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인 설립부터 양도까지: 법적 장벽과 현실적인 문제점들
들어가며 – 의료법인 설립의 높은 문턱
병원을 확장하려는 의료인이라면 한 번쯤 ‘의료법인을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의료법인 설립 인가의 문턱이 예상보다 높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의료법인은 영리를 추구할 수 없는 비영리법인이며, 설립 허가는 특허(特許)의 개념이다. 지자체는 설립 목적의 공공성 및 지역 의료수요, 정관, 설립취지서, 발기인 명단, 재산목록, 재산의 기부신청서 기타 서류, 재산 및 시설·인력 기준 등을 감안하여 까다롭게 심사한다. 명확한 기준이 없고 지자체마다 잣대가 다르며, 정성적 평가가 당락을 좌우한다. 필요성과 공익성이 입증된 경우에만 신중하게 허가를 내주고 있으므로, 의료 인프라가 충분한 도시 지역에서는 사실상 의료법인 허가가 어렵다고 보면 된다.
다만, 당신이 의료공급이 부족하거나 의료취약지로 지정된 도서산간벽지 등에서 오로지 공공의료에 기여할 목적으로 의료법인을 설립하고자 하는 진심을 보여준다면, 지자체로부터 오히려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투명한 자본 출연과 안정성 – 편법 설립의 논란
의료법인 설립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충실한 자본금과 투명한 재산 출연이다. 병원의 규모에 따라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의 자본이 필요하며, 설립자가 해당 금액을 법인 “기본재산”으로 출연하여 병원의 토대가 되도록 해야 한다.
“기본재산”이란 의료법인의 존립을 지탱하는 자산으로서, 허가 후 함부로 처분할 수 없다. 의료법인의 기본재산을 처분하려면 반드시 주무관청(시·도지사)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며, 처분 이후에는 등기 변경 및 완료 보고 등의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법원의 강제경매로 기본재산이 처분된 경우에도 의료법인 설립허가가 취소된 사례가 있다.
위와 같은 “자본충실의무”와 관련하여 가장 흔하게 문제되는 행위는 편법 설립이다. 의료법인이 설립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겉으로만 자본금을 채워놓고, 정작 병원 운영에 필수적인 부동산은 법인 명의로 편입하지 않은 경우에는 설립 자체가 무효가 되거나 형사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취지이다(2023년 7월 17일 선고, 2017도1807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위 대법원 판례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의료법인의 본질적 특성에 기초한 것으로서 의료법에 근거하여 비의료인에게 허용된 행위’라고 평가하고 있다. 즉, 비의료인이 가담했다고 해서 무조건 위법한 것이 아니라, 의료법인을 탈법 수단으로 악용해 적법한 의료기관처럼 포장한 사실이 인정되어야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이 성립한다. 대표적인 예로 ① 기본재산 출연을 명백히 가장했거나, ② 법인 자산을 횡령·배임한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러한 법리를 오해한 일부 행정청과 수사기관에서 의료법인의 자금충실의무에 과도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도 하는데, 적절하지 않은 법령 해석이다.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설립 과정에서 사소한 절차를 위반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을 단정해 요양급여 지급 보류, 환수 처분, 수사 의뢰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 나중에 무혐의나 무죄가 확정되더라도 병원은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애매하면 일단 수사의뢰를 하고 본다는 실무적 관행이 존재하는 것 같다. 더 큰 문제는 금전적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가 좀처럼 인용되지 않는다는 현실이다. 이러한 제도적 한계까지 고려한다면, 초기 단계부터 자본 출연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정공법을 따르는 것 외에 대안은 없다.
병원 추가 개설 단계의 새로운 장벽 – 추가 인·허가의 필요성
설립 허가를 간신히 받아 병원을 열었다 해도, 사업 확장 단계에서 마주치는 법적 장벽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에는 법률상 명백한 제한이 설정되어 있기에, 노인복지시설, 장례직장, 부설주차장 등 허용된 것들 외에는 시도조차 할 수 없다.
그리고 의료법인에는 의료법상 1인1개소의 원칙이 다이렉트로 적용되지는 않기에 분사무소 설치를 통해 의료기관을 추가 개설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 때에도 별도의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 개설 및 의료법인 설립·운영 편람」에 따르면, 의료법인이 의료기관을 확장할 경우 관할 당국의 별도 인가를 받아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즉, 의료법인이라 해서 확장이 자유로운 게 아니며, 건물 신축·증축 인허가, 의료인력 충원 계획 승인 등 부수 행정 절차만 해도 적지 않아, 병원 규모를 키우려는 경영자라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면 의원을 추가 개설하는 건 어떨까?’ 의원급은 ‘신고’ 사항이니, 의료법인이 원하는 곳에 시설을 갖춰 신고만 하면 될 것처럼 보인다. 필자도 10여 년 전 보건복지부 연구용역을 수행할 당시에는 그런 해석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낸 기억이 있다.
하지만 현행법령에 따르면 결과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추가 개설 또한 자유롭지만은 않다.
현행「의료법인 및 비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위한 세부 기준」 및 「의료기관 개설 및 의료법인 설립·운영 편람」을 종합하여 보면, 의료법인이 분사무소를 설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하고자 할 때에는 그 법인의 정관에 개설하고자하는 의료기관의 소재지를 기재하여 정관의 변경허가를 얻어야 한다. 더 나아가 주무관청은 변경허가에 앞서 해당 의료기관 소재 시‧도지사나 시장‧군수‧구청장과 협의하도록 되어 있다. 요컨대 의료법인의 의원급 분원 설립 또한 다층적 협의와 인가 절차를 거쳐야 가능하므로, 실제로는 ‘신고’라는 표현이 주는 인상보다 훨씬 까다롭다.
양도의 한계 – 의료법인 M&A의 현실과 법 규제
운영 중인 의료법인을 다른 주체에게 양도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영권을 넘기는 일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의료법인은 애초에 주식이나 지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법은 의료법인 재산을 사유화하거나 매매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의료법인 해산 시 남은 재산을 정관에서 지정한 공익단체에 넘기도록 하고, 지정이 없으면 국고에 귀속하도록 되어 있다. 더구나 2019년 개정된 의료법 제51조의2는 의료법인의 임원 선임과 관련하여 어떤 경우에도 금전적 대가를 주고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에는 의료법인 ‘매물’이 버젓이 나와 있고, 음성적으로 투자계약·경영권 프리미엄 거래가 시도되기도 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기본 입장은 “의료법인은 인수·합병이나 매매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기억해야 한다.
법적으로는 의료법인 간 합병도 허용되지 않아 두 의료법인을 하나로 합치는 방법조차 막혀 있다. 결국 의료법인의 경영권을 정상적인 거래 방식으로 넘기는 길은 제도적으로 차단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경영 위기 시 대처 – 회생·파산 절차의 현실
그렇다면 경영이 악화된 의료법인은 어떤 출구 전략을 선택할 수 있을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상적인 M&A가 사실상 차단되어 있어, 위기에 빠진 의료법인이 택할 수 있는 방안은 극히 제한적이다.
첫째는 법원에 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법원이 채권자와 이해관계인의 협의를 거쳐 병원의 운영을 정상화할 방안을 모색한다. 다만, 의료법인의 공익적 성격과 법적 제약 때문에 회생 계획에서 병원을 다른 법인에 매각하거나 투자 유치하는 방안은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는 병원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일부 자산 매각 정도만 검토될 수 있다.
둘째, 파산 절차를 통해 정리하는 방법이 있다. 회생이 여의치 않으면 법원은 의료법인에 파산을 선고하고, 병원은 결국 폐업에 이른다. 의료법인의 파산 가능성 자체가 한때 논란이었지만, 지급불능 상태로 파산 선고를 받은 사례가 이미 존재한다. 이 경우 법인은 청산 절차를 거쳐 자산을 모두 처분해 채무를 변제하고, 잔여 재산은 국고로 귀속된다.
회생·파산 제도에 의존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까? 의료법 시행규칙 제54조에 따르면, 의료법인이 기본재산을 매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려면 사전에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로 인해 자발적 자산 처분으로 부채를 해소하기도 쉽지 않다. 현행 법제는 부실 의료법인이 자율적으로 퇴로를 마련하는 길마저 제약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법원의 회생·파산 절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맺음말
의료법인 관련 자문·강의를 하다 보면 “설립도 안 된다”, “추가 개설도 장담할 수 없다”, “양수도는 불가하다”, “기본재산 처분도 허가받기 어렵다” 같은 부정적인 답변을 반복하게 된다. 필자로서도 답답하지만, 이는 의료법인이 의료 서비스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사슬 속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의료법의 엄격한 구조는 영리화로 인한 부작용을 차단하고 의료기관을 투기·이익 거래의 대상으로 삼지 못하게 막아온 안전장치다.
그렇다고 해서 길이 완전히 막혀 있는 것은 아니다. 공익적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각 단계별로 요구되는 절차와 한계를 정확히 파악하면 합법적인 돌파구는 존재한다. 설립 단계에서는 자본 구조·기본재산 계획을 투명하게 설계하고, 확장 단계에서는 정관 변경·인허가 스케줄을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양수도가 사실상 불가한 구조라면, 경영 위기 전에 조기 경보 체계와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 회생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주무관청과의 소통이다. 허가권자의 판단 기준이 정성적 요소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사업 취지·지역 공공성·재정 건전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필요하면 지역사회와 협업(지자체·공공기관·의료 취약지 지원 사업 등)을 통해 공익성·필요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문턱을 “공공성을 갖춘 파트너십”으로 전환하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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