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연간 380~840여명?…의료계와 간극 여전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의대 정원 확대 규모가 정부 추계를 통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냈지만, 이를 둘러싼 의료계와의 시각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정부는 중장기 의사 부족을 근거로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의료계는 교육·수련 현장의 수용 한계를 넘는 속도와 불확실한 추계 전제를 문제 삼으며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실장은 2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의사인력 양성 관련 토론회에서 '의사인력 양성규모 심의기준 및 적용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실장은 2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의사인력 양성 관련 토론회에 참여했다.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는 미래 의사인력 수요·공급 규모를 추산하기 위해 12차례 회의를 거쳤으며, 2027학년도 이후 의과대학 정원 증원 규모를 논의 중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통해 2040년 기준 부족한 의사 수가 5015명∼1만1136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한 바 있다.신 실장은 "그동안 의사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지, 아니면 분포의 문제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져 왔지만 지역과 필수의료 인력 부족에 대해서는 이미 사회적 합의가 형성됐다"며 "추계위를 통해 총량 부족 역시 일정 부분 확인된 만큼, 이제는 증원 규모를 실제 정책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남은 과제"라고 설명했다.신 실장은 6가지 모델에 따라 2037년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는 의사 수를 분석한 결과, 2530명~4800여명 등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오는 2030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모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공의대 및 지역신설의대에서 2037년까지 총 600명의 의사를 배출할 것이라 가정하면, 현재 운영 중인 비서울권 의대의 실제 증원 규모는 1930명에서 4200명 사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산술적으로 5개 연도로 나누면 한 해에 380~840여명 증원이 예상된다.정원 배치 기준 역시 향후 쟁점으로 남았다. 연간 배출 인원을 9개 도 지역에 배치할 때 인구 비례로 나눌 것인지, 지역별 의사 과부족 규모를 반영할 것인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신 실장은 "또한 지역에서 근무할 의사를 반드시 해당 지역 대학에서 양성해야 하는지, 교육 여건을 고려해 타 지역 대학에서 양성할 것인지도 교육부가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며 "과도한 증원이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료계 우려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의대 증원은 총량 결정 이후 배치와 양성, 교육과 수련, 지역 정착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함께 설계하지 않으면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숫자 논쟁을 넘어,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 "단일 숫자 정답처럼 제시하면 정책 실패"정부가 제시한 의사 수급 추계와 증원 로드맵에 대해 의료계 내부에서는 교육·수련 현장의 수용 한계를 넘어섰다는 우려와 함께, 추계 방식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동시에 제기됐다.정원 확대의 필요성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현재의 증원 속도와 정책 설계 방식이 의료 현장과 정책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좌측부터) 대한수련병원협의회 조병기 총무이사,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안덕선 원장, 서울의대 오주환 교수의대 정원 확대가 본격화되면서 지역 대학병원의 교육 여건이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는 현장 목소리가 나왔다.기존 정원 50명이던 의대가 2024, 2025학번이 겹치며 175명으로 늘어난 사례도 제시됐다. 강의실과 실습 인프라, 지도 인력 확충 없이 정원만 급격히 늘어나면서 강의를 반으로 나누고 같은 수업을 두 차례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대한수련병원협의회 조병기 총무이사(충북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의사 인력 문제는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 수련, 배치 구조를 함께 봐야 할 중장기 과제"라고 지적했다.조 교수는 지역 대학병원 현장에서 교수들의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현재 재학생과 수련생들이 이미 빠듯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데, 정원이 급격히 늘며 기본적인 교육 여건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그는 "증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여건에서 추가 증원이 가능한지에 대한 걱정이 크다"며 "교수 인력 확충 역시 외형상 정원이 늘어도 필수의료과를 담당할 수 있는 교수와 지도전문의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설명했다.이어 "의사 인력의 점진적 증원 필요성 자체는 수련병원들이 모두 체감하고 있다"며 "하지만 증원된 인력이 제대로 교육받고 수련받을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질 때까지는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역 대학병원과 국립대병원, 지역 수련병원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여건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증원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안덕선 원장은 "의사 인력 수급 추계를 근거로 의대 증원을 추진하는 현재의 논의가 정책 순서를 거꾸로 밟고 있으며, 단일 숫자를 정답처럼 제시하는 방식은 정책 실패 위험을 키운다"고 비판했다.의사 추계는 숫자를 맞히는 작업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관리하고 정책 실패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도구일 뿐인데, 지금은 추계 결과가 곧 정책 결론처럼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안 원장은 WHO와 OECD 자료를 언급하며 의사 수를 늘려도 지역·필수의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던 해외 사례를 들었다. 그는 "프랑스와 독일, 그리스처럼 의사 밀도가 높은 나라에서도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기피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며 “총량과 분포를 혼동하면 같은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고 주장했다.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의료계 인사들은 정부의 추계 방식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특히 단일 수치 제시에 대해 강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에 몇 명이 부족하다는 숫자 하나가 정치적 무기가 되면 정책 논쟁은 거기서 끝난다"며 "어떤 가정과 불확실성이 있는지 설명 없는 숫자는 위험하다"고 말했다.이어 "의사 추계는 역사적으로 한 번도 정확했던 적이 없다"며 "늘리면 과잉, 줄이면 부족이라는 반복을 피하려면 환자의 안전과 존엄을 중심에 둔 정책 설계와, 추계가 틀렸을 경우를 대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끝으로 서울의대 오주환 교수는"“미래 의료비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을 전제로 한 추계위 결과는 정책 실패 시나리오에 가깝다"고 지적했다.그는 "이는 보험료와 세금 부담이 두 배로 늘어나지만 국민 건강 수준이나 환자 경험은 개선되지 않는 미래를 의미하며, 그런 비용을 감당할 사회는 없다”며 “한국이 미국보다 더 많은 의료비를 쓰는 나라가 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대안으로는 의료비 증가 속도를 완만하게 만드는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오 교수는 "의료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개혁이 작동한다면 GDP 대비 의료비 비중을 16%가 아닌 12%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필요 의사 수와 부족 규모도 줄어들 수 있다"며 "디스토피아를 전제로 한 숫자를 정답처럼 쓰는 것은 위험하다. 의사 수 논의는 의료 수요를 관리하는 정책 선택 이후에 따라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