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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믿는다는 것은

고신의대 2학년 김민지
발행날짜: 2025-11-24 05:00:00

고신대학교 예과 2학년 김민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다르게는, 초심을 기억하는 건 어렵다.
그것이 내가 이번 여름과 가을. 두 계절을 지내며 한 생각이다.

휴학 후 개강이 다가왔다. 하루에 7시간, 8시간씩 주에 6일. 살인적인 스케줄이었지만 그 시간표가 너무나도 반가웠다.

나의 십대 시절 목표는 오직 의사가 되는 것이었다. 1인분을 해내는 사람이고 싶었고 기왕이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조건에 의사는 완벽한 직업이었다. 의과대학에 입학하고서는 하루하루가 즐거웠고, 졸업해 나의 오랜 꿈을 이루리란 기대에 하루하루가 꿈같았다.

하지만 휴학 기간의 나는 1인분은커녕, 마이너스 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허전함을 채워보려 이것저것 도전을 해봤지만, 결국 내가 하고싶은 공부는 하지 못하고 둥둥 떠도는 상태. 본질에서 동떨어진 것만 같아 우울했다. 그래서 개강 후에는 모든 순간 공부했다. 과외를 끼운 사이사이에나, 밥을 먹다가도, 그리고 잠자기 전까지도 공부를 했다. 공부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하지만, 대면 개강 이후에는 상황이 변했다.

혼자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부대끼며 공부하다 보면 보이는 게 있다. 저 친구는 아까 배운 내용을 바로 심화까지 해낸다거나, 이 친구는 해부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뛰어나다거나. 거기에 더해 누구는 어떻게 공부하고, 누구는 한번 보면 외우고, 누구는, 누구는, 누구는…. 들려오는 정보는 방대했다.

'나는?'하는 생각에 감정을 갈무리하기 어려웠다. 나의 부족한 점이 보이고, 그 점을 채우기도 전에 계속해서 늘어나는 쏟아지는 정보가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책상 앞에 앉으면 숨이 턱 막혔다. 다른 친구들은 더 빨리했을까, 이미 완벽하게 했을까…. 방법이 중요해졌고, 남들의 진도가 신경 쓰였다.

그러다 탈이 났다. 하루에 두 시간씩 이주. 그렇게 잠도 안 자고 공부를 하다 보니 몸살이 났다. 뭐가 그리도 바빴던 것인지. 열이 올라 공부를 하지 못한 채 가만히 멍하니 생각하다 보니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더라, 라는 물음에까지 닿게 되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고 싶어서? 이번 시험 성적을 잘받기 위해서?…아니, 다 아니다. 그냥 다른 사람을 돕고 싶어서. 그 이유 하나였다. 의사가 되고싶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 그걸 잊은 채 단기적인 목표에 갇혀 나를 갉아먹기에 급급했다. 지금껏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왔다는 생각이 들었고, 장기적인 목표를 생각하며 나만의 페이스를 찾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나를 돌보기로 했다. 원래 나를 돌봐야 남을 돌볼 수 있는 법이다. 다시 '나의 리듬'을 만들기로 했다. 내내 쉬지 않고 공부만 하다 보니,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지쳐갔다. 무작정 공부하기보다는 정해진 시간만큼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쉬는 것에 죄책감이 느껴질 때면 '공부를 지속하기 위한 쉼이다'라고 생각하니 편해졌다. 또한, 짬이 날 때마다 소소한 행복을 찾으려 했다. 카페에 갈 때는 괜시리 바다가 잘보이는 창으로 가고, 일요일에는 좋아하는 샌드위치를 사먹었다. 밥을 먹을 때만큼은 공부 이야기가 아니라, 친구들과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떠들어댔다. 마음이 가벼웠다. 실제로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것을 하다보니 능률이 좋아졌다.

그러다보니 점차 나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나를 위한 나만의 방법을 가장 잘 알고있는 것은 나일 터였다. 내가 어느 부분이 약한지, 어떻게 시간을 분배하는 것이 좋은지, 어떻게 달래가며 공부해야 하는지. 내가 공부해 온 모든 시간들이 증거이다. 거북이는 거북이이고, 토끼는 토끼다. 사람마다 맞는 공부의 방식은 다르고, 차이가 있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님을 이제는 안다. 다른 친구들이 어디를 공부하고 있는지를 비교하며 불안해하기 보단, 나는 내 맞춤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공부도 삶의 일부이자 살아감의 과정이다. 삶과 맞닿은 모든 일은 결국 나를 알아가고 기억해 내는 일이다. 내가 왜 무언가를 하고 싶은지를 고민하고, 그 이유를 찾았다면 잊지 않고 간직한다. 내게 맞는 방식을 찾아 수없이 시도하고, 그 과정을 버텨온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쌓아가는 것이 삶인 것 같다. 오늘도 조금은 흔들릴지라도 꾸준히 나 자신을 살아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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