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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독감'은 착시…방역당국 직무유기

경남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위원장
발행날짜: 2025-11-24 05:00:00

경남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위원장

최근 언론에서는 "최근 10년 새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이 가장 심각하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자극적인 헤드라인은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지만, 진료 현장에서 체감하는 실상은 다르다. 올해 독감은 유난히 독하거나 환자가 폭증한 것이 아니라, 단지 예년보다 '일찍' 시작되었을 뿐이다. 실제로 지난주까지 북새통을 이루던 소아청소년과 외래는 현재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이는 매년 반복되는 전형적인 유행 패턴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소아·청소년 환자가 줄어들면 바이러스는 필연적으로 성인과 고령층으로 이동한다. 우리는 이미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고령층의 감염 폭증이 초래한 지난 2025년 1월의 '화장장 대란'을 기억하는가? 노인 인구의 독감 감염은 단순한 호흡기 질환을 넘어 폐렴 합병증과 기저질환 악화로 이어지며, 이는 곧 초과 사망(Excess Mortality)의 급증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 방역 당국의 시계는 멈춰 있다. 앞으로 B형 독감이 유행할지, 새로운 아형(Subtype)이 출현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질병관리청의 대응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코로나19 당시에는 정확도가 떨어질지언정 유행 예측 모델을 발표하며 대비하려 노력했으나, 매년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야기하는 인플루엔자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데이터의 '해상도'다. 현재의 인플루엔자 의사환자(ILI) 분율 조사는 고열과 기침 등 증상만으로 집계하는 표본 감시 체계다. 이는 실제 확진자 수와 큰 괴리가 있으며, 지역별 유행의 편차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부산에서 유행이 끝났는데 서울은 시작일 수 있고, 농촌과 도시의 양상이 다름에도 당국은 뭉뚱그려진 전국 평균치만 바라보고 있다. 정확한 데이터가 없으니 정교한 대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

이러한 '깜깜이 방역'은 거버넌스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현장의 전문가들은 실시간으로 환자 추이를 감지하지만, 이 정보가 정책 입안자에게 전달되는 통로는 막혀 있다. 방역 공무원들은 전문가의 제안을 정책에 반영하기보다, 기존의 관행을 답습하는 데 급급하다. 실시간으로 지역별 환자 발생을 파악할 수 있는 조직을 신설하고, 전문가들이 임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고령층의 감염 실태를 정밀 조사하고,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 강화 등 선제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독감은 감기보다 조금 독한 병이 아니다. 매년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감염병이다. 언제까지 "손 씻고 마스크 쓰라"는 원론적인 계몽에만 머물 것인가? 방역 당국은 이제라도 책상물림 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문가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즉각 반영하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이 제2의 화장장 대란을 막고, 국민의 생명과 사회적 비용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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