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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장이 직접 '간납사' 운영 괜찮을까

[메디칼타임즈=임원택 변호사(법무법인 문장) ]최근 병원 개설자가 직접 의료기기 유통업체(이하 '간납사')를 설립·운영하여 의료기자재를 납품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간납사 설립을 통해 유통구조를 효율화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구조가 의료법상 '경제적 이익 수수 금지' 규제에 위반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병원장 또는 그 가족이 간납사를 운영하는 것이 적법한지, 운영 과정에서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실무적으로 안내드리고자 합니다.1. 간납사 설립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의료법이나 의료기기법에는 병원장이 간납사를 소유·운영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습니다. 따라서 병원장 또는 가족 명의의 간납사 설립 자체는 원칙적으로 허용됩니다. 문제는 해당 구조가 리베이트 규제에 저촉되는 경우입니다. 의료법 제23조의5, 의료기기법 제13조의2는 의료인이나 개설자가 제조사·판매업자로부터 금전이나 향응 등 '경제적 이익'을 직접 받는 것은 물론, 제3자(법인 등)를 통해 받게 하는 것까지 금지하고 있습니다. 간납사를 통해 의료기기 제조사로부터 리베이트가 우회적으로 병원장에게 귀속된다면 위법 소지가 있습니다. 간납사의 소유 자체보다는 '리베이트의 귀속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2. 간납사의 이윤 자체는 가능하지만, 대가성은 안 된다간납사는 실제 유통 기능(재고·물류·발주·품질관리 등)을 수행하고, 이에 대해 합리적인 범위 내의 마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매상 또는 총판 수준의 업무를 수행하며 5~15% 정도의 이윤을 얻는 것을 두고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간납사가 실질적 업무 없이 제조사로부터 과도한 리턴을 받거나, 매출 연동 인센티브를 수령한 다음 특별한 이유없이 그 이익이 전부 병원장에게 귀속되는 구조라면 '판매촉진 목적의 경제적 이익'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간납사가 실질 업무 수행 없이 유통 마진만 수취하거나, 제조사로부터 과도한 할인·리턴을 제공받거나, 병원과 간납사 사이의 이해충돌을 예방하거나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 전혀 없는 경우에는 위법 판단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3. 간납사 운영시 주의사항은?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식들을 권장합니다. ① 간납사 독립성 확보: 제3자 이사 선임, 회의록 문서화 등으로 실질적 독립 운영, ② 공급가격의 객관성: 복수의 제조사 견적 확보, 시장가격 비교. ③ 이해충돌 회피: 병원 내 구매심의위원회 운영, 병원장·간납사 대표의 심의 회피, ④ 리베이트 방지 조항 삽입: 제조사 계약서에 ‘판매 촉진 목적 리턴 금지’ 명시, ⑤ 증빙 보관: 계약서, 납품내역, 마진 산출자료, 업무일지 등 문서화. ⑥ 대가성 부정 구조 설계: 공급단가가 실적과 연동되거나 리턴 형태로 지급되지 않도록 구성결국 간납사 설립·운영은 법적으로 가능하나, 이를 통해 병원장이 우회적으로 리베이트를 수수하는 구조라면 의료법, 형법 위반 등의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형식'보다 '실질'이 중요하므로, 내부통제 장치, 문서화, 이해충돌 회피 등의 구조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병원장이 간납사를 통해 의료기기 유통의 자율성을 확보하려면 사전에 법률자문을 통해 구조를 설계하고, 투명성과 객관성을 충분히 갖추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의료 관련 법령을 보면 허용하는 것과 금지하는 것 사이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불확실할 땐 '진짜 받았느냐'보다 '받은 것으로 보일 오해를 살 수 있는냐'를 검토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2025-09-15 05:30:00의료판례칼럼

보톡스 광고, 괜찮을까?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BHSN) ]보톡스 광고, 괜찮을까? 전문의약품 광고 규제의 현실의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전문의약품 광고 금지 규정피부과를 운영하는 A원장은 최근 보건소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그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보톡스”라는 단어가 전문의약품 광고에 해당하므로 제재 대상이 된다는 것이었다. 순간 황당한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해 본 A원장은 수많은 의원들이 “보톡스 시술 ○○원”과 같은 광고를 버젓이 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왜 나만 단속을 당하는가’ 하는 억울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A원장은 우리 법무법인에 도움을 요청했고, 나는 안타깝지만 광고를 즉시 중단하고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아보라는 조언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법률의 규정우리 법체계에서 약사법은 전문의약품(처방약)에 대한 대중 광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는 의약품 제조사나 의료기관을 가리지 않고,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한 모든 전문의약품 광고 행위가 불법임을 뜻한다. 예컨대 최근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비만치료제를 홍보하고자 하더라도, “위OO”라는 단어 하나조차 공개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이러한 규제의 취지는 분명하다. 환자가 의사와의 상담이나 처방 없이 광고에 현혹되어 약을 구입하는 일을 방지하고, 반드시 의료인의 전문적 판단을 거쳐 안전하게 약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다만, 법령은 극히 제한적으로 두 가지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감염병 예방 목적의 의약품 광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일정 전염병 예방용 백신 등은 대중 광고가 허용된다. 예를 들어 국민 보건을 위해 독감 백신 접종을 권장하는 광고는 이 예외에 해당한다.전문가 대상 전문지 광고: 의사·약사 등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학술지나 의학 전문 매체에 한해 전문의약품 광고가 허용된다. 즉, 전문의약품 정보는 의료인만 접할 수 있는 채널을 통해서만 전달될 수 있으며, 일반 대중 매체에서는 일절 금지된다.더 나아가 전문의약품을 직접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를 암시하는 방식의 간접 광고 역시 금지된다. 특정 질병이나 증상을 통해 특정 처방약을 연상시키는 광고 또한 위법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요컨대 전문의약품 광고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는 허용되지 않으며, 법령이 인정한 한정된 범위 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병원 입장에서 광고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예컨대 병원이 고혈압 약, 당뇨약, 탈모 치료제와 같은 경구 처방약을 직접 홍보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러한 전문의약품의 이름·효과·가격 등을 일반 대중을 상대로 광고하는 행위는 명백히 약사법 위반에 해당한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광고 및 전문의약품 정보제공 가이드라인」을 통해 매우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의약품광고 및 전문의약품 정보제공 가이드라인에 따라 금지되는 행위들]그렇다고 해서 모든 형태의 간접 광고까지 일률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의료법은 의료인의 병원이나 진료기술에 대한 광고, 예컨대 전문성·시설·치료법 소개 등은 일정한 범위 내에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원이 “자가주사형 비만치료 프로그램 시행”과 같이 치료 과정이나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것은 의료광고로 볼 수 있지만, “특정 약품으로 체중 감량 효과”를 직접 강조하는 경우에는 의약품 광고로 간주될 수 있다. 결국 의료기관은 치료법을 안내할 때 특정 약의 상품명이나 효능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또한 광고의 매체 역시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홍보는 물론, 병원 내·외부 배너나 안내 문자 역시 모두 법의 규제를 받는다. 매체의 종류를 불문하고, 환자 등 일반인이 볼 수 있는 공간에 처방의약품의 이름이나 효능을 드러내는 홍보물을 게시한다면 이는 약사법상 ‘대중광고’로 평가되어 제재 대상이 된다. 설령 광고 내용이 의학적 사실과 부합하더라도, 법이 금지한 대상을 노출했다면 위법이 되는 것이다.다만, 이미 병원을 방문한 환자에게 진료 안내 차원에서 원내 게시물을 통해 “삭센다 처방 가능”과 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이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광고라기보다는 병원 내 환자 안내에 가깝기 때문에, 곧바로 위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이 부분은 다툼의 여지가 있는 영역이라 실무적으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사례별 위법성 검토이제 다시 A원장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지만, “보톡스”는 사실상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대표하는 상표명이다. 피부과나 성형외과에서 흔히 “보톡스 시술”이라는 표현을 광고에 사용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엄밀히 따지면 ‘보톡스’는 특정 제약회사의 전문의약품 상품명이므로 약사법상 광고 금지 대상에 해당한다고 시정요구를 하고는 한다.그러나 이미 ‘보톡스’가 성분명이나 시술명처럼 고유명사화되었다는 점을 들어 이를 불법 광고로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사전자율심의기준」에는 보톡스 등 이미 대중화된 의약품의 일반명칭은 표기 가능한 것으로 설명되어 있다. 이 때문에 “보톡스”라는 단어 자체는 전문의약품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다만, 관할 지자체가 사용을 제한한다면 현실적으로는 광고를 즉시 중단하고, 민간심의기구의 심의를 받아 심의필을 획득한 후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다.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민원이 잦은 삭센다(Saxenda)와 위고비(Wegovy) 역시 모두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비만 치료 주사제)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이들 명칭은 아직 고유명사화되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제재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병원 블로그, 홈페이지, 또는 외부 배너에 “우리 병원에서 삭센다/위고비 처방 가능”이라고 홍보하는 것은 불법 광고로 평가될 수 있다. 실제로 한 의원이 삭센다의 효능을 온라인에 홍보했다가 약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례가 있었고, 1심과 2심 판단이 엇갈린 끝에 결국 벌금형 처벌을 받은 바 있다.따라서 “OOO 5만 원 이벤트”와 같이 처방약 상품명을 직접 내건 광고 문구는 자제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비만치료제 처방”처럼 안전한 문구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직 보건소로부터 단순한 시정요구를 받은 단계라면, 신속히 광고물을 수정해 사안이 확대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만약 보건소의 시정요구에 응하지 않고 계속 전문의약품 광고 금지를 위반할 경우, 의사에게는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이 모두 가능하다. 약사법은 이를 위반한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삭센다 광고와 관련해 의사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존재한다. 의료법상으로는 전문의약품 광고 위반을 직접적으로 규정한 조항은 눈에 띄지 않지만, 의료인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나 의료광고 규정 위반으로 해석해 자격정지 또는 업무정지 처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정보 제공형 또는 복약지도를 위한 게시물의료기관이나 제약사가 환자의 안전한 약물 사용과 복약 순응도 제고를 목적으로 별도의 설명 자료를 제작·제공하는 행위는, 약사법상 ‘정보 제공’의 범주에서 일정 부분 허용될 수 있다. 이는 환자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정보 전달을 인정한 것이다. [의약품광고 및 전문의약품 정보제공 가이드라인에 따라 허용되는 행위와 금지되는 행위]다만, 이러한 허용에는 엄격한 전제가 따른다. 첫째, 정보 제공은 반드시 의사나 약사를 매개로 하여 해당 의약품을 이미 처방받은 환자에게 개별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제약사가 직접 환자에게 자료를 배포하거나, 처방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병원 대기실에 비치하는 행위는 불법 광고에 해당한다.둘째, 자료의 내용 범위 또한 제한된다. 해당 자료는 제품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성격이 아니라, 안전하고 효과적인 사용법 안내에 한정되어야 한다. 예컨대 통증 패치의 부착 요령이나 복용 시간을 기록할 수 있는 달력 제공 등은 허용될 수 있으나, 효능이나 효과를 강조하는 문구는 허용되지 않는다.이러한 규제의 근본 원리는 명확하다. 전문의약품에 관한 정보는 반드시 의료 전문가를 경유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보가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보조하는 목적(처방 후 복약지도)으로 제공될 때는 적법하지만, 진단 및 처방 과정을 우회하거나 사전에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수단(처방 전 광고)으로 기능한다면 이는 불법 광고로 간주된다.맺음말뭐가 이렇게 복잡한가? 싶을 수도 있지만, “전문의약품에 관한 처방은 환자의 요구가 아니라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는 원칙을 생각하면 간단하다. 법은 환자가 광고를 보고 특정 약을 선택하거나 요구하는 상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전문의의 판단을 통해서만 의약품이 사용되도록 설계되어 있다.이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환자의 안전을 보장할 뿐 아니라, 불필요한 법적 위험을 예방하고 의료인의 전문성을 지켜내는 길이다.
2025-09-03 10:28:48의료판례칼럼

CCTV '설명'만으로 개인정보 침해 적용된다

[메디칼타임즈=임원택 변호사(법무법인 문장) ]대법원은 최근 어린이집 원장이 CCTV로 촬영된 보육교사의 근무 태도를 확인한 후, 이를 상급기관에 구두로 보고한 행위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3도18539 판결). 이번 사건은 영상이 아니라 영상을 보고 구두로 그 내용을 전달한 행위도 개인정보 '이용'으로 봤다는 점에서, 영상정보를 다루는 곳들은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병원은 환자, 보호자, 의료진 등 다양한 개인정보 주체가 존재하고, 민감정보를 취급하는 특수한 기관이므로 이번 판결의 시사점이 결코 작지 않다.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개인정보의 이용'에는 개인정보를 수집된 형태 그대로 쓰는 행위뿐만 아니라 수집된 개인정보를 가공, 편집하여 쓰거나 그로부터 정보를 추출하여 쓰는 행위도 포함된다고 하였다. 다른 사람의 초상, 신체의 모습 등이 촬영된 영상은 그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이므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CCTV 영상을 시청한 다음 이를 분석·기록한 정보를 특정 목적을 위해 사용하였다면 이 역시 개인정보의 이용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1항은 개인정보처리자는 수집한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령에 근거하거나 정보 주체의 동의와 같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CCTV를 포함한 모든 개인정보는 처음 수집한 목적 범위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이번 판결에 따르면 병원에서 CCTV를 안전, 범죄예방, 응급상황 대응 등을 이유로 설치한 경우, 해당 목적과 무관하게 환자의 행동을 보호자나 타 직원에게 전달하는 것도 '목적 외 이용'이 될 수 있다. 실제 병원에서는 보호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진료나 처치 과정에 오해가 발생한 경우 CCTV 내용을 확인하거나 설명해야 할 필요성이 자주 발생한다. 이때 환자 본인이 아닌 제3자에게 해당 내용을 구두로 전달하거나, 특정 장면을 인용해 설명하는 경우에도 개인정보의 '이용'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한편 의료기관은 다수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그들의 근무 태도나 환자 응대 과정 등을 점검하기 위해 CCTV 영상을 참고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러한 내부 평가나 징계에 CCTV 영상을 활용할 때도 반드시 개인정보보호법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수원지방법원 2019가합13417 판결을 참고할만하다. A사는 버스내 CCTV를 설치하였는데, 이를 운행 중 휴대전화를 사용한 근로자의 징계자료로 사용하였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A사)는 노사합의로 버스에 CCTV를 설치하고 판독담당직원을 채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버스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을 막으려고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규정과 사실을 종합하면 피고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거나 불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CCTV의 설치 및 CCTV 영상자료의 징계자료 사용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CCTV 설치 목적, 영상 활용의 필요성, 징계의 비례성, 직원의 권리 침해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이다. 다시 말해, CCTV 영상은 무조건적으로 징계에 활용할 수 있는 만능 수단이 아니며, 개별 사안에 따라 법적 정당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결국 병원이 환자나 직원을 대상으로 CCTV 영상을 열람하여 내용을 전달하는 경우, 이는 단순한 사실 확인을 넘어 법률상 '개인정보의 이용' 행위에 해당함을 명심하여야 한다. 병원 내 CCTV 활용을 정당화하려면 반드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충족해야 할 것이다. 첫째, CCTV 설치 목적(공개된 장소인지, 근로자의 동의가 있는지 등)이 명확하고 정당하게 설정되어 있어야 하며, 둘째, 촬영된 개인정보의 활용은 원칙적으로 당초 고지된 목적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셋째, 환자나 직원 등 개인정보 주체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야 하며, 넷째, 가능하다면 사전에 명시적 동의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개인정보 '이용'의 개념을 폭넓게 해석함으로써, 병원과 같은 영상정보를 상시 처리하는 기관에게 보다 엄격한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영상 자료를 활용하는 것이 익숙한 병원 실무에서는, 이제 단순한 참고 수준의 활용조차 형사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병원 내 CCTV는 환자 보호와 분쟁 예방, 의료진의 안정적인 진료를 위해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그러나 이 도구의 활용은 반드시 법령과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무심코 전달한 한 마디 설명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025-09-01 05:00:00의료판례칼럼

의료과오 소송에서 증명책임의 완화

[메디칼타임즈=동방봉용 변호사(법무법인 문장)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신체의 침습성을 전제로 한다. 인체는 다양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의료행위 중 과실이 발생할 수 있다. 그 과실로 인하여 악결과가 발생하면 환자와 의사 사이에 분쟁이 생긴다. 분쟁은 소송으로 이어져 환자는 의사를 상대로 의료과오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게 된다. 이 때, 환자는 의사에게 통상 민법 제750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묻는다. 위와 같이 의료상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통상의 소송과 마찬가지로 환자 측에서 손해가 발생하는 것 외에 의사의 주의의무위반, 그 주의의무위반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주장·입증해야 한다.그러나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는 대표적인 전문분야로 의사 측에 정보가 편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환자가 의료행위에 있어 과실을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고 현대 의학지식 자체의 불완정성 등 때문에 진료상 과실과 환자 측에게 발생한 손해(기존에 없던 건강상 결함 또는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거나, 통상적으로 회복가능한 질병 등에서 회복하지 못하게 된 경우 등) 사이의 인과관계는 환자 측뿐만 아니라 의료진 측에서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대법원은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환자측에서 의료과오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경우 환자측의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법리를 형성했다. 즉, 대법원은 '환자 측이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수준에서 통상의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위반 즉 진료상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의 존재를 증명하고, 그 과실이 환자 측의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인과관계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여기서 손해 발생의 개연성은 자연과학적, 의학적 측면에서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될 필요는 없으나, 해당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의학적 원리 등에 부합하지 않거나 해당 과실이 손해를 발생시킬 막연한 가능성이 있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에는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 즉,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하여 추정의 한계를 설정하였다(대법원 2024. 9. 27. 선고 2024다204665 판결).다만,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되는 경우에도 의료행위를 한 측에서는 환자 측의 손해가 진료상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여 추정을 번복시킬 수 있다고 하여 의사 측에서 그 추정을 번복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벗어날 수 있다(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대법원이 설시한 법리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첫 번째 사례를 본다. A는 수술 당시 혈압이 급격히 저하되었다가 의료진의 처치로 회복되었다가 다시 저하되는 등 저혈압 증상이 반복되었다. 그런데,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활력징후가 급격히 하강하면서 활력징후 감시장치 경보음이 울렸고, 경보음을 들은 간호사가 4차례에 걸쳐 마취 후 수술장을 떠난 마취과 전문의 B에게 전화를 하였는데, B는 전화로 간호사에게 지시하기는 하였으나 수술실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B는 최초 통화 후 40여분이 지난 후에야 수술실로 돌아와 A의 상태를 확인하고 처치하였으나, A는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하였다. 위 사례에서 대법원은 '마취 중 망인에 대한 감시 업무를 소홀히 하여 응급상황에서 간호사의 호출에 즉시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제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못한 과실'을 인정하고, '만약 소외 1이 간호사 호출에 대응하여 신속히 혈압회복 등을 위한 조치를 하였더라면 저혈압 등에서 회복하였을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하여 위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였다.두 번째 사례를 본다. C는 D병원에서 좌측 제5요추-제1천추 미세현미경하 요추 추궁절제술 및 추간판제거술(이하 ‘이 사건 수술’이라 한다)을 시행받고 퇴원하였다. 그런데, 퇴원 후 10일이 지나 고열 등으로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수술부위 감염이 의심되어 혈액배양검사를 시행하였고, 그 결과 엔테로박터 에어로게네스(enterobacter aerogenes)균이 확인되었다. C는 척추내 경막상 농양으로 진단받았다. 이에 C는 D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위 사례에서 대법원은 ① 수술 후 급성감염은 1-2주 사이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수술 후 퇴원 시까지 별다른 감염소견을 보이지 않았던 점, ② 염증의 원인균으로 확인된 엔테로박터 에어로게네스균은 장내세균으로 면역성이 감소해 있는 환자에게서 기회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C의 다른 신체 부위에 있던 원인균이 혈류를 통해 이 사건 수술부위의 감염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쉽게 배제하기는 어려운 점, ③ 병원감염은 그 발생 원인이 다양하고 이를 완전히 예방하는 것은 현대 의학기술상 불가능하므로, C의 감염증 발생이 이 사건 수술 중의 직접 감염에 의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 자체만을 들어 곧바로 감염관리에 관한 진료상의 과실을 추정할 수 없다는 점, ④ 원인균이 병원감염을 시사하는 것이기는 하나, 그것만으로 C의 감염증이 감염예방 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진료상 과실로 인해 발생하였다고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는 사정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진료상 과실을 추정하거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없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위 두 사례에서 보듯이 구체적 사안에 따라 대법원은 의료과오 소송에서 입증책임에 관한 법리를 통해 환자와 의사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고 한다.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의 법리는 구체적 타당성과 법적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추를 찾으며 형성된 것이다. 앞으로 더 발전된 판례의 법리를 기대해 본다.
2025-08-25 05:00:00의료판례칼럼

의사들이 꼭 알아야할 SNS 광고법률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BHSN) ]SNS 광고, 모두 심의 대상? 의사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판결 요지 - 서울행정법원 2024구합74779 판결보건복지부는 작년(2024년)부터 블로그나 SNS 개인 계정에 게시되는 의료광고물에 대해서도 사전 심의 의무를 공식화하였고, 이는 의료 광고 시장 전반에 상당한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어 이른바 ‘치료 전후 사진’의 경우, 로그인 절차 없이도 광고에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공식 행정해석으로서 여전히 유효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인스타그램 광고에 치료 전후 사진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 (즉, 로그인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사전 심의 대상이다).문제는 이 심의 절차를 거치게 되면,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간신히 조건부 승인을 받더라도 마케팅에 핵심적인 요소들이 삭제되거나 수정된 채로만 허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결국 이전처럼 효과적인 광고를 집행하기 어려워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법령의 내용의료법 시행령 제24조는 사전 심의 대상 매체의 범위를 규정하면서,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 명 이상인” 인터넷 매체 및 SNS 등을 그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를 통해 필수적 사전 심의 대상인 인터넷 매체 목록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그러나 현재는 어느 매체가 일일 평균 이용자 수 10만명 이상인지 확인이 어려울뿐더러, 이 규정은 문언상 모호함을 내포하고 있어, “일일 평균 10만 명 이용” 기준을 개별 계정 단위로 적용해야 하는지, 아니면 플랫폼 전체의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에 대해 해석상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보건복지부가 명시적으로 행정해석을 내놓았음에도 말이다.그런 와중에, 2025년 7월경 선고된 서울행정법원 2024구합74779 판결은 이 쟁점을 정면으로 다루었고, 결국 1심 재판부는 보건복지부의 입장을 받아들여 플랫폼 전체의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서울행정법원 2024구합74779 판결의 요지재판부는 의료법령의 취지와 규정 내용을 종합적으로 해석한 결과, 페이스북·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은 일일 평균 이용자가 10만 명을 훨씬 상회하는 매체에 해당하므로, 개별 계정의 이용자 규모와 무관하게 해당 플랫폼을 통한 광고는 모두 사전 심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즉, 의료법 시행령에서 정한 “일일 평균 이용자 수 10만 명 이상”이라는 기준은 개별 계정 단위가 아니라 플랫폼 단위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나아가 재판부는 이러한 규제가 의료인의 표현의 자유 및 직업수행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판결문은 “허위·과장된 의료광고를 사전에 차단하고, 국민에게 올바른 의료정보를 제공한다는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설시하였다. 또한 심의 절차를 거친 뒤에는 광고 자체가 여전히 가능하므로 제한의 범위가 과중하지 않으며, 따라서 비례성 원칙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아울러 “의료광고 사전심의 절차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 장치로서, 공익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하면서, 경고 처분을 받은 의사 A씨가 주장한 행복추구권 및 표현의 자유 침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현재 원고 측에서 항소하여 사건은 항소심에 계속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2025년 8월 현재 기준).판결의 아쉬움에 대하여이번 쟁점의 핵심은 시행령 제24조에서 규정한 “일일 평균 이용자 수 10만 명 이상인 매체”라는 문구의 해석에 있다. 과연 이 조항만으로도 “하루에 100명 정도만 방문하는 내 개인 블로그도 사전심의 대상이 된다”는 생각을 직관적으로 할 수 있을까. 의료인이나 광고주 입장에서는 “내 블로그나 계정은 이용자가 10만 명이 안 되니 심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오인하기 충분하다.실제로 내가 정기적으로 자문하고 있는 의료기관이나 병원 광고업체 담당자들은 “스레드 같은 신규 플랫폼도 심의 대상입니까?”, “작년에 생긴 플랫폼인데 관할 보건소에서 심의 대상이라고 합니다”, “대체 어디서 일일 10만 명 이상 이용 매체를 확인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해당 규정이 명확하다고 단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우리 법무법인에서 수행 중인 관련 형사 사건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례와, 보건복지부 행정해석을 곧이곧대로 적용해 벌금형 선고를 받은 사례가 혼재해 있다. 이처럼 규정 문언이 평균적인 규제대상자에게 명료하게 인식되지 않는다면 이는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명확성 원칙은 형사처벌이나 기본권 제한을 수반하는 규정에서 더욱 엄격히 요구된다. 의료광고 사전심의 의무 위반의 경우 행정처분(경고, 업무정지 등)은 물론 형사처벌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실제로 의료법 제63조 제2항은 사전심의 위반 광고에 대해 행정처분과 형사처벌이 동시에 부과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의 형사처벌, 그리고 1차 위반 시 경고, 2차 위반 시 15일 업무정지, 3차 위반 시 1개월 업무정지라는 단계적 행정처분).이처럼 규정의 문언은 수범자에게 충분히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1심 판결의 해석은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다. 이번 1심 판결이 곧바로 정답으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렵고, 상급심에서 다른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을 충분히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앞으로의 전망 등앞서 살펴본 서울행정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원고 A씨는 즉각 항소한 것으로 보이며, 그 밖에도 의료법 제56조 제2항 제11호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사건이 현재 헌법재판소에 여럿 계류 중이다. 2025년 8월 기준으로 확인되는 사건은 총 3건(권리구제형 헌법소원 2건, 위헌심사형 사건 1건)이며, 모두 명확성 원칙 위반 등을 주요 쟁점으로 하고 있다. 특히 1심 판결이 의료계 현실과 규제 수범자의 법 감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항소심과 헌법재판소의 심리 과정에서는 반전의 여지가 적지 않다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규정이 충분히 명확하여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는지 여부이다. 다시 말해, “일일 평균 이용자 수 10만 명 이상”이라는 문구가 플랫폼 단위 기준이라는 해석을 뒷받침할 만큼 분명한지, 아니면 수범자인 의료인에게 불가피하게 혼란을 초래할 정도로 모호한지 여부가 문제된다. 둘째, 직업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이다. 설령 플랫폼 단위 기준 해석이 문언상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 결과 소규모 개인 계정까지 사실상 규제 범위에 포함된다면, 이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심사가 필요하다.현행 시행령 규정은 이러한 쟁점을 불러일으킨 점에서 입법적 완결성이 다소 부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최소한 “매체 내 개별 계정의 이용자 수는 불문한다”는 문구를 법령에 명시하거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기적으로 심의 대상 매체를 고시·공지하도록 위임하는 방식으로 보완했다면, 수범자들의 혼란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외국의 입법례와 비교해 보아도 우리 제도의 특수성이 두드러진다. 다수 국가에서 의료광고는 일정한 규제 대상이 되지만, 사전 심의를 법적으로 의무화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예컨대 미국은 의료서비스 광고를 상업적 표현으로 보아 원칙적으로 보호하며, 사전검열은 헌법상 금지된다. 전통적으로 의료인 광고에 보수적 태도를 취해온 독일이나 프랑스조차, 행정기관의 사전 승인을 요구하기보다는 의료인 단체의 윤리규정이나 사후 모니터링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향후 헌법재판소가 명확성 원칙 위반이나 과잉금지 위반을 인정한다면, 현행 사전심의 제도는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의 귀추에 따라 규제 환경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판결문 클릭
2025-08-18 05:00:00의료판례칼럼

진상 환자의 법률적인 대처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BHSN) ]진상 환자에 대한 법률적인 대처진상 환자의 유형과 적용할 수 있는 법령 등의료현장에서 의료진은 종종 일반적인 불만을 넘어 과도한 문제를 일으키는 일명 ‘진상 환자’를 마주하게 됩니다. 이들은 정당한 의료 서비스 요구 범위를 벗어나 병원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아 의료진에게 큰 스트레스를 줍니다. 인터넷상에는 환자의 관상이나 행동거지를 보고 ‘진상’을 미리 가려내 피하는 요령이 우스갯소리처럼 떠돌지만, 현실에서 의료기관은 법적으로 진료거부가 원칙적으로 제한되어 있어 내원객을 선별적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 고문변호사로서 여러 병원을 자문하며 느끼는 바에 따르면, 원장님들 대부분이 입을 모아 가장 큰 스트레스로 꼽는 것도 결국 이들 진상 환자가 야기하는 심리적 부담입니다. 진상 환자가 홧김에 던진 작은 돌멩이가 개원의들에게는 생계를 흔드는 거대한 바위가 되어 돌아오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개인정보보호 및 CCTV 등을 문제 삼는 유형대부분의 사람들은 병원의 개인정보 처리 방식이나 기타 행정 절차에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데 예민한 사람들은 자신이 방문한 모든 기관의 사소한 행정 절차에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예를 들어 접수 시 받는 개인정보 동의나 CCTV 설치 여부 등을 문제 삼아 시비를 겁니다. 개인정보를 문제 삼는 유형은 대게 의료진을 상당히 피곤하게 합니다.물론, 의료기관은 진료 접수 과정 등에서 환자의 개인정보를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수집·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규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관계로 미리 동의서 등을 정비해 두지 않으면 사소한 법위반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갑자기 환자가 이런 부분을 지적하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고발하겠다.” 라고 항의하면 의료진은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병원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더라도 그에 대한 제재는 행정상의 과징금이나 과태료 부과 정도에 그칩니다. 즉, 경미한 과오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병원에 대단한 제재가 가해지지 않습니다. 앞으로만 잘 하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병원이 대단한 불법 행위를 하는 양 항의하여 의료진을 공포로 몰아넣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땐 크게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또한, 2023년부터 시행된 개정 의료법에 따라, 전신마취 상태 환자를 수술하는 수술실에는 CCTV 설치가 의무화되었지만, 수술실 이외의 일반 진료구역에는 CCTV 설치 의무가 없습니다. 따라서 진료실이나 대기실 등에 CCTV가 없음을 두고 환자가 병원을 비난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부족합니다. 물론 의료분쟁 예방 차원에서 일부 병원이 자율적으로 CCTV를 설치∙운영할 수 있지만, 이를 두고 환자가 병원 측에 책임을 묻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적어도 개인정보보호 위원회가 배포하는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의료기관편)” 정도는 일독하고 병원에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진료기록 사본과 관련한 시비 유형잦은 의료기록 사본 발급을 요구하며 사소한 기재사항까지 문제 삼는 유형도 있습니다. 진료기록부 사본을 수시로 떼어달라고 한 뒤, 서명 누락이나 기록 방식 등을 꼬투리 잡아 병원 측 실수를 부각시키려 합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법규에 따라 환자에게 기록 사본을 제공할 의무가 있는데, 일부 환자들은 그 권리를 남용하여 의료진을 괴롭히고 실수를 찾아내려는 목적으로 트집을 잡는 것입니다. 예컨대 기록상의 사소한 오류나 누락을 두고도 “위법이다”라고 과장하며 의료기관을 압박하는데, 이는 행정처분과도 직결되어 있어서 항상 예민한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사실 이러한 분쟁의 잦은 원인 중 하나는 의료기관과 환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입니다. 환자는 의료 용어, 진단 과정, 의료 기록의 복잡성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지식 격차는 기록이 일관되지 않거나, 특정 문서 요청이 거부되거나 제한될 때 불신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병원은 차트 사본 복사 방법, 금액, 환자의 권리, 그리고 다양한 의료 증명서의 의미에 대해 사전에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부정한 행위를 강요하는 유형각종 진단서나 소견서 기재 내용을 부당하게 요구하는 유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험 처리나 소송에 유리하도록 특정 문구의 의사 소견서를 요구하거나, 수상 경위 등 의사가 알 수 없는 내용을 기재한 진단서를 써달라고 강요하기도 합니다. 의사가 의료법상 정당한 이유 없이 진단서 발급을 거부할 수는 없지만, 진단서의 내용에까지 부당한 압력을 넣는 것은 문제가 됩니다. 이런 환자들은 의사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곧바로 의료진의 성의를 문제 삼거나 행정기관에 민원을 넣겠다고 위협하여, 병원이 어쩔 수 없이 요구를 수용하도록 압박하는 행태를 보입니다. 이는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을 존중하지 않고 환자가 의료진을 좌지우지하려 드는 대표적 진상 행동입니다.이럴 때 의료진은 환자의 부당한 요구에 끌려다니지 않도록 대응 방법과 응대 멘트 등을 연습해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병원은 법률자문을 받은 후에 소견서를 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등, 환자가 납득할 만한 거절 방법을 생각해 두셔야 합니다.실제로 필자가 담당한 사건에서도, 개원 초기에 환자의 부당한 차트 수정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여 의사 면허 정지를 당하게 된 사례가 있는데, 조금만 침착하게 대응했어도 겪지 않아도 되었을 큰 손실입니다.진료 불만족과 관련한 문제,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의료 사고 피해자를 “진상”으로 치부하기엔 조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비교적 경미한 증상이나 경과를 침소봉대하여 거액의 보상을 요구하는 악질적인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예를 들어 작은 염증이나 1도 화상 정도의 경미한 상처를 두고 “정신적인 손해를 입었다”며 과도하게 부풀려 병원의 과실인 양 주장합니다. 이들은 초기부터 환불과 합의금을 언급하며 금전적 보상을 노리는데,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 보상받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사실을 과장하여 의사를 협박하고 교묘히 진료를 방해하기도 합니다. 조용한 병원 대기실에서 고성과 폭언을 퍼부어 다른 환자들 앞에서 의료진을 곤란하게 만들고, 수시로 전화를 걸어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로 항의하는 등 수법을 동원합니다. 나아가 “병원이 의료사고를 일으키고 무성의하게 대응한다”는 식으로 사실을 부풀린 악성 루머를 인터넷이나 SNS에 퍼뜨려 병원의 평판을 해치려 하기도 합니다. 일부 진상 환자는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거나, 온라인에 과장된 악평을 남기는 등 의료진의 명예를 훼손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합니다.감정 조절을 하지 못하고 병원 내에서 폭언, 고성, 물리적 난동까지 부리는 유형은 오히려 대응이 쉽습니다. 실제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행위 중 의료인을 폭행하여 상해를 입히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등 매우 무거운 처벌이 가능하며, 이러한 범법 행위는 피해 의료인이 원치 않더라도 공소 제기가 가능한 비친고죄로 다뤄져 엄정하게 처리됩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응급실 내에서의 폭행은 더욱 강력하게 처벌됩니다.또한, 형법 제314조의 업무방해죄는 폭행이나 협박, 기타 위력으로 타인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병원에서 고성으로 소란을 피우거나 진료실을 점거하는 등 정상적인 진료 업무를 마비시키는 행위는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즉시 지구대에 신고하여 출동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그리고 의료진을 향한 사실 무근의 비난이나 모욕적인 언행은 형법상 명예훼손 또는 모욕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환자가 병원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거나 인터넷에 “이 병원은 의료사고로 사람이 사망했는데 은폐하고 있다”와 같은 내용을 올리는 경우를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다만 의료분쟁 상황에서 환자의 표현이 어느 정도까지 정당한 의견 표명인지, 혹은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인지는 판단이 쉽지 않아 실무상 명예훼손죄로 처벌이 확정되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제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고소장 자체가 각하되거나 무혐의 처분으로 사건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료진이 환자의 발언 하나하나에 과민 반응하여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가는 시간과 비용만 소모하게 되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그리고 어느 정도는 환자들의 언행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평가와 리뷰만 남기고 싶겠지만, 아무리 의술과 서비스가 좋은 병원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잦은 연락을 통한 괴롭힘병원을 상대로 집요하게 반복적 행위를 하며 괴롭히는 유형도 있습니다. 치료 결과에 불만을 품고 여러 차례 병원을 찾아오거나 하루에 수십통식 전화를 걸어 의료진을 괴롭히는 행위가 이에 속합니다. 이미 진료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드렸음에도 이를 납득하지 못한 채, 며칠이나 몇 달 간격으로 계속 병원에 찾아와 관계자들의 피를 말립니다. 의사들 앞에서는 얌전하다가 병원 직원들에게 막말과 갑질을 일삼는 유형도 있습니다. 끊임없는 연락에 고통받고 계시다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이 법에서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으로 따라다니거나 기다리는 행위로 불안감·공포심을 유발하면 스토킹범죄로 규정합니다. 스토킹범죄가 성립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고, 흉기 휴대 등 가중 요건 시 5년 이상 징역형까지 가능하므로 처벌 수위가 상당히 높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병원을 상대로 스토킹 범죄를 저질러 처벌을 받은 사례도 존재합니다.다만, 병원에서 자주 하는 질문으로, “산업안전보건법상 고객응대근로자 보호조치를 통해 악성민원인을 처벌할 수 없냐”는 질의가 있는데, 이 법의 적용은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2021년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에는 백화점이나 콜센터 등에서 일하는 고객 대응 직원(감정노동자)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 맞습니다. 이에 따라 사업장은 고객의 폭언이나 성희롱 등이 발생할 경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악성 민원 발생 시 업무 중단 및 경찰 협조를 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조치는 사업주와 근로자 보호 측면의 규정일 뿐, 진상 고객(환자)을 직접 처벌하는 형사법 조항은 아닙니다. 예컨대 콜센터 연결 시 “폭언 시 관련 법령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 멘트가 나오지만, 실제로 폭언 자체를 근거로 바로 형벌이 가해지는 것은 아닙니다.물론, 의료진에게 진료와 무관한 음란한 말을 하거나 손짓으로 성희롱을 하는 경우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니, 이런 행동이 반복될 경우 녹음이나 촬영 등으로 증거를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의료 사고가 발생한 경우의 대응재차 말씀드리지만, 모든 의료과실 피해자는 존중받아야 하며, 무조건적으로 진상 취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만약 실제로 의료진 측 과실이나 실수가 명확하여 환자가 정당한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초기에 성실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진심 어린 사과는 환자의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는 첫 걸음입니다. 더불어 병원에서는 해당 사건을 의료사고배상 공제보험 등에 즉시 접수하여 피해 구제를 위한 절차를 밟는 것이 좋습니다. 보험이나 분쟁조정 기구를 통한 공식 채널로 보상 문제를 처리하면 환자 입장에서도 신뢰를 가지고 문제 해결에 임할 수 있고, 의료진도 법적 분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정부도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진의 사과가 곧 법적 책임의 인정으로 간주되지 않도록 하는 법률 제정을 추진하는 등 의료사고 발생시의 부담을 줄이려 하고 있으므로, 잘못이 있을 때는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입니다.하지만 의료 과실 여부가 명확하지 않거나 의료진으로서는 과실이 없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환자가 과도한 요구를 할 때는, 섣불리 잘못을 인정하거나 금전 합의를 해줄 필요가 없습니다. 애매한 상황에서 성급히 합의금을 주거나 잘못을 시인하면, 오히려 의료기관 측 과오로 단정 지어져 불필요한 법적 책임을 떠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의료진은 정당한 근거에 따라 자신의 의료행위에 문제가 없었음을 분명히 설명하고, 원칙을 지키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환자가 계속 불만을 제기하더라도 감정적으로 끌려다니기보다는 사실과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료진의 설명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며 갈등이 심화될 조짐이 보이면, 감정적으로 직접 충돌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병원의 관리자나 전문 상담 인력이 중재에 나서거나, 경우에 따라 법률대리인을 통해 공식 대응을 하는 단계로 전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병원 측 변호사가 내용증명 우편이나 공문 형태로 병원의 공식 입장을 전달하도록 합니다. 이 문서에는 “정당한 범위 내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의료 과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과 함께 “도의적인 차원에서 소정의 위로금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부당한 배상 요구는 응하기 어렵다”는 취지를 담아 명확한 선을 긋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의료 과실이 애매한 경우라면 굳이 지리하게 합의점을 찾으려고 하기보다, 차라리 환자가 민사 소송 등의 공식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형사 절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일부 환자들은 병원을 압박하기 위해 “고소하겠다”, “보건소에 민원을 넣겠다” 등 겁을 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환자가 실제로 경찰에 고소를 할까봐 위축되기 쉽지만, 냉정하게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법 절차에 대응하면 되는 일입니다. 우선 환자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 수사기관을 통해 객관적인 사실 규명이 이루어지므로, 떳떳하다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의료 과실에 대한 형사 고소의 경우, 의료진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대부분 무혐의처분, 기소유예 또는 벌금형 등으로 귀결되는 편이며, 설령 처벌을 받더라도 그것만으로 의사 면허가 자동 취소되지는 않습니다. (2023년 하반기부터 금고형 이상 선고 시 면허를 취소하는 일명 “의사면허취소법”이 시행되었으나, 의료과실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의료진은 이러한 점을 숙지하고 환자의 형사 고소 위협에 지나치게 위축되지 말아야 합니다. 오히려 환자가 고의로 허위 사실을 꾸며 의료인을 고소하는 경우, 형법상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무고죄란 실제 범죄 사실이 없음에도 타인을 형사처벌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신고를 하는 행위를 말하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범죄입니다. 예를 들어 의료법 위반 사안이 아닌데도 보건소에 허위 제보하여 의사를 곤란하게 하려 했다면, 도리어 그 환자가 무고죄로 처벌받을 소지가 있습니다. 다만 무고죄 성립에는 허위성에 대한 명확한 입증이 필요하므로, 환자가 자신의 주장을 사실로 믿었다면 단순히 고소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명백히 문제없는 사안을 가지고 의료인을 반복적으로 고발한다면 법적 대응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맺음말의료기관은 환자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지만, 악의적인 진상 행동까지 무조건 감내할 필요는 없습니다. 환자가 불만을 제기하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귀 기울이고 최대한 해결하려 노력하되, 그 방식이 도를 넘을 경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료진의 안전과 자존감을 지키는 일입니다. 진상 환자 문제를 병원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의료진이 안심하고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피해 사례가 반복되더라도 숨기지 말고 공유하여 재발을 막고, 필요한 경우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선례를 남기는 대응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최선의 진료는 의료인의 자율성과 안전이 보장될 때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하고, 환자의 부당한 난동이나 요구에 끌려다니지 않으며, 법적·제도적 수단을 적극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2025-08-04 05:00:00의료판례칼럼

불성실한 진료행위와 손해배상책임

[메디칼타임즈=동방봉용 변호사(법무법인 문장) ]환자는 의사를 찾아가 질병의 치료를 맡기게 된다. 법률상 이는 계약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진료계약에 대해 '환자가 의사 또는 의료기관에게 진료를 의뢰하고 의료인이 그 요청에 응하여 치료행위를 개시하는 경우에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는 의료계약이 성립된다. 의료계약에 따라 의료인은 질병의 치료 등을 위하여 모든 의료지식과 의료기술을 동원하여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할 의무를 부담하며 이에 대하여 환자 측은 보수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다17417 전원합의체 판결)'고 설명한다.의료행위의 속성상 의사는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환자는 의사가 자신의 질병을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치료하여 줄 것을 기대한다. 환자는 자신의 신체적 고통을 감내하며 전문가인 의사에게 자신의 몸을 맡긴다. 의사의 일거수일투족은 환자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의사가 그러한 환자의 기대에 반하여 환자의 치료에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경우에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8다10562 판결).그렇다면,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의사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우선, 의사가 환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진료채무는 환자의 치유라는 결과를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결과채무가 아니라, 치유를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여 현재의 의학수준에 비추어 필요하고도 적절한 진료를 할 채무 즉 수단채무이므로, 진료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하여 바로 진료채무의 불이행으로 추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5다21295 판결). 즉, 의사는 환자에 질병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을 뿐 반드시 그 질병을 치료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의료진이 환자의 기대에 반하여 환자의 치료에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경우 그러한 주의의무 위반과 환자에게 발생한 악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면, 그에 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한다. 다만, 대법원은 불성실한 진료가 일반인의 처지에서 보아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행한 것이라고 평가될 정도에 이른 경우라면 그 자체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하여 그로 말미암아 환자나 그 가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배상을 명할 수 있다(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8다10562 판결)고 하였다. 즉,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행위 자체가 독자적인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와 관련한 대법원 사례가 있다. 갑이 을 의료재단이 운영하는 병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치료를 받은 후 증세가 호전되어 귀가하였다가 약 7시간 후 같은 증상을 호소하며 2차로 내원하였는데, 병 병원 의료진이 갑에게 투약 등의 조치를 시행하였고, 그 후 증세가 악화되자 집중 관찰을 실시하였으며, 2차 내원 후 약 3시간이 지나 응급실 당직의사가 갑의 혼수상태를 보고받고 조치를 취하였으나 갑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망인이 2차 내원한 이후 혼수상태에 이를 때까지 적절한 치료와 검사를 지체하였고, 이는 일반인의 수인한도를 넘어선 것으로서 불성실한 진료를 행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이에 대하여 원심은 '망인이 ○○병원에 2차 내원한 후 약 1시간 만에 상태가 급속히 악화되었는데도 간호사가 의사에게 망인의 상태를 보고조차 하지 않았고, 망인이 의식을 상실할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음으로써 망인에게 나타난 뇌병증 원인을 찾아 치료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한 것은 일반인의 처지에서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치료를 행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위자료의 지급을 명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정도로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하였다는 점은 불법행위의 성립을 주장하는 피해자가 증명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① 일반 의료진 능력으로는 진단과 치료에 한계가 있으므로 즉시 동맥혈가스분석 검사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당직의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연결하기는 어려우며 망인의 내원 시부터 적절한 처치까지 치료가 약 3시간 정도 늦어진 것을 치명적 범실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 ② 망인에게 대사성산증, 미오글로빈 증가, 뇌부종으로 인한 뇌사 등 악성신경이완증후군에 따른 일련의 증세가 진행하면서 망인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악성신경이완증후군 환자를 다루어 본 경험이 있는 일부 신경과 전문의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질병이라는 점을 들어 망인이 2차 내원한 이후 혼수상태에 이를 때까지 적절한 치료와 검사를 지체하였다고 하더라도, 일반인의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행한 것으로 평가될 정도에 이르지 않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8다10562 판결). 대법원은 감기몸살로 내원한 환자가 수액을 투여받던 중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하자 ‘택시를 타고 큰 병원으로 가라’고 전원을 권고하였고, 의원에서 나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건물 앞에서 주저 앉아 쓰려져 119구급대를 통해 응급실로 후송되었으나 사망한 사안에서 ‘망인이 피고 의원에 내원하였다가 주사를 투여받은 후 전원권고를 받고 피고 의원을 부축받아 걸어 나왔다면, 원심이 들고 있는 것처럼 망인의 혈압 등을 측정하지 않았다거나 이송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행위만으로 피고가 일반인의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2다306185 판결).대법원이 설시한 '불성실한 진료가 일반인의 처지에서 보아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행한 것이라고 평가될 정도에 이른 경우'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밖에 없다. 의사의 진료채무는 환자의 치유라는 결과를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결과채무가 아니라 질병의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는 진료채무의 성질상 대법원의 위와 같은 법리를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그런데, 대법원이 제시하고 있는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인정할 수 있는 사안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 입증책임도 환자에게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 문턱이 너무 높아 보인다.환자들은 자신의 질병을 치유할 목적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감내하며 전문가인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다. 의사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환자는 자신이 방치되고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환자의 권익 신장을 위해서라도 대법원이 제시한 문턱이 다소 완화되길 기대해 본다.
2025-07-28 08:46:31의료판례칼럼

미용진료도 진료기록이 중요한 이유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BHSN 대표) ]미용병원도 진료기록부를 작성하고 반드시 서명해야 하는 이유병원의 분주한 환경에서, 사소하게 생각한 행정적 위반 사항이 무거운 법적 결과를 초래하곤 한다. 그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가 바로 진료기록에 대한 의사의 서명 의무이다. 특히 비교적 간단한 미용 시술의 경우 진료기록을 아주 간결하게 작성하고 서명을 누락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차트를 상세히 기재하지 않거나, 의사가 서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고 법적 제재를 받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심지어 젊은 의사들의 경우 누가 상세히 알려주지 않으면 서명 의무 자체를 망각하고 지내는 경우도 많은데, 차트 작성과 서명 마무리는 자신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아주 중요한 절차라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진료기록 작성 및 서명 의무의료법 제22조 제1항에 따르면 의료인이 진료기록부를 상세히 작성하고 보관해야 하며, 특히 "서명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동법 시행규칙 제15조 제1항은 환자의 인적 사항, 병력, 진찰 및 치료 내용, 진단명, 그리고 정확한 진료 일시 등 진료기록부에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시술의 복잡성이나 위험도에 따라 차등을 두지 않으며, 간단한 미용시술에도 적용되는 법적 의무이다.진료기록부를 상세히 작성해야 하는 이유는, 환자의 상태와 치료 경과, 의료행위에 관한 정보를 빠짐없이 정확하게 기록하여 이후 계속되는 진료에서 중요한 참고 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이다(대법원 1998.1.23. 선고 97도2124 판결). 의료진이 바뀔 때를 대비하거나 여러 의료인이 효율적으로 협진하기 위해서, 그리고 같은 의료인이 계속 치료를 할지라도 사람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록을 해야 한다. 의무 위반에 관한 대표적 형사판례로는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4도16577판결이 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간호사가 대신 작성하고 의사 서명이 누락된 진료기록부”에 대해, 의사가 직접 작성·서명해야 할 책임을 인정하면서 서명 누락만으로도 의료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법정 제재는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진료기록부 작성 의무를 위반한 의료인은 최대 3년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행정처분도 내려질 수 있다. 예컨대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 1차 위반 시 의사 면허자격정지 15일, 진료기록부에 서명하지 않은 경우 1차 위반 시 경고,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 1차 위반 시 자격정지 1개월 등의 기준이 존재한다. 반복 위반하면 처분 기간이 늘어나고, 허위기재 등 중대한 위반은 최대 1년까지 면허정지 처분도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미용 의료기관 현장에서의 문제점보톡스·필러·레이저·리프팅과 같은 피부과 미용 시술은 ‘짧은 시술 시간, 낮은 위험도’라는 인식 아래 일상적으로 반복되며, 높은 회전율을 바탕으로 효율성과 속도가 최우선시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업무 환경에서는 차트 작성이 뒷전으로 밀려나기 쉽고, 실제로 필자와 상담한 일부 의사들은 서명의 법적 의미와 그 미비 시에 따르는 행정처분, 형사처벌의 가능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2024년경, 정확한 계기는 확인되지 않았으나(내부 직원이나 경쟁 의원의 제보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정 지역의 피부과 몇 곳이 진료기록부 미작성 또는 서명 누락으로 보건당국 조사를 받는 일이 있었다. 점검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상당수 의원이 전자차트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은 채 수기 차트를 형식적으로만 작성해 왔고, 날짜별 기록이나 주치의 서명이 빠진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뒤늦게 기록을 보완하거나 서명을 추가해 일부 선처를 받기도 했으나, 이미 수년이 경과한 시술들은 당시 주치의가 퇴사해 버린 탓에 결국 형사처벌로 이어진 경우가 발생했다. 특히 간단한 미용 시술이라고 해서 시술 일자와 시술 명칭만 간략히 기재하는 관행은, 엄밀히 보아 법령상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시술 부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그림, 사용 의약품·치료재료·의료기기 종류, 시술 소요 시간, 특이사항, 문진·부작용 안내 내용 등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까지 완료해야만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기록은 환자의 안전과 의료 서비스 품질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장치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의료과오 소송과의 관계대법원은 진료기록부를 상세히 작성해야 하는 이유 중에 하나로, “의료행위가 종료된 이후 그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을 언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진료기록을 상세히 작성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져버리는 행위나 다름없다.문제는 환자와 진료상 과실에 대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크게 불거진다. 미용 시술을 위주로 하는 의료기관은 크고 작은 민원, 분쟁에 수시로 시달린다. 필자의 의료소송 경험에 비추어보면, 시술 이후 외모 상태가 드라마틱하게 개선된 환자들조차 비대칭, 일시적 흉터 등을 트집잡아 분쟁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때 상담 내용, 전후 사진, 시술 및 처치 과정 서술, 시술 후 주의사항 안내 등이 빈틈없이 기재된 의무기록은 주치의에게 강력한 방어 무기가 될 수 있었다. 최소한 과실 이상으로 확대된 배상금을 부담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특히 소송이나 중재, 조정 단계로 넘어가면 진료기록부는 양측 모두에 결정적 증거가 된다. 기록이 부실하거나 누락되면 입증 책임이 의료인에게 사실상 떠넘겨질 수 있고, 여론전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의료인의 과실이나 전문성 미흡이 추정될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며, 동료 진술만으로 무고함을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진다. 실제 치료가 아무리 적정했다 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문서가 부족하면 억울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실제 사례도 존재한다. 2021년경, 눈꺼풀 및 리프팅 성형수술을 받은 환자가 극심한 통증과 부기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뜨거나 감지 못하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언론 보도 과정에서 환자가 복사해 둔 진료기록에 구체적인 처치 내역이 기재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해당 병원장은 법적 책임이 확정되기도 전에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결국 진료기록은 단순한 행정 요식행위가 아닌, 의료인의 전문성과 적법성을 입증하는 최소한의 방패다. 상세하고 체계적인 기록만이 환자와 의료인 모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명확한 내부 프로토콜 확립: 서명을 필수 단계로 만들기의사는 진료기록부 작성과 최종 서명을 체계화된 절차로 정립해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특히 여러 의사가 한 환자를 공동으로 진료하는 미용 병원에서는 ‘누가 언제 무엇을 기록하고 서명할 것인지’를 사전에 명확히 규정해 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각자가 맡은 업무에 관해서는 스스로 기록하고 서명하는 습관을 기르는 편이 안전하며, 이는 향후 분쟁 예방과 책임 소재 명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최근 필자가 진행한 사건 하나를 돌아보면 교훈이 분명해진다. 해당 의원은 대표원장과 페이닥터가 한 환자를 함께 진료했고, 각 의사는 분담한 업무를 전자차트에 상세히 입력하되 주치의인 대표원장만 서명하는 관행을 유지해 왔다. 기록 자체는 충실했음에도, 분쟁이 발생하자 환자는 “페이닥터의 서명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형사 고발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 측은 전자차트 로그인 구조와 서명 권한, 의료법 취지를 일일이 수사기관에 설명하느라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소모해야 했다. 실제 과실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법적, 사회적 부담을 짊어지게 된 것이다.이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미용 병원이라도 차트 작성과 서명 확인 절차를 일상 업무 흐름에 확실히 통합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록 완전성과 서명 준수를 상시 감독할 전담 인력을 지정해, 작성·서명 누락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즉시 보완하도록 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예방적 관리가 곧 의료인의 전문성 보호이자, 환자 안전과 신뢰를 담보하는 최선의 방패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25-07-21 05:00:00의료판례칼럼

요양병원 뷔페 환자식 환수처분 이유

[메디칼타임즈=정재훈 변호사(법무법인 문장)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할 때 뷔페식으로 제공한 것과 관련하여 과징금 또는 환수처분이 내려지고, 이에 대해서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최근 유사한 판결이 연속해서 있었다. 두 사건이 비슷하면서 조금은 다른 부분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A사건이다. 국민건강보험법 및 관련법령에 의하면, 입원환자 식대는 '관련법령에서 정하는 기준에 맞게 위생적인 방법으로 의사의 처방에 의하여 식사를 제공한 경우'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요양병원이 자율배식 형태, 즉 뷔페식으로 식사를 제공한 것은, 이를 위반한 것이라고 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환수처분을 한 사건이다.  법원은 환수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하였는데, ① 요양병원 측이 거동제한이 필요한 환자, 감염 차단이 필요한 환자, 보행이 어렵거나 부작용이 있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병실 내에서, 나머지 환자들에게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도록 하고, 치료식과 일반식을 구분하여 처방하였고, 설사 자율배식(뷔페식)의 형태로 입원환자에게 식사가 제공될 경우 영양소 섭취가 불균형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의사의 처방에 의하여 입원환자에게 식사를 제공한 경우'가 아니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그리고 ② 관련법령은 일반식, 치료식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고, 일반식의 경우 1식당 4찬 이상 제공을 원칙으로 하고 일부 예외 사항을 규정하고 있을 뿐, 뷔페식 자체를 금지하거나 뷔페식의 경우에는 의사 처방에 의하지 않은 것으로 볼 만한 내용은 없다고 하였다. B사건은 A사건과 조금 다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환수처분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의 과징금처분도 함께 있었던 사건이다. 처분의 근거 또한 A사건과 달랐는데, 의료법 관련법령에서 '환자음식은 뚜껑이 있는 식기나 밀폐된 배식차에 넣어 적당한 온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공급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법원은 먼저 요양병원 측이 위와 같은 관련법령을 위반했다는 점은 인정하였다. 해당 규정은 뚜껑이 닫힌 상태 또는 밀폐된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감염 등이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인적·물적 접촉을 최소화하라는 내용의 규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뷔페식의 경우에는 뚜껑이 닫힌 상태 또는 밀폐된 상태를 유지하였다고 할 수 없고, 감염의 위험성이 차단되지 않았으므로 이는 관련법령을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고 하였다.따라서 환수처분 자체는 위법하지 않다고 할 수 있는데, 다만 관련 요양급여비용 전부에 대해서 환수처분을 한 것은 재량권 일탈 남용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즉 일부환수는 가능하더라도, 전부환수는 위법하다는 것이다. ① 입원환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지 않거나 영양섭취기준 등을 위반한 것은 아니고 그 제공방법만을 위반한 것이며, 그 밖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면서 적극적인 기망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점, ② 뷔페식 제공으로 인하여 요양병원 측이 큰 이익을 얻는 것도 아니라는 점, ③ 환자들 사이에서 감염 등이 발생하지 않은 점, ④ 애초에 식사제공 자체는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 재정 부실화의 우려가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제시하였다.그리고 과징금처분에 대해서는 과징금부과처분 자체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하였다. 업무정지처분이나 이에 갈음한 과징금 부과처분은 부당하게 지급받은 급여비용을 환수하기 위한 부당이득환수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의 성격을 가지는 것인데, ① 환수처분이 이미 재량권 일탈 남용으로 인정되는 점, ② 관련법령이 실질적으로 입원환자들에 대한 개별배식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자율배식 방식의 식사제공을 금지하는 규정을 명시적으로 두고 있지는 않았고, 이에 대한 지침 등을 전달하거나 적절한 행정지도를 하지는 않았던 점, ③ 앞서 A사건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환수처분을 하면서 '의사의 처방에 의하여 식사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을 처분사유로 삼기도 하였고 이로 인하여 관련 행정소송에서 '자율배식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의사의 처방에 의하지 않은 것이라는 결론이 도출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처분이 취소되기도 한 점, ④ 요양병원 측은 시정명령을 받은 후 즉시 식당 공사와 식기 구입 등을 거쳐 식사제공 방식을 변경하였던 점을 근거로 제시하였다.위 두 사건은 모두 결과적으로 처분의 위법성이 인정되어서 취소판결이 났고, 확정이 됐다. 하지만 B사건에서 살펴보았듯이, 요양병원에서 뷔페식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뚜껑이 있는 식기나 밀폐된 배식차에 넣어 적당한 온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공급하여야 한다'는 규정 위반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는바, 주의하여야 할 것이다.
2025-07-14 05:00:00의료판례칼럼

엑소좀 화장품 주사 불법 합법 진실은?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 ]엑소좀 주사 MTS 도포,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숨은 리스크최근 법원이 엑소좀이 포함된 화장품을 손주사(hand injection) 방식으로 얼굴에 주입한 의사에게 자격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하자, 의료 현장은 물론 미용업계까지 일제히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원의 결정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의약품이 아닌 제품(화장품 등)을 의료기관에서 주사기로 인체에 직접 주입하는 스킨부스터 시술은 의료법령에 저촉된다”는 방침을 수차례 공표해 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니들 테라피 시스템(MTS)를 사용하면 합법이 아니냐는 질문이 뛰따른다.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또한 적절하지 않다. MTS 시술은 미세 바늘로 피부 장벽을 관통해 유효성분을 진피층 등 피부 내부에 전달하는 침습적 절차(micro‑invasive procedure)다. 이 과정은 무균 관리, 적절한 약물 선택, 출혈 및 감염 대비 등 의학적 전문지식과 숙련된 기술을 전제로 하므로, 의료인이 직접 수행해야 하는 전형적 의료행위로 분류된다.더욱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바늘·침 등을 이용해 화장품을 피부에 전달하는 행위를 허용범위를 넘어선 사용방법으로 규정하고, 표시·광고 단계에서도 “엑소좀”이라는 용어 사용을 까다롭게 제한하고 있다. 즉, MTS를 이용하든 손주사를 이용하든 화장품을 피부 내부에 침투시키는 순간 의료법·약사법·화장품법에 동시에 저촉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화장품법 제2조는 화장품을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물품”, 다시 말해 피부 표면에만 작용하도록 설계된 물질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바늘을 사용해 유효성분을 진피층까지 침투시키는 제품이나 시술이 행해지는 순간, 그 물질은 화장품이라는 법적 지위에서 벗어나 의료시술의 범주로 평가를 받게 된다.)판례에 따르면, 설령 시술자가 의료인이라 하더라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간주되어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바늘을 매개로 한 화장품 주입 시술은 방법이나 기기에 관계없이 현행 법령상 금지 또는 제한 대상으로 분류되므로, 의료인들은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식품의약품안전처 2025. 1. 23.자 보도자료, “화장품 표시·광고 지침 개정사항”가정용 MTS 기기를 둘러싼 논란마이크로니들 제품은 바늘 길이―곧 피부 침투 깊이에 따라 개인용(홈케어용)과 의료용(병원용)으로 구분되며, 그에 따른 규제 강도도 달라진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의약품 흡수유도 피부자극기의 허가 및 기술문서 가이드라인」 및 식약처 고시(제2017‑190호)는 0.25 mm 이하의 니들을 장착한 기기를 개인용, 0.25 mm 초과 제품을 병원용으로 구분한다.이 기준을 근거로 일부에서는 “0.25 mm 이하 니들은 가정용으로 판매될 정도로 침습성과 위해성이 낮으니, 화장품을 도포해도 무방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편다. 일견 일리가 있는 주장이며, 직접 손주사로 화장품을 피부에 주입한 위 판례의 사안과는 명백히 구분되는 지점이 있기는 하다. 실제로 0.25 mm 이하 니들은 표피의 각질층만을 자극하도록 설계돼 비교적 안전성이 높으며, 대개 2등급 의료기기로 분류돼 일반 소비자에게도 판매된다. 일반 소비자가 동일한 기기를 집에서 셀프 케어 목적으로 사용해 화장품을 도포하는 것은 당국이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으면서, 의료기관에서 전문 의료인이 같은 행위를 시도하면 불법으로 판단된다는 점은 법 감정상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그러나 여기에는 간과하기 쉬운 전제가 있다. 이들 기기 역시 “의약품 흡수”를 돕는 의료기기로 허가된 만큼, 동반 사용 물질은 의약품으로 한정된다는 해석 또한 설득력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의료인이 돈을 받고 시술을 한다면 그것은 의료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안정성이 입증된 방식만 치료행위에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의학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약물이 아닌 화장품을 사용한다면, 침습 깊이가 얕다 해도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다툼의 소지는 남아 있으나, 현재 법령·유권해석을 종합할 때 0.25 mm 이하 기기로 화장품을 피부에 침투시키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안전한 해석이라 할 수 있다.물론 향후 동일 사안으로 형사처벌이나 면허정지가 내려진다면, 행정소송 등을 통해 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볼 여지는 존재한다. 그렇다 해도 분쟁에 따르는 리스크와 비용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는 의약품만을 사용하라는 규제 취지를 신중히 따르는 선택이 더 현실적이다.시술 주체에 따른 문제 등더 심각한 문제는 상당수 의료기관이 엑소좀 도포를 의사가 아닌 간호조무사, 심지어 피부관리사에게 맡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간호사는 의사의 지도·감독 아래에서 제한적으로 주사나 침습적 처치를 수행할 수 있지만, 간호조무사는 의료법상 독자적 의료행위 권한이 전혀 없어 의사를 보조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설령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시술 부위를 지정하고 간호조무사가 기기를 이동시키는 정도의 보조가 허용되더라도, 핵심 침습 단계는 의료인이 직접 수행해야 하며 모든 책임은 지도·감독 의사에게 귀속된다. 현실적으로 일부 피부과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레이저토닝이나 MTS 시술을 전담하기도 하지만, 이는 법적 근거 없이 굳어진 관행에 불과하고 독자 시술시 의료법 제27조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더욱이 피부관리사나 에스테틱 업주처럼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영업 목적으로 MTS 시술을 하면 의료법 제27조 제1항을 정면으로 위반하게 되고, 2010년대 중반 이후 고주파, 레이저 불법 시술이 반복적으로 단속된 사례에서 보듯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의료법 제87조)에 처해질 수 있다. 물론, 추후 대법원의 판결을 통해 가정용 MTS를 이용한 화장품 도포가 위해성이 없는 비의료행위로 광범위하게 인정된다는 결론이 내려진다면, 그 때에는 지금보다 폭넓은 영업방식이 허용될 수도 있을 것이지만, 현행 법령과 보건복지부·식약처의 유권해석이 유지되는 한 MTS 사용이 비의료인에게 일임될 경우 법적 책임은 더욱 무거워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25-07-07 05:00:00의료판례칼럼

진료와 추행의 경계, 대법원 기준은?

[메디칼타임즈=임원택 변호사(법무법인 문장) ] 의료행위는 환자 신체에 대한 직접적 접촉을 동반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환자나 민감 부위를 진찰할 때는 촉진의 필요성과 범위에 대해 충분한 설명과 동의가 선행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설명 없이 이루어진 접촉이나 기록되지 않은 행위는 환자에게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형사 책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2025년 6월 5일 선고된 대법원 2022도9676 판결은 의료인의 신체 접촉이 강제추행죄가 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다. 진료실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의료인은 철저한 설명과 절차를 지켜야 함을 강조한 이 판결은, 모든 의료인이 반드시 새겨야 할 교훈을 담고 있다. 피고인은 한의사로, 여성 환자의 복통 및 기타 증상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가슴과 음부 부위를 손가락으로 접촉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피고인은 '치료 목적의 정상적 접촉'이었다고 하면서 음부가 아닌 치골 부위를 눌렀을 뿐이라며 오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피고인이 명확히 가슴과 음부를 접촉했다고 진술하였고, 검찰 의료자문위원도 역시 '치골 부위는 직접 촉진하지 않아도 진료가 가능하고, 오해의 소지가 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진찰하지 않는다'고 의견을 밝혔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기준에 따라 원심의 유죄판결을 확정하였다. 먼저 의료 목적의 신체 접촉이라도 행위의 경위, 방법, 환자의 반응, 사전 설명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보아 객관적으로 환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다면 추행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의료인은 보통 민감 부위 접촉할 때는 사전에 설명과 동의를 구하는데, 피고인은 간호사를 입회시키거나 피해자로부터 동의를 구한 적이 없다. 피해자는 한의원 진료 경험이 많은데, 피고인의 당시 행동과 피해자의 심리를 구체적으로 진술하였고, 무고할 이유도 없다. 마지막으로 피고인은 소화불량과 허리 통증 때문에 가슴, 치골 부위를 촉진했다고 하는데, 진료기록에 그러한 내용이 전혀 없다.이번 판결에서 주목되는 점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진료실에 둘만 있었다는 점이다. 성범죄는 폐쇄된 공간에서 은밀히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가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 "피해자의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구체적인지, 진술 내용이 논리와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이고 진술 자체로 모순되거나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나 사정과 모순되지는 않는지 또는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그런데 환자인 피해자는 피고인의 접촉 부위, 방식, 당시의 감정 상태까지 구체적으로 진술했으며, 진료 전 사전 설명이나 동의가 전혀 없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특히 피고인은 "환자가 치골과 음부를 착각한 것"이라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신빙성이 높고, 치골과 음부는 명확히 구분되는 부위이므로 피해자가 오해하였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아 피고인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진료실 안에서 의료인이 실천해야 할 구체적인 예방 지침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첫째, 민감 부위를 진찰하기 전에 반드시 진료 목적과 접촉 부위,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명시적인 동의를 구해야 한다. 단순히 "진찰하겠습니다"라는 포괄적 말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 부위를 눌러보겠습니다. 괜찮으신가요?"와 같이 직접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둘째, 환자와 의료인의 성별이 다른 경우에는 간호사 등 제3자를 입회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도 성적 오해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권장되고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법적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셋째, 탈의는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화하고, 커튼이나 가운, 담요 등을 활용해 환자의 신체 노출을 줄이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넷째, 신체 접촉은 최소한으로, 반드시 진료 목적과 관련된 부위에 국한해 시행하고, 반복적이거나 넓은 범위에 대한 접촉은 지양해야 한다. 환자가 불편함을 표현하거나 표정·행동에서 불쾌감을 보일 경우 즉시 중단해야 하며, 공감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진료기록에는 접촉의 필요성과 환자의 증상, 설명 및 동의 여부 등을 간단하게라도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이러한 기록은 추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방어 수단이 된다.진료는 환자와 의료인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다. 진료 목적이라 해도 환자의 신체에 이루어지는 접촉은 의학적 필요성, 대체 수단의 존부, 설명과 동의, 객관적 기록이라는 네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법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단순히 한 의료인의 형사처벌을 넘어서, 모든 의료인에게 진료실이라는 공간이 결코 '면책의 장'이 될 수 없음을 상기시킨 사례다. 환자의 감정과 인권을 존중하는 진료가 진정한 의료행위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때다.
2025-07-01 06:59:18의료판례칼럼

'해외환자유치' 되는 것과 안되는 것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BHSN) ]해외환자유치 되는 것과 안되는 것외국인환자에게는 대가성 후기 광고를 해도 되는가의료기관은 의료법에 따라 의료광고를 할 수 있지만 거짓·과장 내용, 치료 전·후 비교 사진, 환자 치료 경험담 등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특히 외국인 환자 유치를 목적으로 국내에서 하는 광고는 의료법 시행령이 명시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외국인 환자 환영”과 같은 문구를 담은 외국어 홈페이지나 홍보물도 제재 대상이 되곤 한다.반면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해외진출법”)은 등록된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 등에 한해 공항·항만·면세점 등 특정 장소에서 외국어 의료광고를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해 국내 매체를 통한 외국인 환자 유치 광고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해외 현지 또는 법령이 정한 제한 구역에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광고가 가능하다는 특례가 존재한다.그런데 일부 의료 관계자들은 “외국인 환자에게는 의료법 규제가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는 오해로 국내보다 과감한 마케팅을 시도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믿음은 사실과 다르며, 외국인 환자에게도 의료법상 광고 규제 상당 부분이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최근 K-팝 등 한류 확산으로 의료관광 수요가 급증하면서 해외 환자 유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환경에서 의료기관과 해외환자유치 관련 업체들이 자주 묻는 쟁점과 질문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살펴보고자 한다.환자 후기·치료경험담 활용환자 치료후기나 경험담을 광고에 활용하는 행위는 의료법상 매우 엄격히 제한된다. 의료법 시행령 제23조 제1항 제2호는 “환자의 치료경험담”을 광고에 사용하는 것을 명문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후기 형식의 콘텐츠가 치료 효과를 과장하거나 소비자를 오도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원이 홍보 목적으로 환자 만족후기나 체험담을 공개적으로 게시하는 것은 국내 환자 대상 광고에서는 전반적으로 금지되며, 대가를 지급하거나 가짜 후기를 사용하는 행위는 더욱 중대한 위법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의료계 종사자 대부분이 잘 인지하고 있다.외국인 환자 유치 마케팅에서도 기본 원칙은 달라지지 않는다. 의료해외진출법은 환자후기 광고를 별도로 허용하지 않으므로, 환자 경험담을 앞세워 외국인을 유인하는 광고 역시 의료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우리 법무법인에는 외국인 환자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후기를 작성하게 하겠다는 계약서 검토 의뢰가 종종 들어오지만, 이는 불법성을 입증할 증거를 스스로 남기는 결과가 되므로 철저히 지양해야 한다.다만 실무 현장에서는 해외 플랫폼을 활용해 후기를 우회적으로 노출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예컨대 다수의 한국 성형외과는 중국 샤오홍슈(小红书)·더우인(抖音) 등에서 “체험단”을 운영하며, 일반인의 자발적 후기처럼 보이도록 제작한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업로드한다. 외견상 자발적 후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병원이나 유치업체가 협찬금·시술비 할인 등을 제공하고 작성하게 한 상업성 게시물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많은 업체들이 해외의 영역에서는 단속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여 국내 의료광고를 할 때보다는 조금 유연한 광고 전략을 수립하는 듯하다. 참고로, 의료기관이 외국어 홈페이지·SNS에 불특정 다수가 열람할 수 있도록 후기를 게재하려는 경우, 국내 환자 규제와 동일한 기준으로 단속될 위험성이 높다. 최소한 로그인 등 접근 제한을 두어 정보 제공 범위를 통제하고, 자발적 후기임을 입증할 수 있는 증빙을 확보해야 한다. 결국 외국인 환자 대상이라고 해서 규제가 완화되는 것은 아니며, 국내 환자와 동일한 법적 기준을 적용한다는 원칙 아래 신중하게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환자 알선 및 수수료 지급국내 환자를 유인·알선 행위는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 따라 어느 누구에게도 금지된다. “누구든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하거나 유인하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으며, 환자를 보내주는 대가로 금품이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도 여기에 포함된다. 국내 환자의 경우 병원이 환자 알선자에게 수수료를 지급한다거나, 환자 소개 대가를 지불하는 리베이트 행위는 전면 불법이며, 면허취소나 형사처벌 위험이 있다는 점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그렇다면 외국인 환자 대상은 어떨까?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외국인 의료관광 분야는 예외적으로 공식적인 유치 브로커(유치업자)의 활동이 허용되는 분야이다. 의료해외진출법에 따라 외국인환자 유치사업자로 시·도에 등록한 업체나 개인, 그리고 외국인환자 유치의료기관으로 등록한 의료기관은 합법적으로 해외 환자를 소개·알선할 수 있다. 이 경우 의료기관은 환자를 소개한 유치업자에게 수수료 지급도 가능하며, 이를 의료법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유치수수료는 진료비의 일정 비율 이하로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상급종합병원은 15%, 종합병원 등은 20%, 의원급은 30% 이내로 유치 수수료율 상한이 규정되어 있다).중요한 것은 이러한 특례는 등록된 기관/업자에 한해 적용된다는 점이다. 미등록자가 외국인 환자를 알선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는 등 엄하게 처벌된다. 한편, 실무에서는 등록 유치업체가 다시 개인 브로커를 고용해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가 흔하다. 사실 대부분의 유치업체가 이런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행위의 적정성에 관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 여러 관계기관에 문의해 본 결과, “유치업체가 또 다른 유치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다만, 어떠한 자격도 없는 개인과의 계약을 통해 유치행위를 하고 소개료 등을 지급하는 것은 불허됩니다.”는 답변을 공통적으로 받았다. 즉, 개인 브로커에 대한 수수료 지급은 사실상 음성적인 영역으로 남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보인다.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인 병원의 입장에서 보자면, 합법적인 등록업체와만 거래를 해야 하므로, 개인 브로커에게 직접 수수료를 지급하거나 그런 종류의 계약에 관여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환자 편의 제공의료법은 환자 유치를 목적으로 금품·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대부분 금지한다. 교통편의·숙박 지원·무료 식사 제공 등도 모두 환자 유인으로 간주되며, 실제로 투석 환자에게 무료 셔틀과 식사를 제공해 환자를 모은 의원이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다. 의료법은 “불특정 다수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자체를 영리 목적의 환자 유인으로 명시하고 있으므로, 국내 환자 대상 숙박비 할인·교통비 지원과 같은 혜택은 적발 시 처벌 대상이 된다.그렇다면 외국인 환자에게는 어떨까?  의료해외진출법은 외국인환자 유치 활동 범위에 “진료에 관련된 편의 제공”을 포함해, 진료예약 대행·진료정보 제공·교통·숙박 안내 등을 합법적 서비스로 인정한다. 즉, 등록된 유치업자나 의료기관은 외국인 환자의 치료 여정을 지원하기 위해 교통·숙소 예약 안내, 공항 픽업, 통역 지원 등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국내 환자에게 제공하면 불법인 서비스도 외국인 환자에게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는 의미이며, 병원이 직접 이러한 편의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예컨대 한 성형외과가 해외 환자에게 숙박을 연계하거나 공항 차량 서비스를 지원하더라도 의료법상 환자 유인으로 처벌되지 않는다. 다만 현금성 지원이나 과도한 무료 제공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치료 관련 편의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기타 자주 묻는 질문 – 전문의 보유 요건보건당국은 불법 외국인 환자 유치행위에 대한 단속을 꾸준히 강화하면서, 관련 법령을 개정해 유치기관 등록 요건 역시 한층 엄격히 하고 있다. 현행 법령은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이 진료과목별 전문의를 최소 1명 이상 확보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 전문의의 근무 형태를 둘러싸고 현장에서 여러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현재 각 지자체 홈페이지나 Medical Korea 안내 자료에는 ‘전문의가 상근해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 따라서 전문의가 반드시 풀타임으로 근무해야 한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법 취지를 고려하면, 외국인 환자가 방문할 때 수시로 진료가 가능할 정도의 상시 근무 체계는 갖추어야 한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향후 보건당국이 보다 구체적인 근무 요건과 운영 지침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므로, 등록을 준비하는 의료기관이라면 이러한 방향성을 미리 염두에 두고 전문의 인력 배치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2025-06-23 05:00:00의료판례칼럼

MSO 설립 운영의 법적 쟁점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최근 의료계에서 MSO(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 병원경영지원회사)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의료기관 간 경쟁이 심화하고, 경영 효율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MSO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에 많은 의료인들이 MSO 설립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MSO는 양날의 검과 같아서, 올바르게 설립하고 운영하면 경영 효율화와 합법적인 절세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잘못 접근하면 의료법 위반으로 인한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의료법상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에 대한 영리자본 개입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어, MSO 운영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MSO(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는 병원경영지원회사의 영문 표기로, 의료행위와 관계없는 병원 경영 전반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구매, 인력 관리, 진료비 청구, 홍보, 마케팅, 회계, 세무관리 등 의료인이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경영 업무를 대행하는 전문 기업입니다. MSO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법적 쟁점은 의료법상 의료기관 개설 주체 제한입니다. 의료법 제33조에 따르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는 의료인, 국가, 지방자치단체, 의료법인, 비영리법인 등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특히 영리법인이나 비의료인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습니다. 이는 의료의 공공성을 보장하고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 의료기관 운영에 개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MSO가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의료기관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면, 이른바 '사무장병원'으로 평가되어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됩니다.대법원은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의료기관 개설에 필요한 자금의 조달 주체 ▲의료기관의 손익에 대한 실질적 귀속 주체 ▲의료기관 운영에 관한 실질적 권한의 행사 주체 ▲의료기관 운영에 따른 책임의 부담 주체를 제시하고 있고,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비의료인이 실질적 주체가 되면 사무장병원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한편, 의료법 제33조 제8항은 "제2항 제1호의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의료인이 여러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의료 독점을 형성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조치입니다. ▲의료인이 설립한 MSO가 다른 의료기관의 자금조달에 관여하는 경우 ▲MSO를 통해 다른 의료기관을 위탁경영 하는 경우 ▲한 명의 의료인이 여러 의료기관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면서 MSO를 우회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의료인의 복수 개설 금지(1인 1개소 법) 위반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MSO가 합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은 '거래의 실질성'이고, 이를 입증하는 가장 중요한 증거가 바로 계약서이며, 수사기관은 제공되는 서비스의 구체성, 수수료의 합리성, 계약 당사자의 독립성을 중심으로 MSO를 조사하게 됩니다. 따라서 MSO 설립을 앞두고 있거나 재정비를 앞두고 있다면, 단순한 법적 형식을 갖추는 것을 넘어서 경영 효율화와 서비스 개선에 이바지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의 법적 기반의 핵심인 계약서 작성에 심혈을 기울임으로써 MSO를 법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사업의 성공을 담보하는 든든한 방패막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2025-06-16 11:13:42의료판례칼럼

마약류 사용으로 조사를 받는다면?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BSHN) ]프로포폴을 한 두 번 사용했을 뿐인데,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사연– 의사가 마약류 의약품을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들의료인이 마약류를 업무 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투약하는 행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엄격히 금지된다. 예컨대 의사가 스스로에게 프로포폴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을 상습 주사하거나, 치료 목적 없이 지인이나 환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한다면, 적발 즉시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언론에 보도된 많은 사례들로 인해 대부분의 의사들이 이런 종류의 고의 투약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고의적인 약물 사용 외에도, 본인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투약 기준을 위반하여 곤란을 겪는 의사들이 많다. 우리 법무법인에도 보건소 경고장을 받았거나 경찰 소환장을 들고 온 의사들이 부쩍 늘었다. 본의 아니게 내 환자가 여기저기 병원을 돌며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는데, 하필 우리 병원이 그 중 하나라는 식이다. 의사가 마약류 사용시 주의해야 할 점마약류관리법 제5조의3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공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마약류의 사용을) 금지 또는 제한하거나 그 밖의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프로포폴이나 펜타닐 등의 투약 주기와 처방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벗어난 과다 처방 의심 사례를 상시 점검하고 있다. 이런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펜타닐이나 프로포폴 같은 의료용 마약류를 과다 또는 중복 투여하는 행위는, 경우에 따라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제2022-32호, 「마약류의 오남용 방지를 위한 조치기준」에 따르면, 각 약품별로 처방, 사용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로포폴의 경우 간단한 시술·진단에에 월 1회 초과 투약이 금지된다. 이 기준을 위반할 경우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으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지침 “의료용 마약류 진통제 안전사용 기준”, “의료용 마약류 항불안제 안전사용 기준”에 따르면 약품별 용량과 1일 최대 투여량 등이 규정되어 있다. 의료인이라면 간과하지 말고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다.[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마약류취급의료업자를 대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사유]여기까지는 우리 병원의 처방 내역만 신경쓰면 되는 내용이다.하지만 펜타닐 같은 경우에는 우리 병원뿐만 아니라, 타 병원의 기존 사용 내역까지 조회해 보아야 한다. 아직까지는 의무적 NIMS 조회 대상은 오·남용 가능성이 높은 펜타닐 정도이고, 다른 마약류(프로포폴·졸피뎀·식욕억제제)는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조회 가능하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 의무적 조회 약물은, 처방 최근 1년 환자 투약내역 조회 후, 조회 사실을 환자에 고지해야 한다. (의무적 조회 약물은 ADHD 치료제(메틸페니데이트 등), 식욕억제제(펜터민·펜디메트라진 등) 등 추가 예정)마약류 사용 기준을 위반할 경우의 행정처분마약류관리법 시행규칙 별표2 II. 개별기준에 따르면, 의사가 마약류 사용 기준을 위반할 경우 1차 위반 시 1개월, 2차 3개월, 3차 6개월, 4차 이상 12개월의 마약류취급업무정지 처분을 부과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다만 이는 단순히 사용 기준을 위반하였을 경우 적용되는 것이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의료목적 외 고의적인 마약류 사용의 경우에는 12개월의 마약류취급 업무정지 처분이 적용된다.여기서 “마약류 취급 업무정지 처분”이란, 의사나 의료기관 등이 일정 기간 동안 마약류를 취급하는 업무를 정지당하는 행정처분을 말한다. 정지 기간에는 해당 의료인은 마약류 처방·조제·투약 등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많은 분들이 이 업무정지 처분을 당하면 병원 문을 닫아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그렇지 않다. 즉, 의료기관 업무정지와는 구분되는 개념이며, 병원은 운영하되 마약류를 사용하지 못할 뿐이다.마약류 사용과 관련하여 조사를 받게 되었다면?서두에 소개한 바와 같이, 최근에는 의도적으로 약물을 남용하지 않았는데도, 환자의 상습적 오남용에 휩쓸려 본의 아니게 공범처럼 분류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이런 상황에서 경찰 소환장이 날아오면 먼저 차트와 의약품 재고 장부, NIMS 보고 내역 등을 백업해 증거부터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프로포폴, 펜타닐 등 문제 성분별 투약 주기와 용량 데이터를 추출해 의학적 타당성을 설명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우리 법무법인이 수행한 유사 사건에서도, 경찰은 최초에는 ‘참고인’ 신분임을 고지했으나 실제 조사 과정에서는 피의자 지위로 전환한 바 있다. 당시 우리는 처방 패턴·재고 흐름·NIMS 입력값을 교차 검증하여 투약의 불가피성을 설명함으로써, 수사 초기의 부정적 선입견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수사관들은 약물 중독 환자가 연루된 의료기관을 기본적으로 위험 요인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의료인은 진료행위의 전문적 판단 과정에 고의가 개입되지 않았음을 데이터 중심으로 설득해야 한다.기타 주의할 사항개원 초기 의료기관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오류는 마약류 보고 및 보관 의무를 경시하는 사례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의사·약사 등 마약류취급자가 마약·향정의 구매·조제·투약 등 모든 이동 내역을 지정 기한 내에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입력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의무를 고의로 누락하거나 허위로 기재할 경우, 단순 행정 위반을 넘어 형사책임까지 발생할 수 있다.보관 기준 역시 엄격하다. 향정신성의약품을 이중 잠금이 가능한 금고 등 안전시설이 아닌 서랍이나 일반 캐비닛에 보관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며, 위반 정도에 따라 마약류취급업무 정지(수개월) 처분이 내려진다. 사소한 실수로 인해 병원 운영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실제 우리 법무법인에서 담당했던 사례로, 병원장과 약사가 관리에 소홀한 사이 직원이 마약류를 무단 반출·유통하다 적발된 사건이 있었다. 조사 과정에서 “직원이 단독으로 저질렀다”는 주장을 했지만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어렵사리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었지만, 몇 달 동안 마약류관리자가 불법 사용·유통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걱정을 해야 했다.요컨대, 마약류 보고·보관 의무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의료기관의 존속과 직결되는 필수적 안전장치임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2025-06-09 08:31:40의료판례칼럼

합의 후 추가 손해배상이 가능하려면

[메디칼타임즈=정재훈 변호사(법무법인 문장) ]교통사고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일정한 금액으로 합의가 이루어진 때는 그 후에 합의금 액수를 초과하는 손해가 실제로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가 없다. 이는 합의, 즉 법률용어로 쓰자면 화해계약의 목적 및 성질상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하지만 합의의 대상이 된 부분 외의 것에 대해서는 추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예외도 존재한다. 대법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합의가 손해 발생의 원인인 사고 후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손해의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후발손해가 합의 당시의 사정으로 보아 예상이 불가능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후발손해를 예상하였더라면 사회통념상 그 합의금액으로는 화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할 만큼 그 손해가 중대한 것일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가 이러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그 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최근 교통사고에 대해서 합의 이후 추가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후발손해에 대해서도 합의의 효력이 미쳐 추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있는데,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교통사고 피해자가 사고 후 2개월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가해자 측의 보험사와 300만 원으로 합의를 하였다. 이후 피해자는 노동능력상실률 10%의 장해에 이르게 되었고, 이와 관련하여 4년이 지난 후 4천만 원 정도의 추가 손해배상 청구를 하였다.법원은 위에서 언급한 대법원 판결을 설시하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를, ① 사고 후 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합의할 당시 '손해사정에 영향을 미친 중요사항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는 점, ② 합의 당시 피해자는 요추 압박골절과 이로 인한 후유장해 가능성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 ③ 합의서에 금속판 제거술 비용도 포함되었다고 기재되어 있어, 피해자는 향후치료비 등 손해도 합의금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점, ④ 피해자는 사고 후 10일간 입원치료를 받고 이후 약 2개월 정도 지난 후에 합의하였는바, 사고 발생과 합의 사이의 기간이 지나치게 짧지 않은 점, ⑤ 합의 후 4년 동안 치료 내역이 없고, 피해자의 노동능력 상실은 한시적인 장해로 보이는 점 등을 언급하면서, 피해자가 주장하는 추가적인 후발손해에 대해서도 애초에 있었던 합의의 효력이 미치는 것이라고 하였다.이처럼 합의 이후 추가 손해배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손해의 범위를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합의가 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져야 하고, 후발손해가 예상 불가능한 손해여야 하고, 또 중대한 손해여야 한다. 따라서 합의 이후 추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는 이러한 요건을 만족하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2025-06-02 05:00:00의료판례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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