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오늘은 나도 AI 개발자"…교수가 가운 입고 노트북 편 이유는?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의료 현장으로 깊숙이 파고들면서 관련 솔루션을 능동적으로 다루고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보건의료인의 디지털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이러한 가운데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이 주관하는 '2026년 의료AI 보건의료인 직무교육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상황.이에 따라 메디칼타임즈는 지난 16일 연세의료원에서 진행된 '의료 AI 보건의료인 직무교육사업 종합 워크숍' 현장을 찾아 프로그램 개발자로 거듭나는 의료인들의 모습을 취재했다.연세대학교 의료원 '의료 AI 보건의료인 직무교육사업 종합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코딩 장벽 허문 생성형 AI…'시민 개발자'로 거듭난 의료인과거 소프트웨어 개발은 전업 개발자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프로그래밍 언어 특유의 복잡성과 코딩 난이도로 일반인은 그 개념을 이해하는 것조차 어려웠다.하지만 범용 생성형 AI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자연어 명령이나 노코드 방식을 활용해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연세의료원이 이번 교육사업에서 주목한 것도 이 지점이다. 앞서 의료원은 교육사업 착수보고회에서 현장 실무자가 직접 AI 도구를 활용하는 '시민 개발자 양성'에 집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한 참가자가 코딩 중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원내 망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AI 인프라를 구축해 교육 산출물이 실제 병원 업무 프로세스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었다. 간호 업무 자동화나 의료 데이터 표준화 등 실무 밀착형 PoC(개념 실증) 과제를 수행해 실질적인 경영 성과를 도출하는 목적이다.이날 교육은 그 결과물이 완성·공유되는 자리였다. 현장엔 의사, 약사, 간호사, 의료기사, 행정직원 등 72명에 달하는 다양한 직군이 참여했다.현장 열기는 뜨거웠다. 참석자들은 2시간의 자유 실습에서 그동안 배운 자연어 코딩 기술과 현업 데이터를 활용, 각자 현장에서 필요한 맞춤형 업무 도구를 만들었다.참석자 전원이 노트북을 펴고 코딩에 몰두하는 모습은 이들이 의료인이라는 사실을 잊게 했다. 참석자들은 강사·멘토의 피드백을 받는 한편, 서로 토론을 이어가며 개발에 열중했다. 두 대의 노트북을 쓰거나 듀얼 스크린 노트북을 쓰는 등 자못 전문적인 모습도 눈에 띄었다.이어진 결과물 공유에선 각 직역이 현장에서 겪는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개발한 맞춤형 자동화 프로그램들이 시연됐다. 엑셀 수기 작업이나 이메일 등 비효율적인 소통 방식을 자동화해 실무 접근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실습 현장 전경■"수기 업무 한계 극복"…직역별 맞춤형 자동화 솔루션 눈길우수사례로는 먼저 임상연구보호센터 행정 직원이 개발한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 통계 대시보드 및 사전 점검 툴이 꼽혔다. 반복적인 피벗 테이블 작업과 서류 오류로 인한 소통 지연을 해결하고자 대형언어모델(LLM)을 활용, 필수 문서 불일치 여부를 자동 점검하는 프로그램을 구축해 심의 기간을 대폭 단축했다.응급간호팀 전원 코디네이터 간호사는 기존 엑셀 인수인계장의 검색 한계와 시의성 문제를 극복한 웹 기반 기록 시스템을 선보였다. 중복 업무 통합 검색, 중요도 즐겨찾기, 날짜별 보완 기능을 넣어 실무진의 업무 효율을 높였으며 향후 AI 연동 계획도 밝혔다.용인세브란스병원 약제팀 직원은 고가 비재고 의약품 신청 및 접수 과정을 통합한 웹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메일과 엑셀을 오가는 기존 수기 방식을 탈피, 환자 정보 자동 입력 및 처방 상태 달력 표기, 긴급 약품 색상 구분 기능을 구현해 부서 간 직관적인 소통 창구를 마련했다.강사들이 실습 현장에서 참여자의 코딩을 피드백하고 있다. 보건의료 데이터 비식별화와 실시간 치료실 통계 등 한 단계 더 나아간 프로그램도 있었다. 데이터 서비스 팀 소속 직원은 보건의료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위한 온디바이스 기반 '비식별화 게이트웨이 시스템'을 선보였다. 외부 AI 모델에 환자의 실제 의무기록을 입력할 때 발생하는 정보 유출 문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고안된 결과물이다.그는 가상의 의무기록 합성 데이터 1000건을 생성해 내부 모델을 학습시켜, 이름·연락처 등 식별 가능한 데이터가 게이트웨이 단계에서 자동 마스킹 및 삭제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해당 직원은 "보안 문제로 외부 AI 모델에 실제 임상 데이터를 제공하기 어려운 한계를 극복하고자 가상의 합성 데이터를 활용해 시스템을 고도화했다"며 "사용자가 데이터를 입력하면 중간 게이트웨이를 거쳐 개인정보가 통째로 삭제된 상태로만 외부 분석에 활용되기 때문에 더욱 안전하고 자유로운 데이터 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자동 보건의료 데이터 비식별화와 치료실 통계 프로그램 화면■원내 파편화된 데이터 통합…실질적 경영 성과 도출 박차방사선종양학과 방사선사는 27대의 원내 치료기 실시간 현황을 통합 관리하는 '웹 기반 치료실 통계 대시보드'를 개발했다. 기존에는 장비 운영 업체마다 데이터베이스가 다르고 실무자가 일일이 수기로 통계를 작성해 보고해야 해 실시간 병상 현황 파악이 불가능했다.하지만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원내 전자의무기록(EMR) API와 연동되는 데이터 추출 및 변환(ETL) 과정을 거쳐 자체적인 중앙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해당 웹 시스템은 치료 부위와 기법, 의료진별 통계를 실시간으로 직관화해 제공하며, 매일 새벽 지정된 담당자에게 통계 결과를 자동 메일로 발송하는 기능까지 갖췄다.이 방사선사는 "기존 수기 취합 방식의 비효율과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정책 사업의 단점을 보완해 임상 현장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을 목표로 삼았다"며 "의료원 데이터 보안 원칙에 따라 내부망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실무진이 웹을 통해 실시간으로 치료실 통계를 조회하고 자동 메일 보고까지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연세의료원 인재개발센터 윤홍인 소장은 이날 발표된 우수 개발 사례의 실제 적용과 지속적인 AI 교육을 강조했다.의료원은 이날 발표된 우수사례들이 실제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한편, 이후에도 AI 관련 직무 교육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연세의료원 인재개발센터 윤홍인 소장은 격려사를 통해 "AI라는 새로운 도구로 일하는 방식을 나은 방향으로 바꾸려는 열망으로 첫걸음을 내디딘 여러분은 의료원 디지털 전환의 시작을 함께한 중요한 분들"이라며 "이 과정을 이수한 분들을 AX 핵심 인재로 지속 관리해 배움과 기회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이어 "오늘 도출된 아이디어가 실제 의료원의 디지털 전환으로 이어지고 현장에서 쓰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여러분의 배움이 개인의 성장을 넘어 의료원의 발전과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