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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중 발목 삐끗했을 땐?

[메디칼타임즈=경희의대 2학년 류한정 ]최근 한국은 운동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젊은 층들이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활발히 스포츠에 참여한다. 등산, 클라이밍, 러닝 등을 중심으로 한 동호회들이 유행하고, 웨이트 트레이닝 후 거울을 보며 사진을 찍는 '오운완' 사진도 인스타그램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하지만 운동 중에는 언제든지 부상이 따른다. 그 중 가장 흔한 부상이 바로 발목 염좌이다. 발목 염좌는 순간적으로 발목이 꼬이거나 접질렸을 때 관절을 지탱하는 인대들이 손상을 받아서 발생한다.바깥쪽과 안쪽 두 방향으로 접질릴 수 있는데 90%의 경우는 발목 외측 염좌이다. 발목을 지탱하던 인대가 충격으로 과하게 늘어나는 것이 대부분이며 간혹 찢어지기도 한다.증상은 말하지 않아도 본인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불편하거나 아프다. 아픈 발목 쪽으로 체중을 싣고 서기 힘들고, 인대가 찢어졌다면 발목을 접질렸을 때 '딱'하는 소리가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초기에는 붓기 때문에 어느 쪽 인대가 다쳤는지 확실히 알 수 없으므로 응급처치와 보존적 치료가 우선이다.종류는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도 염좌는 가장 가벼운 수준이다. 인대가 파열되지 않고 섬유 조직만 자극을 받은 상태이다. 2도 염좌는 인대의 부분파열을 동반하고, 3도 염좌는 인대의 완전 파열이다. 1도 염좌는 걸을 수 있지만 불편감이 있는 단계, 2도 염좌부터는 멍이 들고 크게 붓는다. 2도와 3도 염좌는 중증도 이상이기에 걷는 것이 고통스럽다.  대부분 일반인이 겪는 발목 염좌는 경증이고, 특수 치료가 필요하지 않으며 잘 치유된다. 그렇지만 재발이 잦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초기 응급처치와 재활 운동이 중요하다. 가장 흔한 응급처치 방법으로는 RICE를 떠올릴 수 있다. Rest, Ice, Compression, Elevation 순서이다.Rest(휴식)은 말그대로 손상된 쪽을 쓰지 않고 필요할 때만 부목을 사용하여 걷는 정도로 잘 쉬어주는 것이다. Ice(냉찜질)는 다친 발목위에 얼음 팩을 올려 20분씩 하루 최소 3,4회를 해준다. 오랜 시간 피부에 얼음 팩을 올려두면 피부손상을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한다.염증을 줄이기 위한 과정이므로 초기단계에만 실시한다. Compression(압박)은 부종을 감소시키기 위해 붕대나 테이프로 발목과 발을 감싸 발목을 압박하는 것이다. Elevation(들어올리기)는 발목 밑에 쿠션 등을 받쳐 거상시키면서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발을 헛디뎌서 발을 삐끗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발목주변 근육이 약하고 관절의 가동범위가 좁아서 발생하는 문제가 크다. 한번 염좌가 발생한 발목은 불안정성이 남아 염좌가 자주 반복될 수 있다.따라서 초기 치료가 끝나고 붓기와 통증이 사라져 바로 동일한 강도의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금물이다. 지루하더라도 꼭 발목 재활운동을 하며 발목을 강화해야 한다.손상 후 일주일 동안의 급성기에는 RICE를 실시하고, 이후에는 재활운동을 조금씩 실시한다. 눈감고 버티기, 한발을 들고 손으로 바닥 찍고 올라오기, 한발을 들고 여러 방향으로 발 찍기 등 다양한 재활운동 프로그램이 유튜브에 나와있다.재활운동 또한 너무 급하게 진행하면 오히려 인대의 회복을 방해할 수 있기에 본인의 상태에 맞추어 운동을 진행해야 한다. 필자가 발목을 다쳤을 때는 유튜버 '관절사용설명서'의 영상들을 참고했다. 발목 염좌 1주차부터 10주차까지 운동이 짜여 있어 따라하기 좋다.발목 염좌를 예방하는 방법은 발목 보호대 착용, 운동 전후 스트레칭, 발목 운동을 들 수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 발목 강화 운동이다. 발목 근력을 강화하고 관절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다. 재활운동시 신체 안정성에 대한 동적인 훈련을 해주면 좋다.우리의 몸은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발목 부분에만 집중하기보다 발목, 무릎,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근육의 흐름과 동작을 살펴보며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하지를 만들어야 한다. 다만 스스로 운동선수가 아니라 일반인임을 인지하고 본인의 몸 상태에 따라 운동 강도를 조절하자.
2024-07-22 05:00:00젊은의사칼럼

자유로부터 도피하고 있지 않으십니까?

[메디칼타임즈=울산의대 3학년 조우영 ]자유는 역사적으로 인류가 지켜온 소중한 가치 중 하나입니다. 인간의 자유의 근원이 어디인지에 대한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인간은 누구나 자유를 원합니다. 이 글을 통해 제가 생각하는 자유란 무엇인지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 사람의 내면세계를 미시세계, 외부 세계를 거시세계라고 치환해보면, 자유를 다양하게 정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단어의 개념을 이해하면 언어는 사고를 구조화하고, 언어 그 자체에 사고에 대한 지배력이 있어서 우리 스스로가 자유한지 점검해볼 수 있고, 본인이 자유롭지 않았다면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먼저 가시적인 외부 압력에 의해 자유가 박탈당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전쟁, 독재 등 사회에서 개인의 정신적, 육체적 선택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받지 못할 때 자유가 침해받았다고 느낄 것입니다.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의 국민들과 하마스, 북한의 주민들은 자유를 빼앗긴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또한 자유는 미시적으로 개인에게도 소중한 가치입니다. 남의 시선과 요구, 사회의 기준과 공식에 의해 삶의 선택권을 지킬 용기를 잃고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들이 즐비합니다. 외부의 압박이든, 내부적인 초자아의 간섭이든, 내면의 그림자의 간섭이든 간에 개인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기 위해서는 자유가 필요합니다.중독도 자유를 침해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개인적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순간의 쾌락이나 편안을 위해 건강하지 않은 행위를 반복하고, 이를 넘어 개인의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로 접어드는 것 또한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종교에서 자유는 무엇이라고 정의할까요?기독교에서 자유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입니다. 본래 인간은 하나님과 서로 사랑하며 살도록 창조되었지만, 동시에 하나님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하셔서 하나님과 관계를 맺지 않는 것도 허락하셨습니다.그리고 인간이 하나님과 단절되어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상태를 죄라고 합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자유는 죄로부터의 해방입니다. 죄라는 인간을 속박하던 것으로부터 벗어나 인간이 하나님과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 자유입니다.지금까지 살펴본 바, 자유는 '무언가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상태' 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이전에 우리를 속박하던 것이 있어야 하며, 자유는 실존적 상태로서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유는 정치적, 경제적으로도 자주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체제 등 우리의 삶 곳곳에서 인류의 자유를 향한 갈망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여러분은 무언가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이십니까? 돈, 관계, 게임, 더 나아가 본인 스스로 정한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의무감과 강박감으로부터 자유로우십니까? 불안, 미움, 외로움 등 우리를 괴롭히는 감정들의 원인을 알고 계시며,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우십니까? 자유롭지 못하시다면 우리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요?인간은 자유로울 때 행복감을 느낍니다. 자유는 선택을 낳고 선택의 다양함은 자존감을 줍니다. 어떤 문제에 골몰하며 답이 없다고 느낄 때 제3의 선택지가 있다는 것에 우리가 해방감을 느끼듯 말입니다. 여러분의 삶에서 지금 하던 일을 그만두고 제3의 길을 갈 수 있음을 인지하고 계시며, 만일 그만둘 수 없다면 왜 그만두실 수 없으십니까?각자 묶여 있던 것에서 해방되시고, 혼자의 힘으로 불가능하다면 무엇이 우리의 삶 가운데 필요한지 고민해보시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2024-07-15 05:00:00젊은의사칼럼

아야 소피아, 제국의 흥망성쇠를 증언하는 옛 종교의 중심

[메디칼타임즈=조선의대 본과 2학년 안희상 ]로마 제국은 서양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전례 없는 대제국으로, 그 영향력은 광범위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공화주의적 기반에서 제국주의로 전환하면서, 전략적인 정치와 군사력으로 지중해와 유럽 대부분의 영토를 지배했습니다.이를 통해 인류사에 로마의 법과 행정 체제, 건축 기술, 사회망 구축 능력, 문화적 유산을 세계에 남겼습니다. 현재까지도 현대 문명은 그 로마제국에 빚을 지고 있습니다. 이중 동로마 제국은 기원후 4세기 초반에 로마 제국이 분열하면서 설립되었습니다.동로마 제국은 로마 제국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실체를 보존하고 발전시킨 중심지였습니다. 이 제국은 특히 기독교의 정식 수용과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기까지 로마는 인류사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고 혹자는 콘스탄티노플의 함락을 중세 시대의 끝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이 동로마제국과 오스만제국으로 이어지는 종교와 역사의 중심에서 인류사를 간직한 건축물이 있습니다.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입니다.  아야 소피아는 이스탄불에 위치한 역사적 건축물로, 동로마 제국과 오스만 제국의 역사를 함께 품고 있는 중요한 유적입니다. 이 건축물은 동로마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의 명령으로 건설이 시작되어 537년에 완성되었습니다.유스티니아누스는 니카 폭동으로 파괴된 이전 성당을 대체하기 위해 아야 소피아를 세웠고, 이는 동로마 제국의 정치적, 종교적 중심지로 기능하였습니다. 당시 아야 소피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돔을 가진 교회로 예배와 제국의 주요 행사가 열리는 장소로 사용되었습니다.시간이 흘러 아야 소피아는 그 상징성과 아름다움으로 인해 동방 정교회의 신앙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되었으며, 여러 황제의 대관식이 이곳에서 거행되었습니다. 이 성당은 비잔틴 건축의 최고 걸작으로 여겨졌고, 이후 여러 성당과 모스크 건축에 영감을 주었습니다.1453년, 콘스탄티노플은 오스만 제국의 메흐메트 2세에 의해 정복되었습니다. 메흐메트 2세는 약 한 달간의 격렬한 전투 끝에 5월 29일 최종적으로 도시를 함락시켰습니다. 콘스탄티노플의 방어는 견고했지만 최후의 방어선이 무너지고, 메흐메트 2세는 도시로 진입하여 콘스탄티노플을 오스만 제국의 수도로 삼았습니다.이로써 비잔틴 제국은 멸망하고, 오스만 제국은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하며 유럽의 중세 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 제국에 의해 정복된 후, 아야 소피아는 이슬람 사원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메흐메트 2세는 이 건축물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이슬람의 중요한 예배 장소로 삼았습니다. 내부의 기독교 모자이크는 석회로 덮였고, 네 개의 미나렛이 추가되어 사원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이 시기에는 아야 소피아는 오스만 제국의 종교적 중심지로 역할을 했으며, 이는 이슬람 세계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슬람 신자들에게 아야 소피아는 메흐메트 2세의 정복과 이슬람의 승리를 상징하는 중요한 건축물이 되었습니다. 오스만 제국의 술탄들은 이곳에서 금요 예배를 드리며, 제국의 종교적 정통성을 유지했습니다.1923년 오스만 제국의 멸망과 함께 튀르키예 정부가 수립되었습니다.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는 세속주의와 종교개혁을 강조하며 아야 소피아를 박물관으로 전환했습니다. 이 시기에 아야 소피아는 기독교적 문화재가 복원되며 종교적 중립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그러나 2020년 7월, 터키 정부는 아야 소피아를 다시 모스크로 전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아야 소피아는 현재 모스크로 사용되면서도 관광객들에게 개방되어 있습니다.아야 소피아는 기독교, 특히 정교회에게 깊은 종교적 의미를 갖습니다. 정교회 신자들에게 아야 소피아는 단순한 예배 장소를 넘어 신앙의 중심지이자, 성스러운 공간으로 여겨집니다.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아야 소피아를 건축하면서 "솔로몬(의 성전)을 능가했다"고 선언할 정도로 이를 자랑스럽게 여겼고, 이는 정교회의 위엄과 영광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곳에서 거행된 성대한 예배와 의식들은 동방 정교회의 신앙과 전통을 공고히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이렇듯 아야 소피아는 동로마 제국의 기독교 성당에서 오스만 제국의 이슬람 사원, 그리고 현대의 박물관과 모스크로 변천해 오면서 각 시대의 종교적, 정치적 변화를 반영하는 상징적 건축물로 남아 있습니다.정교회와 이슬람교 모두에게 아야 소피아는 각자의 신앙과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그 상징성과 의미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야 소피아는 수많은 인류사의 혼돈의 소용돌이 중심에서 옛 제국들의 흥망성쇠와 믿음을 품고 여전히 고고하게 서있습니다. 
2024-07-08 05:30:00젊은의사칼럼

무진기행을 읽으며

[메디칼타임즈=충남의대 4학년 이동훈 ]요즘 책을 읽고는 한다. 최근에 읽은 소설은 김승옥 작가님의 무진기행이다.무진기행은 여로형 소설이다. 화자인 나, 윤희중이 무진으로 향하며 시작되고, 떠나며 끝난다. 그는 제약회사의 전무이사로 승진하기 직전, 아내의 권유를 계기로 재충전의 차원으로 무진으로 향한다. 무진이란, 일상에서 벗어난 탈일상의 공간이며,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는 몽환적인 공간이기도 하다.하지만, 그에게 무진은 이상향적인 공간은 아니다. 그가 무진으로 향하는 순간은, 그가 전쟁, 실직, 질병 등 인생의 중요한 고비를 맞이한 때이기 때문이다. 무진에 간다고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진으로 줄곧 가고는 하였다. 무진에서의 그의 생활은 그야말로 탕아라고 할 수 있다. 골방에 처박힌 채 누우런 얼굴과 더러운 옷차림으로 공상과 불안, 초조함을 쫓고자 독한 담배를 피우고, 또한 하염없이 우편배달부를 기다리고는 하였다.작품 속 시점의 그는, 일견 전도유망해 보이는 청년으로서 무진의 구석구석들을 다시 둘러본다. 신문을 신청하고, 옛 친구의 초대로 세무서를 방문하며, 어머니의 산소를 들르고, 해변가를 산책한다. 또한, 자신의 젊은 날의 초상과 같은 한 인물을 만나 현재 시대 기준으로 분명한, 일탈을 벌인다. 작품 속 문장들은 일상과 탈일상의 충돌, 세속과 순수의 충돌, 인물의 방황 등을 내밀하게 표현한다.삶에는 원래 굴곡이 있다고 한다. 작품을 읽으며 든 생각은,  우리도 언젠가는 무진에 갈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미 머무르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진에 있다고 꼭 골방에 머물러야 할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방 밖에는 숲과 해변, 골목과 운동장, 신문지소와 사무소들이 있다. 시간을 내어 숲과 해변을 거닐고, 골목을 누비며,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신문지소와 사무소들 등에서 새로운 종류의 일들을 해볼 수도 있다.실제, 주변의 휴학한 사람들의 삶을 들어보면 다들 다양한 경험들을 쌓고 있다. 몇몇은 우직하게 운동과 의학 공부에 정진하는 친구들도 있고 몇몇은 USMLE가 무엇인지 알아가고 국내외 의료 환경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친구들도 있다. 몇몇은 학원과 과외 파트타임 일을 하며 노동의 가치를 느끼고, 카페, 공연 조연출, 배민 라이더 등 새로운 일에 종사하며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임기응변하는 능력을 키우기도 하고 있다 또한, 몇몇은 봉사 활동에 매진하며 어린아이들, 어르신들, 외국인들과 교감하고, 사회의 소외된 집단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고 있다.작품은 갑작스러운 전보와 그에 대한 화자의 선택으로 화자가 무진을 떠나며 마무리된다. 화자는 무진에 머무르는 것과 바로 떠나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탈일상은 그것을 새로운 일상으로 받아들이거나, 혹은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오며 끝나게 될 것이다.현재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 자리를 잡고 각자의 일들을 하고 있다. 가시적으로 그들의 삶이 바로 눈 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무진에 머무르는 사람들, 그리고 삶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모두 건강하기를, 행복하기를, 보람을 얻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2024-07-01 10:39:59젊은의사칼럼

의대 증원, 진솔하게 써 내려가는 우리의 목소리

[메디칼타임즈=경상의대 2학년 박성연 ]지난 2월 정부에서 발표한 필수 의료 패키지에 반대하여 우리는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평소에 학교를 다닐 때 주로 아이패드로 공부하곤 하는데, 휴학하고는 패드에 저장된 강의록 모음을 들여다볼 일이 없었다.그러다 오랜만에 우연히 패드를 켜서 작년, 본과 1학년 때 배웠던 강의록 그리고 과제를 훑어볼 기회가 있었다. 학교에서 치열하게 공부하고 실습했던 순간들, 강의를 들으며 감명받기도 하고 훌륭한 의사가 되어 의술을 펼치겠다는 포부를 다짐했던 기억들이 방울방울 스쳐 지나갔다.본과 1학년 해부 실습을 시작할 때의 일이다.본1을 맞이하는 겨울은 유난히 차게 느껴진다. 2월 초에 시작한 개강. 조금 여유로운 예과를 보내고 급격하게 늘어나는 학습량에 적응할 새도 없이 치러지는 골학 땡시, 그리고 시작되는 해부 실습은 우리를 24시간 긴장하게 한다.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검정 양복을 갖춰 입고 잔뜩 긴장된 상태로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해부제를 지내고 무거운 마음으로 카데바를 맞이한다.'가족분들께서 큰 뜻을 품고 기증해 주신 이 시신을 통해서 정말 열심히 실습하고 공부해서 실력 있는 의료인으로 성장해야지'이 꿈을 품어보지 않은 의대생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실습이 시작될 때, 그리고 끝날 때 차디찬 스테인리스 실습대 위에 올려진 카데바를 향해 묵념하고 경건하고 비장한 마음으로 실습에 임한다. 짧은 묵념의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제게 이런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동기들과 서로 도와가며 실습을 잘해보겠습니다'라는 생각부터 '미래에 서젼이 되어 이 실습으로서 배운 해부학 지식을 잘 활용해 내가 든 메스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길'이라는 생각들까지.짧게는 오늘 있을 실습 때 나의 마음가짐을 다지고, 길게는 먼 미래 훌륭한 의술을 펼칠 의사로 성장하게 될 내 모습을 상상하며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한다.정신없이 진행되는 몇 시간에 걸친 실습이 끝나면 우리의 몸과 머리카락에는 진한 포르말린 냄새가 진동한다. 샤워를 하고 다시 정독실로 향한다. 오늘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꾸벅꾸벅 졸면서 내일 있을 해부 실습 내용을 예습까지 마쳐야 다시 카데바 앞에 설 수 있다.이렇게 치열한 일상은 약 4개월 반 동안 이어진다. 6시간 이상을 편하게 깊이 잔 적도 없이 공부에 매진하며 한 학기를 보낸다. 숨차게 달려가고 벅찬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불평하는 동기는 아무도 없었다. 돌이켜보면 너무 힘겨운 한 학기였기에 돌아갈 수 없는 학기라고 회상하긴 하지만, 감사했고, 또 배울 수 있음에 정말 보람찬 한 학기를 보냈다.이렇게나마 교육 현장에서의 우리의 목소리를 적어본다.여러 뉴스 기사를 접하고 필수 의료 패키지에 관한 유튜브 영상을 볼 때면 의사와 의대생 집단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의대 증원을 무조건 반대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국민의 거센 비판의 목소리를 흔히 접할 수 있다.하지만, 현장에 있는 학생들은 늘 불타는 사명감과 꿈을 갖고 의학교육의 현장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당장 2025년부터 급진적으로 추진되는 의대 정원 증원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아무 준비도 되지 않은 채 정원을 확대하는 정책은 교육의 질을 크게 저하한다. 당장 본인이 속한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은 작년 의학 교육 복합관을 신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증원 해당에 해당하는 학생들을 수용할 강의실과 실습실이 마련되어있지 않다.이와 같은 정책이 계속 추진 될 경우 의학 교육 질의 저하는 불가피하며 이 피해는 학생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나아가 불충분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배출될 경우 이 모든 피해는 10년 후 환자들이 안고 가야 할 숙명이 될 것이다.우리는 더 많이 배우고 익혀 대한민국 의료 발전을 위해 힘쓸 준비가 되어있다. 하루빨리 이 혼란이 정리되고 학교로 돌아갈 날들을 손꼽아 기다린다.
2024-06-24 05:00:00젊은의사칼럼

인지저하증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란

[메디칼타임즈=울산의대 1학년 박주미 ]'어르신 10명 중 1명 치매' 쉽게 접할 수 있는 문구고, 다들 이제 아주 가까이에서도 심심찮게 인지능력이 저하되신 어르신들을 뵐 수 있어 놀라워하지도 않는다.혹자는 치료법 개발에 더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 또 혹자는 돌봄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필자는 기술과 제도는 체와 같다고 생각한다. 노력으로 틈을 촘촘히 할 수는 있으나,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 꼭 무언가는 틈으로 빠져나간다.얼마 전 방문한 홈케어·재활·복지 전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전시에서 근육 옷감, 계단을 오르내리는 휠체어, 직립 보조 로봇을 비롯해 나름 이과생인 필자의 상상을 초월하는 휘황찬란한 기술들에 나도 모르게 "와~"하는 경이감에 젖은 탄식을 내뱉었다.그러나 인지 문제와 밀접한 기술은, 퍼즐 맞추기나 간단한 게임 정도밖에 볼 수 없었다. 높은 유병률에 의해 많은 연구자가 그 분야에 뛰어들겠지만, 기술적 진전이 어렵다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그렇다면 어떻게 상황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까? 우연히 들른 한 책방에서 그 길을 제시해주었다. 그 책방에서는 이전에 가본 다른 책방들에선 본 적 없는, '돌봄'을 주제로 한 책들이 중심부 한 켠에 진열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둘러보다 띠지의 '격리도 통제도 없는 특별한 요양원' 문구를 보고 『돌봄, 동기화, 자유』를 골랐다. '요양원'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단번에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격리, 통제를 지양하고 어르신 본연의 생활 리듬을 존중하기에 돌봄자의 역할이 더욱 커진다. 어르신이 나가고 싶어하시면 정처 없이 따라다니기도 하고, 도무지 해석하기 힘든 어르신의 행동이나 언어에 관심을 기울여 어르신의 의사를 파악한다.때로는 보통 '헛소리'로 치부하는 사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에 귀 기울여, 몇 가지 키워드를 주워 어르신의 깊은 내면에 닿기도 한다.물론 이상적인 상황이 펼쳐지는 것은 일부다. 어르신들은 예측불허의 모습을 보이시고, 요양원을 몰래 탈출하시기도 하시고, 식사나 배변 같은 필수 현상을 거부하시기도 하신다. 그리고 직원들은 수용의 한계에 도달할 때가 많다. 이렇게 주변인들은 끊임없이 갈등과 고뇌에 빠진다.이 요양원에 인지저하가 생기신 어머니를 맡기신 따님이 있으셨다. 어머니께서는 요양원에서 예쁜 꽃을 보면 좋아하시기도 하고, 삶을 즐기시는 모습도 보이셨다. 그렇게 지내시다 돌아가셨고, 20년이 지났다. 따님도 인지저하증 진단을 받으셨다. 그러나 그 따님은 전혀 속상해하거나 무력해하지 않으셨다.따님의 사례에서 우리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인지저하증을 가지신 분의 삶도 인간답다고 느낄 때, 그것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게 된다. 사회 전반에 그러한 인식이 퍼져 있으면, 그것이야말로 적절한 돌봄이라 생각한다.이러한 분위기는 '어리석을 치', '어리석을 매'가 합쳐진 '치매(癡呆)'를 '인지저하증'과 같은 용어로 대체하고, 주변의 인지저하증 어르신에게 너무 무심하지도, 간섭하지도 않는 관심을 보이는 태도 등에서 출발할 수 있다.그리고 그 알맞은 태도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은 『돌봄, 동기화, 자유』 같은 책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필자가 들른 책방처럼, 타인에게 돌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도 좋다.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변화인 인지저하증을 서글프게만 여기기보다, '한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의 일부로,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사회가 곧 오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2024-06-17 05:00:00젊은의사칼럼

완화의료: 인생의 여명을 지키다

[메디칼타임즈=원주의대 4학년 김현 ]본과 3학년 실습을 돌며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었다. 대장암의 간 전이로 더 이상 할 수 있는 치료가 없는 분이셨다. 황달과 통증으로 괴로워하셨고, 음식도 드시지 못했다. 교수님은 호스피스 병원을 권하였지만, 모종의 이유로 할아버지는 호스피스 병원으로 가지 않으셨다. 그렇게, 진통제와 영양제를 맞으며 대학병원 베드에 덩그러니 누워 계셨다.죽음을 앞둔 환자를 맞이하면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무력감을 느낀다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러나 나는,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필자는 책 『죽음이 물었다: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있느냐고』를 읽으며 완화의료가 위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배웠다. 책의 저자 아나 아란치스는 브라질의 완화의료 의사로서, "자연스러운 죽음을 넘어 아름다운 죽음을 유도하고 보조하겠다"는 목표와 믿음을 갖고 일하고 있다.그녀는 이 목표를 위해 그녀만의 아름답고 작은 세상, "A Casa Humana(사람의 집)"이라는 가정 중심 완화의료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A Casa Humana를 직접 방문하며 느낀 것은, "자연스러운 죽음, 아름다운 죽음"이 가능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었다. 그리고 완화의료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었다.이번 칼럼에서는, 완화의료의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그 중요성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완화의료란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신체적 · 심리사회적 · 영적 고통을 경감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의학의 한 분야다. 호스피스와 달리 완화의료의 대상은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질병이 진단되는 순간부터 조기에 완화의료팀에 연계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암 환자들이 겪는 대표적인 고통으로는 통증, 호흡곤란, 구토와 더불어, 불안, 우울이 있다. 완화의료 의사는 통증 관리의 전문가로서 위 증상들을 가장 잘 다룰 수 있다. 또한, 환자가 겪을 증상을 예측하여 미리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예를 들어, 아편계 진통제는 암성 통증에 쓰이는 대표적인 약이다. 그러나 부작용으로 변비를 일으켜 또다른 고통을 일으키곤 한다. 의사는 진통제 투여 전, 변비가 심해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 환자가 겪을 고통을 사전에 대비할 수 있다.암 외에도 심혈관 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 에이즈, 당뇨 등 다양한 질환의 환자들도 완화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망률 8위인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말기 단계로 갈수록 급성 악화가 예상할 수 없이 반복된다.COPD 진단 초기에 완화의료 서비스를 통해 적극적으로 병을 관리하면, 입원 기간이 단축되며, 캐나다에서 이루어진 연구에 의하면, 병원보다 집에서 맞이하는 임종-환자들은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길 더 원했다-이 증가했다고 한다 (Iyer, 2022).최근에 들어서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같은 퇴행성 질환에서의 완화의료도 주목을 받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초기의 경한 인지저하, 집중력 저하로 시작하여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대소변을 못 가리는 등 스스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된다.치매 말기 단계에는 발열, 폐렴과 더불어 음식을 먹지 못하며 이때가 되면 생존기간을 6개월 이내로 추정한다. 연구에 의하면, 임종 전 2주 동안 치매 환자들은 감염(74.1%), 발열(51.7%), 저혈압(49.0%), 경구 섭취 부족(46.9%)을 경험했다고 한다 (Tay, 2020).말기 치매 환자와는 의사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그들의 불편한 증상을 파악하는 것부터 세밀한 관찰이 요한다. 또한, 치매 환자를 간병하는 가족들의 심리적, 신체적, 경제적 고통도 상당하다.완화의료를 치매 진단 초기부터 시작하면, 환자가 어떻게 삶을 마무리하길 원하는지 파악하여 그에 따라 적절하게 관리를 해줄 수 있다. 그리고 오랜 시간 간병해야 하는 보호자의 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예를 들어, 치매 환자는 언젠가는 장관 영양-튜브로 영양액을 위장으로 공급하는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장관 영양은 말기 치매 환자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존율, 삶의 질, 보호자의 간병 부담 등을 개선한다는 근거가 없다. 오히려, 튜브로 인하여 궤양, 폐렴 등이 생길 위험이 있다 (Davies, 2021).그러나 장관영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 장관영양은 보호자들로 하여금, 억지로 환자에게 밥을 먹여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장관 영양이라도 하지 않으면 부모님을 굶기는 것 같다는 죄책감도 장관 영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곤 한다.말기 단계에서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죽음의 단계다. 완화의료 전문가가 함께 한다면, 환자 및 보호자에게 각 선택지의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해주고,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 다만 환자와 보호자에게 최선을 선택을 내릴 기회를 제공해준다.완화의료는 암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환의 환자들의 인생의 여명을 지켜준다. 환자들이 남은 생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며, 육체적 · 심적 안정을 제공한다. 이 여명은 남은 가족들의 삶도 밝혀준다.또한, 여명이 지기 전, 노을이 지는 시간이 있듯이, 완화의료도 최대한 빨리 시작할수록 빛이 저무는 시간을 더 오래 온전히 지켜볼 수 있음을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A Casa Humana 병원의 벽에 적힌 글귀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당신이 질병을 치료한다면, 이길 수도, 혹은 질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이 사람을 치료한다면, 단언컨대 결과가 어떻든 이길 것이다. (Doherty Hunter)"병 앞에서 의료진은 무력해질 수 있으나, 환자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참고문헌) 1. Iyer, Anand S et al. "The Role of Palliative Care in COPD." Chest vol. 161,5 (2022): 1250-1262. doi:10.1016/j.chest.2021.10.0322 Tay, Ri Yin et al. "Comfort and Satisfaction With Care of Home-Dwelling Dementia Patients at the End of Life." Journal of pain and symptom management vol. 59,5 (2020): 1019-1032.e1. doi:10.1016/j.jpainsymman.2019.12.0043. Davies, Nathan et al. "Enteral tube feeding for people with severe dementia." The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vol. 8,8 CD013503. 13 Aug. 2021, doi:10.1002/14651858.CD013503.pub2
2024-06-10 10:34:29젊은의사칼럼

운동의 계절 여름의 방문

[메디칼타임즈=경희의대 2학년 류한정 ]봄여름 옷을 꺼내며 옷장 정리를 하다가 문득 몸이 무거워졌다고 느꼈다. 그래서 헬스장을 다닌 지 2주가 되었는데 매일 과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몸에 활력이 넘친다는 느낌이 들었다.운동의 효과를 직접 체험한 뒤 그 중요성과 지침을 알리고자 글을 쓴다. 운동을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운동은 7시간의 수면처럼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그렇다면 과연 나이대별로 어떻게 운동하면 좋을까? 본 기자는 보건복지부의 한국인을 위한 신체활동 지침서 2023 개정판을 참고하여 집단을 유아, 아동 및 청소년, 성인과 노인으로 구별했다.유아의 경우 매일 아주 다양한 신체활동을 활발히 해야 한다. 부모님이 적극적으로 도와 하루동안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을 가능한 최소한으로 하여 신체 발달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아동 및 청소년은 중강도 이상의 유산소 신체활동을 매일 한시간 이상 해야 한다. 또한 고강도의 유산소를 일주일에 3일 이상 해야 한다. 자라는 시기이기 때문에 뼈의 건강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신체활동을 일주일에 3일 이상 해야 한다. 근력운동도 일주일에 3일 이상은 해야 한다. 또한 공부를 하루 종일 앉아있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성인은 중강도 유산소 신체활동을 일주일에 총 150~300분 또는 고강도 유산소 신체활동을 일주일에 75~150분 해야 한다. 근력운동은 일주일에 2일 이상 해야 하며 또한 하루 종일 앉아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특히 컴퓨터 및 스마트 기기 사용을 위한 좌식 습관을 줄이고 불가능하다면 중간에 일어나 규칙적으로 걷거나 산책을 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노인은 중강도 유산소 신체활동을 일주일에 150~300분 또는 고강도 유산소 신체활동을 일주일에 75~150분 해야 한다. 근력운동은 일주일에 2일 이상 해야 하며 평형성 운동을 일주일에 3일 이상 해야 한다. 또한 다른 나이대에 비해 활동량이 떨어지기 쉬운 나이이기 때문에 앉아있기보다는 의식적으로 움직이려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만성질환자는 본인의 나이대에 맞는 지침을 동일하게 준수하되, 의사 및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신체활동을 진행하는 것을 권장한다. 가능한 최대 수준의 신체활동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신체활동의 강도는 상대적이며 스스로 간단하게 체크할 수 있다. 신체활동 중 말을 할 수 있지만 노래는 할 수 없는 정도라면 중강도 신체활동이다. 신체활동으로 숨이 차서 대화가 어렵거나 몇 마디 이상 말할 수 없다며 고강도 신체활동으로 정의한다.강도가 증가할수록 심장 박동을 빨라지므로 심박수를 이용하여 강도를 구분할 수 있다. 최대 심박수는 220-나이(만)으로 계산할 수 있는데, 저강도 운동은 최대 심박수의 57~63% 수준, 중강도 운동은 64~76% 수준, 고강도는 77~95% 수준의 운동이다.우리나라의 경우 절반 이상이 유산소 신체활동 지침을 준수하지 않고, 최근 7년 동안 실천율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한국 성인의 17.6%만이 유산소 신체활동 및 근력운동 지침을 모두 준수했으며 WHO에 따르면 전 세계 28%의 성인이 신체활동 지침을 준수하지 않았다.신체활동은 골격근의 수축 및 이완으로 일어나는 모든 몸의 움직임을 의미하며 현대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실내 활동이 늘어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인식이 줄어들고 있어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한 해 약 76조 원이 의료비용으로 지출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큰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신체활동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빨래 접기, 물통 나르기, 농작물 수확은 직업적 신체활동이고, 친구와의 배드민턴 내기, 공원 산책하기는 여가 신체활동으로 볼 수 있으며 지하철 환승과 도보로 출퇴근하는 것 또한 장소 이동 신체활동이다. 즉, 우리의 하루는 신체활동으로 시작하여 신체활동으로 끝나는 것이다.초록빛의 거리를 걷다보면 이제 여름이 물씬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번 주말에는 반려동물과 활발하게 움직이며 놀거나 가족들과 자전거를 타러 공원에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
2024-06-03 05:30:00젊은의사칼럼

나에게 이르는 길

[메디칼타임즈=울산의대 3학년 조우영 ]겨울방학과 동맹휴학 기간은 저를 알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청소년기 시절 스스로와 세상에 무관심한 채, 사회와 주변인들의 인식에 따라 제 인생의 행보를 결정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에니어그램 성격 검사는 사람의 성격을 본능, 사고, 감정 세 가지 영역의 상호 관계에 따라 분류합니다. 여기서 사고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 즉,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책임을 지는 태도를 뜻한다고 이해했습니다.저는 지금껏 사고라는 스위치를 꺼둔 채 사회라는 거대한 공동체에 제 자유를 헌납하고, 본능적으로 제 감정이 이끄는 대로 살아온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 이때를 돌아보면, 본능과 감정의 테두리 밖으로 나오는 과정으로 20대 초중반의 시기를 기억할 것 같습니다.이 글을 빌려 저라는 사람이 지금껏 쓰고 있던 자아라는 가면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시선으로 저와 세상을 바라보게 된 일을 적어보려고 합니다.지금의 제가 생각하는 자기성찰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공부하고, 스스로 수정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은 ‘자유’에 이르는 길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이 길은 단순히 지성으로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지식이 제 영혼 깊숙이 닿아 제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고, 앞으로 삶을 살아갈 때 가질 세계관을 조립하는 과정입니다.이 길목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만날 때도 있고, 인격적 불완전함을 마주칠 때도 있습니다(선악의 기준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면요).다행스럽게도 제 영혼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제가 가진 생각과 감정의 기원(스키마, 대전제)이 이성적으로 접근했을 때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을 때도 있었지만, 때로는 제가 생각하는 이상(선)과 현실(내면세계)가 충돌할 때도 있었다는 것입니다.전자의 경우 이성의 도움을 빌려 수정하면 되겠지만, 후자의 경우는 애석하게도 제 이성을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선악의 절대적 기준이 누구인가? 선악의 절대적 기준이 존재한다면, 이 세상에는 절대적인 원칙 즉, 양보할 수 없는 옳고 그름의 기준이 있다는 것인데 ‘그것의 기원은 어디서부터 오는가?’라고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습니다.혹자는 이를 신이라고 하고, 이성이라고도 하고, 감정이라고도 합니다. 각각은 한 인간의 내면세계에서 서로 다른 세계관을 창조해냅니다. 유신론적 세계관, 자연주의적 세계관, 포스트모더니즘적 세계관이 이것이죠. 세계관을 사상이나 신념으로 간략하게 표현해보자면, 한 인간의 세계관을 이해하고 정립하는 것은 참으로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첫 번째 이유는, 우리의 행동과 생각과 감정은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믿는 사상과 신념, 세계관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즉, 나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그 사람의 세계관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또 한 가지 이유는 우리가 우리의 세계관을 스스로 수정/보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의 자유의지에 따라 계발될 수 있다는 것이죠.여러분은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가십니까? 선악이 실존한다면, 그것의 근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의 생각과 감정 그 이면의 진짜 믿음은 사실에 기초하고 계십니까? 그렇다면 그 근거는 무엇이며, 틀렸다면 어떻게 고쳐나가실 겁니까? 고침의 방향이 선이라고 믿는다면, 선악의 근거는 어디서부터 온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2024-05-27 05:00:00젊은의사칼럼

원인을 찾아 떠나는 머나먼 길, 불명열

[메디칼타임즈=제주의대 본과 2학년 이승준 ]종종 뚜렷한 이유를 모른 채 열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감기약을 타고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열은 보통 1-3주간 지속된다. 그리고 열과 함께 여러 신체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그 예시로 두통, 피로, 식욕 부진이 대표적이다.열은 지속되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환자와 주위 사람들은 몸이 허약해서 일시적으로 열이 났다고 여기기 쉽다. 그런데 열은 몇 달 후 재발하여 환자를 다시 괴롭힌다. 단순 열감기가 아님을 깨닫고 동네 병원에서 피검사와 소변검사를 해도 원인을 찾지 못하기 일쑤다. 원인 모를 열은 환자와 주위 사람들 모두를 답답하게 만든다.원인 모를 열의 정의는 무엇일까? 원인 모를 열은 의학용어로 불명열(Fever of unknown origin, FUO)라고 부른다. 불명열이란 열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에도 그 원인을 못 찾은 경우를 말한다.불명열의 원인으로는 감염과 종양, 염증성 질환이 흔하다. 이 셋 중에 하나가 원인이니까 금방 원인을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불명열의 원인 질환은 200가지 이상으로 보고되었고 환자가 이중 어떤 원인 질환을 가졌는지 감별하는데 여러 검사와 시간이 소요된다. 게다가 통계상 불명열 환자의 70% 정도만 그 원인을 밝힐 수 있었다. 따라서 위에 불명열의 정의에서 언급된 ‘적극적인 노력’에는 환자와 보호자의 노력과 끈기가 포함된다.열이 1~3주 이상 지속되고 동네 병원에서 그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 종합병원의 감염 내과를 찾아야 한다. 감염 내과를 한두 번 외래로 방문해서는 원인을 찾을 수가 없다. 주기적인 검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집과 가까운 종합병원을 가는 것이 추천된다. 감염 내과 선생님의 판단에 따라서 입원하여 검사를 받을 수도 있다.감염 내과에서는 불명열의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검사를 진행한다. 기본적으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영상검사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환자의 염증수치, 백혈구수치, 류마티스 인자, 장기의 이상 등을 확인하고 감염, 류마티스 질환 여부와 종양의 유무를 판별한다. 환자가 지속적인 두통이 있을 때는 뇌척수액 검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위 검사에서 비정상적인 낌새가 관찰되면 감염내과에서는 환자가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원인질환의 후보군들을 나열한다. 그리고 그 후보군들이 환자의 원인 질환이 맞는지 하나하나 검증하기 시작한다.이때 여러 과 의사 선생님들이 동원되어서 검증에 참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류마티스 질환이 의심되면 류마티스 내과 선생님이 오고 종양이 의심되면 혈액종양 내과 선생님이 와서 환자의 상태를 살핀다.원인 질환의 후보를 하나씩 지우는 과정에서 진단을 위한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불명열의 흔한 원인인 감염, 염증 질환, 종양에서 모두 커진 림프절을 관찰할 수 있는데 그 림프절의 조직 검사가 진단에 큰 기여가 되기 때문이다.위와 같은 검사들을 했음에도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유전자 검사를 고려할 수도 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희귀병, 배양하기 힘든 세균과 바이러스를 발견할 수도 있다.검사 종류의 수만 봐도 열의 원인을 찾기 위해 긴 시간과 비용이 들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긴 시간과 비용을 들여 검사를 꾸준히 받음에도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것에 환자와 보호자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렇다고 원인 찾기를 포기할 수도 없는 마당이다. 시간이 갈수록 원인 질환의 치료는 힘들기 때문이다.환자와 보호자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쉬지 않고 걸어가는 느낌일 것이다. 그렇지만 위에 제시된 길을 터벅터벅 걷다 보면 끝내 원인을 찾고 분명히 치료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불명열 환자가 원인 질환을 치료하여 다시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24-05-20 05:00:00젊은의사칼럼

불평등이 인간의 몸에 남기는 상흔

[메디칼타임즈=순천향대 본과 2학년 오준서 ]청동기 이래로 불평등은 인간 사회에 상존해 왔다. 불평등의 양상은 시공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러 얼굴을 하고 일상에 스며 있는 불평등을 감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가끔 어떤 종류의 상황 맥락들에서, 사람들이 전개하는 대화들 사이사이 드러나는 행간에서, 감추어져 있었던 불평등은 수면 위로 올라온다. 불평등한 구조에서 누가 위를 차지하는지, 그리고 아래에 서 있는 이는 누구인지 비로소 보인다.종이에 잉크 방울을 떨어뜨린 듯, 일상 속에서 점점이 보이는 불평등은 사회 구조에서 자신과 완전히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을 직접 마주할 때 희미하게나마 어떤 형태의 그림이 된다. 불평등을 언제나 경험적으로 온전하게 느끼지는 못하더라도 희미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주로 저소득층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봉사 자원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던 불평등의 어떤 형태를 마주하게 되었다. 이미 기사 제목에서 언급되었던 저소득층이라는 단어를 통해 그것이 경제적 불평등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인상적이었던 것은 경제적 불평등이 드러나는 방식이었다. 정기적 검진을 받으면서 꾸준히 관리하면 개선될 수 있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하여 악화된 경우가 태반이었다. 막연히 병원에 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건강검진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언급한 현상들이 모두 경제적 불평등에서 비롯한다고 할 수는 없고, 이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불평등이 이들의 건강 문제에 대한 수많은 원인들 중 하나라는 것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하리라.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 이유를 다시 질문했을 때, 많은 이들은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야 하는 정도로 심각한 증상인 줄 몰라서' 등의 이유를 댔다. 현재 한국의 사회보장시스템과 그들의 사회경제적 조건을 생각할 때 필요한 대부분의 치료를 국가에서 부담할 것임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건강과 빈곤은 연속적이다.국가의 사회보장 기준처럼 특정 기준 미만부터 빈곤하고, 특정 기준 미만부터 건강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건강 악화는 이들이 국가의 사회보장시스템 하에서 충분한 보호를 받기 훨씬 이전부터 진행되어 오고 있었을 것이다.'심각한 증상인 줄 몰랐다'라는 진술은 주로 교육에서 기인한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데, 경제적 여유와 교육의 연관성은 많은 자료에서 통계적으로 검증되어 있듯 유의미하다. 이처럼 몇 가지 단서들을 통해 경제적 불평등이 건강의 악화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겠다.경제적 불평등 외에도 사회적 차별 등 건강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들은 상당히 많다. 건강권은 최소한의 건강을 보장받을 권리로 대한민국 헌법과 세계인권선언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인간의 기본권 중 하나이다.우리가 전 세계를 휩쓴 감염병 상황에서 목도했듯이, 위기는 언제나 공동체의 가장 약한 고리를 먼저 타격한다. 인간이 아직도 이렇게 불평등하게 아프다는 것은 슬프고도 잔혹한 일이다. 건강권이 평등하게 보장되지 않는 사회를 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바꾸어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아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2024-05-13 05:00:00젊은의사칼럼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메디칼타임즈=차의대 본과 4학년 오예지 ]평소 독서량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표지가 예쁜 책을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 올해 초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서점에 들러 표지가 나무판으로 되어 있는 예쁜 동화책을 기념품으로 사왔다.얼마 전 서점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표지를 가진 양장본을 발견하여 구매했다. 바로 1919년 오리지널 초판본 금장 에디션으로 나온 데미안이다.데미안은 추천 도서로 이름을 들어본 적 있으나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었다. 유명한 구절인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만 알았을 뿐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이 말을 데미안이 했고 책 제목의 데미안이 소설 속 등장인물 이름임을 알게 되었다.두껍지 않은 책이라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내용은 절대 가볍지 않다. 읽고 나서 개인적으로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했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어려웠다. 옮긴이의 작품해설을 빌리자면 <데미안>은 세계대전 이후 '전쟁'과 '개인'의 관계를 치밀하게 제시한 작품이며 헤르만 헤세의 자기 성찰적 기록이다.  이 책은 주인공 싱클레어를 통해 자아가 어떻게 형성되어 가는지 보여준다. 자아는 한순간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제시하는 수많은 과제를 마주하며 변화하는 과정이다.헤르만 헤세의 시선으로 전쟁의 잔인함과 쾌락을 설명할 수 없었으나 내면에서 이해되지 않더라도 현실의 있는 그대로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하는 새처럼 자아가 태어나는 과정은 알인 세계, 즉 자신의 현실을 마주하고 깨뜨려야 한다.삶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혹은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과제를 던진다. 나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일을 처리하는 데 급급했고, 전쟁과 같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를 마주할 때 무력감을 느꼈다.삶의 순간마다 주어지는 과제와 현실에 대한 고민을 외면하고 사색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아가 어떻게 해야 껍질을 깨고 나와 새로운 세계와 만날 수 있는지 잘 몰랐다. 무력감 대신 더 치열하게 답을 찾았다면 지금과는 다른 내가 서 있을까?이 책의 옮긴이는 내 세계에 조금만 위협이 와도 금방 죽을 것처럼 공포에 질리는 게 아니라,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 사력을 다해 껍질을 부수고자 해서 극복해야 한다 말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지식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은 자아가 끊임없이 낡은 껍질을 벗고 새로 태어나는 방법뿐이다.이 책을 통해 단순히 정신건강의학 시간에 배우는 id, superego, ego의 개념적 정의를 넘어 스스로의 자아를 세상 밖으로 깨어내 보낼 수 있는 의대생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2024-05-07 05:00:00젊은의사칼럼

다정함에 대하여

[메디칼타임즈=조선의대 본과 4학년 한민형 ]필자는 서울과 경기도에서 나고 자랐는데, 수능 점수에 맞춰 연고 하나 없었던 광주로 대학을 온 탓에 자주 KTX를 타고 경기도와 광주를 오가곤 한다.KTX를 여러 번 타다보면 옆자리에 앉는 사람에 따라 쾌적함이 달라지는 걸 느끼는데, 그래서 열차를 탈 때 옆자리에 누가 앉을지는 필자의 소소한 이슈거리이다. 그날도 옆자리에 누가 앉을까 스치듯 생각하며 KTX에 올랐다.달달한 음료가 당겨서 산 마시는 요거트를 하나 든 채로. 자리에 앉아서 가다보니, 다음 역에서 하얀 피부에 시원한 향수 냄새가 나는,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작은 체구의 여성분이 옆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편하게 가겠구나, 생각하며 흐뭇하게 눈을 감았다.30분 정도 지났을 무렵 사 온 요거트가 먹고 싶어져서 뚜껑을 따는데, 탁, 따던 중에 요거트 몇 방울이 손에 튀었다. 좀 조심할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찰나, 옆자리 여성분이 톡톡 어깨를 두드리더니 가방에서 휴지를 건넸다.생각지 못했던 호의에 놀라서 엉거주춤 감사 인사를 하고 손에 묻은 요거트를 슥슥 닦았다. 그리고 닦은 휴지를 가만히 보는데 마음에 따뜻함이 사르르 번져왔다. 모르는 사람의 작은 호의와 관심에, 그 다정함에 마음이 포근해졌다.가볍게 휴지를 건네던 여성분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분은 몸에 배인 다정함으로 주변에 따뜻함을 선물했겠지? 필자도 이 따뜻함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PK 실습을 돌다 보면 아픈 사람들을 많이 마주한다. 다만 의대생인 필자는 교수님과 환자의 대화를 지켜보는 철저한 방관자 역할이다. 의사도, 환자도 아닌 위치에 서서 실습을 돌다 보면 때론 의사의 입장에서, 때론 환자의 입장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게 된다.혈종 회진을 돌며 한 말기 암 환자에게 교수님께서 성심성의껏 검사 결과들을 설명하시고 가려던 찰나 환자분이 교수님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선생님, 선생님같이 다정한 분을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그 말에 여러 가지 생각이 동시에 찾아들었다.중한 병이나 말기 암 환자를 볼 때면 저분들은 어떤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있을까 궁금했었다. 호스피스로 옮겨야 될 만큼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말 한마디에 담긴 다정함과, 날 신경써주고 있다는 느낌은 한 사람에게 다행감을 주는구나. 저렇게 다정함을 잃지 않는 의사가 되어야겠구나.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질문에 톨스토이는 사랑이라고 답했다. 사랑이라, 필자 또한 이 질문에 사랑이라고 답하고 싶어졌다. 필자에게 이 사랑이라 함은 다른 말로 따뜻한 관심인 것 같다. 이 사람이 나를 신경써주고 있구나, 이 세상에서 나에게 따뜻함을 베풀어주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할 때면 마음속에 온기가 번진다.보살핌을 받는다는 느낌은 사람한테 안정감을 준다는 생각을 한다. 의사는 본질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다. 의사에게 필요한 덕목은 수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잃지 않아야 될 것이 '다정함' 아닐까.이 세상을 따뜻하게 밝혀주는 다정함이 빛을 잃지 않길. 일반인과 의사의 경계에서, 의대생의 시선으로 얻은 조그마한 가치를 나누고 싶다.
2024-04-29 05:00:00젊은의사칼럼

따뜻한 봄, 과연 아름답기만 할까?

[메디칼타임즈=이화여대 의대 본과 4학년 하보경 ]4월이 들어서자마자 사방에 꽃이 피면서 봄내음을 느끼곤 한다. 눈으로 보기는 아름답지만, 마냥 꽃이 예쁘기만 한 건 아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꽃가루 알레르기가 공기 중에 떠다니면서 극성을 부린다.또 꽃가루뿐 아니라 밤낮으로 황사와 미세먼지까지 더해져 호흡기를 괴롭히기도 한다. 봄철을 맞아 야외활동을 많이 나가는 것도 좋지만, 그만큼 생활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1. 알레르기 비염봄철의 단골손님이라고 불리는 알레르기 비염은 겨울이 지나고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맑은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의 증상으로 흔히 나타난다. 이는 치명적인 질환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가져다주고, 만일 제때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콧물과 함께 짙은 농이 나오기도 하며 두통과 발열 증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또 초기의 알레르기 비염이 만성 비염, 부비동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고, 심할 경우 수술적 치료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 관리와 함께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만약 매년 이맘때인 봄철, 재채기나 코막힘 증상이 2주 이상 나타날 경우 알레르기성 비염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이러한 알레르기 예방에는 무엇보다 면역력이 중요한데, 기본적으로 개인위생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날씨가 풀려서 외출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출 후 집으로 돌아와서는 손과 발을 깨끗이 씻고 반드시 양치질을 해야 한다.특히 환절기에는 양치 후 30초 정도 구강청결제로 가글을 하는 것 또한 입안 세균을 제거해 비염, 감기, 편도선염 등의 호흡기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1. 알레르기 결막염봄철 꽃가루나 미세먼지 등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들이 공기 중에 떠다니게 되고, 그로 인해 눈이나 눈꺼풀 내면을 둘러싸는 결막에 염증이 생기면 이를 알레르기 결막염이라고 한다. 원인 물질로는, 미세먼지, 황사, 꽃가루 등이 있는데 이러한 물질들이 눈에 지속적으로 닿게 되면 눈의 가려움과 이물감을 유발하는 것부터 눈시림과 눈충혈을 유발할 수 있다.이를 예방하기 위해 손을 자주 씻고, 손으로 눈을 비비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 또 되도록 봄처럼 먼지가 많은 계절에는 콘택트렌즈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미세먼지나 황사가 심한 날, 혹은 꽃가루가 많은 곳을 갈 때 외출을 삼가거나 안경과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또 눈이 가려울 경우 비비지 않고 얼음찜질이나 인공눈물을 넣는 것이 좋다.1. 만성폐쇄성 폐질환만성폐쇄성폐질환이란, 봄철 황사나 미세먼지와 같은 유해 물질에 노출되어 기도와 폐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이는 잘 알려지지 않아 생소한 질환이지만, 사실은 폐암만큼이나 위험한 질병이다.세계보건기구(WHO)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전세계 10대 사망원인으로 만성폐쇄성질환(COPD)이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만성폐쇄성질환을 일으키는 주원인인 미세먼지는 입자가 매우 작지만, 각종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체의 깊은 곳까지 침투할 수 있어, 노출됐을 시 폐에 염증을 유발한다.이 질환의 특징적인 증상으로는, 호흡곤란, 기침, 가래가 있는데, 이 중 호흡곤란이 가장 주요한 증상이다. 기침이 첫 증상일 수 있지만, 가볍게 넘기기 쉬운 증상이고, 일부는 초기에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면밀한 주의가 필요하다.만성폐쇄성폐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황사와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후에는 손을 잘 씻어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이렇게 요즘과 같이 겨울을 지나 따뜻해지면서 건조한 대기, 공기 중에 떠다니는 여러 물질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질환들을 알아보았다.봄 환절기가 되어 눈이나 코가 가렵거나 기침이 자주 나는 등 증상이 나타나면 가볍게 여기지 말고 이러한 질환을 의심하고 병원을 방문해 볼 필요가 있다. 봄철 다양한 질환의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이러한 질환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봄을 만끽하도록 하자.
2024-04-22 05:00:00젊은의사칼럼

의료를 바탕으로 한 치유의 중심에 선 학생들

[메디칼타임즈=고신의대 본과 2학년 이원정 ]요즘 의료사태가 계속되면서 시민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언제든 의료를 접할 수 있었던 사람들마저 점점 기본적인 의료와도 멀어지고 있는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이런 사태에서도, 환자들이 검진을 받지 못해 건강에 위협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고신대학교에 있는 '벧엘'이라는 의과대학·간호대학 연합 의료선교 동아리 학생들과 고신대 복음병원 의료진들이다.의료선교 동아리 '벧엘'은 비록 학생의 신분이나, 배운 지식과 기술로 의료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손길을 내밀러 가는 사람들이 모인 동아리다. 해외 의료선교는 물론이고 국내 의료선교도 꾸준히 나가고 있다.오늘 이 글에서는, '벧엘' 동아리 학생들이 올해 3월 최근 2차례 나간 국내 의료선교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3월 9일 토요일, 창원 현동샬롬교회에 벧엘에 소속된 고신대학교 의과대학·간호대학 13명의 학생과,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호흡기내과 옥철호 교수님들을 비롯한 교수님들, 간호사님들을 포함한 18명의 인원이 모여 현동지역 무료 의료 진료를 다녀왔다.학생들과 교수님들, 간호사님들은 접수팀, 엑스레이팀, 간초음파팀, 갑상선 초음파팀, 심전도팀, 주사팀, 산부인과팀으로 나눠 진료를 수행했다. 각자의 맡은 역할에서 사람들이 혹시 불편한 점은 없는지 귀기울이며, 환자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지역 특성상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은 현동지역 무료 진료이기에, 나이 드신 분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해 알아듣기 쉽도록 차근차근 설명해드리고 환자분들이 불편하신 점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안내하고 진료를 수행했다. 환자분들이 그동안 본인의 건강에 대해 찜찜했던 모든 것들을 다 훌훌 털어버리고 가실 수 있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했다.고신대학교 의과대학·간호대학 연합 의료선교 동아리  '벧엘'3월 31일 일요일, 김해합성초등학교에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의료진료를 다녀왔다. 이번 무료 진료에서는 고신대 복음병원 호흡기내과 옥철호 교수를 비롯하여 재활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영상의학과와 치과가 참여하였으며, 고신대 의과대학·간호대학 학생들 18명이 참여하였다.의료 진료뿐 아니라 한편에서는 화분 만들기, 풍선 만들기, 축구하기 등 학생들이 어린이들을 놀아주고 함께 어우러져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 사역이 이루어지기도 하여, 현장은 모두가 하나되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다문화 어린이들, 보호자들은 각기 다양한 국가 출신으로, 우리와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많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냈다.어린이들과 어른들이 아픈 몸에 대한 진료를 받는 것뿐 아니라, 어린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의 그동안의 어딘가 모르게 허했던 마음을 채워줄 수 있었던,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기억을 선사해준 의료봉사였다.고신대학교 복음병원 희망무료진료소해외로 나가지 않더라도, 한국 곳곳을 둘러보면, 의료가 절실히 필요함에도 경제적, 사회적 이유로 충분히 의료를 받고 있지 못해, 자신의 아픔이 어떤 원인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비록 아직 많은 것을 해드리지 못하는 학생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작은 손길 하나하나라도 큰 도움이 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또한, 교수님들 옆에서 의료 진료를 돕고 보조하면서, 우리는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 있다. X ray를 찍고, 혈압을 측정하고, 차트를 작성하고 사람들에게 약과 질병에 대해 묻는 의료적인 부분뿐 아니라 진심으로 다가갔다.그들의 몸뿐 아니라 힘듦, 지침, 외로움, 소외감 같은 정신적 아픔마저 품고 위로한다면 환자들은 병도, 마음도 다 치유되어 웃으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테다.의료를 바탕으로, 따뜻한 손길과 마음을 모아 나이도, 국적도 제각각인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중심에는, 다름 아닌 학생들로 구성된 '동아리'가 있다. 우리는 앞으로도 그곳이 어디든,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언제든 달려갈 것이다.
2024-04-15 05:00:00젊은의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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