유죄 판단은 그대로 확정되었다.병원 전용 상품권·바우처와 비급여 진료비 할인 기준그렇다면 상품권이나 바우처 자체가 위법한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물론 보건복지부는 특정 의료기관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바우처를 활용한 홍보와 관련하여, 국민건강보험법·의료급여법상 본인부담금의 면제·할인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고 보고 있긴 하다(민원 1AA-2108-0630568).다만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542 판결에 따라,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비를 할인하는 방식으로 스스로 환자를 유치하는 행위는 대상·기간·항목과 할인 폭을 명확히 정한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정리하자면 원내 전용 상품권이나 바우처도 실질적으로 진료비 할인 효과를 가지므로, 본인부담금 감면에 사용된다면 위법하고, 비급여진료비 할인에 사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괜찮다. 다만 비급여 할인 광고 역시 소비자가 할인 조건을 오인하지 않도록 명확히 표시하고, 지역 의료시장에 과당경쟁이나 왜곡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보건복지부는 일률적인 수치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구체적인 위법 여부는 할인 방식과 규모, 지역 의료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하여 관할 보건소가 판단한다는 입장이다.제3자 진료비 대납과 환자 소개·알선의 경계그렇다면 제3자가 진료비를 결제해주는 것은 전부 위법일까? 이 또한 꼭 그런 것은 아니다.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이 호텔이나 기업과 제휴하여 진료비를 청구하는 방식이 의료법에 저촉되는지에 관한 민원에서, 의료법령이 환자와 의료기관 사이의 구체적인 결제 방식을 별도로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따라서 제3자가 진료비를 대신 결제하거나 정산하는 방식 자체는 원칙적으로 당사자 간 계약에 따라 정할 수 있다(민원 1AA-2107-0943649).그러나 제3자 결제라는 외형만으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제휴업체가 환자를 특정 의료기관에 연결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나 경제적 이익을 얻거나 제공한다면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소개·알선·유인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은 환자 유치를 둘러싼 금품수수와 의료기관 간 불합리한 경쟁을 방지하는 것이 이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입법 취지라고 본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542 판결).결국 제3자가 단순히 복지 등의 목적으로 대납만 해준 것인지, 아니면 경제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특정 의료기관에 환자를 연결한 것인지에 따라 적법 여부가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제휴업체의 환자 모집 관여 정도, 이용 가능한 의료기관의 범위, 수수료 지급 여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비영리법인의 취약계층 본인부담금 지원은 어디까지 가능한가2023년 서울특별시는 비영리법인이 의료취약계층에게 의료기관 동행 서비스와 본인부담금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의료법에 위반되는지 보건복지부에 질의하였다.보건복지부는 먼저 의료기관 동행 서비스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고 보았다. 다만 동행 과정에서 특정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을 추천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등 소개·알선 행위가 이루어진다면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 저촉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본인부담금 지원에 대해서는 의료취약계층의 진료비를 지원하는 사업이 의료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회신하였다. 다만 의료급여제도와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여 기존 의료보장제도와의 정합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관할 지자체가 지원 대상, 진료 필요성, 지원 한도와 횟수, 기존 사업과의 중복 여부 등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이 회신은 비영리법인의 본인부담금 지원이 언제나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정 의료기관을 추천하거나 연계하지 않고, 지원 대상과 범위가 객관적으로 관리되며, 기존 의료보장제도와의 정합성이 확보된다면 위법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반대로 소수의 특정 의료기관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이용 횟수에 제한이 없으며, 의료기관이 지원 재원을 다시 부담하는 구조라면 이러한 허용 가능성의 전제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의료기관이 의료바우처 사업을 제안받았을 때 확인할 사항병원이 사회복지재단이나 비영리법인으로부터 의료바우처 사업 참여를 제안받았다면, '취약계층 지원'이나 '복지사업'이라는 설명만 믿고 협약을 체결해서는 안 된다. 의료법상 중요한 것은 사업의 명칭이나 운영 주체의 외형이 아니라, 실제로 누가 본인부담금을 부담하고 환자가 어떤 경로로 병원에 연결되는지이기 때문이다.가장 먼저 자금의 흐름을 확인해야 한다. 재단이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대신 지급하더라도, 병원이 후원금·기부금·협약비 등의 명목으로 그 금액을 다시 부담한다면 실질적으로는 병원이 본인부담금을 면제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병원이 지급하는 금액이 환자 수나 진료비에 연동되어 있다면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범위도 중요하다. 환자가 다수의 의료기관 중에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재단이 지정한 소수의 의료기관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면 단순한 의료비 지원을 넘어 특정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연결하는 소개·알선 구조로 볼 여지가 있다.지원 대상과 한도, 이용 횟수도 확인해야 한다. 취약계층을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선정하고 지원 금액과 횟수를 제한하는 사업과, 사실상 누구나 반복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상시적인 환자 유치 사업은 동일하게 평가하기 어렵다. 관할 지자체의 승인이나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결국 의료바우처 사업의 적법성은 '복지'라는 명분이 아니라 실제 운영 구조에 달려 있다.
2026-08-03 05:00:00의료판례칼럼

디지털의료기기 표시 제도, 변화와 과제

식약처는 2026년 6월 10일 '디지털의료기기 표시기재 가이드라인'을 개정·발행하였다. 2025년 11월 최초 제정 이후 약 7개월 만에 이루어진 이번 개정은 소프트웨어 특성에 맞는 제조번호·제조연월·버전정보 기재 요령을 명확히 하고, 소프트웨어 내장 디지털의료기기의 표시기재 방식을 구체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디지털의료기기에 포함된 소프트웨어는 인허가 이후에도 업데이트나 업그레이드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며, 사용 시점마다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달라질 수 있다.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 표시기재 방식으로는 이러한 특성을 담아내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이번 가이드라인은 그 구체적인 이행 기준을 제시한다.이번 개정의 핵심 중 하나는 제조번호·제조연월·버전정보의 기재 기준을 소프트웨어 특성에 맞게 정립한 것이다. 제조번호는 최초 생산된 소프트웨어 버전의 배포일자 또는 자사(제조원)의 품질관리체계에 따라 기재하고, 제조연월은 현재 소프트웨어 버전의 배포일자 또는 자사 품질관리체계에 따라 기재하며, 버전정보는 현재 버전을 허가·인증·신고 기준 또는 자사 품질관리체계에 따라 기재한다. 이처럼 소프트웨어의 버전 관리 주기 기재 방식은 업계의 혼선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표시기재 방법으로는 소프트웨어 작동 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화면, 전자바코드, 제조·수입업자의 인터넷 홈페이지, 구독자 이메일 등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활용할 수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제품을 구매·구독 또는 설치·사용할 때 해당 매체(예: 홈페이지 주소)를 확인할 수 있도록 표시 또는 고지하여야 한다. 또한 표시기재 사항에 변경이 생긴 경우에는 품질관리체계에 따라 변경이 이루어진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최신화하여 제공하여야 한다. 소프트웨어를 내장한 디지털의료기기는 제품의 작동 형태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설치형은 내장형 디지털의료기기소프트웨어가 의료기기 하드웨어에 설치되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경우로 독립형 디지털의료기기소프트웨어 표시기재 요령을 따른다. 둘째, 연결형은 내장형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에 설치되지 않고 별도의 서버·범용컴퓨터·클라우드 등에 설치되어 작동하는 경우로, 마찬가지로 독립형 표시기재 요령을 따른다. 다만 의료기기 하드웨어에 설치된 소프트웨어가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소프트웨어인 경우에는 별도의 표시기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셋째, 액세서리 소프트웨어형은 디지털기술이 적용된 액세서리 소프트웨어만을 포함한 경우로, 악세사리 및 전자 인터페이스 소프트웨어 기재 요령을 따른다.AI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의료기기는 인공지능 모델의 훈련방법 및 학습데이터의 정보(적용 알고리즘, 데이터수집 시기·기관·규모, 업데이트 예상 주기 등), 예측되는 성능의 범위 및 한계(임상시험 또는 알고리즘 성능평가 결과, 영상 품질이나 데이터 구성에 따른 성능 한계 등), 제3자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개발·구현된 경우에는 해당 서비스의 종류 및 구성 형태 등을 표시기재 하여야 한다. 아울러 변경관리 계획의 범위에서 변경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변경 내용 및 결과를 선택적으로 표시기재 할 수 있다.생성형 AI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경우에는 환각이나 예상과 다른 출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명시하고, 사용자가 생성된 결과를 충분히 검토하고 필요시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하도록 안내하는 내용도 포함하도록 예시하고 있다. 초고성능컴퓨팅기술(LLM 등)이 적용된 디지털의료기기는 제품의 특성에 따라 적합한 방법으로 달리 표시기재할 수 있다. '디지털의료기기소프트웨어' 및 '전문가용' 표시는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6포인트 이상의 글자 크기와 굵은 글씨, 색깔 또는 글상자를 사용하여야 한다. 특히 '전문가용' 표시는 허가증 또는 인증서의 비고에 '전문가용 디지털의료기기'로 기재된 경우에만 표시할 수 있다.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은 디지털 의료기기 표시기재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였으나 몇 가지 과제도 남아 있다. 우선 생성형 AI와 초고성능컴퓨팅기술을 활용한 제품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는 만큼 기계학습 기반 제품과는 다른 특성을 가진 이들 제품에 대한 세부 표시기재 기준이 지속적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 가이드라인도 "제품의 특성에 따라 적합한 방법으로 달리 표시기재 할 수 있다"고 이 점을 열어두고 있으나, 현장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문안이 필요하다. 또한 UI, 전자 사용설명서(e-IFU), 인터넷 홈페이지 등 디지털 매체를 통한 정보 제공이 확대되는 추세에서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접근성 확보 방안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의료기기법 시행규칙은 점자, 음성·수어영상변환용 코드 등을 병행 표시하거나 음성 안내·문자 확대 등 전자적 방법을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권장 사항이 디지털의료기기 분야에서도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연계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디지털의료기기의 정확한 표시기재는 단순한 법적 의무 이행을 넘어, 사용자가 제품의 성능과 한계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 산업계,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2026-07-27 05:00:00의료판례칼럼

도수치료 관리급여 병원이 꼭 알아야 할 내용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도수치료 관리급여가 2026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병·의원 현장에서는 많은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이제 비급여 도수치료는 더 이상 할 수 없는 것인지, 실손보험 청구는 어떻게 되는지, 다른 진료와 결합하는 것은 가능한지, 도수치료 패키지 할인은 허용되는지, 체형교정이나 미용 목적의 도수치료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들이다.관리급여는 의료적 필요도를 넘어 남용되는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 체계 안으로 끌어들여, 가격과 급여기준을 설정하고 주기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제도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대상으로 도수치료가 선택되었다. 도수치료를 건강보험 체계 안으로 편입하되, 본인부담률을 95%로 설정하고, 가격, 횟수, 대상, 기록, 청구절차를 강하게 관리하는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따라서 병원 입장에서는 단순히 수가가 낮아졌다는 점만 볼 일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기존의 비급여 도수치료 운영 방식 자체가 더 이상 그대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이다.도수치료가 첫 번째 타깃이 된 이유도수치료가 관리급여의 대표 항목이 된 것은, 도수치료라는 행위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정부가 문제 삼은 것은 도수치료를 둘러싼 운영 구조다. 병원마다 가격 편차가 크고, 실손보험과 결합되면서 반복 이용이 늘어났으며, 그 과정에서 과잉진료 논란이 커졌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인식이다.애초 관리급여 후보군에는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방사선온열치료, 언어치료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도수치료,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방사선온열치료 3개 항목이 우선 선정되었고, 체외충격파치료와 언어치료는 추후 재논의 대상으로 남게 되었다.이 항목들이 모두 실손보험사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온 분야라는 점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결국 이번 관리급여 정책은 비급여 가격을 관리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실손보험사들이 오랫동안 호소해 온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소해 주는 성격도 갖는다. 말하자면 실손보험사의 가려운 곳을 정부가 건강보험 제도 안에서 긁어준 셈이다.Q1. 관리급여 도수치료는 급여인가, 비급여인가관리급여는 기본적으로 급여 항목이다. 다만 일반적인 급여처럼 환자 부담을 크게 낮추는 급여가 아니라, 본인부담률 95%가 적용되는 선별급여 유형의 급여 항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도수치료 수가코드, 도수치료 선별급여 목록 및 급여기준을 신설하고, 청구방법에서도 선별급여 본인부담률 95%에 해당하는 F항을 추가하였다.이 지점이 가장 중요하다. 건강보험 체계 안으로 편입된 급여 항목이다. 다만 환자 본인부담률이 95%로 매우 높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마치 비급여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법적 성격은 전혀 다르다. 병원이 자유롭게 가격을 정하고, 자유롭게 할인하며, 임의로 패키지화할 수 있는 순수 비급여 항목으로 보기는 어렵다.결국 도수치료 관리급여의 핵심은 "도수치료가 완전히 급여화되어 환자 부담이 낮아졌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질환 치료 목적의 도수치료가 건강보험 체계 안으로 들어오면서, 가격과 기준, 청구 절차, 기록 관리가 공적 통제의 대상이 되었다는 데 핵심이 있다.Q2. 가격과 횟수 기준은 어떻게 되는가도수치료 가격은 1일당 43,850원대로 정해졌다. 본인부담률은 95%다. 부위와 무관하게 연간 총 15회 이내, 주 2회 이내가 원칙이다. 다만 수술 또는 골절 등으로 관절 구축이나 강직의 뚜렷한 소견이 있는 경우에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연간 최대 24회까지 인정될 수 있다. 급여대상도 제한된다. 30분 이상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기능이상 및 통증이 지속되는 근골격계 질환을 대상으로 한다. 원칙적으로 도수치료 전에는 기본물리치료 및 단순재활치료를 2주 이상, 4회 이상 우선 시행해야 한다. 다만 이 기준은 반드시 해당 의료기관에서만 충족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타 요양기관에서 시행한 치료 이력도 고려될 수 있다. 또한 도수치료 관리급여 적용 전 시행된 기본물리치료 및 단순재활치료도 인정될 수 있으며, 소아 사경이나 수술 후 관절운동범위 제한 등은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즉시 도수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Q3. 누가 도수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가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시행 인력이다. 도수치료는 아무 직원이나 시행할 수 있는 치료가 아니다. 보건복지부 Q&A는 도수치료를 정형외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와 관련 교육을 이수한 의사 또는 물리치료사가 실시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4개과 전문의, 즉 정형외과·신경외과·재활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도수치료 시행 인력으로 명시되어 있다. 반면 4개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와 물리치료사는 관련 교육 이수가 전제된다.다만 현재는 교육과정이 완전히 마련된 상태가 아니다. 의사와 물리치료사 교육과정은 대한의사협회 등과의 협의를 통해 신설·운영될 예정이고, 이수증 발급 단체 지정과 교육 프로그램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의 추가 안내가 있을 때까지 유예기간이 적용된다.따라서 관련 교육과정이 안내된 이후에는 4개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와 물리치료사가 도수치료를 시행하려면 보건의료자원통합신고포털을 통해 교육 이수 여부를 신고해야 한다. 결국 현재는 유예기간이 적용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누가 도수치료를 시행했는지"뿐만 아니라 "그 시행자가 도수치료 시행 자격과 교육 이수 요건을 갖추었는지"까지 관리대상이 될 것이다.Q4. 도수치료 본인부담금을 할인할 수 있는가결론부터 말하면, 이벤트나 마케팅 목적으로 도수치료 본인부담금을 할인하거나 면제하는 방식은 허용되기 어렵다.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방법 등으로, 환자 소개·알선·유인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이 법리는 도수치료 관리급여에서 매우 중요하다. 비급여 진료비 할인과 급여 본인부담금 할인은 법적으로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 도수치료가 비급여였을 때에는 병원이 일정 범위에서 가격을 정하거나 이벤트를 구성하는 경우가 있었다. 헌법재판소 2010. 10. 28. 2009헌마55 결정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본인부담금이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요양급여를 받는 사람이 급여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는 경우의 그 부담 부분을 의미한다고 보았고,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542 판결도 같은 취지로 본인부담금의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였다. 즉, 순수 비급여 영역에서는 가격 설정과 할인에 관하여 상대적으로 자율성이 인정되었던 것이다.그러나 질환 치료 목적의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편입된 이후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환자가 부담하는 95%는 국민건강보험법상 환자가 부담하는 법정 본인부담금의 성격을 갖는다.따라서 "도수치료 첫 회 무료", "도수치료 본인부담금 병원 부담", "도수치료 1만 원 이벤트"와 같은 방식은 의료법상 본인부담금 할인에 의한 환자유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Q5. 실손보험은 적용되는가실손보험 적용 여부는 "된다", "안 된다"로 단순하게 말하기 어렵다. 가입한 실손보험의 세대, 약관 내용, 치료 목적, 관리급여 기준 충족 여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기존 실손보험 가입자의 경우에는 도수치료가 비급여에서 관리급여로 전환되면서 오히려 환자 부담이 줄어드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예컨대 4세대 실손의 경우, 10만 원의 비급여 치료가 본인부담률 95%의 관리급여로 전환되면 실제 소비자 부담액이 3만 원에서 1.9만 원으로 줄어든다고 설명한다.그러나 이 설명만으로 "도수치료는 여전히 실손 처리된다"고 홍보하는 것은 위험하다. 5세대 실손에서는 구조가 상당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5세대 실손보험에서 관리급여로 전환된 의료비의 실손 자기부담률은 입원 시 20%, 외래 시 95%가 적용될 수 있다는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즉, 보험금을 5%만 지급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특히 4세대 실손도 영구적으로 유지되는 구조라고 보기는 어렵다. 4세대 실손은 재가입주기가 5년으로 단축된 상품이다. 금융위원회는 4세대 실손 출시 당시 건강보험정책 등 의료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재가입주기를 15년에서 5년으로 단축한다고 설명했고, 재가입 청약 절차를 거쳐 당시 판매 중인 상품으로 전환되며 기존 계약은 해지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시간이 지나 재가입 시점이 도래하면 당시 판매 중인 상품 기준, 현재로서는 5세대 실손 기준으로 이동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따라서 병원은 "실손 가능"이라는 표현을 매우 조심해야 한다. Q6. 도수치료를 패키지로 묶어 할인해도 되는가이 부분 역시 병원 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올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특히 급여 진료가 포함된 패키지 할인은 위험하다.도수치료와 다른 치료를 함께 시행하는 것 자체가 곧바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도수치료, 주사치료, 체외충격파치료, 신장분사치료 등이 각각 의학적으로 필요할 수 있고, 의사의 판단에 따라 치료계획 안에서 병행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를 의학적 치료계획이 아니라 "패키지 상품"으로 묶어 할인하는 구조다.관리급여는 급여 항목이다. 이 항목이 포함된 패키지에서 전체 금액을 할인하면, 그 할인액 중 일부가 도수치료 본인부담금 할인으로 평가될 수 있다. 앞서 본 것처럼 급여 본인부담금 할인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이 금지하는 환자유인행위 문제와 직접 연결된다.예컨대 "도수치료 10회 패키지 할인", "도수치료 + 체외충격파 패키지 특가", "통증관리 패키지 결제 시 도수치료 할인", "실손 청구 가능한 도수치료 패키지"와 같은 문구는 위험하다. 이는 단순한 가격 안내가 아니라, 급여 본인부담금 할인 또는 실손보험 청구 가능성을 매개로 환자를 유인하는 구조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보건복지부의 정책 방향도 이와 맞닿아 있다. 체외충격파치료는 이번에 관리급여로 바로 편입되지는 않았지만, 2026년 7월부터 의료기관 자율 가이드라인이 시행된다. 관련 논의에서는 관리급여 시행에 따른 풍선효과를 억제하기 위한 모니터링체계 구축도 함께 다루어졌다. 체외충격파 가이드라인은 부위당 최대 6회, 연 최대 12회, 1회 최소 2,000타 이상, 주 1회 시행 원칙, 동일 회차 내 다부위 치료 불인정 등을 제시하고 있으며, 횟수 초과 시 실손의료보험 적용 제외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이는 도수치료 수익 감소분을 체외충격파치료, 신장분사치료, 주사치료 등 다른 비급여 항목으로 이전하는 구조 역시 앞으로 모니터링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치료계획은 가능하지만, 할인상품은 위험하다. 특히 급여 진료가 포함된 패키지는 더 이상 단순한 마케팅으로 보기 어렵다.Q7. 미용목적 또는 체형교정 목적 도수치료는 가능한가피로회복, 체형교정, 미용 목적의 도수치료가 전혀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보건복지부 Q&A의 취지는 피로회복, 체형교정 등 개인적 필요에 따른 도수치료는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비급여진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다만 이 문장을 병원이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는 "체형교정 도수치료는 비급여로 자유롭게 가능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질환 치료 목적의 관리급여 도수치료 와 개인적 필요에 따른 비급여성 서비스는 진단, 처방, 기록, 설명, 비용, 영수증이 명확히 분리되어야 한다.가장 위험한 구조는 질환 치료와 미용·체형교정 목적이 뒤섞이는 경우다. 근골격계 질환 상병과 도수치료 처방을 근거로 실제로는 체형교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 도수치료 처방은 질환 치료 목적으로 내면서 환자에게는 미용·체형교정 효과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경우, 관리급여 도수치료와 미용 목적 체형교정을 하나의 패키지 안에 묶는 경우, 실손보험 청구 가능성을 전제로 체형교정 도수치료를 권유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비급여 진료 문제가 아니라, 허위청구, 임의비급여, 실손보험 분쟁, 환자유인행위 문제로 함께 번질 수 있다. 특히 앞으로 보험사들이 가장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영역 역시 바로 이 부분이 될 가능성이 높다. Q8. 수기치료, 매뉴얼치료, 근막이완치료라는 이름을 쓰면 괜찮은가명칭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결국 실질이 중요하다.도수치료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수기치료, 매뉴얼치료, 근막이완치료, 체형교정치료라는 명칭을 붙인다고 해서 관리급여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료기관 안에서 근골격계 통증 완화나 기능 회복을 목적으로 손을 이용해 시행하는 치료라면, 그 실질이 도수치료인지, 마사지치료인지, 단순운동치료인지, 운동치료인지, 재활기능치료인지부터 먼저 따져야 한다.결국 이름만 바꾼 비급여는 위험하다. 환자에게는 도수치료와 유사한 치료를 제공하면서, 청구명만 수기치료, 매뉴얼치료, 근막이완치료, 체형교정치료 등으로 바꾸는 방식은 관리급여 회피, 임의비급여, 중복청구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따라서 병원은 새로운 명칭을 붙이기 전에, 해당 행위의 목적, 시행 방식, 소요시간, 시행자, 기록 내용, 기존 급여·비급여 항목과의 관계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부르는가"가 아니라, 실제로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가이다.Q9. 연 15회 또는 24회를 넘으면 비급여로 계속 받을 수 있는가많은 환자들이 "내 돈을 내고 치료를 더 받겠다는데, 왜 안 된다는 것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충분히 공감되는 지점이다. 필자 역시 이번 정책에서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법률적으로 정리하면, 질환 치료 목적의 도수치료라면 단순히 비급여로 돌려 계속 시행하기는 어렵다.도수치료 관리급여는 주 2회, 연 15회를 원칙으로 한다. 예외적으로 수술 또는 골절 등으로 관절 구축이나 강직의 뚜렷한 소견이 있는 경우에는 연 24회까지 인정된다. 도수치료를 시행할 때 요양기관은 도수치료관리시스템 또는 심평원 포털을 통해 시행 횟수를 확인할 수 있고, 청구 역시 해당 절차를 거쳐야 한다.따라서 "15회를 넘었으니 이제부터 비급여로 계속하면 된다"는 설명은 위험하다. 같은 환자, 같은 질환, 같은 치료 목적, 같은 치료 내용임에도 단지 연간 횟수를 초과했다는 이유만으로 비급여로 전환해 청구한다면, 관리급여 기준 회피 또는 임의비급여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Q10. 도수치료관리시스템과 진료기록은 왜 중요한가도수치료 관리급여 시대에는 치료행위 자체보다 기록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심평원은 도수치료 관리급여와 관련하여 도수치료 수가코드 신설, 선별급여 목록 신설, 급여기준 신설, 선별급여 본인부담률 95% F항 추가를 안내하면서, 도수치료관리시스템 웹포털 사용자 매뉴얼도 함께 제시하였다.앞으로 분쟁의 핵심은 "도수치료를 했는가"가 아니라, "왜, 어떻게 했는가"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근골격계 질환이 실제로 있었는지, 기본물리치료나 단순재활치료를 먼저 시행했는지, 누가 처방했는지, 누가 시행했는지, 30분 이상 시행했는지, 시행기법과 부위는 무엇이었는지, 치료효과 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연간 횟수를 초과하지 않았는지, 도수치료관리시스템에 적절히 등록되었는지가 모두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맺음말병원은 이제 도수치료를 단순한 비급여 수익 항목이나 마케팅 상품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질환 치료 목적의 관리급여 도수치료와 피로회복·체형교정 등 개인적 필요에 따른 별도 서비스는 진단, 처방, 기록, 비용, 영수증 단계에서 명확히 분리되어야 하고, 본인부담금 할인이나 실손 가능성을 내세운 패키지 광고 역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결국 관리급여 시대의 도수치료는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이고, 그 구조를 설명할 수 있는 기록이 병원의 가장 중요한 방어수단이 될 것이다.
2026-07-20 05:00:00의료판례칼럼

방치한 입원실 하나, '수억원 환수'로 돌아온다

[메디칼타임즈=정재훈 변호사]의료기관 운영 과정에서 시설 관련 규정은 상대적으로 부수적인 문제로 취급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의료법 및 국민건강보험법 등 관련 법령상의 중대한 위반 사유로 인정되어 업무정지, 과징금, 환수처분 등의 행정처분으로 이어지면서, 의료기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기도 한다. 최근 병원의 입원실을 확장하면서 건축법상 용도변경을 하지 않아 과징금과 환수처분이 인정된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의료기관이 건축법상 의료시설로 사용이 허용되지 않은 공간에 입원실을 설치하고, 필요한 입원실 변경허가 없이 병상을 운영하면서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청구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서 과징금처분 및 환수처분이 내려졌는데, 의료기관 측은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실제 환자가 입원하여 진료를 받았고 의료행위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은 의료서비스가 제공됐다는 사실만으로 건강보험 급여의 적법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건강보험 제도는 적법하게 개설되고 적법하게 운영되는 의료기관을 전제로 작동하는 공적 보험체계인 만큼, 법령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시설에서 제공된 입원진료에 대해서는 급여비 지급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료행위의 실질성과 별개로 의료서비스 제공 환경의 적법성 역시 건강보험 급여체계의 중요한 구성요소인 것이다.의료기관은 병상 수요 증가, 공간 효율화, 진료범위 확대 등의 이유로 내부 공간을 재배치하거나 리모델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건축법상 용도와 일치하는지, 의료법상 변경허가 대상인지, 허가도면과 실제 운영상태가 일치하는지에 대한 검토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하자가 장기간 방치될 경우다. 수년 동안 운영된 병상에 대한 입원료가 누적되어 환수 대상이 된다면 그 규모는 병원의 존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의료기관을 둘러싼 규제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병상 운영이 수익구조의 핵심인 요양병원, 재활병원, 정신의료기관의 경우 시설기준 관련 리스크는 곧바로 경영 리스크로 연결될 수 있다. 이제 시설관리는 단순히 총무부서나 시설팀의 업무가 아니다. 최고경영자와 병원 경영진이 직접 관심을 가져야 할 컴플라이언스 영역으로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정기적인 시설 적법성 점검, 허가도면과 운영현황 비교, 건축물 용도 검토, 병상 변경 관련 행정절차 확인 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경영관리 활동이 되고 있다.의료기관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시설 관련 분쟁은 의도적인 위법행위보다 법령 해석의 오해나 절차 누락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행정법 영역에서는 고의 또는 과실이 없다고 해서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판결은 의료기관이 시설기준 준수를 단순한 형식적 요건이 아니라 건강보험 급여의 전제조건으로 인식해야 함을 보여준다. 특히 병상 운영과 관련된 공간 변경은 건축법, 의료법, 소방법, 건강보험 관련 규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영역인 만큼 사전 검토와 예방적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결국 의료기관 경영에서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선택은 문제가 발생한 후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이다.
2026-07-13 05:00:00의료판례칼럼

진료할수록 분쟁위험 환자 거부할수 있나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최근 우리 법무법인은 사소한 의료분쟁을 빌미로 의료진을 압박하고, 병원 측 과실이 명확하지 않음에도 시위, 온라인 게시글, 폭언 등을 통해 합의금을 요구한 사건을 방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환자 측은 진료 예약이 원활하지 않다는 사정까지 들어 진료거부 고소를 문제 삼았다. 의료법상 진료거부 금지 규정이 의료기관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전형적인 사례다.이 정도까지 극단적이지 않더라도, 개원한 의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비슷한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진료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폭언을 쏟아내는 환자, 지난 진료 결과에 불만을 품고 허위 민원을 반복하는 보호자. 문제는 이런 환자에 대해서도 의사가 진료를 거부하거나 중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현행 의료법 제15조는 의료인이 진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의료인에게는 1개월 면허정지 행정처분까지 예정되어 있다.문제는 정작 '정당한 사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법이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응급의료 영역에서는 2024년 보건복지부 지침을 통해 폭행, 협박, 장비 손상, 인력 부족 등이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는 경우로 예시되었다. 그러나 일반 외래진료나 선택적 시술 영역에서는 아직 판례와 행정해석이 충분히 정리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의료법상 진료거부가 가능한 정당한 사유그렇다고 해서 의료인이 언제나 진료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의료법 제15조에 따르면 진료거부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면서도,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진료를 거부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 판례와 행정해석을 종합하면,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거나 적어도 인정될 수 있는 상황은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가장 명확한 경우는 병원 내 폭행, 협박, 기물손상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의료행위 자체가 불가능해진 경우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의료인의 안전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의 진료권, 의료기관의 정상적인 운영도 함께 침해된다. CCTV 영상, 경찰 신고 기록, 직원 진술서 등 객관적인 자료가 갖추어져 있다면, 진료를 거부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해당 의료기관의 인력, 시설, 장비만으로는 적절한 진료 제공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의료기관은 자신이 보유한 인력과 장비의 범위 안에서 진료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해당 의료기관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도, 전문성, 장비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하거나 의뢰하는 것이 오히려 환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가 될 수 있다. 응급의료법 제7조 역시 비응급환자를 다른 기관으로 의뢰하거나 이송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대법원 2009다17417 전원합의체 판결은 다소 다른 각도에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의료인은 환자의 상태, 당시의 의료수준,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한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 환자가 특정 치료방법만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거나 강요할 수는 없다. 이 법리는 환자가 의학적으로 부적합한 특정 시술이나 방식만을 고집하는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의사가 해당 시술이 환자에게 유익하지 않거나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 다른 치료방법을 제안하거나 시술 자체를 시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의 근거가 된다.2023년 비대면진료 지침도 같은 맥락에 있다. 의사가 비대면진료만으로는 적절한 진료가 어렵거나 의학적으로 부적합하다고 판단하여 대면진료를 요구하는 것은 의료법상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하였다. 결국 진료거부의 문제는 단순히 환자가 요구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의료인이 의학적 판단에 따라 적절한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지의 문제와 연결된다.과거의 모욕죄, 명예훼손죄, 폭행죄, 업무방해죄 등으로 인해 의료인의 판단 하에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보는 경우에 대해서는 조금 더 유연한 보건복지부 유권해석도 존재한다. 환자로 인해 위해 발생 우려가 있고, 당장 진료하지 않더라도 환자에게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지 않으며, 다른 의료기관을 안내하는 경우라면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법이 침묵하는 영역 — '진상 환자'와 미용시술문제는 의사에 대한 보호가 취약한 아래 두 가지 케이스가 오히려 실무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첫째는 반복적 허위민원과 관계파탄 환자다. 소위 진상환자라 할 수 있다. 일부 환자들은 의료인이 진료거부 금지 규정 때문에 쉽게 진료를 거절하지 못한다는 점을 사실상 약점으로 삼아, 민원 제기, 고소 예고, 온라인 게시글 작성 등을 반복하며 의료기관을 압박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은 폭행이나 협박처럼 형사법적으로 명확하게 포착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결국 의료기관은 분쟁 위험이 계속 커지고 있음을 알면서도, 뚜렷한 법적 근거 없이 사실상 '버티는 것' 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서두에서 소개한 사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범죄 전과도 많고 불량한 행동을 일삼는 환자 측이 병원 앞 시위를 이어가고, 진료 과정에서도 의료진을 지속적으로 압박한 사안이었다. 병원 측 시술에 명확한 과실이 확인된 것도 아니고, 의료기관이 추가로 취할 수 있는 조치도 마땅치 않았다. 그럼에도 환자 측은 계속 내원하며 진료를 요구했고, 진료 예약이 원활하지 않다는 사정까지 들어 진료거부 문제를 제기하였다.물론 이러한 환자에 대한 진료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하더라도, 수사 과정이나 재판 절차를 통해 합리적인 무혐의 처분 또는 무죄 판단을 이끌어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법령이나 고시 차원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데 있다. 일단 고소가 제기되면 의료기관과 의료인은 복잡한 법률적 방어 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고,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부담을 지게 된다.둘째는 치료 목적 없는 미용시술이다. 보톡스, 필러, 레이저 토닝, 리프팅과 같은 외모 개선 중심의 시술은 분명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다만 전통적인 의미의 치료 목적성과 긴급성은 상대적으로 약하고, 환자의 주관적 심미 만족과 강한 영리성이 결합된 특수한 영역이기도 하다. 환자가 의학적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기대하는 결과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부작용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특정 시술만을 요구한다면, 시술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분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그럼에도 현행 의료법은 이러한 미용시술 역시 일률적인 진료거부 금지 규정의 적용대상에 그대로 두고 있다. 환자의 기대가 비현실적이거나, 의료진의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는 환자에게 시술을 하지 않으려는 경우에도 의료인은 여전히 진료거부 금지 조항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진료거부 해외사례: 응급진료와 미용시술은 다르게 본다외국의 법제와 직업윤리 규범을 살펴보면, 세부적인 규율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공통된 방향은 비교적 분명하다. 응급진료와 필수진료는 최대한 보장하되, 비응급·비필수·비유익한 의료서비스에 대해서는 의료인의 제한적 거부권을 인정한다는 것이다.일본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의사의 응소의무를 두고 있지만, 비응급 상황에서는 환자의 상태, 의료기관의 전문성, 진료능력, 대체 의료기관의 존재, 환자와 의료기관 사이의 신뢰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과 프랑스의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의료윤리는 응급상황에서의 진료 의무를 강조하면서도, 의학적 적응증이 없거나 임상적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처치까지 의사가 제공할 의무는 없다고 본다. 프랑스 역시 응급상황과 인도적 의무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는 의사의 진료거부를 인정하되, 환자에게 이를 알리고 필요한 경우 진료 계속을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진료거부 입법 개선 방향: 정당한 사유 명문화와 미용시술 예외진료거부 금지 원칙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지, 의료인에게 위험하거나 부적절한 진료를 강제하기 위한 제도는 아니다. 특히 미용시술처럼 치료 목적성과 긴급성이 약하고 환자의 주관적 만족이 강하게 작용하는 영역에서는, 의사가 시술을 거절하는 것이 단순한 진료거부가 아니라 환자 안전과 의학적 적정성을 위한 판단일 수 있다.결국 현행 제도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개선이 되어야 한다.첫째, 의료법에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를 예시하는 조항을 명문화해야 한다. 폭행, 협박, 반복적 허위민원, 스토킹성 접근, 성희롱으로 인한 위해 우려, 시설·인력의 객관적 한계, 의학적 비적응증, 신뢰관계의 중대한 파탄 등을 조문에 예시하는 것만으로도 현장 의료인의 예측가능성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둘째, 치료 목적 없는 미용시술에 대해서는 한정적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외상, 질환, 재건, 기능회복 목적의 시술은 당연히 진료거부 금지 원칙의 보호범위에 남겨두어야 하겠으나, 외모 개선만을 목적으로 하는 자유진료 미용시술에 대해서는, 의사가 의학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시술을 거절할 수 있는 명시적 근거를 둘 필요가 있다. 셋째, 절차적 안전장치를 함께 두어야 한다. 진료를 거부하거나 진료관계를 종료할 때에는 그 사유를 설명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다른 의료기관을 안내하며, 응급상황이나 중대한 악화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최소한의 안정화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요건을 이행한 경우에는 의료법 제15조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을 함께 둔다면, 진료거부의 자의적 남용은 막으면서도 의료인의 정당한 방어권은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2026-07-06 05:00:00의료판례칼럼

'문신 비범죄화' 대법 판결이 의료계 던진 과제

[메디칼타임즈=정재훈 변호사] 역사상 가장 견고했던 판례 중 하나가 무너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비의료인의 미용·서화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해 온 1992년의 종전 판례를 34년 만에 전격 폐기했다. 질병의 예방과 치료가 목적인 의료행위와 미용·예술적 목적인 문신행위를 구분하고, 변화한 시대상과 국민의 기본권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사법 역사에 남을 중대한 전환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향적인 판결이 곧바로 현장의 안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판결은 의료 현장과 행정 실무, 그리고 법조계에 거대한 전환기적 혼란과 새로운 숙제를 동시에 던진다. 먼저, '의료적 문신'과 '일반 문신'의 한계 획정 문제이다. 대법원은 '통상적인 미용 및 서화 문신 시술'을 비범죄화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렇다면 실무적으로 어디까지가 통상적인 시술이고, 어디서부터가 의학적 전문지식이 필요한 의료행위인가? 백반증이나 흉터 감추기를 위한 '치료 목적의 문신' 또는 마취 크림을 넘어선 '국소 마취제 주사'가 동반되는 시술의 경우 해석의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실무적으로는, 보건소 등 행정 관청의 단속 실무와 검경의 수사 단계에서 가이드라인이 정립되기 전까지는, 피고발인과 행정청 간의 소모적인 법적 공방이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다음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는 형사처벌의 근거(의료법 위반)는 사라졌으나, 이들을 관리·감독할 문신사법은 아직 시행 전이라는 점이다. 문신사법은 2027년에 시행 예정이다. 따라서 그때까지는 감독, 규제 등과 관련된 행정적인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판결은 병·의원급 의료기관, 특히 피부과·성형외과 및 반영구 센터를 운영하던 의료계의 실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운 비의료인 타투이스트 및 반영구 숍들에 비하여 의료기관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앞으로 의료기관이 문신·반영구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의학적 안전성'과 '감염 관리의 철저함'을 전면에 내세우고, 의료인만이 가능한 의료행위를 부가할 수 있다는 특수성을 바탕으로 차별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문신 시술은 문신사법의 본격적인 시행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양지로 나오게 됐다. 비록 문신사법 시행 이전이라고 하더라도, 정부는 조속히 위생 관리 가이드라인을 촘촘히 구축하여 국민 건강권의 공백을 메워야 하며, 의료계는 단순 미용 시술을 넘어선 고난도 치료 영역으로의 차별화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2026-06-29 05:00:00의료판례칼럼

텔레마케팅 어디까지 합법인가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병원 경영진이나 마케팅 담당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환자에게 동의를 받았는데도 왜 문제가 됩니까?""DB 작업을 외부 업체에 맡기는 것도 불법입니까?"환자가 동의했고, 병원이 직접 하기 어려운 업무를 전문 업체에 맡긴 것이라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병원의 환자 DB를 활용한 마케팅은 생각보다 복잡한 법률 구조 위에 놓여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동의 요건, 민감정보 처리 기준, 제3자 제공과 처리위탁의 구별, 그리고 의료법상 환자 유인·알선 규제까지 함께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결론부터 말하면, 환자 동의를 제대로 받고 구조를 적법하게 설계한 DB 마케팅을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어떤 항목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동의를 받았고, 그 정보를 누가, 어떤 목적과 범위 안에서 활용하고 있는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동의를 받으면 된다"는 말의 의미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는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때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실무에서 자주 혼동되는 것이 있다. '동의를 받았다'는 사실과 '유효한 동의를 받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동의가 유효하려면 몇 가지 필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특정성이다. 동의서에는 제공받는 자의 명칭, 이용 목적, 제공 항목, 보유·이용 기간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야 한다. "제휴사", "파트너사", "협력업체"와 같은 포괄적 표현은 제17조가 요구하는 특정성 요건과 충돌한다. 제공받는 자가 "A의원"이라면 그 명칭이 동의서에 그대로 기재되어 있어야 한다.둘째, 분리성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2조는 마케팅 수신 동의를 선택 항목으로 분리하고, 이를 거부하더라도 기본 서비스 제공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진료 예약이나 회원 가입과 마케팅 동의를 하나의 항목으로 묶어두는 구조는 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셋째, 명확성이다. 동의 문구가 형식적으로 존재한다고 해서 곧바로 유효한 동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주체가 자신의 개인정보가 누구에게 제공되는지, 어떤 목적으로 이용되는지, 그 결과 마케팅 연락을 받을 수 있는지를 실제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대법원도 경품행사를 통해 수집한 개인정보를 보험회사에 제공·판매한 사안에서, 개인정보 수집 및 제3자 제공에 관한 내용을 약 1mm 크기의 글씨로 기재하여 소비자가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게 한 점, 경품행사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개인정보를 수집한 점 등을 문제 삼은바 있다(대법원 2017. 4. 7. 선고 2016도13263 판결). 이런 주요 요건을 갖춘 동의라면, 그 동의를 기반으로 한 DB수집, 텔레마케팅은 개인정보보호법상 적법한 처리에 해당한다. DB 수집 업무를 외부에 맡겨도 되는가병원이 직접 DB를 구축하지 않고 전문 업체에 수집·정리 업무를 맡기는 방식은 실무에서 흔히 활용된다. 일단 가장 흔하게 활용되는 "위탁 방식"을 살펴보면, 개인정보보호법은 처리 위탁과 제3자 제공을 명확히 구분한다. 위탁은 개인정보처리자(병원)가 자신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수탁자(업체)에게 개인정보 처리를 맡기는 것이다. 이 경우 수탁자는 위탁자의 지시 아래 움직이며, 수탁자의 행위는 법적으로 위탁자의 행위와 동일하게 취급된다. 따라서 병원이 DB 수집·관리 업무를 외주 업체에 맡기면서 ① 업무 범위와 지시 권한을 병원이 유지하고, ② 수탁자가 독자적 목적으로 해당 정보를 활용하지 않으며, ③ 위탁 계약에 재위탁 금지와 안전조치 의무를 명시한다면, 이는 제3자 제공이 아니라 처리 위탁에 해당한다. 이 경우 별도의 제3자 제공 동의 없이도 적법한 운영이 가능하다. 다만 정보수집 주체인 병원의 이름은 명확히 밝혀야 한다.한편, 종종 구조가 반대인 경우도 있다. DB 수집 업체가 자신의 명의로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병원에 넘기는 방식이다. 이 경우는 위탁이 아니라 제3자 제공 구조에 해당하므로, 수집 단계의 동의서에는 수집 주체인 업체의 명칭과 함께 제공받는 자로 병원 명칭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어야 한다. '제휴 의료기관' 또는 '협력 병원'과 같은 포괄적 표현으로는 제17조의 특정성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종종 이 구조를 두고 사실상 개인정보를 돈을 주고 사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어디에도 유상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대법원도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대가를 받고 제공한 사안에서, 단순히 유상 판매라는 이유만으로 위법성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동의서 문구만 따로 떼어 볼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 수집의 동기와 목적, 수집 방법, 관련 법령 준수 여부, 수집된 정보의 내용과 규모 등을 전체적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7. 4. 7. 선고 2016도13263 판결).수집 단계에서 동의가 유효하게 이루어지고, 제공받는 자인 병원이 동의서에 명확히 특정되어 있으며, 병원이 제공받은 목적 범위 안에서만 해당 정보를 활용한다면, 이 구조는 현행법상 허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텔레마케팅 외주는 합법인가텔레마케팅을 외부 콜센터에 맡기는 방식도 위탁 구조로 설명된다. 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DB를 기반으로 외부 콜센터가 전화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 콜센터는 병원의 지시에 따라 병원의 업무를 수행하는 수탁자이기 때문이다.이 때 흔히 쟁점이 되는 부분은 의료법상 의료광고 및 환자유인 규제다. 텔레마케팅 현장에서 마케터들의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 매출에 비례하는 인센티브를 설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구조가 의료법이 금지하는 환자유인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에 소개·알선·유인하거나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판례는 내부 직원과 외부 직원을 가리지 않고 성과에 비례하는 대가를 지급하는 방식을 환자 유인에 대한 브로커 수수료와 동일하게 평가한 바 있다.다만 인센티브 구조가 모두 위법한 것은 아니다. 마케팅 직원에게 건당 소액의 인센티브를 지급한 사례에서 수사기관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업계에서 통용되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합리적 범위의 인센티브라면 곧바로 위법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마케터들이 성과 압박 속에서 허위·과장 광고를 하거나 과도한 유인 멘트를 사용하는 문제다. 병원 입장에서는 외부 업체에 맡긴 일이라고 해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수탁자의 행위는 법적으로 위탁자(병원)의 행위와 동일하게 취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원은 TM 콜센터와의 계약 단계에서 스크립트를 공유하고, 금지 표현 목록을 명시하며, 주기적인 교육과 모니터링을 통해 현장에서 불법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할 의무가 있다.DB마케팅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지금까지의 논의는 일반 개인정보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병원 DB는 일반 개인정보와 달리, 건강정보와 진료기록이라는 특성 때문에 훨씬 더 엄격한 기준으로 보아야 한다.첫째, 민감정보가 포함되는 경우에는 별도 동의가 필요하다. 물론 DB 마케팅이라고 해서 언제나 민감정보가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이름, 연락처, 상담 희망 여부 정도만 수집·제공되는 구조라면 일반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 및 마케팅 활용 동의 문제가 중심이 된다. 그러나 의료기관 마케팅 DB에서는 상담 내용, 관심 시술, 증상, 질환명, 검사 결과, 처방·수술 이력, 치료 계획 등 건강 상태를 직접 드러내거나 추론하게 하는 정보가 함께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정보가 포함된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의 민감정보 규율이 별도로 문제 된다. 이 경우에는 일반 개인정보 처리 동의와 구분된 별도 동의가 필요하고, 일반 마케팅 동의서 안에 민감정보 항목을 다른 개인정보와 섞어 기재하는 방식만으로는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둘째, 의료법상 비밀보호와 기록 열람 제한이다. 의료법 제19조는 의료인이 진료 과정에서 알게 된 환자의 비밀을 누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제21조는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내어주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하지만 예약을 대행하다 보면 기존 진료 이력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다음 방문일을 잡기 위해 마지막 내원 날짜를 확인하거나, 예약된 시술 일정을 조회하는 수준이라면 업무상 불가피한 범위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외부 마케터가 시스템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진료기록 전반을 열람할 수 있는 구조라면, 의료법 제21조에 반하지 않도록 주의를 요한다.물론 시술의 성격상 어느 정도의 치료 내역 확인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여러 시술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각 단계별 가능 시간대와 회차 간격이 정해져 있는 경우라면, 다음 예약을 위해 이전 시술 내역을 일부 확인하는 것 자체를 무조건 금지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확인의 범위와 방식이다. 차트 전체가 열리는 구조보다는, 예약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즉 시술 회차, 마지막 내원일, 다음 가능 시기만 별도로 표시되는 화면 설계가 타당하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6조가 요구하는 최소 수집·처리 원칙과도 맥을 같이한다.맺음말동의를 받은 DB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은 위법하지 않다. 다만 그 동의가 유효해야 하고, 구조가 적법하게 설계되어야 하며, 증빙이 뒤를 받쳐야 한다. 이 세 가지를 갖추지 못하면 "동의를 받았다"는 사실 하나로 법적 분쟁을 방어하기 어려울 것이다.
2026-06-15 05:00:00의료판례칼럼

사무장병원 '명의 원장' 형사책임 범위는?

[메디칼타임즈=최민호 변호사] 사무장병원 사건에서 흔히 문제 되는 유형 중 하나는 의료인이 자기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실제 운영은 비의료인이 담당하는 경우입니다. 명의를 제공한 의료인은 "나는 진료만 했을 뿐이고, 병원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러나 의료기관 개설 명의인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형사책임의 단서가 될 수 있으므로, 단순히 의료행위만 했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법에서 정한 자가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여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는 의료법 제87조에 따라 중하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시설과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 시행, 자금 조달,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누가 주도적으로 처리했는지를 종합적으로 보아 판단합니다. 따라서 개설신고가 의료인 명의로 되어 있거나, 그 의료인이 실제로 진료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적법한 개설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문제는 명의를 제공한 의료인의 책임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입니다. 의료인이 비의료인과 공모하여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주도하거나 그 과정에 실질적으로 가담하였다면 의료법 제87조 위반의 공동정범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반면 의료기관의 자금 조달, 직원 채용, 장비 구매, 수익 배분, 경영 의사결정 등에 관여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고용되어 의료행위만 수행한 경우라면 의료법 제90조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의료법 제90조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사람을 별도로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즉, 법은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가담한 경우와 비의료인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만 한 경우를 구분하고 있습니다.이 구분은 처벌 수위뿐 아니라 공소시효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의료법 제90조 위반의 법정형은 제87조 위반보다 낮고, 이에 따라 공소시효도 다릅니다. 특히 사무장병원 개설·운영행위는 계속적 성격을 갖는 범죄로 평가될 수 있어, 공소시효의 기산점은 단순한 개설일이 아니라 해당 관여관계가 종료된 시점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료인이 언제 실질적으로 탈퇴했는지, 명의·계좌·운영 권한이 언제 정리되었는지가 실무상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결국 수사나 재판에서는 의료인의 역할이 구체적으로 검토됩니다. 개설 자금을 부담했는지, 임대차계약이나 장비계약에 관여했는지, 직원 채용·급여 지급·광고·매출 관리에 관여했는지, 병원 수익이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 의료인이 고정 급여를 받았는지 또는 손익을 함께 부담했는지 등이 주요 판단 요소가 됩니다. 명의상 원장이라는 사정만으로 항상 공동정범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진료를 실제로 했다는 사정만으로 제90조에 그친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한편, 의료기관 운영과 관련하여 경영지원계약, 이른바 MSO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계약서 명칭이 경영지원계약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비의료인이 매출을 관리하고, 직원 채용권을 행사하며, 주요 비용 지출과 운영 의사결정을 좌우하고, 의료기관 수익을 사실상 가져가는 구조라면 사무장병원으로 평가될 위험이 있습니다. 명의를 제공한 의료인이라면 탈퇴 과정도 명확히 정리해야 합니다. 단순히 출근하지 않게 되었다는 정도로는 관여 종료 시점이 불분명해질 수 있습니다. 동업 또는 명의관계 종료 합의서, 계좌와 인감 사용권한 정리, 사업자등록 및 개설자 관련 변경, 임대차·장비·직원 관계 정리 등 객관적 자료를 남겨 두어야 합니다. 이러한 자료는 향후 공소시효 기산점이나 관여 정도를 다투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사무장병원 문제는 비의료인만의 문제가 아니고, 명의를 빌려준 의료인도 형사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다만 그 책임의 범위와 적용 법조는 실질적인 관여 정도에 따라 달라므로, 의료인이라면 명의 제공의 위험성, 경영지원계약의 실질, 자신의 역할 범위, 탈퇴 시점의 문서화가 향후 법적 분쟁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2026-06-08 05:00:00의료판례칼럼

환수처분, 재량행위인가 기속행위인가

[메디칼타임즈=정재훈 변호사]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환수처분에 관한 규정을 살펴보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지급받은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을 징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최근 대법원이 이러한 부당이득 환수처분 규정의 성질에 대해서 기속행위임을 확인하는 판결을 내렸다. 하급심 판결은 환수처분을 재량행위로 보았다. 관련 규정의 문언이 '~ 할 수 있다.' 가 아닌 '~ 금액을 징수한다.'라고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수처분은 급여비용의 액수, 불법의 내용과 정도, 부당한 이익의 귀속과 정도 등을 모두 고려하여야 하는 재량행위라고 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관련 법령의 문언과 체계를 중심으로 해석하여 요건이 충족되는 이상 행정청은 반드시 환수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환수 여부와 그 정도에 관한 선택 가능성을 부정하고, 법률이 정한 요건 충족만으로 법적 효과가 확정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기속행위의 구조를 취하는 것이다. 한편 국민건강보험법 또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과 마찬가지로 환수와 관련된 규정이 '~ 금액을 징수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사실상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의 위와 같은 판단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뿐만 아니라 국민건강보험법의 해석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급심 판결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환수 규정이 재량행위라고 하면서 국민건강보험법도 언급하였다. 국민건강보험법도 '~ 금액을 징수한다.'는 문언으로 개정되었으나, 단지 문언의 형식을 근거로 기속행위라고 해석하는 것은 과도한 환수라는 위헌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니 합헌적 해석이 필요하고, 따라서 국민건강보험법의 환수 규정 또한 재량행위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환수 규정이 기속행위라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에 의하여 국민건강보험법상 환수 규정이 재량행위라는 입장은 설 자리를 잃었다. 환수 규정을 기속행위로 판단한 대법원의 해석은 실무에도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우선 국민건강보험법상 환수처분에 있어서도 행정청이 개별 사정을 고려하여 징수 여부나 범위를 조정할 수 있는 여지는 크게 제한될 것이다. 또한 요양기관 입장에서는 선의, 과실의 경중, 현실적 불가피성 등을 주장하더라도 환수 자체를 면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지게 된다. 결국 법적 분쟁의 주되 쟁점은 재량 일탈·남용 여부가 아니라, 요건 해당성에 대한 사실인정 문제로 이동하게 될 것이며, 필연적으로 환수처분에 대해서 불복하는 각종 행정심판이나 소송 등은 그 승소가능성이 더욱 낮아질 것이다. 그리고 이는 사회보험 급여 관리 체계 전반의 엄격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26-06-02 05:00:00의료판례칼럼

보험회사의 지급거절을 뒤집은 판결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 한규홍 손해사정사]요즘 뇌하수체 신경내분비종양, 이른바 PitNET 진단을 받은 분들 사이에서 암보험금 지급 여부가 자주 문제되고 있습니다.주로 병원에서 뇌하수체 종양 제거수술을 받은 환자들입니다. 병리보고서에는 pituitary adenoma, 즉 뇌하수체 선종이라는 표현과 함께 pituitary neuroendocrine tumor(PitNET), 즉 뇌하수체 신경내분비종양이라는 표현이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환자는 가입해 둔 보험회사에 암보험금을 청구하지만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합니다. 보험회사는 왜 지급을 거절하는가보험회사 입장에서 보면, 지급거절의 출발점은 '선종'이라는 표현입니다.뇌하수체 선종은 기존 진료현장에서 비교적 오랫동안 양성종양으로 설명되어 왔습니다. 진단서나 수술확인서에도 D35.2, 즉 뇌하수체의 양성신생물로 기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보험금 분쟁에서 중요한 것은 진단서의 한 단어만이 아닙니다. 보험약관이 무엇을 기준으로 암을 정의하고 있는지, 해당 종양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어떻게 분류되는지, 병리보고서의 실질적 진단명이 무엇인지, 최신 WHO 분류체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최근 의학 분류체계에서는 뇌하수체 선종과 뇌하수체 신경내분비종양의 관계를 과거와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특히 2021년 개정된 WHO 분류체계에서는 뇌하수체 선종, 뇌하수체 신경내분비종양, 뇌하수체 암종의 분류에 중요한 변화가 있었습니다.법원은 어떻게 보았는가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가단5336923 판결)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법원은 환자 측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이 사건에서 법원은 의료감정을 진행했습니다. 감정인은 환자의 질병이 뇌하수체 신경내분비종양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2021년 개정된 WHO classification에 의하면 뇌하수체 신경내분비종양은 ICD-O/3 형태코드로 변경되었고, 악성신생물에 해당한다고 조언하였습니다.특히 감정인은 제8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의하면, 뇌하수체 신경내분비종양으로 진단된 경우 적용되는 형태학적 분류코드는 M8240/3 신경내분비종양 NOS이고, 적용되는 질병코드는 C75.1 뇌하수체의 악성신생물이라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이와 같은 감정절차와 전문심리위원 의견을 거쳐, 의학적 분류체계와 보험약관의 문언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PitNET은 이 사건 보험약관상 암보험금 지급 대상이 되는 뇌하수체 악성신생물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선종'이라는 표현만으로 지급거절할 수 있는가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회사들은 여전히 이렇게 주장합니다."2021년 WHO 분류체계에서 변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제8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는 뇌하수체 선종과 뇌하수체 암종을 구분하고 있다. 따라서 환자의 종양은 양성신생물 D35.2에 해당할 뿐, 악성신생물 C75.1로 볼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하지만 법원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가 WHO의 국제질병분류 기준과 체계를 따르고 있고, WHO의 변경 내용을 반영하여 개정되어 왔다는 점을 중시했습니다. 또한 환자의 종양이 뇌하수체 선종이면서 동시에 뇌하수체 신경내분비종양에 해당한다는 점도 지적하였습니다.법원은 병리보고서 전체의 의미, PitNET이라는 진단명, WHO 분류체계의 변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코드 적용, 종양의 크기와 침윤 양상까지 함께 환자의 종양을 C75.1 뇌하수체 악성신생물로 최종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이 PitNET 보험금 분쟁에 주는 의미이 판결은 뇌하수체 선종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보험회사로부터 지급거절을 받았을 때, 어떤 방향으로 다투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판결입니다.첫째, 병리보고서에 '선종'이라는 표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PitNET은 기존의 뇌하수체 선종이라는 표현과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최신 분류체계에서는 이를 신경내분비종양으로 파악하고, 악성신생물 해당 여부를 따져볼 여지가 있습니다.둘째, 진단서상 질병코드만 보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여전히 관행적으로 D35.2 양성신생물 코드를 기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험금 분쟁에서는 병리보고서, 수술기록, 영상검사 결과, 주치의 소견, 병리과 소견, WHO 분류체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종합하여 판단해야 합니다.셋째, 보험회사의 의료자문 결과가 항상 최종 결론은 아닙니다.보험회사는 외부 의료자문을 근거로 지급거절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자문이 어떤 자료를 기초로 이루어졌는지, 자문 의사의 전문성이 적절한지, 질문이 중립적으로 구성되었는지에 따라 그 신뢰성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보험회사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법원 감정과 전문심리위원 의견을 거쳐 결론을 냈습니다.보험금 청구 단계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이미 법원이 보험금 지급을 인정한 판결이 존재함에도, 실무에서는 여전히 같은 유형의 분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보험회사들은 해당 판결이 개별 사건에 관한 하급심 판례일 뿐 다른 보험금 청구자에게 일괄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진단서나 수술확인서에 기재된 '양성신생물', '선종', 'D35.2' 등의 표현이 주요한 근거로 제시됩니다.하지만 보험금 청구는 단순히 진단서 한 장을 제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구 단계에서부터 자료를 체계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우선 병리보고서 원문이 중요합니다. 병리보고서의 표현이 적절하게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술기록지에 종양의 크기, 위치, 침윤 여부, 시신경 압박 여부, 해면정맥동 침범 여부 등은 종양의 성격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영상검사 결과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MRI 판독지에 종양의 크기와 주변 조직 침범 소견이 어떻게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보험약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약관상 암의 정의가 어떻게 규정되어 있는지, 특정암 보장 조항이 있는지, C75.1 또는 C74-C75가 보장 범위에 포함되어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합니다. 설령 진단서에 D35.2와 같이 양성신생물 코드가 기재되어 있더라도, 병리보고서의 내용과 질병분류 체계, 보험약관의 해석상 보장 대상인 암에 해당한다면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손해사정은 단순히 보험회사에 서류를 제출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보험회사가 어떤 사유로 지급을 거절할 가능성이 있는지 미리 검토하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의학자료와 약관상 근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보험금 지급 사유를 입증해 나가는 과정입니다.지급거절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뇌하수체 신경내분비종양은 환자에게 결코 가벼운 질환이 아닙니다. 수술을 받아야 하고, 시신경 압박이나 해면정맥동 침범 등 중대한 문제가 동반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보험금 청구 단계에서는 '선종'이라는 표현 하나 때문에 암보험금 지급이 거절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더 나아가 뇌하수체의 악성신생물로 진단되거나 C75.1 코드가 부여된 경우에도, 보험회사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양성종양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습니다. 이러한 지급거절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환자들이 이미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상당한 신체적·경제적 부담을 겪은 상황에서 다시 소송이나 분쟁절차까지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도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험회사들은 환자들의 이런 심리적, 경제적 부담감을 적극 이용하고 있습니다.그러나 보험회사의 지급거절이 언제나 최종적이고 정당한 결론은 아닙니다.물론 모든 뇌하수체 신경내분비종양 사건이 동일한 결론에 이른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보험약관의 내용, 병리보고서의 기재, 진단 시점, 수술 및 영상 소견, 질병코드, 자문 결과에 따라 구체적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2026-06-01 05:00:00의료판례칼럼

교통사고 경상환자 둘러싼 법과 의학의 경계

[메디칼타임즈=동방봉용 변호사]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는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심리적 불안을 겪는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고 자체보다 사고 이후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당사자들을 더 괴롭히는 듯하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인한 경상환자의 장기 입·내원과 관련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실무 현장에서 보험회사들이 치료의 필요성을 부정하며 의료기관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이러한 갈등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필자 역시 관련 사건들을 수행하며 '교통사고 환자의 치료'라는 본질적 가치가 '보험사의 지불보증'이라는 경제적 이해관계와 충돌하며 빚어내는 이 진흙탕 싸움은 볼 때마다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사례를 들어보자. A는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이었다. B는 후행하여 신호대기하였다가 브레이크에서 발이 떨어지면서 앞서 신호대기 중인 A 차량의 후미를 경미하게 추돌하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A는 경추의 염좌 및 긴장, 요추의 염좌 및 긴장, 어깨관절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입었다며 C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A가 호소하는 통증은 사고로 인한 것인가, 기왕증으로 인한 것인가.이 갈등의 핵심에는 '기왕증(旣往症)'과 '과잉 진료'라는 해묵은 숙제가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13조의2 제1항은 의료기관이 상태가 호전된 환자에게 퇴원이나 전원을 지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2009년 환자의 부당 입원으로 인한 보험가입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긴급한 환자의 진료권을 보장하기 위해 신설된 조항이다. 그러나 법의 취지와 현실의 간극은 깊다.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에 따르면 명백히 사고와 인과관계가 없는 상병이나, 사고 전 이미 존재하던 기왕증에 대한 진료비는 수가에서 제외된다.문제는 의사가 과연 이 '기왕증'과 '사고에 의한 악화'를 얼마나 명확히 가려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법적으로 기왕증 판단의 1차적 주체는 환자를 직접 진료한 담당 의사다. 의사는 자신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사고기여도를 판단해야 하지만, 통증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객관적 검사상 소인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환자는 여전히 극심한 통증을 호소할 수 있다. 더구나 염좌와 같은 외상성 질환은 경미한 사고라도 충격에 의해 충분히 발생할 수 있으며, 기존의 퇴행성 병변과는 별개의 기전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가 "치료가 필요 없다"고 단정하여 퇴원을 강권하는 것은 의료법상 진료 거부 금지 의무와 정면으로 충돌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물론, 일부 환자들의 부당한 이기심을 부정할 수는 없다. 교통사고를 빌미로 합의금을 노리거나, 보험사의 지불보증을 악용해 '이참에 치료나 받자'는 식의 태도는 분명 경계해야 한다. 실제로 가벼운 사고임에도 장기간 치료를 이어가다 사기죄로 처벌받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환자들은 자신의 과거 병력을 망각한 채 모든 통증의 원인을 교통사고로 돌리기도 한다. 환자의 이러한 잘못된 인식이 의료현장에서 실천으로 이어질 때, 이를 방조한 의료기관까지 보험사기의 공범으로 처벌받을 위험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그렇다면 이 해묵은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심평원은 진료의 타당성을 사례별로 검토하고, 전문심사위원의 의학적 자문을 거쳐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당연히 필요한 절차다. 하지만 심평원의 심사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의료기관, 환자, 보험사 각 주체 간의 인식 변화와 제도적 보완이 선행되어야 한다.먼저 의료기관은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새겨야 한다. 환자가 의학적으로 치료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면, 이를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그 구체적인 근거를 진료기록부에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 상세한 진료기록은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서 의료기관을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될 것이다. 또한, 의료기관은 의학적 경험과 판단을 토대로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평가하여 환자와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보험사와 법조계 역시 고민이 필요하다. 보험사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제기하는 것은 법리상 가능하지만, 그 기준과 절차는 보다 명확하고 공정해야 한다. 특히 경미한 사고에서 기왕증이라는 이유로 환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치료받을 권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법률적, 윤리적 관점에서 재고해 볼 문제다. 대법원 판례도 기왕증이 사고와 경합하여 악화된 경우에는 교통사고로 인한 기왕증의 악화로 인하여 추가된 진료비 범위 내에서, 즉 그 기여도에 따라 진료비 청구가 가능하다고 판시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기왕증과 사고 간의 인과관계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전문 의료자문 체계를 구축하고, 보험약관의 보상 기준을 정교화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결국 교통사고로 인한 경상 환자의 장기간 입·내원, 과잉진료 등을 둘러싼 갈등은 의료기관의 객관적인 판단, 환자의 신뢰와 납득, 그리고 심평원과 보험사의 합리적인 심사 시스템이라는 삼박자가 맞물릴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 보험의 본질은 위험의 분산과 피해자의 회복에 있다.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반대로 부당한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 모두가 지양되어야 한다. 의료기관이 환자를 살피고, 심평원이 공정한 심판관이 되며, 보험사가 환자의 조속한 사회 복귀를 돕는 구조, 그것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교통사고 진료의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2026-05-26 05:00:00의료판례칼럼

의원 팔고도 조사받는 이유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요즘 들어 우리 사무실에 부쩍 늘어난 상담 유형이 있다. "저는 작년에 의원을 넘겼는데 왜 저한테 조사가 나왔나요?" 의원 양수도를 마치고 새로운 곳에서 개원까지 한 의사가, 이미 남의 손에 넘긴 병원 때문에 보건복지부 실태조사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양수도대금도 분할하여 꼬박꼬박 받고 있고, 계약서도 분명히 쓰여 있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필자의 법무법인에는 올 들어 이러한 양수도 의원 실태조사 관련 문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조사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2026년 조사환경, 무엇이 달라졌나보건복지부는 연평균 540개소, 월평균 45개소에 달하는 정기 현지조사를 상시적으로 운영하면서, 2026년부터는 거짓·부당청구 기획조사를 별도로 확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과거의 조사가 개별 청구 오류를 잡아내는 '보정' 성격이었다면, 지금의 조사는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의 실질과 수익귀속 구조를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분명하게 이동하고 있다.조사 경로도 넓어졌다. 심평원의 심사 과정에서 포착된 이상징후는 물론이고, 건강보험공단의 진료내역 안내와 관련자 신고, 민원과 국민권익위원회 등 외부기관 의뢰, 그리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분야까지, 복지부가 열어 둔 조사 진입로는 사실상 전방위에 가깝다. 특히 2024년부터는 불법 개설 의료기관 실태조사 업무 일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위탁되어 상시 운영되고 있다.그런데 최근에는 양수도계약을 통해 개설자 명의를 변경한 의원들이 유독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개설명의는 바뀌었지만 계좌·인감·OTP 관리, 세무대리, 직원지휘 라인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고, 전 개설자와 신규 개설자 사이의 양수도대금 분할약정, 컨설팅·MSO 수수료 등 자금흐름이 서로 뒤엉켜 영업이익 배분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양도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의원 양수도 후 조사에서 가장 먼저 제기하는 의문은 이것이다. "계약서가 있고 명의도 바꿨는데, 나는 이미 손을 뗀 것 아닌가?" 그러나 법원의 판단 기준은 단순한 계약서 제목이나 개설신고 명의가 아니다.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도11407 판결은 의원을 양도한 의사가 이후 다른 곳에 개원한 사안에서, 종전 개설자를 배제하고 시설·인력·의료업 시행·자금조달·운영성과 귀속을 실질적으로 지배했는지를 기준으로 중복 운영 여부를 판단했다. 그리고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도3672 판결은 그 기준을 더 명확히 했다. 둘 이상의 기관에 대해 ① 존폐·이전 결정, ② 의료행위 시행 여부, ③ 자금 조달, ④ 인력·시설·장비의 충원과 관리, ⑤ 운영성과의 귀속·배분에 관한 의사결정권을 보유하고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했다면 중복 운영에 해당한다는 것이다.달리 말하면, 개설명의를 넘겼더라도 이 여러 지표 중 하나라도 양도인의 손에 남아 있으면 조사기관은 "실질 운영이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양도 이후에도 봉직의 채용을 직접 한 흔적이 있다던가, 계좌 접근 이력이 남아 있는 등의 흔적들이 모두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다.양수도 대금의 잔금 지급이 정당한 채무의 이행인가, 수익 배분인가양수도 병원의 복수개설 의심 사건에서 법리적으로 가장 미묘한 지점은 잔금의 회수 방식이다. 양수도대금을 분할 약정하여 지급받는 것 자체가 곧바로 위법한 것은 아니다. 병원 양수도 역시 하나의 거래이고, 양도인은 확정된 매매대금 채권을 분할로 회수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구조가 '정해진 원리금의 변제'가 아니라, 병원 영업성과에 대한 계속적 참여처럼 보이는 경우다.예컨대 양도인이 매월 병원 매출의 일정 비율을 가져가거나, 병원 계좌를 일괄 관리하면서 비용을 공제한 뒤 잔액을 배분받거나, 주요 경영판단권과 결합된 이익 회수 구조를 유지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경우 조사기관이나 법원은 이를 단순한 매매대금 채권의 변제가 아니라, 양도인이 여전히 병원 운영성과를 귀속받고 있다는 징표로 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의료기관 양수도나 개설자 변경과 관련된 계약 형식만으로 곧바로 특정 당사자를 실질 운영자로 단정해서도 안 된다. 대법원은 의료기관의 실질 운영자 판단에서 형식적 계약관계만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실제로 병원의 시설, 인력, 자금, 운영성과를 누가 주도적으로 지배·관리하였는지를 구체적으로 심리해야 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9다299423 판결). 즉, 핵심은 계약서의 명칭이 아니라 실제 운영과 자금 흐름의 실질이다.결국 실무상 중요한 것은 양수인이 병원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양도인은 확정된 매매대금 채권자로서만 남는 구조를 얼마나 분명하게 소명할 수 있는지이다. 특히 양도인이 인근 지역에서 다른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거나, 양수도 이후에도 일정 기간 양수 병원과 경제적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른바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는 말처럼, 이 영역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 있는 외형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양도인이 양수 병원의 운영성과에 계속 관여하거나 병원 운영을 배후에서 통제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계약관계와 자금 흐름을 평소보다 더 정교하게 설계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계에서 MSO의 합법 경계는 어디까지인가양수도 계약을 마친 양도인 입장에서 양수도대금을 정액 분할 방식으로만 회수하다 보면, 자신이 일궈온 병원의 수익과 완전히 단절된다는 현실적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간극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MSO, 즉 경영지원회사다. 브랜드 사용료, 컨설팅 수수료, 마케팅 비용 등의 명목을 통해 MSO를 매개로 병원 수익에 지속적으로 접근하는 구조가 대표적이다.문제는 조사기관 역시 이 지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데 있다. 양수도 이후 MSO가 개입하는 순간, 조사관들은 양수도대금 회수 구조와 MSO 수수료 흐름을 별개로 보지 않는다. 두 자금을 합산했을 때 그것이 단순한 고정채권의 변제인지, 아니면 병원 영업이익에 대한 사실상의 계속적 참여인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된다.따라서 MSO를 활용할 때에는 몇 가지 원칙을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우선 수수료는 실제 제공되는 서비스의 원가와 시장가격에 기반해 산정되어야 하며, 병원 매출이나 이익에 연동되는 구조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MSO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범위, 수행 인력, 구체적인 산출물이 계약서에 명확히 특정되어 있어야 한다. 나아가 환자 유치, 의료행위에 대한 지시, 진료비 청구 결정, 인사권 행사, 병원 계좌 통제와 같은 영역은 MSO의 권한에서 명시적으로 배제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금계산서 발행과 실제 업무 수행 내역이 수수료 지급과 일치하도록 증빙을 상시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필수적이다.결과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병원들은 대체로 이러한 소명을 평소부터 준비해 온 곳들이었다. 계약서상 권한 배분이 명확했고, 자금 흐름이 설명 가능했으며, MSO가 실제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했는지에 관한 자료가 남아 있었다.조사가 시작됐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하나조사 대응의 출발점은 이 사건을 어떤 구조로 설명할 것인지를 먼저 정하는 데 있다. 특히 양수도 사건에서는 최소한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서로 맞물려야 한다. 우리 사무실에서도 이 흐름을 정리하고 설명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첫째, 양수도대금은 얼마로 정했고, 어떤 방식으로 변제하기로 했는가. 둘째, 어느 시점부터 누가 인사·구매·홍보·세무·계좌 관리를 실제로 결정했는가. 셋째, 돈은 어디에서 들어와 어디로 나갔고, 그 흐름은 고정채권의 변제인가, 아니면 병원 수익의 배분인가.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서로 뒤엉키거나 명확하지 않으면, 조사기관은 그 빈틈을 가장 불리한 방식으로 재구성한다. 이때 정리된 사실관계는 단순히 행정조사 단계에서만 사용되는 자료가 아니다. 이후 경찰 수사 단계, 검찰의 법리 검토 단계까지 이어지며 사건 전체의 프레임을 형성한다. 처음에 잘못 설명한 구조는 나중에 쉽게 되돌리기 어렵고, 반대로 초기에 일관된 구조를 제시하면 이후 절차에서도 방어의 기준점을 확보할 수 있다. 맺음말: 형식상 분리가 아닌 실질상 독립지금의 집행환경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복지부 사이의 데이터와 조사 연계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촘촘해졌다. 양수도 의원이나 MSO 구조를 운영하는 의료기관이라면, 이제는 형식상 분리가 아니라 실질상 독립을 입증할 준비를 상시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조사 대응은 방어가 아니라 이미 뒤늦은 수습이 될 수 있다.
2026-05-18 05:00:00의료판례칼럼

외국인환자 유치, 법적 리스크 알아야 성공

[메디칼타임즈=임원택 변호사]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외국인환자 유치업에 뛰어드는 사업자와 의료기관이 늘고 있다. 그러나 성장하는 시장의 이면에는 엄격한 책임과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외국인환자 유치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해외진출법')에 따른 법적 가이드라인 안에서 투명한 수익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첫째, 외국인환자 유치를 위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등록'이다. 의료해외진출법 제6조에 따르면, 외국인환자 유치사업자는 1억원 이상의 자본금, 보증보험 가입, 국내 사무소 설치 등의 요건을 갖추어 시·도지사에게 등록해야 한다. 의료기관이 스스로 유치는 경우에는 전문의 1명 이상 상주, 배상책임보험 가입 등의 요건을 충족하여 등록 절차를 마쳐야 한다. 등록 없이 유치행위를 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등 엄중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제주지방법원은 무등록 외국인환자 유치 행위에 가담한 의료기관 원장에게 징역형을 선고하였다. 의료기관은 유치사업자가 적법하게 등록된 업체인지 확인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소홀히 할 경우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외국인 환자 유치업 등록은 과도한 유치 수수료로 인한 자본 유출을 방지하고 국내 의료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단순한 소개나 알선처럼 보이더라도 실질적인 유치 행위가 이루어졌다면 등록 없이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둘째, 수익 배분의 투명성이 사업의 지속성을 결정한다. 수익 배분 문제는 유치사업자와 의료기관 사이에서 갈등의 불씨가 되기 쉽다.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유치사업자가 의료기관으로부터 받는 수수료율에는 상한이 설정되어 있다. 상급종합병원 15%, 종합병원·병원 20%, 의원 30%를 각각 초과할 수 없으며, 이 범위 안에서 유치의료기관과 유치사업자 간의 자율계약으로 수수료율을 정할 수 있다. 과도한 수수료는 결국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나 환자의 비용 부담 전가로 이어지게 된다. 기준을 초과하여 수익을 배분하거나 불투명한 리베이트는 형사 제재는 물론 등록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셋째, 홍보·마케팅 단계에서의 의료광고 역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의료해외진출법은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광고 장소를 외국인전용판매장, 보세판매장, 지정면세점, 국제항공노선 개설 공항, 무역항, 관광특구 중 시·도지사가 지정한 지역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온라인 광고를 포함한 모든 의료광고는 '국외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해야 하며, 치료 전후 사진·영상을 이용하거나 객관적 근거 없이 완치를 보장하는 광고, 환자의 치료 경험담을 게재하는 행위는 불법 의료광고이다. 또한 일정한 매체의 경우에는 사전에 의료광고 심의도 받아야 한다.마지막으로, 의료사고 발생 시의 해결 방안을 미리 구축해 두어야 한다. 외국인환자는 언어 장벽과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사고 발생 시 큰 불안과 혼란을 겪는다. 의료해외진출법은 의료기관은 사고 발생 시의 분쟁 해결 절차를 외국어로 게시하고, 진단명·치료방법·부작용, 진료계약서 및 예상 진료비 등을 사전에 안내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만약 진료 전 부작용이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전문 통역사를 동반한 동의서 작성은 기본이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활용하는 등 분쟁 대응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외국인환자 유치 사업은 유망 산업이지만,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순간 사업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철저한 법적 준비만이 의사와 사업자 모두를 보호하는 유일한 길이다.
2026-05-11 05:30:00의료판례칼럼

'체험 치료' 이벤트 뒤에 숨은 의료법 리스크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요즘 개원가에서는 다이어트 기타 미용 시술 체험, 체외충격파 1회 무료 체험 이벤트, 신규 환자 대상 첫 시술 할인과 같은 마케팅이 낯설지 않다. 환자에게 치료 효과를 직접 경험하게 하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자연스러운 홍보 전략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 법무법인이 최근 상담을 진행한 사례들을 돌아보면, 이 '체험 이벤트' 는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상당히 그레이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체감하게 된다. 그 구조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무면허의료행위, 환자유인행위, 의료광고 규제 등 다양한 법적 쟁점과 맞닿아 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체험'이라는 명칭은 의료행위의 법적 성격을 바꾸지 않는다. 무료이든 할인이든, 1회이든 패키지이든, 의료법상 모든 의무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오늘은 이 지점에서 출발해, 체험 치료 운영이 실무에서 어떤 리스크를 만들어내는지 순서대로 짚어보고자 한다.'체험'이라도 의료행위다우선 가장 근본적인 질문부터 정리해야 한다. 체험 치료는 의료행위인가?판례는 의료행위를 "의학적 전문지식에 기초한 경험과 기능으로 질병의 예방·치료를 위한 진찰·처방·시술 등을 하거나,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로 정의한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4도3405 판결). 즉, 꼭 돈을 받아야만 의료행위인 것은 아니다.이 기준을 대입하면, 치료를 "1회 무료 체험"이라는 이름으로 제공하더라도 그 법적 성격은 달라지지 않는다. 예컨대 체외충격파 치료는 근골격계 통증 치료를 목적으로 인체에 충격파 에너지를 전달하는 시술로서, 치료 효과와 함께 금기증과 부작용의 가능성 역시 내포하고 있다. 결국 이는 전형적인 의료행위이고, 이벤트 문구에 "체험"이라는 표현이 붙었다고 해서 그 속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따라서 체험 치료를 기획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바로 누가 그 시술을 수행하는가이다. 아무리 "체험"이라는 이름을 붙였더라도, 그 실질이 의료행위인 이상 자격을 가진 자가 적법한 범위 내에서 수행해야 한다.각종 치료행위에 대한 체험, 의사 지도 없이는 안 된다이처럼 체험 치료 현장에서 종종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수행 주체와 지도 체계에 관한 것이다.예컨대 체외충격파와 도수치료는 물리치료사의 업무 범위에 속한다. 그런데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은 물리치료사가 업무를 수행할 때 반드시 '의사의 지도'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의료기사가 의사의 지도를 받지 않고 업무를 수행하면 의료법 제27조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대법원 2018. 6. 19. 선고 2017도19422 판결).이 문제는 실무에서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고 있다. 체험 이벤트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조금만 가볍게 생각하면, 의사의 진찰 없이 물리치료사나 심지어 무자격자가 바로 시술을 제공하는 구조를 채택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절차를 간소화하려는 의도나, "짧은 체험이니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이한 판단이 작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한다.적법한 구조로 이벤트를 진행하려면 먼저 의사의 진찰과 의학적 필요성 판단이 이루어지고, 그 지도 아래 물리치료사가 시술을 시행하며, 그 과정과 결과가 진료기록으로 남아야 한다. 의료법 제22조는 의료인에게 환자의 주된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러한 의무는 '체험 1회'라는 사정만으로 면제되지 않는다.설명의무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법원은 의사의 설명의무를, 의료행위에 앞서 환자가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의무로 보고 있으며, 그 이행 또한 환자가 충분히 숙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체험이라는 이유로 설명과 동의 절차를 형식적으로 처리하거나, 설명 직후 곧바로 시술이 이루어지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향후 분쟁 발생 시 이 부분이 가장 먼저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체험 가격이 만드는 환자유인 리스크"무료 체험", "첫 방문 50% 할인"과 같은 문구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제 많은 의료인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누구든지 영리 목적을 위해 본인부담금을 면제·할인하거나 금품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환자를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할인이 금지되는 진료비는 건강보험에서 환자가 부담하는 법정 본인부담금으로 한정되고, 비급여 진료비 할인은 어느정도 허용되고 있다(대법원 2007도10542).이러한 법리에 따르면, 비급여 항목에 대한 체험 가격이나 할인 설계 자체가 곧바로 환자유인행위로 처벌되는 구조는 아니라고 이해할 수 있다. 즉 "비급여 할인 이벤트 = 곧바로 위법"이라는 단순한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경계선을 분명히 짚어둘 필요가 있다. 체험 이벤트 안에 급여 항목, 예컨대 진찰료나 급여 물리치료가 함께 포함되어 있고, 그 법정 본인부담이 면제되거나 할인되는 순간, 의료법 제27조 제3항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무에서는 비급여 할인 안에 급여 항목이 함께 묶여 있는 경우가 의외로 빈번하다.또 하나의 위험 지점은 비급여 할인 자체가 아니라, 그 주변에 결합되는 요소들이다. 제3자를 통한 소개·알선 구조, 리뷰 작성에 대한 보상, 과도한 할인율, 교통편 제공 등이 결부되는 순간, 체험치료 이벤트는 종합적으로 환자유인행위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문제는 할인이라는 형식 자체가 아니라, 그 할인 구조가 어떤 방식으로 환자를 끌어들이는 데 사용되고 있는지에 있다.체험단·후기·쿠폰이 위험한 이유이러한 유형의 마케팅에서 가장 빈번하게 활용되는 방식 중 하나가 이른바 체험단 운영이다. 체험단을 모집해 시술을 제공하고, 그들이 남긴 후기나 전후 사진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구조다. 겉으로 보면 자연스러운 입소문 마케팅처럼 보이지만, 이 모델은 실질적으로 의료광고 규제와 환자유인 규제가 동시에 충돌하는 지점에 위치한다.의료법 제56조 제2항 제2호는 치료경험담 등 치료 효과를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체험단이 남긴 후기를 의료기관이 선별하거나 유도하여 활용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개인의 자발적 경험담이 아니라 의료기관이 기획한 치료경험담 광고로 평가될 수 있다. 여기에 체험단에게 제공된 할인이나 무료 시술이 그 후기를 얻기 위한 대가로 해석된다면, 광고 규제와 함께 환자유인 요소까지 결합되어 이중의 규제를 받게 될 수도 있다.또한 의료광고에서의 할인 표시 방식 역시 별도의 위험 요소다. 의료법 시행령 제23조는 비급여 진료비용의 할인·면제 광고와 관련하여, 금액, 대상, 기간, 범위 또는 할인 전 가격을 허위 또는 불명확하게 표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최대 ○○% 할인", "선착순 ○○명"과 같은 문구가 실제 조건과 다르거나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지 않는 경우, 그 자체로 위법한 의료광고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나아가 보건당국이 과도한 가격 할인, 무료 제공, 선착순 이벤트 등 유인성이 강한 광고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단속은 언제나 가장 눈에 띄는 영역에서 시작되고, 그 첫 번째 타깃은 대체로 이러한 공격적인 마케팅 문구들이다. 결국 문제는 단순한 홍보 방식이 아니라, 그 구조가 법이 금지하는 유인·광고 규제의 경계를 넘고 있는지에 있다.맺음말: 체험도 진료처럼 설계하라지금까지 살펴본 리스크들을 관통하는 공통된 교훈은 분명하다. 체험을 진료의 예외로 보게 되면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체험 치료 역시 실제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의사의 진찰과 지도, 진료기록 작성, 설명의무 이행, 비급여 가격 고지, 광고 문구의 정확성, 시술 장소의 적법성까지 — 이 모든 요소는 "체험"이라는 이름 아래서도 동일하게 요구된다.환자에게 치료를 경험하게 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그 경험은 어디까지나 적법한 의료행위의 틀 안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제대로 설계된 체험은 환자의 신뢰를 얻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구조를 잘못 설계한 체험은, 단속 한 번으로 그동안 쌓아온 것을 무너뜨리는 가장 빠른 경로가 될 수도 있다.
2026-04-27 05:00:00의료판례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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