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의정사태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소위 빅5병원의 진료비 지형도가 요동쳤다.
메디칼타임즈가 국회를 통해 입수한 '상급종합병원 요양급여 청구액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 등 빅3 병원은 두자릿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연간 진료비 1조원대를 간신히 지켜냈다.
반면 서울대병원은 1조 클럽에서 이탈하며 가장 큰 타격을 받았으나, 2025년 상반기 접어들면서 빅5병원 중 가장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며 '맹추격'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는 청구액 기준으로 비급여 의료비와 부대사업까지 포함하면 2조원 초과 매출은 올해도 무난히 지키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아산 3000억·세브 1650억 증발…1조 클럽 간신히 유지
진료비 2024년 연간 진료비 1조원을 넘긴 상급종합병원은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3곳에 그쳤다. 이는 2022년과 2023년 연속으로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4개 병원이 1조 클럽을 형성했던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서울아산병원은 2024년 기준, 진료비 1조5399억원을 기록하며 진료비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의정사태 이전인 2023년도(1조8344억원) 대비 2945억원이 증발하며 16.1% 감소했다. 2022년(1조7373억원)과 비교하면 2년간 1974억원(-11.4%)이 줄어든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2위와 2694억원 격차를 유지하며 압도적 1위를 지켰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1조2705억원으로 2023년 대비 1650억원(-11.5%) 감소했다. 2022년(1조3344억원)과의 2년 비교에선 639억원(-4.8%) 줄어드는데 그쳤다. 3위 삼성서울병원은 1조2214억원으로 전년 대비 1377억원(-10.1%) 줄었다.
이들 상급종합병원 3곳의 2024년 감소폭은 모두 10~16%대로, 실제 진료비 규모로 환산하면 1400억~2900억원대의 '대규모 증발'이었다. 빅5병원 한 보직자는 "의정사태 이후 몰아친 의료인력 변화가 경영상 수치로 그대로 드러나는 한해였다"고 전했다.

서울대 -18% '최대 낙폭'…1조 클럽 탈락
빅5 중 의정사태의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은 서울대병원이다. 2022년 1조642억원, 2023년 1조1035억원으로 1조 클럽을 견고히 유지하던 서울대병원은 2024년 9050억원으로 1985억원(-18.0%)이나 급감하며 1조 클럽에서 벗어났다.
진료비 또한 전년 대비 감소율 18.0%는 빅5 중 최대 낙폭이다. 2022년과 비교해도 1592억원(-15.0%)이 줄어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1위 서울아산병원과의 격차는 2024년 기준 6349억원으로, 2022년(6731억원)보다 소폭 줄긴 했으나 여전히 큰 차이를 보였다.
서울대병원 한 보직자는 "국립대병원 특성상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게 직격탄이 됐다"며 "중증 환자 중심의 진료 구조 특성상 전공의 공백이 더 치명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선방'한 곳은 5위 서울성모병원이다. 전년(8517억원) 대비 5.5% 감소한 8049억원을 기록했다. 469억원 줄었지만, 2022년(8012억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37억원(+0.5%) 증가해 2년 주기로는 플러스를 기록했다. 빅5 중 유일하게 2022년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서울성모병원은 PA 간호사인력 활용과 교수 중심 진료 체계가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응급의료센터보다는 계획 수술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선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25년 진료비 회복세…서울대병원 10.6% 성장률 기대
그러나 2025년 상반기 실적은 점진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빅5 병원 모두 한자릿수에서 두자릿수 초반의 성장률을 보이며 정상화 단계에 진입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상반기에만 8103억원을 기록해 연환산 시 1조 620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 대비 807억원(+5.2%) 증가한 수치다. 의정사태 이전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또한 상반기 6761억원(연환산 1조3521억원)으로 6.4% 성장했고, 삼성서울병원은 상반기 6595억원(연환산 1조3190억원)으로 8.0% 성장했다. 빅3 모두 2024년 수준을 회복하며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주목할 점은 서울대병원의 회복세다. 상반기 5004억원을 기록해 연환산 1조8억원으로 추산되며, 2024년 대비 10.6%의 성장률을 보였다. 빅5 중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만큼, 회복 속도도 가장 빠른 것이다.
서울대병원 측은 "전공의 복귀와 함께 교수진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진료 체계를 정상화했다"며 "점진적이지만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상반기 4033억원(연환산 8066억원)을 기록하며 0.2% 성장에 그쳤다. 2024년 선방했던 만큼 추가 성장 여력이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25년 들어 빅3 내부 격차가 소폭 줄어든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2024년 의정사태로 모든 병원이 타격을 입으면서 격차가 축소됐는데, 2025년에도 이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진료비 단연 1위인 서울아산병원과 2위 신촌세브란스 간 격차는 2024년 2694억원에서 2025년 예상 2685억원으로 9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삼성서울병원과의 격차도 2024년 3185억원에서 2025년 3015억원으로 170억원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4위 서울대병원도 격차를 좁히고 있다. 2024년 6349억원이었던 격차가 2025년에는 6198억원으로 151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대병원이 10.6%의 성장률로 빠르게 회복하면서 추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경영 개선되고 있지만…교수진 번아웃 심각"
올해 전공의들이 상당수 복귀하면서 수치상 반등에도 의료현장의 목소리는 복잡하다. 상급종합병원 한 내과 교수는 "진료비는 회복됐지만 전공의 공백을 교수들이 메우고 있다"며 "외래와 수술, 응급실 당직까지 감당하느라 번아웃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기조실장은 "2024년 감소분을 2025년에 만회하려는 경영 압박도 크다"며 "교수 1인당 환자 수가 크게 늘면서 진료 질 저하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진료비 수치상, 진료실적이 개선되는 것만 보이지만 전공의 근무시간 감소 등 수련환경 개선으로 의대교수들의 업무량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의정사태 이후 버텨온 의대교수들이 번아웃을 호소하고 실제로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경영 지표 개선과 별개로 교수들의 업무 과부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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