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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핑 경쟁에 스킨부스터 시장도 '와르르'…화장품 주사도 고개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글로벌 에스테틱 시장에서 비침습 시술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킨부스터가 스킨부스터가 피부 개선 효과로 유명세를 타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태. 이에 맞춰 병·의원 간 환자 유치 경쟁도 덩달아 치열해지는 상황이다.하지만 시장 과열로 인한 무분별한 저가 경쟁이 심화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허가 범위를 벗어난 시술 방식이나 저가 제품을 도입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이에 환자 안전 위협과 산업 전반의 질적 저하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3일 메디칼타임즈는 국내 스킨부스터 시장의 과열 양상과 저가 경쟁의 원인을 살피고, 그 파급 효과와 의료계가 나아가야 할 안전 시술 방향성을 짚어봤다.■스킨부스터 전성시대…독이 된 묻지마식 가격 경쟁최근 미용 의료 시장은 칼을 대는 침습 시술에서 주사나 레이저를 활용하는 비침습, 최소침습 시술로 트렌드가 이동하는 추세다.특히 겉모습만 기계적으로 교정하는 톡신이나 필러와 달리, 얕은 진피층에 유효 성분을 주입해 콜라겐 재생을 유도하는 스킨부스터가 폭발적인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스킨부스터 시장이 과열되면서 덤핑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실제 서울대학교 투자연구회(SMIC)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내국인의 지속적인 반복 시술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의료진을 찾아 방한하는 외국인 의료 관광객까지 몰리며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특히 폴리뉴클레오티드(PN), 폴리디엘엘에이(PDLLA), 세포외기질(ECM) 등 유효성분별로 다양한 제품군이 안착하며 시장 파이가 급속도로 커졌다.문제는 병·의원이 진료과 구분 없이 무한 경쟁하는 피부·미용 시장 구조다. 이 때문에 환자 유치를 위한 가격 인하 경쟁이 임계점을 넘고 있는 상황이다.실제 SMIC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발간된 것으로 국내 리쥬란 시술 가격은 20만~30만 원 초반대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날 기준 강남언니 등 미용 의료 플랫폼 등록된 스킨부스터 항목을 보면, 1cc 용량·1회 시술 기준 5만 원 이하까지 가격대가 추락했다.구체적으로 이를 다른 진정 관리나 레이저 시술과 연계하는 패키지나 방문 할인 형태로 10만 원의 가격대를 설정한 곳이 많았다. 기존 가격대인 20~30만 원을 유지하는 곳은 적었으며, 그마저도 다른 시술과 연계한 패키지 형태였다.■여전한 화장품 주사…환자·산업·의료계 전방위 위협의료계에선 이런 저가 경쟁 구도가 결국 원가 절감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일각에서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고 단가가 저렴한 화장품형 스킨부스터를 주사제로 사용하는 사례가 관측되고 있다는 것.특히 대한피부과의사회는 샤넬주사, 엑소좀 등 화장품으로 허가 받은 스킨부스터를 주사로 시술 받는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환자들이 대학병원에 내원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화장품 스킨부스터 주사는 2022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는데,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데다가 저가 경쟁이 심화되면서 관련 문제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스킨부스터 출혈경쟁이 원가 절감으로 이어지면서 화장품을 주사하는 등 오용 사례로 의료계 비판이 나온다.주사용 스킨부스터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품질·안전성 심사를 거쳐 주사제 등으로 승인받은 피부 주입용 의료기기다. 이를 위해선 재료의 점성 및 탄성 특성을 이용한 물리적인 수복을 목적으로 해야 하며, 그 용도에 맞는 품질·안전성 심사 등을 거쳐야 주사기를 이용해 피부에 주입할 수 있다.반면 화장품형 스킨부스터는 인체에 바르고 문지르거나 뿌리는 방식을 통해 청결·미화 또는 피부 건강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제품으로, 주사제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다.가장 큰 문제는 환자 건강권 침해다. 화장품으로 분류된 제품을 피부 내에 직접 주사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육아종성 피부 염증, 색소침착, 비정형 감염 등은 환자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는 것. 이는 결국 의료의 본질적인 기능과 신뢰도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는 우려다.산업 생태계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저가 경쟁이 고착화할 경우 기업들의 장기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안전성이 검증된 고품질 의료기기 개발보단 가격 경쟁력만을 내세운 화장품 위주의 시장이 형성되면서 산업 전반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이와 관련 피부과의사회 이하은 홍보이사는 "무분별한 가격 경쟁이 심화하면서, 일각에서 비용을 낮추기 위해 허가 범위를 벗어난 시술 방식이나 저가 제품을 도입하는 현상이 보이고 있다"며 "시술 비용 문턱이 낮아져 접근성은 좋아졌으나, 오히려 안전성 우려는 크게 증가한 셈"이라고 우려했다.이어 "이런 현상이 단기적으로 시장 파이가 커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산업 전반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국민 피부 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의료계의 본질적인 기능에도 큰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환자 알 권리 침해 심각 "허가 범위 내 시술 지켜야"환자들의 인식 부족과 정보 비대칭성도 저가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대한피부과의사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의 80%가 인터넷 포털 검색과 뷰티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작 안전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염증이나 감염 등 부작용 발생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은 크지만, 정확한 의학적 지식보단 마케팅 위주의 가격 정보에 노출되기 쉬운 구조인 것.이에 피부과의사회는 미용의료시술 안전 가이드라인을 발간하고 안전한 시술 환경 조성을 위한 대국민 인식 개선에 나섰다. 스킨부스터 시술 시 사용되는 제품이 정식 의료기기인지, 화장품인지 명확히 구분해 환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시장 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결국 현장 의료진의 원칙 준수와 자정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것. 아무리 저가 경쟁이 심하더라도 환자 안전을 담보로 하는 위법, 탈법적 시술은 지양해야 한다는 제언이다.피부과의사회는 이를 위해 주사 스킨부스터 시술 시, 반드시 피부 주입용으로 승인된 의료기기만을 사용해 허가 범위 내에서 안전 시술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화장품을 주사제로 오용하는 행위는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는 경고다.또 환자가 온라인 정보나 가격에만 의존해 시술을 결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를 위해 시술 전 피부 상태와 고민을 면밀히 분석하고 과거 시술 이력을 철저히 공유받는 맞춤형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이와 함께 시술 후에도 염증 및 뭉침 현상 등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상세히 안내하고, 문제 발생 시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장기적인 부작용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피부과의사회 이하은 이사는 "허가 범위 내에서 안전한 시술을 하는 것이 원칙이 돼야 한다"며 "주사 등을 통해 피부 내에 주입하는 스킨부스터 시술 시, 반드시 피부 주입용으로 승인된 의료기기만을 사용해야 하며 화장품을 주사제로 사용하는 위법·탈법적 시술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시술 전 온라인 정보에 의존하기보다, 환자의 피부 상태와 고민을 면밀히 분석하고 과거 시술 이력을 철저히 공유받아 필요한 경우에만 시술해야 한다"며 "시술 후에도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염증 및 감염 등 부작용 발생 가능성에 대해 상세히 안내하며 문제 발생 시 즉각 대처할 수 있는 관리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6-07-07 05:30:00개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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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쥬란 신화'가 쏘아올린 공…버블론 기로 놓인 스킨부스터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국내 미용의료 시장의 중심축이 보툴리눔 톡신과 히알루론산(HA) 필러에서 스킨부스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제품이 시장을 형성하던 분야였지만 현재는 대기업부터 중견 바이오기업, 의료기기 업체, 화장품 기업까지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며 수십 종의 제품이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됐다.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미용의료 패러다임 변화로 해석한다. 과거 볼륨을 채우는 필러와 주름을 펴는 톡신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피부결과 탄력, 광채, 재생을 개선하는 '스킨 퀄리티(Skin Quality)' 시장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과거에는 신제품 하나를 출시하는 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기업들이 성분별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파마리서치의 PN(폴리뉴클레오타이드) 기반 '리쥬란'이 시장을 키운 이후 ECM(세포외기질), 콜라겐, 엑소좀, PDRN 등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스킨부스터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다.품목 출시 경쟁에 이어 생산시설 증설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제 수요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지, 해외시장 역시 국내와 같은 성장세를 이어갈지, 그리고 피부미용 업계에서 새 기전 품목 출시로 업계 순위가 변했다는 점에 비춰 스킨부스터도 그같은 파급력을 가져올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볼륨보다 피부 질"…미용 트렌드가 바뀌었다스킨부스터 시장이 급성장한 가장 큰 배경으로는 소비자들의 시술 목적 변화가 꼽힌다. 과거에는 얼굴 윤곽을 또렷하게 만들거나 볼륨을 채우는 필러 시술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피부 자체의 건강과 자연스러운 개선을 원하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유행으로 보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미용 트렌드 변화와 반복 시술 중심의 시장 구조, 해외 수요 확대가 맞물리면서 스킨부스터가 미용의료 산업의 '제3의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스킨부스터 시장이 급성장한 가장 큰 배경으로는 소비자들의 시술 목적 변화가 꼽힌다. 휴젤 관계자는 "예전에는 볼륨을 채우거나 윤곽을 만드는 시술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피부결이나 광채, 피부의 질 자체를 개선하려는 환자들이 크게 늘었다"며 "이 같은 미용 트렌드 변화가 스킨부스터 시장 확대의 가장 큰 배경"이라고 말했다.이는 미용의료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보툴리눔 톡신이 근육을 이완해 주름을 개선하고 필러가 볼륨을 보완하는 역할이었다면 스킨부스터는 피부 조직의 환경을 개선하는 새로운 치료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만드는 스킨부스터? "쉽게 만든 제품 아냐"최근 5년 새 히알루론산 기반은 물론 PN(Polynucleotide), PDRN, 콜라겐, 엑소좀, 아미노산, 펩타이드, ECM(세포외기질), 유전자재조합 콜라겐 기반 등 성분, 작용 방식, 허가와 관리 체계가 다른 의료기기와 인체조직 유래 이식재까지 등장하면서 "개발의 진입장벽이 낮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실제 보툴리눔 톡신은 의약품으로 균주 확보와 독소 생산기술, 엄격한 허가 절차가 필요하고, 필러 역시 가교기술과 장기간 축적된 제조 노하우가 경쟁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스킨부스터는 OEM·ODM 생산 기반도 구축돼 있어 자체 공장이 없어도 위탁생산을 통해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가능하고 대부분은 의료기기로 분류돼 '상대적'으로 개발 부담이 낮은 것은 맞다. 하지만 이를 '쉽게 만들 수 있는 제품'으로 해석하기는 무리가 따른다. 스킨부스터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여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나오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제품의 타깃층과 컨셉, 차별화 요소 등 각각의 개발 난이도는 천차만별이라는 것. 휴젤 관계자는 "스킨부스터가 의료기기인 만큼 톡신보다 허가 절차는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그렇다고 단기간에 출시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다"라며 "제품 허가까지 통상 3~5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최근 출시되는 제품들도 대부분 오래전부터 개발을 준비해 온 결과"라고 설명했다.이어 "유통 제품처럼 갑자기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제품은 아니다"며 "최근 제품 출시가 몰리는 것은 그동안 준비해 온 프로젝트가 시장 성장과 맞물려 한꺼번에 나오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엘앤씨바이오 관계자 역시 "최근 제품이 많이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수 년 전부터 개발과 임상을 준비한 결과"라며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니고 지금에서야 시장이 커지면서 그동안 준비했던 제품들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즉, 진입장벽이 과거보다 다소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이 열리자 단기간에 만든 제품이 쏟아지는 구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히알루론산 기반은 물론 PN(Polynucleotide), PDRN, 콜라겐, 엑소좀, 아미노산, 펩타이드, ECM(세포외기질), 유전자재조합 콜라겐 기반 등 업체마다 차별화 요소를 내세운 다양한 스킨부스터 품목이 출시되고 있다.■ 레드오션 우려는 기우 "2배씩 늘려도 모두 팔린다"다양한 업체가 지속적으로 스킨부스터 품목을 출시하면서 시장의 질문은 자연스레 아직도 수익적인 매력이 남아있냐로 귀결되고 있다. 특히 주요 기업들이 생산시설(CAPA) 확대에 나서면서 미래 수요까지 끌어와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의 적정성 여부가 관심사다. 이는 기업 실적은 물론 재무부담, 주가 등의 요소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기 때문.신한투자증권은 스킨부스터 분야가 오히려 '공급 부족' 국면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CM 기반 스킨부스터 시장이 2025년 99억원에서 2027년 1729억원으로 성장하고 국내 침투율도 3%에서 28%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 특히 ECM 기반 스킨부스터는 시장 확대 속도가 생산능력을 앞지르고 있어 당분간은 수요보다 공급 역량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업계도 비슷한 시각이다. 엘앤씨바이오 관계자는 "스킨부스터 시장은 아직 레드오션이라기보다 계속 열리고 있는 시장"이라며 "제품을 출시한 뒤 소비자 만족도만 확보하면 사용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확장 속도도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실제로 엘앤씨바이오는 월 생산능력을 기존 3만 5000개 수준에서 지난 5월 8만개로 확대했지만 공급 물량이 모두 소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올해 말까지 캐파를 15만개까지 늘릴 예정. 반복 시술이 이뤄지는 시장 구조 역시 수요 증대에 한몫하고 있다.엘앤씨바이오 관계자는 "해외 매출 비중도 아직 10% 미만이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해외 매출 비중의 확대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캐파 증대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안티에이징은 결국 노화를 늦추는 개념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다시 관리가 필요하다"며 "한 제품에 만족한 소비자는 지속적으로 같은 제품을 사용하거나 다른 스킨부스터를 함께 병행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이어 "피부과에서는 보툴리눔 톡신이나 레이저와 병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며 "여러 제품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 늘어나면서 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최근 바이오플러스도 유전자재조합 콜라겐 기반 스킨부스터를 출시하고 이를 인체·동물 유래 원료 수급 불안정과 규제 리스크까지 겹친 ECM 스킨부스터의 대안으로 자처하고 나섰다.바이오플러스 관계자는 "유전자재조합 콜라겐은 안정성과 효능뿐 아니라 기존 제품들의 고질적인 원료 수급 불안정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며 "스킨부스터에 한하지 않고 수술 후 재생제품, 의약품 원료 등으로도 활용이 가능해 확장성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지난해 신공장 준공으로 10배의 생산능력을 확보한 바이오플러스 역시 '미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셈. 겉으로만 보면 공급 과잉이 우려되지만 기업들은 현재 시장만 보고 생산능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국내 미용시장은 이미 일정 수준의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동, 중남미에서는 K-뷰티와 K-에스테틱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는 등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는 해외 상황도 긍정적 요소다.■ 스킨부스터판 나비효과…업계 판도까지 바꿀까스킨부스터 시장 확대가 미용의료 업계의 경쟁 구도 자체를 바꿀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국내 미용의료 산업은 오랫동안 보툴리눔 톡신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국내 미용의료업계는 이미 두 차례 극적인 순위 재편을 경험한 바 있다.2006년 국내 최초, 세계 4번째로 보툴리눔톡신 제제 '메디톡신'을 출시한 메디톡스는 영업이익률이 50%를 넘나들 정도로 독보적인 수익성을 자랑하기도 했지만 2010년 휴젤 '보툴렉스', 2015년 대웅제약 '나보타'가 잇따라 시장에 진입하고 나란히 미국 FDA 허가를 따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메디톡스는 국내 1위 자리를 휴젤에 내준 뒤 지금까지 되찾지 못하고 있다.재편은 현재진행형이다. 2001년 같은 해 설립된 휴젤과 파마리서치는 20여 년간 휴젤이 매출 우위를 지켜왔지만 구도가 뒤집혔다. 2024년까지만 해도 휴젤 매출(3730억원)이 파마리서치(3501억원)를 앞섰으나, 지난해 파마리서치가 매출 5357억원·영업이익 2143억원의 최대 실적을 내며 휴젤을 넘어섰다. 시가총액에서도 마찬가지. 올 1분기에는 매출·영업이익 모두에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이 역전의 동력은 톡신이 아니라 스킨부스터였다. 국내 톡신 시장이 저가 경쟁으로 레드오션화되며 휴젤의 톡신 매출이 뒷걸음질하는 사이, 파마리서치는 2014년 출시한 리쥬란으로 국내 스킨부스터 시장 점유율 70%를 확보하며 프리미엄 입지를 굳혔다.두 사례를 관통하는 공식은 명확하다. 원조 제품의 우위는 영구하지 않으며, 이를 흔드는 건 대개 새로운 기전의 등장이라는 점이다. 스킨부스터 시장도 정확히 같은 조건에 놓여 있다. 리쥬란이 PN(폴리뉴클레오티드) 기반으로 시장을 개척해 70%의 점유율을 갖고 있지만, 전혀 다른 기전의 ECM 스킨부스터가 등장하면서 'PN 대 ECM'이라는 새로운 전선이 그어졌다.현재 구도는 엘앤씨바이오가 지난해 매출 855억원·영업이익 42억원으로 ECM 시장 선두를 지키는 가운데 GC녹십자웰빙, 시지, HLB, 라메디텍 등이 올해 안에 ECM 스킨부스터를 출시하며 3파전, 4파전으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휴젤 관계자는 "자체 스킨부스터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며 "개발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이르면 2029년, 늦어도 2030년께 자체 개발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고, 시장 변화 속도를 감안해 인라이선스와 공동판매 등 외부 협업을 통한 포트폴리오 확대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파마리서치는 아직 ECM 진영에 직접 뛰어들지 않은 채 리쥬란의 브랜드력과 톡신 사업 확장으로 맞서고 있지만 톡신 시장에서 신카테고리 등장 이후 3~5년 만에 서열이 뒤바뀐 전례를 감안하면, 업계에서는 2028년 전후를 시장 재편의 분수령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파마리서치 관계자는 "미용의료 제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브랜드보다 안전성과 임상적 근거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10년 이상 축적된 임상 데이터와 의료진 사용 경험, 일관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제조기술이 파마리서치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이어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시장이 성숙할수록 의료진과 소비자의 선택은 결국 안전성과 임상 근거, 제조 품질이 검증된 제품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제품 출시 속도보다 장기간 축적된 신뢰가 시장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반면 차세대 주자로 떠오른 엘앤씨바이오는 다른 미래를 보고 있다.엘앤씨바이오 관계자는 "산업에서는 시대 흐름에 따라 순위가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HBM이라는 신기술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시총 순위가 역전된 것처럼 새로운 품목이 성장하면 기업 간 경쟁 구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과거 메디톡스가 톡신 시장을 주도했던 것처럼 앞으로는 스킨부스터를 얼마나 확보하고 성장시키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현재의 스킨부스터 시장은 단순한 신제품 경쟁을 넘어 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변곡점에 서 있다는 것.승부처 역시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누가 먼저 제품을 내놓았느냐보다 누가 안정적인 공급망과 브랜드 신뢰, 임상 데이터,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하느냐가 시장의 승자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의 스킨부스터 시장은 '제품 홍수'의 시대인 동시에 K-에스테틱 산업의 새로운 주도 기업을 가려내는 치열한 선별 과정이 시작된 셈이다.
2026-07-06 05:30:00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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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예후가 중요한 당뇨병...학회도 '지침과 급여 일치' 한목소리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대한당뇨병학회가 최신 당뇨병 약제의 급여 기준 개선을 보건당국에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학회는 공개적으로 GLP-1 수용체 작용제(GLP-1RA) 급여 기준 개정을 올해 최우선 해결 과제로 못 박은 데 이어, 임상 현장의 모순을 바탕으로 정부를 향해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상태다.학회가 이처럼 적극적인 급여 기준 개정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환자별 특성에 맞춘 통합 치료 환경 마련이라는 목적이 자리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김성래 이사장(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은 "이번 급여 기준 개선 요구는 특정 제약사를 위한 일이 아니다"라며 "당뇨병 환자들이 합리적인 환경에서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아 장기 예후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학회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임상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지 않으면 급여 기준의 구조적 모순은 해결되기 어렵다"며 학회가 정책 개선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최신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이미 환자의 심혈관 및 신장 합병증 예방을 고려한 통합 치료로 전환되는 추세지만, 국내 급여 고시는 여전히 과거 설계된 행정적 기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김성래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은 취임 후, 실제 진료지침과 격차가 큰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16년 전 기준에 묶인 신약, 처방 전무 배경"김성래 이사장은 현재 국내 당뇨병 치료 임상 현장이 직면한 가장 큰 모순으로 '오젬픽(세마글루타이드, 노보노디스크제약)' 등 GLP-1 수용체 작용제(Glucagon-Like Peptide 1 Receptor Agonists, 이하 GLP-1RA)의 기형적인 급여 기준을 꼽았다.  현행 고시상 차세대 GLP-1RA를 급여로 처방하려면 반드시 메트포르민과 설폰요소제(Sulfonylureas, SU) 제제를 먼저 사용하고도 혈당 조절에 실패했다는 기록을 증명해야만 한다.  김 이사장은 이 기준이 16년 전인 2010년, 초기 1세대 약제인 '엑세나타이드' 급여 당시 재정적 관점이 작용해 만들어진 틀의 영향이 남아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당시에는 고가 신약의 사용 대상 환자군을 정하는 과정에서 재정적 관점이 크게 작용해 가장 저렴했던 메트포르민과 설폰요소제를 먼저 사용하게 하는 기준이 만들어졌다"며 "하지만 현재 2형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은 크게 바뀌었다. 혈당 조절뿐 아니라 체중, 심혈관계질환, 신장질환 위험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시대인데, 16년 전의 기준을 오젬픽과 같은 GLP-1RA에 대입해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임상 현장에서 의사들이 설폰요소제 처방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현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설폰요소제는 저혈당 위험이 있고 체중 증가 측면에서 한계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체중이 많이 나가는 환자에서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 GLP-1RA를 사용하기 위해, 오히려 체중 증가와 저혈당 위험이 있는 설폰요소제를 먼저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복잡하게 얽힌 세부 고시 조항 탓에 임상 현장에서는 처방 위축 현상과 '무늬만 급여'라는 비판도 쏟아진다. 오젬픽이 진통 끝에 급여권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선 의료진이 심평원의 사후 삭감 공포 때문에 처방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메트포르민과 설폰요소제를 사용했을 때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만 급여를 인정한다는 것 자체가 실제 임상 현실과 맞지 않다"며 "개인적으로도 제한적인 급여 기준으로 인해 오젬픽을 급여로 사용한 환자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다. 오젬픽처럼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음에도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기 어렵다면, 환자의 치료 접근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젬픽의 급여 기준이 트루리시티 등 기존 GLP-1RA 제품들과 상이해, 임상 현장에서는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이에 따라 학회가 궁극적으로 요구하는 개정 방향은 명확하다. 장기적으로는 당뇨병용제 일반원칙의 병용 원칙 자체를 전반적으로 개편하는 것이지만, 우선은 환자가 기존에 어떤 조합의 약제(DPP-4 억제제, TZD, SGLT-2 억제제 등)를 사용하고 있었더라도 GLP-1RA로 전환하거나 추가하는 경우에도 급여를 인정해 달라는 최소한의 요구다.  "눈앞 약제비 줄이려다 의료비 폭탄"…비급여 통제 재검토 해야보건당국의 방어 논리가 될 수 있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 우려에 대해서도 김 이사장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반박했다. 당장 눈앞에 지출되는 약가만 줄이려고 통제하는 행태가, 오히려 추후 건보 재정 피해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경고다. 현재 국내 당뇨병 환자의 트렌드는 새로 진단받는 발생률은 다소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지만 유병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기존 환자들이 더 오래 생존하면서 전체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합병증의 양상도 과거의 뇌경색, 관상동맥질환, 심근경색을 넘어, 최근에는 당뇨병을 장기간 앓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심부전, 신기능 악화, 신장 투석과 같은 유형의 합병증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김 이사장은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도 이해하지만, 현재 지출되는 약가만 줄인다고 전체 재정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환자에게 합병증이 발생하고, 향후 지불해야 할 의료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 관점에서 5년, 10년 뒤에 더 많은 의료비가 소요되는 문제뿐 아니라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도 부담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이사장은 국내의 낮은 약가 구조가 혁신 신약의 국내 도입 자체를 가로막는 '글로벌 장벽'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약가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약가 협상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아 낮은 약가가 책정되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 진입 자체를 늦추게 된다는 설명이다.  최근 GLP-1RA 계열 약제들이 글로벌 비만 치료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국내 당뇨병 환자의 비급여 처방 영역까지 행정적으로 과도하게 통제받는 현실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피력했다. 오남용을 막기 위한 보건당국의 정교한 관리 체계가 부재한 상황에서, 단순히 오남용 우려 의약품이라는 낙인만 찍는 행정이 정작 치료가 시급한 당뇨병 환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래 이사장은 당장 눈앞에 지출되는 약가만 줄이려고 통제하는 행태가, 오히려 추후 건보 재정 피해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김 이사장은 "물론 GLP-1RA 제제가 비만 치료 목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만큼,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모든 GLP-1RA 제제가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만 인식될 경우, 실제로 치료제가 필요한 당뇨병 환자들까지 오해할 수 있다. 비급여 사용 제한 문제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도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모범 사례를 제시했다. 일본은 비만 환자에게 GLP-1RA 제제를 사용할 때 환자의 키, 몸무게, 체질량지수(BMI) 등 어떠한 비만 관련 상태를 근거로 이 약을 왜 처방했는지 기록해야 하고 사용 후 체중 변화도 지속적으로 보고하게 하는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반면, 당뇨병 환자에게는 약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고 있다. 정작 필요한 당뇨 환자는 신약을 쓰지 못하고 비만하지 않은 사람이 체중 감량 목적으로 오남용하는 국내 현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실제 환자에게 의약품이 적절히 공급될 수 있는 정교한 관리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김 이사장은 당뇨병이 제대로 치료하면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사회경제적 활동을 하며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질환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렇기에 환자들을 위해 약제비를 조금 더 사용하는 것은 비용 낭비가 아닌 투자라는 확신이다.   그는 "이제 보건당국이 화답할 차례다. 메트포르민과 설폰요소제 조합에만 제한하지 않고 어떤 경구혈당강하제 조합을 사용하고 있든 임상적으로 필요하다면 오젬픽을 급여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며 "그것이 국내 당뇨병 치료 환경을 실제 진료지침과 더 일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2026-07-03 05:30:00학술대회
기획연재

까다로운 급여에 난감…당뇨병 환자 "치료 받을 권리 뺏겨"

[메디칼타임즈=허성규 기자] 변화하는 환경 속에 2형 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또 이를 받아들이는 환자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하지만 까다로운 급여 기준에 따라 처방이 어려워지면서, 환자들의 고통만 커지고 있다. 이는 환자들이 혁신적인 신약의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실제 처방받기 어렵고, 처방을 받더라도 급여를 유지하기 까다로운 현실 때문이다.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환자들의 불만은 단순히 '약'을 사용하지 못한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관리를 받을 권리를 빼앗겼다고 호소했다.현재 국내 급여 기준인 '당뇨병용제 일반원칙'의 경우 과거에서 크게 변하지 않은채 환자들에게 더 많은 약제 사용 경험을 요구하고 있다.삭감 우려 속 빼앗기는 '환자'의 치료권현행 고시 상 GLP-1RA 계열을 처방 받으려면 메트포르민과 설포니레아(SU)제제를 먼저 사용하고도 당화혈색소가 7% 이상이어야 하며, BMI 25 이상이거나 인슐린 요법을 할 수 없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이처럼 무늬만 급여일 뿐 실제 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가 극히 적은 데다, 환자가 더 효과적인 최신 약제를 선택할 권리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같은 지적은 앞서 임상 현장에서 의료진이 호소하는 어려움과 일맥상통한다.의료진은 의학적 근거에 비춰 오젬픽 처방이 시급한 환자라 할지라도, 추후 심평원으로부터 '무더기 삭감'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에 처방을 꺼려하는 만큼 환자들은 불만이 쌓이고 있다.실제로 당뇨 초기 환자나 증상이 비교적 완만한 환자는 까다로운 조건 탓에 처음부터 오젬픽을 급여로 처방받기 어렵다.여기에 최근 처방 선호도가 떨어진 메트포르민과 설포니레아(SU) 제제를 도리어 2개월 이상 복용해야 하는 조건까지 붙어, 실제로 처방받을 수 있는 환자는 극히 드물다.이에 오젬픽 처방이 필요한 환자들이 오히려 기존 약을 끊고 설포니레아 등의 제제를 일부러 복용하며 '급여 기준'을 억지로 맞추는 사례까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는 결국 급여 적용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실질적인 건강 상태와 치료 연속성을 완전히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며 반발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받기도 어렵고 유지하기는 더 어려운 급여특히 당뇨와 건강의 염동식 대표는 "현재 국내외 진료지침은 환자의 심혈관질환, 만성 신장질환, 심부전, 비만, 저혈당 위험 등 임상적 특성에 따라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수용체작용제 등 최신 치료 옵션을 조기에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러나 현행 급여기준은 여전히 메트포르민과 설포니레아 등 특정 약제 사용 단계를 선행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환자 맞춤형 치료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오젬픽은 2026년 2월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었음에도, 실제 환자 접근성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실제 당뇨병 환자 커뮤니티에서는 "3제 또는 4제 치료 중인데 오젬픽 급여를 받기 위해 다시 2제로 돌아가야 하느냐", "기존 병원 기록이 다른 병원에서도 인정되느냐", "급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전액 본인부담으로도 처방받을 수 없느냐", "혈당이 좋아지면 급여가 중단되느냐"는 질문과 불만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특히 일부 환자들은 급여기준을 맞추기 위해 혈당 악화나 체중 증가, 저혈당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상태다.여기에 처방 기준에 속하는 '당화혈색소(HbA1c)'라는 수치 역시 환자들에게는 불만 요소로 자리 잡았다.과체중 당뇨 환자가 오젬픽을 처방받은 뒤, 환자의 노력과 약물 효과로 한두 달 만에 당화혈색소 수치가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면 오히려 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하지만 환자들은 당화혈색소 수치 그 자체가 아닌, 당뇨의 근본 원인인 '체중 감량'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당뇨와 건강의 염동식 대표는 "환자가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고 열심히 관리하면 당화혈색소는 떨어질 수 있다"면서 "문제는 몸무게가 여전히 100kg에 육박해 지속적인 체중 감량이 필수적인 상황임에도, 수치가 내려갔다는 이유만으로 급여가 중단된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결국 환자들은 체중 감량 효과를 이어가지 못한 채 치료를 중단하거나, 한 달에 수십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온전히 부담하며 비급여로 약을 버텨야 하는 기형적인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이에 염동식 대표는 "일단 처방을 받기 어려운 문제도 있지만 실제 처방 받은 이후, 당화혈색소 뿐만 아니라 체중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서 보험이 적용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당화혈색소가 중요한 기준인 것은 맞지만 그 부분만 인정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특히 과체중의 경우 당뇨병에 있어 주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점에서 과체중을 관리하는 것 역시 당뇨병 치료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지적이다.즉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요소로 인해 체중 감량이 어려운 환자들의 경우 그 특수성이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염동식 대표는 "사실 당뇨병 관리와 치료에 있어서는 과체중, 즉 체중을 빼는 것을 최우선이라고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부분이 어려운 환자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가 되지 않고 있는데 장기적인 관리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뇨 환자들은 이에 관련 기준에 전반적인 완화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장기적 관리 위해 급여 기준 완화 필요특히 당뇨병은 유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만성 신부전, 인공투석, 심부전, 뇌졸중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진다.그런만큼 환자가 체중을 감량해 안정적인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급여를 유지해 주는 것이 장기적인 건보 재정 효율화에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이다.한편 현재 복지부와 심평원은 당뇨병학회 등의 의견을 바탕으로 기저질환을 고려한 당뇨병용제 일반원칙의 전반적인 개편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복지부 관계자는 "개별 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제약사 차원에서 기준 완화 등이 신청 되면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이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이에 심평원 역시 관련 내용 등을 인지하고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심평원 관계자는 "당뇨병 약제는 워낙 재정 파이가 크다 보니 단기간에 예측이 끝나지 않아 현재 재정 영향 분석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오젬픽 관련 고시 개정 안건이 접수돼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전했다.이처럼 심평원 등의 관련 검토 등이 진행됨에 따라 관련 분석이 끝나야 개선 여부가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그런만큼 환자단체 입장에서는 일반원칙의 개정과 함께, 선행조건의 삭제, 또 환자의 치료에 있어 동일 계열 약제간의 형평성 확 보등을 요구하고 있다.우선적으로는 현재 논의 중인 '당뇨병용제 일반원칙' 개정의 조속한 완료와 함께 GLP-1 수용체작용제 급여기준에서 메트포르민+설포니레아 선행 조건을 합리화해 줄 것을 원하고 있는 상태다.염동식 대표는 "심혈관질환, 만성 신장질환, 심부전, 비만, 저혈당 위험 등 고위험 환자에게는 임상적 필요에 따라 GLP-1RA를 보다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오젬픽에 적용되는 과도한 자료 제출, 3개월마다 검사결과 제출, 처방기간 제한 등 별도 세부기준을 완화하고 동일 계열 약제와의 형평성을 확보해 달라"고 요구했다.아울러 "급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당뇨병 치료 목적의 의학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허가사항 범위 내 전액본인부담 등 합리적인 치료 접근 경로를 마련해 달라"며 "특히 환자와 의료진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오젬픽 및 GLP-1RA 급여기준에 대한 명확한 공식 안내자료를 제공해 달라"고 강조했다.마지막으로 염동식 대표는 "당뇨병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며, 적절한 치료의 지연은 심혈관질환, 신장질환, 망막병증, 신경병증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오래된 급여기준과 복잡한 행정 절차로 인해 환자가 필요한 치료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당뇨병용제 일반원칙과 오젬픽 급여기준을 최신 진료지침과 환자 현실에 맞게 조속히 개선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2026-07-02 05:30:00외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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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넘은 혁신 신약의 역설…한국은 '이중 규제' 브레이크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2형 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혈당 수치만을 낮추던 과거의 방식을 탈피해, 환자의 기저질환과 합병증 위험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환자 중심 맞춤형 통합 치료'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았다. 미국당뇨병학회(ADA)와 대한당뇨병학회(KDA) 등 국내외 학계는 이미 두터운 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진화된 치료 지침을 제시하고 있으나, 국내 임상 현장의 시계는 보수적인 급여 기준에 묶여 제자리에 멈춰 서 있다는 지적이 매섭다.시계 멈춘 당뇨병용제 일반원칙최신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명시하는 치료의 종착지는 명확하다. 단순한 당화혈색소(HbA1c) 강하를 넘어, 심혈관 및 신장 합병증 예방과 환자의 수명 연장, 삶의 질(QoL) 개선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비만 치료제로도 각광받는 GLP-1 수용체 작용제(GLP-1RA) 등의 인크레틴 제제는 대규모 임상 연구(CVOT)를 통해 그 임상적 가치를 입증했다.이에 따라 글로벌 지침에서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이나 만성 신부전, 뇌졸중 등을 동반한 2형 당뇨병 환자에게 당화혈색소 수치나 메트포르민 투여 여부와 관계없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병용 처방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약제 자체의 '계열 효능(Class Effect)'을 인정해 의사가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가장 적합한 약제를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것이다.반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고수하고 있는 국내 급여 기준인 '당뇨병용제 일반원칙'은 철저히 낡은 행정적 기준에 갇혀 있다. 현행 고시상 GLP-1RA 계열을 급여로 처방하려면 반드시 메트포르민과 설포닐레아(SU)제제를 먼저 사용하고도 실패했다는 기록을 증명해야만 한다.이 같은 기준이 확립된 것은 201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대 초반 고가의 신약이었던 '아반디아(로시글리타존)' 등이 국내 도입될 당시,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방어를 목적으로 의학적 타당성보다는 '가장 저렴한 구형 약제 조합(SU+메트포르민) 실패 후 신약 허용'이라는 계단식 규제 틀을 짰다. 이후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이 '합병증 예방'으로 완전히 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당국은 15년 전 해묵은 가이드라인의 틀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이로 인해 임상 현장에서는 저혈당 위험과 체중 증가 부작용이 뚜렷한 SU 제제를 환자에게 먼저 먹여보고, 몸이 망가진 후에야 체중을 줄이고 합병증을 막아주는 최신 GLP-1RA 계열을 처방할 수 있는 구조적 모순이 강제되고 있다.임상 현장에서는 당뇨병 약제 글로벌 및 국내 가이드라인과 급여기준에 차이가 존재하면서 적극적인 치료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오젬픽, 무늬만 급여에 의사들은 '삭감 공포'최근 임상 현장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인 '오젬픽(세마글루티드, 노보노디스크제약)'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역시 기형적인 규제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국내 급여권에 진입했으나, 보건당국이 설정한 세부 고시가 빡빡해 '생색내기용 급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오젬픽의 현행 급여 기준을 살펴보면 일반원칙에 따른 제한에 더해, 메트포르민과 SU 혹은 기저인슐린과의 3제 요법 조건은 물론, 심혈관 질환 동반 여부 등에 따른 별도의 세부 개별 고시 조항을 촘촘하게 설정했다. 임상현장에서는 급여 등재 이후 지역별 심사당국 조차 급여 유권해석을 다르게 내릴 만큼 복잡한 조항 탓에 의사들은 극심한 위축을 호소하고 있다. 아무리 의학적 근거에 비춰 오젬픽 처방이 시급한 환자라 할지라도, 추후 심평원으로부터 '무더기 삭감'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에 맞춰 처방전을 발행하고도 행정적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의사들이 처방 자체를 주저하는 기현상이 진료실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A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오젬픽이 어렵게 급여화 됐음에도 불구하고, 임상 의사들 사이에서는 조금이라도 고시 기준에서 어긋나면 심평원으로부터 삭감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며 "개인적으로도 아직까지 처방해보지 못했다. 기준 확립이 모호한 상태에서 삭감 위험을 감수하느니 차라리 처방을 주저하고 기존 구형 약제 조합에 머무는 쪽을 택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이처럼 까다로운 규제 위주의 약가 정책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의 최신 약제들이 한국 시장을 기피하거나 철수하게 만드는 부작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건강보험 약가 제도는 신약이 급여권에 진입할 때 대폭 깎인 가격으로 시작할 뿐만 아니라, 이후 사용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사용량-약가 연동제'에 의해 자동으로 가격이 추가 인하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다국적 제약사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에서 약가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될 경우, 전 세계 신약 약가 협상의 '기준점(가이드라인)'이 하향 조정되는 리스크를 안게 된다. 결국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거나 글로벌 약가 통제권을 잃게 되는 기형적 환경 탓에, 한국 환자들은 글로벌 스탠다드 신약을 가장 늦게 접하거나 치료 기회를 박탈당하는 악순환에 직면해 있다.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대한당뇨병학회 등 임상 현장 요구에 최근 당뇨병 치료제 관련 일반원칙 개정 검토를 본격화하고 있다.중증 합병증 대란 예방이 진정한 건보 재정 절감다행히 정부도 이 같은 임상 현장의 요구와 글로벌 임상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지하고 최근 제도 개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현재 복지부와 심평원은 당뇨병학회 등의 의견을 바탕으로 기저질환을 고려한 당뇨병용제 일반원칙의 전반적인 개편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평원을 중심으로 약제 조합 확대가 건강보험 재정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재정 영향 평가'도 함께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심평원 관계자는 "당뇨병 기준 개정은 현재 검토 중에 있으며, 학회에서 요구하는 내용들이 담길 수 있도록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임상 현장에서 보기에 부족했었던 부분이 있었던 만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다만, 개정안 확정까지는 약제 조합 확대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소요 예측이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당뇨병 약제는 워낙 재정 파이가 크다 보니 단기간에 예측이 끝나지 않아 현재 재정 영향 분석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오젬픽 관련 고시 개정 안건이 접수돼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2026-07-01 05:30:00외자사
기획연재

10년 이어온 AI 의사 대체 논쟁…"거부감보다는 제도가 문제"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AI가 의사를 대체할까." "AI가 의사의 일자리를 줄어들게 하지 않을까."의료AI가 등장한 이후 가장 오래 반복된 질문이다. 영상 판독 정확도가 전문의 수준에 근접하고, 생성형 AI까지 의료 현장에 들어오면서 '의사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하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 AI를 사용하는 의사들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AI는 의사를 대신하기보다 사람이 놓칠 수 있는 순간을 메우는 '보조자'에 가깝고, 오히려 지금 의료AI 확산을 가로막는 것은 의사들의 거부감이 아니라 제도라는 지적이다.AI 활용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활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AI 산업 및 AI 교육 체계에 걸맞은 산업·인력 육성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 "AI 없는 판독은 이제 두려울 정도"대한영상의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은평성모병원 영상의학과 정승은 교수는 의료AI를 가장 오래 사용해 본 경험자 중 한 명이다. 그는 AI가 이미 영상의학과 진료의 일부가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그 역시 지금 의료AI 산업이 마주한 가장 큰 과제는 성능 경쟁이 아니라 '제도 설계'라고 진단했다.은평성모병원이 가장 먼저 도입한 진단AI는 유방촬영 AI였다. 당시에도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업무 부담이 큰 유방촬영 판독을 위해 비교적 빠르게 도입을 결정했다.정 교수는 "전문가가 봐도 맞는 소견인데 AI가 한 번 더 확인해주니 신뢰감이 높아지고 판독에 대한 자신감도 생긴다"며 "지금은 오히려 AI가 없으면 판독하는 것이 두려울 정도"라고 말했다.대한영상의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은평성모병원 영상의학과 정승은 교수는 의료AI 산업의 성패가 제도 설계에 달려있다고 진단했다.그는 "원래 복부·비뇨생식기 전공인데 인력이 부족해 흉부와 유방까지 함께 판독하게 됐다"며 "흉부 CT에서 작은 결절을 찾는 일은 쉽지 않지만 AI가 작은 병변을 먼저 알려주면 사람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상당 부분 보완해 준다"고 설명했다.반대로 사람이 쉽게 찾는 큰 병변은 AI가 놓치는 경우도 있다. 결국 AI와 전문의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협력자' 관계라는 것이다.■ 환자에게 산업 육성 비용을 부담시키는 구조 정당할까정 교수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현재 의료AI의 비급여 운영 방식이다. 현행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에서는 AI 진단을 적용할 경우 환자가 별도의 비용을 부담한다. 유방촬영의 경우 기존 검사비가 약 1만 5000원인데 AI를 적용하면 환자는 같은 금액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정 교수는 이 같은 구조가 의료현장에서도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AI는 돈을 냈든 안 냈든 의료진 입장에서는 모두에게 사용하는 것이 더 편하고 정확하다"며 "돈을 낸 환자만 AI를 쓰고 그렇지 않은 환자는 AI를 쓰지 않는 구조는 의료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어 "왜 산업 육성을 환자의 비급여 부담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산업 지원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궁극적으로는 충분한 임상 근거가 확보된 AI는 비급여를 넘어 건강보험 급여 체계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 '사후 검증 시스템 부재'도 허점으로 꼽힌다.현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 신의료기술평가 유예를 통과하면 의료현장에서 비급여 처방이 가능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이를 재평가하거나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장치는 사실상 없다.정 교수는 "학습에 사용한 데이터와 실제 의료현장에서 만나는 환자는 다르다"며 "AI도 약물처럼 시판 후 실제 임상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특히 흉부 X-ray AI처럼 여러 회사 제품이 경쟁하는 분야에서는 성능 차이가 적지 않은데도 환자는 동일한 비용을 부담하는 현실도 문제로 지적했다.그는 "좋은 AI와 그렇지 않은 AI가 모두 같은 비용을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성과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성능이 부족한 제품은 개선하거나 시장에서 퇴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숙련자에게는 날개, 초심자에게는 독이 될 수도"AI가 의사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의학교육 현장에선 새로운 고민도 생기고 있다.정 교수는 "AI 판독 결과와 비교하면서 계속 학습하다 보니 지금은 오히려 AI보다 더 잘 판독하게 됐다고 생각한다"며 "프로기사들이 바둑 AI로 실력을 키우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기본 역량을 갖춘 의료진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그는 "다만 아무런 기초 없이 AI만 믿고 진단하는 전공의가 생길까 봐 가장 걱정된다"며 "AI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스스로 판독하는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루닛 인사이트 MMG(맘모그래피) 유방암 판독 보조 의료 AI를 사용하는 정승은 교수는 AI가 의사의 대체자가 아닌, 협력자이자 보조자 관계로 설정했다. 다만 이를 활용하고 자가 검증할만한 수준의 도달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실제로 영상의학회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판독 경험을 쌓기 전까지는 AI 없이 수련하도록 하고, 일정 수준의 자체 판독 건수를 넘어서야 시험 응시자격을 준다. 문제는 자체 판독 여부를 검증할 수단이 없다는 것. 이 역시 허점으로 지목된다.2016년 AI 석학 제프리 힌턴이 "영상의학과 전공의 교육을 중단해야 한다"고 언급했을 당시 의료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실제로 영상의학과 지원율도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예상과 다르다. 업무는 더 늘었고, AI 개발 및 검증 과정에서도 전문의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정 교수는 "처음에는 다들 AI가 의사를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AI는 의사의 파트너이자 협력자로 발전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그는 "결국 AI를 제대로 학습시키고 검증하는 역할은 숙련된 의료진이 계속 맡을 수밖에 없다"며 "현재는 진단 분야에 AI가 집중돼 있지만 앞으로는 예약, 처방, 검사, 물류, 로보틱스 등 병원 운영 전반으로 확장될 여지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의사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어 "지금 AI 세상이 왔다고 하지만 사실은 시작 단계일 뿐"이라며 "앞으로는 진단 하나가 아니라 의료 서비스 전체를 연결하는 AI가 등장해야 진정한 의료AI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AI 확산 장애물은 의사 경계심 아닌 수가뇌졸중 진료에서는 정맥 내 혈전용해제 투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신경과 전문의가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대한신경과학회도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의료진을 '뇌졸중 인증의'로 운영하고 있다.응급실에서 뇌졸중 진단 AI가 도입되면서 뇌졸중 전문의가 없이도 초동 대처가 가능한 사례들이 반복 확인된다. AI 도입이 확산될수록 뇌졸중 전문의의 설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은 없을까.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준엽 교수는 의료AI가 전문의 역할을 일부 대체할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지만 한계가 있다고 봤다. 장기적으로는 종합병원 등에서 신경과 전문의 고용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여전히 공급보다 수요가 크다는 것.김 교수는 "예전에는 정맥 내 혈전용해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뇌졸중 전문의가 응급실에 상주하는 것이 사실상 필수적인 개념이었다"며 "앞으로 AI가 이런 판단을 상당 부분 보조하게 되면 병원 입장에서는 전문의를 반드시 같은 방식으로 배치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은평성모병원은 2023년 세계 최초로 AI 기반 음성 전자의무기록(Voice ENR)을 도입해 간호 기록을 자동화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변화가 곧바로 전문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현재 국내 의료현장은 뇌졸중 전문의를 포함한 신경과 전문의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그는 "지금은 전문의 숫자가 부족한 문제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당장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AI는 부족한 전문의를 보완해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이 더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오히려 의료AI 확산을 막는 현실적인 장벽은 의사들의 우려가 아닌 '수가'라고 강조했다.현재 의료기관은 AI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더라도 이를 활용한 판독이나 진료에 대해 별도의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병원은 AI 소프트웨어 구독료와 유지관리 비용을 자체 예산으로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김 교수는 "AI 소프트웨어를 이용했다고 해서 환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수가가 아직 없다"며 "규모가 큰 병원은 투자할 수 있지만 비용이 적지 않아 종합병원 이하에서는 지속적으로 도입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결국 의료AI의 다음 과제는 성능 경쟁이 아니라 제도 설계라는 것. 그는 "AI가 빠른 대응을 통해 환자 예후를 개선하고 사회적 비용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축적돼야 한다"며 "그런 데이터가 쌓여야 AI 활용에 대한 적정 수가도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뇌졸중 영역에서 AI의 역할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개발 중인 뇌동맥류 진단 AI는 사람이 놓치기 쉬운 병변을 찾아주는 것은 물론, 반복 검사에서 동맥류 크기 변화를 자동으로 분석해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판독 부담까지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AI의 다음 무대는 '병원 전체'실제로 의료AI의 변화는 진단실에서 병원 전체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은평성모병원이 세계 최초로 AI 기반 음성 전자의무기록(Voice ENR)을 도입해 간호 기록을 자동화한 것도 그 일환. 기록 시간을 줄여 간호사가 환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쓰도록 하자는 것이 목표였다.은평성모병원 정보보호팀 이성식 팀장은평성모병원 정보보호팀 이성식 팀장은 "간호사는 본연의 업무인 환자 케어에 집중해야 하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기록 업무에 상당한 시간을 쓰고 있다"며 "기록 시간을 줄여 그만큼 환자를 더 돌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Voice ENR 개발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병원은 2019년 음성 차트 개발에 착수해 2020년 PDA 기반 시스템을 선보였고, 이후 휴대성과 활용성을 높인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ENR을 개발해 2023년 전 병동으로 확대 적용했다.개발 과정에는 현장 간호사들이 직접 참여했다. 약 300명의 간호사가 6개월 동안 음성 데이터를 제공하며 AI를 학습시켰다. 의료용어의 다양한 발음은 물론 개인별 발화 습관과 병동 소음 환경까지 반영해 실제 임상에서도 높은 음성 인식률을 확보했다.간호행정교육팀 김수빈 간호사는 "같은 의학용어도 사람마다 발음이 모두 다른데 그런 부분까지 학습했다"며 "개인별 발음 특성도 반영돼 대부분 정확하게 인식된다"고 설명했다.도입 효과도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수혈·항암치료·이중확인 업무는 약 99%가 모바일 ENR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활력징후 입력과 바코드 채혈 등도 80% 이상 활용되고 있다.김 간호사는 "환자 옆에서 바로 기록할 수 있어 기록의 즉시성과 정확성이 높아졌고, PC를 오가는 시간이 줄면서 그만큼 환자를 한 번 더 살필 시간이 생겼다"고 말했다.은평성모병원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생성형 AI를 접목한 차세대 간호 기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의료 특화 소형언어모델(SLLM)을 활용해 간호사와 환자의 대화 내용을 AI가 이해하고, 필요한 간호기록과 처치기록을 자동으로 분류·작성하는 것이 목표다.이 팀장은 "AI가 대화의 문맥을 이해해 필요한 기록 양식에 자동으로 입력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며 "응급 심폐소생술처럼 여러 의료진이 동시에 말하는 상황에서도 화자를 구분해 투약과 처치 기록을 자동 생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AI 확산 흐름은 다른 병원으로도 전파되고 있다. 대전선병원, 동아대병원, 충남대병원, 화순전남대병원 등 다수 의료기관이 모바일 ENR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은평성모병원은 단순한 음성 입력을 넘어 AI가 의료진의 행정 업무를 대신하는 방향으로 고도화를 이어갈 계획이다.의료AI는 이미 의료현장에 들어왔다. 이제 남은 질문은 'AI가 의사를 대체할까'가 아니다. AI를 의료체계 안으로 어떻게 안전하게 편입시키고, 어떻게 검증하며, 어떤 방식으로 보상할 것인가로 좁혀지고 있다. 의료AI 미래는 제도에 달려있다는 게 임상 현장의 진단이었다.
2026-06-29 05:30:00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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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걸리던 응급 의뢰 5분만에 뚝딱…AI가 바꾼 병원 풍경은?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은평성모병원 8층 병동 102호실. 병실 문이 열리자 담당 간호사가 스마트폰 하나를 들고 환자 침상 앞으로 다가섰다."안녕하세요. 환자분 담당 간호사 조은지입니다. 혈압 측정하겠습니다." 간호사가 환자 이름과 등록번호가 찍힌 팔찌 QR코드를 카메라로 찍었다. 이후 혈압 측정 값을 읽어 내려갔다. "김은평님(가명) BP 80, 맥박 76, 호흡 20, 체온 36.5. 저장."몇 초 뒤 스마트폰 화면에는 방금 말한 내용이 텍스트로 정리돼 있었다. 별도의 키보드 입력도, 간호사실로 돌아가 컴퓨터 앞에 앉을 필요도 없었다. 환자 곁에서 말한 내용이 곧바로 전자간호기록으로 저장됐다.은평성모병원이 2023년 도입한 '보바일 ENR(Vobile ENR)'의 모습이다. 세계 최초로 음성과 모바일, 전자간호기록을 결합한 AI 기반 음성인식 플랫폼으로, 간호사가 환자 옆에서 실시간으로 간호 기록을 작성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간호기록 방식은 오랜 시간 변화해왔다. 종이 차트에 손으로 기록하던 시대를 지나 전자의무기록(EMR)이 도입되면서 컴퓨터 입력 방식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기록 자체는 여전히 간호사가 환자를 떠나 PC 앞으로 이동해야 하는 구조였다.은평성모병원이 2023년 세계 최초로 음성과 모바일, 전자간호기록을 결합한 AI 기반 음성인식 플랫폼 보바일 ENR을 도입한 이후 병동에서 종이 차트와 펜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자의 QR 코드를 인식한 이후 모두 음성으로 기록이 처리됐다.병동 간호사는 "예전에는 종이 차트에 수기로 작성했고 이후에는 PC에 타이핑해서 기록했다"며 "지금은 환자 옆에서 바로 음성으로 기록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임상 현장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감지됐다. 은평성모병원은 현재 간호기록의 약 85~90%를 보바일 ENR을 통해 처리한다. 실제로 지켜본 결과 간호사의 손은 거의 스마트폰 화면을 누르지 않았다. 식사 기록 과정이 대표적이다."식이 선택. Day. 끼니는 점심. 확인." 음성 명령어가 실행되자 기록 화면이 자동으로 전환됐다. "식사 얼마나 드셨어요?" "다 먹었습니다." "밥 100, 국 100, 반찬 50. 물은 얼마나 드셨어요?" "한 컵 먹었습니다." "물 120. 저장."메뉴 이동부터 입력, 저장까지 음성으로 진행됐다. 과거라면 여러 화면을 터치하거나 별도 입력창을 열어야 했던 작업이다. 간호사가 든 스마트폰 화면에서도 음성으로 말한 내용이 100, 100, 50, 120과 같이 정확하게 입력돼 있었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간호 메모 기능이었다."김은평님 내일 퇴원이신데 필요한 서류 있으신가요?" "진단서가 필요합니다." 환자의 답변이 끝나자 간호사는 자연스럽게 말했다. "8층 102호 김은평님 내일 퇴원 시 진단서 발급 필요하다고 함. 저장."별도의 메모지를 찾거나 나중에 기억을 더듬어 입력할 필요가 없이 대화를 기록한 순간 해당 내용이 진단서 발급 준비와 같은 행정 절차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단순히 기록 시간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다. 환자 안전 강화 측면에서도 효과를 보이고 있다.간호행정교육팀 김수빈 간호사는 "기존에는 PDA를 이용해 터치나 타이핑으로 기록했는데 처음에는 환자 앞에서 음성으로 기록하는 것이 어색했다"며 "하지만 실제 사용해 보니 입력부터 저장까지 5초 정도면 끝나기 때문에 편의성을 체감하게 됐다"고 말했다.정보보호팀 이성식 팀장(좌)과 간호행정교육팀 김수빈 간호사(우)는 AI 도입이 단순한 행정 업무의 편의성 제고에 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보 누락이나 오기입 위험이 줄어드는 등 환자 안전이 더 강화될 뿐더러 행정 업무의 부담 완화는 곧 환자 케어의 강화로 이어진다는 평가다.특히 수혈, 항암제 투여, 채혈 등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업무에서 변화가 컸다. 김 간호사는 "사고가 발생하면 환자에게 큰 위해를 줄 수 있는 업무들인데 보바일 ENR을 거치면서 안전장치가 하나 더 생긴 느낌이 들어 안심하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과거 활력징후를 측정한 뒤 종이에 적어두거나 기억한 후 PC에서 다시 입력하는 경우 정보 누락이나 오기입 위험이 있었다. 반면 보바일 ENR은 환자 팔찌와 업무용 바코드를 함께 확인하게 해 다른 환자의 바코드나 잘못된 수혈·채혈 라벨을 인식하면 즉시 경고음을 울린다.정보보호팀 이성식 팀장은 "과거 이중확인 업무는 간호사 두 명이 직접 확인해 약 5분이 걸렸지만 보바일 ENR을 활용하면 1~2분 내로 단축할 수 있다"며 "태그 기반 확인 방식으로 오류 가능성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보바일 ENR은 간호부뿐 아니라 진단검사학과의 채혈 업무에도 활용되고 있다. 현재 수혈·항암·이중확인 업무의 약 99%, 활력징후 기록과 채혈 업무의 80% 이상이 보바일 ENR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김 간호사는 "가장 큰 변화는 환자 확인 단계가 강화된 것"이라며 "수혈이나 항암제 투여처럼 환자에게 치명적인 위해를 줄 수 있는 업무에서 오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AI 기반 음성 기록 시스템은 업무 효율 향상뿐 아니라 환자 안전을 높이는 새로운 도구로 자리 잡고 있었다.■ 30분 걸리던 응급 판단 5분으로…응급실 풍경도 변화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 뇌졸중 의심 환자가 도착하자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환자는 곧바로 CT 검사실로 향했다. 과거 같으면 이제부터가 기다림의 시작이었다. 촬영된 영상을 뇌졸중 전문의가 확인해야 했고, 전문의가 병원에 없으면 사진을 찍어 메신저로 보내 자문을 구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CT 촬영이 끝난 뒤 불과 몇 분. 의료진의 화면에는 "대혈관 폐색 여부", "뇌출혈 여부", "이미 손상된 뇌 조직의 범위"가 정량화된 결과로 표시됐다. 응급실 의료진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가 혈관 재개통 치료 대상인지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분당서울대병원 김준엽 신경과 교수는 현재 국내 의료AI 기업 제이엘케이(JLK)의 뇌졸중 진단 AI를 사용하고 있다. 해당 소프트웨어는 CT와 MRI 영상을 분석해 뇌출혈 여부와 대혈관 폐색 여부, 뇌경색 진행 범위 등을 자동으로 분석한다.김 교수는 "급성 뇌졸중 환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큰 혈관이 막혀 있는지, 그리고 아직 살릴 수 있는 뇌세포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신속하게 판단하는 것"이라며 "재개통 치료를 얼마나 빨리 시작하느냐가 환자 예후를 결정한다"고 말했다.실제 뇌졸중 치료에서는 '시간' 자체가 치료 성적을 좌우한다.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한 뒤 1시간 이내에 혈관 재개통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CT나 MRI 촬영 직후 환자 상태를 신속히 평가해야 한다.보바일 ENR을 통해 음성으로 입력한 환자 측정 값들. 수치가 정확히 기입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AI가 없던 시절에는 이런 판단을 주로 수년 이상 경험을 쌓은 뇌졸중 전문의가 맡았다. 영상 속 미세한 변화를 보고 혈관이 막혔는지, 손상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해석해야 했다. 그러나 AI가 도입되면서 풍경이 바뀌었다.김 교수는 "검사 후 보통 5분 안에 결과가 나온다"며 "대혈관 폐색 여부와 살릴 수 있는 뇌조직 범위를 정량화해 보여주기 때문에 뇌졸중 전문의가 없는 상황에서도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빠르게 치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특히 변화가 큰 곳은 상급종합병원보다 오히려 지역 종합병원 응급실이다. 대형병원은 상대적으로 뇌졸중 전문의를 확보하기 쉽지만, 지역 병원은 24시간 전문의를 상주시켜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과거에는 응급실 의사가 촬영 영상을 휴대전화로 찍어 전문의에게 보내고 "혈관이 막힌 것이 맞느냐"는 자문을 구하는 일이 흔했다."사진을 보내고,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었는지 확인하고, 전화를 걸어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길게는 30분 정도 지연되기도 했죠."30분은 뇌졸중 환자에게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뇌세포는 혈류 공급이 중단된 순간부터 분 단위로 손상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병원 내 협진 방식도 달라졌다.과거에는 같은 CT 영상을 두고도 의사마다 해석이 달라질 수 있었다. 응급의학과, 신경과, 신경외과가 같은 사진을 보면서 의견을 주고받아야 했다. 반면 AI는 동일한 데이터에 동일한 결과를 제시한다.김 교수는 "한 장의 사진은 보는 사람마다 판단이 달라질 수 있지만 AI가 제시하는 값은 모두가 동일하게 확인할 수 있다"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하기 때문에 해석 차이로 인한 논란이 줄어들고 의사소통도 훨씬 빨라졌다"고 말했다.응급실에서 CT 영상을 휴대전화로 찍어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던 시대가 이제는 검사 5분 뒤 AI가 정량화된 결과를 제시하는 시대로 바뀐 것.■판독의 우선순위 생겼다…고위험군에 먼저 연락은평성모병원 정승은 영상의학과 교수(대한영상의학회 회장)은평성모병원 영상의학과 판독실. 수십 명의 건강검진 수검자 영상이 모니터 화면에 나열돼 있다. 과거 같으면 의료진은 예약 순서대로 영상을 열어 하나씩 판독을 했지만 지금은 가장 먼저 보는 환자가 따로 있다. 모니터 한쪽에 표시된 숫자 때문이다.유방촬영 영상 옆에 표시된 이 숫자는 AI가 분석한 유방암 위험도 점수다. 숫자가 높을수록 암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의료진은 이제 접수 순서가 아니라 이 점수를 기준으로 판독 우선순위를 정한다.은평성모병원 정승은 영상의학과 교수(대한영상의학회 회장)는 "과거에는 예약 환자를 순서대로 판독했다면 지금은 AI가 제시하는 스코어링을 먼저 확인한다"며 "위험도가 높은 환자를 우선적으로 판독하고 빠르게 후속 검사를 안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은평성모병원이 도입한 루닛 인사이트는 유방촬영술(맘모그래피) 영상을 분석해 암 의심 부위를 표시하고 위험도를 수치화해 보여주는 의료 AI다. 실제 판독실에서 확인한 화면에는 병변이 의심되는 영역이 붉은색으로 표시돼 있었다. AI가 해당 부위를 강조하고 위험도 점수를 함께 제시하는 방식이다.정 교수는 화면을 가리키며 "AI가 이상 부위를 감지하면 이렇게 병변 위치를 표시하고 위험도를 숫자로 보여준다"며 "의료진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AI가 바꾼 것은 판독 정확도만이 아니다. 환자 대응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건강검진은 일반 외래 진료와 달리 당장 응급 처치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판독이 다소 늦어져도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검진자 가운데 실제 암 가능성이 높은 환자가 섞여 있는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정 교수는 "건강검진 수검자 가운데 스코어링 점수가 높은 환자는 결과를 우선적으로 확인해 병원에 빨리 다시 방문하도록 안내한다"며 "이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정 교수는 "전문의는 AI가 없어도 판독할 수 있지만, AI가 있으면 보다 효율적으로 환자를 관리할 수 있다"며 "특히 비전문의가 영상을 볼 경우에는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AI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에는 영상 판독 결과를 바탕으로 소견서 초안까지 작성하는 생성형 AI가 등장했다.판독실에서 확인한 화면에는 병변이 의심되는 영역이 붉은색으로 표시돼 있었다. AI가 해당 부위를 강조하고 위험도 점수를 함께 제시하는 방식이다.정 교수는 현재 PACS 연동을 기다리고 있는 생성형 AI 기반 판독문 작성 솔루션도 소개했다. 이 AI는 단순히 병변 위치를 표시하는 수준을 넘어 영상 소견을 문장 형태로 정리해 판독문 초안을 작성한다.과거에는 정상 소견 환자라도 의료진이 일일이 판독문을 작성해야 했다. 환자가 많을수록 행정 업무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정 교수는 "정상 환자든 이상 소견 환자든 결국 판독문은 모두 작성해야 한다"며 "AI가 초안을 만들어 주면 전문의는 검토와 수정에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상 소견 환자에서는 할애할 시간을 줄여 업무 효율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복잡한 증례는 당연히 전문의가 자세히 검토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상 소견이나 비교적 단순한 경우에는 AI가 상당 부분 업무를 줄여줄 수 있습니다."실제 판독실에서 만난 진단 AI는 의사를 대신해 암을 진단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대신 수백 건의 검진 영상 가운데 가장 위험한 환자를 먼저 찾아내고, 의료진이 놓칠 수 있는 영역을 한 번 더 짚어주며, 판독문 초안까지 작성하는 조력자에 가까웠다. 3년 전 의료계는 AI가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그러나 병실과 응급실, 판독실에서 확인한 현실은 달랐다. AI는 의사의 자리를 뺏는 대신 의료진이 환자 곁에 더 오래 머물고, 더 빨리 판단하고, 더 중요한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향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현장에서 AI 역할은 '대체자'가 아니라 의료진의 시간을 환자에게 돌려주는 '보조자'였다.
2026-06-22 05:30:00진단
기획연재

암·치매 정밀 타깃…'무한 확장' 원천기술로 빅파마 홀렸다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마주한 모달리티 대전환이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결국 '원천 플랫폼 기술'의 깊이가 담보돼야 한다.글로벌 빅파마들이 국내 바이오텍에 러브콜을 보내는 핵심 이유는 단 하나의 파이프라인이 아닌, 수십 개의 신약 후보물질을 유연하게 찍어낼 수 있는 확장성 때문이다.이러한 무한한 확장성을 무기로 국내 기업들은 세포 내 유해 단백질을 직접 분쇄하거나 제형의 한계를 깨뜨리며 글로벌 치료제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공략 불가능한 '암 표적' 지운다…TPD·mRNA 원천 기술 국산화국내 바이오텍들이 증명해낸 차세대 모달리티의 핵심 경쟁력은 질병을 유발하는 표적을 단순히 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천적으로 제거하거나 세포의 설계도를 교정하는 정밀함에 있다.최근 글로벌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TPD(표적 단백질 분해)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기존 합성 의약품이 질병 원인 단백질에 결합해 기능을 일시적으로 차단했다면, TPD는 체내 세포 내부의 쓰레기 처리 시스템(유비퀴틴-프로테아좀)을 유도해 질병 유발 단백질 자체를 완전히 파쇄해 버린다.그동안 기존 치료제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영역으로 분류됐던 암 유발 단백질을 타깃할 수 있어 글로벌 빅파마들의 기술 수요가 폭발하는 분야다.이 분야에서는 업테라와 핀테라퓨틱스 등 국내 전문 바이오텍들이 독자적인 TPD 플랫폼을 구축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팬데믹을 거치며 급부상한 mRNA(메신저 리보핵산) 플랫폼 역시 단순한 백신을 넘어 암과 희귀 질환을 치료하는 핵심 모달리티로 진화하고 있다. 질병 치료에 필요한 특정 단백질의 설계도(mRNA)를 세포 내로 주입해 몸이 스스로 치료제를 생산하도록 만드는 기전이다.국내에서는 에스티팜이 mRNA 핵심 기술인 5프라임 캡핑(5'-Capping) 기술을 자체 개발해 글로벌 원천 특허를 확보하는 한편, 약물을 목표 세포까지 안전하게 배달하는 LNP(지질나노입자)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여기에 삼양홀딩스 역시 독자적인 약물 전달체 플랫폼(SENS)을 기반으로 외부 바이오텍들의 mRNA 후보물질을 암세포까지 정확히 배달하는 융합 연구를 활발히 전개하며 글로벌 표준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아리바이오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에서 'AR1001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글로벌 기술수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7조 빅딜로 입증한 경구제 혁신…아리바이오, '치매 신약 주권' 정조준차세대 모달리티 플랫폼의 진화는 항암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고령화 시대의 가장 치명적인 난제로 꼽히는 퇴행성 뇌질환 분야에서는 치료제 제형과 환자 편의성을 혁신하는 방향으로 플랫폼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고 있다.대표적인 주자가 알츠하이머 부문에서 글로벌 임상 3상을 순항하며 주목받는 아리바이오다.대다수 글로벌 빅파마들이 막대한 개발 비용과 환자의 병원 방문이 필수적인 정맥주사 형태의 항체 치료제(레카네맙 등) 개발에 매달릴 때, 아리바이오는 하루 한 알 집에서 간편하게 복용하는 '경구용 치료제' 플랫폼을 구축하며 차별화에 성공했다.최근 중국 푸싱제약과 최대 7조 원 규모의 글로벌 판권 계약을 체결하며 상업화 구조를 성공적으로 증명하기도 했다.아리바이오의 핵심 무기는 대뇌 피질 전반에 분포한 다중 타깃을 동시에 정밀 제어하는 다중기전 플랫폼 기술(AR1001)이다.해당 기술은 분자 크기가 작은 저분자 화합물 특성을 활용해 약물이 뇌혈관장벽(BBB)을 높은 투과율로 통과하도록 설계됐다.구체적으로는 PDE5 억제를 기반으로 뇌 혈류를 개선하고 신경세포 사멸을 억제하는 동시에, 세포 내 쓰레기통을 자극하는 자가포식을 활성화해 독성 단백질을 제거하는 복합적인 메커니즘을 구사한다. 주사제 방식이 유발할 수 있는 뇌 부종이나 미세 출혈(ARIA) 등의 부작용 리스크를 낮춘 핵심 비결이다.아리바이오 관계자는 "대다수 국내 기업들이 임상 초기 단계에서 기술을 넘기는 것과 달리, 이번 중국 푸싱제약과의 7조원 규모 빅딜 이후에도 글로벌 임상 3상 완료와 신약허가신청(NDA) 절차의 주도권은 아리바이오가 계속 유지한다"며 "올가을 임상 3상의 핵심 데이터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현재까지 매우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이어 "하루 한 알 복용하는 경구용 다중기전 플랫폼은 주사제 대비 부작용 리스크를 낮추고 환자 편의성을 극대화한 혁신 기술"이라며 "이번 계약을 통해 자금 압박을 해소한 만큼 글로벌 임상 3상을 끝까지 완주해 진정한 신약 주권을 확보하고, 향후 파킨슨병이나 혈관성 치매 등으로 플랫폼의 적응증을 계속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바이오텍과 AI를 기반으로 한 공동 연구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AI 융합과 초격차 플랫폼…K-바이오의 넥스트 스텝이처럼 고도화된 모달리티 플랫폼 기술의 개발 주기를 단축하고 완성도를 극대화할 최종 치트키로는 인공지능 신약 개발 플랫폼이 급부상하고 있다.수억 개의 화합물 구조와 유전자 조합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사전 검증함으로써, 최적의 화합물 구조나 유전자 가공 설계도를 도출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기술이다.이미 국내 주요 제약사들과 선두 바이오텍들은 독자적인 AI 플랫폼을 R&D 초기 단계에 깊숙이 이식하거나 관련 전문 기업들과의 공동 연구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자체 AI 신약 개발 인프라를 구축해 가시적인 후보물질을 도출해내고 있는 한미약품이나, 유한양행 등 대형 제약사들이 국내외 내로라하는 AI 전문 바이오사들과 손잡고 타깃 발굴 및 물질 최적화 기간을 기존의 절반 이하로 단축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아울러 정부 주도로 제약사들과 AI 기업들이 참여하는 신약 개발 플랫폼(K-MELLODDY) 구축 등 생태계 전반의 데이터 공조 체계도 가시화되고 있다.실험실 내부의 데이터와 AI의 예측 모델이 결합하면서 글로벌 시장이 요구하는 수준의 정밀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는 속도가 한층 빨라지는 추세다.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좋은 물질을 발견해 글로벌 빅파마에 넘기고 끝내는 방식으로는 퀀텀 점프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K바이오가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모달리티에 유연하게 변형, 확장할 수 있는 우리만의 원천 플랫폼을 확보해야 한다"고 짚었다.이어 "단순한 신약 후보물질의 일회성 기술 수출을 넘어 전 세계 의료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독창적 플랫폼 생태계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며 "대형 제약사의 임상 인프라와 바이오사의 원천 기술 위에 AI를 적용함으로써 신약 R&D 속도와 정확도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6-06-08 05:30:00바이오벤처
기획연재

주사기에서 '암세포 추적기'로...K-바이오, 모달리티 대전환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 화학 물질 기반의 전통 합성 의약품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시선이 차세대 치료 수단인 '모달리티(Modality)'로 향하고 있다.이제는 단순히 질병의 증상을 완화하는 것을 넘어, 원인 물질을 정밀 타격하거나 유전자를 교정하는 기술이 신약 개발의 흐름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항체-약물 접합체(ADC)나 세포를 개조해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등이 대표적이다.실제로 지난 4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와 서울 바이오 코리아(BIO KOREA), 그리고 최근 개막한 세계 최대 암학회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까지 올 상반기 주요 국제 무대의 중심에는 늘 모달리티가 있었다.단순한 기술 수출을 넘어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플랫폼 기술의 가치가 커진 지금, 올 상반기 무대를 통해 확인된 국내 바이오 업계의 모달리티 대전환 현황과 이를 주도하는 핵심 기업들을 짚어봤다.■ K-바이오, ADC·이중항체 앞세워 모달리티 주도권 쥔다최근 국제 무대에서 가장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트렌드는 ADC(항체-약물 접합체)와 이중항체다.과거 국내 기업들의 발표가 초기 가능성 제시에 그쳤다면, 올해 AACR과 ASCO에서는 상용화 단계에 직면한 정밀 임상 데이터가 대거 쏟아지며 화이자, 머크,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거물들의 기술소싱(BD) 담당자들을 장외 미팅룸으로 불러 모았다.이 트렌드를 주도하는 핵심 바이오텍은 리가켐바이오와 에이비엘바이오, 오름테라퓨틱스 등이다.리가켐바이오는 이번 국제 행사들에서 독자적인 차세대 ADC 파이프라인(LCB14-2524 등)의 연구 결과와 후속 임상 유효성 데이터를 대거 공개하며 기술의 완성도를 증명했다.실제로 리가켐바이오의 경우, 글로벌 빅파마와 체결한 수조 원 규모의 ADC 후보물질 기술수출 계약들이 올해 본격적인 글로벌 임상 진입으로 이어지며 플랫폼 기술의 가치를 증명해내고 있다.빅파마들이 단순히 국내 바이오텍의 물질 하나를 사는 것을 넘어, 검증된 '플랫폼 원천 기술' 자체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에이비엘바이오 역시 기존 치료제 대비 부작용은 낮추고 면역 세포 활성 효능은 극대화한 이중항체 기반 파이프라인을 선보이며 글로벌 모달리티 전환의 중심에 서 있음을 각인시켰다.특히 오름테라퓨틱스는 독자적인 이중정밀 표적 단백질 분해 접근법(TPD² 기술)을 ADC에 접합한 신개념 DAC(항체-단백질분해제 접합체) 후보물질 'ORM-1153'의 비인간 영장류 전임상 데이터를 AACR에서 최초 공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여기에 바이오시밀러 강자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ADC 전용 생산 공장 가동 및 펀드를 통한 지분 투자 등 공격적인 파이프라인 확보 선언을 이어가며 화력을 보태고 있다.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잇따라 러브콜을 받는 것은 타깃 암세포만 골라 치명타를 입히는 링커(Linker)와 페이로드(약물) 설계 능력에서 세계적 수준의 정교함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의 임상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글로벌 빅파마와의 추가적인 대형 딜(Deal)이나 공동 연구 기회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국내 차세대 항암 및 정밀타격 플랫폼 기업 정리.■ 고형암 한계 극복 도전…글로벌 무대서 가능성 입증한 CGT·TPD세포를 개조하거나 유전자를 교정해 희귀 질환과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CGT(세포·유전자 치료제)와 체내 세포 시스템을 이용해 질병 원인 단백질을 원천 분해하는 TPD(표적 단백질 분해) 역시 강력한 주류 트렌드로 부상했다.특히 혈액암에 국한됐던 기존 치료제들의 한계를 넘어, 미개척지이자 전체 암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고형암'을 정밀 타격하기 위한 국내 바이오텍들의 독창적인 플랫폼 기술이 이번 국제 무대에서 집중 조명을 받았다.이 분야에서는 HLB(자회사 베리스모 테라퓨틱스)와 앱클론, 유틸렉스 등과 같은 전문 바이오텍들이 학술적·산업적 성과를 동시에 입증하며 두각을 나타냈다.HLB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KIR-CAR 플랫폼 기반의 고형암 대상 CAR-T 치료제 'SynKIR-110'의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구두 발표로 전격 공개했다. 종양 미세환경(TME)에 의해 T세포가 억제되는 고형암의 고질적인 한계를 자연살해(NK) 세포의 수용체 구조를 접합한 메커니즘으로 극복해내며 현장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앱클론과 역시 고형암 타깃의 세포 가공 및 면역 조절 기술에서 진전된 데이터를 선보였다. 앱클론은 독자적 항체 유도 플랫폼(NEST)을 통해 도출한 CAR-T 파이프라인의 고형암 사멸 유효성을 증명했다.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 코리아와 ASCO 등에서 진행된 비즈니스 파트너링 중 상당수가 이러한 차세대 모달리티 플랫폼 관련 거래 협의인 것으로 알려졌다.국내 바이오사 관계자는 "올해 국제 무대에서 확인된 변화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한국의 기술을 단순한 일회성 신약 후보 물질이 아닌, 확장성 있는 플랫폼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라며 "다양한 파이프라인에 적용 가능한 원천 기술의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형태도 다변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이어 "과거에는 임상 후기 단계의 물질을 통째로 넘기는 기술 수출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초기 공동 연구나 특정 링커·유전자 가공 기술만 따로 떼어 거래하는 등 계약 구조가 정교해지고 있다"며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타깃 질환별로 유연하게 변형 가능한 원천 플랫폼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핵심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신생 기업의 공조…체질 개선 가속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차세대 모달리티 확보가 시급해진 전통 제약사들은 유망 바이오텍과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한 체질 개선의 길을 택하고 있다.바이오텍이 전방에서 독창적인 혁신 기술을 이끌면, 자금력과 대규모 임상 노하우를 갖춘 전통 제약사들이 후방에서 이를 전폭 지원하며 생태계를 고도화하는 방식이다.지난 4월 개최된 바이오코리아 2026에 전 세계 59개국, 775개 기업이 집결해 지견을 나눴다.자본력을 갖춘 대형 제약사 입장에서도 초기 단계부터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자체 모달리티를 개발하기보다, 이미 검증된 바이오텍의 플랫폼을 도입하는 것이 타임라인을 단축하는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기 때문이다.이러한 흐름 속에서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국내 대표 제약사들은 독창적인 기술을 가진 바이오텍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공동 연구개발(R&D) 계약을 맺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유한양행은 일찍이 이중항체 전문 바이오텍 에이비엘바이오와 손잡고 대형 기술수출 성과를 낸 성공 방정식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ADC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유망 바이오텍들과의 다각도 공동 R&D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한미약품은 독자적인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의 뒤를 이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북경한미와의 이중항체 플랫폼(펜탐바디) 고도화는 물론, 외부 ADC 플랫폼 기술을 빠르게 수혈하는 투트랙 전략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더불어 이러한 공조 체계는 전통 제약사들이 자체 신약 개발을 넘어, 고도화된 위탁개발생산(CDMO) 인프라를 활용해 외부 바이오텍의 상업화를 돕는 '플랫폼 허브' 역할로 확장되는 추세다.동아쏘시오그룹의 경우, 바이오의약품 CDMO 전문 계열사인 에스티팜을 통해 올 상반기 국제 무대에서 핵심 화두로 꼽힌 mRNA 및 고도화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생산 인프라를 전면에 내세웠다.이는 막대한 비용 탓에 자체 시설을 갖추기 어려운 신생 바이오텍들에게 고도화된 공정 개발 역량과 글로벌 규제 기준에 맞춘 상업용 생산 기지를 제공함으로써, K-바이오 생태계의 전반적인 스케일업(Scale-up·대량 생산 공정)을 이끄는 상생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제약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합성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도래하는 상황에서, 제약사 자체 역량만으로 ADC나 CGT 같은 최첨단 모달리티를 기초 연구부터 시작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리스크가 크다"며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독창적인 플랫폼을 가진 바이오텍과의 협업이 불가피한 생존 방정식이 된 셈"이라고 밝혔다.이어 "바이오텍의 유연한 기술 설계도에 전통 제약사의 자본과 임상 노하우가 결합하면서,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의 모달리티 대전환 흐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6-06-04 05:30:00바이오벤처
기획연재

출발선부터 발목잡힌 국산 의료 AI…수가 장벽 극복 가능할까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전 세계적으로 의료 인공지능(AI) 수요가 급증하며 국내 기업들의 무대도 글로벌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홈그라운드인 국내에서조차 제도 장벽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글로벌 시장 진출에 있어 자국 내 상용화 실적이 중요하지만, 단일 수가 체계의 한계와 실증 기회 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 가치 평가 기준 및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이에 메디칼타임즈는 국내 의료 AI 기업들이 직면한 문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해외 주요국의 대응 방안과 학계 제언을 들여다봤다.■부족한 실증 기회 "해외 신뢰 위해 국내 레퍼런스 필요"실제 일선 국내 의료 AI 기업들은 글로벌 진출 과정에 있어 국내 의료기관에서의 실증 기회 부족을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해외 시장에서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선 자국 의료기관에서 실제로 사용된 레퍼런스가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정부 과제를 거쳐 제품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실제 임상 현장에서 의사들이 사용하며 제품을 고도화하는 실증 단계가 단절돼 있어 해외 바이어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는 분석이다.특히 의료 AI는 제품 특성상 실사용 데이터로 정확성·안정성을 고도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실증 기회가 없다면 아무리 혁신적인 솔루션이어도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솔루션이 당장 현장에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있는 반대 경우라도,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더 나은 제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에 업계에선 국책 과제 설계 당시부터 실제 의료기관에서의 실증을 강제하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연구개발이 의료 현장과 연계돼야만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진단이다.이와 관련 한 국내 의료 AI 기업 대표는 "의료기기 관련 과제는 실증 단계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의료 AI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실사용 데이터가 필수적이다"라며 "솔루션 개발에 성공했다고 해도 실제 의료기관에서 사용하지 않는데, 이 제품이 어떻게 좋은 제품으로 인정받아 해외에서 팔리겠느냐"고 반문했다.이어 "해외 바이어들에게 신뢰를 주는 솔루션의 핵심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쓰이는 것이다. 물론 병원에서 외면받는 의료 AI는 당장 쓸만한 솔루션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다만 그 격차를 실증을 통해 좁혀 나갈 수 있다. 의사가 제품을 실제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정부 지원이나 예산 역시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미국 등 주요국 '가치 중심' 전환 모색…보상 패러다임 변화해외 주요국 역시 이 같은 보상 체계와 기술 간의 엇박자를 겪고 있다. 실제 미국 초당적 정책 센터(BPC)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역시 진료량에 보상을 주는 행위별 수가제 방식으로 인해 AI 도구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 기술에 맞춘 새로운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는 요구다.미국 최대 의료비 지불 기관인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CMS)는 AI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진단 검사 혜택 범주로 분류해 보상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청구 구조에 맞지 않아 도입이 제한적인 상황이다.구체적으로 현재 미국 내 임상 AI 솔루션에 대한 현행 절차 용어(CPT) 코드는 총 26개에 불과하며, 이 중 대부분은 가격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임시 코드(범주 III)로 분류돼 있다. 신기술 추가 지불(NTAP) 제도를 통한 입원 환자 보상 경로도 존재하지만, SaaS의 무형적 특성과 구독형 과금 방식 탓에 제한이 있다.행정 기능 AI는 수익이 명확해 투자가 집중되는 반면, 임상 AI는 높은 초기 비용과 불확실한 상환 보장으로 도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 더욱이 환자당 비용 추정 및 기존 기술과의 비교가 어려워 혜택을 유지하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이에 미국은 임상 결과에 따라 지불액을 결정하는 가치 기반 지불 모델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실제 CMS는 의료기관이 AI 솔루션을 활용해 환자의 임상적 개선을 입증할 경우 정기적인 지불금을 지급하는 결과 중심 지불 모델(ACCESS)을 시험 중이다.기존 기술 중심의 평가를 넘어, AI가 환자의 건강권과 진료 가치 향상에 기여하는 바를 정량적으로 평가해 보상하겠다는 의도다.이와 관련 BPC는 "소프트웨어에 대해 별도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과용을 조장하고 명확한 가치 입증 없이 의료비 지출만 증가시킬 위험이 있다"며 "이는 의사 서비스로 사용량별 비용을 지불하든 병원 외래 및 입원 부서의 묶음 요금에 포함시키든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이어 "AI 도입을 통해 불필요한 지출을 늘리지 않으면서 환자 치료 결과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진료량이 아닌 진료 성과에 직접적으로 연계된 혁신적인 가치 기반 지불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국내 의료 AI 기업들 사이에서 실증 기회 부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학계도 새 기술에 맞춘 유연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학계 "의료 AI 생애주기 완성할 새로운 보상 트랙 시급"학계에서도 현재 국내 의료 AI 생태계는 생애주기가 온전히 이어지지 않은 미완성 상태라는 진단이 나온다. 연구개발 및 성능 검증 단계 이후 현장 활용, 경제적 보상, 지속적 모니터링 등이 연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현재 혁신의료기술이나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를 통해 40여 개의 기술이 한시적 트랙 안에 들어와 있지만, 실제 의료기관에서의 사용 빈도는 매우 저조하다는 것.바우처 사업 등 국가 차원에서 과거보다 실증 기회를 대폭 늘리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진 유용한 근거 수집보단 기업의 수익 창출에 치우쳐 있다는 진단이다. 국내 의료 AI 기업들이 현행 '행위별 수가제' 등으로 자국 내 수익 모델 창출에 고전하면서다.이와 관련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는 현행 제도가 빠르게 발전하는 의료 AI 기술의 특성을 기존 의료기기 평가 잣대로만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식 수가를 받기 위해선 엄격한 의학적 유용성 검증과 비용 효과성 검증을 모두 통과해야 하지만, 변화 속도가 빠른 AI 산업을 이 두 가지 틀만으로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국내 기업 다수가 진단 보조 AI 개발에 주력하고 있지만, 현행 체계에선 이 기술들이 '기존 기술' 카테고리에 묶여 별도의 보상을 받기 어려운 구조라는 분석이다.의료인공지능학회 박창민 회장은 그 대안으로 2000년대 초 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도입 사례를 제시했다. 당시 정부가 팍스 도입 의료기관에 별도의 가산료를 지급하면서 국내 의료기관의 디지털 전환이 가능했기 때문이다.이처럼 AI 도입을 가속할 수 있는 유연한 경제적 보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다만 관련 재원은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아닌 별개 기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실제 일본 역시 행위별 수가가 아닌 방사선 관리료 등 우회적 형태로 의료 AI를 보상하고 있다는 것. 우리나라도 새로운 기술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보상 트랙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이와 관련 박창민 회장은 "제도 도입의 근본 목적은 현장 실사용을 통해 서비스를 개선하고 환자에게 실제 의학적 도움이 되는지 유용성을 평가해 정식 수가 체계 진입을 위한 증거를 모으는 것"이라며 "해외 진출을 위한 국내 레퍼런스 확보를 원한다면 기업 스스로 짜여진 임시 제도 틀 안에서 실증과 근거 수집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이어 "다만 빠르게 변화하는 의료 AI 기술을 기존의 의학적 유용성과 비용 효과성 검증이라는 낡은 틀로만 커버하기엔 명백한 한계가 존재한다"며 "과거 팍스 시스템 구축 당시 국가가 가산료로 혁신 기술 도입을 이끌었던 것처럼, 기존 건강보험 체계와는 다른 루트로 현장의 기술 도입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2026-05-26 05:30:00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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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로 번지는 의료 AI 열풍…한국 기업들의 현 주소는?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본격화되면서 의료 인력 부족이 국가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를 의료 인공지능(AI)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국내 의료 AI 기업들도 기회를 맞고 있는 상황.다만 인공지능이 신수종 사업으로 떠오르면서 각 국가 정부들은 규제 장벽을 세우며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에 들어간 것도 사실이다. 결국 국내 기업들은 기술적 우위를 증명하며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이다.이에 따라 메디칼타임즈는 해외 주요 국가들의 의료 AI 정책과 시장 수요를 살피고 이에 따른 우리 기업의 수혜와 난관을 함께 짚어왔다.■글로벌 시장 가치 기반 의료로 전환…주요국 AI 로드맵은15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의료 AI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시에 AI가 안보 문제로 부상하면서 자국 기업과 정보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은 진료 건수 중심 행위별 수가제에서 치료 결과와 비용 효율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는 가치 기반 의료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병원 수익성이 비용 대비 치료 효과에 좌우되면서, 의료비 절감이나 행정 효율화를 정량적 수치로 입증할 수 있는 AI 솔루션에 투자가 집중되는 양상이다.특히 의료진 번아웃을 해소하기 위한 앰비언트 인텔리전스 기술과 비임상 워크플로우 자동화 솔루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사전 결정된 변경 통제 계획을 도입해 알고리즘 업데이트 시 추가 허가를 면제하는 등 규제 보완책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시판 후 실제 데이터 기반의 지속적인 성능 모니터링을 요구하고 있다.호주 정부 역시 대형 언어 모델과 멀티모달 모델이 의료를 포함한 전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2021년 발표한 AI 로드맵과 실행 계획을 통해 보건 분야 등 국가적 과제에 AI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또 의료과학 공동투자 계획을 발표해 디지털 헬스, 의료기기, 혁신 치료법 분야의 투자 기회를 지속해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에선 AI 기반 진단, 치료, 원격 모니터링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높게 형성돼 있다.■초고령화 인력난, 지역 격차 어쩌나…신흥국 시장 수요 급증일본에선 원격 모니터링 및 AI 기반 진단 자동화 기기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오는 2040년 의료·복지 분야에서 약 96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후생노동성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다. 더욱이 민간 병원의 61%가 영업 적자를 겪는 상황이어서, 업무 부담 경감 및 비용 절감을 위한 클라우드 기반 DX 솔루션과 진료지원 AI 서비스 도입 사례가 늘고 있다.이에 일본 규제당국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조기 상용화를 촉진하기 위해 DASH 등 지원 정책을 확장, 변경 업데이트 계획을 사전 승인하는 절차 간소화 제도를 운영 중이다. 다만 자동학습형 AI에 대해선, 보수적인 규제 체계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중국 역시 고령 사회 진입과 대도시·농촌 간의 극심한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AI 솔루션 도입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특히 문진 대화나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알고리즘이 다수 승인됐다. 반면 의학영상 분석 기능은 5%에 불과해 정밀 진단 보조 솔루션 분야 성장 잠재력이 높게 평가된다.러시아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확대를 목표로, 2030년까지 모든 지역에 최소 12종 이상의 AI 기반 의료기기 도입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 지자체가 AI 영상분석 기기를 도입하는 등 영상의학 분야 업무 부하를 줄이는 자동화 수요가 뚜렷하다.인도에선 의료 인력·인프라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원격 의료 플랫폼 수요가 매우 높다. 만성 질환 관리와 영상의학 진단 수요도 폭증하는 상황이다. 이에 모니터링 등 의료비를 줄일 수 있는 비용 절감형 솔루션과 병원 행정 자동화 수요가 큰 축을 이루고 있다.■독자 기술로 경쟁력 확보…자국 보호주의, 관세 장벽 관건이렇게 해외 주요국에서 의료 AI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기업이 현지 시장에 진입할 시 다양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분석된다.특히 한국은 의료 AI, 디지털 헬스, 의료정보시스템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국내 대형병원의 풍부한 디지털 전환 성공 레퍼런스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 확보도 수월하다.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넘어야 할 난관 역시 크다. 가장 큰 장벽은 각국 정부의 엄격한 인허가 및 규제 체계다. 특히 미국의 경우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등급별로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인허가 경로를 통과해야 한다. 연방 법률뿐만 아니라 주별로 상이한 소비자 개인정보보호법을 동시에 준수해야 하는 이중 규제 구조에 직면하게 되는 것.정치·외교적 리스크와 관세 장벽도 부담이다. 미국의 경우 추가 관세 부과 조치로 인해 한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비용 부담이 커졌고 무역확장법에 따른 추가 조사 위험도 존재한다. 일본 역시 까다로운 승인과 공적 의료보험 등재라는 이원적 심사 구조를 모두 통과해야만 시장 확산이 가능하다.중국과 러시아 등은 자국 산업 국산화 자립 기조를 강화하고 있어 단순 수입 수요 발굴이 어렵다. 데이터 보안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자국 의료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현지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 구축에 따른 기술적·비용적 제약이 따른다.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독점적으로 구축해 놓은 의료 플랫폼 생태계 장벽과 현지 유통 네트워크 부족도 초기 판로 개척의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의료 AI의 알고리즘 투명성 부족으로 인한 오진 리스크와 의료 사고 발생 시의 법적 책임 소재 규명 문제도 있다.이와 관련 KOTRA는 "국내 의료 AI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각국 규제 장벽과 데이터 보안 규정을 정밀하게 분석해 대응해야 한다. 주요국의 데이터 국외 반출 제한과 자국 산업 보호 기조도 초기 진입 시 주요한 난관"이라며 "아울러 보수적인 지침과 의료 사고 법적 책임 문제에도 장기적인 투자와 철저한 법적 방어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이어 "그럼에도 전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와 의료 인력 부족 문제는 독자적인 기술력을 갖춘 우리 기업들에 시장 선점 수혜를 제공하고 있다"며 "특히 범용 모델 공백이 존재하는 특정 의료 프로세스 특화 경량 언어모델(SLM) 수요, 신흥국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원격 진단 소프트웨어 시장은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확립할 수 있는 유망한 기회"라고 강조했다.글로벌 의료 AI 수요 급증으로 국내 기업에게 외연 확장 기회가 열리고 있지만, 실질적 시장 확대를 위한 난관이 여전하다.■현지 안착 위한 제도 개선 시급…임상 실증 중심 지원 필요다만 이 같은 난관을 뚫고 현지 시장에 안착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저변 확대는 더디다는 현장 우려도 나온다. 특히 선진국에선 자국 기업의 솔루션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현지 법인을 통하지 않고서는 판로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국내에 본사를 두고 단순히 해외 지사만 설립하는 방식으로는 현지 의료기관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것. 실질적인 시장 확장을 위해선 현지 법인 설립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루닛이 볼파라를 인수해 루닛 인터내셔널로 재편하고, 로킷헬스케어가 자회사 로킷아메리카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다른 국내 기업들 역시 현지 법인 설립을 넘어 아예 본사를 이전하는 전환(플립)까지 추진하고 있으나, 과도한 세금 부담과 까다로운 절차로 난항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현지 법인으로 주식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해 수십억 원에 달하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기존 주주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요건도 걸림돌인데, 투자 유치 단계가 시리즈 B나 C 이상으로 넘어갈 경우 주주 구성이 복잡해져 사실상 법인 전환이 불가능해진다.이와 관련 한 국내 의료 AI 기업 대표는 "의료기기는 개발 주기가 길고 진입장벽이 높아 해외 진출 시점에 이미 상당한 기업가치를 형성하게 된다"며 "이 상태에서 사업 확장을 위해 법인을 옮기려 해도 실제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막대한 양도세를 먼저 내야 하고 주주 전원의 동의까지 얻어야 해 진출 자체가 가로막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이에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의 제도 보완과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들이 해외 규제당국의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춘 상시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국내 의료기관에서의 임상 실증 기회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다.특히 의료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해 지식재산권 및 인허가 서류 작성 시 전문 용어 선택을 지원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것. 국책 과제 단계에서부터 실제 병원과의 연계를 의무화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요구다.국내 의료 AI 기업의 현지 법인 전환(플립)을 기술·인력 유출로 보고 지양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인이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며 국내 지사와 협력하는 구조는 국부 유출이 아닌, 글로벌 시장 개척의 일환으로 평가돼야 한다는 것.이와 관련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IVD위원회 안치성 자문위원은 "해외 인허가 과정에서는 전문 용어 하나로 승인 여부가 갈리는 만큼 전문성을 갖춘 상시 상담 센터의 지원이 시급하다"며 "솔루션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국내 대형병원 등 실제 의료현장에서 제품을 쓰고 개선할 수 있는 실증 기회 역시 제도적으로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국내 AI 기업의 플립을 유출로만 바라보는 것도 글로벌 시대에 맞지 않는 보수적인 생각이다. 외국 기업이 국내에서 수익을 내고 외화를 유출하는 것과, 한국인이 국내에 지사를 두고 해외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기업의 위치만 달라졌을 뿐 기업가가 한국 국적을 가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것을 가두어 볼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2026-05-18 05:30:00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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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제 지고 경구제 온다…개원가 비만치료 게임 체인저는?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비만치료제 시장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국내 시장에 안착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경구용 GLP-1 작용제가 미국 FDA 허가를 받았고, 수술에 버금가는 체중 감량을 달성하는 3중 작용제가 임상 3상 데이터를 쏟아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첫 국산 GLP-1 비만 주사제가 식약처 허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진료과목을 불문하고 비만치료제에 대해 공부하는 시대가 열렸다. 올해 하반기 개원가에서 주목할 게임체인저는 무엇일까. 올해 하반기는 GLP-1 계열 주사제인 위고비, 마운자로 양자구도에서 변화가 시작되는 분기점이 될 예정이다. 국산 1호 비만치료제가 출시 대기 중이며 주사제 이외 경구제 국내 도입도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비만치료제 열풍을 타고 제약사별로 다양한 형태의 약물을 준비하고 있어 앞으로 개원가에서 비만치료 옵션이 다양해질 전망이다. 비만치료, 마운자로vs위고비 경쟁 현재까지 진료실 내 비만치료제 현주소를 짚어보면 GLP-1 기반 비만치료제 주사제 시장에 첫 출시한 위고비는 개원가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 후발주자인 마운자로에 역전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마운자로의 월간 처방 건수는 출시 첫 달인 2025년 8월 1만8579건에서 11월 9만7344건으로 넉 달 새 5.2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위고비는 처방 감소세로 돌아섰다.올해 4월에는 출시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월 20만 건을 넘어섰다. 출시 2주 만에 1만8500건을 기록하며 위고비의 첫 달 처방 건수를 뛰어넘었던 기세가 그대로 이어진 셈이다.처방 증가 속도를 설명하는 데이터는 임상에서도 그대로 반영된다. SURMOUNT-5 임상에서 마운자로(10mg 또는 15mg)와 위고비(2.4mg)를 직접 비교한 결과, 72주 시점 평균 체중 감소율은 마운자로 20.2%, 위고비 16.6%로 마운자로가 앞섰다.당뇨병학회 대정부위원회 김대중 위원(아주대병원)은 "환자들이 병원에 오기 전에 마운자로로 해달라고 이미 결정하고 온다"면서 "개인적으로 가격이 더 저렴하고, 2차 치료제로 마운자로 전환을 고려해 위고비를 제안하지만 당뇨 동반 환자는 마운자로가 선택지"라고 말했다.그에 따르면 마운자로의 경우 환자들이 먼저 당뇨병 치료 목적 처방 시 실손보험 청구를 염두에 두고 내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편 위고비의 경우 당뇨 치료제로 오젬픽을 출시, 급여로 인정받고 있다. 비만의사연구회 이철진 회장은 "GLP-1 주사제 시장은 마운자로가 이미 독식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고 짚었다.비만치료제가 주사제 독식 구도에서 경구제 등 다양한 형태로 확대될 예정이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기, 경구제 전쟁의 시작하지만 GLP-1 비만치료제가 경구제 시장으로 전환을 앞두고 있어 또 다른 변화가 예상된다. 일선 개원가에서는 마운자로 출시로 매출에 타격을 받은 노보노디스크는 국내 도입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위고비 알약 허가를 받았으며, 출시 첫 달인 올해 1월 주간 처방 건수 5만 건을 기록하며 초기 수요를 확인했다.  다만 마운자로를 출시한 릴리 또한 경구제 시장을 준비하고 있어 노보노디스크 입장에서 국내 출시를 앞당기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가정의학과의사회 한 임원은 "경구제 시장에서는 미국에서 위고비 알약이 먼저 선점하면서 릴리의 파운데요가 쫓아가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주사제에서는 마운자로에 밀렸지만 경구제에선 선점 효과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그는 "비만치료제 경쟁이 과열 상태로 경구제 국내 도입도 빨라질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주사제에 국한됐던 GLP-1 비만치료제 시장이 경구제로 확대되면 또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주사제→경구제 전환…공복이 필요한 약VS공복이 필요없는 약이처럼 주사제 이외 경구용 비만치료제 공급이 본격화되면서 개원가 처방에 또 한번 변화가 예상된다.특히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는 펩타이드, 비펩타이드 두 계열로 나뉘면서 임상 현장에서 어떤 치료제가 우위를 점할지가 관전 포인트다.위고비는 펩타이드 계열로 위장에서 분해되지 않도록 흡수 보조제를 함께 넣은 방식으로 위장 안에 이물질이 없는 공복 상태에서 삼켜야 하고 복용 전후 30분은 음식은 물론 물도 120mL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또한 릴리의 파운데요다. 올해 4월 1일 FDA가 허가한 이 약물은 소분자 비펩타이드 GLP-1 작용제로, 음식과 물 섭취 제한 없이 하루 한 번 언제든 복용할 수 있다.펩타이드와 비펩타이드 계열 간 경쟁도 주목한 만 하지만 일단 주사제에서만 국한된 시장이 경구제까지 확장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김대중 위원은 "주사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환자들은 감량률이 다소 낮더라도 경구제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경구약의 경우 꾸준히 유지하면 오히려 임상적으로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주사제의 경우 비용 및 편의성의 한계로 지속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반면 경구제는 지속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게 임상 현장 의료진들의 전망이다.한미약품의 국산 1호 비만치료제 출시에 개원의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 국산 GLP-1 주사제의 첫 출시또한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가 국내 비만치료제 주사제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이는 비용부담으로 '비만치료'를 시작하지 못한 환자군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그런 점에서 일선 개원의들도 국산 비만치료제 출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주목하고 있다. 현재 마운자로-위고비 양자구도에서 또 다른 선택지를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지난해 12월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하고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대상으로 지정된 이 약물은 올해 안에 출시를 목표로 상용화 조직이 이미 가동 중이다.이는 비만 성인 448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40주 중간 데이터에서 최대 30%의 체중 감소 효과와 평균 9.75%의 체중감소율을 확인했다.동양인이 위고비 글로벌 임상에서 서양인 대비 2~3%p 낮은 체중 감소(15% vs 13% 수준)를 보이는 경향이 있어, 에페글레나타이드도 위고비 대비 비슷하거나 1~2%p 낮은 수준에 위치할 것이라는 추정이다.일선 개원의들은 한미약품의 비만치료제 출시와 관련해 "비용적 측면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면서 "국내 제약사는 영업력 등을 기반으로 가격적인 측면에서 개원가 중심으로 빠르게 파고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3중 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수술 효과 넘보는 28.7%또한 당장 올해 진료실에서 출시될 가능성은 낮지만 주목할 만한 약물은 릴리의 레타트루타이드다. 이는 비만치료제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물질로 GLP-1, GIP, 글루카곤 세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3중 작용제로, 글루카곤 수용체의 추가가 핵심이다.기존 GLP-1·GIP 이중 작용제(마운자로)가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면, 여기에 글루카곤이 더해지면 에너지 소비도 동시에 증가한다.지난 2025년 12월 발표된 TRIUMPH-4 임상 3상 탑라인 결과가 그 가능성을 수치로 보여줬다. 최고 용량(12mg)군은 68주 시점에 평균 28.7%의 체중 감소, 평균 약 32.3kg(71.2파운드)을 감량했다. 3상 비만 임상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다.특히 58.6%의 참가자가 25% 이상 체중 감소를 달성했는데, 이는 대사비만수술(바리아트릭 수술)의 전형적인 감량 범위(25~35%)에 진입한 수치다.이철진 회장은 "임상에서 중단한 환자들 상당수가 부작용이 아니라 체중이 너무 많이 빠져서 투약을 멈춘 사례들이었다"며 "기존 비만 약물에서는 볼 수 없던 탈락 이유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만치료 개원의는 "비만치료제 시장이 커졌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앞으로 해당 시장은 무궁무진하게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비만치료 임상에서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 다음 세대 플랫폼으로 siRNA에 주목하고 있다."식욕 말고 지방을 직접 태운다" 다음 세대 플랫폼 siRNA 또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이외 다음 세대 플랫폼으로 소간섭 RNA(siRNA) 치료제도 눈여겨 볼 만 하다. 고지혈증 치료제 인클리시란이 이미 6개월 1회 피하주사 제형으로 시판 중이고, 고혈압 siRNA 치료제도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RNA치료제가 비만까지 확대될 전망이다.이철진 회장은 기전의 차이에 주목했다. 그는 "기존 GLP-1 약물은 모두 뇌의 식욕 중추에 작용해 밥을 안 먹게 해서 간접적으로 지방을 줄이는 방식"이라며 "ALK7을 타깃으로 하는 siRNA는 식욕과 전혀 상관없이 지방세포 자체를 직접 표적해 지방 연소를 유도한다"고 말했다.다시 말해 먹는 것과 상관없이 원하는 대로 지방을 줄이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국내에서는 올릭스가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올해 3월 공개된 ALK7 타깃 비만 치료제 OLX501A의 영장류 전임상 데이터에서 3mg/kg 단회 투여 결과 2주 시점에 지방조직 내 ALK7 mRNA가 최대 84% 감소했고, 4주 시점에도 약 70% 억제가 유지됐다.올릭스는 내년 상반기 IND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글로벌에서 가장 앞선 경쟁사(애로우헤드)와 약 1년 차이 수준이라고 밝혔다. GLP-1 계열 약물과 병용 시 체중 감소 효과가 추가로 나타난다는 전임상 데이터도 확인되고 있어, 향후 병용 요법 가능성도 열려 있다.이 회장은 "지금 몇 년은 GLP-1의 세상이었다면, 몇 년 후에는 RNA 치료제의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6-05-04 05:30:00국내사
기획연재

같은 혈당인데 환자마다 위험 달라…'평균의 오류' 깬 CGM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혈당 관리의 기준은 오랫동안 '평균'에 머물러 있었다. 당화혈색소(HbA1c)는 지난 수십 년간 당뇨병 치료의 핵심 지표로 자리 잡으며 환자의 장기적 혈당 조절 상태를 간결하게 보여주는 도구로 기능해왔지만 문제는 평균이라는 개념이 중요한 정보를 지워버린다는 점.하루 동안 반복되는 혈당의 급격한 상승과 하강, 특히 환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저혈당의 위험, 식후 급등과 야간 패턴 같은 미세한 변화들은 HbA1c라는 단일 수치 안에서 사라진다.그런 가운데 연속혈당측정기(CGM)의 확산은 단순한 기기 보급을 넘어 당뇨병 관리의 패러다임을 혈당 변동성(GV)과 목표 혈당 범위 내 시간(TIR)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기존 지표의 한계 인식이 CGM 기기의 확산과 함께 자가혈당측정기 기반의 산업 지형도마저 흔들고 있는 것.■ 데이터가 드러낸 HbA1c 중심 평균의 한계HbA1c는 당뇨병 관리의 핵심 지표지만, 동일한 HbA1c를 가진 환자 간에도 실제 혈당 변동 양상은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특히 저혈당 노출이나 식후 급등과 같은 위험은 평균값만으로는 포착되지 않는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CGM 기반 지표, 특히 Time in Range(TIR)다.TIR의 임상적 유효성은 이미 다수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2019년 발표된 다기관 분석에서는 TIR이 10% 증가할 때마다 당뇨망막병증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고, 같은 해 후속 연구에서는 미세혈관 합병증과의 상관성이 HbA1c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이 제시됐다.평균 혈당이 150 mg/dL 수준으로 유사하지만 한 환자는 하루 종일 140~160 mg/dL 범위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혈당을 유지하고 다른 환자는 50 mg/dL의 저혈당과 300 mg/dL 이상의 고혈당을 반복하며 큰 폭의 변동을 보이는 경우 예후는 어떻게 될까.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조재형 교수두 환자의 '평균'은 같지만, 임상적 위험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 후자의 경우 저혈당으로 인한 급성 위험과 고혈당 노출에 따른 만성 합병증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HbA1c 또는 평균 혈당을 보이는 환자라도 실제 위험도는 전혀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이처럼 평균값은 결과를 단순화하는 대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동성과 위험 노출을 상당 부분 소거한다. CGM이 제공하는 가치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연속적으로 수집되는 데이터는 단순 평균이 아니라, 혈당이 시간에 따라 어떤 범위에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TIR), 저혈당 또는 고혈당 구간에 얼마나 노출되는지(TBR, TAR), 그리고 그 변동 폭이 어느 정도인지(CV)를 동시에 보여준다.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조재형 교수는 이를 "혈당을 점이 아니라 흐름으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예전에는 공복혈당, 식후혈당 같은 특정 시점의 값만 보다가, 이후 당화혈색소로 평균을 보게 됐고, 지금은 연속혈당을 통해 변동성과 패턴까지 함께 보는 단계로 확장된 것"이라며 "지표가 바뀌는 게 아니라 계속 추가되면서 더 정밀해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그는 "CGM이 도입되면서 TIR이나 변동계수(CV)처럼 혈당 변동성을 반영하는 지표가 추가된 것이지 당화혈색소를 없앨 수 있는 건 아니"라며 "결국 혈당을 점이 아니라 패턴으로 이해하는 방향으로 확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CGM, 측정 넘어 '치료 개입'으로 작동CGM은 단순히 측정 빈도를 늘리는 기기가 아니라, 혈당을 '시간축 위의 데이터'로 재구성하는 도구라는 게 그의 판단. 평균값이 '얼마나 높았는가'를 보여준다면, CGM은 '왜 그런 평균이 만들어졌는가'를 설명하기 때문에 치료 전략의 변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실제로 CGM을 활용한 메타분석에서는 기존 자가혈당측정(BGM) 대비 TIR이 평균 수 %p에서 최대 10%p 이상 개선되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보고됐다. 이는 TIR이 단순 보조 지표가 아니라 임상적 예후와 연결되는 지표임을 시사한다.실제 임상에서도 이러한 '지표의 다층화'는 치료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HbA1c가 유사한 환자라도 TIR이 낮고 변동성이 큰 경우 치료 강도를 높이거나 식후 혈당 조절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접근이 달라진다. 이는 단순 수치 관리에서 벗어나, 혈당의 시간적 분포와 변동성을 함께 고려하는 정밀의료적 접근으로 이어진다.CGM의 임상적 가치는 단순히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환자의 순응도를 구조적으로 개선하고, 이를 통해 실제 임상 결과를 변화시키는 데 있다.기존 BGM은 환자가 자발적으로 하루 여러 차례 채혈을 수행해야 하는 구조로, 현실적으로 측정 누락과 데이터 공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반면 CGM은 자동 측정과 실시간 피드백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보완한다.조재형 교수는 "하루 4번 바늘로 찌르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큰 부담"이라며 "환자가 직접 해보면 통증과 불편 때문에 점점 측정을 회피하게 된다. CGM은 이 지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면서 순응도를 높인다"고 말했다.효과는 임상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기관 무작위 대조시험에서 CGM 사용군은 기존 BGM 대비 HbA1c 감소와 함께 TIR이 유의하게 증가했으며, 특히 고혈당 노출 시간(TAR)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 다른 장기 관찰 연구에서는 CGM을 지속적으로 사용한 환자군에서 약 절반 이상이 TIR 70% 이상 목표를 달성했고, 이 중 상당수가 HbA1c 7% 미만으로 개선됐다.조 교수는 실제 진료 경험에서도 유사한 패턴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그는 "약을 3제, 4제까지 늘려야 할 환자라고 생각했던 경우에도 CGM을 통해 식후 혈당 패턴을 정확히 파악하고 생활습관을 교정하면 약을 추가하지 않고도 개선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는 단순히 혈당 수치가 좋아지는 것을 넘어 약물 사용 자체를 줄이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즉 CGM은 '측정 → 피드백 → 행동 변화 → 치료 최적화'라는 일련의 경로를 통해 작동한다. 단순 모니터링 도구가 아니라 치료 개입의 일부로 기능하는 셈이다.■ 선택에서 표준으로…주요 학회, CGM 권고 상향이처럼 임상적 근거가 축적되면서 CGM은 주요 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빠르게 중심 위치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2023년 이후 '표준치료 가이드라인'에서 CGM 사용을 제1형 당뇨뿐 아니라 제2형 당뇨 환자까지 확대 권고하고 있으며, TIR 등 CGM 기반 지표를 공식적인 평가 항목으로 포함시켰다. 유럽당뇨병학회(EASD)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이며, CGM을 디지털 기반 당뇨 관리의 핵심 도구로 명시하고 있다.조재형 교수는 이러한 변화를 "이미 예견된 흐름"이라고 평가한다. "혈당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 자체가 합병증과 관련 있다는 근거가 쌓이면서,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해졌고 그 결과가 TIR과 변동성 지표"라며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지표는 계속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미국당뇨병학회의 2024년 개정 관리 지침. CGM을 제1형 당뇨병 진단 시부터 적용할 것을 제시했다(증거 수준 A).다만 그는 CGM이 기존 방식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보완적 확장'의 성격을 갖는다고 강조했다."당화혈색소를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면서 더 정밀한 관리가 가능해지는 구조"라는 설명이다.현장의 수용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비용과 정확도에 대한 인식이 보급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지적된다.조 교수는 "기술적으로 MARD(평균절대상대오차)는 계속 개선되고 있고, 결국 남는 문제는 가격"이라며 "가격 장벽만 낮아지면 CGM이 BGM을 대체하는 흐름은 자연스럽게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어 "의료진은 데이터를 보지만, 환자는 매일 채혈을 견뎌야 한다"며 "환자 입장에서 보면 '조금 더 비용을 내고 덜 아프면서 더 많은 정보를 얻는 선택'이 충분히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결국 CGM의 확산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당뇨병 관리의 기준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평균 혈당 중심의 단일 지표 체계에서 벗어나, 시간·변동성·패턴을 포함한 다층적 관리로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CGM은 더 이상 보조 도구가 아니다. 축적된 임상 근거와 가이드라인의 변화, 그리고 실제 진료 현장의 경험은 이미 이를 '표준 진료의 일부'로 자리매김시키고 있다.
2026-04-20 05:30:00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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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분야 조준한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세계 대전 개막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뇌와 함께 최후의 장기로 불리는 심장 분야에 치료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심혈관 분야가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고령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번 고장나면 각 기능이 연이어 망가지는 구조로 인해 지속적인 매출을 보장하는 시장으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의료기기가 고도화되며 펄스장 절제술(PFA)은 물론 삼첨판막, 좌심방이 폐쇄(LAAC) 등 차세대 치료법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존 시장 구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심혈관 분야에서 맞붙은 글로벌 기업들…"안정적 수익 발판"14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 환자의 폭발적 증가와 치료 접근성 향상으로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간 경쟁이 점점 더 가열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단일 기기 경쟁을 넘어 환자 치료의 전 과정을 놓고 패권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것.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서 심혈관 분야가 핵심 전장으로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심혈관 분야가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구조적으로 환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데다 반복 치료와 장기 관리가 가능해 수익성도 높기 때문이다.실제로 글로벌 조사 기관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심혈관 의료기기 시장은 2024년 777억1000만 달러에서 2029년 1103억9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 평균 성장률이 무려 7.3% 수준이다.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이 연이어 심혈관 분야에 뛰어들고 있는 배경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지속 매출이 가능한 구조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사업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있다.실제로 심혈관 기기의 경우 카테터, 풍선, 판막 등 대부분의 제품이 일회성 소모품 성격을 갖고 있어 시술이 늘어날수록 매출이 함께 증가하는 구조를 보인다. 한번 장비를 사면 끝인 분야와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의미다.여기에 환자의 재시술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하나의 환자가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인 매출을 만들어내는 장기 수익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을 이끌어 가는 주요 기업들이 연이어 심혈관 사업부를 확장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현재 글로벌 심혈관 시장은 세 기업이 핵심 축을 형성하고 있다.메드트로닉이 가장 폭넓은 심혈관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기업으로 평가되며 애보트와 보스톤사이언티픽이 그 뒤를 추격하는 구조다.세부 시장에서는 점유율 구도가 더욱 뚜렷하다.좌심방이 폐쇄(LAAC) 시장에서는 보스톤사이언티픽의 워치맨(Watchman)이 8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사실상 표준 치료로 자리잡았고, 구조적 심장질환 영역에서는 애보트가 마이트라클립(MitraClip)을 중심으로 일정 부분 비재력을 유지하고 있다.그 외 시장에서는 메드트로닉이 전체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판막 시장에서는 메드트로닉이 에볼루트(Evolut) 시리즈를 통해 TAVR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이처럼 각 기업이 특정 영역에서 우위를 확보한 상태에서 인접 시장으로 확장해 나가면서, 기존에 나뉘어 있던 경쟁 구도가 점차 겹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차세대 기술 놓고 패권 싸움 시작한 공룡들…접근 전략은 차이표면적으로는 모두 심혈관 전문 기업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 시장에 나서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메드트로닉은 세계 1위 기업답게 가장 전통적인 '풀 라인업' 전략을 취하고 있다.신제품인 에볼루트 FX 플러스(Evolut FX+) 기반 TAVR 시스템을 중심으로 판막 시장을 유지하면서 펄스셀렉트(PulseSelect)와 아페라(Affera)·스피어-9(Sphere-9) 기반 펄스장 절제술(PFA)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 대표적이다.여기에 메드트로닉은 마이크라(Micra) 무선 심박동기 등 전기생리와 심장 리듬 영역까지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심장이라는 한 분야 안에서 판막, 전기생리, 박동조율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병원을 파고드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메드트로닉과 보스톤사이언티픽, 애보트 등 글로벌 기업들은 서로 다른 전략으로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이 전략의 강점은 역시 병원 단위 계약이다. 병원 입장에서도 이 기기는 A기업, 저 기기는 B기업 제품을 쓰는 것보다는 하나의 기업 제품으로 커버가 가능하다면 운영 효율성이 높은 이유다.특히 최근 병원들이 개별 장비보다 통합 플랫폼을 선호하는 흐름과 맞물리면서 이러한 전략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반면 각 세부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확보하기 어렵고, 전문 기업 대비 기술 경쟁력이 분산될 수 있다는 한계도 존재한다.이에 따라 메드트로닉은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환자 발굴과 치료 연결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단순 포트폴리오를 넘어 환자 흐름을 장악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심혈관 분야에서 차기 왕권을 노리고 있는 보스톤사이언티픽은 훨씬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파라펄스(FARAPULSE) 기반 펄스장 절제술(PFA) 시스템과 워치맨(Watchman) 좌심방이 폐쇄(LAAC) 기기를 중심으로 심방세동(AF) 치료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파라펄스는 전기장을 이용해 심근 조직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으로 주변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차세대 절제 기술로 사실상 보스톤사이언티픽을 먹여 살리고 있는 효자 상품이다.또한 워치맨은 좌심방에서 혈전 형성을 막아 뇌졸중 위험을 낮추는 기전으로 차세대 기기로 평가받고 있으며 특히 파라워치(FARAWATCH)는 부정맥 치료와 뇌졸중 예방 시술을 동시에 진행하는 구조를 만들며 환자 단위 매출을 극대화하고 있다.여기에 에이전트(AGENT) 약물코팅풍선과 혈관 내 쇄석술(IVL)까지 더해 관상동맥과 말초혈관 영역으로 확장하며 전선을 넓히고 있다.결국 특정 질환군과 치료법에서 세계 시장을 좌우할만큼 확실한 우위를 확보한 뒤 인접 시장으로 빠르게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상대적으로 지배력이 덜한 애보트는 구조적 심장질환과 진단을 결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마이트라라클립(MitraClip)과 트라이클립(TriClip)을 중심으로 승모판과 삼첨판막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고 나비터(Navitor), 앰플래처 아뮬렛(Amplatzer Amulet) 등을 통해 판막 및 폐색 치료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는 상태.마이트라클립과 트라이클립은 각각 승모판과 삼첨판막을 클립으로 잡아 역류를 줄이는 최소침습 시술 기기로 개흉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게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특히 애보트는 여기에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진단 사업을 결합해 환자를 더 빠르게 발견하고 치료로 연결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즉 환자를 먼저 발굴해 시술하고 이후 관리까지 이어가는 수직 통합 전략인 셈이다.각자의 영역 구축하던 기업들 확장 전략으로 치열한 전투이처럼 경쟁이 격화되는 배경에는 시장 구조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심혈관 질환이 환자 수가 많고 반복 치료가 가능하며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고령화가 진행될수록 판막 질환과 부정맥 환자가 동시에 증가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성장성이 매우 높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특히 한번 심장 질환 환자를 잡으면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있는 것도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을 끌어당기는 요인이다.예를 들어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 단순 절제술 이후 좌심방이 폐쇄(LAAC) 시술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고 판막 질환 역시 조기 진단 이후 시술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재시술까지 보장하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이에 따라 기업들도 단순 제품 판매에서 벗어나 진단, 시술, 사후 관리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산업계에서 향후 경쟁의 핵심이 단순한 플랫폼을 넘어 데이터로 이동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환자의 진단, 시술, 추적 관찰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는 향후 치료 전략 최적화와 재시술 예측, 환자 관리 효율화에 핵심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심혈관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되는 또 다른 이유는 각 기업의 핵심 전장이 점점 겹치고 있다는 점이다.과거에는 메드트로닉이 TAVR, 애보트가 구조적 심장질환, 보스톤사이언티픽이 전기생리 분야에서 비교적 분리된 경쟁을 펼쳤지만 최근에는 이들 영역이 빠르게 교차하고 있다.부정맥 치료에서는 보스톤사이언티픽과 메드트로닉이 펄스장 절제술(PFA)을 놓고 정면 대결을 펼치고 있고 판막 시장에서는 애보트와 메드트로닉이 승모판과 삼첨판막을 두고 충돌하고 있다.여기에 좌심방이 폐쇄(LAAC) 영역까지 더해지면서 하나의 환자를 두고 여러 기업이 동시에 경쟁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결국 특정 영역을 나눠 갖던 시장에서 한명의 환자를 두고 기업들이 서로 겹쳐 싸우는 중첩 경쟁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의미다.펄스장 절제술로 촉발된 차세대 기술 전쟁…최후의 승자는?세부 시장에서는 충돌 지점이 더욱 뚜렷하다. 먼저 펄스장 절제술(PFA)은 부정맥 치료의 차세대 표준을 둘러싼 전쟁이다.기존 고주파나 냉동절제 대비 조직 손상이 적고 시술 효율성이 높다는 점에서 심혈관 치료 분야에서 무섭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글로벌 기업들은 심혈관 질환 환자 증가와 함께 소모성 부품의 증가를 수익 요인으로 판단하고 있다.일단 시장을 잡은 것은 보스톤사이언티픽이다. 보스톤사이언티픽은 파라펄스(FARAPULSE)를 통해 상업화 속도에서 앞서 나가며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리고 있다.반면 메드트로닉은 펄스셀렉트(PulseSelect)와 아페라(Affera) 기반 통합 플랫폼을 통해 매핑과 절제를 결합한 시스템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즉 보스톤사이언티픽은 초기 시장 선점으로, 메드트로닉은 시스템 완성도로 경쟁하고 있는 구조다.삼첨판막 역시 새로운 전장이다. 현재 판막 시장은 대동맥판막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른바 TARV 시장이다. 이에 반해 삼첨판막은 아직 초기 시장이지만 의미는 남다르다. 이 또한 차세대 기술의 전장이기 때문이다.특히 아직까지 차세대 기술의 검증이 끝나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각 기업들은 선점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단순한 적응증 확대가 아니라 심혈관 치료 시장의 외연 자체가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이에 따라 산업계에서는 향후 3년에서 5년간은 이러한 헤게모니 싸움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TARV와 펄스장 절제술이 그랬듯 삼첨판막과 좌심방이 폐쇄 등 차세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존의 점유율 구도를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글로벌 A기업 임원은 "PFA 하나만으로 보스톤사이언티픽의 매출과 주가가 두배 이상 상승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사건"이라며 "심혈관 분야에서 대기업들이 피튀기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를 한번에 설명할 수 있는 사례"라고 전했다.그는 이어 "특히 심혈관 분야는 메드트로닉의 안방이었다는 점에서 메드트로닉 입장에서도 물러설 수 없는 사업 분야일 것"이라며 "앞으로 최소 5년 이상 이같은 전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2026-04-15 05:30:00치료
기획연재

CT·MRI 해상도 경쟁 옛 말…통합 플랫폼 진화하는 영상 기기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글로벌 의료기기 산업에서 CT와 MRI 등 영상 진단 장비 시장의 경쟁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단순 장비 성능 경쟁을 넘어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병원 시스템을 결합한 플랫폼 경쟁으로 전장이 넓어지고 있는 것.의료기관들이 통합 솔루션에 관심을 쏟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누가 더 선명한 영상을 제공하느냐를 넘어 어느 기업이 병원 내 워크플로우를 장악하느냐의 싸움으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글로벌 3강 기업 플랫폼 경쟁 돌입…산업 개편 속도13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영상 진단 장비 시장이 과거 CT와 MRI 중심의 성능 경쟁에서 구조적 전환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파악됐다.영상 진단 장비 시장은 오랫동안 지멘스 헬시니어스(Siemens Healthineers)와 GE헬스케어(GE HealthCare), 필립스(Philips) 등 3강 체제가 이어져 왔다.지멘스와 GE헬스케어, 필립스 등 글로벌 3강 영상 진단 기업간 경쟁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이들 기업들은 해상도와 촬영 속도, 정확도 등을 중심으로 경쟁을 지속한 것이 사실. 하지만 최근 경쟁의 장비 성능에서 데이터와 병원 워크플로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과거에는 누가 더 선명한 영상을 만들고 더 빠른 촬영 속도를 제공하느냐가 승부를 갈랐다면, 지금은 누가 더 많은 환자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분석해 진단과 치료까지 연결하는 체계를 먼저 구축하느냐가 핵심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여기에 AI가 더해지면서 영상 진단 장비는 단순한 촬영 기기에서 병원 의사결정의 출발점이자 운영체제로 진화하고 있는 상태다.이 같은 변화는 기업들의 움직임만 봐도 분명하게 드러난다.GE헬스케어는 최근 광자 계수 컴퓨터단층촬영(Photon-counting CT) 시스템인 포토노바 스펙트라(Photonova Spectra) 허가를 받으며 지멘스가 선점한 차세대 CT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메드트로닉(Medtronic)은 미국심장학회(ACC 2026)에서 AI 기반 판막질환 알림 시스템을 공개하며 단순 기기 판매가 아니라 환자 발굴과 치료 연결 단계까지 사업을 넓히기 시작했다.필립스는 에드워즈 라이프사이언시스(Edwards Lifesciences)와 함께 심장 시술용 AI 영상 가이드를 내놨고 올림푸스(Olympus)와 캐논 메디컬(Canon Medical Systems)은 내시경 초음파 장비를 공동 개발해 협력형 플랫폼 모델을 제시했다.이러한 움직임은 각각 다른 방향으로 보이지만 산업적으로 보면 하나의 흐름으로 묶인다. 영상 장비 기업들이 더 이상 장비 기업에 머무르지 않고 진단·치료 경로 전체를 잡아내는 플랫폼 회사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물론 이러한 흐름의 출발점은 여전히 영상 장비 자체다. 결국 장비가 있어야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CT와 MRI, 초음파는 병원에서 환자를 처음 정의하는 장비다. 어떤 병변이 있는지, 어디를 어떻게 시술해야 하는지, 어떤 환자가 다음 단계의 치료 대상으로 넘어갈지 결정하는 첫 관문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최근에는 이 장비 위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의 가치가 장비 자체를 앞지르기 시작했다.GE헬스케어의 광자 계수 CT는 그 대표적 사례다. 이 장비는 X선 광자를 하나씩 계수하고 에너지 정보를 분리해 기존 CT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GE헬스케어는딥 실리콘(Deep Silicon) 검출기 기술을 통해 기존 프리미엄 CT 대비 최대 50배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결국 FDA허가의 의미가 단순히 신제품 하나가 추가됐다는 데 있지 않다는 의미다. 광자 계수 CT를 먼저 상용화한 지멘스에 맞서 GE가 영상 장비 시장의 다음 세대 경쟁에 공식 진입했다는 데 있다.왜 이런 경쟁이 지금 본격화되는가를 보려면 현재 영상 진단 장비 시장 자체를 볼 필요가 있다.AI 기반 의료 영상 시장은 2024년 13억6000만 달러 규모에서 2033년 197억8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이 34.7%에 달한다.AI 임상 워크플로우 시장도 2024년 20억8000만 달러에서 2030년 110억8000만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병원들이 더 이상 개별 장비만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의무기록(EHR), 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병원정보시스템(HIS)과 연결된 통합형 솔루션을 원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장비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병원 안의 정보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장악하는 회사가 더 큰 가치를 가져갈 수 있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지멘스-GE헬스케어-필립스 특화 전략 가동…이합집산도 활발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글로벌 3강의 전략은 뚜렷한 차이가 있다.일단 지멘스는 기술 선도형 모델을 택했다. 광자 계수 CT를 가장 먼저 상용화하며 프리미엄 시장의 기준점을 선점했고 높은 사양과 임상 정밀도를 앞세워 상위 병원 시장을 방어하고 있다.CT와 MRI 등 영상 진단 장비가 성능 경쟁을 넘어 통합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이 전략의 장점은 명확하다. 기술 리더십을 통해 브랜드 파워와 초기 시장 선점 효과를 모두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하지만 단점도 분명하다. 고가 장비 중심 구조인 만큼 설치비와 교체비가 높고, 기술 우위가 유지되지 않으면 프리미엄 전략이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 국내에서 지멘스 장비가 힘을 쓰지 못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GE헬스케어는 설치 기반 확장형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극도로 기술 선도형으로 나아가지 않아도 기존 고객 기반이 워낙 크다는 점에서 빠르게 추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선택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접목해도 된다는 의미다.이에 맞춰 GE헬스케어는 라인업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CT부터 MRI, 초음파라는 세가지 카테고리속에서 용도를 세분화해 일단 병원을 뚫고 들어가는 전략이다.이 전략의 장점은 역시 락인 효과에 있다. 병원 입장에서도 기왕이면 영상 장비 전체를 한 기업에서 맞추는 것이 호환성과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필립스는 두 회사와 방향이 다르다. 영상 장비 성능만으로 정면승부를 걸기보다 시술 가이드와 임상 워크플로우 연결을 통해 병원 안에서의 실제 사용 순간을 장악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필립스와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의 협업은 이런 전략 차이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양사가 FDA 허가를 받은 에코내비게이터 R5.0 위드 디바이스가이드(EchoNavigator R5.0 with DeviceGuide)는 AI로 승모판 치료 기기인 파스칼 에이스(PASCAL Ace)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시각화한다.이 제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영상 기업과 치료 기기 기업이 각자의 강점을 결합해 시술 환경 전체를 상품화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이합집산의 결과물이다.올림푸스와 캐논 메디칼 시스템즈의 내시경 초음파 협력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에 출시된 아플리오 i800 EUS(Aplio i800 EUS)이 대표적인 케이스.캐논은 초음파 영상 기술에 강하고 올림푸스는 글로벌 내시경 채널과 임상 네트워크에 강점이 있다. 각자가 약한 영역을 억지로 키우는 대신 협업을 통해 빠르게 상용화한 제품이 바로 아플리오다.이는 앞으로 의료기기 시장에서 협력형 플랫폼 모델이 더 늘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 복잡도가 높아질수록 단일 기업이 모든 영역을 독자적으로 장악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국내 기업들 소프트웨어로 시장 진출…한계는 분명이 같은 글로벌 경쟁 구도 속에서 국내 산업의 위치도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우리나라는 지멘스 헬시니어스나 GE헬스케어처럼 영상 장비 자체를 생산하는 기업은 제한적이지만, 인공지능 기반 의료영상 분석 영역에서는 빠르게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대표적으로 뷰노(VUNO), 루닛(Lunit), 코어라인소프트(Coreline Soft) 등은 흉부 영상, 암 진단, 혈관 분석 등 특정 영역에서 높은 정확도의 솔루션을 확보하며 글로벌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국내에서도 뷰노와 루닛, 코어라인소프트 등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영상 진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이들 기업은 장비를 직접 보유하지 않더라도 PACS, 클라우드 기반으로 병원 시스템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장비 기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플랫폼 경쟁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영상 장비 시장은 설치 기반이 곧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자체 CT나 MRI를 보유하지 못한 국내 기업들은 데이터 생성 단계에서 글로벌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또한 단일 AI 솔루션 중심 구조로는 병원 전체 워크플로우를 장악하는 플랫폼 경쟁에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그럼에도 기회는 여전히 존재한다. AI는 장비 종속성이 낮은데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이나 OEM 형태로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결국 국내 기업들도 단순히 '영상 판독 보조'를 넘어 병원 데이터 흐름과 의사결정 과정에 얼마나 깊이 들어갈 수 있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물론 글로벌 기업들도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통합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대로 세팅된 곳이 별로 없는 배경 중 하나다.일단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호환성이다. 각 기업들이 마련한 플랫폼이 전자의무기록과 통합하는데 애로점이 있기 때문이다.이를 넘어서도 데이터 표준화와 알고리즘 신뢰도, 의료진의 수용이라는 산넘어 산이 존재한다.고도화된 기기 또한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광자 계수 CT는 장비 가격과 설치 비용이 높아 초기 확산 속도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마찬가지로 협업형 솔루션은 각 회사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경우 확장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방향은 분명하지만 누가 병원 현실에 가장 매끄럽게 녹아드느냐가 승부를 가를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글로벌 영상 진단 기업 임원은 "더이상 영상 진단 시장은 기계를 파는 시장이 아니다"며 "AI와 데이터, 영상과 치료를 엮어 병원 워크플로우를 장악하는 기업만 살아남는 시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이어 "결국 어느 시점에 시장의 승자는 가장 좋은 장비를 만든 기업이 아니라 병원 내에 조용히 잘 침투한 기업이 될 것"이라며 "지금 벌어지는 경쟁 구도는 의료기기 산업에 운영체제 전쟁이 본격화됐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밝혔다.
2026-04-14 05:30:00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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