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비밀번호 변경안내 주기적인 비밀번호 변경으로 개인정보를 지켜주세요.
안전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3개월마다 비밀번호를 변경해주세요.
※ 비밀번호는 마이페이지에서도 변경 가능합니다.
30일간 보이지 않기

텔레마케팅 어디까지 합법인가

[메디칼타임즈=박상준 기자]병원 경영진이나 마케팅 담당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환자에게 동의를 받았는데도 왜 문제가 됩니까?""DB 작업을 외부 업체에 맡기는 것도 불법입니까?"환자가 동의했고, 병원이 직접 하기 어려운 업무를 전문 업체에 맡긴 것이라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병원의 환자 DB를 활용한 마케팅은 생각보다 복잡한 법률 구조 위에 놓여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동의 요건, 민감정보 처리 기준, 제3자 제공과 처리위탁의 구별, 그리고 의료법상 환자 유인·알선 규제까지 함께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결론부터 말하면, 환자 동의를 제대로 받고 구조를 적법하게 설계한 DB 마케팅을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어떤 항목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동의를 받았고, 그 정보를 누가, 어떤 목적과 범위 안에서 활용하고 있는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동의를 받으면 된다"는 말의 의미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는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때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실무에서 자주 혼동되는 것이 있다. '동의를 받았다'는 사실과 '유효한 동의를 받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동의가 유효하려면 몇 가지 필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특정성이다. 동의서에는 제공받는 자의 명칭, 이용 목적, 제공 항목, 보유·이용 기간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야 한다. "제휴사", "파트너사", "협력업체"와 같은 포괄적 표현은 제17조가 요구하는 특정성 요건과 충돌한다. 제공받는 자가 "A의원"이라면 그 명칭이 동의서에 그대로 기재되어 있어야 한다.둘째, 분리성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2조는 마케팅 수신 동의를 선택 항목으로 분리하고, 이를 거부하더라도 기본 서비스 제공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진료 예약이나 회원 가입과 마케팅 동의를 하나의 항목으로 묶어두는 구조는 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셋째, 명확성이다. 동의 문구가 형식적으로 존재한다고 해서 곧바로 유효한 동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주체가 자신의 개인정보가 누구에게 제공되는지, 어떤 목적으로 이용되는지, 그 결과 마케팅 연락을 받을 수 있는지를 실제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대법원도 경품행사를 통해 수집한 개인정보를 보험회사에 제공·판매한 사안에서, 개인정보 수집 및 제3자 제공에 관한 내용을 약 1mm 크기의 글씨로 기재하여 소비자가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게 한 점, 경품행사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개인정보를 수집한 점 등을 문제 삼은바 있다(대법원 2017. 4. 7. 선고 2016도13263 판결). 이런 주요 요건을 갖춘 동의라면, 그 동의를 기반으로 한 DB수집, 텔레마케팅은 개인정보보호법상 적법한 처리에 해당한다. DB 수집 업무를 외부에 맡겨도 되는가병원이 직접 DB를 구축하지 않고 전문 업체에 수집·정리 업무를 맡기는 방식은 실무에서 흔히 활용된다. 일단 가장 흔하게 활용되는 "위탁 방식"을 살펴보면, 개인정보보호법은 처리 위탁과 제3자 제공을 명확히 구분한다. 위탁은 개인정보처리자(병원)가 자신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수탁자(업체)에게 개인정보 처리를 맡기는 것이다. 이 경우 수탁자는 위탁자의 지시 아래 움직이며, 수탁자의 행위는 법적으로 위탁자의 행위와 동일하게 취급된다. 따라서 병원이 DB 수집·관리 업무를 외주 업체에 맡기면서 ① 업무 범위와 지시 권한을 병원이 유지하고, ② 수탁자가 독자적 목적으로 해당 정보를 활용하지 않으며, ③ 위탁 계약에 재위탁 금지와 안전조치 의무를 명시한다면, 이는 제3자 제공이 아니라 처리 위탁에 해당한다. 이 경우 별도의 제3자 제공 동의 없이도 적법한 운영이 가능하다. 다만 정보수집 주체인 병원의 이름은 명확히 밝혀야 한다.한편, 종종 구조가 반대인 경우도 있다. DB 수집 업체가 자신의 명의로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병원에 넘기는 방식이다. 이 경우는 위탁이 아니라 제3자 제공 구조에 해당하므로, 수집 단계의 동의서에는 수집 주체인 업체의 명칭과 함께 제공받는 자로 병원 명칭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어야 한다. '제휴 의료기관' 또는 '협력 병원'과 같은 포괄적 표현으로는 제17조의 특정성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종종 이 구조를 두고 사실상 개인정보를 돈을 주고 사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어디에도 유상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대법원도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대가를 받고 제공한 사안에서, 단순히 유상 판매라는 이유만으로 위법성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동의서 문구만 따로 떼어 볼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 수집의 동기와 목적, 수집 방법, 관련 법령 준수 여부, 수집된 정보의 내용과 규모 등을 전체적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7. 4. 7. 선고 2016도13263 판결).수집 단계에서 동의가 유효하게 이루어지고, 제공받는 자인 병원이 동의서에 명확히 특정되어 있으며, 병원이 제공받은 목적 범위 안에서만 해당 정보를 활용한다면, 이 구조는 현행법상 허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텔레마케팅 외주는 합법인가텔레마케팅을 외부 콜센터에 맡기는 방식도 위탁 구조로 설명된다. 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DB를 기반으로 외부 콜센터가 전화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 콜센터는 병원의 지시에 따라 병원의 업무를 수행하는 수탁자이기 때문이다.이 때 흔히 쟁점이 되는 부분은 의료법상 의료광고 및 환자유인 규제다. 텔레마케팅 현장에서 마케터들의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 매출에 비례하는 인센티브를 설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구조가 의료법이 금지하는 환자유인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에 소개·알선·유인하거나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판례는 내부 직원과 외부 직원을 가리지 않고 성과에 비례하는 대가를 지급하는 방식을 환자 유인에 대한 브로커 수수료와 동일하게 평가한 바 있다.다만 인센티브 구조가 모두 위법한 것은 아니다. 마케팅 직원에게 건당 소액의 인센티브를 지급한 사례에서 수사기관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업계에서 통용되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합리적 범위의 인센티브라면 곧바로 위법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마케터들이 성과 압박 속에서 허위·과장 광고를 하거나 과도한 유인 멘트를 사용하는 문제다. 병원 입장에서는 외부 업체에 맡긴 일이라고 해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수탁자의 행위는 법적으로 위탁자(병원)의 행위와 동일하게 취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원은 TM 콜센터와의 계약 단계에서 스크립트를 공유하고, 금지 표현 목록을 명시하며, 주기적인 교육과 모니터링을 통해 현장에서 불법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할 의무가 있다.DB마케팅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지금까지의 논의는 일반 개인정보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병원 DB는 일반 개인정보와 달리, 건강정보와 진료기록이라는 특성 때문에 훨씬 더 엄격한 기준으로 보아야 한다.첫째, 민감정보가 포함되는 경우에는 별도 동의가 필요하다. 물론 DB 마케팅이라고 해서 언제나 민감정보가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이름, 연락처, 상담 희망 여부 정도만 수집·제공되는 구조라면 일반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 및 마케팅 활용 동의 문제가 중심이 된다. 그러나 의료기관 마케팅 DB에서는 상담 내용, 관심 시술, 증상, 질환명, 검사 결과, 처방·수술 이력, 치료 계획 등 건강 상태를 직접 드러내거나 추론하게 하는 정보가 함께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정보가 포함된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의 민감정보 규율이 별도로 문제 된다. 이 경우에는 일반 개인정보 처리 동의와 구분된 별도 동의가 필요하고, 일반 마케팅 동의서 안에 민감정보 항목을 다른 개인정보와 섞어 기재하는 방식만으로는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둘째, 의료법상 비밀보호와 기록 열람 제한이다. 의료법 제19조는 의료인이 진료 과정에서 알게 된 환자의 비밀을 누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제21조는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내어주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하지만 예약을 대행하다 보면 기존 진료 이력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다음 방문일을 잡기 위해 마지막 내원 날짜를 확인하거나, 예약된 시술 일정을 조회하는 수준이라면 업무상 불가피한 범위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외부 마케터가 시스템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진료기록 전반을 열람할 수 있는 구조라면, 의료법 제21조에 반하지 않도록 주의를 요한다.물론 시술의 성격상 어느 정도의 치료 내역 확인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여러 시술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각 단계별 가능 시간대와 회차 간격이 정해져 있는 경우라면, 다음 예약을 위해 이전 시술 내역을 일부 확인하는 것 자체를 무조건 금지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확인의 범위와 방식이다. 차트 전체가 열리는 구조보다는, 예약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즉 시술 회차, 마지막 내원일, 다음 가능 시기만 별도로 표시되는 화면 설계가 타당하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6조가 요구하는 최소 수집·처리 원칙과도 맥을 같이한다.맺음말동의를 받은 DB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은 위법하지 않다. 다만 그 동의가 유효해야 하고, 구조가 적법하게 설계되어야 하며, 증빙이 뒤를 받쳐야 한다. 이 세 가지를 갖추지 못하면 "동의를 받았다"는 사실 하나로 법적 분쟁을 방어하기 어려울 것이다.
2026-06-15 05:00:00의료판례칼럼

사무장병원 '명의 원장' 형사책임 범위는?

[메디칼타임즈=최민호 변호사] 사무장병원 사건에서 흔히 문제 되는 유형 중 하나는 의료인이 자기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실제 운영은 비의료인이 담당하는 경우입니다. 명의를 제공한 의료인은 "나는 진료만 했을 뿐이고, 병원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러나 의료기관 개설 명의인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형사책임의 단서가 될 수 있으므로, 단순히 의료행위만 했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법에서 정한 자가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여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는 의료법 제87조에 따라 중하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시설과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 시행, 자금 조달,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누가 주도적으로 처리했는지를 종합적으로 보아 판단합니다. 따라서 개설신고가 의료인 명의로 되어 있거나, 그 의료인이 실제로 진료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적법한 개설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문제는 명의를 제공한 의료인의 책임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입니다. 의료인이 비의료인과 공모하여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주도하거나 그 과정에 실질적으로 가담하였다면 의료법 제87조 위반의 공동정범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반면 의료기관의 자금 조달, 직원 채용, 장비 구매, 수익 배분, 경영 의사결정 등에 관여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고용되어 의료행위만 수행한 경우라면 의료법 제90조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의료법 제90조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사람을 별도로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즉, 법은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가담한 경우와 비의료인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만 한 경우를 구분하고 있습니다.이 구분은 처벌 수위뿐 아니라 공소시효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의료법 제90조 위반의 법정형은 제87조 위반보다 낮고, 이에 따라 공소시효도 다릅니다. 특히 사무장병원 개설·운영행위는 계속적 성격을 갖는 범죄로 평가될 수 있어, 공소시효의 기산점은 단순한 개설일이 아니라 해당 관여관계가 종료된 시점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료인이 언제 실질적으로 탈퇴했는지, 명의·계좌·운영 권한이 언제 정리되었는지가 실무상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결국 수사나 재판에서는 의료인의 역할이 구체적으로 검토됩니다. 개설 자금을 부담했는지, 임대차계약이나 장비계약에 관여했는지, 직원 채용·급여 지급·광고·매출 관리에 관여했는지, 병원 수익이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 의료인이 고정 급여를 받았는지 또는 손익을 함께 부담했는지 등이 주요 판단 요소가 됩니다. 명의상 원장이라는 사정만으로 항상 공동정범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진료를 실제로 했다는 사정만으로 제90조에 그친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한편, 의료기관 운영과 관련하여 경영지원계약, 이른바 MSO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계약서 명칭이 경영지원계약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비의료인이 매출을 관리하고, 직원 채용권을 행사하며, 주요 비용 지출과 운영 의사결정을 좌우하고, 의료기관 수익을 사실상 가져가는 구조라면 사무장병원으로 평가될 위험이 있습니다. 명의를 제공한 의료인이라면 탈퇴 과정도 명확히 정리해야 합니다. 단순히 출근하지 않게 되었다는 정도로는 관여 종료 시점이 불분명해질 수 있습니다. 동업 또는 명의관계 종료 합의서, 계좌와 인감 사용권한 정리, 사업자등록 및 개설자 관련 변경, 임대차·장비·직원 관계 정리 등 객관적 자료를 남겨 두어야 합니다. 이러한 자료는 향후 공소시효 기산점이나 관여 정도를 다투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사무장병원 문제는 비의료인만의 문제가 아니고, 명의를 빌려준 의료인도 형사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다만 그 책임의 범위와 적용 법조는 실질적인 관여 정도에 따라 달라므로, 의료인이라면 명의 제공의 위험성, 경영지원계약의 실질, 자신의 역할 범위, 탈퇴 시점의 문서화가 향후 법적 분쟁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2026-06-08 05:00:00의료판례칼럼

환수처분, 재량행위인가 기속행위인가

[메디칼타임즈=정재훈 변호사]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환수처분에 관한 규정을 살펴보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지급받은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을 징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최근 대법원이 이러한 부당이득 환수처분 규정의 성질에 대해서 기속행위임을 확인하는 판결을 내렸다. 하급심 판결은 환수처분을 재량행위로 보았다. 관련 규정의 문언이 '~ 할 수 있다.' 가 아닌 '~ 금액을 징수한다.'라고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수처분은 급여비용의 액수, 불법의 내용과 정도, 부당한 이익의 귀속과 정도 등을 모두 고려하여야 하는 재량행위라고 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관련 법령의 문언과 체계를 중심으로 해석하여 요건이 충족되는 이상 행정청은 반드시 환수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환수 여부와 그 정도에 관한 선택 가능성을 부정하고, 법률이 정한 요건 충족만으로 법적 효과가 확정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기속행위의 구조를 취하는 것이다. 한편 국민건강보험법 또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과 마찬가지로 환수와 관련된 규정이 '~ 금액을 징수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사실상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의 위와 같은 판단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뿐만 아니라 국민건강보험법의 해석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급심 판결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환수 규정이 재량행위라고 하면서 국민건강보험법도 언급하였다. 국민건강보험법도 '~ 금액을 징수한다.'는 문언으로 개정되었으나, 단지 문언의 형식을 근거로 기속행위라고 해석하는 것은 과도한 환수라는 위헌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니 합헌적 해석이 필요하고, 따라서 국민건강보험법의 환수 규정 또한 재량행위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환수 규정이 기속행위라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에 의하여 국민건강보험법상 환수 규정이 재량행위라는 입장은 설 자리를 잃었다. 환수 규정을 기속행위로 판단한 대법원의 해석은 실무에도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우선 국민건강보험법상 환수처분에 있어서도 행정청이 개별 사정을 고려하여 징수 여부나 범위를 조정할 수 있는 여지는 크게 제한될 것이다. 또한 요양기관 입장에서는 선의, 과실의 경중, 현실적 불가피성 등을 주장하더라도 환수 자체를 면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지게 된다. 결국 법적 분쟁의 주되 쟁점은 재량 일탈·남용 여부가 아니라, 요건 해당성에 대한 사실인정 문제로 이동하게 될 것이며, 필연적으로 환수처분에 대해서 불복하는 각종 행정심판이나 소송 등은 그 승소가능성이 더욱 낮아질 것이다. 그리고 이는 사회보험 급여 관리 체계 전반의 엄격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26-06-02 05:00:00의료판례칼럼

보험회사의 지급거절을 뒤집은 판결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 한규홍 손해사정사]요즘 뇌하수체 신경내분비종양, 이른바 PitNET 진단을 받은 분들 사이에서 암보험금 지급 여부가 자주 문제되고 있습니다.주로 병원에서 뇌하수체 종양 제거수술을 받은 환자들입니다. 병리보고서에는 pituitary adenoma, 즉 뇌하수체 선종이라는 표현과 함께 pituitary neuroendocrine tumor(PitNET), 즉 뇌하수체 신경내분비종양이라는 표현이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환자는 가입해 둔 보험회사에 암보험금을 청구하지만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합니다. 보험회사는 왜 지급을 거절하는가보험회사 입장에서 보면, 지급거절의 출발점은 '선종'이라는 표현입니다.뇌하수체 선종은 기존 진료현장에서 비교적 오랫동안 양성종양으로 설명되어 왔습니다. 진단서나 수술확인서에도 D35.2, 즉 뇌하수체의 양성신생물로 기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보험금 분쟁에서 중요한 것은 진단서의 한 단어만이 아닙니다. 보험약관이 무엇을 기준으로 암을 정의하고 있는지, 해당 종양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어떻게 분류되는지, 병리보고서의 실질적 진단명이 무엇인지, 최신 WHO 분류체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최근 의학 분류체계에서는 뇌하수체 선종과 뇌하수체 신경내분비종양의 관계를 과거와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특히 2021년 개정된 WHO 분류체계에서는 뇌하수체 선종, 뇌하수체 신경내분비종양, 뇌하수체 암종의 분류에 중요한 변화가 있었습니다.법원은 어떻게 보았는가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가단5336923 판결)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법원은 환자 측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이 사건에서 법원은 의료감정을 진행했습니다. 감정인은 환자의 질병이 뇌하수체 신경내분비종양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2021년 개정된 WHO classification에 의하면 뇌하수체 신경내분비종양은 ICD-O/3 형태코드로 변경되었고, 악성신생물에 해당한다고 조언하였습니다.특히 감정인은 제8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의하면, 뇌하수체 신경내분비종양으로 진단된 경우 적용되는 형태학적 분류코드는 M8240/3 신경내분비종양 NOS이고, 적용되는 질병코드는 C75.1 뇌하수체의 악성신생물이라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이와 같은 감정절차와 전문심리위원 의견을 거쳐, 의학적 분류체계와 보험약관의 문언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PitNET은 이 사건 보험약관상 암보험금 지급 대상이 되는 뇌하수체 악성신생물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선종'이라는 표현만으로 지급거절할 수 있는가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회사들은 여전히 이렇게 주장합니다."2021년 WHO 분류체계에서 변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제8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는 뇌하수체 선종과 뇌하수체 암종을 구분하고 있다. 따라서 환자의 종양은 양성신생물 D35.2에 해당할 뿐, 악성신생물 C75.1로 볼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하지만 법원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가 WHO의 국제질병분류 기준과 체계를 따르고 있고, WHO의 변경 내용을 반영하여 개정되어 왔다는 점을 중시했습니다. 또한 환자의 종양이 뇌하수체 선종이면서 동시에 뇌하수체 신경내분비종양에 해당한다는 점도 지적하였습니다.법원은 병리보고서 전체의 의미, PitNET이라는 진단명, WHO 분류체계의 변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코드 적용, 종양의 크기와 침윤 양상까지 함께 환자의 종양을 C75.1 뇌하수체 악성신생물로 최종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이 PitNET 보험금 분쟁에 주는 의미이 판결은 뇌하수체 선종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보험회사로부터 지급거절을 받았을 때, 어떤 방향으로 다투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판결입니다.첫째, 병리보고서에 '선종'이라는 표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PitNET은 기존의 뇌하수체 선종이라는 표현과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최신 분류체계에서는 이를 신경내분비종양으로 파악하고, 악성신생물 해당 여부를 따져볼 여지가 있습니다.둘째, 진단서상 질병코드만 보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여전히 관행적으로 D35.2 양성신생물 코드를 기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험금 분쟁에서는 병리보고서, 수술기록, 영상검사 결과, 주치의 소견, 병리과 소견, WHO 분류체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종합하여 판단해야 합니다.셋째, 보험회사의 의료자문 결과가 항상 최종 결론은 아닙니다.보험회사는 외부 의료자문을 근거로 지급거절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자문이 어떤 자료를 기초로 이루어졌는지, 자문 의사의 전문성이 적절한지, 질문이 중립적으로 구성되었는지에 따라 그 신뢰성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보험회사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법원 감정과 전문심리위원 의견을 거쳐 결론을 냈습니다.보험금 청구 단계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이미 법원이 보험금 지급을 인정한 판결이 존재함에도, 실무에서는 여전히 같은 유형의 분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보험회사들은 해당 판결이 개별 사건에 관한 하급심 판례일 뿐 다른 보험금 청구자에게 일괄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진단서나 수술확인서에 기재된 '양성신생물', '선종', 'D35.2' 등의 표현이 주요한 근거로 제시됩니다.하지만 보험금 청구는 단순히 진단서 한 장을 제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구 단계에서부터 자료를 체계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우선 병리보고서 원문이 중요합니다. 병리보고서의 표현이 적절하게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술기록지에 종양의 크기, 위치, 침윤 여부, 시신경 압박 여부, 해면정맥동 침범 여부 등은 종양의 성격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영상검사 결과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MRI 판독지에 종양의 크기와 주변 조직 침범 소견이 어떻게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보험약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약관상 암의 정의가 어떻게 규정되어 있는지, 특정암 보장 조항이 있는지, C75.1 또는 C74-C75가 보장 범위에 포함되어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합니다. 설령 진단서에 D35.2와 같이 양성신생물 코드가 기재되어 있더라도, 병리보고서의 내용과 질병분류 체계, 보험약관의 해석상 보장 대상인 암에 해당한다면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손해사정은 단순히 보험회사에 서류를 제출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보험회사가 어떤 사유로 지급을 거절할 가능성이 있는지 미리 검토하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의학자료와 약관상 근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보험금 지급 사유를 입증해 나가는 과정입니다.지급거절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뇌하수체 신경내분비종양은 환자에게 결코 가벼운 질환이 아닙니다. 수술을 받아야 하고, 시신경 압박이나 해면정맥동 침범 등 중대한 문제가 동반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보험금 청구 단계에서는 '선종'이라는 표현 하나 때문에 암보험금 지급이 거절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더 나아가 뇌하수체의 악성신생물로 진단되거나 C75.1 코드가 부여된 경우에도, 보험회사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양성종양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습니다. 이러한 지급거절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환자들이 이미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상당한 신체적·경제적 부담을 겪은 상황에서 다시 소송이나 분쟁절차까지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도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험회사들은 환자들의 이런 심리적, 경제적 부담감을 적극 이용하고 있습니다.그러나 보험회사의 지급거절이 언제나 최종적이고 정당한 결론은 아닙니다.물론 모든 뇌하수체 신경내분비종양 사건이 동일한 결론에 이른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보험약관의 내용, 병리보고서의 기재, 진단 시점, 수술 및 영상 소견, 질병코드, 자문 결과에 따라 구체적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2026-06-01 05:00:00의료판례칼럼

교통사고 경상환자 둘러싼 법과 의학의 경계

[메디칼타임즈=동방봉용 변호사]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는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심리적 불안을 겪는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고 자체보다 사고 이후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당사자들을 더 괴롭히는 듯하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인한 경상환자의 장기 입·내원과 관련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실무 현장에서 보험회사들이 치료의 필요성을 부정하며 의료기관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이러한 갈등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필자 역시 관련 사건들을 수행하며 '교통사고 환자의 치료'라는 본질적 가치가 '보험사의 지불보증'이라는 경제적 이해관계와 충돌하며 빚어내는 이 진흙탕 싸움은 볼 때마다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사례를 들어보자. A는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이었다. B는 후행하여 신호대기하였다가 브레이크에서 발이 떨어지면서 앞서 신호대기 중인 A 차량의 후미를 경미하게 추돌하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A는 경추의 염좌 및 긴장, 요추의 염좌 및 긴장, 어깨관절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입었다며 C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A가 호소하는 통증은 사고로 인한 것인가, 기왕증으로 인한 것인가.이 갈등의 핵심에는 '기왕증(旣往症)'과 '과잉 진료'라는 해묵은 숙제가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13조의2 제1항은 의료기관이 상태가 호전된 환자에게 퇴원이나 전원을 지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2009년 환자의 부당 입원으로 인한 보험가입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긴급한 환자의 진료권을 보장하기 위해 신설된 조항이다. 그러나 법의 취지와 현실의 간극은 깊다.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에 따르면 명백히 사고와 인과관계가 없는 상병이나, 사고 전 이미 존재하던 기왕증에 대한 진료비는 수가에서 제외된다.문제는 의사가 과연 이 '기왕증'과 '사고에 의한 악화'를 얼마나 명확히 가려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법적으로 기왕증 판단의 1차적 주체는 환자를 직접 진료한 담당 의사다. 의사는 자신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사고기여도를 판단해야 하지만, 통증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객관적 검사상 소인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환자는 여전히 극심한 통증을 호소할 수 있다. 더구나 염좌와 같은 외상성 질환은 경미한 사고라도 충격에 의해 충분히 발생할 수 있으며, 기존의 퇴행성 병변과는 별개의 기전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가 "치료가 필요 없다"고 단정하여 퇴원을 강권하는 것은 의료법상 진료 거부 금지 의무와 정면으로 충돌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물론, 일부 환자들의 부당한 이기심을 부정할 수는 없다. 교통사고를 빌미로 합의금을 노리거나, 보험사의 지불보증을 악용해 '이참에 치료나 받자'는 식의 태도는 분명 경계해야 한다. 실제로 가벼운 사고임에도 장기간 치료를 이어가다 사기죄로 처벌받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환자들은 자신의 과거 병력을 망각한 채 모든 통증의 원인을 교통사고로 돌리기도 한다. 환자의 이러한 잘못된 인식이 의료현장에서 실천으로 이어질 때, 이를 방조한 의료기관까지 보험사기의 공범으로 처벌받을 위험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그렇다면 이 해묵은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심평원은 진료의 타당성을 사례별로 검토하고, 전문심사위원의 의학적 자문을 거쳐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당연히 필요한 절차다. 하지만 심평원의 심사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의료기관, 환자, 보험사 각 주체 간의 인식 변화와 제도적 보완이 선행되어야 한다.먼저 의료기관은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새겨야 한다. 환자가 의학적으로 치료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면, 이를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그 구체적인 근거를 진료기록부에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 상세한 진료기록은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서 의료기관을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될 것이다. 또한, 의료기관은 의학적 경험과 판단을 토대로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평가하여 환자와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보험사와 법조계 역시 고민이 필요하다. 보험사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제기하는 것은 법리상 가능하지만, 그 기준과 절차는 보다 명확하고 공정해야 한다. 특히 경미한 사고에서 기왕증이라는 이유로 환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치료받을 권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법률적, 윤리적 관점에서 재고해 볼 문제다. 대법원 판례도 기왕증이 사고와 경합하여 악화된 경우에는 교통사고로 인한 기왕증의 악화로 인하여 추가된 진료비 범위 내에서, 즉 그 기여도에 따라 진료비 청구가 가능하다고 판시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기왕증과 사고 간의 인과관계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전문 의료자문 체계를 구축하고, 보험약관의 보상 기준을 정교화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결국 교통사고로 인한 경상 환자의 장기간 입·내원, 과잉진료 등을 둘러싼 갈등은 의료기관의 객관적인 판단, 환자의 신뢰와 납득, 그리고 심평원과 보험사의 합리적인 심사 시스템이라는 삼박자가 맞물릴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 보험의 본질은 위험의 분산과 피해자의 회복에 있다.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반대로 부당한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 모두가 지양되어야 한다. 의료기관이 환자를 살피고, 심평원이 공정한 심판관이 되며, 보험사가 환자의 조속한 사회 복귀를 돕는 구조, 그것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교통사고 진료의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2026-05-26 05:00:00의료판례칼럼

의원 팔고도 조사받는 이유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요즘 들어 우리 사무실에 부쩍 늘어난 상담 유형이 있다. "저는 작년에 의원을 넘겼는데 왜 저한테 조사가 나왔나요?" 의원 양수도를 마치고 새로운 곳에서 개원까지 한 의사가, 이미 남의 손에 넘긴 병원 때문에 보건복지부 실태조사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양수도대금도 분할하여 꼬박꼬박 받고 있고, 계약서도 분명히 쓰여 있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필자의 법무법인에는 올 들어 이러한 양수도 의원 실태조사 관련 문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조사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2026년 조사환경, 무엇이 달라졌나보건복지부는 연평균 540개소, 월평균 45개소에 달하는 정기 현지조사를 상시적으로 운영하면서, 2026년부터는 거짓·부당청구 기획조사를 별도로 확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과거의 조사가 개별 청구 오류를 잡아내는 '보정' 성격이었다면, 지금의 조사는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의 실질과 수익귀속 구조를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분명하게 이동하고 있다.조사 경로도 넓어졌다. 심평원의 심사 과정에서 포착된 이상징후는 물론이고, 건강보험공단의 진료내역 안내와 관련자 신고, 민원과 국민권익위원회 등 외부기관 의뢰, 그리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분야까지, 복지부가 열어 둔 조사 진입로는 사실상 전방위에 가깝다. 특히 2024년부터는 불법 개설 의료기관 실태조사 업무 일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위탁되어 상시 운영되고 있다.그런데 최근에는 양수도계약을 통해 개설자 명의를 변경한 의원들이 유독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개설명의는 바뀌었지만 계좌·인감·OTP 관리, 세무대리, 직원지휘 라인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고, 전 개설자와 신규 개설자 사이의 양수도대금 분할약정, 컨설팅·MSO 수수료 등 자금흐름이 서로 뒤엉켜 영업이익 배분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양도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의원 양수도 후 조사에서 가장 먼저 제기하는 의문은 이것이다. "계약서가 있고 명의도 바꿨는데, 나는 이미 손을 뗀 것 아닌가?" 그러나 법원의 판단 기준은 단순한 계약서 제목이나 개설신고 명의가 아니다.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도11407 판결은 의원을 양도한 의사가 이후 다른 곳에 개원한 사안에서, 종전 개설자를 배제하고 시설·인력·의료업 시행·자금조달·운영성과 귀속을 실질적으로 지배했는지를 기준으로 중복 운영 여부를 판단했다. 그리고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도3672 판결은 그 기준을 더 명확히 했다. 둘 이상의 기관에 대해 ① 존폐·이전 결정, ② 의료행위 시행 여부, ③ 자금 조달, ④ 인력·시설·장비의 충원과 관리, ⑤ 운영성과의 귀속·배분에 관한 의사결정권을 보유하고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했다면 중복 운영에 해당한다는 것이다.달리 말하면, 개설명의를 넘겼더라도 이 여러 지표 중 하나라도 양도인의 손에 남아 있으면 조사기관은 "실질 운영이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양도 이후에도 봉직의 채용을 직접 한 흔적이 있다던가, 계좌 접근 이력이 남아 있는 등의 흔적들이 모두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다.양수도 대금의 잔금 지급이 정당한 채무의 이행인가, 수익 배분인가양수도 병원의 복수개설 의심 사건에서 법리적으로 가장 미묘한 지점은 잔금의 회수 방식이다. 양수도대금을 분할 약정하여 지급받는 것 자체가 곧바로 위법한 것은 아니다. 병원 양수도 역시 하나의 거래이고, 양도인은 확정된 매매대금 채권을 분할로 회수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구조가 '정해진 원리금의 변제'가 아니라, 병원 영업성과에 대한 계속적 참여처럼 보이는 경우다.예컨대 양도인이 매월 병원 매출의 일정 비율을 가져가거나, 병원 계좌를 일괄 관리하면서 비용을 공제한 뒤 잔액을 배분받거나, 주요 경영판단권과 결합된 이익 회수 구조를 유지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경우 조사기관이나 법원은 이를 단순한 매매대금 채권의 변제가 아니라, 양도인이 여전히 병원 운영성과를 귀속받고 있다는 징표로 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의료기관 양수도나 개설자 변경과 관련된 계약 형식만으로 곧바로 특정 당사자를 실질 운영자로 단정해서도 안 된다. 대법원은 의료기관의 실질 운영자 판단에서 형식적 계약관계만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실제로 병원의 시설, 인력, 자금, 운영성과를 누가 주도적으로 지배·관리하였는지를 구체적으로 심리해야 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9다299423 판결). 즉, 핵심은 계약서의 명칭이 아니라 실제 운영과 자금 흐름의 실질이다.결국 실무상 중요한 것은 양수인이 병원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양도인은 확정된 매매대금 채권자로서만 남는 구조를 얼마나 분명하게 소명할 수 있는지이다. 특히 양도인이 인근 지역에서 다른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거나, 양수도 이후에도 일정 기간 양수 병원과 경제적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른바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는 말처럼, 이 영역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 있는 외형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양도인이 양수 병원의 운영성과에 계속 관여하거나 병원 운영을 배후에서 통제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계약관계와 자금 흐름을 평소보다 더 정교하게 설계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계에서 MSO의 합법 경계는 어디까지인가양수도 계약을 마친 양도인 입장에서 양수도대금을 정액 분할 방식으로만 회수하다 보면, 자신이 일궈온 병원의 수익과 완전히 단절된다는 현실적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간극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MSO, 즉 경영지원회사다. 브랜드 사용료, 컨설팅 수수료, 마케팅 비용 등의 명목을 통해 MSO를 매개로 병원 수익에 지속적으로 접근하는 구조가 대표적이다.문제는 조사기관 역시 이 지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데 있다. 양수도 이후 MSO가 개입하는 순간, 조사관들은 양수도대금 회수 구조와 MSO 수수료 흐름을 별개로 보지 않는다. 두 자금을 합산했을 때 그것이 단순한 고정채권의 변제인지, 아니면 병원 영업이익에 대한 사실상의 계속적 참여인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된다.따라서 MSO를 활용할 때에는 몇 가지 원칙을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우선 수수료는 실제 제공되는 서비스의 원가와 시장가격에 기반해 산정되어야 하며, 병원 매출이나 이익에 연동되는 구조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MSO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범위, 수행 인력, 구체적인 산출물이 계약서에 명확히 특정되어 있어야 한다. 나아가 환자 유치, 의료행위에 대한 지시, 진료비 청구 결정, 인사권 행사, 병원 계좌 통제와 같은 영역은 MSO의 권한에서 명시적으로 배제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금계산서 발행과 실제 업무 수행 내역이 수수료 지급과 일치하도록 증빙을 상시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필수적이다.결과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병원들은 대체로 이러한 소명을 평소부터 준비해 온 곳들이었다. 계약서상 권한 배분이 명확했고, 자금 흐름이 설명 가능했으며, MSO가 실제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했는지에 관한 자료가 남아 있었다.조사가 시작됐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하나조사 대응의 출발점은 이 사건을 어떤 구조로 설명할 것인지를 먼저 정하는 데 있다. 특히 양수도 사건에서는 최소한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서로 맞물려야 한다. 우리 사무실에서도 이 흐름을 정리하고 설명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첫째, 양수도대금은 얼마로 정했고, 어떤 방식으로 변제하기로 했는가. 둘째, 어느 시점부터 누가 인사·구매·홍보·세무·계좌 관리를 실제로 결정했는가. 셋째, 돈은 어디에서 들어와 어디로 나갔고, 그 흐름은 고정채권의 변제인가, 아니면 병원 수익의 배분인가.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서로 뒤엉키거나 명확하지 않으면, 조사기관은 그 빈틈을 가장 불리한 방식으로 재구성한다. 이때 정리된 사실관계는 단순히 행정조사 단계에서만 사용되는 자료가 아니다. 이후 경찰 수사 단계, 검찰의 법리 검토 단계까지 이어지며 사건 전체의 프레임을 형성한다. 처음에 잘못 설명한 구조는 나중에 쉽게 되돌리기 어렵고, 반대로 초기에 일관된 구조를 제시하면 이후 절차에서도 방어의 기준점을 확보할 수 있다. 맺음말: 형식상 분리가 아닌 실질상 독립지금의 집행환경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복지부 사이의 데이터와 조사 연계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촘촘해졌다. 양수도 의원이나 MSO 구조를 운영하는 의료기관이라면, 이제는 형식상 분리가 아니라 실질상 독립을 입증할 준비를 상시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조사 대응은 방어가 아니라 이미 뒤늦은 수습이 될 수 있다.
2026-05-18 05:00:00의료판례칼럼

외국인환자 유치, 법적 리스크 알아야 성공

[메디칼타임즈=임원택 변호사]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외국인환자 유치업에 뛰어드는 사업자와 의료기관이 늘고 있다. 그러나 성장하는 시장의 이면에는 엄격한 책임과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외국인환자 유치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해외진출법')에 따른 법적 가이드라인 안에서 투명한 수익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첫째, 외국인환자 유치를 위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등록'이다. 의료해외진출법 제6조에 따르면, 외국인환자 유치사업자는 1억원 이상의 자본금, 보증보험 가입, 국내 사무소 설치 등의 요건을 갖추어 시·도지사에게 등록해야 한다. 의료기관이 스스로 유치는 경우에는 전문의 1명 이상 상주, 배상책임보험 가입 등의 요건을 충족하여 등록 절차를 마쳐야 한다. 등록 없이 유치행위를 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등 엄중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제주지방법원은 무등록 외국인환자 유치 행위에 가담한 의료기관 원장에게 징역형을 선고하였다. 의료기관은 유치사업자가 적법하게 등록된 업체인지 확인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소홀히 할 경우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외국인 환자 유치업 등록은 과도한 유치 수수료로 인한 자본 유출을 방지하고 국내 의료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단순한 소개나 알선처럼 보이더라도 실질적인 유치 행위가 이루어졌다면 등록 없이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둘째, 수익 배분의 투명성이 사업의 지속성을 결정한다. 수익 배분 문제는 유치사업자와 의료기관 사이에서 갈등의 불씨가 되기 쉽다.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유치사업자가 의료기관으로부터 받는 수수료율에는 상한이 설정되어 있다. 상급종합병원 15%, 종합병원·병원 20%, 의원 30%를 각각 초과할 수 없으며, 이 범위 안에서 유치의료기관과 유치사업자 간의 자율계약으로 수수료율을 정할 수 있다. 과도한 수수료는 결국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나 환자의 비용 부담 전가로 이어지게 된다. 기준을 초과하여 수익을 배분하거나 불투명한 리베이트는 형사 제재는 물론 등록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셋째, 홍보·마케팅 단계에서의 의료광고 역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의료해외진출법은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광고 장소를 외국인전용판매장, 보세판매장, 지정면세점, 국제항공노선 개설 공항, 무역항, 관광특구 중 시·도지사가 지정한 지역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온라인 광고를 포함한 모든 의료광고는 '국외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해야 하며, 치료 전후 사진·영상을 이용하거나 객관적 근거 없이 완치를 보장하는 광고, 환자의 치료 경험담을 게재하는 행위는 불법 의료광고이다. 또한 일정한 매체의 경우에는 사전에 의료광고 심의도 받아야 한다.마지막으로, 의료사고 발생 시의 해결 방안을 미리 구축해 두어야 한다. 외국인환자는 언어 장벽과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사고 발생 시 큰 불안과 혼란을 겪는다. 의료해외진출법은 의료기관은 사고 발생 시의 분쟁 해결 절차를 외국어로 게시하고, 진단명·치료방법·부작용, 진료계약서 및 예상 진료비 등을 사전에 안내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만약 진료 전 부작용이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전문 통역사를 동반한 동의서 작성은 기본이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활용하는 등 분쟁 대응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외국인환자 유치 사업은 유망 산업이지만,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순간 사업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철저한 법적 준비만이 의사와 사업자 모두를 보호하는 유일한 길이다.
2026-05-11 05:30:00의료판례칼럼

'체험 치료' 이벤트 뒤에 숨은 의료법 리스크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요즘 개원가에서는 다이어트 기타 미용 시술 체험, 체외충격파 1회 무료 체험 이벤트, 신규 환자 대상 첫 시술 할인과 같은 마케팅이 낯설지 않다. 환자에게 치료 효과를 직접 경험하게 하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자연스러운 홍보 전략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 법무법인이 최근 상담을 진행한 사례들을 돌아보면, 이 '체험 이벤트' 는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상당히 그레이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체감하게 된다. 그 구조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무면허의료행위, 환자유인행위, 의료광고 규제 등 다양한 법적 쟁점과 맞닿아 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체험'이라는 명칭은 의료행위의 법적 성격을 바꾸지 않는다. 무료이든 할인이든, 1회이든 패키지이든, 의료법상 모든 의무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오늘은 이 지점에서 출발해, 체험 치료 운영이 실무에서 어떤 리스크를 만들어내는지 순서대로 짚어보고자 한다.'체험'이라도 의료행위다우선 가장 근본적인 질문부터 정리해야 한다. 체험 치료는 의료행위인가?판례는 의료행위를 "의학적 전문지식에 기초한 경험과 기능으로 질병의 예방·치료를 위한 진찰·처방·시술 등을 하거나,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로 정의한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4도3405 판결). 즉, 꼭 돈을 받아야만 의료행위인 것은 아니다.이 기준을 대입하면, 치료를 "1회 무료 체험"이라는 이름으로 제공하더라도 그 법적 성격은 달라지지 않는다. 예컨대 체외충격파 치료는 근골격계 통증 치료를 목적으로 인체에 충격파 에너지를 전달하는 시술로서, 치료 효과와 함께 금기증과 부작용의 가능성 역시 내포하고 있다. 결국 이는 전형적인 의료행위이고, 이벤트 문구에 "체험"이라는 표현이 붙었다고 해서 그 속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따라서 체험 치료를 기획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바로 누가 그 시술을 수행하는가이다. 아무리 "체험"이라는 이름을 붙였더라도, 그 실질이 의료행위인 이상 자격을 가진 자가 적법한 범위 내에서 수행해야 한다.각종 치료행위에 대한 체험, 의사 지도 없이는 안 된다이처럼 체험 치료 현장에서 종종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수행 주체와 지도 체계에 관한 것이다.예컨대 체외충격파와 도수치료는 물리치료사의 업무 범위에 속한다. 그런데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은 물리치료사가 업무를 수행할 때 반드시 '의사의 지도'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의료기사가 의사의 지도를 받지 않고 업무를 수행하면 의료법 제27조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대법원 2018. 6. 19. 선고 2017도19422 판결).이 문제는 실무에서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고 있다. 체험 이벤트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조금만 가볍게 생각하면, 의사의 진찰 없이 물리치료사나 심지어 무자격자가 바로 시술을 제공하는 구조를 채택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절차를 간소화하려는 의도나, "짧은 체험이니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이한 판단이 작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한다.적법한 구조로 이벤트를 진행하려면 먼저 의사의 진찰과 의학적 필요성 판단이 이루어지고, 그 지도 아래 물리치료사가 시술을 시행하며, 그 과정과 결과가 진료기록으로 남아야 한다. 의료법 제22조는 의료인에게 환자의 주된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러한 의무는 '체험 1회'라는 사정만으로 면제되지 않는다.설명의무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법원은 의사의 설명의무를, 의료행위에 앞서 환자가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의무로 보고 있으며, 그 이행 또한 환자가 충분히 숙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체험이라는 이유로 설명과 동의 절차를 형식적으로 처리하거나, 설명 직후 곧바로 시술이 이루어지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향후 분쟁 발생 시 이 부분이 가장 먼저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체험 가격이 만드는 환자유인 리스크"무료 체험", "첫 방문 50% 할인"과 같은 문구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제 많은 의료인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누구든지 영리 목적을 위해 본인부담금을 면제·할인하거나 금품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환자를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할인이 금지되는 진료비는 건강보험에서 환자가 부담하는 법정 본인부담금으로 한정되고, 비급여 진료비 할인은 어느정도 허용되고 있다(대법원 2007도10542).이러한 법리에 따르면, 비급여 항목에 대한 체험 가격이나 할인 설계 자체가 곧바로 환자유인행위로 처벌되는 구조는 아니라고 이해할 수 있다. 즉 "비급여 할인 이벤트 = 곧바로 위법"이라는 단순한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경계선을 분명히 짚어둘 필요가 있다. 체험 이벤트 안에 급여 항목, 예컨대 진찰료나 급여 물리치료가 함께 포함되어 있고, 그 법정 본인부담이 면제되거나 할인되는 순간, 의료법 제27조 제3항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무에서는 비급여 할인 안에 급여 항목이 함께 묶여 있는 경우가 의외로 빈번하다.또 하나의 위험 지점은 비급여 할인 자체가 아니라, 그 주변에 결합되는 요소들이다. 제3자를 통한 소개·알선 구조, 리뷰 작성에 대한 보상, 과도한 할인율, 교통편 제공 등이 결부되는 순간, 체험치료 이벤트는 종합적으로 환자유인행위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문제는 할인이라는 형식 자체가 아니라, 그 할인 구조가 어떤 방식으로 환자를 끌어들이는 데 사용되고 있는지에 있다.체험단·후기·쿠폰이 위험한 이유이러한 유형의 마케팅에서 가장 빈번하게 활용되는 방식 중 하나가 이른바 체험단 운영이다. 체험단을 모집해 시술을 제공하고, 그들이 남긴 후기나 전후 사진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구조다. 겉으로 보면 자연스러운 입소문 마케팅처럼 보이지만, 이 모델은 실질적으로 의료광고 규제와 환자유인 규제가 동시에 충돌하는 지점에 위치한다.의료법 제56조 제2항 제2호는 치료경험담 등 치료 효과를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체험단이 남긴 후기를 의료기관이 선별하거나 유도하여 활용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개인의 자발적 경험담이 아니라 의료기관이 기획한 치료경험담 광고로 평가될 수 있다. 여기에 체험단에게 제공된 할인이나 무료 시술이 그 후기를 얻기 위한 대가로 해석된다면, 광고 규제와 함께 환자유인 요소까지 결합되어 이중의 규제를 받게 될 수도 있다.또한 의료광고에서의 할인 표시 방식 역시 별도의 위험 요소다. 의료법 시행령 제23조는 비급여 진료비용의 할인·면제 광고와 관련하여, 금액, 대상, 기간, 범위 또는 할인 전 가격을 허위 또는 불명확하게 표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최대 ○○% 할인", "선착순 ○○명"과 같은 문구가 실제 조건과 다르거나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지 않는 경우, 그 자체로 위법한 의료광고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나아가 보건당국이 과도한 가격 할인, 무료 제공, 선착순 이벤트 등 유인성이 강한 광고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단속은 언제나 가장 눈에 띄는 영역에서 시작되고, 그 첫 번째 타깃은 대체로 이러한 공격적인 마케팅 문구들이다. 결국 문제는 단순한 홍보 방식이 아니라, 그 구조가 법이 금지하는 유인·광고 규제의 경계를 넘고 있는지에 있다.맺음말: 체험도 진료처럼 설계하라지금까지 살펴본 리스크들을 관통하는 공통된 교훈은 분명하다. 체험을 진료의 예외로 보게 되면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체험 치료 역시 실제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의사의 진찰과 지도, 진료기록 작성, 설명의무 이행, 비급여 가격 고지, 광고 문구의 정확성, 시술 장소의 적법성까지 — 이 모든 요소는 "체험"이라는 이름 아래서도 동일하게 요구된다.환자에게 치료를 경험하게 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그 경험은 어디까지나 적법한 의료행위의 틀 안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제대로 설계된 체험은 환자의 신뢰를 얻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구조를 잘못 설계한 체험은, 단속 한 번으로 그동안 쌓아온 것을 무너뜨리는 가장 빠른 경로가 될 수도 있다.
2026-04-27 05:00:00의료판례칼럼

비급여 할인 광고, '종전 가격' 표기 위법일까

[메디칼타임즈=최민호 변호사] 의료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서 '런칭 기념 특가'와 같이 할인된 가격을 안내하는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종전 가격 10만 원 → 할인가 7만 원'처럼 할인 전후 가격을 함께 표시하는 방식이 널리 활용되고 있으나, 이러한 광고가 현행법상 허용되는지에 대해 현장에서는 혼선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현행 의료법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방법으로 비급여 진료비용을 할인하거나 면제하는 내용의 광고'를 금지하고 있습니다(제56조 제2항 제13호). 또한 그 구체적인 기준으로 "할인·면제 이전의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하여 허위 또는 불명확한 내용이나 정보 등을 게재하여 광고하는 것"을 들고 있습니다(시행령 제23조 제1항 제13호).법령의 문언을 살펴보면, 비급여 진료비 할인 광고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속일 우려가 있는 방법'을 사용한 경우만을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실제로 시행한 적 없는 허구의 가격을 '종전 가격'으로 표시하여 할인율을 부풀리거나, 할인 조건을 애매하게 표기하여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을 저해하는 등 그 내용과 방법이 실질적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경우를 금지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종전 가격 표시'라는 형식 자체가 금지된다고 해석할 근거는 찾기 어렵고, 중요한 것은 표시된 종전 가격이 실제로 적용되었던 '진실된 가격'인지 여부라 할 것입니다.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판결이 있습니다. 과거 한 의료기관이 '할인 전 금액'이나 '할인율'을 명시하지 않고 할인 가격만을 광고한 것에 대하여, 처분청이 오히려 정보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처분을 내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처분청의 주장마저 배척하며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18. 9. 20. 선고 2018구합54026 판결). 법원은 해당 규정의 입법 취지가 "할인 전의 진료비용을 실제보다 높았던 것으로 기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비자가 사실과 달리 자신이 많은 할인을 받는 것으로 오인하도록 하는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순히 종전 가격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소비자가 오인할 여지가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이 판결은 규제의 핵심이 '허위의 종전 가격'을 이용한 기만행위를 방지하는 데 있음을 보여줍니다. 소비자에게 더 적은 정보를 제공하는 '종전 가격 미표시'조차 위법이 아니라고 본 법원의 시각에 비추어 볼 때, 오히려 소비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여 합리적 선택을 돕는 '진실된 종전 가격의 표시'를 위법하다고 보는 것은 기존의 판단 방향과 다소 거리가 있는 해석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결론적으로,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할인 및 종전 가격 병기 광고는 그 내용이 진실되고 명확하다면 현행 의료법상 허용될 여지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적용되었던 진정한 '종전 가격'을 함께 표시하는 것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합리적 선택을 돕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광고 내용의 진실성 여부를 따지기보다 '종전 가격 표시'라는 형식 자체를 문제 삼는 접근은 법령의 문언과 취지를 벗어난 규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건전한 의료 시장의 발전과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서는 법령에 대한 면밀한 이해와 일관성 있는 법 집행이 중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2026-04-20 05:00:00의료판례칼럼

메디컬빌딩 업종제한, 어디까지 가능한가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A원장은 메디컬빌딩에 내과의원을 개원하면서 임대인으로부터 "이 건물에는 동일·유사 진료과를 추가로 입점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 내용은 임대차계약서의 특약에도 명시되어 있었다.그런데 1년이 지나 같은 건물에 가정의학과 의원이 입점했다. 임대인은 "가정의학과는 내과와 다른 진료과"라고 설명했고, 새로 들어온 의원은 "우리는 임대인과 계약을 체결했을 뿐, 기존 임차인과는 아무런 약정 관계가 없다"고 맞섰다.이 상황에서 기존 임차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이 질문은 개원의들과 법률 상담을 할 때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전형적인 분쟁 유형이다. 그리고 그 답은 단순한 법리 문제가 아니라, 처음 계약을 어떻게 설계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이 글에서는 메디컬빌딩에서의 유사과 입점 금지 약정이 어떤 조건에서 실질적인 권리로 기능하는지, 그리고 분쟁이 발생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를 판례를 중심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유사과는 입점 금지"라는 특약을 믿었는데메디컬빌딩 임대차계약서에서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업종제한 문구는 대체로 아래와 같다."임대인은 동일·유사 진료과목의 의료기관을 본 건물에 입점시키지 않는다." 일견 짧고 명확해 보이는 문장이다. 그러나 이 문장의 불분명함으로 인해 많은 분쟁이 발생하곤 한다.문제의 핵심은 결국 "유사"라는 단어에 있다. 임대차 특약에서 유사과의 기준을 별도로 정의해 두지 않으면, 그 해석은 고스란히 당사자들의 몫으로 남는다. 내과와 가정의학과, 이비인후과와 내과의 일부 진료, 정형외과와 통증의학과처럼 실제 진료 영역이 상당 부분 겹치는 경우는 현실에서 매우 흔하다. 과 이름은 다르지만 동일한 환자군을 두고 경쟁하는 구조라면, 그것이 '유사과'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갈등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이때 임대인은 "진료과목이 다르므로 특약 위반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 기존 병원은 명백한 경쟁 상황을 체감하면서도,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결국 "유사과 금지 특약을 믿었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문제는 특약의 존재가 아니라, 그 특약이 실제 분쟁 상황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는지 여부다.법원은 '유사과'를 어떻게 판단하는가그렇다면 법원은 어떤 기준으로 유사과 여부를 판단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진료과 명칭이 아니라 실질적인 경쟁관계를 기준으로 삼는다.대법원은 업종제한 약정에서 업종의 의미와 영업 범위를 정할 때, 단어의 사전적 의미만으로 획일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통상적인 영업 내용, 표준산업분류, 해당 상권의 특성과 인근 경쟁 상황 등을 종합하여 거래관념상 수인 한도를 기준으로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고 반복하여 판시해 왔다(대법원 2006다63747). 즉, A 원장의 사례에서 "내과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 않은 병원 유치는 무조건 괜찮다"는 식의 임대인측 논리는 법원에서 통하지 않는다.최근 대법원 판결은 이 흐름을 더욱 구체화했다. 인접성, 주요 서비스와 취급 품목의 중복, 동일 고객층의 공유 등 경쟁관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결합될 때 영업상 이익 침해가 경험칙상 추정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2023다270047). 메디컬빌딩에 이 논리를 대입하면, 같은 층이나 인접 호실에 위치한 의원이 동일한 질환군 환자를 대상으로 유사한 검사와 시술을 제공하고 있다면, 표방 진료과가 달라도 유사과로 평가받을 여지가 생긴다.반대로 말하면, 분쟁 단계에서 유사과임을 주장하는 쪽은 이러한 경쟁관계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간판에 적힌 과목명만 들이밀어서는 부족하다. 상대방이 어떤 질환을 주로 진료하는지, 어떤 검사 장비를 운영하는지, 홍보 문구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실제로 어떤 환자군이 방문하는지까지 증거로 갖춰야 한다. 이 소명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계약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임대차 특약만으로는 부족하다 — 분양계약·관리단 규약의 역할메디컬빌딩의 소유·운영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단일 건물주가 층별로 임대를 놓는 임대형과, 구분소유자들이 각자의 호실을 소유하는 분양형이다. 유사과 보호의 설계 방식은 이 두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임대형 메디컬빌딩에서는 임대차 특약이 중심이 된다. 그러나 임대차 특약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약정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그 계약 당사자들만을 구속한다. 새로 들어온 임차인은 임대인과 별도의 계약을 맺으므로, 기존 특약만을 근거로 신규 임차인에게 직접 영업금지를 청구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이 한계를 보완하는 현실적인 방법이 연쇄적인 구속 조항이다. 임대인에게 신규 임차인과 체결하는 모든 임대차계약에 동일한 업종 제한 조항을 삽입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임대인이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유사과를 입점시키면, 기존 임차인은 임대인을 상대로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과 이행청구를 할 수 있다. 신규 임차인에게 직접 청구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임대인에 대한 책임으로 보완하는 것이다.분양형 메디컬빌딩에서는 분양계약과 관리단 규약이 훨씬 강력한 도구가 된다. 최초 분양 단계의 계약서에 업종 지정 조항을 명시해 두면, 그 효력은 이후 지위를 양수한 임차인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 대법원은 분양계약서에서 업종 제한 조항을 두어 특정 업종의 독점적 운영을 보장하는 것은 당사자의 자유에 속하고, 분양계약상 업종 제한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포 입점자들 사이에 상호 묵시적으로 이를 수인하기로 동의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보았다(대법원 2002다45284). 나중에 분양권을 취득한 자나 임차인도 이 구속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뜻이다.여기에 관리단 규약이 더해지면 보호의 폭이 더욱 넓어진다. 집합건물에서 관리단은 구분소유 관계가 성립하면 당연히 설립되고, 관리단 규약을 통해 건물 전체에 적용되는 업종 제한을 설정할 수 있다. 이렇게 설정된 규약은 이후 입점하는 임차인들에게도 외부 공시 효과를 가지며, "알고 들어왔다"는 구속 구조를 만들어낸다. 다만 관리단 규약의 설정과 변경에는 구분소유자들의 합의가 필요하다(대법원 2011다79258). 그래서 분양형 메디컬빌딩에서는 초기 분양 단계에서부터 이 구조를 설계해 두는 것이 사후에 규약을 변경하려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임대인이 "내가 승인했으니 괜찮다"고 할 때유사과 분쟁에서 임대인이 자주 꺼내는 카드가 있다. "관리규정에 따른 승인 절차를 거쳤으니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분양계약서나 운영관리규정에 '업종을 변경하거나 추가할 경우 문서로써 분양회사(관리주체)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 경우, 임대인 또는 관리주체는 자신이 그 승인을 했으므로 업종제한약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한다.그러나 대법원은 이 논리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대표적인 판례(대법원 2002다45284)의 사안은 이렇다. 분양계약서에는 "지정업종과 동종 내지 유사한 업종은 개점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었고, 운영관리규정에는 "업종을 변경 또는 추가할 경우 문서로써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병존하고 있었다. 관리주체는 이 관리규정상 승인 조항을 근거로 기존 지정업종과 유사한 업종의 개점을 승인해 주었고, 이를 두고 업종제한약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리규정의 승인 조항은 지정업종 이외의 업종, 즉 지정업종과 동종·유사하지 않은 업종을 개점하는 경우의 절차를 정한 것이지, 동종·유사 업종의 개점까지 승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존 지정업종 입점자의 동의가 없는 한, 관리주체는 그 지정업종과 동종 또는 유사한 업종을 개점하도록 승인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가처분을 신청했지만 기각되는 이유유사과가 개원을 준비 중이거나 이미 영업을 시작한 경우, 기존 임차인으로서는 영업금지가처분을 신청하는 것이 가장 신속한 대응 수단이다. 다만 실무에서는 이 가처분이 생각보다 자주 기각된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첫째는 피보전권리 소명 실패다. 가처분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신청인에게 보호할 권리가 존재한다는 점이 소명되어야 한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유사과'의 범위가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은 계약서를 근거로는 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법원은 업종의 의미와 범위를 둘러싼 해석이 복잡한 경우, 이를 가처분 단계에서 단정하기보다는 본안에서 판단할 문제로 넘기는 경향이 있다. 둘째는 보전 필요성의 문제다. 업종제한 위반을 이유로 하는 영업금지가처분은 상대방의 영업 자체를 중단시키는 강력한 조치이기 때문에, 법원은 긴급성과 필요성을 매우 엄격하게 본다. 특히 기존 임차인이 유사과 입점 사실을 인지하고도 상당 기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면, 법원은 이를 '긴급성이 없는 사안'으로 평가하여 보전 필요성을 부정할 가능성이 높다.따라서 기존 원장의 입장에서는 유사과 침해가 의심되는 순간부터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신규 임차인 모집 공고, 공사 착수, 간판 설치 등 입점 준비 단계에서부터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관련 자료를 확보해 두어야 한다. 가처분 및 손해배상 청구 단계에서 유사과 해당 여부를 소명하기 위한 자료 역시 최대한 구체적으로 갖춰야 한다. 인접성, 주요 질환군과 검사 항목의 중복, 광고 문구와 클리닉 명칭의 유사성, 예약 및 운영 방식, 동일 환자군의 공유 가능성 등 경쟁관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제시해야 비로소 설득력이 생긴다. 맺음말: 계약서 한 줄이 권리를 만든다메디컬빌딩에서의 유사과 보호는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처음부터 설계해야 하는 권리다. 계약 단계에서 제대로 설계되지 않은 보호는 분쟁 단계에 이르러 실효성 없는 협상 카드로 전락하기 쉽다.실무적으로 유사과 보호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맞물려야 한다. 먼저 유사과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단순히 진료과 명칭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진료과 코드를 1차 기준으로 삼고, 주된 진료 영역과 핵심 검사·시술 항목을 별지로 특정하며, 인접성과 동일 환자군 공유 여부를 보조 기준으로 설정하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가장 안정적이다. 필요하다면 "진료과를 불문하고 특정 질환군(예: 비만치료)에 대한 온·오프라인 홍보는 제한한다"는 식으로 보호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다음으로 건물의 구조에 따라 구속력을 확보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분양형 빌딩이라면 분양계약 단계에서 업종을 지정해 두어야 하고, 집합건물이라면 관리단 규약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임대형 빌딩의 경우에는 임대인에게 동일한 업종제한 조항을 후속 임차인과의 계약에도 삽입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구속의 사슬'을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또한, 이미 구두로 독점적인 입점 권한을 약속 받은 상황이라면, 계약서에 "유사과 금지"관련 문구가 실제 분쟁 상황에서도 권리로 기능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지까지 점검해야 한다. 결국 계약서의 한 줄 차이가, 수년 뒤 경쟁 관계와 분쟁의 결과를 결정짓는 기준이 된다.
2026-04-06 05:00:00의료판례칼럼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권리

[메디칼타임즈=동방봉용 변호사] 최근 한 사연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임종을 앞둔 어머니의 연명의료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던 아들이 오랜 친구로부터 '살인자'라는 말을 들었다는 이야기였다. 20년 지기 친구마저 그 고뇌에 찬 결정을 범죄로 치부했다는 사실은, 아직 우리 사회가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법적·윤리적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하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법이 허용한 절차에 따라, 회복 가능성이 없는 임종 과정에서 의미 없는 연명치료를 중단한 것이 과연 살인인가.연명의료 중단은 결코 '포기'나 '살해'가 아니다. 그것은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며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숭고한 '존중'의 표현이라고 봄이 옳다. 대법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장치 제거 사건(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다17417 전원합의체 판결), 이른바 김할머니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논의를 통해 2016년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약칭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었다. 위 법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치료 효과 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의료행위를 거부하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이는 생명을 포기하라는 법이 아니라, 존엄을 지키라는 법이다.현행 연명의료결정법 제1조는 이 법의 목적을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결정을 존중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 과정에서 무의미하게 생명만을 연장하는 행위는 오히려 환자의 존엄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연명의료결정법에서 말하는 연명의료란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등과 같이 회생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임종 시점만을 연장하는 의료행위를 의미한다. 연명의료결정법은 담당의사와 전문의가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다고 판단하고, 환자의 의사를 확인한 경우에만 중단을 허용한다. 무분별한 포기가 아니라, 엄격한 의학적·법적 요건 아래 이루어지는 결정이다.연명의료결정법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연명의료 중단을 허용한다. ① 환자의 명확한 의사 확인 :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환자 본인이 직접 의사를 밝힌 경우, ② 가족의 일치된 진술 및 합의 : 환자가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면, 환자가 평소 가졌던 의사에 대한 가족 2인 이상의 일치된 진술이나 가족 전원의 합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다. 이러한 결정은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의 의학적 판단(회복 불가능한 임종 과정 확인)이 전제되어야 한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이러한 결정을 이행한 의료인에게 형사 책임 등을 묻지 않음으로써 그 정당성을 보호하고 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미래 사회 대비를 위한 웰다잉 논의의 경향 및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이 말기 및 임종기 환자가 되었을 때 연명의료를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단순히 가족의 부담을 덜기 위함이 아니라 '회복 가능성 없는 삶'보다 '고통 없는 존엄한 마무리'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이들이 연명의료 중단을 종종 '생명 포기'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는 죽음에 대한 문화적 금기와 "할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해야 한다"는 정서적 의무감이 자리한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치료가 과연 환자에게 이익인가에 대해서는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의료기술의 발전은 생명을 연장할 수 있게 했지만 동시에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남겼다. 현재 법이 허용하는 것은 임종과정에서의 연명의료 중단에 한정된다. 그러나 말기 환자, 극심한 고통 속에서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경우에는 여전히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다.여기서 존엄사 논의가 등장한다. 존엄사는 단순히 죽음을 앞당기는 개념이 아니라, 무의미한 연명 대신 인간다운 마무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문제다. 이미 여러 국가에서 엄격한 요건과 통제 아래 제도화되어 있으며, 이는 생명 경시가 아니라 자기결정권 존중의 연장선으로 이해된다. 중요한 것은 생명의 가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무의미하게 연장되는 삶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은 생존 기간의 길이가 아니라, 스스로의 의사가 존중되는 데서 완성된다. 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우리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된다.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 응답자의 82%가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약물을 주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삶을 마무리하는 이른바 '조력 존엄사' 합법화에 찬성할 정도로 우리 국민의 의식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죽음을 결정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 누구도 고통을 감내할 것을 강요할 수 없다. 죽음의 고통을 줄이는 것 또한 자신의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내용이다.존엄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 곧바로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뒤따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연명의료 중단 제도를 통해 존엄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더 이상 회복 가능성이 없고 극심한 고통이 지속되는 경우에 대한 제도적 검토를 하는 것은 결코 성급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법의 부재 속에서 음성적 선택이 이루어지거나, 가족에게 과도한 심리적·경제적 부담이 전가되는 현실이 더 위험하다. 명확한 기준과 절차, 엄격한 통제 장치를 갖춘 제도는 오히려 생명을 더 신중하게 다루는 방식이 될 수 있다.존엄은 끝까지 보호되어야 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온다. 문제는 그 과정이다. 의료기술이 삶을 붙들 수 있을 때,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살아 있음"이 곧 "존엄함"과 동일한가. 존엄사는 죽음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존엄을 지키는 방법을 묻는 문제다. 이미 연명의료결정법이 자기결정권을 일부 인정한 지금, 우리는 그 다음 단계를 논의할 사회적 준비가 되어 있다. 비난과 감정적 언어 대신, 차분한 법적·윤리적 토론이 필요하다. 존엄한 삶이 소중하다면, 존엄한 죽음 역시 보호받아야 한다. 이제는 묵인과 회피가 아니라, 제도적 논의를 시작할 때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또다른 숙제다. 우리가 어떻게 존엄하게 생을 마무리할 것인지에 대해 더욱 성숙한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
2026-03-30 05:00:00의료판례칼럼

보험사는 왜 병원장을 상대로 소송하는가

보험사는 왜 병원장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가? 병원장까지 분쟁에 끌어들이는 이유[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보험 분쟁에서 보험사는 환자만을 상대로 싸움을 걸지 않는다. 최근에는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자를 직접 피고로 특정해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나아가 보험사기나 의료법 위반을 이유로 형사 고소까지 병행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백내장 수술과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결합된 영역, 언어치료 및 작업치료, 도수치료와 미용시술의 결합 등 분야는 병원장들이 단골로 연루되는 분쟁 분야다.보험사의 주장은 대부분 사건에서 비슷하다. 비급여 진료비를 부풀렸다는 주장, 입원이 아닌데 입원으로 꾸몄다는 주장, 질병의 진단이 허위이거나 부실하다는 주장, 브로커를 통한 환자유치로 수술 건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했다는 주장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표면적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법정에서는 병원장의 책임이 쉬이 인정되지는 않는다.최근 판결들을 보면, 보험사가 어떤 방식으로 소송을 구성하는지 그 흐름을 파악해볼 수 있다.과거의 청구원인: 채권자대위·양수금 청구 등과거 보험사는 환자와 병원 사이의 법률관계를 이용하는 방식, 즉 채권자대위권이나 양수금 청구를 자주 활용했다. 보험사가 이미 보험금을 지급했으니, 환자가 병원에 대해 가지는 권리를 대신 행사하거나 양수받아 반환을 구하겠다는 구조였다.겉으로 보면 상당히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법률 분쟁에서는 이 구조가 생각보다 쉽게 인정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진료계약은 환자와 의료기관 사이의 법률관계이고, 그 비용 부담과 치료 선택은 사적자치의 영역에 속한다. 보험사가 여기에 개입해 환자의 권리를 대위하거나 양수받아 행사하는 데에는 여러 법리적 장애가 존재한다.채권양도의 범위가 불명확하거나, 양수의 적법성이 문제되거나, 애초에 환자에게 병원에 대한 반환청구권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결국 이 단계에서 소송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기각되거나 각하되는 사례가 반복되었다.보험사 입장에서는 이 지점에서 분명한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환자의 권리에 기대어 우회적으로 들어가는 방식은 생각보다 비효율적이다.현재의 청구원인: 불법행위 손해배상으로의 전환그래서 보험사는 전략을 바꿨다. 이제는 환자의 권리를 매개로 삼기보다, 병원장 개인의 불법행위 책임을 직접 묻는 구조를 선택하고 있다.즉 "당신이 환자와 통정하거나 허위·과장된 세부내역서를 작성해 우리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게 했다"는 형태로, 지급된 보험금 자체를 손해로 구성해 바로 청구하는 방식이다. 환자를 거치지 않고 보다 직접적으로 병원장의 책임을 물어온다.그러나 이 방식에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불법행위 책임은 우회적 청구보다 직접적인 대신, 그만큼 입증해야 할 요소가 훨씬 많고 무겁다. 단순히 "의심스럽다"거나 "비싸다"는 수준으로는 부족하고, 위법행위, 손해, 그리고 상당인과관계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야 한다.지금까지 보험사가 병원장을 상대로 한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대부분이 기각되고 있는 흐름이다.사례 1: "검사비 과다"는 왜 불법이 아니었나 (2022가단5394345)우리 사무실에서 담당한 사건을 하나 소개하자면, 보험사는 다초점렌즈 수술 구조를 과감하게 지적했다. 재료대는 실손 보장 대상이 아니지만 검사비는 보장된다는 점을 이용해, 병원이 재료대 일부를 검사비로 전용하여 보험금을 과다하게 지급받게 했다는 논리를 세웠다.또한 전체 금액은 유사한데 세부 항목만 달라졌다는 점, 다른 판결에서 인정된 검사비 수준을 초과했다는 점 등을 들어 초과분 자체를 손해로 구성하려 했다.하지만 법원의 시선은 달랐다. 해당 진료가 비급여 영역에 속하는 이상, 그 비용과 구성은 원칙적으로 환자와 의료기관 사이의 진료계약에 따라 정해지는 사적자치의 영역이라는 점을 먼저 짚었다.즉 "높다", "과하다"는 인상만으로는 위법한 행위라 단정할 수 없다. 가격에 대한 사후적 평가를 곧바로 불법행위로 연결하는 것은 민법이 허용하지 않는 방식이다.결국 보험사가 넘지 못한 것은 입증의 문제였다. 병원장이 환자와 통정했다거나, 허위 내역으로 보험금 지급을 유도했다거나, 보험사의 법익을 침해하는 수준의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못한 것이다.그래서 이 사건에서 보험사의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높은 비급여 비용 논란은 있었지만, 위법행위는 입증되지 않았고, 관련 유사 사건에서는 대법원 판결까지 확정되었다.사례 2: 형사 유죄 판결이 있어도 자동으로 민사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 (2022가단5395188)이 사례 또한 우리 사무실에서 진행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더 실무적인 쟁점이 부각된다. 보험사는 수술비 과다 청구와 함께 브로커를 통한 불법 환자유치를 문제 삼았다. 특히 환자유치 부분에서는 의료법 위반 형사 유죄판결까지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법원은 먼저, 해당 진료와 검사가 실제로 시행되었고, 그 내역이 환자들에게 일관되게 적용되었으며, 환자들이 그에 따라 보험금을 청구했다면 이를 곧바로 허위청구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그리고 더 중요한 판단이 이어진다. 의료기관이 비급여 금액을 정할 때, 보험사의 손익까지 고려하여 가격을 설정해야 할 법적 의무는 인정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민법과 의료법은 제3자의 손익을 기준으로 진료계약을 통제하지 않는다.환자유치 부분도 마찬가지다. 환자가 브로커를 통해 유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보험금 지급과의 상당인과관계가 자동으로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환자유치의 위법성은 의료법 질서의 문제이고, 보험금 지급으로 인한 손해는 별도의 인과관계 문제다.사례 3: 위법이 있어도 손해와의 인과관계가 없으면 책임은 성립하지 않는다 (2022가합543378)이 사건은 보험사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인 상당인과관계를 잘 보여준다. 보험사는 병원이 운영한 발달치료 프로그램이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이를 언어치료(MZ006)인 것처럼 청구하여 약 8억 원의 보험금이 지급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병원장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라고 구성했다. 그러나 법원은 먼저 이 사건 프로그램이 의사의 진단과 관여 아래 진행된 치료행위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언어재활사나 놀이치료사 등 다양한 치료사가 참여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의료행위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다음 판단이다. 법원은 설령 일부 위법성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보험사의 손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진료비는 환자와 의료기관 사이의 진료계약에 따라 발생하고, 보험금 지급은 환자가 자신의 보험계약에 따라 청구한 결과이므로, 의료기관의 행위와 보험사의 손해 사이에는 별도의 상당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법원은 이 사건에서 그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요컨대 진료비 청구의 위법성 문제와 보험금 지급으로 인한 손해는 자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보험사가 병원장을 상대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단순한 위법성 주장만이 아니라 그 행위가 보험금 지급이라는 결과를 직접 초래했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맺음말지금까지의 판결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지점은, "비급여가 비싸다", "진료가 의심스럽다", "환자유치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통정, 기망, 위법성, 손해, 그리고 상당인과관계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야 하고, 그 연결고리는 구체적인 증거로 입증되어야 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보험사의 소송은 자주 기각되고 있다.그렇다고 해서 병원 입장에서 안심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진료 자체가 정당하더라도, 기록이 빈약하거나 설명이 누락되어 있거나, 진료 과정과 결과가 하나의 이야기로 정합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보험사는 그 틈을 파고들어 민사에서 형사로, 다시 행정적인 제재로 전선을 확장해 나간다. 실제 분쟁의 양상은 "금액이 적정한가"를 따지는 문제에서 시작되지만, 결국에는 "그 진료가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가"의 문제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결국 이 싸움의 본질은 비급여 진료의 가격이 아니라, 진료의 실체와 그에 대한 기록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남아 있는가의 문제다. 보험사는 계속하여 분쟁 구조를 바꾸었지만, 판결이 요구하는 기준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기준을 가장 안정적으로 충족시키는 방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 가능한 진료, 그리고 그 과정을 남기는 기록이다.
2026-03-23 05:00:00의료판례칼럼

채혈, 법원은 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나

[메디칼타임즈=정재훈 변호사] 의료 현장에서 '관행'이라는 단어는 때로 법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특히 치과 진료 과정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위해 환자의 혈액을 채취하는 '자가혈 치료술'은 매우 빈번하게 이루어지지만, 이를 누가 수행하느냐에 따라 법적 책임은 하늘과 땅 차이로 갈린다. 최근 판결은 치과위생사에게 채혈을 지시한 치과의사에게 내려진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하며, 의료인의 업무 범위에 대한 엄격한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치과위생사의 채혈 행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였다. 원고인 치과의사 A씨는 자신의 행위가 '의료기사의 업무 범위를 벗어나게 한 것'에 해당하므로 15일의 자격정지가 적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이를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것'으로 보아 3개월의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법원의 판단은 단호했다. 재판부는 '의료기사에게 그 업무 범위를 벗어나게 한 때'에 의료인이 직접 해야 하는 의료행위를 의료기사에게 시술하도록 하는 경우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였다.재판부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치과위생사에게 채혈을 지시한 행위가 '의료기사의 업무 범위를 벗어나게 한 것'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먼저 치과위생사에게 채혈을 지시한 행위가 '의료기사의 업무 범위를 벗어나게 한 것'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① 의료기사가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와 ② 의료기사 이외의 자가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를 비교해 보면, ① 의료기사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는 15일의 자격정지 사유에 해당하는 반면, ② 의료기사가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는 3개월의 자격정지 사유에 해당하게 된다. 그런데 의료기사의 종류도 다양하고 의료행위의 범위도 매우 넓으므로 의료기사라 하더라도 허가된 업무 범위 외의 업무에 대하여는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없고, 의료기사가 아닌 자가 해당 업무를 하는 것과 비교하였을 때 보건위생상 위해 가능성이 낮다고 단정할 수 없음에도, 그 제재 양정에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게 되어 부당하다는 것이다.다음으로 치과위생사에게 채혈을 지시한 행위가 '의료기사의 업무 범위를 벗어나게 한 것'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① 의료기사가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와 ③ 의료인이 면허범위를 벗어나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를 비교해 보면, 의료기사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도록 한 경우 15일의 자격정지 사유에 해당하는 반면, ③ 의료인이 면허 범위를 벗어나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3개월의 자격정지 사유에 해당하게 된다. 의료기사로 하여금 의료인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하도록 한 경우 의료인이 면허 범위를 벗어나 의료행위를 하는 것과 비교하였을 때 보건위생상 더 큰 위해가능성이 초래될 수 있음에도, 의료인이 면허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하였을 때보다 훨씬 경미한 행정처분기준을 적용받게 되어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의료기사에게 그 업무 범위를 벗어나게 한 때'란 의료인이 진료기록부를 의료기사로 하여금 대신 작성하도록 하는 경우와 같이, 의료행위 외에 의료기사의 업무범위에 속하지 아니하면서 의료인이 직접 하여야 하는 업무를 의료기사가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그 업무 범위를 벗어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며, 관련 규정의 해석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570명의 환자에게 수행된 채혈 지시는 결국 3개월의 자격 정지라는 무거운 결과로 돌아왔다. 의료계는 이번 판결을 거울삼아, 지금 우리 병원에서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분업이 혹시 '위험한 관행'은 아닌지 자문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법은 현장의 사정보다 면허의 원칙을 더 무겁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2026-03-16 05:00:00의료판례칼럼

사무장병원과 관련된 상담사례들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과거 사무장병원이라고 하면, 흔히 실질적 운영자인 '사무장'이 따로 있고 의사는 그 아래에서 월급을 받으며 이름만 빌려주는, 이른바 '바지사장' 구조를 의미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사무장병원의 모습은 훨씬 더 복잡해지고 있다. 비의료인의 투자를 받아 병원을 개설하거나, 허용되지 않는 방식의 동업계약을 체결하거나, 법인을 매개로 투자와 수익배분 구조를 설계하는 등, 외형상으로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한 형태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오늘은 최근 1~2년 동안 우리 법무법인이 직접 수행하거나 상담했던 여러 사례들을 바탕으로, 오늘날 사무장병원이 어떤 방식으로 문제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려 한다.의료기관 내 센터 동업, 왜 의료법 위반이 될 수 있을까A원장은 이미 피부과 의원을 개원하여 운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반영구문신으로 이름이 알려진 Z사장으로부터 동업 제안을 받게 되었다. 제안의 내용은 이러했다. A원장이 운영하는 의원의 윗층 공간을 별도로 임차하여 "OO의원 반영구화장센터"를 만들고, Z사장이 그 센터의 운영을 사실상 맡되 발생하는 수익의 50%를 A원장에게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시설 확장을 위한 인테리어 공사 역시 Z사장이 직접 부담하여 진행하겠다고 했다. A원장은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고 생각하여 이를 수락하였으나, 결국 인근 병원의 제보로 이른바 사무장병원 관련 조사를 받게 되었다.A원장은 우리 사무실을 찾아와 상담할 당시만 하더라도, 자신이 왜 사무장병원 혐의로 수사를 받아야 하는지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의료기관 전체의 운영은 여전히 자신이 주도하고 있고, 문제된 것은 특정 센터에 관한 동업 구조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의료기관 내 특정 진료 영역 또는 센터를 비의료인과 함께 운영하면서 투자, 운영, 수익배분을 약정하는 것만으로도 의료법 제33조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자, 사안의 위험성을 곧 이해하게 되었다.이와 같은 구조는 현장에서 의외로 자주 발견된다. 명목상으로는 '센터 협업'이나 '공간 분리 운영'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일부를 투자·운영하고 그 수익을 배분받는 구조라는 점에서 의료법 위반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부산지방법원에서 문제된 의사와 비의료인의 발달센터 동업 사례 역시 이러한 위험을 잘 보여준다.MSO 법인을 통한 투자 유치, 어디서부터 위험해지는가몇 년 전부터 병원경영지원회사(MSO)를 매개로 투자금을 유치하려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물론 제도권 안에서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자금 조달은 법인 운영과 확장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될 수 있는 경영 판단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법인이 병원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면 이야기는 전혀 단순하지 않다.법인이 조달한 자금을 곧바로 병원 운영자금으로 투입하거나, 그 자금을 매개로 비의료인이 병원의 개설·운영 또는 수익에 실질적으로 관여하게 된다면 의료법 위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겉으로는 회사에 대한 투자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병원에 대한 투자로 평가될 위험이 늘 존재한다.그래서 실무적으로는 법인이 투자받은 자금을 병원에 직접 투입하기보다는, 별도의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독립적인 플랫폼 사업, CSO 사업, 네트워크 사업 등 비의료 영역에 활용하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구조로 검토되곤 한다. 과거에는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 사업이 주로 거론되었다면, 최근에는 플랫폼, 마케팅, CSO, 외국인환자유치업 등으로 사업의 외연을 넓히려는 시도가 많다.하지만 현실에서는 병원과 법인의 자금 흐름, 인력 운영, 거래 구조를 완전히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서류상으로는 병원 밖의 법인에 대한 투자라고 하더라도, 실제 운영 과정에서 병원과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의료법 위반 문제가 불거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쟁점과 관련한 사건들 중 일부는 현재도 수사기관 단계에서 진행 중이고, 그중에는 우리 법무법인이 직접 대응하고 있는 사례도 포함되어 있다.결국 중요한 것은 "법인이 투자를 받았는가" 자체가 아니라, 그 투자금이 어떤 경로로 사용되고, 그 결과 누가 병원의 운영과 수익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가이다. 실제로 상담 현장에서는 투자계약서만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자금 사용처와 수익배분 약정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사무장병원 의심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들이 적지 않다비의료인의 시설 투자와 고액 임대료, 임대차로만 볼 수 있을까최근 B원장은 P주식회사로부터 한 가지 제안을 받았다. 요지는 이렇다. "공유오피스처럼 우리 회사가 괜찮은 건물을 임차하고, 인테리어 공사와 의료장비까지 모두 갖춰 놓을 테니, 원장님은 그 공간에 들어와 진료만 하시면 됩니다. 다만 일반적인 임대차와는 달리, 시설에 상응하는 수준의 높은 임대료를 부담하셔야 합니다."이와 같은 유형의 상담을 처음 접한 것은 약 3~4년 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대차 구조 자체는 MSO를 활용하는 사업에서 이미 익숙한 방식이었지만, 시설과 장비를 모두 갖춘 상태로 의료인에게 넘기고 그 대가로 고액의 임대료를 받는 모델은 당시에도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이 부분은 실무 감각만으로 판단하기보다 보건복지부의 공식 입장을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문서 질의를 진행하였다. 당시 회신의 취지는, 병원 시설에 관한 임대차 자체를 일률적으로 금지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하지만 여기서 곧바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이 구조 역시 의료법상 여러 쟁점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일반 상가나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임대차 모델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병원 개설 구조와 결합하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임대인이 시설 투자비를 부담하고, 의사는 상대적으로 적은 초기 비용으로 병원을 개설하며, 그 대가로 시세를 상회하는 임대료를 장기간 지급하는 구조라면, 그 높은 임대료가 단순한 차임인지, 아니면 사실상 의료기관 수익에 연동된 보상 내지 수익배분의 성격을 띠는지 문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의사가 개설비용을 거의 부담하지 않은 채 병원을 시작하고, 비의료인이 선투자한 시설비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고액의 임대료를 지급하는 구조는 수사기관이나 행정당국의 시선에서 결코 가볍게 넘어가기 어렵다. 외형상으로는 임대차라고 설명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과 운영에 깊이 관여하고 그 경제적 성과를 회수하는 구조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물론 그렇다고 하여 이러한 구조가 언제나 곧바로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앞서 본 보건복지부의 행정해석에서도 드러나듯, 시설 임대차 자체를 일률적으로 금지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현장에서도 B원장의 사례와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유사한 방식으로 개설비용을 절감하거나 개원 초기 부담을 줄이려는 시도는 적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이 구조는 일반적인 MSO 방식보다도 검토해야 할 요소가 훨씬 많고, 자칫 설계를 잘못하면 단순한 임대차가 아니라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운영 관여 또는 수익배분 구조로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병원 매각 후 반복되는 컨설팅 계약, 이중개설 문제로 번질 수 있다C원장은 이미 안정적으로 운영하던 병원을 매각한 뒤, 다른 지역에서 같은 콘셉트의 병원을 새로 열기로 하였다. 다만 기존 병원에서 발생하던 수익을 완전히 포기하기는 아깝다는 생각에, 법인을 내세워 양수인 측과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고 일정 기간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사후 지원이나 자문에 불과한 것처럼 보였지만, 이러한 방식이 두 번, 세 번 반복되면서 어느새 전체 구조가 네트워크 병원과 유사한 형태를 띠게 되었다.이 문제는 엄밀히 보면 전형적인 사무장병원 사안이라기보다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이중개설 금지 위반 여부가 보다 직접적인 쟁점이 된다. 실제로 네트워크 병원을 구상하는 의료인들이 비교적 손쉽게 접근하는 방식이기도 하고, 그만큼 실무상으로도 유사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된다.이 유형의 사건에서 문제되는 것은 계약서의 제목이 아니다. 병원을 매각했다고 하면서도 양수도대금은 불분명하고, 차용증은 허술하며, 이후에도 컨설팅비나 수수료라는 이름으로 상당한 금원을 계속 받아 간다면, 조사기관이 이를 곧이곧대로 '정상적인 자문계약'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결국 이 사건의 성패는 모든 거래가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병원을 판 뒤에도 사실상 계속 지배하고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였는지에 달려 있다.조사가 시작되었다고 해서 끝난 것은 아니다앞서 소개한 사례들은 모두 경찰 조사까지 이루어진 사안들이다.실무상 이러한 사건들을 다루다 보면, 처음에는 단순한 사업 제안이나 무난한 계약처럼 보였던 구조가 나중에는 예상보다 훨씬 큰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일단 조사가 시작되면 병원과 원장이 겪는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다. 자료 제출 요구와 반복적인 소명, 수사기관 출석, 주변 거래처나 직원들의 동요, 금융기관 및 협력업체와의 관계 악화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요양급여비용 지급보류나 각종 행정적 제재 가능성까지 현실적인 압박으로 다가온다. 원장 개인으로서도 형사처벌 가능성에 대한 불안, 병원 운영 차질, 평판 훼손에 대한 염려까지 겹치면서 상당한 정신적·경제적 부담을 겪게 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가 시작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결론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외형만 보고 지나치게 비관했던 사안이, 실제 자금 흐름과 운영 관계를 충실히 설명한 끝에 수사 단계에서 무혐의로 정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이 영역에서는 처음의 선택도 중요하지만, 문제가 발생한 이후 어떤 자료를 갖추고 어떤 논리로 대응하느냐 역시 못지않게 중요하다. 따라서 억울한 조사를 받게 되었더라도 초기에 체념하기보다는, 거래 구조와 실제 운영 관계를 끝까지 정리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6-03-09 05:00:00의료판례칼럼

환자가 진료기록 삭제를 요구하면?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실제 우리 사무실에서 자문하고 있는 병원에서 발생한 일이다.최근 A원장은 환자 B씨로부터 "보험 가입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진료기록의 삭제와 변경을 요구받았지만,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B씨는 보건소에 의료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수술을 진료기록에 허위로 기재하고, 요양급여를 허위 청구하였다"는 취지의 악성 민원을 제기했다.의료기관은 즉시 자체 점검을 해보았고, 그 결과 수술과 처치는 모두 실제로 시행되었으며 진료기록도 전반적으로 정확하게 작성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나아가 해당 수술들에 대하여 DRG 방식 단기입원으로 건강보험 청구를 한 것 역시 보험 규정에 부합하는 정당한 행위임이 확인되었다.그런데 문제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발생했다. A원장은 진료기록에 수술 부위가 "3시 방향"으로 기재되어 있는 반면, 사진상으로는 "6시 방향"으로 보인다는 점을 발견했다. 단순 오기라고 판단한 A원장은 기록을 더 완벽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해당 표현을 "6시 방향"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건소는 바로 이 행위를 문제 삼아 지적했다.그렇다면 A원장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이 사례에는 진료기록의 '내용'만큼이나 진료기록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특히 사후 정정이 어떤 법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관한 중요한 교훈이 담겨 있다. 이 사건을 통해 도출할 수 있는 교훈과 반드시 알아야 할 법률적 원칙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원칙1: 진료기록의 작성·보존 의무와 삭제 불가 원칙의료기관과 의료인은 의료법에 따라 진료기록을 정확하고 충실하게 작성하고, 일정 기간 보존할 법적 의무가 있다. 의료법 제22조 제1항은 "의료인은 환자의 주된 증상, 진단 및 치료내용 등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진료기록부 등에 대한 상세 기재 의무를 분명히 하고 있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료기록의 진실성이다. 진료기록은 단순한 내부 메모가 아니라, 진료의 경과와 의학적 판단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료이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사실관계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그래서 의료법은 진료기록의 허위작성이나 임의수정에 대해 매우 엄격한 태도를 취한다.의료법 제22조 제3항은 "의료인은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여, 진료기록의 허위 작성은 물론이고 허위 추가 기재·수정까지 명확히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이 함께 뒤따를 수 있다. 의료법 제88조에 따르면 진료기록부 허위기재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 대상이고,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해당 의료인에게 1년 이내의 면허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다.따라서 A원장이 B환자의 진료기록 삭제 요청을 거부한 것은 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매우 적절한 대응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원칙2: 진료기록 정정·추가기재 시 '원본 보존'과 '수정 이력'이 남아야 한다A원장이 수술 부위를 잘못 기재한 것은 고의가 아니므로 그 자체로 곧바로 죄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실제와 다르게 기재된 부분을 바로잡는 것 자체도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디에서 발생한 것일까.의료법 제22조 제2항은 진료기록부 등의 기재 사항을 추가기재하거나 수정하는 경우, 의료인이 그 추가기재·수정 내용과 함께 원본도 보존해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즉, 기록을 정정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이 '원본을 지우고 새로 갈아끼우는 방식'이어서는 안 되고, 수정 전 상태와 수정 후 상태가 모두 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존기간은 시행규칙에 위임되어 있고, 시행규칙 제15조에 따라 예컨대 진료기록부는 10년, 수술기록은 10년, 처방전은 2년 등으로 각각 정해져 있다.그런데 A원장은 사실에 맞게 진료기록을 완벽하게 만든다는 생각으로, 잘못 기재된 수정 전 원본을 별도로 보존하지 않은 채 기록을 고쳐버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 부분은 실제 의료현장에서 매우 많은 의료인들이 간과하는 지점이기도 하다.이 경우, 설령 A원장에게 허위작성이나 은폐의 고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원본과 수정 내용을 함께 보존해야 한다'는 절차적 의무를 위반한 것만으로도 법 위반이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단순한 '주의' 수준에 그치지 않고, 사안에 따라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따라서 이 법조항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실무: 환자의 진료기록 삭제·수정 요구, 병원이 거절해야 하는 기준병원을 운영하다 보면 상식 밖의 요구를 하는 이른바 '진상 환자'를 어렵지 않게 마주하게 된다. 이 사안처럼, 자신의 법적 상황에 유리하도록 진료기록을 수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B환자와 같은 경우도 그중 하나다. 그렇다면 의료기관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우선 원칙은 분명하다. 환자가 자신의 진료기록을 삭제하거나 수정해 달라고 요구하더라도, 의료기관은 이를 함부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와 내부 기준을 명확히 세워두어야 한다. 최근에는 "내 개인정보이니 내가 원하면 고쳐 달라"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얼핏 들어서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진료기록에 환자의 개인건강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과, 그 기록의 관리·보존 체계는 별개의 문제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15조에 따라 진료기록부 등의 법정 보존기간이 남아 있는 동안에는, 개인정보보호법상 삭제 요구권보다 의료법상 보존 의무가 우선 적용된다. 따라서 법정 보존기간 내에는 기록을 폐기하거나 삭제할 수 없다.또한 진료기록의 작성 및 관리 권한은 환자가 아니라 의료인에게 있다. 의료법상 진료기록은 의료행위의 일부로서, 의료인의 면허와 책임 하에 작성·유지되는 공적 성격의 기록이다. 환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기록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임의로 변경하거나 삭제할 권리는 없다. 오히려 의료기관이 환자의 요구만을 이유로 기록을 수정하거나 삭제한다면, 그 행위 자체가 의료법 위반으로 평가될 수 있다.따라서 환자에게는 관련 법령을 근거로 "진료기록은 의료법상 일정 기간 보존이 의무화되어 있어 삭제가 불가하다"는 점을 명확히 안내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러한 설명과 거부 과정 역시 분쟁에 대비하여 문서나 차트에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특히 B환자와 같이 보험 가입이나 보험금 청구와 관련하여 기록 삭제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이는 보험사고를 은폐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소지가 있고, 의료인이 이에 응할 경우 보험사기 공모 또는 방조로까지 법적 책임이 확장될 위험이 있다. 실제 판례에서도 환자의 보험금 편취를 돕기 위해 진료기록을 거짓 기재한 의사가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존재한다. 이러한 행위는 단순한 의료법 위반을 넘어 보험사기 관련 범죄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물론 모든 정정 요청을 일률적으로 거부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진료기록상 명백한 오기나 사실관계의 보완이 필요한 경우에는, 의료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사후 추가기재의 방식으로 보충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원본 기록을 훼손하거나 삭제하지 않고, 정정의 경위와 근거를 함께 남겨 두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결국 의료기관이 지켜야 할 기준은 단순하다. 진료기록은 환자의 요구에 따라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문서가 아니라, 의료인의 책임 하에 작성·보존되는 법적 기록이라는 점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것이다.보건소 민원 대응: '악성 민원'일수록 문서화·근거자료가 방어의 핵심이다이번 사례에서 A원장은 진료기록부 원본을 보존하지 않아 곤란을 겪기는 했지만, 환자의 주장이 사실무근임을 반박할 수 있을 만큼 진료기록과 근거자료를 충분히 제시할 수 있었기에, 악성 민원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었다.이처럼 환자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허위 주장을 펼치는 경우, 의료기관의 최선의 방어수단은 결국 객관적 자료에 입각한 대응이다. 진료기록부는 의료분쟁에서 의사의 진료가 정당했음을 입증할 거의 유일한 자료에 가깝다. 따라서 평소부터 상세하고 정확하게 작성되어 있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진이나 영상 등 객관적 자료까지 함께 갖춰두면 방어력은 훨씬 강해진다.
2026-02-23 05:00:00의료판례칼럼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이메일 무단수집 거부
메디칼타임즈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방법을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할 시에는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 처벌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