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의 해를 말하기 전에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복지부는 올해를 '신약개발 도약의 해'로 규정했다. 우리나라가 주체가 돼 임상 3상을 마치고 FDA 허가까지 받는 사례를 만들어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약가제도 개편을 비롯해 산업 전반의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도 분명하다.셀트리온과 삼성에피스홀딩스를 비롯한 국내 주요 바이오기업들 또한 이러한 흐름에 맞춰 신약 개발 확대 구상을 내놓으면서 이른바 '한국형 빅파마(Big Pharma)' 탄생 가능성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방향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지만, 속도와 방식에는 질문이 남는다. 신약개발은 제도 몇 개를 손질한다고 갑자기 성과가 나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신약 하나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년을 훌쩍 넘는다. 성공 확률은 낮고, 실패의 책임은 대부분 연구자와 기업이 떠안는다.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할 사람과 환경이 충분한지부터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다.현재의 정책 논의는 임상 3상과 허가라는 결과 지점을 앞당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그 이전 단계인 기초·중개 연구와 인력 양성 구조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신약개발의 성공률을 결정짓는 것은 마지막 단계의 제도보다, 그 훨씬 이전에 형성되는 연구 생태계다.인력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의대 선호 현상은 이미 구조적 현상이 됐으며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은 대다수가 임상 현장으로 쏠리고 있다. 연구 인력의 이탈이 반복되면서, 기초·중개 연구는 만성적인 인력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기초·중개 연구를 선택한 인력이 장기간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부족하다. 단기 과제 위주의 연구비 구조, 성과 중심의 평가 시스템, 그리고 실패에 대한 낮은 관용은 신약개발의 특성과 맞지 않는다.후보물질이 임상 진입 전에 탈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임에도, 연구 실패는 여전히 개인의 역량 문제로 환원된다. 이 환경에서 누가 수년간의 불확실성을 감수하며 신약개발에 뛰어들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문제의 핵심은 개인의 도전 의지가 아니라, 선택의 결과를 감당할 수 있는 환경의 부재다.학생 시절부터 연구를 하나의 장기적 직업 경로로 인식할 수 있는 교육 구조, 박사 이후에도 경력이 단절되지 않는 안정적인 연구 트랙, 그리고 실패 경험이 다음 도전을 가로막지 않는 평가 체계 등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신약개발을 국가 전략으로 내세우면서도 연구자가 설 자리가 여전히 불안정하다면, 정책은 결국 구호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신약개발의 해를 선언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묻고 답해야 한다. 이 구조에서 누가 남아 연구를 하고, 누가 실패의 책임을 감당할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 없이 추진되는 정책은, 결국 또 한 번의 선언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