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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 팔면 끝? 사후관리 구멍…의료적 보조기기로 관리 중요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고령화로 난청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보청기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구매'와 '사용'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보청기를 구입하고도 서랍에 넣어둔 채 사용하지 않거나, 불편함 때문에 착용을 중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전문가들은 그 핵심 원인으로 '피팅(적합)과 사후관리 체계의 부재'를 지목한다. 제도가 보급에만 초점을 맞추고, 실제 효과를 좌우하는 관리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어 전문가를 통한 적합 관리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메디칼타임즈는 28일 '난청 보청기 급여화가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고 보청기 보급 이후 관리의 질 담보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이날 좌담회에는 대한이과학회 이동희 정책위원장,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박상호 서울지회장, 동산보청기 최범용 총괄이사, 보건복지부 유정민 과장이 참석했다.■팔면 끝난다? "보청기는 전자제품 아냐"보청기는 단순한 음향 기기가 아닌, 개인의 청력 특성에 맞춘 의료적 보조기기다. 같은 난청이라 하더라도 손상된 주파수 대역과 정도가 다르고, 좌우 청력 차이, 인지 상태, 생활 환경에 따라서도 조정값은 달라져야 한다. 이 때문에 보청기 착용 후 반복적인 피팅과 미세 조정, 청력 재평가, 사용 교육이 필수적이다.박상호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부회장환자가 실제로 보청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 즉 초기 상담과 피팅,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보청기의 보급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 있지만 국내 현실은 이 과정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박상호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부회장은 "환자가 보청기를 시작조차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크다"며 "시작 후 많은 환자가 중도 포기하는 이유는 보청기를 잘 맞추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검사와 추적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그는 "유럽 기반 조사 자료인 유로 트랙(EuroTrak)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며 "안경은 한 번 맞추면 바로 잘 보이지만, 보청기는 기존에 듣지 못했던 소리까지 들리게 되기 때문에 초기 적응 과정에서 조절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싱크대 물 틀어놓는 소리, 설거지 소리 등 일상 소음이 새로 들리면서 불편을 느낄 수 있고 적절한 조절이 이뤄지지 않은채 이 과정이 지속되면 오히려 불편함을 느껴 사용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난청 보청기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고 지원에 대한 비용-효과를 담보하기 위해선 적어도 보청기를 유지할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박 부회장은 이어 "환자에게 보청기를 권하면 종종 '내 친구들이 보청기는 소용없다고 해서 안 했다'는 답을 듣는다"며 "이 역시 적합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 경험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보청기 실패 가장 큰 이유는 적합 관리 부족…유인책 필요동산보청기 최범용 총괄이사 역시 보청기 시장의 운영 문제를 지적했다.동산보청기 최범용 총괄이사 그는 "관련 과 졸업 후 매장을 열어 단순 판매만 하고, 적절한 피팅이나 사후 관리를 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일부는 폐점 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해 병원 중심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어 "보청기는 단순한 성능뿐 아니라, 이를 조절하고 환자에 맞게 맞춤 피팅할 수 있는 전문가가 가장 중요하다"며 "교수나 의사들이 있는 병원에서 체계적인 장비와 시스템 안에서 피팅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는 자격증도 없는 상태라 제대로 구별이 어렵다"고 지적했다.병원 중심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고 그 일환으로 국가 자격증과 같은 틀이 있었으면 한다는 것.이에 이동희 대한이과학회 정책위원장은 "보청기는 초기 도입 당시 신고제 기반으로 판매돼 국민에게 전자기기처럼 인식됐다. 현재는 전문적인 피팅과 처방을 위한 자격 정리가 필요하지만,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장벽이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보청기 상담과 적합 과정에서 수가 부재도 문제로 지목됐다.박상호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부회장은 "보청기를 처방하고 적합을 확인하는 과정에는 최소 20분 이상의 상담 시간이 필요하지만, 현재 검사 수가만 있고 적합 비용은 별도로 산정되지 않아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이어 그는 "수가가 제대로 산정된다면 개원의들도 시간을 들여 상담과 처방에 참여할 유인이 생길 것"이라며 "이는 보청기를 중도 포기하는 환자를 줄인다는 점에서 환자에게도 혜택"이라고 했다.현재 건강보험 체계에는 보청기 적합, 재조정, 장기 추적 관리 등에 대한 별도의 수가가 없다.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시간을 들여 관리를 해도 보상은 따르지 않는 구조로 인해 의료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할 유인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단 판매가 이뤄지면 이후 관리나 책임은 사실상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지적이다.이동희 대한이과학회 정책위원장(오른쪽)이동희 대한이과학회 정책위원장은 "보청기는 의료기기이지만, 현장에선 일반 가전제품처럼 판매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전문 인력, 장비, 적절한 환경에서 피팅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소용이 없고 이로 인해 '보청기는 효과 없다'는 인식이 생겨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우려했다.■"비용 지원만으론 부족…관리까지 포함하는 시스템 필요"국내 보청기 급여제도에서는 초기 구매 비용과 사후 관리 비용이 분리돼 있지만, 의료기관과 환자 간 청구 과정의 불편함 때문에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대한이과학회 이동희 정책위원장은 보청기 가격 고시제 도입과 제도 정비 과정에서 사후 관리의 중요성이 반영됐지만 미흡하다는 반응이다.그는 "보청기 급여정책은 사후 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초기 구매 비용과 별도로 후기 적합 비용을 5년 간 나눠 지급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며 "문제는 초기 구매 후 매년 나눠 지급하는 후기 비용의 경우, 실제로는 1년에 여러 차례 보청기 수리나 점검을 받는 경우가 많고, 중도 포기 및 청구 과정의 번거로움으로 원 취지대로 작동하지 않는 일이 많다는 것"이라고 했다.유정민 복지부 과장행정 절차도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환자가 직접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지원금을 직접 청구해야 한다. 고령 환자에게는 이 과정 자체가 큰 부담이다. 서류 준비, 방문, 온라인 절차 등이 어렵고 복잡해 중간에 포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동산보청기 최범용 총괄이사는 "환자가 직접 공단에 청구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참여가 저조하다. 병원과 공단이 바로 연계되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환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유정민 복지부 과장은 "초기 적합 관리 20만 원, 후기 적합 관리 5만 원씩 4회로 지원하고 있으나, 의료기관 내 진찰료 체계와 연계가 필요하다"며 "충분한 상담과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정 보상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보청기 급여 정책을 두고 '급여 중심의 제도화'가 아니라 '관리까지 포함하는 시스템 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기기를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서, 전문 인력 기준, 적합 관리 의무화, 정기 평가 시스템 등을 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특히 현행 개별 사업 방식이 아니라, 난청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통합 법률 제정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른바 '난청관리법'이다. 출생부터 노년까지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청력을 관리하고, 예방·진단·치료·재활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법적으로 구축하자는 제안이다.이동희 대한이과학회 정책위원장은 "난청은 생애 전주기에 걸쳐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평생 관리해야 할 건강 문제"라며 "보청기 급여화 논의도 결국 그 일부일 뿐이다. 전문 인력 양성, 자격 관리, 사후관리 기준, 불법 판매 단속, 대상자 데이터 구축 등 종합적인 정책 틀이 마련돼야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보청기는 '사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인구 고령화의 흐름 속에서 난청 관리 역시 새로운 공중보건 과제로 떠오른 지금, 숫자와 예산을 넘어선 '질 관리' 중심의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이날 전문가들은 보청기 급여화와 관련해서는 전문가 체계, 적합 관리, 수가 산정, 법적 기반 마련 등 여러 과제가 동시에 해결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단순한 가격 보조를 넘어, 환자가 실제로 보청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적 관리 체계를 그 핵심으로 제시했다.이날 전문가들은 보청기 급여화와 관련해서는 전문가 체계, 적합 관리, 수가 산정, 법적 기반 마련 등 여러 과제가 동시에 해결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2025-12-02 05:30:00개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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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재정에 막힌 노인보청기 급여화…정부vs전문가 '팽팽'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노인성 난청 인구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보청기 보급률은 선진국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의료계와 산업계에선 난청을 방치할 경우 치매 등 중증 질환으로 이어져 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보청기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급여화가 시급하다는 것.반면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과 타 중증 장애 지원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평행선을 달리는 모양새다.메디칼타임즈는 28일 '난청 보청기 급여화가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고, 노인 보청기 급여화의 당위성과 재정적 현실성과 이를 둘러싼 각계의 시각을 집중 조명했다.대한이과학회 이동희 정책위원장(왼쪽)과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박상호 서울지회장은 좌담회에서 노인보청기 급여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난청 방치 시 치매 위험 5배 "삶의 질 저하 심각"이날 좌담회에는 대한이과학회 이동희 정책위원장,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박상호 서울지회장, 동산보청기 최범용 총괄이사, 보건복지부 유정민 과장이 참석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참석자들은 한국의 보청기 보급률이 낮은 주된 이유가 '비용 부담'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대한이과학회 이동희 정책위원장은 국내 보청기 보급률이 저조한 원인을 심층 분석하며, 단순한 인식 개선을 넘어선 경제적 장벽 해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이동희 정책위원장은 그 근거로 유럽의 청각 시장 조사 '유로트랙(EuroTrak)'과 한국판인 '코리아 트랙(KoreaTrak)' 데이터를 비교해 제시했다.그 결과 프랑스, 덴마크, 영국, 독일 등의 보청기 보급률은 40~50%대인 반면, 대한민국 보급률은 34.4%로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난청인 대비 보청기 착용 비율 역시 유럽 선진국 대비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이 위원장은 이처럼 우리나라 노인들이 보청기 착용을 꺼리는 원인으로 '재정적 부담'을 꼽았다. 흔히 노인이 사회적 낙인 때문에 보청기 착용을 꺼린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데이터는 다르다는 것.그는 "국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착용 자체를 부끄러워하거나 숨기고 싶다는 응답은 의외로 많지 않다"며 "오히려 다수의 연구 논문에서는 수백만 원에 달하는 구매 비용, 즉 '재정적 부담'이 가장 큰 진입 장벽으로 지목된다"고 분석했다.이 위원장은 이처럼 낮은 보청기 보급률의 문제로 난청 방치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를 지적했다. 난청은 단순히 소리를 못 듣는 불편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지 능력 저하와 이에 따른 치매 위험성 증가를 야기하기 때문이다.실제 세계 질병 부담(GBD) 데이터를 보면 70세 이상 노인에게서 난청이 뇌졸중이나 알츠하이머보다 '장애와 함께 사는 기간(YLD)'에 미치는 손해가 더 크다는 설명이다. 난청이 노년기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이라는 것.메디칼타임즈는 '난청 보청기 급여화가 왜 필요한가' 좌담회를 열고 노인 보청기 급여화의 당위성과 재정적 현실성, 각계의 시각을 집중 조명했다.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박상호 서울지회장 역시 "보청기가 삶의 질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청각학계나 보청기 산업계 조사, 미국 마크트랙(MarkeTrak), 유럽 유로트랙 발표 등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며 "보청기를 착용하면 우울감과 고립감이 줄어드는데, 그 이유는 대화가 편해지기 때문이다. 잘 알아들을 수 있게 돼 사회생활을 원활히 할 수 있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산업계 역시 난청과 치매의 상관관계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며 보청기 급여화의 경제적 효용성을 강조했다.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고 청력이 계속 감소할 경우 치매 발병률이 2~5배 정도 증가하고,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은 약 2000만 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반면 보청기를 통해 난청을 조기에 개입해 관리한다면 치매 발병률을 낮출 수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는 길이라는 판단이다.동산보청기 최범용 총괄이사는 "보청기 미착용으로 청력이 계속 감소하면 치매 발병률이 2배에서 5배까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급여화를 통해 보청기 착용이 늘어나면 치매 발병률을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다. 이는 연간 약 2000만 원에 달하는 1인당 치매 관리 비용을 절감하는 거대한 경제적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정부 "최대 2조 원 소요…중증 장애 지원이 우선"당장의 재정적인 부담은 난관이다. 보건복지부 역시 노인보청기 급여화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안에서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특히 2020년 연구 용역 결과를 보면 시나리오에 따라 최대 2조 원의 예산이 필요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는 것. 정부는 현재 난청 노인 인구를 178만 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전부가 130만 원대 보청기 양쪽을 착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50% 본인부담률만 적용해도 2조 원이 드는 것.이와 관련 복지부 보험급여과 유정민 과장은 "노인보청기 급여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내에서 의학적 필요성에 따른 우선순위 설정은 불가피하다"며 "현재 정부는 더 심각한 장애가 있는 환자들을 위한 인공와우 외부 장치 지원이나 아동 편측 난청 지원 확대 등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어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사안인 만큼 해당 분야에 건보 재정을 우선 투입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의학적 타당성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의료계 내부에서도 아직 전반적인 요구가 모이지 않은 상황에서 즉각적인 제도 도입을 논하기엔 재정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동산보청기 최범용 총괄이사(왼쪽) 역시 보청기 급여화를 통한 긍정 효과를 기대했지만,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유정민 과장은 신중한 입장이었다.■"65세 이상·50dB·본인부담 50%" 의료계 절충안 제시반면 학계에선 정부의 재정 추계를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잡았다는 반박이 나왔다. 이론적인 최대치가 아닌 실제 구매율을 대입하면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전면 급여화가 어렵다면 생애주기별 지원의 형평성 등을 고려한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 이를 통해 300억~600억 원 수준의 재정으로 노인보청기를 급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시범사업 형태로 난청이 있음에도 경제적 이유로 보청기 구매를 포기하는 취약계층부터 선별적으로 지원하자는 제안이다. 본인부담률을 차등 적용하는 것도 유효하다고 봤다.이동희 위원장은 "현재 정부는 장애인이 아닌 영유아에게도 난청 지원 사업을 통해 보청기를 지원하고 있다. 이는 난청이 언어 습득과 직결되기 때문"이라며 "생애 주기의 또 다른 끝단인 노인 난청 역시 삶의 질과 직결된다. 재정이 문제라면 선별적 복지 차원에서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부터 우선 지원해 데이터부터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정부가 우려하는 2조 원은 모든 대상자가 보청기를 구매했을 때의 최대치일 뿐이다. 실제 보청기 구매율을 고려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며 "실제 수급률을 70%로 가정하고 본인부담금을 조정하면 연간 소요 예산은 600억 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재정을 이유로 무조건 미루기보단 시범사업 등을 통해 정확한 데이터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비인후과의사회 박상호 서울지회장 역시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닌, 재정 여건을 고려한 현실적인 급여 기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급여 기준을 65세 이상 노인으로 하되, 급여 기준을 현재 장애 진단 기준인 60dB보다는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다.특히 의학적으로 보청기가 필요한 기준은 40dB인 만큼, 적어도 이를 50dB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것. 본인부담률의 경우 50% 수준이 적합하다고 봤다.박상호 서울지회장은 "의학적으로는 40dB부터 보청기가 필요하지만, 이를 모두 지원하기엔 대상자가 너무 많다. 따라서 50dB 이상으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재정 부담을 나누기 위해 본인 부담금을 50%로 설정하면 약 300억 원 내외의 예산으로도 제도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합의된 의견"이라고 제언했다.산업계에선 찬반이 교차하고 있다. 제조업계에선 단가하락으로 노인보청기 급여화에 반대 의견이 나오는 반면, 유통업계에선 시장 확대를 이유로 기대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동산보청기 최범용 총괄이사는 "아무래도 급여화 시 평균 단가는 떨어진다. 비급여 제품은 고가 신제품이 많지만, 급여 제품은 구형 모델이 포함되기도 한다"며 "이 때문에 제조사들이 한국에 신제품 출시를 늦출 우려도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은 박리다매로 판매량이 늘어나고, 병원과 연계된 체계적 관리가 된다면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이어 "이에 유통 쪽은 찬성하지만, 제조사는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제조사는 차라리 바우처 형태로 금액을 지원하고, 환자가 추가 비용을 내고 원하는 신제품을 살 수 있게 선택권을 주자는 의견"이라고 부연했다. 
2025-12-01 12:17:01개원가
기획

지방 국립대병원 패닉…전북대·경북대병원 10계단씩 추락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2024년 의정사태는 상급종합병원 순위판도를 뒤흔들었다. 메디칼타임즈가 국회를 통해 입수한 최근 4년간 '상급종합병원 요양급여(비급여, 부대수입 제외) 청구액 현황'을 분석한 결과 10위권 내에서도 순위 변동이 잦았고, 11~20위권에서는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어났다.특히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국립대병원들이 줄줄이 순위가 하락한 반면, 위기 대응에 성공한 일부 병원들은 순위 상승의 기회로 삼았다.강남세브란스, 2022년 이후 10위권 복귀 못해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강남세브란스병원의 10위권 이탈이다. 2022년까지 10위(4094억원)를 지키던 강남세브란스병원은 2023년 11위(4308억원)로 밀려난 데 이어, 2024년에도 11위(3871억원)에 머물렀다. 2024년에는 전년 대비 436억원(-10.1%)이 줄어들며 10위권 복귀가 더욱 어려워졌다.강남세브란스병원의 10위권 이탈 자리를 꿰찬 것은 고대안암병원이다. 2022년 11위였던 고대안암병원은 2023년 9위로 껑충 뛰어올랐고, 2024년에는 8위까지 올랐다. 의정사태 속에서도 +2.5% 성장하며 순위를 끌어올린 것이다.병원계 한 관계자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이외에도 다수의 대학병원이 타격을 받았다. 순위권에서 밀린 것은 고대의료원 산하 두 병원의 약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의정사태 전후 상급종합병원 진료비 순위권 변화 8~10위 경쟁 치열...고대안암 약진, 길병원 내려와8~10위권은 고대안암병원, 고대구로병원, 길병원이 다투고 있다. 2023년에는 길병원(8위), 고대안암병원(9위), 고대구로병원(10위) 순이었으나, 2024년에는 고대안암병원(8위), 고대구로병원(9위), 길병원(10위)로 재편됐다.고대안암병원은 2023년 4430억원에서 2024년 4542억원으로 늘며 한 계단 올랐다. 고대구로병원도 4418억원에서 4482억원으로 증가하며 순위를 지켰다. 반면 길병원은 4476억원에서 4274억원으로 202억원(-4.5%) 감소하며 두 계단 밀렸다.길병원 관계자는 "의정사태 이후 전공의뿐만 아니라 교수 이탈까지 이어지면서 타격이 상당했다"며 "2025년에는 중증 환자 유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병원계에선 의정사태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경영 노하우를 발휘한 고대의료원 산하 두 병원은 2025년도에도 10위권 이내 머물면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분당서울대병원과 아주대병원은 의정사태에도 순위권을 유지했다. 6~7위 '철옹성'...분당서울대·아주대 순위 사수6~7위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분당서울대병원과 아주대병원이 지켰다. 의정사태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두 병원은 순위를 한 계단도 양보하지 않았다.분당서울대병원은 2022년 7716억원, 2023년 8188억원, 2024년 6914억원으로 6위를 유지했다. 다만 2024년에는 1274억원(-15.6%)이 감소하며 큰 타격을 받았다. 빅5를 제외하고는 가장 큰 감소폭이다.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서울대병원 본원의 전공의 이탈이 분당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는 만큼 응급의료 공백이 컸다"고 설명했다. 다만 2025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있다.아주대병원은 2022년 5309억원, 2023년 5826억원, 2024년 5409억원으로 7위를 지켰다. 2024년에는 417억원(-7.2%) 감소했지만, 분당서울대병원보다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아주대병원 관계자는 "그동안 지역 내 탄탄한 입지를 다져둔 것이 주효했다"면서도 "PA 간호인력을 조기에 확충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귀띔했다.주목할 점은 6위와 7위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22년 2407억원이었던 격차가 2023년 2362억원으로 소폭 줄었다가, 2024년에는 1505억원으로 대폭 축소됐다.울산대병원은 2024년, 전년대비 진료비 순위가 상승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울산대병원 '조용한 상승'...15위→12위 껑충11~20위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상승은 울산대병원이다. 2023년 15위(3856억원)에서 2024년 12위(3854억원)로 3계단 올랐다. 진료비는 단 2억원만 감소해 사실상 동결 수준이었지만, 다른 병원들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순위가 올라간 것이다.울산대병원 관계자는 "의정사태 직후 보직자들이 응급실을 지켰는가 하면 마취통증의학과 의료인력 위기가 왔을 때 파격적인 결정으로 수술장 운영에 안정화를 꾀한 것이 주효했다"고 전했다.경영진의 빠른 의사결정이 의료진에게 동기부여를 해줬고 이를 통한 성과는 곧 성과급으로 이어져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그는 이어 "전문의와 PA간호사 중심 진료체계로 빠르게 전환, 수도권 내 상급종합병원과 경쟁하기 위해 (암, 뇌, 심장)중증질환 중심병원 체계로 전문화를 추진한 것도 환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이어졌다"고 덧붙였다.충남대병원은 12위에서 13위로 한 계단 내려왔고, 계명대동산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은 각각 13위→14위, 14위→15위로 한 계단씩 밀렸다. 모두 진료비가 감소하면서 순위도 하락했다.의정사태 전후 상급종합병원 진료비 순위권 변화 국립대병원 '패닉'...전북대·경북대 10계단 추락의정사태 최대 피해자는 국립대병원들이다. 특히 전북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은 각각 10계단씩 추락하며 타격이 컸다.전북대병원은 2023년 18위(3493억원)에서 2024년 28위(2860억원)로 10계단 하락했다. 633억원(-18.1%)이 감소한 것이다. 경북대병원도 2023년 26위(3104억원)에서 2024년 36위(2529억원)로 10계단 떨어졌다. 575억원(-18.5%) 감소했다.한림대성심병원(20위→26위, -6계단), 화순전남대병원(22위→30위, -8계단) 등도 큰 폭으로 순위가 하락했다. 모두 지역 거점 병원이자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국립대병원 또는 대학병원들이다.전북대병원 관계자는 "의정사태로 전공의 이탈이 병원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응급실과 중환자실 운영에 큰 차질을 빚었고, 그것이 진료비 감소로 이어졌다"고 토로했다.이어 경북대병원 관계자도 "대구·경북 지역에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는 병원인데, 의정사태를 겪으면서 중증 환자 진료에 차질이 생겼다"고 전했다.이대목동병원도 2024년 진료비 순위에서 껑충 성장하며 순항중이다. 이대목동 '돌풍'...36위→27위 9계단 상승반대로 순위 상승의 기회를 잡은 병원도 있다. 이대목동병원은 2023년 36위(2704억원)에서 2024년 27위(2877억원)로 9계단 올랐다. 173억원(+6.4%) 증가하며 상급종합병원 전체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게 주효했다.원주세브란스도 24위에서 19위로 5계단 올랐고, 강북삼성병원은 30위에서 25위로 5계단 상승했다. 모두 의정사태 속에서도 안정적인 진료 체계를 유지했다. 강북삼성병원 고위 보직자는 "의정사태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마취통증의학과와 외과계 교수들이 의기투합한 것이 가져온 성과"라면서 의료진들의 희생을 강조했다.의정사태에서 성장한 상급종합병원들은 경영진의 발빠른 결정과 의료진의 희생이 맞물리면서 병원 내 분위기를 선순환으로 만들어 간 것이 공통점이다.병원계 한 경영 컨설턴트는 "위기 때 진짜 경쟁력이 드러난다는 말이 맞았다"며 "전공의 의존도가 낮고, PA 시스템이 잘 갖춰진 병원들이 순위 상승의 기회를 잡았다"고 분석했다. 
2025-11-27 05:30:00대학병원
기획

고대·이대목동 의정사태에도 플러스 성장…이유 있었네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2024년 의정사태로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이 두자릿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와중에도, 일부 대학병원들은 오히려 성장하거나 전년 수준을 유지하며 '저력'을 보였다.메디칼타임즈는 24일 국회를 통해 입수한 최근 4년간 '상급종합병원 요양급여(비급여, 부대수입 제외) 청구액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고려대의료원 산하 고대안암병원과 고대구로병원은 전국 상급종합병원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이대목동병원은 6.4% 성장으로 1위를 차지했고, 인하대병원과 울산대병원도 전년 대비 '제로 성장'에 가까운 실적으로 위기를 넘겼다.고대의료원 '마취과 올인' 전략..."수술방이 멈춰선 안 된다"고대안암병원은 2023년 4430억원에서 2024년 4542억원으로 112억원(+2.5%) 증가했다. 고대구로병원도 2023년 4418억원에서 2024년 4482억원으로 64억원(+1.5%) 늘었다. 빅5를 포함한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이 10% 이상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고대의료원의 성공 비결은 '마취통증의학과에 대한 전폭적 지원'이었다. 전공의 집단 이탈로 수술방이 멈출 위기에 처하자, 의료원 차원에서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들에게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인력 충원, 처우 개선, 업무 부담 분산 등 다각도의 지원책을 내놓으며 수술방 운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이다. 고대의료원 산하 고대안암, 고대구로병원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으로 수술방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했다. 고대안암병원 관계자는 "전공의가 빠진 상황에서도 수술방을 계속 가동하는 게 핵심이었다"며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들이 헌신적으로 수술 마취를 맡아주면서 주요 수술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고대구로병원 역시 같은 전략을 펼쳤다. 한 고대의료원 관계자는 "의료원 차원에서 마취과를 집중 지원하기로 결정한 게 주효했다"며 "수술방이 돌아가야 병원 전체가 돌아간다는 판단 하에 전폭적인 투자를 단행했다"고 밝혔다.실제로 마취통증의학과는 전공의 의존도가 가장 높은 과 중 하나. 전공의가 이탈한 상황에서 의대교수들이 살인적인 업무량을 버텨내며 수술장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했다.  전국 상급종병 순위도 8위·9위 자리매김고대의료원 산하 두 병원의 성과는 순위 변화에서도 드러난다. 고대안암병원은 2023년 9위에서 2024년 8위로 한 계단 올랐다. 고대구로병원은 2023년 10위에서 2024년 9위로 상승했다.2025년 전망도 긍정적이다. 고대안암병원은 상반기에만 2641억원을 기록해 연환산 시 5282억원으로 추정된다. 2024년 대비 16.3%의 견조한 성장률이다. 고대구로병원도 상반기 2564억원(연환산 5129억원)으로 14.4% 성장이 예상된다.고대안암병원 관계자는 "2024년 위기를 넘기면서 오히려 시스템이 강화됐다"며 "2025년에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이대목동 6.4% 성장…PA간호사 적극 수혈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곳은 이대목동병원이다. 2023년 2704억원에서 2024년 2877억원으로 173억원(+6.4%) 늘었다. 상급종합병원 전체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이대목동병원의 비결은 적극적인 PA간호사 즉 진료지원인력 투입과 특화병원을 통한 경쟁력 강화.이대목동병원 측은 "의정사태 직후 전공의 공백을 채우고자 PA간호사를 적극적으로 선발했다"면서 "이를 통해 의료공백에 큰 차질없이 버틸 수있었다"고 전했다.이대목동병원은 특성화병원 운영으로 중증환자는 물론 안정적인 환자 유입에 성공했다.  이와 더불어 비뇨기병원, 혈액암병원 등 특화병원을 중심으로 해당 교수들의 헌신도 있었다. 전공의가 빠진 자리를 직접 채워가면서 빠르게 진료 정상화가 자리잡았다.이대목동병원 관계자는 "의정사태 직후에는 주춤했지만 혈액암병원 등 특화병원 운영에 집중하자, 타 상급종병에서 내원하는 환자 수가 늘면서 안정적인 수익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의대교수들의 희생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2025년 전망도 밝다. 상반기 1853억원을 기록해 연환산 3706억원으로 추정되며, 2024년 대비 28.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인하대·울산대병원 '선방'의 비결은?고대의료원과 이대목동병원만큼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인하대병원과 울산대병원도 '선방'했다. 두 병원 모두 2023년과 거의 같은 수준의 진료비를 유지하며 의정사태의 충격을 최소화했다.인하대병원은 2023년 3382억원에서 2024년 3380억원으로 단 1억원(-0.0%) 줄어드는 데 그쳤다. 울산대병원도 2023년 3856억원에서 2024년 3854억원으로 2억원(-0.0%) 감소에 그쳤다. 수백억~수천억원 감소한 다른 병원들과 비교하면 선방한 셈이다.울산대병원은 2024년에 이어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울산대병원은 2024년부터 변화를 시도했다. 암병원, 뇌·심장병원을 중심으로 내과, 외과 등 다양한 전문과목 의료진이 한 공간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바꾸면서 의료혁신을 시도했다.이를 계기로 환자 대기시간은 크게 단축됐고, 자연스럽게 지역 내 암 환자 등 중증질환자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화된 진료는 환자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진료비 납부 절차도 선진화했다. 키오스크 QR하이패스를 이용하는 환자가 증가하면서 용이해진 것도 일부 작용했다.두 병원 모두 2025년에는 두자릿수 성장이 예상된다. 인하대병원은 상반기 1912억원(연환산 3825억원)으로 13.1% 성장, 울산대병원은 상반기 2193억원(연환산 4386억원)으로 13.8% 성장이 전망된다.2025년 상반기 실적을 보면 성장 병원들의 약진이 이어지고 있다. 고대안암·구로, 이대목동 모두 10% 이상의 안정적인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병원계에서는 2024년 위기를 잘 넘긴 병원들이 2025년에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고대의료원 관계자는 "2024년의 성공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2025년에도 증명하고 있다"며 "안암과 구로 두 병원 모두 안정적인 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울산대병원 관계자 또한 "2025년, 올해 진료비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지표가 보이고 있다"면서 "당초 계획했던 목표를 초과달성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현재 3600평 규모의 건물을 건립, 2년 후 병원이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5-11-26 05:30:00대학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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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세브·삼성 의정사태 불구 '1조원 클럽' 유지…올해 '반등'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2024년 의정사태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소위 빅5병원의 진료비 지형도가 요동쳤다. 메디칼타임즈가 국회를 통해 입수한 '상급종합병원 요양급여 청구액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 등 빅3 병원은 두자릿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연간 진료비 1조원대를 간신히 지켜냈다.반면 서울대병원은 1조 클럽에서 이탈하며 가장 큰 타격을 받았으나, 2025년 상반기 접어들면서 빅5병원 중 가장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며 '맹추격'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는 청구액 기준으로 비급여 의료비와 부대사업까지 포함하면 2조원 초과 매출은 올해도 무난히 지키고 있다는 평가다.서울아산 3000억·세브 1650억 증발…1조 클럽 간신히 유지 진료비 2024년 연간 진료비 1조원을 넘긴 상급종합병원은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3곳에 그쳤다. 이는 2022년과 2023년 연속으로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4개 병원이 1조 클럽을 형성했던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서울아산병원은 2024년 기준, 진료비 1조5399억원을 기록하며 진료비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의정사태 이전인 2023년도(1조8344억원) 대비 2945억원이 증발하며 16.1% 감소했다. 2022년(1조7373억원)과 비교하면 2년간 1974억원(-11.4%)이 줄어든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2위와 2694억원 격차를 유지하며 압도적 1위를 지켰다.신촌세브란스병원은 1조2705억원으로 2023년 대비 1650억원(-11.5%) 감소했다. 2022년(1조3344억원)과의 2년 비교에선 639억원(-4.8%) 줄어드는데 그쳤다. 3위 삼성서울병원은 1조2214억원으로 전년 대비 1377억원(-10.1%) 줄었다.이들 상급종합병원 3곳의 2024년 감소폭은 모두 10~16%대로, 실제 진료비 규모로 환산하면 1400억~2900억원대의 '대규모 증발'이었다. 빅5병원 한 보직자는 "의정사태 이후 몰아친 의료인력 변화가 경영상 수치로 그대로 드러나는 한해였다"고 전했다.의정사태 전후, 빅5병원 진료비 추이. 의정사태가 벌어진 2024년 급감했던 진료비가 2025년 반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메디칼타임즈)서울대 -18% '최대 낙폭'…1조 클럽 탈락빅5 중 의정사태의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은 서울대병원이다. 2022년 1조642억원, 2023년 1조1035억원으로 1조 클럽을 견고히 유지하던 서울대병원은 2024년 9050억원으로 1985억원(-18.0%)이나 급감하며 1조 클럽에서 벗어났다.  진료비 또한 전년 대비 감소율 18.0%는 빅5 중 최대 낙폭이다. 2022년과 비교해도 1592억원(-15.0%)이 줄어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1위 서울아산병원과의 격차는 2024년 기준 6349억원으로, 2022년(6731억원)보다 소폭 줄긴 했으나 여전히 큰 차이를 보였다.서울대병원 한 보직자는 "국립대병원 특성상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게 직격탄이 됐다"며 "중증 환자 중심의 진료 구조 특성상 전공의 공백이 더 치명적이었다"고 설명했다.반대로 '선방'한 곳은 5위 서울성모병원이다. 전년(8517억원) 대비 5.5% 감소한 8049억원을 기록했다. 469억원 줄었지만, 2022년(8012억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37억원(+0.5%) 증가해 2년 주기로는 플러스를 기록했다. 빅5 중 유일하게 2022년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한 의료계 관계자는 "서울성모병원은 PA 간호사인력 활용과 교수 중심 진료 체계가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응급의료센터보다는 계획 수술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선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2025년  진료비 회복세…서울대병원 10.6% 성장률 기대 그러나 2025년 상반기 실적은 점진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빅5 병원 모두 한자릿수에서 두자릿수 초반의 성장률을 보이며 정상화 단계에 진입했다.서울아산병원은 상반기에만 8103억원을 기록해 연환산 시 1조 620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 대비 807억원(+5.2%) 증가한 수치다. 의정사태 이전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세브란스병원 또한 상반기 6761억원(연환산 1조3521억원)으로 6.4% 성장했고, 삼성서울병원은 상반기 6595억원(연환산 1조3190억원)으로 8.0% 성장했다. 빅3 모두 2024년 수준을 회복하며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다.의정사태 당시 타격이 컸던 서울대병원은 올해 접어들면서 급반등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서울대병원의 회복세다. 상반기 5004억원을 기록해 연환산 1조8억원으로 추산되며, 2024년 대비 10.6%의 성장률을 보였다. 빅5 중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만큼, 회복 속도도 가장 빠른 것이다.서울대병원 측은 "전공의 복귀와 함께 교수진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진료 체계를 정상화했다"며 "점진적이지만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서울성모병원은 상반기 4033억원(연환산 8066억원)을 기록하며 0.2% 성장에 그쳤다. 2024년 선방했던 만큼 추가 성장 여력이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또한 2025년 들어 빅3 내부 격차가 소폭 줄어든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2024년 의정사태로 모든 병원이 타격을 입으면서 격차가 축소됐는데, 2025년에도 이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진료비 단연 1위인 서울아산병원과 2위 신촌세브란스 간 격차는 2024년 2694억원에서 2025년 예상 2685억원으로 9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삼성서울병원과의 격차도 2024년 3185억원에서 2025년 3015억원으로 170억원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4위 서울대병원도 격차를 좁히고 있다. 2024년 6349억원이었던 격차가 2025년에는 6198억원으로 151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대병원이 10.6%의 성장률로 빠르게 회복하면서 추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경영 개선되고 있지만…교수진 번아웃 심각"올해 전공의들이 상당수 복귀하면서 수치상 반등에도 의료현장의 목소리는 복잡하다. 상급종합병원 한 내과 교수는 "진료비는 회복됐지만 전공의 공백을 교수들이 메우고 있다"며 "외래와 수술, 응급실 당직까지 감당하느라 번아웃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기조실장은 "2024년 감소분을 2025년에 만회하려는 경영 압박도 크다"며 "교수 1인당 환자 수가 크게 늘면서 진료 질 저하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진료비 수치상, 진료실적이 개선되는 것만 보이지만 전공의 근무시간 감소 등 수련환경 개선으로 의대교수들의 업무량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그는 "의정사태 이후 버텨온 의대교수들이 번아웃을 호소하고 실제로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경영 지표 개선과 별개로 교수들의 업무 과부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25-11-25 05:30:00대학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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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 뗀 포괄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예산 한계로 '흐지부지'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포괄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이 시행된 지 넉 달. 의료현장에서는 "지원사업이 시작됐지만 달라진 건 없다"는 회의적 목소리가 먼저 흘러나온다.중증 진료를 강화하고 상급종합병원 쏠림을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분명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예산이 너무 적어 사업 전후로 체감되는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메디칼타임즈가 이제 첫발을 뗀 포괄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의 진행 현황을 살펴봤다.■ "응급실·중환자실 가산 수가…의료현장 반영 재검토해야"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1일부터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지역 필수의료를 책임질 수 있는 전국의 2차병원 175개소가 참여 대상이다.이번 지원사업의 목표는 포괄 2차 종합병원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의료문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질환·증상에 대한 포괄적 진료역량을 확충하는 데 있다.사업 시작 후 4달의 시간이 흘렀지만 정작 병원 당사자들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 최희정 전략기획본부장(감염내과 교수)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과 비교할 때 포괄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은 지원금 규모가 너무나 미미하다"고 지적했다.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은 이번 지원사업에 참여 중이다. 그는 "예산이 촘촘히 뿌려지지 않으니, 무엇이 달라졌는지도 느낄 수 없다"며 "변화를 만들기에 지원금이 너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이어 "중증, 응급환자 등을 더 보라는 방향성은 이해한다"며 "하지만 원래도 중증과 응급환자를 꾸준히 받아왔고, 전원 환자를 가려 받는 일도 없었기 때문에 환자군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정부는 지난 7월 1일부터 전국 175개 병원을 대상으로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정부는 필수의료 기능 강화와 병원 기능혁신을 추진한다며 3년간 총 2조1000억원(연 7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은 47개 병원이 3조3000억원을 나눠 가진다. 숫자만 비교해도 체감할 수 있는 간극이 크다.항목별 예산 설계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포괄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 예산 중 1700억원은 중등증 및 일정 수준 이상의 중증 진료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중환자실 수가 인상에 적용한다. 적정성 평가 결과와 연동하여 등급별로 중환자실 수가를 50% 인상해 1~2등급은 일당 15만원, 3등급 9만원, 4등급은 3만원을 가산한다는 것.또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응급환자 대응을 위해, 응급실 내원 24시간 내 시행된 응급수술(KTAS 1~3등급 환자 대상)에 대해 가산율을 인상한다. 권역·전문·권역외상센터는 50%, 지역응급의료센터는 150% 가산하여 연 1100억원을 지원한다.이외에도 중증·응급환자 등 24시간 진료기능 유지 위해 응급실 인력 당직비용을 지원한다. 운영계획 및 당직 현황을 확인하여 연 2000억원을 병원에 지원한다.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포괄2차 지원사업에 신청하기 위해서는 지역응급의료센터 가동 등 지역에서 일정 규모를 갖고 역할을 해야 한다"며 "결국 상급종합병원과 거의 유사한 의료 인프라를 요구하는 것인데 지원금은 그에 비해 터무늬 없이 적어 상대적 박탈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이어 "특히, 중환자실 등은 병원마다 운영 실태가 모두 다른데 단순 종별로 나눠 지원금에 차등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중증·응급환자 등 24시간 진료기능 유지 위해 응급실 인력 당직비용을 연 2000억원 지원한다.■ '진료정보교류시스템' 활성화에도 전원 효과 기대 이하포괄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의 한 축은 '진료정보교류시스템'이다. 병원 간 환자 기록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아 환자가 더욱 적합한 의료기관에서 진료받게 만들겠다는 취지지만, 현장에서 돌아오는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시스템을 갖추고 업무협약을 통해 병원 간 네트워크도 작동하고 있지만, 정작 환자 흐름이 크게 달라졌다는 체감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진료정보교류시스템은 병원 간 환자 진료기록을 안전하게 공유하는 국가 단위 플랫폼으로,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동할 때 필요한 의료정보를 기관 사이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환자의 진단정보, 검사 결과, 투약 내역, 처방 기록 등이 전자적으로 전송되기 때문에 예전처럼 CD나 판독지를 직접 들고 이동할 필요가 없다. 전원 과정에서 재검사를 줄여주고 진료 연속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정부는 이를 포괄2차 종합병원의 핵심 기능으로 삼았다.포괄2차 종합병원은 지역에서 환자를 처음 진료하고, 필요 시 상급 의료기관과 연계한 뒤 다시 지역으로 환자를 돌려보내는 '의료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이런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병원 간 정보 흐름이 원활해야 하기에, 진료정보교류시스템 참여는 사업 평가의 주요 지표로 포함됐다. 복지부 역시 보상 체계를 마련할 때 교류 실적을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 최희정 교수는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인근 병의원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교류를 통해 환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전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과거에 교류가 없던 병원들과도 교류를 텄지만 이로 인해 환자 이송이 늘어났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또다른 종합병원장 A씨는 "병원끼리 정보교류를 열심히 해도 환자나 보호자가 전원을 거부하면 방법이 없다"며 "의료진 입장에서는 이송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해도, 환자가 거부하면 강제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이어 "3년에 걸쳐 장기간으로 지원되는 시범사업이니만큼 의료계 의견을 수렴해 꾸준히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지원사업의 성과가 나타나게 하기 위해서 예산 규모 자체를 확대해 각 병원에 지급되는 지원금이 늘어나게끔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지적했다.
2025-11-17 05:30:00제도・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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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종 구조전환 1년차 진단...경증 환자 여전히 바글바글 딜레마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상급종합병원이 '3분 진료'에서 벗어나 중증·응급·희귀 질환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구조전환 지원사업이 시행 1년을 맞았다.하지만 병상 재편과 일부 중증수술 증가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체감 변화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여전히 잇따른다. 외래 대기실은 여전히 경증 환자로 붐비고, 환자 흐름 역시 기대했던 만큼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메디칼타임즈가 시행 1년차에 접어든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중증수술 늘었지만 외래 제자리…체감 효과 '미미'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경증·비응급 환자 진료에 과도하게 치중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중증·응급·희귀질환 중심 진료체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난해 10월부터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이 모두 참여 중이며, 오는 2027년 12월 31일까지 진행된다.각 병원은 경증환자 비율을 낮추기 위해 일반입원실 허가병상을 일정 비율 줄이고, 대신 중환자실·응급병상 등 중증진료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그 결과 구조전환 이후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수술은 2023년 3만3000여건에서 2024년 12월 3만7000여 건으로 약 4000건 증가했다.하지만 현장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정확한 성과지표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선 교수들은 "환자군 자체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반응을 공통적으로 내놓고 있다.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이 시행 1년을 맞았지만 현장 의료진들은 체감 변화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세브란스 정윤빈 외과 교수는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시작하면서 중증도 분류 체계가 일부 조정됐다"며 "전반적으로 중증도가 올라간 상황에서 병원은 지난 1년 동안 이에 맞게 환자를 받았다. 실제로 중증 환자가 늘고 경증 환자가 많이 빠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이어 "최근 일부 외래 환자가 줄어든 것은 전공의 집단 사직 여파 등의 영향으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성과로 볼 수 없다"고 전했다.실제 지표 또한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 외래환자는 2023년 9월 232만명에서 2024년 12월 222만명으로, 입원환자수는 같은 기간에 22만명에서 19만명으로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경증 환자 비율을 낮추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이들을 제한할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는 점이다.정윤빈 교수는 "병원이 적극적으로 회송을 추진한다고 해도 이를 강제할 수 없다"며 "중증도를 높이려는 노력은 계속되지만 경증 환자를 줄이지 못하는 것이 현장의 가장 큰 난제"라고 지적했다.이어 "현재는 진료의뢰서만 있으면 질환의 중증 여부와 무관하게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가능한 구조"라며 "거부할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간단한 수술까지도 환자 선호 때문에 타 의료기관으로 돌리기 어렵다"고 토로했다.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희경 교수 또한 "병상은 줄었지만 여전히 경증 환자가 많고, 외래 대기실은 하루 종일 붐비고 있다"며 "진료의뢰서가 있어야 상급종합병원 진료를 볼 수 있지만 환자 민원 등으로 1, 2차 의료기관은 진료의뢰서 발급을 거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경증 환자를 구분할 수 있는 보다 섬세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송 체계 활성화, 의료전달체계 정립 후 추진해야"상급종합병원의 경증·비응급 환자 진료를 줄이고 지역의 1·2차 의료기관과 역할을 분담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구조전환 지원사업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는 환자 회송이다.실제로 상급종합병원에서 지역 의료기관으로 회송되는 환자 수는 최근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상급종합병원이 종합병원 이하 의료기관으로 회송한 환자는 80만6000명으로, 전년 66만명 대비 22.1% 증가했다.같은 기간 회송 청구 건수 역시 74만2000건에서 90만7000건으로 22.2% 늘었고, 회송 관련 진료비는 약 416억원에서 726억원으로 7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문제는 이 증가폭이 '실제 경증환자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회송된 환자가 일정 기간 후 다시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역회송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 있고, 회송 건수 증가는 제도적 인센티브 확대에 의한 행정적 증가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이번 구조전환 사업의 핵심 중 하나는 경증환자 회송률을 높여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의 진료협력·전달체계는 이를 뒷받침할 만큼 정교하게 정립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그는 "당장 회송을 늘려도 결국 환자들이 몇 주 뒤 다시 상급종합병원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며 "대형병원을 고집하는 환자 의지가 강하면 병원 입장에서는 이를 막을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이어 "의료전달체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회송만 강제한다고 흐름이 바뀌지 않는다"며 "병원 종별 역할이 정착되지 않은 현실에서 의뢰·회송체계만 손보는 것은 현장과 동떨어진 접근"이라고 말했다.지난해 기준 상급종합병원이 종합병원 이하 의료기관으로 회송한 환자는 80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22.1% 증가했다.■ 복지부 성과지표 설정 착수…'중증환자 비율-회송 성과' 등 고려정부는 구조전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평가체계 마련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복지부는 올해 핵심 성과지표를 명확히 설정한 뒤 본격적인 평가에 착수하고, 이를 기반으로 향후 사업의 구체적 방향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증환자 비율, 회송 성과, 병상 재편 이행률 등이 주요 평가 항목으로 검토되고 있다.하지만 현장 의료진 사이에서는 우려가 적지 않다. 아직 의료전달체계와 지역 수용역량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평가부터 도입하면, 병원별 현실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 채 수치 맞추기식 구조전환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세브란스병원 정윤빈 교수는 실제 평가 항목이 될 가능성이 높은 지표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우려를 밝혔다.그는 "외래 진료량 감소나 중증 환자 비율 증가는 제도적 장치 없이 병원이 의지만으로 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회송을 강제하거나, 특정 환자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진료량을 줄이기 위해 병원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이어 "회송률을 높이라고 하지만, 진료협력과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회송 자체가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또한 그는 평가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는 중증도 분류체계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정 교수는 "중증도를 단순 비율인 70%, 80% 식으로 정해놓고 따르게 하면 의료현장은 버틸 수 없다"며 "특히 전문진료 분야는 질병군 분류체계 자체가 더 섬세하게 조정돼야 한다. 분류체계 개선 없이 중증도 비율만 강제하면 왜곡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2025-11-14 05:30:00제도・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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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응급 24시간 열려있는 우리아이들병원...소청과 진료 선도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우리아이들병원. 병원 입구부터 심야 시간대에도 환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올해 4월부터 24시간 진료 체계를 본격화한 이후, 이 병원은 소아 의료 공백을 메우는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우리아이들병원은 연간 55만명의 환자가 내원하는 소아청소년 전문병원이자 공공의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의료법인으로 성장 중이다.대학병원 응급실 부하 줄이는 역할24시간 365일, 대학병원 수준의 진료시스템이 어떻게 가능할까. 우리아이들병원 정성관 이사장은 "야간 전담팀을 별도로 구성했다"며 "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원무과 직원까지 야간 전담 인력을 각 병원당 30명씩 배치했다"고 밝혔다.이와 더불어 구로와 성북 두 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7명을 추가 채용해 야간 진료를 전담하게 했으며, 보안 요원과 주차 관리 인력도 24시간 체계로 전환했다. 단순한 야간진료 연장과는 차원이 다르다.정 이사장은 "야간 진료를 하는 필수특화병원들은 보통 기존 원장들이 당직을 서는 구조인데, 우리는 야간 진료팀을 아예 따로 꾸렸다"며 "24시간을 하는 게 단순히 야간 진료 하고 끝나는 것과는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우리아이들병원 성북 전경, 대기실 모습.우리아이들병원이 24시간 진료체계를 구축한 이후 인근 대학병원들의 응급실 로딩이 감소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정 이사장은 "인근의 고대안암병원, 서울대병원, 경희대병원 등에서 응급실 로딩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며 "우리가 경증과 중등증 환자를 스크리닝해서 트리아제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덕분에 인근 대학병원 교수들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고 있단다.실제로 이 병원은 환자 상태에 따라 중증 환자는 서울대병원 등 3차 병원으로 즉시 전원하고, 중등증 환자는 고대 안암병원, 경희대 어린이병원 등으로 이송한다.  또 자체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병원에서 관리하거나 경증 환자는 1차 의원 재방문 권고 등으로 체계적으로 분류, 진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을 위해 각 대학병원 분과별 교수들과 카카오톡 단체방으로 실시간 소통하는 시스템도 마련했다.정 이사장은 "의전 갈등이 있었을 때는 중등증 아이들 치료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이제는 대학병원과의 유기적인 관계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우리아이들병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차병원이나 소아전문병원들은 대학병원과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더 강화할 예정이다.환자 대기실 공간은 소아환자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꾸몄다. 병원을 넘어 지역사회로…다양한 사회적 책임우리아이들병원은 진료협력센터에 간호사 6명을 배치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과 MOU를 체결하는 등 지역사회 활동도 적극 나서고 있다.정 이사장은 "아이들은 대부분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찾아간다"며 "국공립, 사립, 가정, 직장 어린이집 등과 모두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가령 체육대회나 행사가 있으면 의료진이 직접 출동해 의료 지원을 하고, 서울시 행사에서는 비만 검사, 영양 상담 등을 제공하는 식이다.얼마 전 국회 광장 행사에서는 구급차를 보내 아이들에게 내부를 체험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병원은 지역사회에 녹아 들어가야 하고, 지역사회와 함께해야 한다는 게 정 이사장의 생각이다.그런 맥락에서 부모교육 활동도 활발하다. 정 이사장이 관악구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강의했을 때는 150명의 부모가 참석했고, 30명 이상이 개별 상담을 요청했을 정도다.정 이사장은 "6개월간 배가 아프다던 아이는 식습관 문제였고, 다리가 아프다던 아이는 다리 각도가 틀어져 교정이 필요했다"며 "3분 진료의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부모상담에서 아쉬움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 기획으로 이어졌다. 실시간 양방향 소통으로 부모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예정이다.이와 더불어 새싹지킴이 병원(아동학대 전담의료기관)으로 지정, 운영 중으로 이밖에도 입양아동 의료 지원, 드림스타트 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다.특성화센터, 엑스레이 검사실, 운동처방실 등 소아환자에게 맞춤형으로 설계돼있다. 정 이사장은 "소아과 의사들이 진료만 보는 것도 좋지만, 외부적으로 사회적으로 좋은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다"며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본인의 사명감이나 사회 기여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또한 우리아이들병원은 전문병원이자 중소병원에서는 쉽지 않은 의대생 교육에도 참여하고 있다. 약 5~6년전부터 고려대, 연세대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들 대상으로 실습을 진행 중이다.정 이사장은 "실습에 참여한 의대생 8명 중 4명이 소아청소년과를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며 "의대생 때부터 미리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야 이후 소청과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우리아이들병원은 자회사를 설립, 병동의 전자차트 시스템은 소아 특성에 맞춰 자체 개발했다. 소아 특성에 맞춰 욕창 관리부터 인증평가 기준까지 모두 반영한 자체 시스템을 구축한 것. 내친김에 AI개발자를 영입해 AI청진기도 개발, 의료기기 허가 단계를 밟고 있다.우리아이들병원은 소아환자에게 맞춰 침대 대신 이불을 깔아두는 병실도 운영 중이다. 소아진료 최전방, 제도적 지원은 여전히 숙제말 그대로 소아진료 최전방을 사수하며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제도적 지원은 미흡한 실정이다. 우리아이들병원은 필수특화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11억원 지원을 약속받았지만 실제로는 1억 2천만원 지원 받은 게 전부다.더 큰 문제는 수가다. 24시간 365일 진료라는 쉽지 않은 선택을 했지만, 평일 밤 12시 이후 수가는 없다. 달빛어린이병원도 밤 12시 이후 별도로 산정된 수가는 없다보니 이를 유지하는 입장에선 아쉬움이 크다.심야시간대 내원한 환자들은 약국 이용에도 한계가 있다. 서울에 24시간 약국은 강남에 1곳뿐이며, 그마저도 숙취해소제 판매 비중이 높은 약국이다.이는 공공심야약국을 새벽 1시까지만 지정해두고 시간 당 4만원 지급하다보니 약사들이 운영하기 어려운 실정. 정 이사장은 "의약분업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고 했다.정성관 이사장은 소아환자는 '작은 성인'과 다르다며 소아환자의 특성에 맞는 진료를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대한소아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24시간 응급 클리닉 운영 경험을 초록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우리아이들병원의 경험이 정부 정책에 반영돼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우리는 허리 역할을 합니다. 3차 병원이 중증 환자에 집중하도록 돕고, 1차 의원과 긴밀히 협력합니다. 2차 병원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것, 그것이 저출산 시대 소아 의료의 미래입니다."연간 55만 명의 아이들이 찾는 우리아이들병원. 24시간 불 켜진 이 병원은 단순한 의료기관을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소아 의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었다. 
2025-11-11 12:01:06중소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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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C 신약 각광 속 커진 급여 요구, 재정건정성 논의 할 때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다양한 암종에서 항체약물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가 표준치료요법(SoC)으로 부상하면서 환자 접근성 개선이 임상현장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ADC 계열 의약품의 국내 허가와 적응증 확대는 다른 치료제들과 마찬가지로 이뤄지고 있지만,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해선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급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매년 늘어나고 있는 항암요법과 이에 대한 활용을 위한 새로운 급여 적용 모델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급여 노크하는 고가 'ADC'글로벌 항암 치료제 시장에서 ADC 계열들의 약물이 각광을 받으면서 국내 임상현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에도 글로벌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각자 보유한 ADC 계열 의약품을 갖고 허가와 급여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품목을 꼽는다면 단연 엔허투(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 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다. 엔허투는 현재 임상현장에서 이전 치료경험이 있는 HER2 양성 유방암, HER2 양성 위 또는 위식도 접합부 선암종에서 급여가 적용, 활용되고 있다. 국내 급여업무를 담당 중인 다이이찌산쿄는 이에 더해 'HER2 저발현(HER2-low) 유방암' 및 'HER2(ERBB2)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까지 급여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 중 유방암 분야에서는 국내 의학회가 '진료 권고안'을 개정, 1차 혹은 2차 이상의 세포독성 항암 치료를 받은 HER2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엔허투' 사용을 권장한다고 뒷받침 했다.또한 길리어드 트로델비(사시투주맙 고비테칸) 역시 올해 삼중음성유방암(Triple Negative Breast Cancer, TNBC) 2차 이상 치료에서 급여를 적용받은 가운데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MSD)와의 병용요법도 최근 1차 치료 효과를 입증하면서 급여 확대 가능성을 저울질 중이다.요로상피세포암 분야에서 표준옵션으로 부상 중인 파드셉(엔포투맙베도틴)도 마찬가지다. 키트루다 병용요법으로 1차 치료 급여 적용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로부터 재수 끝에 '급여기준 설정'에 성공한 것이다.ADC 의약품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국내 식약처 허가 이후 보유 적응증 급여 적용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국내 허가된 ADC들이 경쟁적으로 급여를 추진, 임상현장 허들 낮추기에 돌입한 것이다. 여기에 다트로웨이(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 Dato-DXD, 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와 엘라히어(미르베투시맙 소라브탄신, 애브비) 등 국내 허가를 추진 중인 ADC 계열 신약까지 합한다면 논의 대상이 향후 더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이제 관심은 이 같은 고가 ADC를 급여로 적용 가능할 것이냐는 것으로 이어진다.참고로 지난해 건강보험 약제비 청구액은 약 2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항암제는 약 3조원으로 2020년 1조 8000억원 것을 고려하면 1조 2000억원 급증한 것으로, 약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2%까지 상승했다. 이에 더해 현재 신규 급여와 적응증 확대 신청을 추진 중인 항암신약 및 병용 치료옵션만 따졌을 때 예상되는 예산 투입액만 수천억원 이상이 될 것이란 후문이다. 따라서 엔허투 등 급여 확대를 노리는 ADC 의약품의 경우 약가인하 없이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보험당국이 항암신약이 늘어남에 따른 재정지출 거시적인 재정지출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보건복지부가 마련하고 이를 심평원이 구체적인 틀을 짜야 한다. 급여가 됨과 동시에 이에 대한 재정부담 등을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미리 준비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그는 "급여 확대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약가인하가 필수다. 엔허투의 암질심 논의과정에서도 쟁점이 됐다"며 "결과적으로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제약사가 재정분담에 대한 의지를 갖고 정부에 급여확대 당위성을 적극 설득해야 재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신약 급여 목마름 커지는 임상현장임상현장에서도 ADC와 같은 신약 도입을 위한 새로운 급여 모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5%인 환자 본인부담률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가령, 글로벌 항암 치료 가이드라인 상 SoC로 부상한 치료제가 국내 허가를 받을 시 환자 본인 부담률을 조정해서라도 우선 적용시키자는 의도다. 환자 부담률을 조금이라도 높인다고 하더라도 신약을 빠르게 급여를 적용 경제적이 부담을 조금이나마 낮추자는 뜻으로 풀이된다.매년 항암신약의 국내 도입과 급여 적용으로 건강보험 약제비 비중에서 항암신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서울아산병원 정경해 교수(종양내과)는 "신약들은 기존 세포독성항암제들과 비교하면 약가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제성평가 측면에서도 급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환자 입장에서는 급여가 안 되니 1000만원 짜리 치료제를 그냥 기다리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본인부담률을 높여서 빨리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환자들은 급여될 때까지 신약을 기다릴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정경해 교수는 "과거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에게 트라스투주맙+퍼투주맙+도세탁셀 병용요법이 처음 나왔을 때, 급여가 되지 않아 6사이클을 투약하면 치료비용이 약 4000만원에 달했다"며 "이후 비급여였던 퍼투주맙이 30% 선별급여로 조정이 돼 환자 부담이 약 500만원 환자들도 할 수 있었다. 급여 적용을 기다리다가 환자가 치료 기회를 놓치는 것 보다는, 일부 선별급여라도 빨리 적용해주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진단했다.마찬가지로 서울아산병원 박인근 교수(종양내과) 역시 "현재의 5% 또는 100% 본인부담이라는 제한적인 구조를 벗어나 중간 단계의 환자 부담률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환자 수가 적다고 해서 무조건 100% 본인부담을 하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앞으로 신약 ADC 계열 약물들이 점점 1차 치료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실을 인정하고 임상적 효과가 뛰어난 신약의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25-11-11 05:30:00외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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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요법으로 우뚝 선 ADC 약물…항암 치료 패러다임 이끈다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항체약물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가 주요 고형암 치료 전면에 나서며 임상 현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다양한 암종에 강력한 효과를 입증하는 임상 연구를 통해 표준치료요법(SOC)으로 우뚝서며 치료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 것. 이를 통해 신약은 신약대로, 기존 ADC 약물은 뒷단에서 앞단으로 치료 전면에 배치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커지는 엔허투‧파드셉 영향력엔허투(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 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와 파드셉(엔포투맙베도틴, 아스텔라스)은 이미 국내 임상현장에서도 활용되면서 대표적인 ADC 계열 항암 신약으로 꼽힌다.이 중 엔허투는 유방암을 필두로 다양한 암종에서 치료 영역 앞선에 배치되는 모양새다.실제로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5)에서 공개된 'DESTINY-Breast05'와 'DESTINY-Breast11' 연구를 통해  HER2 양성 초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우선 DESTINY-Breast05는 신보조요법(수술 전 치료)을 받은 뒤에도 잔류 침윤성 병변이 남은 HER2(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제 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에게 T-DXD 단독요법을 캐싸일라(트라스투주맙 엠탄신(T-DM1, 로슈)와 비교, 생존 이점을 주요 평가 지표로 분석했다. 그 결과, T-DXD 단독군이 캐싸일라군 대비 '침습성 무병생존기간(Invasive Disease-Free Survival, IDFS)'과 '무재발 생존기간(Distant Relapse-Free Survival, DRFS)' 모두에서 사건 위험이 53% 감소했다(HR 0.47; p<0.0001).치료 효과 측면에서 T-DXD가 압도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SOC 부상 가능성을 입증해냈다.ESMO 2025에서 대표적인 ADC 약물인 엔허투가 다시 주목 받으면서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 행사 부스에도 많은 의료진이 찾는 모습이다.DESTINY-Breast11 연구에서도 T-DXD의 효과가 다시 드러났다.해당 연구는 고위험 조기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전(Neoadjuvant) 단계에서 T-DXD와 파클리탁셀, 허셉틴(트라스투주맙), 퍼제타(퍼투주맙) 병용요법(THP)을 투여한 결과를 평가한 임상이다. 그 결과, 병리학적 완전관해율(pathology Complete Response, pCR)은 T-DXD-THP 병용군이 67.3%, 표준 치료(용량집중 독소루비신, 시클로포스파미드 투여 후 THP 병용요법 투여(ddAC-THP)군이 56.3%로, 양 군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p=0.003). 또 무사건 생존률(Event-Free Survival, EFS)에서도 개선 경향이 관찰됐다.유방암에서 엔허투가 주목을 받았다면 파드셉은 요로상피세포암에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MSD)와 짝을 이뤄 SOC로 단숨에 부상한 약물이다. 기존 바벤시오(아벨루맙) 유지요법의 자리를 최근 위협하는 것을 넘어 임상결과를 무기로 메인옵션으로 부상 중이다.파드셉 역시 ESMO 2025에서 KEYNOTE-905/EV-303 연구 결과를 공개, 근침습성 요로상피암 환자에서 수술 전후(perioperative) 투여하는 면역항암제 조합 치료법으로서 파드셉과 키트루다 병용치료 시 표준요법 대비 50% 생존율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임상현장에서는 엔허투와 파드셉이 빠르게 치료 앞단으로 옮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숙제로 이상반응 관리를 꼽았다. 연구결과를 그대로 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서울성모병원 김인호 교수(종양내과)는 "엔포투맙베도틴 병용요법은 백금기반 항암치료 없이 요로상피암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기전의 옵션으로, 초기 임상 데이터 공개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며 "실제로 임상시험에서도 수치상으로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임상 연구에서 확인한 데이터를 실제 임상 현장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김인호 교수는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전신 상태가 양호한 경우가 많고, 반면 실제 임상에서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환자 비중이 훨씬 높다"며 "이런 이유로 임상시험과 리얼월드 간의 데이터 일관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즉 리얼월드 데이터가 풍부하지 않기에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TROP2 ADC TNBC서 충돌최근 TROP2 계열 ADC들은 난치성 유방암으로 알려진 삼중음성유방암(Triple Negative Breast Cancer, TNBC) 1차 치료옵션을 두고 경쟁할 정도로 발전했다.일부 임상에서 효과를 증명하는 데 다소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TNBC에서 만큼은 그 가치를 입증, 향후 임상현장 주도권을 놓고 ADC 간 맞대결하는 형국이 마련됐다. 치료옵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TNBC인 만큼 다트로웨이(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 Dato-DXD)와 트로델비(사시투주맙 고비테칸, SG)가 빠르게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격돌이 예상된다. TROP2 계열 ADC인 트로델비와 다트로웨이가 삼중음성유방암 1차 치료옵션으로 등극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특히 주목되는 것은 다트로웨이다. TNBC 1차 치료로서의 효과를 확인한 'TROPION-Breast02' 3상 결과에 따르면, 무진행 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은 다트로웨이군이 10.8개월로 대조군의 5.6개월보다 두 배 가까이 연장시키는 데 성공했다.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al, OS) 또한 다트로웨이군이 23.7%로 대조군의 18.7%를 상회했으며, 12, 18개월 전체생존율은 다트로웨이군이 75.2%와 61.2%, 대조군은 67.8%와 51.3%로 다트로웨이군의 사망 위험이 21% 더 낮았다.(HR=0.79, 95% CI 0.64-0.98) 객관적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 ORR) 역시 다트로웨이군이 9.0%의 완전반응(Complete Response, CR)을 포함해 62.5%로 29.3%에 그친 대조군을 압도했다.이에 뒤질세라 트로델비도 TNBC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ASCENT-03을 공개, 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연구 결과, 중앙 추적관찰 13.2개월 시점에서 트로델비군의 mPFS는 9.7개월로 대조군(6.9개월) 대비 개선을 이끌어냈다. ORR은 두 그룹이 각각 48.4%와 45.5%로 큰 차이가 없었으며, 반응 지속기간 중앙값은 트로델비군이 12.2개월로 대조군(7.2개월) 대비 개선된 결과를 이끌어 냈다.난소암 등 ADC 영역 확장그동안 유방암과 위암, 폐암 등에서 ADC 계열 약물이 활약한 가운데 향후 더 많은 고형암 치료를 적응증으로 한 신약도 늘어나고 있다.현재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난소암 적응증 획득을 추진 중인 엘라히어(미르베투시맙 소라브탄신, 애브비)를 주목해볼만 하다.엘라히어 는 FRα(엽산 수용체 알파)를 발현하는 난소암을 겨냥한 ADC로, 강력한 세포독성 약물 DM4를 암세포 내로 전달해 종양을 사멸시키는 기전이다. 특히 백금계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는 난소암 환자군에서 새로운 옵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치료제는 올해 1월 국내에서 희귀의약품에 지정되기도 했다.애브비는 난소암 적응증을 가진 ADC 엘라히어를 차세대 항암신약으로 낙점,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엘라히어는 백금 저항성 난소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3상 MIRASOL 연구로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해당 결과, 추적관찰 기간 30.5개월 시점에서, 엘라히어의 mPFS는 5.59개월로 표준치료요법군 3.98개월 대비 개선을 보였다. 객관적반응률(ORR)도  엘라히어  투여군이 41.9%로, 표준치료요법군 15.9%보다 높았다.파드셉이 주도 중인 요로상피암에서는 HER2 타깃 ADC가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제약기업 RemeGen이 자체 개발, 현재 화이자가 글로벌 임상을 추진 중인 '디시타맙 베도틴(Disitamab Vedotin)'이 그 주인공이다. ESMO 2025에서 HER2 발현 진행성 요로상피암 1치 치료에서 디시타맙 베도틴과 토리팔리맙 병용요법의 효과를 확인한 임상 3상(RC48-C016) 결과가 공개돼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해당 결과에 따르면, 병용요법 군의 PFS로 13.1개월 대조군 6.5개월보다 크게 상회했다. OS 역시 31.5개월로 대조군(16.9개월) 대비 긍정적인 개선을 이끌어냈다. 서울성모병원 김인호 교수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글로벌 연구 결과가 뒤 따라야 하지만 연구 결과 면에서는 충분히 긍정적인 결과물"이라면서 "요로상피암 관련 연구 중에서도 현재 없는 HER2 타깃 ADC이기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5-11-10 05:30:00외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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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가 넘어 세계 탑10 진입한 샤리떼 대학병원 그 비결은?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300년의 역사. 총 4개 캠퍼스에 17개 센터 운영. 100개에 달하는 연구소. 교수 341명. 임상 의사와 의학자 5741명. 총 근무 인원 2만 4332명. 뉴스위크 선정 세계 TOP 10 의료기관.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샤리테 대학병원(Charité Universitätsmedizin Berlin)을 보여주는 단어들이다.1710년 베를린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설립돼 2003년 샤리떼 대학병원으로 통합된 이 의료기관은 독일은 물론 유럽을 넘어 세계 최고의 의료기관으로 꼽힌다.실제로 2003년 샤리떼 대학병원이라는 이름으로 통한된 뒤 이 의료기관은 압도적으로 독일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세 손가락에 꼽힌다. 또한 뉴스위크가 선정하는 세계 TOP 의료기관 중 10위를 벗어난 적이 없다.세계 Top 10 의료기관의 대부분을 미국 대학병원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특히 독일이 진료 보상 체례로 우리나라 의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진료군별 포괄수가(G-DRG)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때 이같은 성적표는 이례적이다.그렇다면 샤리테 대학병원은 포괄수가제라는 굴레속에서 어떻게 세계 10위권을 유지하며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었을까. 메디칼타임즈가 베를린 현지에서 그 비결을 들여다봤다.3293병상 중 병상가동률 80% 불과…중증 환자에 집중눈에 띄는 점은 샤리테 대학병원이 총 3293병상에 달하는 대형병원이지만 병상가동률은 80%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3293개 병상을 운영중인 샤리테 대학병원은 3차 병원의 역할을 위해 병상가동률 80%를 유지한다(샤리테 대학병원의 촬영 허가를 얻었습니다).2023년도 입원 환자수는 13만 7825명에서 2024년 14만 3759명으로 증가했고 외래 환자수도 78만 7757명에서 82만 2547명으로 늘었지만 병상 가동률은 여전히 80%를 유지하고 있다.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독일의 의료전달체계와 샤리테 대학병원의 철학에 숨어있다.독일은 1차 의료기관, 즉 개원가와 3차 의료기관, 즉 대학병원의 역할이 분명하게 나눠져 있다. 실제로 샤리테 대학병원 또한 이러한 의료전달체계를 명확하게 유지하고 있다.일단 샤리테 대학병원은 아무리 환자가 원한다해도 국내 대학병원과 같이 진료의뢰서 한장만으로 스스로 병원에 들어올 수 없다.개원의가 암 등을 의심한다 해도 확진이 될 때까지 진료 예약 자체가 불가능하며 확진이 됐다해도 샤리테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외래 진료 의사의 허들을 넘어야 한다. 과연 3차 병원에서 봐야할 암 환자인가에 대해 두세차례의 검증이 끝나야 비로서 진료가 가능하다는 의미다.국내에서 3차 병원에 들어가기 위해 편법처럼 쓰고 있는 응급의료센터를 통한 진입도 원천적으로 막혀있다.샤리테 대학병원 관계자는 "응급의료센터는 완전히 별도의 건물로 분류돼 있어 센터 안에서 진료와 입원이 이뤄지며 특별한 상병이 아닌 이상 그 안에서 퇴원까지 이뤄진다"며 "자의적 입장은 불가능하며 소방, 경찰, 협력병원 의사의 판단과 협조 요청이 있어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실제로 샤리테 대학병원의 응급의료센터는 400병상 규모의 별도 의료기관으로 존재한다. 그 안에 모든 진료과 의사들이 근무하며 진료-입원-퇴원이 그 안에서 이뤄진다. 사실상 병원안의 병원으로 운영되는 셈이다.샤리테 대학병원은 진료의뢰가 있다 해도 게이트키퍼 외래를 통해 적격 환자로 분류돼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샤리테 대학병원의 촬영 허가를 얻었습니다).이를 기반으로 본원 캠퍼스는 암 등 중증 질환에 특화돼 있다. 환자의 입원과 동시에 다학제 협진이 이뤄지는 중요한 기반 중 하나다.이로 인해 가령 2기 이상의 유방암을 진단받은 환자가 진료를 받을 경우 종양내과, 유방외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의 교수들이 다학제 협진을 시작해 치료의 시작부터 퇴원 전략까지 제시한다.또한 이 과정에서 다양한 신약 적용 가능성을 논의하며 연구와 임상을 잇는 통합적 접근이 이뤄진다. 국내 대학병원의 진료체계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부분이다.샤리테 대학병원 종합암센터(CCCC) 도미니크 모데스트(Dominik Modest) 센터장은 "어떤 루트로 환자가 샤리테에 오건 수술과 방사선, 전신 및 면역치료, 세포치료에 이르기까지 환자에게 어느 것이 가장 유리한가에 대한 다학제 협진이 가장 먼저 이뤄진다"며 "이 결정이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를 통해 샤리테 대학병원은 병상가동률이 80%대로 유지되고 있다. 경증환자가 아예 들어올 수 없는 구조로 운영되기에 가능한 수치다.흔히 말하는 국내 빅5병원들이 99%에 달하는 병상가동률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의료전달체계 구축이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연구비 수주만 5000억원 달해…연구중심병원의 표본하지만 그만큼 진료 수익에 대한 적자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독일의 보상 체계가 포괄수가제로 묶여 있다는 점에서 매년 진료 수익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샤리테 대학병원의 응급의료센터는 독립병원 형태로 운영된다(샤리테대학병원의 촬영 허가를 얻었습니다).샤리테 대학병원 또한 진료수익면에서는 매년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교수와 의사만 6천명에 달하는데다 전체 직원이 2만 4332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인건비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특히 보상체계가 G-DRG로 묶여 고난도 수술이나 고가 장비에 대한 보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중증환자 중심 진료로 병상가동률이 80%에 그치는 것도 적자를 일으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샤리테 대학병원의 진료 수익을 살펴보면 2024년을 기준으로 매출이 20억 유로(한화 약 3조 3천억원)에 달하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인건비와 재료비 명목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늘면서 2024년을 기준으로 적자폭이 8700만 유로(한화 약 145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샤리테 대학병원은 매년 이러한 적자를 견디며 어떻게 의료기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이에 대한 답은 연구비에서 찾을 수 있다. 강력한 연구 인프라를 통해 진료와 임상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말 그대로 진정한 연구 중심병원으로 자리를 굳혔기 때문이다.실제로 샤리테 대학병원의 지난 2024년 외부 연부비 수주액을 보면 무려 2억 7880만 유로(한화 약 4700억원)에 달한다.샤리테는 25개에 달하는 건물과 4개의 캠퍼스의 유기적 연결을 통해 진료-연구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샤리테 대학병원의 촬영 허가를 얻었습니다)여기에 독일 정부와 베를린시에서 지원하는 비용을 합하면 매년 수주하는 연구비가 한화로 5천억원을 넘어간다. 진료비 적자를 메우고도 수천억원이 남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구체적으로 수주 내역을 보면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진행되는 연구비만 2200만 유로(한화 약 400억원)에 달하며 글로벌 제약사 등의 임상시험 연구비가 4700만 유로(한화 약 800억원)에 이른다.여기에 유럽종양학회 등 학회와 각종 재단에서 지원하는 지원금도 3860만 유로(한화 약 630억원)에 달한다.이에 대한 배경은 강력한 연구 인프라에 있다. 국내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교수들이 대부분 진료에 매진하며 연구를 다른 트랙으로 진행하는 것과 달리 샤리테 대학병원은 이 모든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샤리테 대학병원이 강조하는 진료-연구 순환(Translational) 메커니즘이다.구체적으로 보면 일단 진료시스템의 차이가 크다. 샤리테 대학병원은 국내 대학병원과 달리 진료과 중심이 아니라 질환 중심 센터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각 질환별로 진료, 교육, 연구가 한데 묶인 17개 센터 체계를 운영하면서 다학제 진료는 물론 표준화된 임상, 연구 통로를 구축하고 있다는 의미다.교수들의 연구활동에 제한이 없다는 것도 강점 중의 하나다. 실제로 샤리테 대학병원 내에는 각 교수들이 세운 연구소(LaB)이 100여개가 넘는다.샤리테 대학병원에는 각 교수들이 설립한 100여개의 연구소가 운영중이며 섹터별로 건물을 쓰고 있다(샤리테대학병원의 촬영 허가를 얻었습니다)교수들은 연구윤리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선 안에서 산업군에서 제시한 연구비를 가지고 자유롭게 연구원을 선발하고 독자적 연구소를 운영한다.이 모든 연구소는 '종합연구소'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되며 환자의 진료데이터는 물론 임상시험 진행 현황 등이 한데 모여 임상 의사와 연구자들 모두가 이를 확인하며 협업을 추진할 수 있다.이를 통해 교수들은 단순히 임상시험을 넘어 스타트업 창업과 기술 이전, 대규모 펀드 조성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새로운 자금을 마련하는데 적극적이다.국내 대학병원들도 기술지주회사 등을 통해 이를 독려하고 있지만 진료가 우선시되는 시스템속에서 극히 일부에서만 활성화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부분이다.이는 곧 선순환 체계를 만들어낸다.센터 기반 통합 진료-연구 모델이 체계적으로 정립되면서 진료와 임상시험, 기초 연구가 함께 운영되며 산업을 넘어 재단과 정부에서 들어오는 혁신 펀드가 더해지면서 연구 성과가 단순히 논문을 넘어 또 다른 산업을 여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샤리테 종합암센터 도미니크 모데스트 센터장은 "샤리테의 가장 큰 강점은 진료와 교육, 연구가 모두 포괄적 센터 개념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라며 "환자 한명 한명마다 최상의 개별 치료 옵션을 찾고 신기술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진료 자체가 연구가 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이어 "모든 교수들은 이 환자에게 어떠한 치료법을 적용해 어떠한 순서로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는가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러한 고민들은 유럽을 넘어 세계적 치료 가이드라인의 재설정과 신약 개발의 기반이 된다"며 "샤리테에서 더 많은 혁신과 새로운 치료 접근법이 탄생하는 기반"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업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2025-10-31 05:34:00마케팅·유통
기획

항암제 개발 정밀의료 선택 아닌 필수…국내 신약개발 방향 교훈

[메디칼타임즈=박상준 기자]전 세계적으로 암 치료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는 정밀 맞춤형 연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는 유전자 분석 맞춤형 치료, 최적화 치료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궁극적인 목적은 기존 약물 효과를 더 높여 생존율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그렇다보니 최근들어 관련 임상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따라서 국내 항암 바이오텍과 항암제 개발 제약사들 그리고 암전문 임상연구기관들도 이러한 임상 연구 트랜드를 잘 파악하여 경쟁력있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이러한 트랜드는 최근 베를린에서 성료된 유럽종양학회(ESMO, 10/17~21)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정밀유전자 분석 기술(NGS)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임상 연구 세션을 별도로 만들었고,  이중 임상에서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의미있는 연구도 대거 발표했다. 궁극적으로는 치료의 개인화를 이끄는 핵심 연구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올해 유럽종양학회(ESMO, 10/17~21) 연례학술대회에서는 종양학에서 정밀의료연구가 대거 쏟아져 주목을 받았다. 사진은 유럽종양학회 행사장 전경. 주요한 몇가지를 살펴보면, 우선 중피종(mesothelioma)을 대상으로 한 NERO 연구(LBA106)에서는 방사선영상(radiomics), 유전체(genomics), 전사체(transcriptomics)를 인공지능 AI 알고리즘으로 통합 분석해 니라파립(niraparib) 치료에 대한 영상학적 반응을 예측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 국소 진행성 비소세포폐암을 대상으로 한 AEGEAN 연구(LBA70)에서는 영상학적 특징과 순환종양 DNA(ctDNA) 수치를 결합해 병리학적 완전반응을 예측할 수 있었고, 이러한 결과는 무사건 생존율(EFS) 개선과도 연관돼 있었다.이밖에도 CROWN 3상 연구의 사후(post-hoc) 분석에서는 전이성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인공지능(AI) 기반의 뇌전이 반응 분석과 폐 영상학(radiomics)이 RECIST 평가를 넘어선 예후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Abstract 2012P).게다가 유전자분석기술(NGS) 기술의 발전은 ctDNA 분석의 잠재력을 열어주고 있다. 이 기술은 미세잔존질환(MRD)을 비침습적으로 탐지하고, 치료 반응 및 재발 위험을 동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는 항암치료를 높인다.이번 유럽종양학회서도 대장암과 방광암에서 수술 후 ctDNA 수치를 활용한 보조치료 최적화의 가능성을 탐구한 두 건의 임상시험이 발표됐다.유전자 분석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던트 부스. 암환자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는 이 회사는 전 세계 정밀의료 연구를 대거 늘리고 있다.이중 DYNAMIC-III 연구(LBA9)는 Ⅲ기 대장암 환자에서 수술 후 ctDNA 수치를 기반으로 보조항암치료 강도를 조정하는 접근을 평가한 것으로, 그 결과, ctDNA 양성과 달리 음성 환자에서 표준 치료 대신 감량 치료를 적용했을 때 3년 무재발 생존율(RFS)은 비열등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즉 ctDNA 양성환자 를 골라내 치료를 계속하면 추가 생존율 개선을 이끌수 있다는 의미다.IMvigor011 3상 연구(LBA8) 에서는 근침습성 방광암 환자 중, 방광절제술 후 영상학적으로 질병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최대 1년간 정기적인 ctDNA 모니터링을 시행한 것인데, ctDNA 음성환자와 달리 양성 환자에서 아테졸리주맙(atezolizumab)을 투여후 무진행생존율과 전체생존율 모두 위약대비 유의한 향상을 보였다.또 AGITG DYNAMIC-III 연구도 ctDNA 검사를 통해 양성이 나온 그룹은 순차적 위험 조정 치료를 진행했고, 이후 옥살리플라틴 기반 항암화학요법 비율이 34.8%에 불과했다. 표준 요법으로 관리 받은 환자들이 88.6%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불필요한 치료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이처럼 ctDNA유전자는 항암 치료에 매우 중요한 바이오마커로, 간단하게는 추가치료가 필요한 군과 그렇지 않은군을 구별할 수 있다. 나아가 치료 최적화하거나 부작용 개선하는 진보된 치료법으로 발전시킬 수 있어 향후 항암치료제 개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독일 머크사 부스, 이 회사가 개발한 면역항암제 아벨루맙의 최적화 연구가 올해 유럽종양학회에서 발표됐다.분석기술과 더불어 치료 최적화도 연구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는 신약개발 이후 꾸준한 재개발 또는 재검증을 통해 기존 약물로 신약 개발수준에 버금가는 가치를 만들어주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진행성 요로상피암(urothelial cancer)에서 백금 기반 항암요법은 전통적으로 6주기 투여가 표준이었으며, 이후 아벨루맙(avelumab) 유지요법이 표준 치료로 자리 잡은 이후에도 이 일정은 바뀌지 않았다. 이번 유럽종양학회에서 발표된 2상 DISCUS 연구(LBA109)에 따르면, 백금 항암제 3주기만 투여하고 아벨루맙으로 이어가는 방식이 기존 6주기보다 효과는 유사하면서도 삶의 질은 더 우수했다.전이성 호르몬 민감성 전립선암 환자에서 도세탁셀(docetaxel)의 잇점을 처음 평가한 연구들은 거세저항성 질환에서 사용되던 75 mg/m², 21일 간격, 6주기 요법을 그대로 적용했다. 이후 ARPI(안드로겐 수용체 억제제) 병용 연구로 확장되었고, 이번 학회에서 발표된 ARASAFE 연구(LBA92)는 같은 상황에서 50 mg/m², 15일 간격의 감량 요법이 3~5등급 이상 부작용을 현저히 줄였다는 결과를 제시했다.전문가들은 이러한 최적화된 치료법은 그동안의 나왔던 수 많은 임상연구를 분석하고 다듬는 과정인데 인공지능의 발달로 서서히 임상에 적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이처럼 최근 암치료 개발 트랜드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을 활용한 유전자분석 기술 접목과 치료 최적화는 더 이상 이론적 논의 대상이 아닌 임상적 필수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학회가 이번 학술대회기간 전 세계 최초로 임상연구를 위한 인공지능 딥러닝 활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도 항암치료에서 정밀의료의 중요성을 대변한다.파브리스 앙드레(Fabrice André) ESMO 회장은 “ESMO의 최우선 과제는 혁신이 환자에게 이익을 주고, 임상의가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 해법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발표한 지침을 통해 많은 연구자들이 윤리적 지침을 지키면서 잠재력 있는 다양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유럽종양학회가 전 세계 최초로 임상분야에 인공지능 딥러닝 적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항암분야 연구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정밀의료 연구를 좀더 가속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항암치료제 개발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종양학 임상 트랜드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학회 참여를 통해 임상 견문을 넓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연구자들과 교류해 변화를 반영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임상이 가능하도록 임상연구윤리 등 제도적 변화와 뒷받침을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연구 성과 발표차 참석한 이뮨온시아 김흥태 대표(전 국립암센터 종양내과 교수)는 “국내 제약사나 바이오벤처들의 항암개발 방식도 변화가 필요하다. 연구 과정에서 정밀의료, 인공지능의 기능을 검토해 보다 차별화된 항암신약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과 교류는 물론 새로운 개발 트렌드를 보고 듣는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학회에 참석한 울산의대 민영주 교수는 “학회에서 보여주듯, 기술 기반의 임상 전략을 적극 수용할 때 비로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고 나아가 치료는 복잡해지만 궁긍적으로 환자의 생존율은 높아질 것"이라며 "미래의 항암치료는 맞춤형 치료가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다양한 연구가 수행될 수 있도록 제정적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업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2025-10-30 05:30:00국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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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수 글로벌 제약사 머크 디지털 전환‧AI에 미래 걸었다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357년 전인 1668년 독일 다름슈타트의 작은 '천사 약국'에서 수작업을 통해 약품을 제조하면서부터 시작된 머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제약/화학 기업이다. 현재는 헬스케어, 생명과학 및 일렉트로닉스 분야를 이끄는 '글로벌 과학기술 선도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제약 분야에서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개발하고, 가장 어려운 질병들을 치료할 독창적인 방법을 발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얼비툭스(세툭시맙)로 시작된 신약 개발은 최근 바벤시오(아벨루맙)와 텝마코(테포티닙)까지 희귀 암종 분야에서 성공사례를 써 나가고 있다. 이런 의지는 2024년 전 세계 65개국에서 총 212억 유로(35조 4625억)의 매출을 달성한 것과 동시에 23억 유로(3조 8473억)를 연구개발(R&D)에 투입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머크와 같이 약국으로 시작, 제약 기업으로 성장한 모델은 국내에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제약 기업은 그동안 복제의약품(제네릭) 생산‧판매에 머물다 최근 신약 개발의 걸음마를 떼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머크가 생각하는 글로벌 신약 개발 트렌드는 무엇일까. 최근 메디칼타임즈는 독일 다름슈타트에 있는 머크 본사를 찾아 신약 개발을 위한 기업의 혁신 노력을 탐색해 봤다.독일 다름슈타트 지역에 위치해 있는 머크 본사 전경이다. R&D 허브로 제약산업을 비롯해 생명과학 및 일렉트로닉스 분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최장수 제약사가 보여 준 AI 혁신머크는 전 세계 제약 기업 중 최장수 기업으로 손꼽힌다. 이 가운데 머크는 2006년 스위스 제네바의 생명공학기업 세르노(Serono)를 인수하며 글로벌 제약사로서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세르노는 생식의학과 신경면역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회사로, 대표 제품으로는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레비프(인터페론 베타-1a)',  재조합 인간 난포자극호르몬(r-FSH) 성분 '고날-에프(폴리트로핀알파 75IU)'가 있었다. 머크는 약 134억 유로에 세르노를 인수, 머크 세르노(Merck Serono)’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바이오 제약의 시대를 열었다.합병 이후 머크는 기존 화학 기반 제약 중심의 사업구조를 넘어 면역학, 종양학, 생식의학, 신경과학 등 바이오의약품 중심의 연구개발 조직으로 재편했다. 독일 다름슈타트 머크 본사 전경이다. R&D 허브로서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며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독일 다름슈타트 본사를 글로벌 R&D 허브로 강화하면서, 머크는 명실상부 과학 기반 혁신의 상징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머크는 종양약 분야 신약개발을 위해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발히 활용하는 이른바 정밀‧맞춤 의료를 실현 중이다. 희귀 암종 치료제에서 주목할 만한 신약 개발에 성공하며 환자들에게 큰 임상 혜택을 제공 중이다.본사에서 만난 엠레 오즈칸(Emre Ozcan) 머크 글로벌 디지털 헬스 및 디바이스 헤드(Global Head of Digital Health & Devices at Merck)는 신약개발에 있어 AI와 디지털 기술 활용은 필수를 넘어 핵심으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특히 머크는 'around-the-drug' 솔루션이라는 이름하에 조기 진단 위한 디지털 바이오마커(Digital Biomarker)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여기서 디지털 바이오마커란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 환자의 건강 신호를 감지하는 기술을 말하는 데 머크는 이를 미래 기업의 핵심 동력, '금광(gold mine)'으로 여기고 있다.엠레 디지털 헬스 헤드는 "디지털 헬스와 AI 도구를 점점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이러한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그 안에서 질병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패턴을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희귀암 연구 분야에서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스프링웍스(SpringWorks) 프로젝트가 그 예시"라고 언급했다.독일 머크는 357년 역사를 가진 세계 최장수 글로벌 제약사로 평가되고 있다.디지털 기술을 통해 '각 개인에게 맞는 약'을 가장 적절한 시기와 방법으로 적용하는 맞춤형 치료의 시대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여기서 대표적인 사례를 꼽는다면 요로상피암 분야 신약 개발이다. 가령, 바벤시오는 주로 고령 남성 요로상피암 환자에게 사용되지만, 피미코티닙은 30~50대, 즉 사회활동이 활발하고 가정이 있는 환자층이 주요 대상이다. 세대 별 맞춤형 정밀의료를 실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그는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탐색하고, 여러 기관에 흩어진 단편적인 정보를 연결함으로써, 어떤 환자가 어떤 질환 위험군에 속하는지를 더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게 한다"며 "결국  AI는 '환자가 실제로 질병의 결과를 겪기 전에' 질병을 찾아내고 개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엠레 디지털 헬스 헤드는 "치료를 받으면서도 일과 삶을 병행하길 원한다"며 "머크는 이러한 환자들이 치료와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일상 속에 치료를 통합하는 솔루션을 설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함께 자리한 크리스티안 로이프겐(Christian Leufgen, 이하 크리스티안) 머크 글로벌 직원 관계(ER) 헤드 (Global Head of People Recognition, Rewards & Relations at Merck)는 직원들의 적극적인 AI 활용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크리스티안 HR 헤드는 "머크는 인공지능을 조직의 미래를 위한 핵심 역량으로 보고 있으며, 그 초점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 AI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있다"며 "일부 일자리는 AI로 인해 사라질 수 있겠지만, 진정으로 중점을 두는 것은 사람들이 AI와 협력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추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왼쪽부터 엠레 오즈칸(Emre Ozcan) 머크 글로벌 디지털 헬스 및 디바이스 헤드(Global Head of Digital Health & Devices at Merck), 크리스티안 로이프겐(Christian Leufgen, 이하 크리스티안) 머크 글로벌 직원 관계(ER) 헤드 (Global Head of People Recognition, Rewards & Relations at Merck).우수한 의료데이터, 활용 극대화 숙제머크는 이러한 의지 하에 2019년부터 '스페셜티 케어 분야 리더 도약'을 목표로 삼고 한국 시장에 혁신 신약 및 희귀 난치성 질환 치료제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한국의 발전된 의료기술에 디지털 헬스 및 AI 기술을 접목함에 따른 성공 가능성을 주목한 것.실제로 최근 정부는 필수 의료 분야의 AI 연구·개발 가속화를 위한 5개년 로드맵을 수립하고, 의료 AI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KPBMA)가 AI 신약개발 지원 인프라 구축을 주요 과제로 지정했다.머크는 이 같은 우리나라의 움직임을 주목, AI·디지털 혁신 전략을 적용하고 확장하기에 이상적인 인프라를 가진 국가로 본 것으로 풀이된다.독일 다름슈타트 머크 본사의 모습이다. 글로벌 제약사인 만큼 근무지와 근무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유연 근무환경(Flexible Work Environment) 조성에도 주력하고 있으며, 전 세계 리더들이 이러한 제도를 실제로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엠레 디지털 헬스 헤드는 "한국은 이미 세계적으로 가장 발전된 전자의무기록(EMR) 및 건강 데이터 시스템을 갖춘 국가 중 하나로, 이제는 그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며 "데이터의 통합과 공유(Data Integration & Sharing)가 필요하다. 한국은 이미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각 기관이나 분야별로 분리돼 있어 연계가 어려운데, 이를 극복해 통합적으로 데이터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그는 "의료진이나 보건 전문가 등 실제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동기 부여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의료 시스템은 '진료 건수'나 '진료 시간'에 따라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치료 결과'에 기반한 보상은 부족하다"며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면 더 정확한 진단과 효율적인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디지털 도구와 데이터 활용에 대해 적절한 보상체계나 보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방대한 데이터를 의료진과 환자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시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능력을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간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신약개발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다는 평가다.디지털 기술력과 정밀 진단 분야의 전문성, 인구 건강(Population Health)에 대한 판단력을 바탕 위에 약물 탐색(Drug Discovery)이나 신약 개발 기능을 단계적으로 확장한다면 신약 개발 성공사례를 써 내려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엠레 디지털 헬스 헤드는 "신약 연구개발은 수년의 연구 끝에도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상업화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기적 투자가 필수적이며, 높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분야"라며 "이 산업에서는 규모의 경제, 위험 관리, 그리고 강력한 파트너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평가했다.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5)에 마련된 머크 부스 모습이다. 머크는 세대별 맞춤형 정밀의료 실현을 목표로 다양한 희귀 암종 치료제 개발에 힘쓰고 있다.아울러 머크는 글로벌 제약 기업으로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적극적인 소통 시스템 마련에 대한 의지도 상당했다. 글로벌 제약사로 스텝 업을 노리는 국내 제약사로서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크리스티안 HR 헤드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복지제도를 직원 개개인에게 더 가까이 연결하는 새로운 시도를 준비 중"이라며 "예를 들어, 현재까지도 여전히 직원이 복지 프로그램을 필요로 할 때 관련 정보를 찾기 어려운 경우들이 있는데, AI나 챗GPT를 활용해 손쉽게 이용 가능한 모든 복지 프로그램을 한눈에 확인하고 신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전했다.그는 "직원이 필요한 순간에 즉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 개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역량 개발 측면에서 디지털과 AI 관련 업스킬링(Upskilling)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AI가 이미 개인의 일상에 익숙한 만큼, 이제는 업무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과 조직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머크는 직원들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업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2025-10-29 05:30:00외자사
기획

'뉴노멀' 맞는 의과대학…정원 불확정·신뢰 회복 과제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의정갈등으로 중단됐던 의대 수업이 재개된 지 두 달, 캠퍼스는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하지만 수업의 정상화 뒤에는 압축된 일정, 바뀐 교육방식, 그리고 정원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이 교차하고 있다.의과대학들은 학사 회복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진정한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학도 주말도 반납한 의대생…'정상화' 속도 높이는 의과대학의정갈등 이후 의과대학 교육 현장은 복귀와 재편을 동시에 겪고 있다. 의정갈등이 끝나며 수업은 재개됐지만, 교육 현장은 이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대학들은 방학 반납과 계절학기 운영을 통해 밀린 수업 만회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동아의대는 지난 9월 개강 이후 향후 1년 반 동안 방학 없이 교과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며, 의예과는 계절학기를 통해 부족한 수업시간을 채운다. 전남의대, 강원의대 등 또한 방학 기간을 통해 1학기 수업을 진행한다.이외에도 한 국립의대는 개강 후 집중강의를 위해 하루 10시간 이상, 주 6~7일의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서울의대의 경우 지난 5월 학생들이 일찍 복귀한 만큼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편이다.서울의대 교수는 "초반에는 학생들이 수업을 따라가기 벅차해 온라인 강의 중심으로 진행했다"며 "1달 정도만 적응기가 있었고 이후로는 빠른 속도로 안정화 돼 현재는 예년과 똑같은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공백기가 길었던 만큼 임상실습 축소와 학습 과부하 등은 해결이 필요한 새로운 과제로 남아있다.이미 일부 대학은 기존 8주 과정의 임상실습을 7주로 축소했고, 실습 참여 인원도 한정적으로 운영 중이다.의과대학 관계자는 "아무리 집중해도 1년 8개월이라는 공백이 있었던 만큼, 예년과 같은 수준의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금도 학생들이 수업 진도를 따라오기 벅찬 상황이라 무작정 시간만 늘린다고 능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이어 "학교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압축수업 및 임상실습 기간 단축은 불가피하다"며 "결국 올해 안에 학사 일정을 정상화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전했다.의정갈등 이후 1년 8개월만에 의대생들이 복귀해 캠퍼스는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뉴노멀' 맞는 의대 교육 패러다임…AI·시뮬레이션 강화이러한 일정 조정 속에서도 의과대학들은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PBL(문제중심학습)과 TBL(팀기반학습)을 확대하고 있다.이는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기보다 실제 환자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방식이다.교수진은 강의자가 아닌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역할을 맡아 학생들의 사고 과정과 판단력을 관찰하고, 토론 과정에서의 논리 전개와 팀워크를 함께 평가한다.서울과 지방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의과대학은 올해부터 PBL 세션 수를 기존 대비 1.5~2배 늘렸으며, 일부 대학은 임상실습과 연계된 PBL 통합 세션을 새롭게 도입했다.이러한 수업 방식은 실제 병동에서 경험하는 사례를 그대로 토론 과제로 옮겨와, 학생이 진단과 치료 계획을 세우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단순한 암기식 수업보다 현장 대응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줄어든 임상실습 기간은 시뮬레이션 기반 교육으로 보완하고 있다.대학들은 VR 시뮬레이터, 표준화환자(SP: Standardized Patient) 프로그램, 고성능 술기 트레이너를 도입해 실제 진료에 가까운 환경을 구축 중이다. 일부 대학은 야간·주말 실습을 병행하고, 1인 1기구 원칙을 적용해 실습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의과대학협의회에 따르면 2025년부터 모든 의대에 시뮬레이션센터 설치가 의무화될 예정이다.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대체 교육이 아니라, 향후 의학교육의 표준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일부 대학은 이와 함께 디지털 학습 플랫폼 통합을 추진 중이다. 학생 개인별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 부족한 영역을 보완하고, 교수-학생 간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AI 기반 학습관리시스템(LMS, Learning Management System)을 운영 중인 학교도 늘고 있다.의대 교수진 사이에서도 이번 계기를 통해 오히려 교육방식의 혁신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지방 국립대병원 교수 A씨는 "의정갈등 이후 의과대학 교육방식 전반이 재검토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밀린 수업을 메우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의학교육의 질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이어 "다만 수도권과 지방 의과대학 간 교육환경 격차가 이미 큰 상황에서, AI 기반 학습시스템이나 시뮬레이션 인프라 도입은 그 차이를 더 벌릴 우려가 크다"며 "지방의대는 인력과 예산이 모두 빠듯해 자체적으로 이런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기 어려워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의과대학은 임상실습 기간을 줄이고 시뮬레이션 기반 교육 등으로 보완하고 있다.■ 2027년 의대 정원 아직 '안갯속'…의대생 불안 여전교수와 학생간 신뢰 회복 역시 해결돼야 할 문제다. 빠듯한 일정 속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지난 의정갈등 과정에서 생긴 감정의 골은 메워지지 않았다.익명을 요구한 의대 교수는 "표면적으로는 수업이 정상화됐지만, 교수와 학생 모두 아직 서로 눈치를 보는 분위기"라며 "갈등의 여파로 생긴 거리감이 여전히 남아 있고, 서로를 다시 믿고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이어 "대세에 따라 복귀했지만 여전히 휴학을 이어가야 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당장 내후년부터 의대정원이 어떻게 결정될지 알 수 없어 불안감 때문에 완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는 것"이라고 전했다.교육 여건의 불안정성도 여전하다. 당장 내년 이후 명확한 의대정원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각 대학은 향후 교육 인프라와 실습 병상 확보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그는 "정원이 늘어날지, 그대로일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학사일정을 계획하는 게 쉽지 않다"며 "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내후년까지 방향이 정해지지 않으면 교육 운영 전반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5-10-27 05:30:00제도・법률
기획

전공의 복귀 2개월 째…인건비 상승·정책 지연 '이중고'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의정갈등으로 수련환경을 떠났던 전공의가 복귀하고 두 달 가량 시간이 흘렀다. 정부는 최근 비상진료체계를 해제하며 1년 8개월만에 의료대란을 공식 종료했다.겉으로 보기에는 의료계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듯하지만, 내부에서는 여전히 균열이 이어지고 있다.무엇보다 교수와 전공의 간의 '스승과 제자' 관계가 회복되지 않았고,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공백 또한 좀처럼 메워지지 않고 있다.■ 교수-전공의 더딘 신뢰회복…"정부, 수련 개선책 속도내야"지난달 초 전공의들이 대거 복귀하며 각 수련병원은 인력 부족이라는 고민을 덜게 됐다. 외래진료와 입원, 수술 등 주요 진료과정이 빠르게 예년 수준을 회복하며 의료현장은 겉으로 보기엔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서울의 대학병원 교수 A씨는 복귀 초기 분위기를 묻자 "초반엔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며 "하지만 복귀 후 첫 회의 때 전공의들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레 문을 열고 들어와 자리에 앉는 담담한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소회를 전했다.이어 "요즘 세대답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속도가 빠른 것 같다"며 "내부적으로는 복합적 감정이 있었겠지만, 현장은 생각보다 빨리 기존의 리듬을 되찾았다"고 밝혔다.빅5병원 교수 B씨도 "병원마다, 과마다, 과 내부에서도 교수별로 체감이 다르지만, 개인적으로는 매우 행복하다"며 "의정갈등을 계기로 전공의를 가르치면서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 다시 한번 느꼈다"고 전했다.이어 "환자가 줄어든 상황 속 전공의가 돌아와 과거에 비해 전반적인 진료 과정에 여유가 생겼다"며 "복귀한 전공의들 또한 열정적으로 수련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반면, 의정갈등 이전의 수준으로 관계회복을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신중한 목소리도 나왔다.수도권 대학병원 교수 C씨는 "복귀 후 복도에서 과거 친하게 지내던 전공의를 마주쳤는데, 어색한 듯 인사도 없이 지나갔다"며 "전공의들도 사직에 동참하지 않은 교수들에 대한 서운함이 남아 있을 것이다. 복귀 전처럼 관계가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고 밝혔다.그는 정부가 약속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정책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변화 의지를 전공의들이 현장에서 체감해야 사기가 회복되고, 수련과 진료의 정상화도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설명이다.대표적인 예시가 '책임지도전문의제'다. 복지부는 지난 9월 전공의 수련환경 혁신지원 사업을 발표하며, 전문의를 책임지도전문의와 교육전담지도전문의로 나눠 별도의 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전공의 수련의 질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9월까지 정비를 마치고 10월부터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지연되고 있다.C씨는 "기존 계획은 10월부터 시작이라 병원도 그에 맞게 준비하고 있었는데 지연돼 아직까지 세부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며 "이대로라면 11월 시작도 어려울 것 같다. 전공의 복귀 전에는 정부가 여러 개선책을 쏟아냈지만, 막상 복귀하고 나니 또다시 깜깜무소식이 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전했다.■ 역할 바뀐 상급종합병원 적절한 전공의 TO는?전공의 복귀 이후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병원 내부 인력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전공의 대다수는 의정갈등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지만 상급종합병원은 47개 모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참여하며 병상을 최대 15%까지 축소했다.복지부는 구조전환 성과에 따라  '1조원+α'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장은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서울대병원 강희경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병상을 줄이며 당연히 입원 환자가 줄였는데 병원 경영진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며 "공의 복귀로 추가 인건비가 발생하면서 팀 인원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실제 내부에서는 임시 교수 정원이 회수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전했다.이 같은 불안감은 최근 대법원에서 전공의가 주 40시간을 넘어 초과 근무할 경우 초과근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며 더욱 확산되고 있다.대법원은 업무수당, 상여금, 당직비 등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된 수당은 통상임금으로 산입하고, 실제 주 40시간을 초과한 근로에 대해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금 및 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실제 전공의 복귀 움직임이 감지되며 간호계에서 가장 먼저 인력 개편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실제 PA(진료지원) 간호사 상당수는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동안 의료공백을 메워왔지만 복귀가 결정되고 부서 이동이나 업무 축소를 통보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대한간호협회가 PA 간호사 74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41.1%(305명)가 전공의 복귀 이후 '원치 않는 부서 이동'(7%·52명)이나 '업무 조정'(34.1%·253명)을 겪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사전 협의나 동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강희경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의 체질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전공의 등 의료인력 TO(정원) 또한 전반적으로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그는 "궁극적으로 미래에 필요한 각 분과별 전문의 인원을 우선 파악하고, 그에 해당하는 규모의 전공의를 선발해 제대로 수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지금은 병원의 노동력 수요에 맞춰 인력을 뽑는 구조라, 미래 의료인력 계획과는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전공의 복귀 후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방향을 전면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병원 교수는 "경증환자 진료를 줄이라는 취지로 병상 축소를 지시했지만, 여전히 외래를 통해 많은 경증환자를 보고 있다"며 "전공의가 복귀한만큼 의료개혁 정책도 뉴노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필수의료 전공의 미복귀 여전…전문의 시험 자격도 '논란'지방 및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미복귀 문제와 하반기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 논란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올해 하반기 모집을 통해 7984명의 전공의가 수련 과정에 복귀하면서 전체 전공의 인력은 1만 305명으로 사태 이전의 76.2% 수준까지 늘었다.하지만 지방의료와 필수의료 기피 현상은 오히려 의정갈등 이전보다 심화된 모습이다. 수련병원의 전공의 복귀율은 수도권이 63%인 반면, 비수도권은 53.5%에 그쳤다.진료과별 격차는 더 컸다. 인기 과목인 피부과·안과·성형외과의 복귀율은 90% 안팎이었지만, ▲산부인과(48.2%) ▲응급의학과(42.1%) ▲외과(36.8%) ▲소아청소년과(13.4%) 등 필수과목은 복귀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빅5병원 필수의료과 전문의는 "예전에는 인턴을 설득할 때 '이제 더 떨어질 곳도 없으니 반등만 남았다'고 얘기했는데 현실은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며 "전공의 복귀율이 높은 과목은 대부분 근무 강도나 낮거나 개원이 용이한 비응급 중심"이라고 지적했다.이어 "정부가 지역, 필수,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설치 등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면 향후 상황이 크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며 "특히 필수의료과는 수련을 떠나 봉직의 등 다른 길을 선택한 전공의들이 많아 씁쓸하다"고 전했다.내년 2월 치러지게 될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을 두고도 논란이 뜨겁다. 지난 9월 복귀한 전공의들은 내년 8월 수련을 마치고 이듬해 2월 진행되는 시험에 응시해야 하지만, 의사인력수급 등의 문제로 내년 2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이에 정부와 의료계는 내년 2월 전문의 시험 응시 기회를 부여하되 남은 6개월 동안 수련 역량을 충족하지 못하면 합격을 취소하는 '조건부 합격안'을 제안했다.복지부는 10월 내 전문의 시험 계획 및 응시자격자 등을 확정지어 발표할 예정이다.
2025-10-27 05:30:00대학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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