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 '2026년 특허 절벽(Patent Cliff)'의 경고등이 켜졌다.
세계 매출 1위 항암제 키트루다를 비롯해 연 매출 수십 조 원을 기록하는 블록버스터들이 줄줄이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키트루다 외에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 등 연 매출 수십 조 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들의 특허 만료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빅파마들 입장에서는 당장 내년 매출 곳간이 비어버릴 위기에 처한 셈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위기는 한국 바이오 플랫폼 기업들에게 역대 최대의 '기회의 사다리'가 되고 있다.
빅파마들이 매출 하락을 막기 위해 꺼내 든 핵심 카드인 '에버그리닝(특허 연장)' 전략의 중심에 한국의 기술력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 "4시간 정맥주사 대신 5분 피하주사"…의료 현장 패러다임 변화
빅파마들이 특허 절벽을 넘기 위해 가장 공을 들이는 전략은 제형 변경, 즉 '주사 방식의 진화'다.
기존 항암제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는 대부분 정맥주사(IV) 방식이다.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 짧게는 2시간에서 길게는 4시간 이상 침상에 누워 약물을 투여받아야 한다.
반면, 한국 기업들이 보유한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기술을 적용하면 투약 시간은 5분 내외로 단축된다.
종양내과학회 박준오 이사장은 "SC 제형 전환은 단순한 투약 시간 단축을 넘어 환자 편의를 극대화해줄 수 있기 때문에 임상적 가치가 크다"며 "병원 입장에서도 병상 회전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많은 중증 환자에게 적기에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빅파마가 SC 제형에 집착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특허의 수명 연장'이다.
일반적으로 신약의 핵심 성분인 물질 특허가 만료되면 누구나 복제약을 만들 수 있는 특허 절벽이 찾아오지만, 주사 방식을 바꾼 SC 제형으로 새롭게 승인을 받으면 제형 특허나 투여 방식에 대한 독자적인 권리를 다시 확보할 수 있다.
즉, 물질 특허가 끝나도 SC 제형이라는 강력한 특허 성벽을 통해 시장 독점 기간을 10년 이상 추가로 연장하는 '에버그리닝(Evergreening)' 전략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다국적 제약사 로슈(Roche)의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트주맙)'이 에버그리닝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로슈는 2014년 허셉틴 정맥주사(IV)의 물질 특허 만료를 불과 몇 개월 앞두고 피하주사(SC) 제형을 전격 출시했다. 그 결과, 복제약 공세 속에서도 환자의 절반 이상을 SC 제형으로 갈아타게 만들며 시장 지배력을 수년간 더 유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MSD가 이 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구사하고 있다. MSD는 알테오젠의 기술을 활용해 세계 매출 1위 항암제 '키트루다'를 SC 제형(제품명 키트루다 큐렉스)으로 개발, 2025년 하반기 미국 FDA 허가를 획득했다.
이로써 2028년으로 예정됐던 키트루다의 특허 만료 시계는 사실상 2036년 이후로 늦춰지게 됐다. 빅파마 입장에서는 8년 이상의 '독점 수익'을 한국의 플랫폼 기술로 지켜낸 셈이다.
■ 알테오젠, '기술료' 넘어 '로열티'로... K-바이오 수익 모델의 진화
실제, 이러한 임상적 수요는 국내 플랫폼 기업의 기업 가치를 천문학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알테오젠은 핵심 플랫폼인 'ALT-B4(인간 히알루로니다제)'에 이어 파이프라인을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가장 눈앞에 다가온 성과는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인 'ALT-L2'다. 이는 알테오젠의 SC 제형 기술을 자사 제품에 직접 적용해 임상적 효능을 입증한 상징적인 프로젝트다.

이미 글로벌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현재 국내외 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ALT-L2는 단순히 복제약을 하나 더 만드는 수준을 넘어선다.
알테오젠이 SC 기술을 활용해 실제 제품화까지 완벽히 수행할 수 있다는 'R&D 완결성'을 입증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미래 성장 동력은 차세대 항암제의 주역으로 꼽히는 ADC(항체약물접합체) 신약 'ALT-P7'이 담당한다.
알테오젠의 독자적인 ADC 플랫폼 기술인 '넥스맵(NexMab)'이 적용된 이 후보물질은 암세포를 정확히 찾아가는 항체에 강력한 항암 약물을 정교하게 결합한 형태다.
최근 완료된 임상 1상을 통해 기존 ADC 치료제들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독성과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안전성과 유효성 데이터를 확보하며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 신약으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특히 위암과 유방암 분야에서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현재 MSD뿐만 아니라 다양한 글로벌 빅파마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만큼, 향후에도 신규 플랫폼 기술 개발에 집중해 회사 역량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며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의 생명력을 연장하는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펩트론 등 후발 주자 가세... "글로벌 표준이 된 K-전달 기술"
K-플랫폼의 기세는 현재 제약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비만치료제 시장으로도 뻗어 나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독자적인 약물 전달 기술인 '스마트데포(SmartDepot)'를 보유한 펩트론이 있다.
펩트론은 최근 글로벌 비만약 강자인 일라이 릴리와 자사의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스마트데포 기술은 약물을 미세한 구체(마이크로스피어) 안에 가두어 체내에서 서서히 방출되게 하는 원리다. 이를 비만치료제(GLP-1)에 적용하면 현재 1주일에 한 번 맞아야 하는 주사를 한 달에 한 번(1개월 지속형)으로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비만치료제는 환자가 평생에 걸쳐 투여해야 하는 특성이 있어 복용 편의성이 곧 시장 점유율로 직결된다는 특성이 있다.
일라이 릴리 입장에서는 노보 노디스크와의 치열한 선두 다툼 속에서 환자의 투약 번거로움을 4분의 1로 줄여줄 한국의 기술이 강력한 게임 체인저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지투지바이오 등 고도의 마이크로스피어 기술력을 갖춘 후발 주자들도 가세하면서, 한국은 '약물 전달 플랫폼'의 글로벌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기존 약물의 단점은 지우고 장점은 극대화하는 이른바 '약물 최적화'를 통해 빅파마의 러브콜을 이끌어내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약물 전달 기술은 한 번 상용화되면 전 세계 의료 현장에서 동일하게 적용되는 글로벌 표준을 선점한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이 막강하다"며 "단순한 일회성 기술 수출을 넘어 빅파마와의 공고한 파트너십을 통한 장기 로열티 수익 구조를 정착시킴으로써, K-바이오가 일시적 성과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증명하는 결정적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K-플랫폼이 글로벌 시장의 주류로 편입되면서 이제 한국은 단순한 기술 공급처를 넘어 빅파마의 생존을 함께 고민하는 '전략적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며 ", 안정적인 로열티 수익을 기반으로 차세대 신약 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 글로벌 무대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좋은 구조"라고 전했다.

- 최신순
- 추천순
댓글운영규칙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