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공공보건장학생 실패 반복될까…지역의사제 실효성 '빨간불'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이재명 정부 및 여당이 강력 추진하는 지역의사제가 국회 문턱을 넘으며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정부는 수도권 쏠림과 의료취약지 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의사제 도입을 선택했다. 필수의료 인력난이 구조화된 만큼 단순 인력 확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할 인력을 계획적으로 양성하는 방식을 꺼내든 것.지역의사제는 의대 신입생 중 일부를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뽑아, 입학시부터 지역 복무 의무를 인지한 상태에서 교육과정을 밟도록 한다. 해당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졸업 후 10년간 지정된 지역에서 근무해야 한다.이들의 입학금·수업료·교재비·기숙사비 등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데, 휴학·유급 시 지원 중단 및 ▲제적·자퇴 ▲졸업 후 3년 이내 의사 국가시험 합격하지 못할 경우 ▲의무복무 미이행 ▲의무복무 기간 중 의사면허 취소 시 지원받은 학비를 반환·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지역의사제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하며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면허 정지 또는 취소까지 가능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지역의사제 법안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원회를 통과하며 제도화에 속도가 붙었다. 일정대로라면 2027학년도 신입생부터 복무형 지역의사제가 실제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이와 별도로 전문의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계약형 모델 내용 또한 담겼다. 일정 기간 지역 의료기관과 근무 계약을 맺고 복무하는 방식으로, 월 400만원의 근무수당 및 주거·정착 비용 등을 지원받는다.■ 공공보건장학생 실패 반복 우려…"밑 빠진 독 물붓기"지역의사제의 핵심 목표는 지역 필수의료 인력 확보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제도의 실효성, 특히 정착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히 크다.지난 10여 년간 정부가 추진한 대표적 공공의료 인력 정책인 '공공보건장학생' 제도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는 대표적 사례다.학비 전액 지원, 정착금, 주거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내세웠지만 의사 모집은 사실상 성과를 내지 못했다. 매년 선발 인원을 계획했음에도 지원자가 거의 없어 배정된 정원이 채워지는 경우가 드물었다.반면 간호사의 경우 일정 규모의 지원이 이어졌지만, 의무기간만 채우고 지역을 떠나는 사례가 대다수로 장기 정착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남았다.이번 지역의사제 역시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가장 큰 우려다. 의무복무 기간 연장이나 면허 제재 등 강도 높은 장치를 마련하더라도, 장기 근무 여부는 제도적 의무보다 실제 근무 환경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지방 인구 소멸도 핵심 변수다. 인구 감소가 빨라지면서 지역 병원의 수요와 규모가 축소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수련병원이 지위를 반납하거나 인력 충원이 중단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수련환경이 약화되면 전공의 유입은 더 어려워지고, 지역 의료기관은 교육·진료 기반 모두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의사 인력 과잉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역설적 목소리도 나온다. 의료계는 지역의사제의 실효성 및 정착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지역의사 인력을 꾸준히 공급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 현장은 그렇지 않다"며 "지방은 지속적으로 인구가 줄어드는데 의사만 갖다 놓는다고 시스템이 살아나지 않는다. 인구, 병상, 의료수요 등이 동시에 축소되는 상황에서 의사 숫자만 늘리면 필수의료 회복이 아니라 기관 간 경쟁 심화나 병원 경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그는 "일부 지역은 환자 수 자체가 부족해 진료량이 채워지지 않는데, 그곳에 10년 의무복무 인력을 배치하면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의료기관부터 먼저 흔들리게 될 것"이라며 "결국 국민 세금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하는 것"이라고 일침했다.이어 "지방에 서울과 같은 수준의 인프라를 만들어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역의사제가 성공하려면 인력 배치 이전에 지역 의료기관이 지속 가능한 구조인지, 실제로 필수의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반 점검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의사제, 개원가 경쟁 강화 및 필수의료 악효과 우려지역의사제가 시행될 경우 의무근무 종료 이후 특정 지역의 개원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지역 복무를 마친 인력이 한꺼번에 민간의료시장으로 이동할 경우, 지역 의원 간 경쟁이 단기간에 급격히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특히 인구 감소 지역에서는 의료수요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인력 공급만 늘어날 경우 병·의원 간 경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전남·경북 일부 지역은 외래 환자 수가 10년 사이 20~30% 감소한 곳도 있어, 동일한 환자 풀을 여러 의료기관이 나누는 상황이 심화됐다. 다수 군 단위 지역에서는 의원 대비 인구 비율이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깝기 때문에 의무복무 이후 단시간에 많은 인력이 유입되면 개원가 상당수는 경영난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또한 지역의사제 선발 학생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지 못할 경우 필수의료 인력 확보가 불가능해지는 구조적 한계도 지적된다.선발 단계에서 의무복무를 전제로 하지만, 실제 필수과 수련을 완주하고 전문의로 현장에 투입되는 과정까지는 여러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전공의 지원 격차가 심화된 가운데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과가 이미 붕괴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점 역시 문제로 꼽힌다.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의사제는 과별 불균형을 더욱 고착화할 수 있다. 필수과를 기피하는 구조가 해결되지 않으면 일정 수의 인력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필수의료 체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이와 관련해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서울의 대학병원 교수 A씨는 "지역의사제 인력을 필수의료과에 강제로 배치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전형 자체가 '의무 배치'라는 인식이 생기면, 일반 전형 학생들이 필수과를 더욱 기피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어 "필수과 붕괴는 단순 인력 부족 문제가 아닌 근무 강도 및 보수, 의사 책임 리스크가 함께 작용하는 복합적 현상인데 단순히 강제 배치를 통해 접근하는 방식은 필수의료 위기에 더더욱 악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