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제약사들 잇딴 긴급회의...사실상 생존 경쟁 시작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제네릭 의약품 약가를 오리지널의 45%로 최종 확정 직후인 27일, 제약업계는 분주하게 돌아갔다.각 제약사들 회의실마다 긴급 대책 회의가 이어졌고, 경영진과 영업·생산 담당자들은 전화를 받느라 하루가 짧었다. 몇 달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해왔지만 막상 45%가 확정되자 긴박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한 제약사 A대표는 "거부할 수도 없고, 그냥 받아들이고 빨리 움직여야 한다"면서 혁신형 제약 전환을 위한 내부 검토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축적해온 연구 자산을 토대로 혁신형 제약으로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건정심에서 약가인하폭 발표 다음날인 27일 제약업계는 대책마련으로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그래픽 : AI생성형 이미지 문제는 그런 기반이 없는 제약사들이다. A대표는 "솔직히 연구개발 백그라운드가 없는 중소 제약사들은 앞이 안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현재 정부가 업계에 제시한 출구는 '혁신형 제약사 전환'이다.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회사에 약가 우대를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메시지는 분명하다. 제네릭으로 버티는 시대는 끝났으니 스스로 체질을 바꾸라는 것이다.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정부의 기대처럼 단순하지 않다. 혁신형 제약사로 지정되려면 GMP(우수 의약품 제조 기준)를 포함한 각종 규정을 빠짐없이 준수해야 한다.중소 제약사 임원은 "혁신형 제약으로 전환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면서 "식약처 등 생산 심사 과정에서 지적사항이 발생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혁신형 제약이 된 이후에도 의약품 생산 과정에서 지적사항이 누적되면 자격이 박탈되는 등 우려도 있다"면서 만만찮은 과정이라고 덧붙였다.이처럼 혁신형 전환이 여의치 않은 회사들 사이에서는 두 가지 방향의 셈법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하나는 대형사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외면하는 품목군을 선점하는 전략이다. 경쟁자가 적은 분야에 블루오션을 찾아 뿌리를 내려 버티는 것. 국내 제약사 대표는 "대형 제약사큰 데들이 안 보는 곳에 빨리 가서 구축하는 게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고 했다.다른 하나는 급여 시장 밖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비급여 제품 위주의 일부 제약사들이 이번 약가인하를 상대적으로 비껴가는 모습이 확인되면서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쪽으로 품목을 확장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영업 조직도 마찬가지다. 이미 신풍제약 등 일부 제약사들은 영업조직을 CSO 체제로 전환하는 등 인건비 및 판촉비 등 고정비 절감을 준비 중이다.제약업계가 전반적으로 경색된 분위기 속에서 영업사원들 이직 시장도 얼어붙으면서 이탈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제약업계가 분주한 사이 임상 현장에선 의약품 공급 불안정을 우려하고 있다.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약가를 내리는 것 자체에 임상의사들이 할 말은 없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꼭 필요한 약의 공급이 끊기는 상황이 생기면 안 된다"고 했다. 정부가 '필수 의약품 보호'를 약속했지만, 이미 희귀의약품을 포함한 공급 불편이 현장에서 일상화된 상태에서 그 약속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그는 "편의점 상품이 떨어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 번 무너진 의약품 공급망은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공급 안전망을 먼저 갖춰놓고 약가를 내렸어야 하는데,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지적했다.한편 제약업계는 건정심에서 제네릭 약가인하율 45% 발표로 끝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앞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6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와의 지속적인 협상 의지를 밝혔다. 오는 2036년까지 단계적 적용 과정에서 품목 분류 기준, 혁신형 지정 요건, 필수 의약품 보호 범위 등 세부 사항을 놓고 추가적인 논의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비대위 한 관계자는 "큰 골격은 정해졌지만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정부의 가산 정책도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한 측면이 있어 향후 협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