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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병원 시스템 장악하는 의료 AI…안전핀 마련 급선무

발행날짜: 2026-03-17 05:30:00 업데이트: 2026-03-17 10:57:27

진료 효율·데이터 활용 기대감…빅테크 독점은 경계해야
데이터 소유권 정립 필요…"수련·고용 악영향 대비 필요"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의료 인공지능(AI)이 개별 문제를 해결하는 포인트 솔루션 단계를 넘어 대형 언어 모델과 플랫폼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발전 방향이 의료 현장 효율성 증가 및 의료진 번아웃 해소엔 긍정적이지만 플랫폼 종속 및 인력 양성 체계 변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빠르게 올바른 사용을 위한 방파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16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의료 AI 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관련 기업들의 사업 방향이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엔 특정 질환을 진단하는 단일 도구 개발에 집중했다면 이젠 의료 시스템과 임상 워크플로우에 통합되는 솔루션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것.

■보조 넘어 워크플로우로…의료 AI 플랫폼 경쟁 가속

실제 국내 의료 AI 기업들이 단순 진단 보조를 넘어 검진과 치료, 관리를 아우르는 전주기 케어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또 실시간 병동 모니터링 및 수술 효율화, 인프라 구축·운영 및 신약 개발 지원 등 여러 영역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의료 행정 자동화와 임상 지원을 중심으로 플랫폼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개별 솔루션 공급이 아닌 임상 워크플로우 선점으로, 다양한 의료 AI 솔루션이 연동되는 소위 '의료용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려는 모습이다.

의료 AI 산업의 판도가 기존 제품 판매 위주에서 운영 중심 플랫폼 비즈니스로 변화하는 것. 특히 거대 언어 및 생성형 모델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를 임상 현장에 결합하려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이와 관련 산업계 한 관계자는 "비단 의료 AI뿐만 아니라 기술 집약적인 산업군에선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수익 구조 창출이 필수적"이라며 "의료 AI 산업에서도 비즈니스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솔루션이 단순 진단 보조 도구에 머무르지 않고 병원 시스템 깊숙이 자리 잡는 플랫폼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솔루션이 진료 워크플로우와 유기적으로 결합할수록 병원의 시스템 교체 비용이 상승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락인 효과로 이어진다"며 "의료 AI 기업들의 사업 다변화는 의료 현장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함과 동시에 고객 이탈을 방지하는 장기적인 성장 전략"이라고 전했다.

■의료 효율성 증대 기대 속 '빅테크 종속' 우려 부각

의료계에선 이런 의료 AI의 발전 방향에 대해 기대감과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긍정적인 요인으론 AI를 통한 의료 서비스 효율 증대로 의료진 개개인의 진료 역량이 향상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또 플랫폼 환경에선 의료진이 여러 솔루션 중 최적의 도구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어 적합도 역시 높아진다.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 개선도 긍정적인데, 영상의학 판독문이나 소견서는 전문 용어가 많아 환자가 이해하기 어렵다. 현재는 의료진이 관련 내용을 직접 설명하고 있지만, AI를 활용한다면 환자용 언어로 자동 변환돼 의료진 업무 부담은 줄고 환자의 알 권리는 강화되는 것.

플랫폼을 통한 데이터 표준화로 얻을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이런 방향성이 데이터 파운드리 구축으로 이어진다면 의료기관은 원내 데이터를 자산화해 연구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게 되는 것. 의료 AI 기업 역시 병원 내 데이터 연계를 통한 기술 고도화와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박창민 회장은 "의료 AI가 단순한 포인트 솔루션을 넘어 실제 의료 워크플로우에 밀착해 진화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진료 효율성 증대로 의사의 진료 역량을 강화할 뿐 아니라, 환자와의 소통을 돕고 의료진의 고질적인 번아웃 문제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 AI 기술 발전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는 가운데, 의료계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긍정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의료 플랫폼 시장을 장악할 경우 의료 기관과 의료진이 해당 플랫폼에 종속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 번 특정 플랫폼을 도입하면 다른 시스템으로 교체할 때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발생하는 '공급자 종속성' 문제가 발생한다.

박창민 회장은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특정 기업에 치우치지 않는 표준화와 상호운용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플랫폼 중립적인 통합 시스템 구축을 위해 의료계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또 플랫폼상에서 흐르는 데이터의 소유권과 보안 문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짚었다. 국내 법체계상 데이터 소유권은 기업에 있지 않으므로, 사업 초기 단계부터 권리관계를 명문화해 보안 사고와 권리 침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회장은 "의료 AI 솔루션 기업보단 빅테크 기업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들이 거대한 플랫폼을 구축해 의료 현장에 보급하면 의료기관과 의료진은 해당 시스템에 종속될 위험성이 있다"며 "한번 도입한 플랫폼은 교체 비용이 압도적으로 증가해 이를 교체하기가 어려운 이른바 '밴더 디펜던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런 특정 기업에 종속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중립적인 표준화와 상호운용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데이터 소유권과 보안, 활용에 관한 권리관계를 사전에 명확히 명문화해 정립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의료계가 통합된 목소리로 플랫폼 기업에 중립적인 환경 조성을 요구해 향후 플랫폼 교체 시 발생하는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의존에 수련·고용도 변화 "제도 속도 조절해야"

의료 AI가 가져올 수련·인력 문제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전공의 등 수련 단계에서 의료 AI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오히려 기초적인 전문 지식을 습득할 기회를 잃어 의료의 질이 저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숙련된 전문의라고 하더라도 AI 의존도가 높아지면 전문성이 퇴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한영상의학회 등 학계는 관련 부작용을 막기 위해 수련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다. 수련 초기엔 AI를 사용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기른 뒤,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을 갖춘 후에 관련 도구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교육 단계에서 AI를 시뮬레이터로 활용해 복잡한 진단이나 시술 사례를 학습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고용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불가피하다. AI가 의료인의 본질적인 업무를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지만, 진료 효율이 극대화되면 기존에 의사가 하던 일을 더 적은 인원이 수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의료 인력 수요의 변화를 야기해 노동 시장 전체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이와 관련 박 회장은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춰 의료 현장의 수용성과 고용 안정성을 고려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AI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의료 고용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일례로 기존에 특정 병원에서 1000명의 의료진이 일했다면, AI가 접목되면 필요 인력의 숫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 만큼 기술의 진화 속도를 지켜보며 고용 생태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제도의 속도를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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