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비밀번호 변경안내 주기적인 비밀번호 변경으로 개인정보를 지켜주세요.
안전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3개월마다 비밀번호를 변경해주세요.
※ 비밀번호는 마이페이지에서도 변경 가능합니다.
30일간 보이지 않기
SELECT * FROM News WHERE Del_Code='0' AND Flag_ID='1' AND NewsState = 'Publish' AND ViewNews='V' ORDER BY Publish_date DESC , ID DESC Limit 0 , 15
  • 기획 기사

기획

상종 구조전환 1년차 진단...경증 환자 여전히 바글바글 딜레마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상급종합병원이 '3분 진료'에서 벗어나 중증·응급·희귀 질환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구조전환 지원사업이 시행 1년을 맞았다.하지만 병상 재편과 일부 중증수술 증가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체감 변화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여전히 잇따른다. 외래 대기실은 여전히 경증 환자로 붐비고, 환자 흐름 역시 기대했던 만큼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메디칼타임즈가 시행 1년차에 접어든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중증수술 늘었지만 외래 제자리…체감 효과 '미미'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경증·비응급 환자 진료에 과도하게 치중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중증·응급·희귀질환 중심 진료체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난해 10월부터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이 모두 참여 중이며, 오는 2027년 12월 31일까지 진행된다.각 병원은 경증환자 비율을 낮추기 위해 일반입원실 허가병상을 일정 비율 줄이고, 대신 중환자실·응급병상 등 중증진료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그 결과 구조전환 이후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수술은 2023년 3만3000여건에서 2024년 12월 3만7000여 건으로 약 4000건 증가했다.하지만 현장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정확한 성과지표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선 교수들은 "환자군 자체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반응을 공통적으로 내놓고 있다.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이 시행 1년을 맞았지만 현장 의료진들은 체감 변화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세브란스 정윤빈 외과 교수는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시작하면서 중증도 분류 체계가 일부 조정됐다"며 "전반적으로 중증도가 올라간 상황에서 병원은 지난 1년 동안 이에 맞게 환자를 받았다. 실제로 중증 환자가 늘고 경증 환자가 많이 빠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이어 "최근 일부 외래 환자가 줄어든 것은 전공의 집단 사직 여파 등의 영향으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성과로 볼 수 없다"고 전했다.실제 지표 또한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 외래환자는 2023년 9월 232만명에서 2024년 12월 222만명으로, 입원환자수는 같은 기간에 22만명에서 19만명으로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경증 환자 비율을 낮추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이들을 제한할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는 점이다.정윤빈 교수는 "병원이 적극적으로 회송을 추진한다고 해도 이를 강제할 수 없다"며 "중증도를 높이려는 노력은 계속되지만 경증 환자를 줄이지 못하는 것이 현장의 가장 큰 난제"라고 지적했다.이어 "현재는 진료의뢰서만 있으면 질환의 중증 여부와 무관하게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가능한 구조"라며 "거부할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간단한 수술까지도 환자 선호 때문에 타 의료기관으로 돌리기 어렵다"고 토로했다.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희경 교수 또한 "병상은 줄었지만 여전히 경증 환자가 많고, 외래 대기실은 하루 종일 붐비고 있다"며 "진료의뢰서가 있어야 상급종합병원 진료를 볼 수 있지만 환자 민원 등으로 1, 2차 의료기관은 진료의뢰서 발급을 거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경증 환자를 구분할 수 있는 보다 섬세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송 체계 활성화, 의료전달체계 정립 후 추진해야"상급종합병원의 경증·비응급 환자 진료를 줄이고 지역의 1·2차 의료기관과 역할을 분담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구조전환 지원사업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는 환자 회송이다.실제로 상급종합병원에서 지역 의료기관으로 회송되는 환자 수는 최근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상급종합병원이 종합병원 이하 의료기관으로 회송한 환자는 80만6000명으로, 전년 66만명 대비 22.1% 증가했다.같은 기간 회송 청구 건수 역시 74만2000건에서 90만7000건으로 22.2% 늘었고, 회송 관련 진료비는 약 416억원에서 726억원으로 7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문제는 이 증가폭이 '실제 경증환자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회송된 환자가 일정 기간 후 다시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역회송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 있고, 회송 건수 증가는 제도적 인센티브 확대에 의한 행정적 증가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이번 구조전환 사업의 핵심 중 하나는 경증환자 회송률을 높여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의 진료협력·전달체계는 이를 뒷받침할 만큼 정교하게 정립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그는 "당장 회송을 늘려도 결국 환자들이 몇 주 뒤 다시 상급종합병원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며 "대형병원을 고집하는 환자 의지가 강하면 병원 입장에서는 이를 막을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이어 "의료전달체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회송만 강제한다고 흐름이 바뀌지 않는다"며 "병원 종별 역할이 정착되지 않은 현실에서 의뢰·회송체계만 손보는 것은 현장과 동떨어진 접근"이라고 말했다.지난해 기준 상급종합병원이 종합병원 이하 의료기관으로 회송한 환자는 80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22.1% 증가했다.■ 복지부 성과지표 설정 착수…'중증환자 비율-회송 성과' 등 고려정부는 구조전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평가체계 마련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복지부는 올해 핵심 성과지표를 명확히 설정한 뒤 본격적인 평가에 착수하고, 이를 기반으로 향후 사업의 구체적 방향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증환자 비율, 회송 성과, 병상 재편 이행률 등이 주요 평가 항목으로 검토되고 있다.하지만 현장 의료진 사이에서는 우려가 적지 않다. 아직 의료전달체계와 지역 수용역량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평가부터 도입하면, 병원별 현실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 채 수치 맞추기식 구조전환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세브란스병원 정윤빈 교수는 실제 평가 항목이 될 가능성이 높은 지표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우려를 밝혔다.그는 "외래 진료량 감소나 중증 환자 비율 증가는 제도적 장치 없이 병원이 의지만으로 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회송을 강제하거나, 특정 환자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진료량을 줄이기 위해 병원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이어 "회송률을 높이라고 하지만, 진료협력과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회송 자체가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또한 그는 평가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는 중증도 분류체계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정 교수는 "중증도를 단순 비율인 70%, 80% 식으로 정해놓고 따르게 하면 의료현장은 버틸 수 없다"며 "특히 전문진료 분야는 질병군 분류체계 자체가 더 섬세하게 조정돼야 한다. 분류체계 개선 없이 중증도 비율만 강제하면 왜곡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2025-11-14 05:30:00제도・법률
기획

소아응급 24시간 열려있는 우리아이들병원...소청과 진료 선도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우리아이들병원. 병원 입구부터 심야 시간대에도 환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올해 4월부터 24시간 진료 체계를 본격화한 이후, 이 병원은 소아 의료 공백을 메우는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우리아이들병원은 연간 55만명의 환자가 내원하는 소아청소년 전문병원이자 공공의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의료법인으로 성장 중이다.대학병원 응급실 부하 줄이는 역할24시간 365일, 대학병원 수준의 진료시스템이 어떻게 가능할까. 우리아이들병원 정성관 이사장은 "야간 전담팀을 별도로 구성했다"며 "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원무과 직원까지 야간 전담 인력을 각 병원당 30명씩 배치했다"고 밝혔다.이와 더불어 구로와 성북 두 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7명을 추가 채용해 야간 진료를 전담하게 했으며, 보안 요원과 주차 관리 인력도 24시간 체계로 전환했다. 단순한 야간진료 연장과는 차원이 다르다.정 이사장은 "야간 진료를 하는 필수특화병원들은 보통 기존 원장들이 당직을 서는 구조인데, 우리는 야간 진료팀을 아예 따로 꾸렸다"며 "24시간을 하는 게 단순히 야간 진료 하고 끝나는 것과는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우리아이들병원 성북 전경, 대기실 모습.우리아이들병원이 24시간 진료체계를 구축한 이후 인근 대학병원들의 응급실 로딩이 감소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정 이사장은 "인근의 고대안암병원, 서울대병원, 경희대병원 등에서 응급실 로딩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며 "우리가 경증과 중등증 환자를 스크리닝해서 트리아제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덕분에 인근 대학병원 교수들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고 있단다.실제로 이 병원은 환자 상태에 따라 중증 환자는 서울대병원 등 3차 병원으로 즉시 전원하고, 중등증 환자는 고대 안암병원, 경희대 어린이병원 등으로 이송한다.  또 자체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병원에서 관리하거나 경증 환자는 1차 의원 재방문 권고 등으로 체계적으로 분류, 진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을 위해 각 대학병원 분과별 교수들과 카카오톡 단체방으로 실시간 소통하는 시스템도 마련했다.정 이사장은 "의전 갈등이 있었을 때는 중등증 아이들 치료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이제는 대학병원과의 유기적인 관계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우리아이들병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차병원이나 소아전문병원들은 대학병원과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더 강화할 예정이다.환자 대기실 공간은 소아환자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꾸몄다. 병원을 넘어 지역사회로…다양한 사회적 책임우리아이들병원은 진료협력센터에 간호사 6명을 배치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과 MOU를 체결하는 등 지역사회 활동도 적극 나서고 있다.정 이사장은 "아이들은 대부분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찾아간다"며 "국공립, 사립, 가정, 직장 어린이집 등과 모두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가령 체육대회나 행사가 있으면 의료진이 직접 출동해 의료 지원을 하고, 서울시 행사에서는 비만 검사, 영양 상담 등을 제공하는 식이다.얼마 전 국회 광장 행사에서는 구급차를 보내 아이들에게 내부를 체험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병원은 지역사회에 녹아 들어가야 하고, 지역사회와 함께해야 한다는 게 정 이사장의 생각이다.그런 맥락에서 부모교육 활동도 활발하다. 정 이사장이 관악구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강의했을 때는 150명의 부모가 참석했고, 30명 이상이 개별 상담을 요청했을 정도다.정 이사장은 "6개월간 배가 아프다던 아이는 식습관 문제였고, 다리가 아프다던 아이는 다리 각도가 틀어져 교정이 필요했다"며 "3분 진료의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부모상담에서 아쉬움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 기획으로 이어졌다. 실시간 양방향 소통으로 부모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예정이다.이와 더불어 새싹지킴이 병원(아동학대 전담의료기관)으로 지정, 운영 중으로 이밖에도 입양아동 의료 지원, 드림스타트 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다.특성화센터, 엑스레이 검사실, 운동처방실 등 소아환자에게 맞춤형으로 설계돼있다. 정 이사장은 "소아과 의사들이 진료만 보는 것도 좋지만, 외부적으로 사회적으로 좋은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다"며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본인의 사명감이나 사회 기여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또한 우리아이들병원은 전문병원이자 중소병원에서는 쉽지 않은 의대생 교육에도 참여하고 있다. 약 5~6년전부터 고려대, 연세대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들 대상으로 실습을 진행 중이다.정 이사장은 "실습에 참여한 의대생 8명 중 4명이 소아청소년과를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며 "의대생 때부터 미리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야 이후 소청과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우리아이들병원은 자회사를 설립, 병동의 전자차트 시스템은 소아 특성에 맞춰 자체 개발했다. 소아 특성에 맞춰 욕창 관리부터 인증평가 기준까지 모두 반영한 자체 시스템을 구축한 것. 내친김에 AI개발자를 영입해 AI청진기도 개발, 의료기기 허가 단계를 밟고 있다.우리아이들병원은 소아환자에게 맞춰 침대 대신 이불을 깔아두는 병실도 운영 중이다. 소아진료 최전방, 제도적 지원은 여전히 숙제말 그대로 소아진료 최전방을 사수하며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제도적 지원은 미흡한 실정이다. 우리아이들병원은 필수특화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11억원 지원을 약속받았지만 실제로는 1억 2천만원 지원 받은 게 전부다.더 큰 문제는 수가다. 24시간 365일 진료라는 쉽지 않은 선택을 했지만, 평일 밤 12시 이후 수가는 없다. 달빛어린이병원도 밤 12시 이후 별도로 산정된 수가는 없다보니 이를 유지하는 입장에선 아쉬움이 크다.심야시간대 내원한 환자들은 약국 이용에도 한계가 있다. 서울에 24시간 약국은 강남에 1곳뿐이며, 그마저도 숙취해소제 판매 비중이 높은 약국이다.이는 공공심야약국을 새벽 1시까지만 지정해두고 시간 당 4만원 지급하다보니 약사들이 운영하기 어려운 실정. 정 이사장은 "의약분업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고 했다.정성관 이사장은 소아환자는 '작은 성인'과 다르다며 소아환자의 특성에 맞는 진료를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대한소아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24시간 응급 클리닉 운영 경험을 초록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우리아이들병원의 경험이 정부 정책에 반영돼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우리는 허리 역할을 합니다. 3차 병원이 중증 환자에 집중하도록 돕고, 1차 의원과 긴밀히 협력합니다. 2차 병원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것, 그것이 저출산 시대 소아 의료의 미래입니다."연간 55만 명의 아이들이 찾는 우리아이들병원. 24시간 불 켜진 이 병원은 단순한 의료기관을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소아 의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었다. 
2025-11-11 12:01:06중소병원
기획

ADC 신약 각광 속 커진 급여 요구, 재정건정성 논의 할 때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다양한 암종에서 항체약물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가 표준치료요법(SoC)으로 부상하면서 환자 접근성 개선이 임상현장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ADC 계열 의약품의 국내 허가와 적응증 확대는 다른 치료제들과 마찬가지로 이뤄지고 있지만,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해선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급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매년 늘어나고 있는 항암요법과 이에 대한 활용을 위한 새로운 급여 적용 모델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급여 노크하는 고가 'ADC'글로벌 항암 치료제 시장에서 ADC 계열들의 약물이 각광을 받으면서 국내 임상현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에도 글로벌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각자 보유한 ADC 계열 의약품을 갖고 허가와 급여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품목을 꼽는다면 단연 엔허투(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 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다. 엔허투는 현재 임상현장에서 이전 치료경험이 있는 HER2 양성 유방암, HER2 양성 위 또는 위식도 접합부 선암종에서 급여가 적용, 활용되고 있다. 국내 급여업무를 담당 중인 다이이찌산쿄는 이에 더해 'HER2 저발현(HER2-low) 유방암' 및 'HER2(ERBB2)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까지 급여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 중 유방암 분야에서는 국내 의학회가 '진료 권고안'을 개정, 1차 혹은 2차 이상의 세포독성 항암 치료를 받은 HER2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엔허투' 사용을 권장한다고 뒷받침 했다.또한 길리어드 트로델비(사시투주맙 고비테칸) 역시 올해 삼중음성유방암(Triple Negative Breast Cancer, TNBC) 2차 이상 치료에서 급여를 적용받은 가운데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MSD)와의 병용요법도 최근 1차 치료 효과를 입증하면서 급여 확대 가능성을 저울질 중이다.요로상피세포암 분야에서 표준옵션으로 부상 중인 파드셉(엔포투맙베도틴)도 마찬가지다. 키트루다 병용요법으로 1차 치료 급여 적용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로부터 재수 끝에 '급여기준 설정'에 성공한 것이다.ADC 의약품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국내 식약처 허가 이후 보유 적응증 급여 적용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국내 허가된 ADC들이 경쟁적으로 급여를 추진, 임상현장 허들 낮추기에 돌입한 것이다. 여기에 다트로웨이(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 Dato-DXD, 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와 엘라히어(미르베투시맙 소라브탄신, 애브비) 등 국내 허가를 추진 중인 ADC 계열 신약까지 합한다면 논의 대상이 향후 더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이제 관심은 이 같은 고가 ADC를 급여로 적용 가능할 것이냐는 것으로 이어진다.참고로 지난해 건강보험 약제비 청구액은 약 2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항암제는 약 3조원으로 2020년 1조 8000억원 것을 고려하면 1조 2000억원 급증한 것으로, 약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2%까지 상승했다. 이에 더해 현재 신규 급여와 적응증 확대 신청을 추진 중인 항암신약 및 병용 치료옵션만 따졌을 때 예상되는 예산 투입액만 수천억원 이상이 될 것이란 후문이다. 따라서 엔허투 등 급여 확대를 노리는 ADC 의약품의 경우 약가인하 없이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보험당국이 항암신약이 늘어남에 따른 재정지출 거시적인 재정지출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보건복지부가 마련하고 이를 심평원이 구체적인 틀을 짜야 한다. 급여가 됨과 동시에 이에 대한 재정부담 등을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미리 준비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그는 "급여 확대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약가인하가 필수다. 엔허투의 암질심 논의과정에서도 쟁점이 됐다"며 "결과적으로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제약사가 재정분담에 대한 의지를 갖고 정부에 급여확대 당위성을 적극 설득해야 재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신약 급여 목마름 커지는 임상현장임상현장에서도 ADC와 같은 신약 도입을 위한 새로운 급여 모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5%인 환자 본인부담률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가령, 글로벌 항암 치료 가이드라인 상 SoC로 부상한 치료제가 국내 허가를 받을 시 환자 본인 부담률을 조정해서라도 우선 적용시키자는 의도다. 환자 부담률을 조금이라도 높인다고 하더라도 신약을 빠르게 급여를 적용 경제적이 부담을 조금이나마 낮추자는 뜻으로 풀이된다.매년 항암신약의 국내 도입과 급여 적용으로 건강보험 약제비 비중에서 항암신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서울아산병원 정경해 교수(종양내과)는 "신약들은 기존 세포독성항암제들과 비교하면 약가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제성평가 측면에서도 급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환자 입장에서는 급여가 안 되니 1000만원 짜리 치료제를 그냥 기다리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본인부담률을 높여서 빨리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환자들은 급여될 때까지 신약을 기다릴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정경해 교수는 "과거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에게 트라스투주맙+퍼투주맙+도세탁셀 병용요법이 처음 나왔을 때, 급여가 되지 않아 6사이클을 투약하면 치료비용이 약 4000만원에 달했다"며 "이후 비급여였던 퍼투주맙이 30% 선별급여로 조정이 돼 환자 부담이 약 500만원 환자들도 할 수 있었다. 급여 적용을 기다리다가 환자가 치료 기회를 놓치는 것 보다는, 일부 선별급여라도 빨리 적용해주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진단했다.마찬가지로 서울아산병원 박인근 교수(종양내과) 역시 "현재의 5% 또는 100% 본인부담이라는 제한적인 구조를 벗어나 중간 단계의 환자 부담률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환자 수가 적다고 해서 무조건 100% 본인부담을 하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앞으로 신약 ADC 계열 약물들이 점점 1차 치료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실을 인정하고 임상적 효과가 뛰어난 신약의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25-11-11 05:30:00외자사
기획

표준요법으로 우뚝 선 ADC 약물…항암 치료 패러다임 이끈다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항체약물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가 주요 고형암 치료 전면에 나서며 임상 현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다양한 암종에 강력한 효과를 입증하는 임상 연구를 통해 표준치료요법(SOC)으로 우뚝서며 치료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 것. 이를 통해 신약은 신약대로, 기존 ADC 약물은 뒷단에서 앞단으로 치료 전면에 배치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커지는 엔허투‧파드셉 영향력엔허투(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 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와 파드셉(엔포투맙베도틴, 아스텔라스)은 이미 국내 임상현장에서도 활용되면서 대표적인 ADC 계열 항암 신약으로 꼽힌다.이 중 엔허투는 유방암을 필두로 다양한 암종에서 치료 영역 앞선에 배치되는 모양새다.실제로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5)에서 공개된 'DESTINY-Breast05'와 'DESTINY-Breast11' 연구를 통해  HER2 양성 초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우선 DESTINY-Breast05는 신보조요법(수술 전 치료)을 받은 뒤에도 잔류 침윤성 병변이 남은 HER2(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제 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에게 T-DXD 단독요법을 캐싸일라(트라스투주맙 엠탄신(T-DM1, 로슈)와 비교, 생존 이점을 주요 평가 지표로 분석했다. 그 결과, T-DXD 단독군이 캐싸일라군 대비 '침습성 무병생존기간(Invasive Disease-Free Survival, IDFS)'과 '무재발 생존기간(Distant Relapse-Free Survival, DRFS)' 모두에서 사건 위험이 53% 감소했다(HR 0.47; p<0.0001).치료 효과 측면에서 T-DXD가 압도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SOC 부상 가능성을 입증해냈다.ESMO 2025에서 대표적인 ADC 약물인 엔허투가 다시 주목 받으면서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 행사 부스에도 많은 의료진이 찾는 모습이다.DESTINY-Breast11 연구에서도 T-DXD의 효과가 다시 드러났다.해당 연구는 고위험 조기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전(Neoadjuvant) 단계에서 T-DXD와 파클리탁셀, 허셉틴(트라스투주맙), 퍼제타(퍼투주맙) 병용요법(THP)을 투여한 결과를 평가한 임상이다. 그 결과, 병리학적 완전관해율(pathology Complete Response, pCR)은 T-DXD-THP 병용군이 67.3%, 표준 치료(용량집중 독소루비신, 시클로포스파미드 투여 후 THP 병용요법 투여(ddAC-THP)군이 56.3%로, 양 군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p=0.003). 또 무사건 생존률(Event-Free Survival, EFS)에서도 개선 경향이 관찰됐다.유방암에서 엔허투가 주목을 받았다면 파드셉은 요로상피세포암에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MSD)와 짝을 이뤄 SOC로 단숨에 부상한 약물이다. 기존 바벤시오(아벨루맙) 유지요법의 자리를 최근 위협하는 것을 넘어 임상결과를 무기로 메인옵션으로 부상 중이다.파드셉 역시 ESMO 2025에서 KEYNOTE-905/EV-303 연구 결과를 공개, 근침습성 요로상피암 환자에서 수술 전후(perioperative) 투여하는 면역항암제 조합 치료법으로서 파드셉과 키트루다 병용치료 시 표준요법 대비 50% 생존율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임상현장에서는 엔허투와 파드셉이 빠르게 치료 앞단으로 옮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숙제로 이상반응 관리를 꼽았다. 연구결과를 그대로 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서울성모병원 김인호 교수(종양내과)는 "엔포투맙베도틴 병용요법은 백금기반 항암치료 없이 요로상피암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기전의 옵션으로, 초기 임상 데이터 공개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며 "실제로 임상시험에서도 수치상으로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임상 연구에서 확인한 데이터를 실제 임상 현장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김인호 교수는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전신 상태가 양호한 경우가 많고, 반면 실제 임상에서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환자 비중이 훨씬 높다"며 "이런 이유로 임상시험과 리얼월드 간의 데이터 일관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즉 리얼월드 데이터가 풍부하지 않기에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TROP2 ADC TNBC서 충돌최근 TROP2 계열 ADC들은 난치성 유방암으로 알려진 삼중음성유방암(Triple Negative Breast Cancer, TNBC) 1차 치료옵션을 두고 경쟁할 정도로 발전했다.일부 임상에서 효과를 증명하는 데 다소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TNBC에서 만큼은 그 가치를 입증, 향후 임상현장 주도권을 놓고 ADC 간 맞대결하는 형국이 마련됐다. 치료옵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TNBC인 만큼 다트로웨이(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 Dato-DXD)와 트로델비(사시투주맙 고비테칸, SG)가 빠르게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격돌이 예상된다. TROP2 계열 ADC인 트로델비와 다트로웨이가 삼중음성유방암 1차 치료옵션으로 등극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특히 주목되는 것은 다트로웨이다. TNBC 1차 치료로서의 효과를 확인한 'TROPION-Breast02' 3상 결과에 따르면, 무진행 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은 다트로웨이군이 10.8개월로 대조군의 5.6개월보다 두 배 가까이 연장시키는 데 성공했다.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al, OS) 또한 다트로웨이군이 23.7%로 대조군의 18.7%를 상회했으며, 12, 18개월 전체생존율은 다트로웨이군이 75.2%와 61.2%, 대조군은 67.8%와 51.3%로 다트로웨이군의 사망 위험이 21% 더 낮았다.(HR=0.79, 95% CI 0.64-0.98) 객관적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 ORR) 역시 다트로웨이군이 9.0%의 완전반응(Complete Response, CR)을 포함해 62.5%로 29.3%에 그친 대조군을 압도했다.이에 뒤질세라 트로델비도 TNBC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ASCENT-03을 공개, 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연구 결과, 중앙 추적관찰 13.2개월 시점에서 트로델비군의 mPFS는 9.7개월로 대조군(6.9개월) 대비 개선을 이끌어냈다. ORR은 두 그룹이 각각 48.4%와 45.5%로 큰 차이가 없었으며, 반응 지속기간 중앙값은 트로델비군이 12.2개월로 대조군(7.2개월) 대비 개선된 결과를 이끌어 냈다.난소암 등 ADC 영역 확장그동안 유방암과 위암, 폐암 등에서 ADC 계열 약물이 활약한 가운데 향후 더 많은 고형암 치료를 적응증으로 한 신약도 늘어나고 있다.현재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난소암 적응증 획득을 추진 중인 엘라히어(미르베투시맙 소라브탄신, 애브비)를 주목해볼만 하다.엘라히어 는 FRα(엽산 수용체 알파)를 발현하는 난소암을 겨냥한 ADC로, 강력한 세포독성 약물 DM4를 암세포 내로 전달해 종양을 사멸시키는 기전이다. 특히 백금계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는 난소암 환자군에서 새로운 옵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치료제는 올해 1월 국내에서 희귀의약품에 지정되기도 했다.애브비는 난소암 적응증을 가진 ADC 엘라히어를 차세대 항암신약으로 낙점,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엘라히어는 백금 저항성 난소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3상 MIRASOL 연구로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해당 결과, 추적관찰 기간 30.5개월 시점에서, 엘라히어의 mPFS는 5.59개월로 표준치료요법군 3.98개월 대비 개선을 보였다. 객관적반응률(ORR)도  엘라히어  투여군이 41.9%로, 표준치료요법군 15.9%보다 높았다.파드셉이 주도 중인 요로상피암에서는 HER2 타깃 ADC가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제약기업 RemeGen이 자체 개발, 현재 화이자가 글로벌 임상을 추진 중인 '디시타맙 베도틴(Disitamab Vedotin)'이 그 주인공이다. ESMO 2025에서 HER2 발현 진행성 요로상피암 1치 치료에서 디시타맙 베도틴과 토리팔리맙 병용요법의 효과를 확인한 임상 3상(RC48-C016) 결과가 공개돼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해당 결과에 따르면, 병용요법 군의 PFS로 13.1개월 대조군 6.5개월보다 크게 상회했다. OS 역시 31.5개월로 대조군(16.9개월) 대비 긍정적인 개선을 이끌어냈다. 서울성모병원 김인호 교수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글로벌 연구 결과가 뒤 따라야 하지만 연구 결과 면에서는 충분히 긍정적인 결과물"이라면서 "요로상피암 관련 연구 중에서도 현재 없는 HER2 타깃 ADC이기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5-11-10 05:30:00외자사
기획

저수가 넘어 세계 탑10 진입한 샤리떼 대학병원 그 비결은?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300년의 역사. 총 4개 캠퍼스에 17개 센터 운영. 100개에 달하는 연구소. 교수 341명. 임상 의사와 의학자 5741명. 총 근무 인원 2만 4332명. 뉴스위크 선정 세계 TOP 10 의료기관.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샤리테 대학병원(Charité Universitätsmedizin Berlin)을 보여주는 단어들이다.1710년 베를린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설립돼 2003년 샤리떼 대학병원으로 통합된 이 의료기관은 독일은 물론 유럽을 넘어 세계 최고의 의료기관으로 꼽힌다.실제로 2003년 샤리떼 대학병원이라는 이름으로 통한된 뒤 이 의료기관은 압도적으로 독일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세 손가락에 꼽힌다. 또한 뉴스위크가 선정하는 세계 TOP 의료기관 중 10위를 벗어난 적이 없다.세계 Top 10 의료기관의 대부분을 미국 대학병원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특히 독일이 진료 보상 체례로 우리나라 의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진료군별 포괄수가(G-DRG)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때 이같은 성적표는 이례적이다.그렇다면 샤리테 대학병원은 포괄수가제라는 굴레속에서 어떻게 세계 10위권을 유지하며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었을까. 메디칼타임즈가 베를린 현지에서 그 비결을 들여다봤다.3293병상 중 병상가동률 80% 불과…중증 환자에 집중눈에 띄는 점은 샤리테 대학병원이 총 3293병상에 달하는 대형병원이지만 병상가동률은 80%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3293개 병상을 운영중인 샤리테 대학병원은 3차 병원의 역할을 위해 병상가동률 80%를 유지한다(샤리테 대학병원의 촬영 허가를 얻었습니다).2023년도 입원 환자수는 13만 7825명에서 2024년 14만 3759명으로 증가했고 외래 환자수도 78만 7757명에서 82만 2547명으로 늘었지만 병상 가동률은 여전히 80%를 유지하고 있다.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독일의 의료전달체계와 샤리테 대학병원의 철학에 숨어있다.독일은 1차 의료기관, 즉 개원가와 3차 의료기관, 즉 대학병원의 역할이 분명하게 나눠져 있다. 실제로 샤리테 대학병원 또한 이러한 의료전달체계를 명확하게 유지하고 있다.일단 샤리테 대학병원은 아무리 환자가 원한다해도 국내 대학병원과 같이 진료의뢰서 한장만으로 스스로 병원에 들어올 수 없다.개원의가 암 등을 의심한다 해도 확진이 될 때까지 진료 예약 자체가 불가능하며 확진이 됐다해도 샤리테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외래 진료 의사의 허들을 넘어야 한다. 과연 3차 병원에서 봐야할 암 환자인가에 대해 두세차례의 검증이 끝나야 비로서 진료가 가능하다는 의미다.국내에서 3차 병원에 들어가기 위해 편법처럼 쓰고 있는 응급의료센터를 통한 진입도 원천적으로 막혀있다.샤리테 대학병원 관계자는 "응급의료센터는 완전히 별도의 건물로 분류돼 있어 센터 안에서 진료와 입원이 이뤄지며 특별한 상병이 아닌 이상 그 안에서 퇴원까지 이뤄진다"며 "자의적 입장은 불가능하며 소방, 경찰, 협력병원 의사의 판단과 협조 요청이 있어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실제로 샤리테 대학병원의 응급의료센터는 400병상 규모의 별도 의료기관으로 존재한다. 그 안에 모든 진료과 의사들이 근무하며 진료-입원-퇴원이 그 안에서 이뤄진다. 사실상 병원안의 병원으로 운영되는 셈이다.샤리테 대학병원은 진료의뢰가 있다 해도 게이트키퍼 외래를 통해 적격 환자로 분류돼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샤리테 대학병원의 촬영 허가를 얻었습니다).이를 기반으로 본원 캠퍼스는 암 등 중증 질환에 특화돼 있다. 환자의 입원과 동시에 다학제 협진이 이뤄지는 중요한 기반 중 하나다.이로 인해 가령 2기 이상의 유방암을 진단받은 환자가 진료를 받을 경우 종양내과, 유방외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의 교수들이 다학제 협진을 시작해 치료의 시작부터 퇴원 전략까지 제시한다.또한 이 과정에서 다양한 신약 적용 가능성을 논의하며 연구와 임상을 잇는 통합적 접근이 이뤄진다. 국내 대학병원의 진료체계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부분이다.샤리테 대학병원 종합암센터(CCCC) 도미니크 모데스트(Dominik Modest) 센터장은 "어떤 루트로 환자가 샤리테에 오건 수술과 방사선, 전신 및 면역치료, 세포치료에 이르기까지 환자에게 어느 것이 가장 유리한가에 대한 다학제 협진이 가장 먼저 이뤄진다"며 "이 결정이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를 통해 샤리테 대학병원은 병상가동률이 80%대로 유지되고 있다. 경증환자가 아예 들어올 수 없는 구조로 운영되기에 가능한 수치다.흔히 말하는 국내 빅5병원들이 99%에 달하는 병상가동률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의료전달체계 구축이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연구비 수주만 5000억원 달해…연구중심병원의 표본하지만 그만큼 진료 수익에 대한 적자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독일의 보상 체계가 포괄수가제로 묶여 있다는 점에서 매년 진료 수익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샤리테 대학병원의 응급의료센터는 독립병원 형태로 운영된다(샤리테대학병원의 촬영 허가를 얻었습니다).샤리테 대학병원 또한 진료수익면에서는 매년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교수와 의사만 6천명에 달하는데다 전체 직원이 2만 4332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인건비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특히 보상체계가 G-DRG로 묶여 고난도 수술이나 고가 장비에 대한 보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중증환자 중심 진료로 병상가동률이 80%에 그치는 것도 적자를 일으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샤리테 대학병원의 진료 수익을 살펴보면 2024년을 기준으로 매출이 20억 유로(한화 약 3조 3천억원)에 달하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인건비와 재료비 명목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늘면서 2024년을 기준으로 적자폭이 8700만 유로(한화 약 145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샤리테 대학병원은 매년 이러한 적자를 견디며 어떻게 의료기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이에 대한 답은 연구비에서 찾을 수 있다. 강력한 연구 인프라를 통해 진료와 임상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말 그대로 진정한 연구 중심병원으로 자리를 굳혔기 때문이다.실제로 샤리테 대학병원의 지난 2024년 외부 연부비 수주액을 보면 무려 2억 7880만 유로(한화 약 4700억원)에 달한다.샤리테는 25개에 달하는 건물과 4개의 캠퍼스의 유기적 연결을 통해 진료-연구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샤리테 대학병원의 촬영 허가를 얻었습니다)여기에 독일 정부와 베를린시에서 지원하는 비용을 합하면 매년 수주하는 연구비가 한화로 5천억원을 넘어간다. 진료비 적자를 메우고도 수천억원이 남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구체적으로 수주 내역을 보면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진행되는 연구비만 2200만 유로(한화 약 400억원)에 달하며 글로벌 제약사 등의 임상시험 연구비가 4700만 유로(한화 약 800억원)에 이른다.여기에 유럽종양학회 등 학회와 각종 재단에서 지원하는 지원금도 3860만 유로(한화 약 630억원)에 달한다.이에 대한 배경은 강력한 연구 인프라에 있다. 국내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교수들이 대부분 진료에 매진하며 연구를 다른 트랙으로 진행하는 것과 달리 샤리테 대학병원은 이 모든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샤리테 대학병원이 강조하는 진료-연구 순환(Translational) 메커니즘이다.구체적으로 보면 일단 진료시스템의 차이가 크다. 샤리테 대학병원은 국내 대학병원과 달리 진료과 중심이 아니라 질환 중심 센터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각 질환별로 진료, 교육, 연구가 한데 묶인 17개 센터 체계를 운영하면서 다학제 진료는 물론 표준화된 임상, 연구 통로를 구축하고 있다는 의미다.교수들의 연구활동에 제한이 없다는 것도 강점 중의 하나다. 실제로 샤리테 대학병원 내에는 각 교수들이 세운 연구소(LaB)이 100여개가 넘는다.샤리테 대학병원에는 각 교수들이 설립한 100여개의 연구소가 운영중이며 섹터별로 건물을 쓰고 있다(샤리테대학병원의 촬영 허가를 얻었습니다)교수들은 연구윤리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선 안에서 산업군에서 제시한 연구비를 가지고 자유롭게 연구원을 선발하고 독자적 연구소를 운영한다.이 모든 연구소는 '종합연구소'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되며 환자의 진료데이터는 물론 임상시험 진행 현황 등이 한데 모여 임상 의사와 연구자들 모두가 이를 확인하며 협업을 추진할 수 있다.이를 통해 교수들은 단순히 임상시험을 넘어 스타트업 창업과 기술 이전, 대규모 펀드 조성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새로운 자금을 마련하는데 적극적이다.국내 대학병원들도 기술지주회사 등을 통해 이를 독려하고 있지만 진료가 우선시되는 시스템속에서 극히 일부에서만 활성화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부분이다.이는 곧 선순환 체계를 만들어낸다.센터 기반 통합 진료-연구 모델이 체계적으로 정립되면서 진료와 임상시험, 기초 연구가 함께 운영되며 산업을 넘어 재단과 정부에서 들어오는 혁신 펀드가 더해지면서 연구 성과가 단순히 논문을 넘어 또 다른 산업을 여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샤리테 종합암센터 도미니크 모데스트 센터장은 "샤리테의 가장 큰 강점은 진료와 교육, 연구가 모두 포괄적 센터 개념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라며 "환자 한명 한명마다 최상의 개별 치료 옵션을 찾고 신기술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진료 자체가 연구가 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이어 "모든 교수들은 이 환자에게 어떠한 치료법을 적용해 어떠한 순서로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는가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러한 고민들은 유럽을 넘어 세계적 치료 가이드라인의 재설정과 신약 개발의 기반이 된다"며 "샤리테에서 더 많은 혁신과 새로운 치료 접근법이 탄생하는 기반"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업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2025-10-31 05:34:00마케팅·유통
기획

항암제 개발 정밀의료 선택 아닌 필수…국내 신약개발 방향 교훈

[메디칼타임즈=박상준 기자]전 세계적으로 암 치료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는 정밀 맞춤형 연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는 유전자 분석 맞춤형 치료, 최적화 치료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궁극적인 목적은 기존 약물 효과를 더 높여 생존율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그렇다보니 최근들어 관련 임상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따라서 국내 항암 바이오텍과 항암제 개발 제약사들 그리고 암전문 임상연구기관들도 이러한 임상 연구 트랜드를 잘 파악하여 경쟁력있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이러한 트랜드는 최근 베를린에서 성료된 유럽종양학회(ESMO, 10/17~21)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정밀유전자 분석 기술(NGS)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임상 연구 세션을 별도로 만들었고,  이중 임상에서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의미있는 연구도 대거 발표했다. 궁극적으로는 치료의 개인화를 이끄는 핵심 연구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올해 유럽종양학회(ESMO, 10/17~21) 연례학술대회에서는 종양학에서 정밀의료연구가 대거 쏟아져 주목을 받았다. 사진은 유럽종양학회 행사장 전경. 주요한 몇가지를 살펴보면, 우선 중피종(mesothelioma)을 대상으로 한 NERO 연구(LBA106)에서는 방사선영상(radiomics), 유전체(genomics), 전사체(transcriptomics)를 인공지능 AI 알고리즘으로 통합 분석해 니라파립(niraparib) 치료에 대한 영상학적 반응을 예측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 국소 진행성 비소세포폐암을 대상으로 한 AEGEAN 연구(LBA70)에서는 영상학적 특징과 순환종양 DNA(ctDNA) 수치를 결합해 병리학적 완전반응을 예측할 수 있었고, 이러한 결과는 무사건 생존율(EFS) 개선과도 연관돼 있었다.이밖에도 CROWN 3상 연구의 사후(post-hoc) 분석에서는 전이성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인공지능(AI) 기반의 뇌전이 반응 분석과 폐 영상학(radiomics)이 RECIST 평가를 넘어선 예후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Abstract 2012P).게다가 유전자분석기술(NGS) 기술의 발전은 ctDNA 분석의 잠재력을 열어주고 있다. 이 기술은 미세잔존질환(MRD)을 비침습적으로 탐지하고, 치료 반응 및 재발 위험을 동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는 항암치료를 높인다.이번 유럽종양학회서도 대장암과 방광암에서 수술 후 ctDNA 수치를 활용한 보조치료 최적화의 가능성을 탐구한 두 건의 임상시험이 발표됐다.유전자 분석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던트 부스. 암환자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는 이 회사는 전 세계 정밀의료 연구를 대거 늘리고 있다.이중 DYNAMIC-III 연구(LBA9)는 Ⅲ기 대장암 환자에서 수술 후 ctDNA 수치를 기반으로 보조항암치료 강도를 조정하는 접근을 평가한 것으로, 그 결과, ctDNA 양성과 달리 음성 환자에서 표준 치료 대신 감량 치료를 적용했을 때 3년 무재발 생존율(RFS)은 비열등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즉 ctDNA 양성환자 를 골라내 치료를 계속하면 추가 생존율 개선을 이끌수 있다는 의미다.IMvigor011 3상 연구(LBA8) 에서는 근침습성 방광암 환자 중, 방광절제술 후 영상학적으로 질병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최대 1년간 정기적인 ctDNA 모니터링을 시행한 것인데, ctDNA 음성환자와 달리 양성 환자에서 아테졸리주맙(atezolizumab)을 투여후 무진행생존율과 전체생존율 모두 위약대비 유의한 향상을 보였다.또 AGITG DYNAMIC-III 연구도 ctDNA 검사를 통해 양성이 나온 그룹은 순차적 위험 조정 치료를 진행했고, 이후 옥살리플라틴 기반 항암화학요법 비율이 34.8%에 불과했다. 표준 요법으로 관리 받은 환자들이 88.6%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불필요한 치료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이처럼 ctDNA유전자는 항암 치료에 매우 중요한 바이오마커로, 간단하게는 추가치료가 필요한 군과 그렇지 않은군을 구별할 수 있다. 나아가 치료 최적화하거나 부작용 개선하는 진보된 치료법으로 발전시킬 수 있어 향후 항암치료제 개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독일 머크사 부스, 이 회사가 개발한 면역항암제 아벨루맙의 최적화 연구가 올해 유럽종양학회에서 발표됐다.분석기술과 더불어 치료 최적화도 연구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는 신약개발 이후 꾸준한 재개발 또는 재검증을 통해 기존 약물로 신약 개발수준에 버금가는 가치를 만들어주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진행성 요로상피암(urothelial cancer)에서 백금 기반 항암요법은 전통적으로 6주기 투여가 표준이었으며, 이후 아벨루맙(avelumab) 유지요법이 표준 치료로 자리 잡은 이후에도 이 일정은 바뀌지 않았다. 이번 유럽종양학회에서 발표된 2상 DISCUS 연구(LBA109)에 따르면, 백금 항암제 3주기만 투여하고 아벨루맙으로 이어가는 방식이 기존 6주기보다 효과는 유사하면서도 삶의 질은 더 우수했다.전이성 호르몬 민감성 전립선암 환자에서 도세탁셀(docetaxel)의 잇점을 처음 평가한 연구들은 거세저항성 질환에서 사용되던 75 mg/m², 21일 간격, 6주기 요법을 그대로 적용했다. 이후 ARPI(안드로겐 수용체 억제제) 병용 연구로 확장되었고, 이번 학회에서 발표된 ARASAFE 연구(LBA92)는 같은 상황에서 50 mg/m², 15일 간격의 감량 요법이 3~5등급 이상 부작용을 현저히 줄였다는 결과를 제시했다.전문가들은 이러한 최적화된 치료법은 그동안의 나왔던 수 많은 임상연구를 분석하고 다듬는 과정인데 인공지능의 발달로 서서히 임상에 적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이처럼 최근 암치료 개발 트랜드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을 활용한 유전자분석 기술 접목과 치료 최적화는 더 이상 이론적 논의 대상이 아닌 임상적 필수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학회가 이번 학술대회기간 전 세계 최초로 임상연구를 위한 인공지능 딥러닝 활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도 항암치료에서 정밀의료의 중요성을 대변한다.파브리스 앙드레(Fabrice André) ESMO 회장은 “ESMO의 최우선 과제는 혁신이 환자에게 이익을 주고, 임상의가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 해법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발표한 지침을 통해 많은 연구자들이 윤리적 지침을 지키면서 잠재력 있는 다양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유럽종양학회가 전 세계 최초로 임상분야에 인공지능 딥러닝 적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항암분야 연구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정밀의료 연구를 좀더 가속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항암치료제 개발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종양학 임상 트랜드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학회 참여를 통해 임상 견문을 넓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연구자들과 교류해 변화를 반영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임상이 가능하도록 임상연구윤리 등 제도적 변화와 뒷받침을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연구 성과 발표차 참석한 이뮨온시아 김흥태 대표(전 국립암센터 종양내과 교수)는 “국내 제약사나 바이오벤처들의 항암개발 방식도 변화가 필요하다. 연구 과정에서 정밀의료, 인공지능의 기능을 검토해 보다 차별화된 항암신약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과 교류는 물론 새로운 개발 트렌드를 보고 듣는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학회에 참석한 울산의대 민영주 교수는 “학회에서 보여주듯, 기술 기반의 임상 전략을 적극 수용할 때 비로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고 나아가 치료는 복잡해지만 궁긍적으로 환자의 생존율은 높아질 것"이라며 "미래의 항암치료는 맞춤형 치료가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다양한 연구가 수행될 수 있도록 제정적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업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2025-10-30 05:30:00국내사
기획

최장수 글로벌 제약사 머크 디지털 전환‧AI에 미래 걸었다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357년 전인 1668년 독일 다름슈타트의 작은 '천사 약국'에서 수작업을 통해 약품을 제조하면서부터 시작된 머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제약/화학 기업이다. 현재는 헬스케어, 생명과학 및 일렉트로닉스 분야를 이끄는 '글로벌 과학기술 선도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제약 분야에서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개발하고, 가장 어려운 질병들을 치료할 독창적인 방법을 발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얼비툭스(세툭시맙)로 시작된 신약 개발은 최근 바벤시오(아벨루맙)와 텝마코(테포티닙)까지 희귀 암종 분야에서 성공사례를 써 나가고 있다. 이런 의지는 2024년 전 세계 65개국에서 총 212억 유로(35조 4625억)의 매출을 달성한 것과 동시에 23억 유로(3조 8473억)를 연구개발(R&D)에 투입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머크와 같이 약국으로 시작, 제약 기업으로 성장한 모델은 국내에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제약 기업은 그동안 복제의약품(제네릭) 생산‧판매에 머물다 최근 신약 개발의 걸음마를 떼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머크가 생각하는 글로벌 신약 개발 트렌드는 무엇일까. 최근 메디칼타임즈는 독일 다름슈타트에 있는 머크 본사를 찾아 신약 개발을 위한 기업의 혁신 노력을 탐색해 봤다.독일 다름슈타트 지역에 위치해 있는 머크 본사 전경이다. R&D 허브로 제약산업을 비롯해 생명과학 및 일렉트로닉스 분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최장수 제약사가 보여 준 AI 혁신머크는 전 세계 제약 기업 중 최장수 기업으로 손꼽힌다. 이 가운데 머크는 2006년 스위스 제네바의 생명공학기업 세르노(Serono)를 인수하며 글로벌 제약사로서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세르노는 생식의학과 신경면역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회사로, 대표 제품으로는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레비프(인터페론 베타-1a)',  재조합 인간 난포자극호르몬(r-FSH) 성분 '고날-에프(폴리트로핀알파 75IU)'가 있었다. 머크는 약 134억 유로에 세르노를 인수, 머크 세르노(Merck Serono)’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바이오 제약의 시대를 열었다.합병 이후 머크는 기존 화학 기반 제약 중심의 사업구조를 넘어 면역학, 종양학, 생식의학, 신경과학 등 바이오의약품 중심의 연구개발 조직으로 재편했다. 독일 다름슈타트 머크 본사 전경이다. R&D 허브로서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며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독일 다름슈타트 본사를 글로벌 R&D 허브로 강화하면서, 머크는 명실상부 과학 기반 혁신의 상징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머크는 종양약 분야 신약개발을 위해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발히 활용하는 이른바 정밀‧맞춤 의료를 실현 중이다. 희귀 암종 치료제에서 주목할 만한 신약 개발에 성공하며 환자들에게 큰 임상 혜택을 제공 중이다.본사에서 만난 엠레 오즈칸(Emre Ozcan) 머크 글로벌 디지털 헬스 및 디바이스 헤드(Global Head of Digital Health & Devices at Merck)는 신약개발에 있어 AI와 디지털 기술 활용은 필수를 넘어 핵심으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특히 머크는 'around-the-drug' 솔루션이라는 이름하에 조기 진단 위한 디지털 바이오마커(Digital Biomarker)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여기서 디지털 바이오마커란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 환자의 건강 신호를 감지하는 기술을 말하는 데 머크는 이를 미래 기업의 핵심 동력, '금광(gold mine)'으로 여기고 있다.엠레 디지털 헬스 헤드는 "디지털 헬스와 AI 도구를 점점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이러한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그 안에서 질병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패턴을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희귀암 연구 분야에서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스프링웍스(SpringWorks) 프로젝트가 그 예시"라고 언급했다.독일 머크는 357년 역사를 가진 세계 최장수 글로벌 제약사로 평가되고 있다.디지털 기술을 통해 '각 개인에게 맞는 약'을 가장 적절한 시기와 방법으로 적용하는 맞춤형 치료의 시대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여기서 대표적인 사례를 꼽는다면 요로상피암 분야 신약 개발이다. 가령, 바벤시오는 주로 고령 남성 요로상피암 환자에게 사용되지만, 피미코티닙은 30~50대, 즉 사회활동이 활발하고 가정이 있는 환자층이 주요 대상이다. 세대 별 맞춤형 정밀의료를 실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그는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탐색하고, 여러 기관에 흩어진 단편적인 정보를 연결함으로써, 어떤 환자가 어떤 질환 위험군에 속하는지를 더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게 한다"며 "결국  AI는 '환자가 실제로 질병의 결과를 겪기 전에' 질병을 찾아내고 개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엠레 디지털 헬스 헤드는 "치료를 받으면서도 일과 삶을 병행하길 원한다"며 "머크는 이러한 환자들이 치료와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일상 속에 치료를 통합하는 솔루션을 설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함께 자리한 크리스티안 로이프겐(Christian Leufgen, 이하 크리스티안) 머크 글로벌 직원 관계(ER) 헤드 (Global Head of People Recognition, Rewards & Relations at Merck)는 직원들의 적극적인 AI 활용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크리스티안 HR 헤드는 "머크는 인공지능을 조직의 미래를 위한 핵심 역량으로 보고 있으며, 그 초점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 AI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있다"며 "일부 일자리는 AI로 인해 사라질 수 있겠지만, 진정으로 중점을 두는 것은 사람들이 AI와 협력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추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왼쪽부터 엠레 오즈칸(Emre Ozcan) 머크 글로벌 디지털 헬스 및 디바이스 헤드(Global Head of Digital Health & Devices at Merck), 크리스티안 로이프겐(Christian Leufgen, 이하 크리스티안) 머크 글로벌 직원 관계(ER) 헤드 (Global Head of People Recognition, Rewards & Relations at Merck).우수한 의료데이터, 활용 극대화 숙제머크는 이러한 의지 하에 2019년부터 '스페셜티 케어 분야 리더 도약'을 목표로 삼고 한국 시장에 혁신 신약 및 희귀 난치성 질환 치료제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한국의 발전된 의료기술에 디지털 헬스 및 AI 기술을 접목함에 따른 성공 가능성을 주목한 것.실제로 최근 정부는 필수 의료 분야의 AI 연구·개발 가속화를 위한 5개년 로드맵을 수립하고, 의료 AI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KPBMA)가 AI 신약개발 지원 인프라 구축을 주요 과제로 지정했다.머크는 이 같은 우리나라의 움직임을 주목, AI·디지털 혁신 전략을 적용하고 확장하기에 이상적인 인프라를 가진 국가로 본 것으로 풀이된다.독일 다름슈타트 머크 본사의 모습이다. 글로벌 제약사인 만큼 근무지와 근무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유연 근무환경(Flexible Work Environment) 조성에도 주력하고 있으며, 전 세계 리더들이 이러한 제도를 실제로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엠레 디지털 헬스 헤드는 "한국은 이미 세계적으로 가장 발전된 전자의무기록(EMR) 및 건강 데이터 시스템을 갖춘 국가 중 하나로, 이제는 그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며 "데이터의 통합과 공유(Data Integration & Sharing)가 필요하다. 한국은 이미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각 기관이나 분야별로 분리돼 있어 연계가 어려운데, 이를 극복해 통합적으로 데이터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그는 "의료진이나 보건 전문가 등 실제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동기 부여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의료 시스템은 '진료 건수'나 '진료 시간'에 따라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치료 결과'에 기반한 보상은 부족하다"며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면 더 정확한 진단과 효율적인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디지털 도구와 데이터 활용에 대해 적절한 보상체계나 보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방대한 데이터를 의료진과 환자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시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능력을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간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신약개발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다는 평가다.디지털 기술력과 정밀 진단 분야의 전문성, 인구 건강(Population Health)에 대한 판단력을 바탕 위에 약물 탐색(Drug Discovery)이나 신약 개발 기능을 단계적으로 확장한다면 신약 개발 성공사례를 써 내려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엠레 디지털 헬스 헤드는 "신약 연구개발은 수년의 연구 끝에도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상업화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기적 투자가 필수적이며, 높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분야"라며 "이 산업에서는 규모의 경제, 위험 관리, 그리고 강력한 파트너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평가했다.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5)에 마련된 머크 부스 모습이다. 머크는 세대별 맞춤형 정밀의료 실현을 목표로 다양한 희귀 암종 치료제 개발에 힘쓰고 있다.아울러 머크는 글로벌 제약 기업으로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적극적인 소통 시스템 마련에 대한 의지도 상당했다. 글로벌 제약사로 스텝 업을 노리는 국내 제약사로서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크리스티안 HR 헤드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복지제도를 직원 개개인에게 더 가까이 연결하는 새로운 시도를 준비 중"이라며 "예를 들어, 현재까지도 여전히 직원이 복지 프로그램을 필요로 할 때 관련 정보를 찾기 어려운 경우들이 있는데, AI나 챗GPT를 활용해 손쉽게 이용 가능한 모든 복지 프로그램을 한눈에 확인하고 신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전했다.그는 "직원이 필요한 순간에 즉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 개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역량 개발 측면에서 디지털과 AI 관련 업스킬링(Upskilling)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AI가 이미 개인의 일상에 익숙한 만큼, 이제는 업무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과 조직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머크는 직원들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업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2025-10-29 05:30:00외자사
기획

'뉴노멀' 맞는 의과대학…정원 불확정·신뢰 회복 과제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의정갈등으로 중단됐던 의대 수업이 재개된 지 두 달, 캠퍼스는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하지만 수업의 정상화 뒤에는 압축된 일정, 바뀐 교육방식, 그리고 정원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이 교차하고 있다.의과대학들은 학사 회복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진정한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학도 주말도 반납한 의대생…'정상화' 속도 높이는 의과대학의정갈등 이후 의과대학 교육 현장은 복귀와 재편을 동시에 겪고 있다. 의정갈등이 끝나며 수업은 재개됐지만, 교육 현장은 이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대학들은 방학 반납과 계절학기 운영을 통해 밀린 수업 만회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동아의대는 지난 9월 개강 이후 향후 1년 반 동안 방학 없이 교과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며, 의예과는 계절학기를 통해 부족한 수업시간을 채운다. 전남의대, 강원의대 등 또한 방학 기간을 통해 1학기 수업을 진행한다.이외에도 한 국립의대는 개강 후 집중강의를 위해 하루 10시간 이상, 주 6~7일의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서울의대의 경우 지난 5월 학생들이 일찍 복귀한 만큼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편이다.서울의대 교수는 "초반에는 학생들이 수업을 따라가기 벅차해 온라인 강의 중심으로 진행했다"며 "1달 정도만 적응기가 있었고 이후로는 빠른 속도로 안정화 돼 현재는 예년과 똑같은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공백기가 길었던 만큼 임상실습 축소와 학습 과부하 등은 해결이 필요한 새로운 과제로 남아있다.이미 일부 대학은 기존 8주 과정의 임상실습을 7주로 축소했고, 실습 참여 인원도 한정적으로 운영 중이다.의과대학 관계자는 "아무리 집중해도 1년 8개월이라는 공백이 있었던 만큼, 예년과 같은 수준의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금도 학생들이 수업 진도를 따라오기 벅찬 상황이라 무작정 시간만 늘린다고 능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이어 "학교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압축수업 및 임상실습 기간 단축은 불가피하다"며 "결국 올해 안에 학사 일정을 정상화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전했다.의정갈등 이후 1년 8개월만에 의대생들이 복귀해 캠퍼스는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뉴노멀' 맞는 의대 교육 패러다임…AI·시뮬레이션 강화이러한 일정 조정 속에서도 의과대학들은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PBL(문제중심학습)과 TBL(팀기반학습)을 확대하고 있다.이는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기보다 실제 환자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방식이다.교수진은 강의자가 아닌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역할을 맡아 학생들의 사고 과정과 판단력을 관찰하고, 토론 과정에서의 논리 전개와 팀워크를 함께 평가한다.서울과 지방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의과대학은 올해부터 PBL 세션 수를 기존 대비 1.5~2배 늘렸으며, 일부 대학은 임상실습과 연계된 PBL 통합 세션을 새롭게 도입했다.이러한 수업 방식은 실제 병동에서 경험하는 사례를 그대로 토론 과제로 옮겨와, 학생이 진단과 치료 계획을 세우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단순한 암기식 수업보다 현장 대응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줄어든 임상실습 기간은 시뮬레이션 기반 교육으로 보완하고 있다.대학들은 VR 시뮬레이터, 표준화환자(SP: Standardized Patient) 프로그램, 고성능 술기 트레이너를 도입해 실제 진료에 가까운 환경을 구축 중이다. 일부 대학은 야간·주말 실습을 병행하고, 1인 1기구 원칙을 적용해 실습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의과대학협의회에 따르면 2025년부터 모든 의대에 시뮬레이션센터 설치가 의무화될 예정이다.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대체 교육이 아니라, 향후 의학교육의 표준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일부 대학은 이와 함께 디지털 학습 플랫폼 통합을 추진 중이다. 학생 개인별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 부족한 영역을 보완하고, 교수-학생 간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AI 기반 학습관리시스템(LMS, Learning Management System)을 운영 중인 학교도 늘고 있다.의대 교수진 사이에서도 이번 계기를 통해 오히려 교육방식의 혁신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지방 국립대병원 교수 A씨는 "의정갈등 이후 의과대학 교육방식 전반이 재검토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밀린 수업을 메우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의학교육의 질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이어 "다만 수도권과 지방 의과대학 간 교육환경 격차가 이미 큰 상황에서, AI 기반 학습시스템이나 시뮬레이션 인프라 도입은 그 차이를 더 벌릴 우려가 크다"며 "지방의대는 인력과 예산이 모두 빠듯해 자체적으로 이런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기 어려워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의과대학은 임상실습 기간을 줄이고 시뮬레이션 기반 교육 등으로 보완하고 있다.■ 2027년 의대 정원 아직 '안갯속'…의대생 불안 여전교수와 학생간 신뢰 회복 역시 해결돼야 할 문제다. 빠듯한 일정 속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지난 의정갈등 과정에서 생긴 감정의 골은 메워지지 않았다.익명을 요구한 의대 교수는 "표면적으로는 수업이 정상화됐지만, 교수와 학생 모두 아직 서로 눈치를 보는 분위기"라며 "갈등의 여파로 생긴 거리감이 여전히 남아 있고, 서로를 다시 믿고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이어 "대세에 따라 복귀했지만 여전히 휴학을 이어가야 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당장 내후년부터 의대정원이 어떻게 결정될지 알 수 없어 불안감 때문에 완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는 것"이라고 전했다.교육 여건의 불안정성도 여전하다. 당장 내년 이후 명확한 의대정원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각 대학은 향후 교육 인프라와 실습 병상 확보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그는 "정원이 늘어날지, 그대로일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학사일정을 계획하는 게 쉽지 않다"며 "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내후년까지 방향이 정해지지 않으면 교육 운영 전반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5-10-27 05:30:00제도・법률
기획

전공의 복귀 2개월 째…인건비 상승·정책 지연 '이중고'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의정갈등으로 수련환경을 떠났던 전공의가 복귀하고 두 달 가량 시간이 흘렀다. 정부는 최근 비상진료체계를 해제하며 1년 8개월만에 의료대란을 공식 종료했다.겉으로 보기에는 의료계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듯하지만, 내부에서는 여전히 균열이 이어지고 있다.무엇보다 교수와 전공의 간의 '스승과 제자' 관계가 회복되지 않았고,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공백 또한 좀처럼 메워지지 않고 있다.■ 교수-전공의 더딘 신뢰회복…"정부, 수련 개선책 속도내야"지난달 초 전공의들이 대거 복귀하며 각 수련병원은 인력 부족이라는 고민을 덜게 됐다. 외래진료와 입원, 수술 등 주요 진료과정이 빠르게 예년 수준을 회복하며 의료현장은 겉으로 보기엔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서울의 대학병원 교수 A씨는 복귀 초기 분위기를 묻자 "초반엔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며 "하지만 복귀 후 첫 회의 때 전공의들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레 문을 열고 들어와 자리에 앉는 담담한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소회를 전했다.이어 "요즘 세대답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속도가 빠른 것 같다"며 "내부적으로는 복합적 감정이 있었겠지만, 현장은 생각보다 빨리 기존의 리듬을 되찾았다"고 밝혔다.빅5병원 교수 B씨도 "병원마다, 과마다, 과 내부에서도 교수별로 체감이 다르지만, 개인적으로는 매우 행복하다"며 "의정갈등을 계기로 전공의를 가르치면서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 다시 한번 느꼈다"고 전했다.이어 "환자가 줄어든 상황 속 전공의가 돌아와 과거에 비해 전반적인 진료 과정에 여유가 생겼다"며 "복귀한 전공의들 또한 열정적으로 수련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반면, 의정갈등 이전의 수준으로 관계회복을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신중한 목소리도 나왔다.수도권 대학병원 교수 C씨는 "복귀 후 복도에서 과거 친하게 지내던 전공의를 마주쳤는데, 어색한 듯 인사도 없이 지나갔다"며 "전공의들도 사직에 동참하지 않은 교수들에 대한 서운함이 남아 있을 것이다. 복귀 전처럼 관계가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고 밝혔다.그는 정부가 약속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정책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변화 의지를 전공의들이 현장에서 체감해야 사기가 회복되고, 수련과 진료의 정상화도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설명이다.대표적인 예시가 '책임지도전문의제'다. 복지부는 지난 9월 전공의 수련환경 혁신지원 사업을 발표하며, 전문의를 책임지도전문의와 교육전담지도전문의로 나눠 별도의 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전공의 수련의 질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9월까지 정비를 마치고 10월부터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지연되고 있다.C씨는 "기존 계획은 10월부터 시작이라 병원도 그에 맞게 준비하고 있었는데 지연돼 아직까지 세부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며 "이대로라면 11월 시작도 어려울 것 같다. 전공의 복귀 전에는 정부가 여러 개선책을 쏟아냈지만, 막상 복귀하고 나니 또다시 깜깜무소식이 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전했다.■ 역할 바뀐 상급종합병원 적절한 전공의 TO는?전공의 복귀 이후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병원 내부 인력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전공의 대다수는 의정갈등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지만 상급종합병원은 47개 모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참여하며 병상을 최대 15%까지 축소했다.복지부는 구조전환 성과에 따라  '1조원+α'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장은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서울대병원 강희경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병상을 줄이며 당연히 입원 환자가 줄였는데 병원 경영진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며 "공의 복귀로 추가 인건비가 발생하면서 팀 인원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실제 내부에서는 임시 교수 정원이 회수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전했다.이 같은 불안감은 최근 대법원에서 전공의가 주 40시간을 넘어 초과 근무할 경우 초과근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며 더욱 확산되고 있다.대법원은 업무수당, 상여금, 당직비 등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된 수당은 통상임금으로 산입하고, 실제 주 40시간을 초과한 근로에 대해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금 및 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실제 전공의 복귀 움직임이 감지되며 간호계에서 가장 먼저 인력 개편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실제 PA(진료지원) 간호사 상당수는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동안 의료공백을 메워왔지만 복귀가 결정되고 부서 이동이나 업무 축소를 통보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대한간호협회가 PA 간호사 74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41.1%(305명)가 전공의 복귀 이후 '원치 않는 부서 이동'(7%·52명)이나 '업무 조정'(34.1%·253명)을 겪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사전 협의나 동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강희경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의 체질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전공의 등 의료인력 TO(정원) 또한 전반적으로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그는 "궁극적으로 미래에 필요한 각 분과별 전문의 인원을 우선 파악하고, 그에 해당하는 규모의 전공의를 선발해 제대로 수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지금은 병원의 노동력 수요에 맞춰 인력을 뽑는 구조라, 미래 의료인력 계획과는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전공의 복귀 후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방향을 전면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병원 교수는 "경증환자 진료를 줄이라는 취지로 병상 축소를 지시했지만, 여전히 외래를 통해 많은 경증환자를 보고 있다"며 "전공의가 복귀한만큼 의료개혁 정책도 뉴노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필수의료 전공의 미복귀 여전…전문의 시험 자격도 '논란'지방 및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미복귀 문제와 하반기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 논란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올해 하반기 모집을 통해 7984명의 전공의가 수련 과정에 복귀하면서 전체 전공의 인력은 1만 305명으로 사태 이전의 76.2% 수준까지 늘었다.하지만 지방의료와 필수의료 기피 현상은 오히려 의정갈등 이전보다 심화된 모습이다. 수련병원의 전공의 복귀율은 수도권이 63%인 반면, 비수도권은 53.5%에 그쳤다.진료과별 격차는 더 컸다. 인기 과목인 피부과·안과·성형외과의 복귀율은 90% 안팎이었지만, ▲산부인과(48.2%) ▲응급의학과(42.1%) ▲외과(36.8%) ▲소아청소년과(13.4%) 등 필수과목은 복귀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빅5병원 필수의료과 전문의는 "예전에는 인턴을 설득할 때 '이제 더 떨어질 곳도 없으니 반등만 남았다'고 얘기했는데 현실은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며 "전공의 복귀율이 높은 과목은 대부분 근무 강도나 낮거나 개원이 용이한 비응급 중심"이라고 지적했다.이어 "정부가 지역, 필수,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설치 등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면 향후 상황이 크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며 "특히 필수의료과는 수련을 떠나 봉직의 등 다른 길을 선택한 전공의들이 많아 씁쓸하다"고 전했다.내년 2월 치러지게 될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을 두고도 논란이 뜨겁다. 지난 9월 복귀한 전공의들은 내년 8월 수련을 마치고 이듬해 2월 진행되는 시험에 응시해야 하지만, 의사인력수급 등의 문제로 내년 2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이에 정부와 의료계는 내년 2월 전문의 시험 응시 기회를 부여하되 남은 6개월 동안 수련 역량을 충족하지 못하면 합격을 취소하는 '조건부 합격안'을 제안했다.복지부는 10월 내 전문의 시험 계획 및 응시자격자 등을 확정지어 발표할 예정이다.
2025-10-27 05:30:00대학병원
기획

'집으로, 집처럼' 철학으로 50년 역사 써온 정신병원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계요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쾌적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정신병원에 대한 선입견은 한순간 사라진다. 천장이 높고 자연광이 충분히 들어오는 공간에는 편안한 소파와 아름다운 조경이 어우러져 있다. 건물간 이동하는 복도 벽면에는 환자들이 그린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어 따뜻함을 더한다. 무엇보다 이곳을 오가는 직원들의 표정이 밝고 자연스럽다.이런 환경은 우연이 아니다. 계요병원 이경은 이사장은 공간이 주는 치유의 힘을 강조했다. "과거에는 정신병원에 대한 선입견이 매우 컸습니다. 정신병원에 온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었죠. 그래서 환경부터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들어오는 순간부터 힐링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로비 리모델링을 가장 먼저 시작했습니다."이런 세심한 배려는 계요병원의 규모를 알고 나면 더욱 놀랍다. 현재 국내 운영 중인 정신병원 중 가장 큰 규모이기 때문이다. 정신과 800병상과 노인병원 170병상을 합쳐 총 970병상을 운영한다. 상당수 대형 정신병원들이 병상을 축소하고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계요병원이 사실상 전국 최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계요병원 전경"예전에는 큰 정신병원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정책적인 영향으로 대부분 문을 닫거나 규모를 대폭 줄였습니다."대형 정신병원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 계요병원은 어떻게 50년 역사를 유지하고 있을까. 이경은 이사장은 '본질'에 충실한 치료를 이유로 꼽았다.계요병원은 총 8층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1층은 로비와 영상촬영실, 2층은 병동과 진료실, 주사실, 임상병리실, 뉴로모듈레이션센터, 3~7층은 각각 특성화된 병동으로 구성돼 있다. 8층은 행정부서와 대회의실이 위치해 있다. 각 층마다 넓은 복도와 충분한 휴게공간을 마련해 여유로움이 느껴졌다.단계별 맞춤 치료 제공…차별화된 정신병원 운영 시스템계요병원의 가장 큰 특징은 정신과 병동별로 각각 다른 역할을 하는 체계적 치료 시스템이다. 단순히 환자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 단계와 중증도에 따라 세분화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먼저 응급병동은 이상행동이 많고 자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들도 있어 반드시 별도로 운영해야 한다고 판단, 별도로 운영 중이다. 응급병동 입원하는 환자들은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에 치료 난이도가 높은 편. 상당수 정신병원들이 운영을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다.복도에는 환자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 전시돼있다. 최근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수가 신설을 검토 중인 급성기 병동도 운영 중이다. 급성기 환자들에 대한 조기 개입과 집중 치료를 통해 만성화를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하며 현재 남녀 각각 1개 병동을 운영 중이다.응급-급성기를 지나 증상이 안정화 되면 프로그램 병동으로 이동해서 치료 과정을 거친다. 이곳에서는 사이코드라마부터 인지행동치료, 사회기능훈련, 오락치료까지 사회복귀를 위한 종합적인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마지막으로 재활병동에서는 재할치료과정을 거친 환자들이 퇴원을 하거나 개방병동으로 옮겨 사회복귀를 준비하게 된다."치료 과정이 처음 응급으로 들어왔을 때와 퇴원할 때가 완전히 달라요. 단계별로 적절한 치료와 프로그램을 받으면서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거죠."계요병원에서 퇴원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LTC(Life Training Center)라 불리는 낮병원에서는 퇴원한 환자들이 지역사회에 적응하면서도 병원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특히 낮병원에 들어서면 커뮤니티센터 같은 밝은 분위기가 반긴다. 넓은 로비에는 회원들(환자들을 회원이라고 부른다)이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이곳에서는 환자 특성에 맞는 체력 관리, 인지 재활, 사회 기능 훈련 등 세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로 치면 담임선생님 같은 개념으로 각 회원마다 담당자가 있어서 개별 계획을 세우고 관리하는 식이다.여기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직업재활 프로그램. 현재 편의점 개설을 준비 중으로 회원들이 직접 운영하면서 사회복귀를 위한 기본기를 익히는 것을 돕는 프로그램이다.이런 노력의 결실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환자에서 직원이 된 사례다. 환자로 입원했다가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거쳐 주방에서 (파트타임이지만)직원으로 채용돼 근무하는 것 자체가 어떤 것보다 자존감을 올려주는 일이다.낮병원에서 자원봉사자가 환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사회복귀 연습을 하는 모습 낮병원에서 자원봉사자가 환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사회복귀 연습을 하는 모습 가족치료·알코올치료·치매센터 등 특화된 진료 '전문성' 유지이런 체계적인 치료 과정에서 계요병원이 특히 중시하는 것은 가족의 역할이다. 병원은 가족을 단순한 보호자가 아닌 치료의 동반자로 여긴다.이 같은 이유로 가족교육센터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가족교육을 실시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는 물론, 이상행동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시간을 갖는다.이런 접근법의 바탕에는 이경은 이사장의 확고한 치료 철학이 있다. "가족지지 프로그램도 있어요. 환자가 입원해 있는 병동 간호사들과 가족이 함께 소모임을 갖는 거죠. 좀 더 개인화된 정보를 공유하면서 가족들이 치료자로 함께 설 수 있도록 돕습니다."이 이사장은 정신질환을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울증은 감기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조현병이나 조울병 같은 중증질환은 평생 관리가 필요해요. 약을 끊고 완전히 나았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관리받으면서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이런 체계적인 치료 시스템에 첨단 기술까지 더해지면서 계요병원의 치료 효과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2층 뉴로모듈레이션센터에는 최첨단 장비들이 자리하고 있다. DTMS(Deep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장비는 뇌를 자극해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치료하는 비약물적 치료기기다.해당 치료를 맡고 있는 의료진은 "약물 부작용이 있거나 약물 복용을 거부하는 환자분들에게 매우 유용해요. 약물과 동등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집중력이 향상되고 활동도 많아지며 안색도 맑아지는 효과를 보고 있다.계요병원에서 활동치료 중인 모습계요병원의 전문성은 일반 정신질환 치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30년 전부터 시작된 알코올중독 전문 치료는 이 병원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알코올 환자분들은 다른 정신과 환자들보다 몇 배 더 힘들어요.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죠." 알코올중독 환자들을 위한 별도 병동 운영은 물론, 송년회, 야유회 등 다양한 모임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이런 전문적 치료는 퇴원 후에도 계속된다. 지역사회 AA(알코올중독자 자조모임)를 위해 병원 강당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저녁에 지역 알코올중독자들이 와서 자조모임을 가져요. 혼자서는 절대 버틸 수 없거든요. 이것도 지역사회 정신건강을 위한 일이니까 당연히 도와야죠."계요병원의 사회적 책임은 치매센터로도 이어진다. 2002년 개원한 노인병원은 170병상 중 70병상을 치매센터로 운영 중이다. 치매센터는 수가가 낮아 경영이 어려워 대부분의 병원이 기피하는 영역이지만, 계요병원은 지역사회의 필요에 응답하고 있다."치매 환자 수가는 다른 정신과 환자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아요. 그렇지만 저희가 정신병원과 노인병원을 운영하는 이상, 함께 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치매센터는 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특별히 설계됐다. 복도가 일반 병동보다 훨씬 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치매 어르신들은 계속 돌아다녀야 해요. 트랙처럼 빙빙 돌 수 있게 만들고 싶었는데 구조상 어려워서 복도를 최대한 넓혀서 활동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했어요."계요병원은 응급입원과 지역사회기여 차원에서 국가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실제로 경기도, 경찰청과 협력해 정신응급환자 공공병상을 운영 중으로 자타해 위험이 높은 정신응급환자의 입원을 해결함으로서 사회안전망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또 의왕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위탁운영 중이다. 특히 서울구치소, 수원구치소, 안양교도소의 수용자들의 정신질환자 진료를 통해 출소 후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3년 보건의 날 대통령표창을 비롯해 보건복지부, 경찰청 등으로부터 표창을 받았으며 오는 10월 15일 정신건강의 날을 맞이해 진료원장이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계요병원 노인병원에서는 재활치료도 함께 하고 있다.설립자 이규항 박사가 꿈꾸던 정신병원 현실로이런 다양한 치료 서비스가 가능했던 것은 5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축적된 경험과 지역사회와의 신뢰 때문이다. 1974년 40병상의 안양신경정신병원으로 시작된 계요병원은 의왕시와 함께 성장했다. 설립자인 이규항 박사는 군 복무 중 미국에서 본 선진적인 정신병원에 감명받아 "우리나라에도 그런 병원을 만들어보자"는 꿈을 키웠다.이규항 박사 눈에 비친 미국의 정신병원은 푸른 초원 위에 세워진 아름다운 정신병원이었다. 환자들이 자유롭게 치료받는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에도 그런 병원을 만들고 싶었던 것.그가 계요병원 터를 잡았을 당시 의왕은 완전한 산골로 그가 꿈꿨던 정신병원의 모습이 가능했다. 하지만 의왕시 도시개발이 진행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병원 뒤편에 펼쳐진 넓은 정원은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와 어우러지고 있다.계요병원의 사회적 기여는 환자 치료와 정보 제공에만 그치지 않는다. 정신과 전문의 수련병원일 뿐만 아니라 정신보건 전문요원(임상심리사, 정신건강간호사,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수련기관이기도 하다. "진짜 종합적인 정신건강 전문인력 수련기관이에요."R&D센터를 운영하며 지속적인 연구 활동도 펼친다. "수련을 하려면 공부를 해야 해요. 전문의 선생님들도 전공의들을 가르치기 위해 계속 연구하고 논문을 써야 하죠. 학회 참석도 병원에서 적극 지원합니다."현재 정신과 전문의 13명, 노인병원 전문의 5명, 전공의 3명(의정갈등으로 1명 부족) 등 총 21명의 의사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이 축적하는 지식과 경험은 다음 세대 의료진에게 고스란히 전수하는 수련병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이경은 이사장 설립자의 치료 철학…변함없이 유지이 모든 변화와 도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본립이도생(本立而道生) - 근본이 바로 서야 길이 생긴다"는 이경은 이사장의 경영 철학이다. "정신과 치료의 본질은 환자를 낫게 하는 것이에요. 그 본질을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이런 철학은 병원 곳곳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다. "저희 목표는 '집으로, 집처럼'이에요. 치료해서 집으로 보내는 것이 1차 목표고, 그게 어려운 분들은 여기를 집처럼 편안하게 느끼실 수 있도록 하는 거죠."이경은 이사장은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나온 재미있는 일화도 소개했다. "직원들이 '환자가 다 나으면 우리는 어떡해요?'라고 농담으로 묻기도 해요. 그럼 '그때는 다른 일을 하면 되지, 얼마나 좋은 일이냐'고 대답해요.""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우리는 환자들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50년 동안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로 그 목표를 달성해나가겠습니다."이경은 이사장의 말에서 50년 역사의 무게와 함께 미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느껴졌다. 계요병원은 단순한 치료기관을 넘어 지역사회 정신건강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2025-10-21 05:33:00중소병원
기획

신약과 정밀의료 결합…세분화되는 전이성 유방암 치료 전략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여성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암종을 꼽으라면 단연 유방암(Breast Cancer)으로, 다양한 치료요법이 존재하면서 비교적 예후가 좋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뼈와 간, 폐 등 다른 장기로 퍼진 전이성 유방암은 완치가 어려워 초기 유방암과 비교해 생존율이 급격히 낮아진다. 그래서 치료 목표도 완치가 아닌 생존 기간 연장과 삶의 질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유방암 환자 중 약 10%는 진단 당시부터 전이성 유방암으로 확인되며, 조기 유방암 환자의 약 30%는 치료 후 전이성 유방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국내 상황을 본다면 2022년 유방암 발생자 수는 2만 9528명으로, 여성암 중 발생자가 가장 많은 암종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기준 전체 여성암 중 유방암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1.8%로, 갑상선암을 제치고 여성암 1위를 기록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 기준, 2024년 유방암으로 요양급여 진료비를 청구한 환자는 26만 6313명에 이른다.국내 임상현장에서 전이성 유방암 치료로 활용되고 있는 주요 글로벌 제약사 치료제들을 재구성한 것이다.유방암 치료전략 세분화아이큐비아가 국내 의료진을 통해 수집하고 있는 Oncology Dynamics dat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임상현장에서 항암 약물치료를 받은 유방암 환자 중 절반 이상(50.2%)이 전이성 유방암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로 포함 가능한 1차(24.4)와 2차(12.7%), 3차(13.1%) 치료를 받은 환자를 합친 수치다. 나머지 절반의 환자는 수술 전 보조요법(15.6%, Neo Adjuvant), 수술 후 보조요법(31.9%, Adjuvant) 환자들로 집계됐다. 임상현장 유방암 치료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등 호르몬 수용체(HR)와 세포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형(HER2)’ 발현에 따라 아형이 달라진다. 여기에 삼중음성 유방암(Triple Negative Breast Cancer, TNBC)은 호르몬 수용체와 HER2 모두 발현하지 않아 표적치료제가 제한적이며 임상현장에서 예후가 가장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주요 아형에 따른 전이성 유방암 치료전략을 살펴보면, 전체 환자의 약 60~70%를 차지하는 HR 양성 및 HER2 음성의 경우 1차 치료로 CDK4/6 억제제(팔보시클립, 리보시클립, 아베마시클립)와 호르몬제(아로마타제 억제제(AI) 또는 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이 표준치료(SoC)로 활용되고 있다. CDK4/6 억제제가 세포 성장을 억제하고 호르몬제가 암세포의 증식 신호를 차단, 암세포의 증식을 막는 기전이다. 이후 2차 치료에는 mTOR 억제제인 에베롤리무스와 PI3K 억제제인 알펠리십 등으로 꼽힌다.2024년 한 해 동안 IQVIA Oncology Dynamics 데이터에서 수집된 항암제 약물치료 유방암 환자 중 전이성 유방암 환자 비율은 50.2%였다.HER2 양성 유방암의 경우 전체 유방암의 약 15~20%를 차지하며, 과거에는 예후가 나빴지만 최근 표적치료제의 발전으로 생존율이 크게 향상된 영역이다. 1차 치료에는 트라스투주맙 + 퍼투주맙+탁센(CLEOPATRA 요법) 3제 병용요법이 표준요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HER2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항체의약품인 트라스투주맙과 퍼투주맙에 항암 화학요법제인 탁센(도세탁셀)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다.2차 치료는 글로벌 제약사 신약의 등장으로 최근 표준옵션이 변화된 영역이다.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 ADC)인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이 도입, 단숨에 표준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4월 건강보험 급여까지 적용, 환자의 경제적 부담까지 줄어들어 임상현장에서 적극 활용 중이다. 유방암 중 예후가 가장 좋지 않은 TNBC의 경우 PD-L1 발현 양성 환자(CPS≥10)는  면역항암제인 펨브롤리주맙과 나부-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이 1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면역항암제 아테졸리주맙도 PD-L1 발현 양성 환자에게 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과 병용해 임상현장에서 활용 중이다.더불어 2차 치료로는 HER2 양성 유방암 마찬가지로 ADC가 최근 부상하고 있는 영역이다. Trop-2 표적 ADC인 사시투주맙 고비테칸과 함께 BRCA 변이 시 PARP 억제제(올라파립, 탈라조파립)가 주요 치료제로 활용이 가능하다.지난 6월 정부는 사시투주맙 고비테칸을 '이전에 두 번 이상 전신 치료를 받았고, 그중 적어도 한 번은 전이성 질환에서 치료받은, TROP2 양성,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TNBC 환자'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표적치료를 위한 바이오마커 테스트와 변이 비율이다.ADC 등장, 치료 패러다임 변화전이성 유방암 아형별 치료전략이 세분화되면서 덩달아 중요해진 것이 정밀의료다. 발병 기전, 진행 속도, 전이 경향, 그리고 치료 반응이 모두 다르므로, 각 환자에게 맞는 맞춤치료를 결정하기 위해 바이오마커 테스트를 거친 후 변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최근 중요시 되고 있다.이러한 정밀의료의 발전은 ADC 신약인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의 등장과 맞물려 전이성 유방암 치료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정도다. 그동안 HER2 음성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었던 저발현(HER2-low) 환자들에게 ADC가 새로운 옵션으로 등장, 임상현장 치료전략이 변화됐다. 최근에는 HER2 발현이 거의 없는 수준인 초저발현(HER2-ultralow, IHC 0~10% 미만) 환자군에서도 임상적 혜택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즉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 등장은 기존 전이성 유방암 종류를 HER2 발현 정도에 따라 분류를 ▲HER2 양성 ▲HER2 저발현 ▲HER2 음성으로 세분화시키는 계기가 됐다.아이큐비아 Oncology Dynamics data를 통해 수집된  전이성 유방암 전신 항암제 표적치료 별 처방환자 비율이다.이러한  국내 임상현장 치료전략 변화는 '아이큐비아 Oncology Dynamics data'에서도 감지된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 중 60% 이상이 HR 양성 및 HER2 음성인 만큼 해당 분야 1차 치료로 활용되는 CDK4/6 억제제들의 활용이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경향을 띄었다. 지난해 표적치료를 받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 35% 해당 옵션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일부 CDK4/6 억제제는 조기 유방암에서의 효과를 입증, 건강보험 급여를 나서고 있다. 즉 기존 치료제 급여 적응증 확대와 CDK4/6 억제제로 분류 가능한 주요 신약들의 국내 승인 및 추가 급여 적용에 따라서는 35% 안팎에서 머물러 있는 전이성 유방암 국내 치료비율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더불어 치료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있는 ADC 영역도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반면, 전통적인 치료법인 항암화학요법의 입지는 해를 거듭할수록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향후 전이성 유방암은 신약의 등장과 정밀의료 결합으로 인해 치료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5-09-30 05:30:00외자사
기획

생존율 앞세운 폐암 신약 병용요법 마침내 표준치료 노리나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Non-small Cell Lung Cancer, NSCLC) 치료에서 최상의 조합을 찾기 위한 임상현장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3세대 EGFR TKI(Tyrosine Kinase Inhibitor) 제제인 타그리소(오시머티닙, 아스트라제네카)와 렉라자(레이저티닙, 유한양행)를 활용한 병용요법들이 전체 생존율 개선을 입증하면서 기존 단독요법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근거가 나왔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메디칼타임즈는 임상경험이 풍부한 홍민희 교수(연세의대 종양내과)와 안병철 교수(국립암센터 종양내과)와 함께 EGFR 돌연변이 폐암치료 전략을 주제로 최근 나온 연구의 임상적 의미를 살펴보는 전문가 대담을 마련했다. ▶먼저 최근 세계폐암학회 연례학술회의(WCLC 2025)에서 FLAURA2 3상 연구의 최종 전체생존율(Overall Survival, OS)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어떤 연구인가? 홍민희 교수(이하 홍) : FLAURA2 임상은 과거의 수 많은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전신 치료 이력이 없는 EGFR(Ex19del 또는 L858R) 돌연변이 NSCLC 환자를 대상으로 오시머티닙에 가장 효과가 강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백금기반 항암화학을 추가, 기존 표준치료로 여겨지는 오시머티닙 단독요법을 비교한 임상이다. 앞서 무진행 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 데이터를 발표했고 이번에 OS 데이터가 추가로 발표됐다.연세암병원 종양내과 홍민희 교수1차 치료 병용요법으로는 첫 번째 최종 OS 결과 데이터 발표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오시머티닙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과거 일본과 인도 등에서 진행된 병용요법 연구들이 존재한다. 임상현장에서 믿지 않았을 뿐이지 게피티닙에 항암화학요법을 추가, 긍정적인 OS 데이터를 이끌어낸 사례도 있었다. 의미를 부여한다면 글로벌 임상 3상으로 3세대 EGFR TKI 제제에 항암화학요법을 추가한 병용요법으로는 처음이다. ▶ 구체적으로 결과는 어떻게 나왔고 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나?안병철 교수(이하 안) : 발표된 FLAURA2 3상 OS 데이터를 확인하면 정확하게 병용요법이 단독요법 대비 9.9개월의 개선을 이끌어냈다. 37.6개월이라는 오시머티닙 단독요법 OS 데이터와 비교해 오시머티닙-항암화학 병용요법은 47.5개월이라는 OS 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3상 연구로 병용요법 효과를 입증했다. 그동안 EGFR TKI 단독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존재했다. 오시머티닙에 항암화학요법을 추가하면서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을지 여부가 가장 중요했는데, 확실히 통계적으로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데에서 의미가 있다. 홍 : 병용요법 연구인 FLAURA2와 MARIPOSA를 합쳐서 보면 어떤 옵션이 더 우월하다는 것을 떠나 모두 기존 표준옵션인 오시머티닙 단독요법과 비교를 한 것이다. 두 연구 모두 단독요법 대비 OS에서의 효과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치료의 방향은 EGFR TKI 단독요법에서 병용요법으로 권고요법(Preffered regimen) 무게가 옮겨지고 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 하위분석에서 인종간 결과를 놓고 논쟁이 있는것 같은데 어떤 의견인가?홍 : 공개된 FLAURA2 하위분석을 보면 서브그룹과 관계없이 대부분 병용요법이 더 효과적(favour)이라는 경향을 보여줬지만, 복잡하게도 아시아인도 아니고 중국인 외 아시아인(Asian non-Chinese) 하위분석 데이터에서 위험비(HR) 1을 나타냈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가 바로 중국인 외 아시아인에 해당된다. 해당 하위그룹에서 HR 1이 나왔던 것이 이 연구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은 이전 FLAURA1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FLAURA1 연구에서도 아시아인에서 HR가 1로 나오면서 공격을 받는 대상이기도 했다. 다행인 것은 가끔 L858R 등 같은 경우 HR(위험비)이 확 떨어지는 결과를 보이기도 하는데, FLAURA2 연구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은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안 :  모집단에서 알 수 있겠지만 214명이 결국 중국인 외 아시아인으로 분류된 것이다. 사실 지난해 10월 ESMO Asia에서 FLAURA2 아시아 서브그룹에 대한 OS 중간 데이터가 발표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중국인과 중국인 외 아시아인으로 나누지 않고 아시아인으로 합해 발표했는데, 그때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번 FLAURA2 OS 최종 데이터가 공개되면서 의료진들 사이에서 중국인과 중국인 외 아시아인을 합해봤더니 0.89의 HR가 나왔다고 하는데, 이 경우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non significant)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아시아인을 두 분류로 나눈 연구는 처음이 아니다. 홍 : 그러니까 처음부터 아시아인을 세부적으로 나눠 분석을 계획했던 것 같다.안 : 두 번째 궁금증을 꼽는다면 지난 번 ELCC 2024에서는 데이터 성숙도(maturity) 60% 시점에서 OS 결과를 확인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결과를 보면 maturity 57% 시점에서 확인했는지도 의문이 남는 점이다.  홍 : 원래 임상 프로토콜은 계속 바뀌는 부분이 존재한다. 그 점도 고려해야 한다. WCLC 2025 현장에서 프랑스 구스타브 루시 연구소(Institut Gustave Roussy) 데이비드 플랑샤르(David Planchard) 교수가 FLAURA2 OS 데이터를 발표할 때 중국인 외 아시안 서브그룹 데이터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사실 이 부분은 Negative인데, HR이 1이었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 하지 않았다.안 : 발표 이후 일본 킨다이 의대 히데토시 하야시 교수가 중국인 외 아시아인 하위그룹 결과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지만 하위그룹 분석의 일부라고만 평가했다. ▶ 왜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는가?안 : 결국에는 이런 결과가 나온 배경분석이 필요할 것 같은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봐야 할 것은 후속 치료(subsequent treatment) 패턴이다. 오시머티닙 병용요법과 단독요법 두 군 모두 70%가 후속 치료를 받았다. 그렇다면 아시아인과 서양인을 구체적으로 나눠 후속 치료를 몇 %가 받았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를 또 공개를 하지 않았다. 인종 간의 특이점으로 인해 오시머티닙이 서양인에 더 효과적이라서 그런 것인지, 후속 치료의 패턴 때문인지는 결과적으로 아직까지 미지수로 남아 있다. 홍 : FLAURA2 결과를 보면 페멕트렉시드(Pemetrexed)를 8.3개월 밖에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치료는 30개월 넘게 이뤄졌는데 페멕트렉시드를 8개월 수준으로 밖에 쓰지 않았다는 점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생각보다 환자들이 페멕트렉시드를 견디지 못했다. 임상설계 상으로는 오래 쓸수록 좋을 것으로 예상하고 진행됐지만 짧게 밖에 쓰지 못했다는 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초반에 페메트렉시드를 잠깐 썼음에도 긍정적인 OS 혜택(benefit)을 보여줬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항암화학요법 등 추가적인 치료는 초반에서만 써도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초반에만 쓰고, 이후 쓰지 않았을 때 꽤 오래 유지됐고 그 다음에 진행(progression)을 하니까 또 다시 항암화학요법을 써도 듣는 것이다. 이를 통해 OS가 더 늘어났다고 예상할 수 있다.국립암센터 종양내과 안병철 교수안 : WCLC 2025 현장에서 일본 의료진과 이를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일본이나 한국은 할 수 있는 후속 치료를 다 썼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사용했던 항암제를 번갈아가며 쓸 수 있다고 한다. 가령, 게피티닙을 썼다가 오시머티닙으로 변경, 다시 게피티닙으로 다시 재투여(rechallenge)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요소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홍 : 결론은 FLAURA1 때도 그랬다. 당시 하위그룹 분석에서 아시아 환자의 HR이 0.991, 사실상 1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원인을 보니까 일본 환자들이 굉장히 후속 치료를 많이 했었다. 그래서 이번에 공개된 FLAURA2 연구 상 페멕트렉시드를 쓴 것도 동·서양 환자가 동일했을지 궁금하다. 연구에 참여한 서양 환자들은 페멕트렉시드를 썼을 때 초반에 힘들다고 포기했을 것 같고, 동양은 끝까지 페멕트렉시드를 병용했을 것 같다. 안 : 냉정하게 이야기했을 때 아시아인과 비아시아인(Non-Asian) 차이가 나는 연구는 최근에 많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비아시아인 HR 0.56인데 중국인 외 아시아인의 HR 1과는 너무 차이가 크다. 다들 흥미롭게 보고 있는 이유다.홍 : FLAURA1에서도 Non-Asian에서 0.54, Asian에서는 사실상 1로 데이터가 너무나 똑같다. 결국 이것은 생물학적 차이보다는 추가 치료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서 달라졌을 것 같다.▶ MARIPOSA 연구 내용도 궁금하다. 올해 3월 유럽폐암학회(ELCC 2025)에서 OS 추가 분석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연구는 어떤 연구인가?안 : MARIPOSA 연구는 EGFR TKI인 레이저티닙에 아미반타맙을 추가한 병용요법으로 오시머티닙 단독요법을 비교한 글로벌 3상 임상연구다. FLAURA2 연구를 확인했다시피 사실 오시머티닙과 병용한 항암화학요법은 원래 쓰던 것을 추가한 것이니 어느 정도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 가능했다. 반면, MARIPOSA 연구에서 레이저티닙에 추가한 아미반타맙은 이중특이항체(Bispecific Antibody)로 전혀 다른 기전이기에 과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데이터를 이끌어낼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존재했다. 일부 글로벌 대가들은 MARIPOSA 연구가 실패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었는데 ELCC 2025에서 공개된 OS 데이터 결과가 이들의 우려를 해소시켜줬다. 이 과정에서 해당 연구가 우리나라 의료진이 주도했다는 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새로운 TKI에 이중특이항체를 병용했을 때 생존율을 크게 연장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최초의 Pivotal 연구라고 생각한다.▶ 결론은 어떻게 나왔으며, 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나?홍 : MARIPOSA와 FLAURA2 연구 모두 대조군이 오시머티닙 단독요법이었다. 두 연구 모두에서 오시머티닙 단독요법의 mOS가 유사하게 36개월 정도로 나왔고 FLAURA2에서의 오시머티닙-항암화학 병용요법 mOS는 9.9개월 연장한 47.5개월이 나왔다. MARIPOSA 연구에서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의 mOS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예상하건데 10개월이 아니라 12개월 이상의 임상적 혜택을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연구에서 모두 병용요법이 HR 0.77, 0.75 등 비슷한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 같다.▶ 최종 OS는 어떻게 전망하는가?안 : MARIPOSA는 4년이 넘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OS를 4년이 넘은 적이 없었는데, 그 벽을 깰 것으로 보인다. MARIPOSA 연구의 OS 종료 지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오시머티닙 단독요법보다 16개월을 연장시켜 52개월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홍 : MARIPOSA를 이야기한다면 mOS를 1년 이상 증가시켰다는 것은 오시머티닙 단독요법이 표준요법이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권고요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무래도 신약간의 병용이라는 점에서 이상반응 관리에도 관심이 높은 것 같다.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안 : 개인적으로는 효과가 더 뛰어나다고 보고 이상반응, 즉 독성은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상반응은 결국 환자가 겪는 것이기 때문에 관찰자인 의료진 입장에서 효과와 이상반응 중 가치를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라면 생존율을 개선시키는 것이 제일 큰 부작용의 예방이 아닐까라고 보고 있다. 홍 : 비슷한 의견인데 환자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환자들도 1년 이상 생존율 차이가 난다고 설명한다면 거기서 편한 약을 고르는 환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선택은 가격적인 부분도 고려해 환자가 한다.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MARIPOSA를 쓰면 1년을 더 살 수 있을 것으로 설명하면 약간의 부작용을 감수하면서라도 쓰려고 한다.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힘든 약을 쓰면 2개월 정도 더 살 수 있다고 이야기했을 때, 환자들은 쓰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그만큼 1년이라는 생존기간 연장이 큰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왼쪽부터 국립암센터 안병철 교수, 연세암병원 홍민희 교수다. 두 전문가는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로 병용요법이 대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독성 문제를 지적하는 우려도 많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안 : 영화를 비유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영화를 보면 명품이 한번 유행을 타게 돼 상당한 가격에 나오지만 이후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그것을 따라해 비슷한 디자인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이후 리테일 가격이 10분의 1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국에는 이중특이항체가 성공을 했기 때문에 향후 수많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쫓아가기 위해 임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면 기존의 약이 더 저렴해진 가격으로 나와서 나중에는 환자들이 결국 더 많은 혜택을 볼 시점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 MARIPOSA를 그렇게 생각하는데, 지금은 비싸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지만 5년, 10년이 지나면 더 좋고 비슷한 기전의 약이 저렴하게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홍 : 100% 동의하는데 막상 오늘 진단받은 환자들은 그 혜택을 볼 수 없다. MARIPOSA의 가장 큰 허들은 이상반응도 있지만 재정적인 독성이 2025년 9월 현재로서는 가장 큰 허들인 것 같다. 현재 MARIPOSA 연구를 근거로 치료를 받는다고 가정할 때 이 정도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환자가 굉장히 적을 것이다. 이번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됐지만 떨어지지 않았나. 이전 오시머티닙 단독요법의 급여 적용 과정을 보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안 : 이번에 심평원 암질심에서 아미반타맙의 경우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 2차 이상 치료 요법'만 급여기준을 설정하기로 했는데, 해당 분야 환자수가 가장 적은 부분이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MARIPOSA가 급여가 되기 위해서는 아미반타맙이 지금의 4분의 1 정도의 가격, 400~500만원 정도로 낮춰야 가능할 것이다. 레이저티닙까지 고려한다면 우리나라가 부자가 되지 않은 한 어려울 것 같다.홍 : MARIPOSA를 보유하고 있는 얀센 입장에서도 가격을 함부로 낮출 수 없을 것 같다. 상대적으로 시장이 작은 우리나라 약가를 낮추면 더 큰 시장인 국가들이 약가를 낮추려고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 정부가 약값을 줄이려고 난리인데 제약사 입장에서는 빌미를 제공하는 격이다.▶ MARIPOSA와 FLAURA2가 폐암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보여주고 있지만 임상적 해석측면에서 한계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포인트는 없나?홍: MARIPOSA와 FLAURA2 연구의 공통적인 한계점을 말한다면 OS 그래프를 보면 두 병용요법 모두 초반에 사망하는 환자가 확 줄어들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두 연구 그래프를 보면 초반에 병용요법들이 더 빨리 그래프가 떨어진다. 원래 단독요법에 약제를 추가하면 초반에 단독요법과 비교해 그래프가 확 벌어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고 2년 반 뒤에서 벌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두 연구 모두 한계인 것 같다. 안 : 병용요법을 하는 것이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를 개선시켜 더 오래 살리는 개념이 아니라 레지스턴스를 늦게 오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한 효과라고 볼 수 있다.홍 : 그것은 나중에 결과 나오고 해석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그래프가 벌어졌다면 제약사들은 초반에 폐암이 진행되는 환자를 확실히 잡았다고 평가했을 것이다.안 : 결과적으로 초반에 ORR의 차이는 크게 없는 것으로 봐서 초반 반응은 병용요법이나 단독요법이나 유사한 것 같다. 결국에는 환자가 오랜 기간 동안 치료 받는 과정에서 DTP cell 등을 죽이는 것이 핵심이지 않을까 예상할 수 있다.▶ 향후 관심은 MARIPOSA와 FLAURA2의 결과를 국내 임상 현장에 어떻게 적용하느냐다. 어떤 의견인가?안 : 개인적으로는 많은 환자들에게 레이저티닙을 1차 치료로 쓰고 있는데, 이번 FLAURA2 데이터가 나았다고 해서 오시머티닙-항암화학 병용요법을 더 효과적이라고 해서 먼저 쓸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중국인 외 아시아인 하위그룹 분석에서 HR이 1이 나왔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종 별 하위그룹 중에서도 중국인 외 아시아인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그룹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반대로 HR이 전체적으로 일관되게 나왔다면 의견이 달라졌을 것이다.홍 : MARIPOSA 데이터가 없었다고 가정을 하면 80%에 달하는 고위험 환자군을 대상으로 병용요법을 더 선호하고 있다. 더구나 국내 현장에서 오시머티닙-항암화학 병용요법은 부분급여가 적용 되고 있다. 오시머티닙은 급여가 되고 나머지 항암화학요법이 비급여인데 한 사이클 당 70~80만원만 환자가 부담하면 되는 장점이 있다. 비용적인 면에서는 꼭 못 사용할 만한 옵션은 아니다. 부분급여로 인해 약간 고민이 적어졌다. 왜냐하면 MARIPOSA 문제이긴 한데 아미반타맙-레이저티닙 병용요법은 레이저티닙 부분급여를 적용해도 환자부담이 너무나 크다. 지금 상황에서 가격이 10배 정도 차이나는 상황이다. 즉 환자들의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안 : 이번 FLAURA2 OS 결과를 보면서 추가적으로 장기간 추적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최종 OS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5~8년 정도 장기간으로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임상적 유용성 측면에서 본다면 일단 MARIPOSA를 권해볼 것이고, 재정적인 부분 등을 고려해 부담스럽다면 FLAURA2가 OS 데이터와 부분급여 효과로 저렴해졌기 때문에 환자에게 적극 제안할 것 같다. 그리고 나이가 많거나 초기 단계일 경우라면 단독요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홍 : 전체적인 치료 트렌드는 병용요법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서 가장 큰 허들은 임상적인 부작용 문제보다는 재정적인 독성 문제가 가장 클 것이다. 일부 환자를 제외하고는 제일 먼저 권고해야 하는 것은 병용요법이 될 것이다. 반대로 어떤 환자가 EGFR TKI 단독요법이 맞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수술 후 암이 작게 재발한 환자들에게 권유하고 나머지는 병용요법이 대세인 시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2025-09-24 05:30:00외자사
기획

42년 한자리, 서울 강북 지역의료 터줏대감 동부제일병원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서울 중랑구 한적한 주택가 한가운데 위치한 동부제일병원에 도착했다. 본관과 별관이 연결된 이 병원은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올해로 개원 42주년을 맞은 지역의료의 터줏대감이다.1982년 개원, 의료 공백지역 유일한 종합병원동부제일병원은 1982년 홍정용 현 이사장이 개원했다. 당시 구리·남양주 일대는 의료 공백지역이었다. 구리시가 군사보호지구로 지정돼 2층 이상 건물 건립이 제한됐고, 의료시설은 전무했다.개원 초기 10여 년간은 춘천에서 경희대까지 유일한 종합병원으로 역할했다. 경춘가도가 뚫려있어 교통사고 환자들이 많이 이송됐고, 일요일에도 수술을 하며 밤 12시까지 진료하는 것이 일상이었다.1990년대 후반부터 한양대구리병원을 비롯해 대학병원들이 인근에 들어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특히 서울의료원 개원이 가장 큰 변화였다. 공공병원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홍 이사장은 "정신없이 바빴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명감으로 버텨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동부제일병원 1층 로비 모습300명 직원과 25명 의료진…42년간 신뢰 비결동부제일병원은 총 3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의료진은 25명 정도다. 130여 병상을 운영 중이다. 병원은 '4마차 체제'로 진료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응급의료, 내과, 정형외과·신경외과(척추관절), 그리고 건강검진센터가 그 중심축이다.소화기내과 중심의 내과 진료는 병원의 핵심 분야다. 내과 의사 6명이 근무하며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중심으로 하루 평균 60여 건의 검사를 시행 중이다. 2층에 위치한 내시경센터는 최신 장비를 갖추고 깔끔하게 운영되고 있다.척추관절 진료도 특화 분야다. 신경외과 2명, 정형외과 5명이 척추와 관절 치료를 담당한다. 수술뿐만 아니라 비수술적 치료도 병행하며 환자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영상의학과는 3명의 전문의가 근무하며 MRI 2대(3.0T, 1.5T), 640채널 CT 등 최신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MRI실과 CT실은 대학병원 못지않은 시설을 갖췄다. "진단 쪽에서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이 치료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홍 이사장은 영상진단에 자신감을 보였다.동부제일병원은 영상의학과 전문의 3명이 24시간 교대로 근무 중이다. 응급의학과는 전문의 3명이 24시간 교대로 근무하며 응급의료지정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중증환자는 서울의료원 등 상급병원으로 이송되는 경우가 많지만, 지역 주민들의 응급상황에 대비한 1차 안전망 역할을 한다.동부제일병원은 중소병원 중에서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AI 기술을 도입했다. 특히 흉부 X-ray 판독에 루닛(Lunit) AI를 활용하고 있다."영상의학과 의사가 3명이지만 혹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AI가 한 번 더 체크해주니 폐암 같은 경우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큰일이니까 이중 안전장치 역할을 하고 있어요."유방촬영에서도 AI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으며, 맘모톰 시술은 총 누적 건수 8000례를 돌파해 전국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홍정용 이사장은 동부제일병원의 역할을 '주치의'에 비유했다. "요즘은 병원이 많지만 막상 아플 때 믿고 갈 곳이 없다는 환자들이 많아요. 수익을 위한 과잉진료에 대한 우려 때문이죠."동부제일병원 홍정용 이사장은 '진단'에 있어 자신감을 드러냈다. 동부제일병원은 환자가 필요로 하는 치료에 집중하되, 자체적으로 치료가 어려운 경우 신속하게 상급병원으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대학병원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심장 스텐트 시술이 필요한 응급환자 등을 빠르게 전원시키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고, 못하는 건 빠르게 다른 곳으로 연결해주는 것이 지역병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동부제일병원은 건강보험 급여 중심의 진료를 하고 있다. 건강검진은 주로 국가검진과 공단검진 위주로 이뤄지며, 기업체 대상 세일즈는 거의 하지 않는다."비급여나 특별한 마케팅보다는 정직한 진료로 승부하고 있습니다. 한 번 온 환자가 다시 찾아오는 재내원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예요."지난 42년간 급변하는 의료환경에도 꿋꿋하게 버틴 비결도 결국 '이 병원은 믿을 만 하다'는 환자들의 신뢰에서 시작된 재내원율이다.또한 응급의료지정병원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3명이 24시간 교대로 근무하며, 비록 서울의료원 등 대형병원에 밀려 중증환자는 많지 않지만 지역 주민들의 응급상황에 대비하고 있다.'의료법인'의 경영의 어려움 속 가치 추구동부제일병원은 1997년부터 의료법인으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홍 이사장은 법인 운영의 장단점을 솔직하게 털어놨다."장점은 세무상 유리하고 승계가 쉽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재산권이 없어 잘될 때는 좋지만 어려울 때 퇴출구조가 없다는 게 단점이에요."특히 의료법인이 대기업으로 분류되어 중소기업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점을 지적했다. "개인병원은 중소기업 혜택을 받는데 법인은 대기업 취급을 받아 대출이자도 높고 각종 지원에서 배제됩니다."홍 이사장은 어려운 경영 속에서도 병원의 가치를 고수하고 있다. "인건비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어 경영이 쉽지 않지만, 지역 주민들이 믿고 찾는 병원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앞으로도 정직한 진료, 신뢰받는 의료서비스 제공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42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동부제일병원. 대형병원 틈바구니에서 '최전방에서 싸우는 전사'처럼 버텨온 이 병원이 앞으로도 지역의료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동부제일병원 전경.
2025-09-09 05:30:00중소병원
기획

약물·시술 모두 새 판짜기…ESC가 선보인 미래 표준치료는?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절대적일 것 같은 표준 치료 전략들도 시간이 흐르며 바뀐다. 근거의 축적과 재검증의 칼날 앞에서 치료 패턴은 늘 변화했던 것.스텐트 삽입 직후 장기 DAPT가 당연시되던 시절이 있었지만, 연구가 거듭되며 단축 요법이 자리 잡았고, 스타틴 역시 모든 환자에게 무조건적 정답처럼 여겨지다 개인별 맞춤 치료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올해 유럽심장학회 연례회의(ESC 2025) 무대에 오른 임상시험들도 이 흐름의 연장선에 서 있다.심부전 환자에서 입원 중 SGLT2 억제제 시작이 뚜렷한 예후 개선을 보여 치료 개시 시점의 기준을 다시 쓰게 할 가능성이 제기됐고, 국소마취·무진정을 내세운 TAVI 최소주의 전략은 대규모 연구에서 기존 표준에 뒤지지 않는 성과를 입증하며 시술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했다.또한 CABG 환자에서 아스피린 단독과 이중 항혈소판 요법의 차이가 부정되고, 단축된 DAPT 전략이 출혈 위험을 줄이면서 기존의 긴 요법 관행을 흔들 전망이다.오랫동안 심근경색 치료의 근간으로 자리 잡은 베타차단제 효용에 의문을 던진 REBOOT 연구, PAD 치료의 상징처럼 쓰였던 약물코팅 기구의 한계를 드러낸 SWEDEPAD 연구 등 미래 표준 치료의 지형도를 살펴봤다.■심부전 약으로 재탄생 SGLT2 억제제, 입원 환자도 효용심부전 환자 관련 다파글리플로진의 효과를 살핀 DAPA ACT HF-TIMI 68 연구 임상 설계도.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유망한 심부전(HF) 약제가 된 SGLT2 억제제는 당뇨병이 없는 HF 환자에서도 장기 예후를 개선한다.ESC 2025에서 발표된 DAPA ACT HF-TIMI 68 연구는 입원 환자에서 조기 도입이 단기 및 장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했다(doi.org/10.1161/CIRCULATIONAHA.125.076575).연구는 미국, 캐나다, 폴란드, 헝가리, 체코 210개 센터에서 2,401명의 입원 HF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환자들은 입원 후 안정화 직후 다파글리플로진 10mg 또는 위약을 1:1로 배정받았다.주요 평가점은 입원 후 2개월 동안의 심혈관 사망 또는 HF 악화 복합 발생률로 결과를 보면 다파글리플로진군에서 10.9%, 위약군에서 12.7%로 HR 0.86으로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으나, 전체 사망률은 3.0% vs. 4.5%로 차이를 보였다.증상성 저혈압과 신기능 악화는 각각 3.6% vs. 2.2%, 5.9% vs. 4.7%였고 메타분석에서 다파글리플로진, 엠파글리플로진, 소타글리플로진을 포함한 3,527명 자료를 종합하면, SGLT2 억제제는 조기 심혈관 사망 또는 HF 악화 위험(HR 0.71)과 전체 사망(HR 0.57)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연구 책임자 데이비드 버그 박사는 "단독으로는 단기 심혈관 사망과 HF 악화 위험 감소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지만, 전체 데이터를 보면 입원 중 SGLT2 억제제 시작이 조기 사망과 HF 악화 예방에 유익하며, 이는 입원 환자 표준 HF 치료 전략을 바꾸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환자에 SGLT2 억제제를 투약한 결과 전체 사망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여전히 새롭다" 아스피린 항혈소판 전략 변화는이번 ESC 2025에서는 아스피린을 비롯한 항혈소판제 치료법 고도화를 위한 새로운 근거들이 제시됐다.아스피린은 심혈관학의 '원조 표준 치료제'로서 수십 년간 치료 전략의 중심에 서 왔고, 지금도 거의 모든 항혈소판·항응고 요법의 기준점으로 작용한다.이 때문에 새로운 약제나 전략이 등장할 때마다 아스피린을 포함하거나 배제하는 비교 연구가 뒤따를 수밖에 없고 효과와 위험 역시 임상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급성 관상동맥증후군, 스텐트 삽입, 관상동맥우회술, 만성 안정형 협심증, 항응고제 병용 등 환자군에 따라 혈전과 출혈의 균형점이 달라지면서 '이 상황에서 아스피린을 유지할 것인가, 제외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것.먼저 TACSI 연구는 관상동맥우회술(CABG) 환자에서 아스피린 단독요법과 이중항혈소판요법(DAPT)의 효과를 비교한 첫 대규모 무작위 임상으로 주목받았다.현재 가이드라인은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에서 CABG 후 DAPT를 권고하지만, 이는 대부분 비-CABG 환자 연구를 근거로 한 것이어서 실제 임상 근거는 부족했다.이를 확인하기 위해 북유럽 5개국 22개 센터에서 처음으로 단독 CABG를 받은 환자 2201명을 대상으로, 수술 후 3~14일 내 무작위 배정해 12개월간 티카그렐러+아스피린 병용군과 아스피린 단독군을 비교했다.1차 종료점인 주요 심혈관사건(MACE)은 두 군에서 큰 차이가 없었고(DAPT 4.8% vs 아스피린 4.6%), 반대로 주요 출혈은 DAPT군에서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고(4.9% vs 2.0%), 순임상유해사건 역시 DAPT군이 더 많았다.주 연구원인 스웨덴 잘그렌스카 대학병원 안데르스 젭슨 교수는 "이번 결과는 CABG 환자에서 DAPT의 우월성을 뒷받침하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출혈 위험을 높인다"며 아스피린을 둘러싼 항혈소판 전략의 재정립 필요성을 제시했다.TOP-CABG 연구도 표준 치료 패턴의 변화를 예고하는 연구. CABG 환자에서 DAPT의 기간을 줄이는 전략이 안전하고 효과적인지 검증에 나섰다.지금까지 사페노스정맥 이식편은 CABG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지만, 수술 직후부터 1년 내 높은 폐쇄율이 문제로 제기됐다.12개월간 DAPT가 이식편 폐쇄 위험을 낮춘다는 근거가 있었으나, 동시에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출혈 위험을 높이는 단점이 있었다.올해 ESC 2025에선 아스피린 항혈소판 관련 연구가 대거 발표되며 표준 치료의 변화를 예고했다.이에 연구진은 '첫 3개월만 DAPT, 이후 9개월은 아스피린 단독'이라는 단축 전략이 기존 12개월 DAPT와 비교해 비열등한지 평가했다.중국 13개 병원에서 CABG를 받은 환자 229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무작위, 이중눈가림 연구에서 1차 종료점인 정맥 이식편 100% 폐쇄율은 두 군 간 차이가 없었고(단축군 10.8% vs DAPT군 11.2%), 비열등성이 입증됐다.반면 주요 안전성 종료점인 임상적 출혈은 단축군에서 유의하게 적었고(8.3% vs 13.2%) 이외 이식편 협착, 주요 심뇌혈관 사건 등 보조 평가항목에서도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CABG 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대 규모 임상을 통해 단축 DAPT 전략이 출혈 위험을 줄이면서도 이식편 개존율을 유지했다는 근거를 확보한만큼 기존 표준의 대체가 전망된다.한편 TARGET-FIRST 연구는 조기 아스피린 중단, 즉 1개월간 DAPT 후 P2Y12 억제제 단독요법으로 전환하는 전략의 유효성을 평가한 첫 무작위 대규모 임상이다.급성 심근경색(MI) 환자에서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 후 12개월간 아스피린과 P2Y12 억제제를 병용하는 DAPT가 표준치료로 자리잡아왔지만 현대의 약물방출스텐트와 조기 완전 재혈관화 기술의 발전으로 허혈 위험이 낮아진 환자군에서는 오히려 출혈 부담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유럽 40개 센터에서 ST분절상승·비ST분절상승 MI 환자 1942명을 대상으로 1개월간 무사히 DAPT를 마친 후, 11개월간 P2Y12 단독 혹은 DAPT 유지군으로 무작위 배정했다.1차 복합 종료점(사망, MI, 스텐트 혈전증, 뇌졸중, 중증 출혈) 발생률은 단독군 2.1%, DAPT군 2.2%로 비열등성이 입증됐고 임상적으로 중요한 출혈은 단독군에서 유의하게 적고(2.65% vs 5.57%), 환자지향 복합 종료점도 단독군이 우수했다.즉 저위험 MI 환자에선 조기 아스피린 중단이 허혈 보호 효과를 유지하면서 출혈 위험을 낮추는 합리적 전략이라는 것.AQUATIC 연구는 장기 경구항응고제(OAC)가 필요한 고위험 만성 관상동맥증후군(CCS) 환자에서 아스피린 병용의 효과와 위험을 평가한 최초의 평가했다.이전 스텐트 삽입력이 있고 당뇨, 신부전, 다혈관질환 등 고위험 특징을 가진 환자 872명이 대상으로, OAC 단독 대비 아스피린 병용군은 심혈관 사건(16.9% vs 12.1%), 전체 사망(13.4% vs 8.4%), 주요 출혈(10.2% vs 3.4%) 모두 유의하게 증가, 아스피린은 이득보다 해로움이 크다는 결론에 이르렀다.■영역 넓히는 ARNI 신약…ACEi 1차 치료제 지위 흔들샤가스병으로 인한 HF 환자에 대한 기존 표준 치료는 주로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i)인 에날라프릴을 중심으로 한 약물 요법이었다.ESC 2025에선 이와 같은 표준 치료와 안지오텐신 수용체-네프릴리신 억제제(ARNI) 계열인 사쿠비트릴/발사르탄을 비교한 첫 전향적 무작위 연구 PARACHUTE-HF가 발표됐다.좌심실박출률 ≤40%, NYHA II~IV 증상, 최근 HF 입원 경험 또는 NT-proBNP 기준을 충족한 환자 922명을 사쿠비트릴/발사르탄 또는 에날라프릴로 무작위 배정, 12주 시점에서 NT-proBNP 변화와 심혈관 사망, HF 재입원을 포함한 계층적 복합 주요 평가변수를 분석했다.그 결과 사쿠비트릴/발사르탄군은 NT-proBNP가 12주에 30.6% 감소해 에날라프릴군(5.5% 감소)에 비해 유의하게 개선됐고(조정 기하평균 변화 비 0.68), 전체 주요 평가변수에서도 52%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win ratio 1.52).연구 책임자인 로페스 교수는 "샤가스병 HF 환자에서 사쿠비트릴/발사르탄이 주요 평가변수 개선에 있어 에날라프릴보다 우수하며, 이는 처음으로 이 고위험 집단에서 약리학적 치료 근거를 제공한다"고 밝혔다.PARACHUTE-HF 임상 결과는 사쿠비트릴/발사르탄 신약 엔트레스토의 샤가스병 HF 환자에서 표준 치료제 가능성을 시사했다.■TAVI 더 간편해진다…국소마취만으로도 안전대동맥 협착증 치료를 위한 경동맥 대동맥 판막 삽입술(TAVI)의 사용이 널리 확산되면서 유럽에서는 개흉 수술보다 TAVI 시술이 더 많아진 상태다. 진정제 없이 국소 마취를 사용하는 등 TAVI에 대한 최소주의 치료 전략이 널리 채택되고 있는 상황.DOUBLE-CHOICE 연구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서 TAVI 시 '최소주의 접근(minimalist approach)'의 안전성과 효과를 평가한 최초의 대규모 무작위 임상이다.연구는 독일 10개 센터에서 수행됐으며, TAVI 적응증이 있는 752명을 대상으로 국소마취만 시행하는 전략과 전신·부분 진정 등 표준 마취 전략을 비교했다.최소주의 접근에서는 중앙정맥 카테터, 추가 동맥 라인, 요로 카테터 등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30일 복합 종료점(사망, 혈관·출혈 합병증, 감염, 신경학적 사건) 발생률은 22.9%로 표준 접근 25.8%와 비교해 비열등성을 입증했다.약 19% 환자가 통증 등으로 표준군으로 전환했지만, per-protocol과 as-treated 분석에서는 최소 접근의 안전성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 약 80% 환자가 국소마취만으로 안전하게 시술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약물 코팅 풍선 스텐트, 환자 결과 개선 실패이어 말초동맥질환(PAD) 치료에서 약물코팅 스텐트·풍선이 실제 환자 중심 결과를 개선하지 못한다는 연구도 발표됐다.파클리탁셀은 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항암제로 이를 코팅해 혈관 내막 과증식을 줄이고 재협착을 예방하는 목적으로 2000년대 중반 이후 파클리탁셀 코팅 풍선(DCB)과 스텐트(DES)가 빠르게 보급된 바 있다.파클리탁셀 코팅 스텐트·풍선은 PAD 치료에서 흔히 쓰이던 표준적인 약물코팅 기구로 안전성·유효성 논란으로 사용 감소하던 상황에서 SWEDEPAD 1·2 연구는 쐐기를 박았다.연구는 스웨덴 22개 센터에서 진행된 임상은 치명적 하지허혈 환자 2355명(SWEDEPAD 1)과 간헐적 파행 환자 1155명(SWEDEPAD 2)을 무작위 배정해 파클리탁셀 코팅 기구와 비코팅 기구를 비교했다.그 결과 5년 추적에서 하지 절단 위험은 차이가 없었고(HR 1.05), 삶의 질 역시 개선되지 않았다. 재시술은 초기 1년간 줄었으나 장기 추적에서는 효과가 사라졌다.간헐적 파행 환자군에서도 12개월 삶의 질 점수 차이는 없었고, 장기 사망률은 오히려 약물코팅군에서 더 높았다(HR 1.47). 
2025-09-03 05:30:00학술대회
기획

스타틴·BB·ACEi 치료 한계 봉착…ESC가 찾은 돌파구는?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올해 현지시간 8월 29일부터 9월 1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되는 유럽심장학회 연례회의(ESC 2025)는 '신약의 진전'으로 요약된다.심혈관질환 1·2차 예방 및 치료 영역에서 스타틴·베타차단제·ACE 억제제 중심의 치료가 수십 년간 고착화됐지만 임상 현장에선 미충족 수요가 여전했기 때문.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단순히 기존 치료제의 연장선이 아닌, 다른 기전과 접근을 택한 신약들이 대거 등장해 임상 데이터를 쏟아냈다.올레자르센처럼 기존 약물로는 줄이기 어려웠던 잔여 위험 인자를 정면으로 겨냥하는 약물, 백스드로스타트처럼 새로운 기전으로 저항성 고혈압 환자의 갈증을 해소할 후보들이 임상 성적표로 미래 변화를 예고했다.베리시구아트, 아피캄텐 등도 오랫동안 고착돼 있던 치료 전략의 틀을 흔들며, 심부전·고혈압·이상지질혈증 관련 난제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는 희망론에 불을 지폈다.진료실의 표준 접근, 처방 등 치료 지형을 바꿀 주요 신약들의 결과물을 정리했다.■저항성 고혈압의 새로운 돌파구, 백스드로스타트고혈압은 가장 흔한 만성질환 중 하나이지만, 치료 현장은 미충족 수요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었다.두세 가지 이상 약물을 복용해도 목표 혈압에 도달하지 못하는 '저항성 고혈압' 환자가 전체 고혈압 환자의 약 10~15%를 차지, 뇌졸중·심부전·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사건 위험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약물로는 충분한 조절이 어려워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것.알도스테론이 고혈압의 병태생리에 깊게 관여한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선택적으로 합성 효소를 차단하는 치료제는 개발에 번번이 실패했다.이런 맥락에서 ESC 2025 핫라인 세션에서 공개된 The BaxHTN 3상 연구 결과(DOI: 10.1056/NEJMoa2507109)는 큰 주목을 받았다. 백스드로스타트는 선택적 알도스테론 합성효소 억제제로, 기존 미네랄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MRA) 대비 부작용을 줄이면서도 알도스테론 과다분비를 직접적으로 차단하는 최초의 기전 약물 중 하나다.백스드로스타트 12주차  위약 대비 혈압 변화 그래프.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서도 강력한 혈압 강하 효과를 나타냈다.연구는 조절되지 않거나 저항성이 있는 환자 79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환자들은 무작위로 백스드로스타트 1mg, 2mg, 위약군에 배정돼 12주간 치료를 받았다.주요 결과는 명확했다. 기준치 대비 좌위 수축기 혈압은 위약 보정 후 1mg에서 -8.7mmHg, 2mg에서 -9.8mmHg가 감소했고 2mg 용량에서는 외래 24시간 혈압 모니터링에서도 유의한 추가 감소(-16.9mmHg)가 확인됐다.목표 혈압(<130mmHg)에 도달한 환자 비율은 위약군 18.7%에 비해 1mg 39.4%, 2mg 40%로 두 배 이상 높았다. 장기 추적에서도 위약 전환군은 혈압이 다시 상승한 반면, 백스드로스타트 지속군은 추가 감소를 보이며 약효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입증했다.안전성 면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나왔다. 고칼륨혈증은 일부 환자에서 보고됐지만 발생률은 낮았고(최대 1.5%), 부신피질 기능 부전 같은 우려되던 합병증은 보고되지 않았다. 이는 스피로노락톤이나 에플레레논 등 기존 MRA 계열이 흔히 직면했던 고칼륨혈증 및 부작용 이슈와 비교했을 때 진일보한 결과다.오랫동안 '임상적 벽'으로 여겨졌던 저항성 고혈압 치료에 새로운 타깃으로 복잡한 다약제 요법에도 불구하고 혈압 조절에 실패했던 환자군에서 하루 한 번 복용만으로 유의한 혈압 강하를 보였다는 점은 실제 진료에서 순응도 개선 가능성까지 시사한다.알도스테론 억제를 선택적으로 구현함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약리적 효과를 확보했다는 점은 향후 기전 기반 치료제 개발에도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브라이언 윌리엄스 교수(UCL)는 "이번 임상시험 결과는 치료와 조절이 어려운 혈압의 원인에 대한 이해에 있어 중요한 진전"이라며 "이번 연구는 알도스테론이 고혈압을 매개하는 중심 축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고 평가했다.단순히 혈압을 낮추는 또 하나의 약이 아니라, 수십 년간 해결되지 않았던 저항성 고혈압의 병태생리에 정면으로 도전해 임상적 성과를 낸 것. 이번 결과가 장기 안전성과 심혈관 사건 감소 효과까지 이어진다면, 고혈압 치료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할 것으로 전망된다.■매일 복용하는 혈압약 시대 끝…주사 한번으로 수 개월 효과저항성 고혈압 환자들은 다약제를 복용하는 특성상 순응도 저하와 약물 지속성 부족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장기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 질레베시란 역시 주목을 끈 약물.연 2회 주사 방식의 항고혈압 신약후보물질 질레베시란이 고위험군에서 일정 효과를 나타냈다. RNA 간섭(RNAi) 기전을 이용해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계(RAAS)의 가장 상위 단계인 안지오텐시노겐을 억제하는 신약 질레베시란은 피하 주사로 투여 후 수개월간 지속 효과를 보이는 것이 특징으로, 기존 경구제의 복약 순응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전략으로 주목받는다.이번에 공개된 KARDIA-3 임상 대상자는 2~4제의 항고혈압제를 복용하는 기심혈관질환자이거나 고위험군(10년 ASCVD 위험 15% 이상, 혹은 eGFR 30~59) 환자로 77%는 고위험군, 23%는 심혈관질환을 가졌고, 평균 기저 수축기 혈압은 144mmHg에 달했다.이들을 무작위 배정해 300mg, 600mg 질레베시란 단회 피하 주사 또는 위약을 투약해 3개월간 추적 관찰한 결과 3개월째 평균 좌위 수축기 혈압 감소는 300mg군에서 위약 대비 −5.0mmHg, 600mg군에서 −3.3mmHg였지만 통계적 유의성에는 도달하지 못했다.6개월 시점에서도 평균 혈압 강하 효과는 −3.9, −3.6mmHg에 불과했지만, 24시간 활동혈압 측정에서는 야간 혈압 포함해 위약 대비 5~8mmHg의 의미 있는 감소 경향이 확인됐다.이뇨제를 복용하면서 기저 SBP 140mmHg 이상이었던 하위 환자군에선 300mg 용량에서 −9.2mmHg의 뚜렷한 감소가 나타났다.일차 평가지표에서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입증하지는 못했지만, RNAi 기반 항고혈압제의 임상적 적용 가능성을 고위험 환자군에서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특히 복약 순응도가 낮은 환자군에서 분기별 또는 반기별 투여만으로 혈압을 낮출 수 있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드디어 등장한 '쓸만한' TG 신약…80% 정상 범주로중성지방(TG)도 그간 미해결 영역에 가까웠다. 피브레이트 계열은 TG를 20~50%까지 낮추지만 ASCVD 예방 효과는 불확실했고, 오메가-3 EPA도 일부 고위험 환자에서 TG 감소와 ASCVD 사건 감소를 입증했지만 효과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반면 최근 상용화된 올레자르센은 중등도 고중성지방혈증 환자서 강력한 TG 감소 효과로 차세대 신약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기존 지질강하요법에도 잔여 심혈관 위험이 남는 환자에게서 TG 감소를 위한 효과적 치료제는 여전히 부족했지만 아포지단백 C-III mRNA를 표적하는 신약이 돌파구로 떠오른 것.올레자르센 투약 12개월 후 TG 변화 그래프. 작년 12월 FDA는 최초의 가족성 킬로미크론혈증증후군 치료제로 아이오니스 파마슈티컬스의 올레자르센(상품명 트린골자)을 승인한 바 있다.ESSENCE-TIMI 73b 3상 임상시험(DOI: 10.1056/NEJMoa2507227)은 ASCVD 확진 또는 제2형 당뇨병·고령으로 심혈관 고위험에 해당하는 중등도 고중성지방혈증 환자(150–499mg/dL) 1,34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환자들은 최적화된 LDL-C 강하 치료를 유지한 상태에서 4주마다 피하주사로 올레자르센 50mg, 80mg 또는 위약을 12개월간 투여받았다.결과는 인상적이었다. 6개월 시점 TG 변화율은 위약 대비 올레자르센 50mg군 −58.4%, 80mg군 −60.6%로, 모두 유의한 차이를 보였고 정상 범주인 TG 수치 150mg/dL 미만 도달률은 6개월째 위약군 12.5%에 불과했으나, 올레자르센군은 85~89%에 달했고 12개월까지도 80% 이상이 정상 TG 범위를 유지했다.주연구자 브라이언 버그마크 박사(하버드대)는 "올레자르센은 기존 치료로는 기대하기 어려운 강력한 TG 감소를 보였고, 대부분 환자가 정상 TG 수준을 달성했다"며 "잔여 심혈관 위험 관리의 새로운 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인클리시란, 고위험 환자 LDL-C 목표 조기·지속 달성혈압 분야에 이어 이상지질혈증에서도 진전이 나타났다. 여전히 많은 고위험 환자들이 스타틴이나 에제티미브 같은 기존 이상지질혈증 치료에도 불구하고 LDL-C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해 PCSK9 억제제 인클리시란이 대안으로 떠오른다.VICTORION-Difference 임상시험은 고·초고위험 환자 1,770명을 대상으로 인클리시란(300mg 피하, 3~6개월마다)과 표준 치료를 비교했다. 모든 환자는 최대 내약 용량의 스타틴을 기본으로 사용했고, 목표치 미달 시 로수바스타틴을 추가·증량했다.분석 결과 90일 시점에서 개별 LDL-C 목표(55mg/dl 또는 70mg/dl 미만)를 달성한 환자 비율은 인클리시란군이 84.9%로, 표준 치료군(31.0%) 대비 압도적으로 높았다(OR 12.09). 360일까지 평균 LDL-C 감소율도 −59.5%로, 대조군(−24.3%)보다 유의하게 컸다.안전성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차이가 관찰됐다. 근육 관련 이상반응은 인클리시란군이 11.9%로, 표준 치료군 19.2%보다 적었고, 전반적 이상반응 발생률은 두 군이 유사했다.연구 책임자 울프 란트메서 교수는 "이번 대규모 임상은 인클리시란이 단순히 LDL-C를 낮추는 수준을 넘어, 조기이자 지속적인 목표 달성과 더 나은 내약성을 제공한다는 점을 입증했다"며 "반복 복용 부담이 큰 기존 치료의 한계를 보완하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비후성 심근병증 1차 치료제 비켜" 새 기전 아피캄텐 전진마이오신을 직접 억제하는 '카디악 마이오신 억제제' 계열 신약후보물질 아피캄텐도 신약 대전에 이름을 올렸다.그간 증상성 폐쇄성 비후성 심근병증(HCM)의 1차 치료제는 베타차단제나 칼슘채널차단제였지만 근본적인 과수축 문제를 조절하지 못하고 근거가 제한적이었다.HCM 환자는 심근 세포가 과도하게 수축하면서 좌심실 유출로 압력이 증가하고 증상이 나타나는데, 아피캄텐은 심근 마이오신의 ATPase 활성을 직접 억제해 과수축을 감소시키고 심실 압력과 벽 스트레스를 낮춘다.즉 심박수나 혈압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근본적 병리인 과수축 자체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베타차단제나 칼슘채널차단제보다 HCM의 기전적 문제를 직접 겨냥한다.MAPLE-HCM 3상 연구는 이번 연구는 71개국 71개 센터에서 증상성 폐쇄성 HCM 성인 175명을 대상으로 아피캄텐(5~20mg)과 메토프로롤(50~200mg)을 24주간 비교한 무작위, 이중맹검, 더블더미 설계로 진행됐다.주요 평가지표인 최대 산소섭취량은 아피캄텐군에서 평균 1.1 mL/kg/min 증가한 반면 메토프로롤군은 1.2 mL/kg/min 감소해 두 군 간 차이는 2.3 mL/kg/min로 통계적 유의성을 보였다.또한 NYHA 기능급과 KCCQ-CSS 점수에서도 아피캄텐이 메토프로롤보다 우월했으며, 좌심실 유출로 압력, 좌심방 용적 지수, NT-proBNP 등 심혈관역학적 지표도 개선됐다.안전성 측면에서도 심각한 이상반응 발생률은 두 군이 유사해 아피캄텐이 기존 베타차단제를 대체하거나 1차 요법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제시하며, 향후 HCM 환자의 치료 패러다임 변화와 신약 기반 맞춤형 치료 전략 도입에 중요한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한편 최근 상용화된 심부전(HFrEF) 신약 베리시구앗도 VICTOR 임상 연구를 통해 좌심실 박출률이 저하된 안정적 환자에서 심혈관 사망 및 전체 사망률을 유의하게 낮췄다.대부분 NYHA II기 증상을 가진 6,10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국가 무작위 위약대조 연구에서 중간 추적 18.5개월 동안 베리시구앗은 HF 입원률은 크게 줄지 않았으나 심혈관 사망 HR 0.83, 전체 사망 HR 0.84를 기록하며 안정적 치료 환경에서도 사망 위험 감소 가능성을 입증했다.
2025-09-02 05:30:00학술대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이메일 무단수집 거부
메디칼타임즈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방법을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할 시에는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 처벌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