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권리금,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나?
– 2024년 1월 개정 약사법에 따른 병원과 약국간 권리금 분쟁의 최신 트랜드
병원과 약국 간 금전 거래를 통해 환자나 처방전을 알선하는 행위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특히 병원 개설자가 약국 개설자로부터 이른바 ‘개원 지원금’이나 ‘권리금’을 수수하는 관행은 여러 차례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마치 제약사나 도매상을 통한 ‘리베이트’가 제약업계에서 큰 이슈였던 것처럼, 약국도 항상 병원과의 ‘담합’이 금지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 약사법에도 약국이 특정 병원으로부터 처방을 독점받는다거나, 병원이 특정 약국을 지정하여 환자를 유도하는 방식은 이미 불법으로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권리금을 빙자한 직·간접적 금전 거래를 모두 규제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2024년 1월 의료법 개정을 통해 새롭게 부각되는 ‘약국 권리금’ 문제를 중심으로, 기존 법령과 개정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미 약국을 운영하시거나, 앞으로 개설을 준비 중인 약사분들께서도 꼼꼼히 확인하셔야 할 내용입니다. 무엇보다 병·의원에서의 처방 매출이 ‘약국의 생존’에 직결되는 만큼, 의사·약사 모두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4년 1월 개정된 의료법 제23조의5 제3항은 “의료인·의료기관 개설자(개설 예정자 포함)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약국개설자로부터 ‘처방전 알선·수수·제공’ 또는 환자 유인을 목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요구·취득하거나,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받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합니다.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자(예정자)’까지도 포함된다는 부분입니다. 과거에는 약사법에 따라 처방전 알선을 대가로 한 금전 거래가 금지되어 있었어도, 병원 개설 이전 단계에서 미리 돈을 받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규제하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병원 개설 전 단계에서도 약국 개설자가 개원 예정자에게 금전적 대가를 제공하는 것이 전면 금지됩니다. 이것이 바로 “권리금 이슈”와 맞물려 갈등이 발생하는 핵심 지점입니다.
과거라면 병원이 아직 문을 열지 않았을 때, “미래 처방 매출”을 미끼로 하여 건물 1층 약국 자리를 분양·임대하는 방식으로 억대 권리금이 오가도 규제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개정법으로 인해 ‘앞으로 개설될’ 병원의 처방 독점권을 기대하면서 주고받는 돈도 불법으로 간주될 여지가 커졌습니다.
위반 시에는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과 함께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권리금 분쟁 자체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예전에도 개원의나 병원 관계자가 건물 1층 약국 자리를 미리 사두고, 약국을 모집하거나 이권을 양도·양수하는 과정에서 권리금이 적정했는지, 예상 처방 건수가 부풀려지지는 않았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예컨대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나41866 판결에서는, 전문의 배치나 일일 처방 건수 보장을 둘러싼 과장 광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브로커가 받은 권리금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의정부지방법원 2022나213086 판결은 “약사들끼리 주고받은 권리금이 과도하다”고 판단해 일부를 무효로 본 적도 있습니다. 요컨대 법원은 계약 내용, 약속된 매출, 권리금 액수, 당사자들의 실제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사안별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부동산 거래”라는 명분을 내세우면 모든 권리금이 불법은 아닌 것 아닐까, 라는 의문도 제기됩니다. 실제로 약국이 입점해 있는 자리가 분양가 상승, 임대료 인상 등의 이유로 몇천만 원, 몇억 원의 권리금이 형성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모든 약국 권리금이 곧바로 ‘담합의 산물’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문제는 그 돈이 “병원 인근 약국 영업기회 제공”에 대한 대가인지, 선견지명 있는 부동산 투자로 인한 정당한 권리금인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병원의 처방전을 약국이 독점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사실상 “담합”하는 대가였다면, 개정 의료법에 의해 ‘목적 자체가 불법’이 됩니다.
다만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형사처벌로 이어지려면 권리금의 대가성과 “담합 목적”이 명확히 입증되어야 합니다. 예컨대 상가건물·지식산업센터 등에 입주하려는 병원이 있고, 해당 상가규약상 약국 자리가 독점 배정되어 있다면 그 자리의 권리금을 합법적으로 거래할 수 있다는 반론도 가능합니다. 또는 약국 자리를 미리 확보한 자가 의사나 그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불법으로 단정 짓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병원과 약국이 입점할 때 온갖 브로커들이 숟가락을 올리려 하는 혼탁한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처방 건수에 관한 약간의 광고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담합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당사자의 거래 경위·금전 규모·실제 병원 및 약국의 연계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하므로, 각 사건마다 결과가 달라질 소지가 큽니다.
약국 개설자로서는 병원 인근에 입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고액 권리금을 감수해서라도 “유동 인구가 많고, 병원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곳”을 선점하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그런데 2024년 이후에는 그 ‘금전의 성격’이 단순히 부동산 권리금인지, 아니면 병원 처방전 독점권을 기대하고 건네는 돈인지를 철저히 구분해야 합니다. 해당 병원에 대한 홍보 자료나 처방량 보장을 계약서에 명시한 경우에는 위험이 더 커집니다.
의사(병원 개설자) 입장에서는 “개원 지원금” 같은 항목이 아예 금지되었으므로, 약국에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는 행위를 지양해야 합니다. 그리고 약사 역시, 병원과 직간접적인 금전 거래를 하거나, 그 대가로 처방 독점을 기대하는 정황이 드러난다면 면허정지는 물론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실제로 개정된 법조항이 발효되자마자 여러 기관에서 “사전 권리금 계약”의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올해 들어 우리 법무법인에서도 권리금 관련 문의가 부쩍 늘었습니다. 주로 병원 1층에 약국이 새로 들어오면서, 개설 준비 과정에서 일정 금액을 주고받기로 했던 약국들이 “개정 의료법 때문에 이 돈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하거나, 혹은 “원래 약속된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며 분쟁이 터져 법적 도움을 청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아직도 예전 방식대로 개원 지원금, 약국 인테리어비를 대납해주겠다며 약국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는 의사분들의 상담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정법이 시행된 뒤로는 이런 “묵시적 거래”도 훨씬 큰 위험을 수반합니다.
개정 전에도 법적으로 병원-약국 간 담합은 엄연히 금지되어 있었지만, 주로 수사가 이루어지는 영역은 대놓고 환자를 유인하거나 처방전을 알선받는 수준이었습니다. 이제는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자”가 포함되어, 개설 이전 단계에서 오가는 권리금, 개원 지원금 등 금전 거래를 폭넓게 단속하겠다는 입법자의 의지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만약 현재 준비 중인 약국 권리금 거래가 있다면, 그 돈의 성격이 “부동산 입지”에 대한 대가인지, 아니면 병원 처방전을 사실상 독점하기 위해 지불되는 것인지, 신중히 살펴봐야 합니다. 의사는 물론 약사분들 역시 반드시 숙지하셔야 할 부분입니다. 이미 체결된 계약이라 하더라도 추후 분쟁과 수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적법성을 재검토하시길 권해드립니다.
혹시 “어디까지 합법적 부동산 권리금이고, 어디부터가 불법 담합인지” 판단이 어려우시다면, 법적인 자문을 통해 문제의 소지를 최대한 줄이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법령과 판례가 과거와 달리 엄격하게 해석되는 추세이므로, 잘못 대응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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