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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지나면 '덜 아픈' 아이들인가

발행날짜: 2025-11-24 05:00:00

의료경제팀 이지현 기자

새벽 2시, 39도 고열에 시달리는 아이를 안고 병원을 찾는 부모들에게 '24시간 소아 전문진료'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다. 아이들이 치료를 받고 나서야 부모들에게는 안도감이 찾아온다.

우리아이들의료재단이 운영하는 '친구클리닉'의 4개월 데이터를 살펴보면 의료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자정부터 아침까지 심야 시간대에 처음 병원을 찾는 신환 비율이 48%에 달했다. 절반 가까운 환아가 '여기 말고는 갈 곳이 없어서' 찾아온 셈이다.

더 놀라운 건 처치 내용이다. 77%가 수액, 검사, 입원, 상급병원 의뢰 등 적극적 의료 개입이 필요했다. '엄살 부리는 부모'도, '안심하러 온 환자'도 아니었다. 실제로 아픈 아이들이었고, 실제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시간대를 책임지는 의료기관의 수가 체계는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아이들병원과 성북우리아이들병원은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지정돼 있다. 자정까지는 가산 수가를 적용받는다. 문제는 자정 12시 1분부터다. 시계가 자정을 넘기는 순간, 수가는 일반 외래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하지만 데이터가 보여주는 현실은 정반대다. 자정 이후 신환 비율이 급증하고, 업무 강도는 최고조에 달한다. 야간 근무 수당, 심야 인력 배치, 응급 대응 체계 유지까지 고려하면 운영 비용은 주간의 1.5배를 훌쩍 넘는다. 그런데 수가는 오히려 낮아진다. 업무는 더 많고, 환자는 더 아프고, 비용은 더 드는데, 보상은 더 적은 기형적 구조다.

자정을 기준으로 수가가 달라지는 현행 체계는 마치 '자정이 지나면 아이들이 덜 아프다'고 전제하는 듯하다. 현장의 데이터는 그 전제가 틀렸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오히려 자정 이후가 진짜 '의료 취약시간대'인데 말이다.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정성관 이사장은 "소아진료에 적합한 의료 인프라를 갖춘 소아전문병원인 우리도 적자구조를 버티기 어려운데 '24시간 소아진료'를 할 수 있는 곳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라며 긴 한숨과 함께 혼잣말을 던졌다.

소아 필수의료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전공의 기피, 개원가 이탈, 야간 진료 공백. 악순환은 계속된다. 그나마 24시간 소아진료의 불씨를 살리는 곳이 있다면, 그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제도가 뒷받침해야 한다.

달빛어린이병원 수가가 자정까지만 적용되는 건 애초에 '24시간 운영'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친구클리닉의 4개월 데이터가 보여주 듯 새벽에도, 심야에도, 아픈 아이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수가체계가 필요하다.

24시간 소아진료 체계는 선의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수가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 친구클리닉이 던진 화두에 정부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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