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지난달 25일, 자사주를 취득 후 1년 내에 의무적으로 소각해야 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3월 주총을 앞둔 제약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제약사들에 자사주는 '만능 치트키'였다. 경영권 분쟁 시 우호 세력에게 넘겨 방어벽을 쌓거나, 주가 하락기에 적당히 사들여 생색내는 용도로 쓰였다.
개정안의 핵심은 단순하다. 상장사는 자사주를 취득하면 의무적으로 1년 안에 소각해야 하고, 보유 기간 중 의결권과 신주인수권은 배제된다.
처분 시에는 모든 주주에게 균등한 기회가 주어진다.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자사주를 '비축'해온 오너 중심 제약사들의 전통적 경영 방식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조항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업계의 반응은 빠르게 나타났다. 국내 중견 제약사들이 자사주를 직접 소각하는 대신 동종 업계 기업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보유 비중을 낮추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소각 대신 '몸 가볍게 하기'에 나선 것이다. 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테두리 안에서 가장 덜 손해 보는 방법을 찾는 제약업계 특유의 셈법이 나온다.
물론 선도적 행보를 보이는 곳도 있다. 셀트리온은 3월 24일 주총에서 보유 주식 1234만주 중 611만주를 소각할 예정이며 금액으로는 1조 4633억원 규모에 달한다.
유한양행도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전에 이미 두 차례 자사주 소각에 나섰고, 동아에스티는 이사회를 열어 보유 물량 절반에 해당하는 8만 4058주를 소각하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이처럼 '선제적 소각'은 일부에 그친다. 중소 제약사일수록, 오너 지배구조가 강할수록 '경영권=자사주'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또한 개정안 중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확대'도 제약사에겐 또 다른 압박이다. 지금까지 오너의 뜻이 곧 회사의 뜻이었지만 앞으로 소액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이사회 결정은 손해배상 소송으로 직결될 수 있다.
실제로 광동제약의 사례처럼 자사주를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려다 금융당국의 제동이 걸린 경우도 나오면서, 자사주 활용 방식에 대한 시장과 정부의 시선도 한층 엄격해진 상황이다.
3월 주총을 앞두고 제약업계는 자사주를 '전략 자산'으로 묵혀두던 시대의 종지부를 찍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강력한 오너십으로 추진하면 소액주주들은 따라가는 식의 관행은 끝이 보인다. 제약사들의 진짜 셈법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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