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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단

"독보적 경쟁력 국내 의료 AI…플랫폼 종속·신뢰 확보 과제"

발행날짜: 2026-02-05 05:30:00 업데이트: 2026-02-05 10:41:01

[특별 대담]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박창민 회장·이준구 총무이사
생체 신호 분야 등 두각…빅테크 플랫폼 종속 해결·제도 대응 필요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정부가 인공지능 G3 도약을 선언하면서 국내 의료 AI 산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는 가운데 임상 현장에서는 신뢰 확보와 빅테크 플랫폼 종속 대응이 향후 산업 성장의 핵심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국내 의료 AI 산업이 학문적 태동기를 지나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발휘하는 산업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메디칼타임즈는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와의 대담을 통해 국내 의료 AI 산업 현황과 경쟁력을 짚어봤다.

■알파고 이후 의·공학 융합 연구 속도 "현장형 인재 양성 중요"

학계는 우리나라에서 AI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작점으로,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전 프로 바둑 기사의 대국을 꼽는다. 이는 의료 AI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초기엔 임상 현장에 적용할 만한 가시적인 결과물이 부족했다.

하지만 2017년 여름, 미국의학협회 저널 자마(JAMA)에 실린 한 논문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구글이 안저 영상을 활용해 당뇨망막병증을 자동 진단하는 연구를 발표하면서 의료 AI 제품 개발과 성능 검증에 대한 표준적인 틀이 마련된 것.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박창민 회장은 학회 설립 배경에 대한 질문에, 당시 의료 AI를 둘러싼 시대적 요구를 회상했다.

의료인공지능학회 박창민 회장은 글로벌 플랫폼 종속을 막기 위한 국가 차원의 파운데이션 모델 확보와 의료인 전문성 보존을 위한 제도적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 회장은 "알파고 이후 의료계에서도 AI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이 부재했었는데 구글의 논문이 결정적인 방아쇠 역할을 해줬다"며 "이는 의학자와 공학자들이 뜻을 모으게 된 계기가 됐는데, 이렇게 학회의 전신인 '의료인공지능을 활성화하기 위한 연구회'가 2017년 설립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1년여간의 준비 과정을 거쳤고, 2018년 가을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를 정식 창립해 융합 연구의 장을 열었다"며 "의료에선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특수성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공산품과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학문적 토대를 쌓아왔다"고 설명했다.

의료 AI는 의학적 전문성과 공학적 기술력이 결합해야 하는 분야인 만큼, 기존의 단일 교육 체계로는 현장형 인재를 육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의료인공지능학회 역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학문 발전과 인재 양성, 산업계 확산 및 정책적 조언을 4대 핵심 가치로 정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의학계와 공학계, 산업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회장은 "여름마다 이틀간 진행하는 서머스쿨을 통해 의학자와 공학자 간의 지식 격차를 줄이는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또 가을 정기 학술대회를 통해 최신 지견을 공유하고 있다"며 "특히 올해 5월에는 대한의사협회와의 공동 세미나는 물론 전자공학회, 반도체공학회와도 손을 잡아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교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비전 AI, 생체 신호 기술 세계 수준…생성형 AI 도입 촉각

박 회장은 현재 의료 AI가 시각 지능과 생체 신호, 생성형 AI 등 세 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는 한국 의료 AI 산업 역시 마찬가지인데, 특히 비전 AI와 생체 신호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유의미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초기 시장을 개척한 비전 AI 기업들은 이미 해외 유수 의료기관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최근엔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결합한 생체 신호 예측 모델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 전통적인 영상 판독을 넘어, 환자의 중증도를 미리 예측하는 기술까지 확보하며 K-의료 AI의 영토를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루닛과 뷰노는 유방암 및 폐암 진단 분야에서 글로벌 레퍼런스를 확보해 해외에서도 특별한 설명 없이 통용될 만큼 인지도가 높다"며 "생체 신호 분야에서도 시어스테크놀로지와 AI트릭스, 뷰노의 딥카스 등이 심정지나 패혈증을 예측하며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일부는 시가총액 면에서도 괄목할 성장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적 완성도와 별개로, 의료진이 임상 현장에서 AI를 실제 파트너로 신뢰하는지는 분야마다 온도 차를 보이는 모양새다.

실제 응급의학 및 중환자 진료에서 쓰이는 생체 신호 AI는 잦은 알람으로 인한 피로감과 오진 시 책임 소재 문제로 도입을 주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예측 모델이 내놓는 경보가 실제 위급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는 '가짜 경보'가 반복될 경우, 현장 의료진의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생성형 AI에 대한 의료진 신뢰도 역시 낮은데, 단순 행정 업무 지원을 넘어선 임상 의사 결정 참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보의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거짓 정보를 사실처럼 말하는 '환각 현상(Hallucination)'에 대한 공포와 AI의 판단 근거를 알 수 없는 '블랙박스' 문제가 신뢰도에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반면 영상의학 분야에서 활용되는 비전 AI는 높은 신뢰도를 보이고 있다.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관련 솔루션이 표준 워크플로우에 녹아드는 단계에 진입한 모습이다. 판독 오류를 줄이고 의료진의 피로도를 낮춰준다는 임상적 근거가 쌓이면서, AI가 진료의 효율성을 높이는 파트너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의료인공지능학회 이준구 총무이사는 한국 생체 신호 AI의 세계적 기술력을 강조하는 한편, 생성형 AI의 임상 도입은 법적 영향력과 오남용 방지 논의가 선행돼야 하는 초창기 단계라고 분석했다.

이준구 총무이사는 "생체 신호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며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수집된 심전도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의 중증도를 정확히 판별하고 예측하는 모델들이 이미 현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정식 의료기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아직은 기술의 남용에 대한 우려가 있고 법적 영향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초창기 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박 회장 역시 "모든 제품이 완벽할 순 없다. 다만 흉부 X-ray나 유방암 진단 보조 툴은 임상에서 상당히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며 "사람은 피로에 따라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는데, AI가 이런 오진 위험을 줄이고 정해진 시간 내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생성형 AI는 얘기가 다르다. 판독문 초안 작성 등 행정 비효율을 줄이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진단과 처방이라는 의료의 본질 영역에서는 여전히 위험 요소가 많다"며 "다만 식품의약안전처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생성형 AI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만큼, 올해부터 국내 기업들의 인허가 사례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국가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 필요 "의료인 전문성 보호해야"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의료 AI 생태계 구축을 주도하는 상황도 숙제다. 이들 기업은 특정 질환을 진단하는 개별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병원 전자의무기록(EMR)이나 클라우드 시스템 자체에 의료 AI를 내재화하는 플랫폼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이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이들 빅테크 생태계에 종속된 일개 솔루션에 머무르거나 하위 공급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플랫폼에 종속되면, 운영사의 정책 변화에 따라 기업의 존립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박 회장은 범용 모델 확보와 특화 솔루션 개발이라는 이원화 전략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국가 차원의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하는 동시에 한국이 강점을 가진 특화 솔루션을 고도화하는 방향이 유효하다는 제언이다.

그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아마존, 테슬라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전 세계적인 AI 생태계를 조율하고 있어 경쟁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파운데이션 모델에서 파생되는 기술적 효과가 막대한 만큼, 기초과학과 마찬가지로 국가 대표 모델을 개발하는 전략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박 회장은 임상 현장에서 의료 AI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 장치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의료 AI는 영상의학과·안과·병리과 등을 넘어 내과 전반으로 확장 중이며, 로봇 기술과 결합한 피지컬 AI가 차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선 외과 의사의 역할을 대체할 수준의 로봇 지능화가 논의되고 있으나, 우리 사회의 제도적 준비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AI 기술 발전의 속도가 사회적 수용 능력을 훨씬 앞지르면서 여러 부작용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

더욱이 전공의 등 피수련자들이 AI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기초적인 판독 능력을 배양하지 못해 수련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술의 혜택은 누리되 의료인의 본질적인 역할이 침해하지 않도록 세밀한 제도 설계가 요구된다는 제언이다.

이와 관련 박 회장은 "최근 일론 머스크가 3년 내 외과 의사가 사라질 것이라고 인터뷰 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훨씬 복합하다. 기술만으로 모든 게 설명되지는 않는다"며 "다만 사회적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강력한 기술이 들어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기술 발전이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하지 않도록 제도를 적립하는 과정에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폐암 진단 등 AI를 활용하면 의사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잡아주는 안전망이 되지만, 한 번 쓰기 시작하면 의존도가 생기는 게 사실이다"며 "이에 대한영상의학회 등에서는 전공의들이 특정한 시기에는 AI 없이 판독 훈련을 받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다. 전문성 양성을 위해 기술 활용의 완급을 조절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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