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세상에 싸고 좋은 건 없어요. 그러면 누군가 손해를 감수한다는 의미에요. 그게 식당이라고 생각해보세요. 그 식당 주인 입장에서는 조용히 그 메뉴를 삭제하지 않겠어요?"
국내 굴지 대학병원 전문센터장의 말이다.
그는 요즘 진료실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을 반복하고 있다.환자에게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애써 그 방법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이미 기기가 있다. 치료 효과는 좋다. 부작용도 적다. 숙련된 인력도 있다. 전 세계 선진국 전문가들이 정성스럽게 내놓은 의학적 근거도 있다.
하지만 하나가 없다. 바로 수가다. 이 기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트레이닝 기간이이 필요하다. 익숙해진 뒤에도 지금 급여기준이 적용되는 방식에 비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더 정교하기 때문이다.
환자는 덜 아프도 덜 힘들다. 병원에 더 적게 방문해도 되고 부작용이 획기적으로 줄어 삶의 질도 좋아진다.
하지만 병원은 손해를 본다. 같은 시간에 컨베이어처럼 여러 명을 볼 수 있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환자 한명에게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그렇게 손해를 감수해도 잣대를 들고 있는 기관에서는 왜 굳이 그 방법을, 그 기기를 썼느냐는 눈초리가 따라온다.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관행이 아니라는 이유로 삭감의 칼이 춤을 춘다.
그래서 이 기기는 잊혀져 간다. 감히 이를 도입하는 병원도 없고 굳이 배울려는 의사도 없다.
미국 굴지 암병원 한 곳에서만 10여대가 운용되는 이 기기가 대한민국에서는 전국에 단 한대밖에 없다.
이는 비단 이 기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기업에서 환자의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의사의 워크플로우를 대대적으로 개선한 기기를 미국과 함께 한국에 가장 먼저 내놨다.
전 세계 의학자들과 임상 의사들은 난리가 났다. 출시된지 4년만에 이미 미국에서는 점유율이 80%가 넘는다. 세계 학회에서도 게임체인저라며 호평 일색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단 두대 뿐이다. 그것마저도 창고 어딘가에서 먼지가 쌓여가고 있다. 마찬가지 이유다. 당연히 우리나라에서 실사용 근거는 한 건도 없다. 악순환이다.
환자의 삶의 질은 우리나라에서 아직 먼 얘기다. 잣대는 여전히 이것도 고치고 저것도 고치는데 왜 비싼 것을 썼느냐는 질문에 맞춰져 있다.
결국 진료실에는 익숙한 선택지만 남는다. 문제 되지 않는 방식,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
누가 봐도 안전한 길. 전 세계 학자들이, 임상 의사들이 환호하는 그 놀라운 기기는 선택지에서 조용히 사라진다.
이 구조의 반복속에 진료실의 풍경은 단순해진다.병원에는 모두가 아는 방식만 남고 새로운 시도는 조용히 사라진다. 차세대라는 이름이 붙은 그 모든 것들은 이제 메뉴판에 없다.
아마도 몇 년 후 누군가는 또 다시 물을 것이다. 이렇게 좋은 수술법이, 이렇게 좋은 기기가 왜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일까.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가서 그 먼지 쌓인 기기를 꺼내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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