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이브 걸린 '실손24' 홍보전…보건업계·의료계는 '냉담'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보험업계가 실손24 서비스 확대를 앞두고 사전 준비에 돌입했다. 대대적인 광고와 편의성 개선이 예고됐지만, 핀테크 업계와 의료계 반응은 여전히 싸늘한 상황이다.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은 실손보험 간편청구 앱 실손24에 대한 대대적인 대국민 홍보에 나선다. 온라인 플랫폼·대중교통 등을 활용한 광고로 관련 대행사 선정에 투입된 예산은 20억 원 규모다. 관련 재원은 보험사들이 분담하는데, 실손24 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금융당국의 입김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보험업계가 실손24 서비스 확대를 앞두고 사전 준비에 돌입한 가운데, 핀테크 업계와 의료계에선 냉담한 반응이 나온다.이에 더해 보험개발원은 오는 9월 최초 로그인 한 번으로 일정 기간 인증이 유지되고, 대리 청구도 한 차례 인증으로 가능해지는 인증 절차 간소화를 예고했다. 별도 회원가입 없이 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비회원 청구 기능'도 도입하는 등 이용 장벽을 낮추겠다는 목적이다.이런 보험업계 움직임은 실손24 가입자 참여율이 저조한 것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실손24 가입자 수는 약 172만 명으로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의 5%에 못 미친다.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은 이 같은 저조한 이용률의 원인으로 의료계 불참을 지목하고 있는데, 실손24 가입자 수를 늘려 의료기관 유입을 꾀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실손24는 오는 10월 의원·약국 등으로 2단계 확대를 앞두고 선제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이들 기관 참여율은 2.2%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보험업계와 유관기관은 참여 기관 및 전자의무기록 업체 등에 서버·시스템 개발비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들이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미 의원급 의료기관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민간 핀테크 업계에선 정부 주도 사업이 시장의 불공정성을 키운다는 불만이 여전하다. 민간 서비스는 이미 수만 개 의료기관과 연동돼 있음에도, 금융당국이 실손24를 중심으로만 제도와 홍보 전략을 설계한다면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부여한다는 비판이다.이와 관련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특정 기관이 운영하는 서비스가 정책적으로 우선권을 갖는 순간, 민간 서비스는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나서 시장 자체를 한쪽으로 기울게 만드는 것은 진짜 목적이 청구 간소화가 아닌 실손보험 통제라는 의심이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이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법의 취지대로 특정 플랫폼만 활성화하는 것이 아닌, 전체 환자 편익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 돼야 한다"며 "이미 민간 서비스가 활성화된 상황에서 결정권자인 정부, 대기업인 보험업계가 특정 플랫폼만 밀어붙이면 혁신은 위축되고 환자 선택권도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의료계 반응도 냉담하다. 실손24의 구조적 한계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광고와 편의성 개선은 본질을 비껴간 조치라는 지적이다. 실손24는 보험사 중심 중개기관을 통해 의료정보를 집중시키는 구조인 만큼, 정부 정책이 결국 보험업계에 유리하게 기울어 있다는 비판이다.의료계 불참으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금융당국·보험업계 접근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미 민간 서비스를 통해 간편 청구가 활성화된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는 플랫폼에 불과한 실손24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동일시하는 행태라는 것.관련 제도에서 의료기관은 단순히 동의만 하는 역할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전산 연결은 EMR 업체의 몫이기 때문이다. 정부·보험업계 지원 부족으로 이들 업체의 참여율이 저조한 문제를, 마치 의료계가 발목 잡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이다.대한의사협회 실손보험대책위원회 이태연 위원장은 "실손24는 결국 보험사가 주축이 된 중개기관에 의료정보를 집중시키는 구조다"라며 "환자 편의성을 높인다면서 이미 수만 개 의료기관과 연동된 민간 핀테크는 배제하고 보험개발원 중심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의료정보 독점을 위한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이어 "이용률 저조의 책임을 의료기관에 돌리지만, 실제 핵심은 전자차트 업체와의 연계 문제다. 광고비 20억 원을 쓰기보다 EMR 연계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순서"라며 "의원급은 아직 시행도 되지 않았는데 가입률부터 문제 삼는 것은 의료계를 압박하려는 행위로밖에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